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거네 민음사 모던 클래식 72
요나스 하센 케미리 지음, 홍재웅 옮김 / 민음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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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범인이 아니랍니다...

 

스웨덴 문학 작품을 많이 접해 본 것이 아니라서 이 책에 대한 흥미가 높아졌다. 인도나 라틴 아메리카 등에서 출간된 작품을 읽을 때의 낯설면서도 색다른 사고방식과 문화, 감정 등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 책도 낯설고 새로운 작품이었는데, 책의 내용에서보다는 문학의 틀에서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 책의 줄거리나 소개 글을 보면서, 자살 폭탄 테러 발생 후 개인이 느끼는 불안함이나 혼란을 개인의 내면에서 보여주는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 책을 읽기 전에 <황금방울새>를 읽은 터라 폭탄 테러를 겪은 개인이 느끼는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절실하게 느꼈던 것이다. 이 책은 자살 폭탄 테러를 저지른 범인과 비슷한 모습을 가진 한 민족으로서 느끼는 공범자 의식이나 한 패거리라는 부정적인 낙인이 찍힌 듯한 죄책감, 불안함 등을 드러내고 있다.

 

이 소설은 스톡홀름 시내 한복판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난 이후 주인공 아모르의 24시간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2010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제로 일어난 자살 폭탄 테러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중립국의 위치를 지키면서 폭탄 테러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고 한다. 그래서 주인공 아모르는 범죄자와 같은 아랍계 이주자로서 용의자와 비슷한 인상착의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잠재적인 범죄자로 인식되고 불편한 시선을 받게 된다.

 

우리는 보통 묻지마 범죄나 다른 특정한 범죄가 일어나면 범인과 비슷한 부류를 한 테두리에 모두 묶어 버리고 범죄에 대한 분노를 쏟아 내고는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최근에 조선족에 의한 강력 범죄가 많이 일어났던 만큼 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 그리고 그들을 모두 잠재적인 범죄자로 인식하는 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조선족에 대한 보복 범죄와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들이 사회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종교나 문화적인 문제로 폭탄 테러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다행이기는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폭탄 테러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본인이 저지른 범죄는 아니지만, 같은 민족이 저지른 범죄로 분노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다수의 죄없는 사람들에 대한 혼란과 불안이 이 작품에서 다뤄지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다행히 분노나 혐오의 대상으로만 다뤄지고 있을 뿐이지만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이 떠오르면서 다수의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일어난 거대한 지진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민심이 흉흉해 졌을 때, 어이없는 헛소문이 퍼졌다. 일본에서 일하는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퍼트렸다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적당한 화풀이 대상을 찾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조선인들이 아무 죄없이 분노의 대상이 되어 보복 공격을 당하고 죽었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다른 민족에 대한 보복 범죄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요나스 한센 케미리라는 작가는 이러한 내용을 공범자로 몰리게 되는 주인공 아모르의 불안한 심리를 그려내고 있다. 특히, 마르셀 푸르스트나 버지니아 울프 등의 작품처럼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작품과는 다르게 각 장마다 소설 앞 부분에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한다'라는 내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이 소설에서는 각 장마다 샤비, 알렘, 발레리아, 카롤리나, 튀라의 인물들과 전화 통화를 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들은 테러 사건 이후에 아모르를 그들의 '형제' 용의자로 의심하며 관련이 없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아모르는 혼란함을 느낀다. 아모르는 폭탄 테러 이후 외출을 했다가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받으며 자신이 범죄자일지 모른다고 생각을 하며 착각에 빠진다.

 

각 인물들 사이에서 반복되는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한다'라는 내용은 그렇기 때문에 독자의 읽기 흐름을 강제로 멈추게 하면서 이 '아모르'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다시 생각해 보도록 만든다. 아모르의 혼란을 독자들에게도 전달하려는 것처럼 책을 읽는 나 자신도 아모르가 범인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움을 함께 느꼈다. 하지만 아모르는 아모르일뿐 범죄를 저지른 사람과는 다른 인물일 뿐이다.

