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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
이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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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의 미학

 

이 책의 핵심은 '단순함'이다. 그리고 그 단순함을 위해서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를 해야만 한다. 그 단순함은 이 책의 에필로그에 나오는 선시에 대한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단순함은 고요함을, 고요함은 평안함을, 평안함은 무엇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을 가져온다. 모든 것을 다 비워버린 깊은 기쁨을 한 선시는 이렇게 표현했다. (352쪽)

 

대나무 그림자가 섬돌을 쓸어도

먼지 하나 일지 않고

달빛이 연못 바닥까지 꿰뚫어도

물에는 아무 자국이 없네

물에 아무리 자국을 남겨도 아무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우리가 최근에 자주 말하는 '힐링'이 바로 선가에서 말하는 그 고요함이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단순함'을 설명하기 위해서 버리고 세우고 지키는 수많은 사례를 제시하고 있었다. 그 참고 자료와 인용된 내용에 놀라면서 저자가 이 책을 적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부분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창업 문화에 대한 비교였다. '실패'를 하는 것이 도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당연한 부산물로 여기고 그것을 훈장과도 같이 여기는 미국의 창업 문화 배워야 할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창업을 한다는 것은 수 십 억의 빚을 생산할지도 모르고 그것을 떠안게 될 다른 가족에 대한 위험부담이라는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패해도 그것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미국의 가치관이 정말 부러웠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높은 편인데, 이러한 미국의 가치관을 우리도 넓은 마음으로 인정하게 된다면 성적이나 다른 이유로 삶을 비관하는 슬픈 소식이 줄어들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보고 싶었다.

 

우리가 실패나 남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 그래서 나, 즉 정체성을 세우지 못하는 이유, 다시 말해 단순해지지 못하는 또 하나의 큰 이유는, 남과 비교하는 마음 때문이다. 아무래도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내가 부족해 보인다. 지지 않으려는 마음에 이것저것 내세우니 절제는 더욱 어렵다. 자신감이 없어지고 '따라쟁이'가 된다. (203쪽)

이 책에서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말들이 많았다. 나 또한 남과 전혀 비교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확실하게 아니라고 답할 수 없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도 모르게 남을 의식하는 나 자신을 나로서도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 어리석은 자신을 나무라 보지만 소용이 없기도 하다. 이런 게 바로 자신을 수양하고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바로 자기 자신에게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말이다. 이에 대해 '토크쇼의 여왕'인 오프라 윈프리의 말을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용기를 끌어모아 자신의 길을 갈 때 그 결과가 항상 산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난관에 부닥치고 넘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포기한다면 나중에 너무나 많은 날을 후회에 몸부림치며 살 수 있다고 윈프리는 강조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쓰지 않고 살았더라면 과연 내 삶은 어땠을까?'라고 말이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192쪽)

이 책에서 대전에 있는 '선병원'의 사례가 눈길을 끌었다. 대전에서 900병상이 있는 정도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실력은 서울 일류 병원에 뒤지지 않는 병원이라고 한다. 이 병원의 응급의료센터는 보건복지부의 평가에서 430개 기관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암수술 잘하는 병원 1등급, 뇌졸중 치료 1등급으로 꼽히기도 했다. 특히, 이 병원의 실력은 외국인 환자가 많이 찾는 곳이라는 점에서도 증명된다. 이 병원의 원장인 선원장은 환자 각자마다의 취향을 반영하고 환자들을 따라 다니며 불편함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병원이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이 책의 지적 유희가 즐겁게 느껴졌다. 하나 하나 곱씹고 다시 생각해 볼 말이 많았다. 경영인들이 자신의 실패를 통해서 전해주고 싶은 말들과 다양한 분야의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좋은 문구들이 많이 있어서 그런 부분들을 한꺼번에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단순함'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 우리가 뼈를 깎는 고통과 수행을 통해 겨우 도달할 수 있는 인생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단순함의 미학을 이해하고 내 삶에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 즉, 문을 발견한 느낌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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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3 02: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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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신 - 토크계의 전설 래리 킹에게 배우는 말하기의 모든 것
래리 킹 지음, 강서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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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하기 위한 99% 열정

 

