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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5 최재천 - 최재천 편 -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자신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에 몰입하는 즐거움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한 호에 한 인물을 다루는 격월간지이다. 잡지 전체에서 명사의 삶과 철학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책이다. 흥미로운 인물의 이야기와 함께 깔끔한 디자인이 읽기 쉽게 느껴졌다. 최재천 이전에는 이어령, 김부겸, 심재명, 이문열을 다루었다고 한다. 이어령이야 한국의 대표적인 석학으로 유명한 분이고, 김부겸은 지역갈등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 전 국회의원이고, 심재명은 1세대 여성 프로듀서로서 <접속>과 <공동경비구역 JSA> 등을 만든 명필름 대표라고 한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잘 몰랐던 잡지인데, 최재천이라는 이름만으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전체적으로 양장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보통의 잡지와는 다르게 고급스럽게 느껴졌는데, 분량은 생각보다 적게 느껴졌다. 그 사람의 삶과 생각을 담은 잡지이기는 한데, 자서전이나 잡다한 내용이 담긴 잡지라고 하기에는 다소 내용이 부족해 보였다. 어쨌든 잡지는 깔끔하고 여백의 미도 많이 살려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쉬면서 읽기에 딱 알맞은 분량이었다. 그런데 글자가 다소 작게 느껴졌는데,,, 그렇게 넓은 공간을 두고 글씨를 작게 쓴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더 깔끔해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최재천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회생물학자이다. 생물학을 조금 더 큰 관점에서 바라보는 몇 되지 않은 국내 학자로서 동물을 연구해 보고 싶은 많은 제자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최재천을 보면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다는 걸 절실하게 알 수 있었다.
최재천은 어렸을 때부터 강릉의 물가에서 노는 걸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방학 때마다 강릉으로 놀러가기를 원했고 나중에는 혼자 찾아가서 놀고 싶어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시를 쓰거나 미술도 배우지만 결국 두 번의 재수 끝에 서울대학교 동물학과에 진학한다. 다른 진로를 찾아보다가 우연한 기회에 미국에 있던 김계중 교수와의 인연으로 조지 에드먼즈 교수의 조수가 되어 일주일 간 전국의 개울을 돌며 하루살이를 잡았다. 그것을 계기로 최재천은 유학을 결심하고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생태학 석사 학위,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리고 하버드대학교 전임 강사, 미시간대학교 조교수, 서울대학교 교수를 거쳐서 현재 이화여자대학교의 석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한 그는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이 된다. 그는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국내에 소개하여 '통섭'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현재에도 책을 읽고, 연구하고, 환경 운동을 하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최재천이 부인과 떨어져 지내면서 아들을 돌봤다는 내용이었다. 아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서 될 수 있으면 따로 저녁 약속을 잡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대 교수들 중에서는 함께 회식을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럴려면 집에서 애나 보라면서 말이다. 우리나라의 회식 문화가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로의 생각이나 이론 등을 나누는 자리도 아닌데 무슨 친목을 다지겠다고 그렇게 매일 모여 회식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저 술을 마시고 노는 것 뿐인데 말이다. 최재천은 그것을 모두 물리치고 불이익을 받으면서도 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지켰다. 그 결과 최재천은 오히려 책을 읽고 생각하고 연구하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무의미한 회식보다는 이런 활동들이 더 의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최재천은 천상 자연을 벗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정글 속에 들어가 동물들을 관찰하고 싶은 게 꿈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정글 속에 첫 발을 디뎠을 때는 설레여서 가만히 있을 수 없을 정도였다. 불편한 생활을 감수한 그에게는 정글 속이 오성급 호텔보다 더 멋진 곳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박사학위 주제인 민벌레를 보러 가다가 개미나 거미, 나비 등에 정신을 팔리기 일쑤였다. 그가 얼마나 정글을 즐겼는지 정말 행복한 감정이 읽는 것만으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역시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는 정글이 악몽같은 곳일지라도 최재천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인 것이다. 나 같으면 얼마 못 버틸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인터뷰 속에서 최재천의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자신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가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 안 되더라도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 에너지 넘치는 파이팅을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통섭,,, 모든 것은 하나이다. 서로의 특성이 사라진 융합이 아니라 서로의 특성을 유지하며 발전적인 결합을 이루는 방식인 것이다. '통섭'의 제목을 붙이기 위해 1년을 고민했다고 하니, 그 제목의 의미가 더 무겁게 다가왔다. 어떤 분야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조금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자연을 지켜 나가는 '호모 심비우스', 즉, 공생하는 인간으로 우리가 거듭나기를 바란다.
* 네이버 책좋사 스리체어스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