 

조금 더 소설 속의 사건 전개에 대한 스토리가 다양하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모르 개인의 의식의 흐름보다는 폭탄 테러 전, 후의 상황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건다'라는 부분이 반복되어 형식적인 안정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작품을 무대 공연에 올린다고 하니, 대체 어떤 작품으로 연출이 되어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고 읽기를 추천해 본다.

 

 

* 알라딘 민음사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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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5-07-14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도 잘 쓰시고 책도 열심히 읽으시고 정말 부지런하십니다!!^^
더위조심하시고요, 오늘도 즐겁고 편안한 오후되세요~

바람향 2015-07-14 19:10   좋아요 0 | URL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어쩌다보니 읽어야 할 책들이 쌓여있네요^^ㅎㅎ
오늘 진짜로 더웠지요? 건강은 어떠신지 걱정이네요...
내일은 날씨가 더 덥다고 합니다~
더위 조심하시고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ㅎㅎ
 
[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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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은 오묘한 것...

 

 

 

 

<황금방울새>는 대단한 수식이 붙은 책이다. 2014년 퓰리처상 수상작에다가 아마존 킨들을 통한 완독률이 98.5%에 이르렀다고 한다. 완독률이 이 정도 수치라는 것은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하면 대부분은 끝까지 읽었다는 의미가 된다. 1000쪽에 가까운 적은 분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독자들이 끝까지 읽었다는 것은 그만큼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백이 많은 편도 아니어서 쉽게 읽을 수 없는 분량인데도 말이다. 여기에다가 워너브러더스사에서 영화화 판권을 확보했다고 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영화관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황금방울새>라는 실제 그림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시어도어 데커는, 다들 시오라고 부른다. 시오는 엄마랑 미술관에 갔다가 폭탄 테러를 당한다. 시오는 폭탄 테러를 당해 정신이 없는 와중에 만난 웰티에 의해 자기도 모르게 <황금방울새> 명화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가 죽었다는 충격 속에서 바버 가족에게 잠시 몸을 의탁하면서 현실에 적응해 보려고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을 버리고 떠나버렸던 아빠가 돌아와 시오를 라스베이거스로 데려간다. 아빠와 새엄마인 잰드라의 무관심 속에서 그곳에서 만난 친구 보리스와 함께 술과 마약에 절어서 지내게 된다. 도박과 게임에 빠져서 돈을 벌던 아빠는 처음에는 돈을 벌다가 나중에 투자를 잘못해서 큰 빚을 지게 되는데, 시오에게 엄마가 남겨준 신탁 자금을 달라고 한다. 그것도 맘처럼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아빠가 죽게 되고 시오는 또 다시 세상에 혼자 남겨지게 된다.

 

시오는 엄마의 죽음 이후로 자신을 버렸지만 아빠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얻고 있었다. 아빠를 미워하는 감정도 존재했지만 말이다. 그런 아빠가 죽었으니 또 다시 위탁 가정 같은 곳에 맡겨질 처지가 되어버린 자신의 운명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빠의 장례식이 끝나기도 전에 뉴욕으로 혼자 돌아가서 웰티와 함께 사업을 하던 호비 아저씨의 집에 자신의 몸을 의탁하고자 한다. 시오는 폭탄 테러를 통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었다. 그래서 잠도 별로 못 자고 항상 악몽에 시달리고 엄마를 그리워한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또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땀을 흘리며 고통스러워 했고 견디지를 못 햇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죽음에 대해서 죄책감에 시달렸고 미래에 대한 어떤 희망도 없었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 의욕도 없이 그저 마약에 절어 살았다. 또한, 시오는 자신이 가지고 나온 <황금방울새> 명화가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며 신경불안증에 걸렸다. 그리고 뉴욕에서 살면서 바버 가족과 보리스를 다시 만나게 된다.