래리 킹은 최근 한 광고를 통해 더욱 친숙해진 인물이었다. 우리나라의 손석희 같은 인물이라면 조금은 비슷할 것 같다. 손석희는 토크쇼를 진행하기보다는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이지만 말이다. 손석희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대담을 하면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에 있는 인물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서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전하는 핵심적인 내용는 바로 '누구라도 대화의 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화의 신'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말을 잘하든 못하든 무조건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말하는 능력도 늘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MC로 군림하고 있는 유재석도 처음에는 방송 울렁증 때문에 실수도 많이 하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긴장을 많이 해서 말을 버벅거리거나 밑에 있는 종이를 계속 보고 읽는 등의 실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유재석의 수상 소감이나 어록 등이 따로 있을 정도로 진행을 깔끔하게 하고 속사포처럼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되었다. 유재석은 어떻게 이런 변화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

 

유재석이 어느 방송에 나와서 했던 말이 있다. 10년 넘도록 무명의 시절을 겪으며 자신에게 한 번 만이라도 기회가 오기를 소원하면서 그게 이뤄진다면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부으며 방송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그 소원을 이룬 유재석은 언제나 방송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유재석이 무명 시절이었을 때 자신이 말이나 애드리브가 약하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다른 사람의 방송을 모니터 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고 한다.

 

이처럼 말을 잘하는 것타고난 재능 조금에 아주 많은 노력이 가미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말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그건 연습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희망이 있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연습 이후에는 '열정''간절함'이 있어야 한다. 래리 킹은 처음에 라디오 방송을 하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아무 것도 없이 3주간 일자리도 없이 방송국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일을 찾았다고 한다. 래리 킹은 방송 책임자를 만나서 라디오 방송에 대한 열정을 털어놓고 기회를 잡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며 다음에 빈자리가 나오면 자신을 쓰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정도로 한 가지에 몰입하고 그 일에 열정적이었다. 그 당시 래리 킹은 브루클린을 떠나 마이애미로 갈 때 무일푼이었고 겨우 잠잘 곳만 마련하고 일을 찾았다고 한다.

 

래리 킹은 '솔직함'을 최고의 무기로 삼고 속이거나 꾸미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그의 말에 더 귀를 기울였던 것 같다. 그러한 솔직함은 진실된 태도로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래리 킹은 말을 잘하는 대화법을 여러 가지 제시하고 있었다. 색다른 관점을 드러내거나 다양한 경험이 있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소재를 가지고 있거나 공감을 하거나 유행어를 하지 않거나 군더더기 말을 없애도록 하는 등의 이야기 방법들이었다. 이러한 방법 외에도 낯선 사람과도 두렵지 않은 대화법이나 여럿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대화법, 막힌 일도 쉽게 풀리는 공적인 대화법, 청중을 매료시키는 연설법 등을 제시하고 있어서 말을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이러한 대화법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방법은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더 많이 듣는 '경청''공감'하는 자세였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경쟁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과시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소통 상황에서는 자신의 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 더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래리 킹을 보면서 말을 잘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연습''자신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래리 킹은 말하는 것을 연습하기 위해서 말할 수 있는 자리를 피하지 않고 불러주는 곳은 모두 가려고 노력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말을 실수해도 그 실수를 생각하지 않는 대범함도 보였다. 말실수를 계속 끌어안고 있으면 또 다른 말실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래리 킹은 마지막에 자신이 잊지 못할 정도의 최악의 실수담을 얘기해 주고 있는데, 정말 방송에서 잘리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큰 실수였다. 하지만 그 실수를 극복하고 언제 어디서나 어느 순간에서나 말을 해야 하는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는 래리 킹의 열정이 대단해 보였다.

 

솔직히 의사소통 방법이나 대화법 등의 자기계발서 종류는 별로 찾아보지 않는 편이었다. 나도 뻔히 알고 있는 말을 똑같이 하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도 새로운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래리 킹의 실제 사례가 풍부하게 실려 있어서 그걸 읽는 재미는 쏠쏠하게 있었다. 그러한 사례들은 의사소통 방법에 대한 조언을 조금 더 현실감 있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회사 생활의 의사소통 방법이나 연설 방법, 방송인이 토크쇼 진행을 위한 방법 등을 배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말을 아무리 잘하는 사람, 협상을 아무리 잘하는 사람, 자기 분야에서 최고봉에 오른 사람이라도 실수는 다 한다. 야구 통계를 낼 때에는 처음부터 한 칸을 따로 떼어 실책의 횟수를 기록하기까지 한다. 그러니 실수를 했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는 없다. 옛날부터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실수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한다.` (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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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3 01: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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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블로그 : http://blog.naver.com/ehbook/220305783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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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향 2015-03-20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난 이런 놀이가 무척 좋다. 어떤 재미난 제목이 있을지 다른 누리꾼의 참신한 생각이 기대된다. 나도 며칠 고민해 보면서 배꼽을 잡을 만한 제목을 조합해 보아야 겠다~ㅋㅋㅋ
 
