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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평점 :
우리의 인생은 오묘한 것...
<황금방울새>는 대단한 수식이 붙은 책이다. 2014년 퓰리처상 수상작에다가 아마존 킨들을 통한 완독률이 98.5%에 이르렀다고 한다. 완독률이 이 정도 수치라는 것은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하면 대부분은 끝까지 읽었다는 의미가 된다. 1000쪽에 가까운 적은 분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독자들이 끝까지 읽었다는 것은 그만큼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백이 많은 편도 아니어서 쉽게 읽을 수 없는 분량인데도 말이다. 여기에다가 워너브러더스사에서 영화화 판권을 확보했다고 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영화관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황금방울새>라는 실제 그림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시어도어 데커는, 다들 시오라고 부른다. 시오는 엄마랑 미술관에 갔다가 폭탄 테러를 당한다. 시오는 폭탄 테러를 당해 정신이 없는 와중에 만난 웰티에 의해 자기도 모르게 <황금방울새> 명화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가 죽었다는 충격 속에서 바버 가족에게 잠시 몸을 의탁하면서 현실에 적응해 보려고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을 버리고 떠나버렸던 아빠가 돌아와 시오를 라스베이거스로 데려간다. 아빠와 새엄마인 잰드라의 무관심 속에서 그곳에서 만난 친구 보리스와 함께 술과 마약에 절어서 지내게 된다. 도박과 게임에 빠져서 돈을 벌던 아빠는 처음에는 돈을 벌다가 나중에 투자를 잘못해서 큰 빚을 지게 되는데, 시오에게 엄마가 남겨준 신탁 자금을 달라고 한다. 그것도 맘처럼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아빠가 죽게 되고 시오는 또 다시 세상에 혼자 남겨지게 된다.
시오는 엄마의 죽음 이후로 자신을 버렸지만 아빠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얻고 있었다. 아빠를 미워하는 감정도 존재했지만 말이다. 그런 아빠가 죽었으니 또 다시 위탁 가정 같은 곳에 맡겨질 처지가 되어버린 자신의 운명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빠의 장례식이 끝나기도 전에 뉴욕으로 혼자 돌아가서 웰티와 함께 사업을 하던 호비 아저씨의 집에 자신의 몸을 의탁하고자 한다. 시오는 폭탄 테러를 통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었다. 그래서 잠도 별로 못 자고 항상 악몽에 시달리고 엄마를 그리워한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또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땀을 흘리며 고통스러워 했고 견디지를 못 햇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죽음에 대해서 죄책감에 시달렸고 미래에 대한 어떤 희망도 없었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 의욕도 없이 그저 마약에 절어 살았다. 또한, 시오는 자신이 가지고 나온 <황금방울새> 명화가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며 신경불안증에 걸렸다. 그리고 뉴욕에서 살면서 바버 가족과 보리스를 다시 만나게 된다.
시오는 <황금방울새>를 어떻게 할까? 정부기관에 걸리게 될까? 아니면 평생 갖고 있으면서 불안에 떨까? 독자들을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인 도나 타트의 힘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숨막히는 서사 전개와 탄탄한 묘사, 주인공인 시오의 불안한 감정 상태에 대한 서술을 끈질기게 밀고 나간 것을 보면 도나 타트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서 쓴 것인지 느껴질 정도였다.
도나 타트는 대학 시절부터 8년을 준비한 작품인 <비밀의 계절>을 출간하였다. 이 작품은 고전적인 문체와 탄탄한 서사 구조 등으로 그녀에게 '천재 작가'라는 수식을 안겨 주었다고 한다. 그 후 10년 만에 출간한 작품인 <작은 친구> 역시 좋은 평가를 얻었다. 그리고 11년 만에 선보인 작품이 바로 이 <황금방울새>인 만큼 그녀가 다작하는 작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한 권, 한 권에 장인의 손길처럼 정성을 기울여서 창작해 내는 작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그만큼 깊이가 있고 묘사나 시오의 감정 서술, 내용 전개에 있어서 꽉 찬 느낌을 주었다.
처음 1권의 앞 부분을 읽을 때는 나도 조금 힘든 면도 있었다.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사명감을 지닌 작가가 생략없이 하나하나 서술하며 천천히 전개해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속에 발을 들여 놓으면 분량에 대한 걱정 없이 몰입하게 되는 면이 있었다. 특히, 2권으로 넘어가서 전개가 다소 빨라지는 면도 있어서 술술 빨리 읽혔다.
이 책의 재미는 <황금방울새>에 대한 시오의 불안증세와 친구인 보리스를 다시 만나고 난 이후라 할 수 있었다. 테러나 큰 사고, 극단적인 상황 등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시오의 불안은 글을 읽는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서 나도 숨이 막히고 불안할 지경이었다. '빨리 어떻게 좀 하라고! 어떻게 하지? 응?' 나도 함께 발을 동동 굴렸다.
나는 사람들 사이를 누비면서 이미 죽은 듯한 느낌, 이 거리에 혹은 이 도시에 담길 수 없는 거대한 회색빛 보도 위를 걷고 있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영혼이 육체에서 떨어져 나와서 과거와 현재 사이의 안개 낀 어딘가에서 다른 영혼들 사이를 떠다니는 것 같았다. 파란불과 빨간불, 내 눈앞에서 이상하리만치 혼자 외롭게 헤매는 행인들, 이어폰을 꽂고 멍하니 앞을 보는 표정 없는 얼굴들, 소리 없이 움직이는 입술들, 짓눌리고 막힌 도시의 소음, 거리의 소음을 내리누르는 화강암 색깔의 하늘, 쓰레기와 신문, 콘크리트와 이슬비, 바위처럼 묵직하고 칙칙한 회색 겨울. (134쪽)
시오는 항상 불안함과 함께 고독, 외로움 등을 느꼈다. 그런데 우리도 가끔은, 아니, 꽤 자주 저런 감정을 느낀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존재하는 외로움과 고독, 불안함... 이런 감정들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다. 마음에서 느껴지는 공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핵심은 가장 마지막에 나오고 있었는데, 시오가 <황금방울새>를 훔친 일과 그것이 불러온 일,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인생은 정말 오묘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도 그런 내용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었는지, 결말에서 다소 장황해지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도 좋은 말들이니... 기회가 된다면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 왜냐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선한 행동이 항상 선을 낳는 건 아니고, 악한 행동이 항상 악에서 나오는 건 아니야. 안 그래? 현명하고 선한 사람도 모든 행동의 결말을 알 수 없어. 무시무시하지!......" (442쪽)
* 은행나무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