 

시오는 <황금방울새>를 어떻게 할까? 정부기관에 걸리게 될까? 아니면 평생 갖고 있으면서 불안에 떨까? 독자들을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인 도나 타트의 힘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숨막히는 서사 전개와 탄탄한 묘사, 주인공인 시오의 불안한 감정 상태에 대한 서술을 끈질기게 밀고 나간 것을 보면 도나 타트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서 쓴 것인지 느껴질 정도였다.

 

도나 타트는 대학 시절부터 8년을 준비한 작품인 <비밀의 계절>을 출간하였다. 이 작품은 고전적인 문체와 탄탄한 서사 구조 등으로 그녀에게 '천재 작가'라는 수식을 안겨 주었다고 한다. 그 후 10년 만에 출간한 작품인 <작은 친구> 역시 좋은 평가를 얻었다. 그리고 11년 만에 선보인 작품이 바로 이 <황금방울새>인 만큼 그녀가 다작하는 작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한 권, 한 권에 장인의 손길처럼 정성을 기울여서 창작해 내는 작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그만큼 깊이가 있고 묘사나 시오의 감정 서술, 내용 전개에 있어서 꽉 찬 느낌을 주었다.

 

처음 1권의 앞 부분을 읽을 때는 나도 조금 힘든 면도 있었다.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사명감을 지닌 작가가 생략없이 하나하나 서술하며 천천히 전개해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속에 발을 들여 놓으면 분량에 대한 걱정 없이 몰입하게 되는 면이 있었다. 특히, 2권으로 넘어가서 전개가 다소 빨라지는 면도 있어서 술술 빨리 읽혔다.

 

이 책의 재미는 <황금방울새>에 대한 시오의 불안증세와 친구인 보리스를 다시 만나고 난 이후라 할 수 있었다. 테러나 큰 사고, 극단적인 상황 등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시오의 불안은 글을 읽는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서 나도 숨이 막히고 불안할 지경이었다. '빨리 어떻게 좀 하라고! 어떻게 하지? 응?' 나도 함께 발을 동동 굴렸다.

 

나는 사람들 사이를 누비면서 이미 죽은 듯한 느낌, 이 거리에 혹은 이 도시에 담길 수 없는 거대한 회색빛 보도 위를 걷고 있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영혼이 육체에서 떨어져 나와서 과거와 현재 사이의 안개 낀 어딘가에서 다른 영혼들 사이를 떠다니는 것 같았다. 파란불과 빨간불, 내 눈앞에서 이상하리만치 혼자 외롭게 헤매는 행인들, 이어폰을 꽂고 멍하니 앞을 보는 표정 없는 얼굴들, 소리 없이 움직이는 입술들, 짓눌리고 막힌 도시의 소음, 거리의 소음을 내리누르는 화강암 색깔의 하늘, 쓰레기와 신문, 콘크리트와 이슬비, 바위처럼 묵직하고 칙칙한 회색 겨울. (134쪽)

 

시오는 항상 불안함과 함께 고독, 외로움 등을 느꼈다. 그런데 우리도 가끔은, 아니, 꽤 자주 저런 감정을 느낀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존재하는 외로움과 고독, 불안함... 이런 감정들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다. 마음에서 느껴지는 공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핵심은 가장 마지막에 나오고 있었는데, 시오가 <황금방울새>를 훔친 일과 그것이 불러온 일,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인생은 정말 오묘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도 그런 내용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었는지, 결말에서 다소 장황해지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도 좋은 말들이니... 기회가 된다면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 왜냐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선한 행동이 항상 선을 낳는 건 아니고, 악한 행동이 항상 악에서 나오는 건 아니야. 안 그래? 현명하고 선한 사람도 모든 행동의 결말을 알 수 없어. 무시무시하지!......" (442쪽)

 

 

* 은행나무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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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5-07-14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이 책 읽으셨군요.^^
저는 그냥 군침만 흘리고 있습니다. ㅎㅎ