Phonics Cue 4 Set : Blends (Student Book + Workbook + CD) Phonics Cue 4
언어세상 편집부 지음 / 언어세상(외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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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영어 학습 <Phonics Cue4>

 

 

 

 처음에 나오는 목차이다. 어린이 수준에 적절한 단어를 가지고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알파벳을 학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 알파벳에서 공통된 성격을 파악하고 다른 단어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영어를 배우는 어린이들은 '접두사나 접미사'라는 어려운 말보다는 직접 단어들 상이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접두사나 접미사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학습 과정을 구성해 놓은 점이 좋았다. 그러면서 비슷한 글자들에서 어린이 스스로 차이점을 발견하여 알파벳을 구별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학습한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었다. 특히, CD로 프로그램을 돌려보면 재미있는 게임으로 구성하여 어린이가 흥미롭게 단어를 익힐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 조카도 게임을 하느라 몰입하여 단어를 익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다시 단어들을 학습할 수 있는 학습지가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었다. 학원이나 공부방, 집 같은 곳에서 활용하기에 좋게 접두사와 접미사를 이용해 단어들을 직접 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학습지 구성은 각각의 장마다 모두 달라서 어린이 학습자들이 재미있어 할 것 같았다. 우리 조카도 재미있는 그림들을 보며 즐겁게 문제를 풀려고 노력했다. 아직은 어린 아이라서 물고기 등에 색칠을 칠하는 데에 치중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문제 풀이 형태로 자신의 실력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CD의 프로그램으로 확인해 본다면, 시간과 청각을 자극하는 놀이 방식이 어린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맨 마지막 장에는 어린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하나 하나 떼서 필요한 곳에 붙이는 재미를 느끼며 조카는 정말 즐거워 했다. 가끔은 스티커를 다른 곳에 붙여서 놀라게도 했지만 어린이가 책 자체를 친숙하게 느낀다는 점에서 영어를 하나의 놀이처럼 다가가는 경험이 될 것 같았다. <Phonics Cue>를 시리즈 별로 꾸준히 한다면 어린이의 영어 실력이 쑥쑥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 알라딘 언어세상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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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블 - 자기 홍보의 시대, 과시적 성공 문화를 거스르는 조용한 영웅들
데이비드 즈와이그 지음, 박슬라 옮김 / 민음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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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들만이 갖는 특질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즈와이그인비저블들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갖는 특질타인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 치밀성, 무거운 책임감, 전문성과 탁월성을 향한 매진, 협동, 겸손함과 자부심의 조화 등을 들고 있었다. 특히, 이 중에서 타인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 치밀성, 무거운 책임감을 공통적인 특질로 내세우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직업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숨겨진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많았다. 그래서 특수 직업군으로 그 분야로 가려는 사람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배울 만한 부분이 있어서 좋았다. 이 책에 나오는 직업군으로는 앤디 존스라는 음향 기술자, 피터 칸비라는 사실 검증팀, 이외에도 기타 테크니션, 구조 공학자, 촬영 감독, 동시통역사, 길찾기 시스템 개발자, 조향사, 피아노 조율사 등이 등장하고 있다.