바람향 2015-07-14 19:13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도 어쩌다 이벤트에 당첨이 되서요^^ 고마운 기회로 읽게 되었습니다~ㅎ
근데 분량이 조금 많기는 해서, 이벤트 아니었으면 이렇게 빨리 읽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ㅎㅎ
저녁이 되니 바람이 불어 다행이네요.
내일 더위도 잘 이겨내시길~~^^ㅎ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 길 위에 선 아이들과의 인터뷰
주원규 지음 / 다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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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던지는 아이들의 목소리

 

가출 청소년들이 가출팸을 결성하여 성매매를 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인가 싶어서 봤는데, 그런 가출팸들이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많이 있다고 한다. PC방을 중심으로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이용해서 만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가출팸을 관리하는 또래 남자 아이들이 나이가 비슷하거나 어린 여자애들의 포주 노릇을 한다는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집이 싫어도 조금만 더 버티지,,, 괜히 나가서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런 아이들의 고민들과 고통스런 외침이 이 책 속에 담겨 있었다. 소설가이면서도 목사인 주원규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나 쉼터 등에서 아이들을 만나 작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그러면서 만난 청소년들을 인터뷰하여 그들이 방황하면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길 위에 선 아이들에게 집은 바깥의 어둠보다 더 끔찍하게 싫고 두려운 공간이었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집 나가면 고생이다... 이런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그들에게 '집'은 지옥보다 더한 공간이었고 그들을 보호해 줄 수 없는 공간이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살핌을 받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인 청소년들이 오히려 가정을 지키려고 눈물겹게 노력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부모님이 청소년들보다 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기 위해서 자신이 길거리로 나가서 돈을 벌어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 아이들은 미래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이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기만 할 것이라는 가출 청소년에 대한 나의 편견을 여지없이 깨주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었고 관심을 쏟고 있었다. 그런데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소외된 아이들도 많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그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사회의 쓴맛, 짠맛 등을 모두 맛보고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어른은 자신이 어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들에게 지적을 하면서 잔소리를 늘어 놓을 때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이 더 어른다운 생각을 하며 행동을 할 때가 많았다. 이 책 속의 아이들도 나름대로 가정을 지키려고 하고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는 부모님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기 그지 없었다. 자기들 스스로 고민하면서 길을 찾아내어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서 가출한 아이들은 부모님이 싸우거나 폭력을 휘두르고 부모님이 직접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주유소 알바를 시키는 등 돈을 벌어오라고 했다. 가출해서 PC방이나 만화방에서 몇 천원에 자려고 또래 애들과 관계를 맺기도 한다. 결국 임신을 한 그녀는 하나의 생명체인 아기를 소중히 생각하며 낳는다. 결국 아기는 입양을 보내지만 그녀는 아기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 한다. 그리고 쓸쓸함을 즐기는 아이도 있었다. 그게 혼자이기 때문이지 결코 쓸쓸함을 좋아하는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가출하고는 거리가 먼 똑똑하고 유학까지 간 엄친아이지만 자신의 내면에 사이코패스적인 기질을 발견한 아이도 있었다. 공부는 잘하지만 정서적으로 공감 능력이 메말라 버린 아이... 부모님은 아실까? 그저 겉으로는 공부를 잘하고 말썽을 부리지 않으니 대견해 하고 계실 것이다. 아이는 이렇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어쨌든 아이들은 부모님이 계셔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돈을 벌어서 가정을 이끌어 가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부모는 친자식을 성폭행해서 전자발찌를 찬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정상적인 직업을 가진 부모도 있었지만 집에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아이들의 어려움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가부장적인 권위를 내세우는 경우도 있었다... 등등 아이들은 이런 모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름 노력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며 어른들의 비리나 부정·부패 등과 관련된 책을 읽는 것보다는 아이들에게서 자신의 의지와 올곧음, 희망 등을 느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아~ 이 아이들도 나름대로 살려고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고 좌충우돌하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 들었다. 검사와 스폰서에 관련된 책을 읽다가 더러운 세상에 환멸을 느껴 도저히 끝까지 못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른들의 비리나 부정·부패는 바로 남을 짓밟고 자신이 그 위에 올라서기 위한, 그리고 그저 쾌락만을 즐기기 위한,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인 행위일 뿐이었다. 그리고 권력을 가진 기득권층들에 의해 유야무야 묻혀버리는 어둠의 세계...

 

벌써 이런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모두 보고 느낀 아이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나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보다 이 아이들이 훨씬 강하구나, 그리고 이 아이들이 세상에 지친 나를 오히려 위로해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우리 사회가 이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보듬을 수 있는 안전한 울타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정신적으로 더 이상 가정의 울타리를 나가지 않아도 되게 말이다.

 

그때부터 난 듣기로 했다. 그냥 아이들의 말과 생각을 듣고, 알고 싶었다. 어떤 편견도 갖고 싶지 않았다.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떤 대첵이나 방향도 제시해주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은 애부분 답을 알고 있다. 아이들은 단지 말하고 싶은 것뿐이다. 누군가 자기 말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내가 그랬으니까. 어른의 말을 듣는 것보다 내 말을 들려주고 싶었으니까. 내가 누군가에게 토해내듯 끄집어내는 나의 이야기 속에 진짜 답이 숨어 있다고 믿으니까.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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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5-07-10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안한 오후되시고요, 즐겁고 행복한 주말되세요.^^

바람향 2015-07-11 21:08   좋아요 0 | URL
네~~ 후애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ㅎㅎ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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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의 모순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에 출간되어 하퍼 리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겨 주었다. 1962년에는 영화화되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하였다.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를 여기한 그레고리 팩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여 영화의 가치를 높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미국의 인종 차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그랬기 때문에 하퍼 리의 이 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1위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로, 성경 다음으로 '강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선정되었다. 무엇보다도 미국영화연구소에서 할리우드 영화의 영웅 순위를 발표하였는데, 그레고리 팩이 연기한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가 1등을 차지하기도 하였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슈퍼맨은 26등, 배트맨은 46등이라고 하니,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기도 하다.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 미국의 작은 마을인 메이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적은 책으로서, 주인공인 스카웃이 세상의 불합리함과 모순을 깨닫고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된다는 성장소설의 전형적인 일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스카웃과 오빠인 젬은 아버지인 애티커스 핀치를 잘 따르는데, 그가 인종차별이 심한 시기에 흑인을 변호하면서 겪게 되는 고난을 그리고 있다. <앵무새 죽이기> 이후 하퍼 리는 소설을 출간하지 않았다. 그런데 50년이 지난 지금,,, 정확하게 말하면 2015년 7월 14일에 <앵무새 죽이기>의 후속작 격인 <파수꾼>이 전 세계에서 동시에 발간된다. 벌써부터 주문 예약이 밀려 있는 상황에다가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하니, 그 열기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아서 흥분된다.

 

열린책들에서 현재 <파수꾼>의 내용을 추측해보는 이벤트를 열고 있기도 한데, <앵무새 죽이기>의 원래 제목이 <파수꾼>이었다는 것을 보면 어떤 내용일지 예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생각으로는 스카웃이 성인이 되어 메이콤 마을에 다시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50년이 흘렀는데도 메이콤 마을의 사람들에겐 인종이나 성에 따른 차별 등이 존재할 것이다. 스카웃은 학교 선생님이 되었든 변호사가 되었든 당당한 한 사람으로서 자존감이 강한 여성으로 성장했을 것 같다. 그리고 메이콤 마을에서 사회적 약자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앵무새 죽이기>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스카웃은 친구인 딜과 아직도 잘 만나고 있을까? 오빠인 젬은 또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리고 애티커스 핀치는 또 얼마나 멋지게 나이가 들었을지...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의 원래 제목의 'mockingbird'는 앵무새가 아니라 지빠귀라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이 이미 '앵무새 죽이기'로 유명해져 있었기 때문에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왜 지빠귀를 앵무새로 번역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앵무새든 지빠귀든, 이 책에서 그 새의 의미를 한번 곱씹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 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174쪽)