 

인기를 얻어 가거나 새로운 분야가 있기도 하고 전통적인 직업군이 있기도 하다. 이런 다양한 직업에서 결국 자신들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그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그들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처음부터 그쪽으로 관심을 갖고 있었거나 아니면 우연히 그쪽 계통으로 가서 경험을 쌓아 전문성을 높이는 경우가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일이라고 해도 자신의 일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오히려 사람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경우를 피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최근 한 대학은 취업이 잘 안되는 문과 계통의 전공을 없애기로 하고 전자나 공업 쪽의 전공에 치중하겠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문과 계통에서는 취업이 더 어려워서 결국 이과 계통의 전공을 복수 전공하거나 진로를 바꾸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한다. 의학 분야에 합격했어도 그것을 포기하고 결국 전자나 공업 쪽으로 대학교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재 '열정페이'나 '청년실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당연히 취업이 잘 되는 학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취직이 잘 되는 전자나 공업 계통만 남고 다른 분야는 사라져 버린 다는 것은 사상누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뿌리가 튼튼하지 않은 나무는 언젠가는 말라죽고 말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대학 교육이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일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며 감탄했던 것은 인비저블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갖는 정밀성전문성이었다. 조향사인 데이비드 애펠이 예전에 만든 향수 조제법을 나타낸 종이에는 어떤 재료가 얼만큼 들어가 있는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렇게 배합하는 것은 하나의 재료를 넣거나 빼는 것에다가 어떤 향을 얼만큼 섞을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물질 하나를 분석하면 그 속에는 우리가 전혀 알 수 없는 성분들이 있었다. 오렌지 주스 하나에도 예순 가지 이상의 화학물이나 여러 성분들이 섞여 있다니, 그 세계가 이렇게 방대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조향사들은 대부분 약 1,200가지에 달하는 성분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하니, 나로서는 상상도 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저자는 피아노 조율사가 피아노 옥타브를 조율하는 방법에 대해서 써 놓았다. 하지만 피아노나 음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내게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만큼 피아노 조율사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써 놓은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직업에 대해 전문적인 용어까지 섞어 가며 방대하고 깊은 지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직업군들에 대해 가볍게 읽고 넘어가는 정도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너무 진진하고 어려운 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특정한 직업에 대해 더 전문적인 지식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적절한 책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도 다양한 직업을 드러내느라 아주 많은 양을 할애하고 있지는 못한 점이 또 아쉽기도 했다.

 

조향사나 피아노 조율사 외에도 UN에서 일하는 동시통역사의 세계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동시통역사들은 자신들이 겪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해서 30분마다 교대를 하지만 나름대로 그 긴장과 몰입의 상태를 즐기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동시통역사가 되기 위한 길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앞으로 UN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지, 한국어는 UN에서 사용하는 공식어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언어를 해야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말이다. 이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더 많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졌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서양과 동양의 가치관을 비교해 놓았다. 서양 특히, 미국과 같은 곳은 자신을 드러내고 홍보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동양의 가치관에서 살펴보면 자기 홍보를 잘난 체라고 생각하며 좋게 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저자가 다양한 학자들의 의견을 인용하고 있는 걸 보면 이 책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온 것이 느껴졌다. 그 중에서는 한국인 학자의 견해도 덧붙여져 있어서 반가움이 일었다.

 

인비저블은 결국 꿋꿋하게 자신만의 길을 걷는 장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쉽게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작품에 자긍심과 책임감을 갖는 장인들,,, 앞으로 더 많은 장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내가 인비저블을 사랑하는 이유는 쉽게 공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상심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적어도 삶의 어떤 면에 있어 아무리 힘겹게 일해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인비저블과 동질감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인비저블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수많은 장점을 갖고 있고, 그들의 특성이 현대의 지배적인 풍조를 거스른다는 사실은 그들을 더욱 존경하게 만들 따름이다. 자기 계발서 독자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진정한 행복이 우리 내면에 있다는 진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남들의 인정이나 찬사가 아닌, 자신이 하는 일에서 만족감을 얻는 사람이야말로 그 철학을 가장 잘 실천하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350쪽)

 

* 알라딘 민음인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인비저블의 삶과 가치관은 우리의 경제, 사회적인 삶뿐만 아니라 개인적 삶까지도 개선할 수 있다. 책임지는 법을 배우는 것은 한편으로는 두려운 일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권한을 얻는 것이다. 치열하게 일하고 자신이 좋아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일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괜찮은 수준`에 만족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탁월하다. 남들에게서 인정받기보다 지금 하는 일에서 조용한 자긍심을 느낀다면 진정한 기쁨과 충족감을 얻는 곧고 탄탄한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인비저블의 특성을 습득하려면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고, 나는 매일같이 일에 전념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며 겸허해질 수 있었다. (3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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