 

한 마디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앵무새는 책 속의 은둔자 부 래들리 같은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다른 새들은 밥 유얼 같은 사람을 의미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 인생은 자기가 맘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 자유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는 모두 함께 모여 생활하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종이든 성이든 사회적 차별은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스카웃의 게이츠 선생님이 히틀러 문제에서는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보지만 정작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흑인의 인종 차별에 대해서는 분개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인간에게는 이러한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배심원들이 늦은 밤까지 고민을 한 것처럼 이 사회의 모순은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그려지고 있다. 그것이 아주 오래 걸리고 있지만 말이다.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에게 '용기'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하지만 나를 위해 한 가지만 약속해주렴. 고개를 높이 들고 주먹을 내려놓는 거다. 누가 뭐래도 화내지 않도록 해라. 어디 한번 머리로써 싸우도록 해봐...... 배우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건 좋은 일이란다." (148쪽)

 

 

"...... 네가 할머니에 대해서 뭔가 배우기를 원했거든.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겨우 45킬로그램도 안 되는 몸무게로 할머니는 승리하신 거야. 할머니의 생각대로 그 어떤 것, 그 어떤 사람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돌아가셨으니까. 할머니는 내가 여태껏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용기 있는 분이셨단다." (213쪽)

 

책 한 권으로 세상을 급격하게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처럼, 사람들의 인식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는 있지 않을까 한다. 고전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다. 다시 읽은 <앵무새 죽이기>는 전에 읽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사회적 모순과 현실, 과거의 아련한 추억과 부성애와 형제간의 우애, 그래도 따뜻한 마음씨를 전해주는 주변 사람들의 보살핌을 느낄 수 있어서 흐뭇해졌다. 다음에 이 책을 다시 읽을 때는 또 어떤 것을 더 느낄 수 있을까?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후속작으로 나올 <파수꾼>을 기대해 본다.

 

 

* 열린책들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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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5-07-08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싶은데 나중에는 꼭 봐야겠어요~
리뷰와 평점이 다섯개라서 더욱 더 궁금하네요.^^
편안한 오후되세요~^^

바람향 2015-07-09 17:20   좋아요 0 | URL
네~ 지금 다시 읽으니,,, 또 다른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전에는 뭣도 모르고 그냥 읽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ㅠㅠ 책을 다시 읽으면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고 느끼게 되는 것 같아서 더 깊은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곧 이 책의 후속작인 <파수꾼>이 전세계에서 동시에 발매된다고 하니, 저도 더욱 더 기대가 됩니다^^ㅎㅎ
 
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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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가 되기 위한 여정

 

이번에 <로마의 일인자> 1권을 읽는 독자원정단에 선정되었다. 정식 출판된 책이 아닌 가제본을 읽는 것으로 그에 대한 오탈자나 개선점, 홍보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출판사에 제시하는 활동을 하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은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다. 게다가 책 겉면에 '가제본'이라고 적혀 있고 따로 표지도 없는 책은 희귀본으로 느껴져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수 천년이 흘렀어도 '그리스로마'는 서양 문화의 원형이 되기 때문에 그들의 사고방식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다른 어떤 시대보다 로마는 영화나 소설 등 다양한 장르도 재탄생 되고 있는 것이다. 몇 십 년 전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도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리스로마 시대는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로마의 일인자>를 읽으면서 오늘 날과 다를 게 없어서 많이 놀랐다. 로마인의 생활, 문화, 사고 방식 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 마찬가지였구나! 하는 감탄이 더 많이 들었다. 로마 시대에도 돈이 최우선이었다. 돈이 있어야지만 더 높은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그 자리에 올라서면 자신이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긁어 모을 수 있었다. 오늘 날의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등의 선거와 많이 닮아 보이지 않은가.

 

이 당시에는 돈이나 재산에 더욱 노골적이라 할 수 있었는데, 돈이 없으면 귀족이라고 해도 로마의 지배층으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조선시대의 계급 사회를 생각해 보면, 조선 후기 몰락 양반들은 적어도 양반이라는 계급적 우위를 점할 수는 있었다. 그래서 부자들에게 양반이라는 계급을 돈을 받고 팔 수 있지 않았는가 말이다.

 

로마의 시대에서 오늘날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었는데... 사회의 지배층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군대의 경험이 필수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병장기는 스스로의 재산으로 마련해야 했다. 그랬기 때문에 로마의 시민으로 인정을 받았고 그 권익을 누렸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국회의원들은 어떨까? 자신들의 권익은 너무나 잘 챙기고 있는데, 국방의 의무는 너무나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보았으면 한다. 특히, 로마의 일인자가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 가이우스 마리우스나 카이사르는 민중들을 더 먼저 생각하고 로마라는 조국의 장래를 걱정하는 진정한 사회 지도층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마의 일인자>는 콜린 매컬로가 지었는데,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이 읽혔다고 하는 <가시나무새>를 지은 사람이다. 콜린 매컬로는 올해 초 타계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작가인데, 1970년대 후반에 <가시나무새>를 쓰고, 1990년부터 2007년까지 7부작 역사소설인 <마스터 오브 로마>를 지었다고 한다. 1부는 <로마의 일인자>, 2부는 <풀잎관>, 3부는 <행운의 총아들>,,, 7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가 출간되기까지 근 20년이 걸렸다고 한다.

 

작가가 <가시나무새> 이후 오직 <마스터 오브 로마>만 적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만큼 콜린 매컬로가 이 책에 대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연구와 조사에 공을 들였는지 추측할 수 있다. 그녀의 서재에는 로마사 전문가를 뺨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사료와 연구서적을 갖추었는데, 그것을 읽느라 끝내는 시력을 잃고 말았다고 하니, 이 책을 적기 위한 그녀의 지독한 열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그만큼 이 책을 읽으면 로마의 도시 속에 나도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로마를 정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책의 앞 쪽에도 로마와 이탈리아 반도, 아프리카 지도와 책 속 인물들의 얼굴 그림이 등장하는데, 그것들을 작가가 직접 그렸다고 한다. 등장인물들의 얼굴 생김이 정말 세밀한데, 책 속에서 묘사된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았다. 그만큼 개개인의 생각과 사고 등을 서술로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그 캐릭터의 심정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책 속에서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 로마의 일인자가 되기 위한 욕망과 열정, 권력과 명예욕 등이 활활 타오르고 있고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인간의 추악한 일면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로마는 천년이 넘는 로마 역사 속에서 기원전 110~27년의 기간을 다루고 있다. 거대한 로마의 지중해 제국이 완성되어 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당시에는 500년 역사의 공화정 체제가 와해되고 새로운 통치체제가 탐색되는 시기였다. 로마는 그 당시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전환했다가 다시 황제 체제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었다.

 

로마의 역사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로마 시대와 지금 우리 시대가 많이 다르지 않음을. 인간의 권력욕은 쉽게 사라지지 않음을. 진정한 지도자는 바로 우리 손으로 뽑을 수 있음을.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선택에 의해서 발전되어 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스로마 시대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역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등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을 번역하는 사람이 네 사람이 될 정도로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서도 신중을 기한 만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문학동네 교유서가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돈. 돈이 세상을 지배했다. 돈이 없는 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누구나 일단 어떤 식으로든 한자리 꿰차려 했고, 그러고 나면 예외없이 지위를 이용해 최대한 재산을 불렸다. (55쪽)

"사랑?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그 감정에 대해 네가 무엇을 아느냐, 율릴라? 네가 저지른 그 천박한 흉내로서 감히 `사랑`이라는 말을 더럽히느냐?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사랑이냐? 사랑하는 사람이 원치도 않고 청하지도 않은 관계를 강요하는 것이 사랑이냐? 그런 것을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느냐, 율릴라?" (3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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