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에게서 온 편지 : 멘눌라라 퓨처클래식 1
시모네타 아녤로 혼비 지음, 윤병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한 여자의 삶과 사랑에 대한 조각 퍼즐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책 광고에 있었다. 죽은 사람이 계속해서 내게 말을 걸어온다며,,, 한 집안의 하녀였던 멘눌라라에게서 날아온 편지로 인해 일어나는 미스터리를 추적해 나가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집안 사람들이 생전에 멘눌라라에게 무슨 짓을 했고 죽음 이후에 멘눌라라가 어떤 조치를 취하는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혼합된 책이라는 생각이들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광고에 속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책 띠지에 '지적 유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단 하나의 소설'이라는 거창한 홍보 문구는 엄청난 과장으로 느껴졌다.

 

책이 재미없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책 홍보 문구가 잘못 되었다는 말이다. 보통은 홍보 문구 등을 보고 책의 내용을 추측하며 그에 맞는 내용을 기대한다. 내가 기대하던 것과 다른 결말이 나오면 상상하지도 못한 내용이라며 반전의 재미를 선사하고는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전혀 다르게 내가 삽질한 느낌이 들었다. 마녀에게서 온 편지라고 해서 대체 언제 편지가 오는지, 멘눌라라가 언제 말을 거는지, 그리고 지적 유희가 언제 나오는지, 기대하며 자꾸 기다렸던 것이다. 끝까지 읽고 나서야 내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기대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홍보 문구를 멘눌라라의 정체에 대해서 더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여자가 죽었다. 그 여인과 친한 사람도 있었고 그냥 얼굴만 보거나 이름만 들은 사람도 있었다. 시칠리아의 로카콜롬바는 아주 작은 마을이라서 그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른다. 그 여자가 주인집에 열심히 봉사했다며 좋게 평가하는 쪽과 욕하고 못돼 먹은 여자라며 나쁘게 평가하는 쪽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의문을 갖는다. 왜 하녀인 멘눌라라가 주인집인 알팔리페가의 재산까지 관리하는 사람이 되었고 하녀인 주제에 주인집 사람들의 삶에 그렇게 관여할 수 있었을까? 하녀의 봉급으로 도저히 살 수 없는 집을 사기도 하고 알팔리페가 자녀들에게 주는 돈들이 어디서 나오는지 많은 사람들이 그 출처를 궁금하게 여겼다. 특히, 알팔리페가 자녀들은 가문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멘눌라라가 개인적으로 착복한 건 아닌지 의심스러워 한다. 그래서 멘눌라라의 유언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는데,,,

 

이 책에서 나오는 마을 사람들의 입방아는 우리의 모습을 많이 닮은 것 같았다. 공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의 사생활이 신문지 상에서 자극적으로 까발려지고 우리는 또 그것에 대해 입방아를 찧지 않은가 말이다. 작은 마을에서는 옆집의 수저가 몇 개인지도 알 정도로 가깝게 지내기 때문에 작은 일도 금세 화제가 되어 소문이 퍼질 것이다. 그래서 알팔리페가 사람들이 멘눌라라에게 욕을 했다든지 서로 싸웠다든지 하는 내용이 하루가 멀다하고 마을에 금세 퍼져 나갔다. 개인 사생활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지옥 같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나 멘눌라라의 주변 사람들에 의해 조금씩 밝혀지는 멘눌라라의 정체... 책을 읽다보면 작은 단서들을 모으고 모아서 멘눌라라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조각 퍼즐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도 멘눌라라의 전체 모습을 알 수 없어서 결국 본인과 긴 편지에 의해 많은 얘기를 전해주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멘눌라라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기억이나 편지는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그녀가 아니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거칠고 단호하고 욕도 하고 남자같고 기가 쎘던 멘눌라라는 똑똑하고 끈기있고 책임감이 있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사랑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지켜나갔던 의지가 있는 여성이었다.

 

이 책에서 지적 유희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요약한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고 있으므로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많은 이름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어렵지만 말이다. 멘눌라라의 장례식이 벌어지는 그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사람들의 얘기만으로 잘 구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칠리아,,,라는 말만에서 풍기는 마피아의 위력을 이 책을 읽으며 더 실감하게 되었다. 만약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 진다면 시칠리아나 로카콜롬바 지역의 모습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멘눌라라가 언제나 그림자로 존재하는 자신의 삶에 정말 만족했을까 모르겠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했지만 그리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는 행복을 매일 밤 꿈꾸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진정한 사랑을 너무나 늦게 깨닫고는 한다. 뒤늦은 후회에 몸부림치면서 말이다. 멘눌라라,,, 그녀의 삶에 조의를 표한다.

 

 

* 네이버 책좋사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는재로 2015-08-2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다읽고도 이해가 않되는게 그 집안의 가족들의 행동이에요 하녀였기 때문에 아예 탐욕적인 욕심만 가득한 인간쓰레기들
아내도 솔직히 빌붙어산것고 솔직히 그녀의 헌신이 이해가 안되요 그럴 가치가없는 인간들인데 죽은 주인도 쓰레기 다 쓰레기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합의하에 관계 성욕을 배출하기위한 도구로 이용한 주인의 어머니도 그렇고 참 읽고나서도 불편한

바람향 2015-08-22 13:3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처음에 이해가 안됐어요. 아무리 하녀가 똑똑하고 능력이 뛰어나서 재산까지 관리한다고 해도 주인집 자녀들의 삶까지 관여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만큼 그들 가족이 능력이 없고 하녀에게 의지해 살았다는 걸 보여주려고 그렇게 설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조차 못한 건 그들 스스로의 한계인거죠. 게다가 하녀의 재산을 받으려고 얼마나 막장으로 치닫는지,,, 물건 깨부수는 장면은 우리나라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한 마디로 코미디였죠.

그래서 이 책을 읽어도 `멘눌라라`라는 여자의 실체가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아무리 사랑을 해서 책임감을 가졌다고 해서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그렇게 바칠 수 있는 걸까요? 그렇게 당당하고 의지가 강한 여자가, 마피아 대부에게까지 눈하나 깜짝하지 않던 그런 여자가, 그림자로서의 삶을 가만히 받아들이며 희생했다는 점이 이해가 안되죠. 하녀로서의 입장을 지켰다는 것도 어차피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여자였다는 다른 사람의 평가일 뿐이잖아요. 정말 멘눌라라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본인에게서 직접 듣고 싶었어요~~
 
직설 연애 상담 - <마성의 카운슬러> 이재익 PD의
이재익.유은이 지음 / 북클라우드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애 문제는 헤어나올 수 없는 늪이다

 

 

상담 중에서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것이 돈과 연애에 관련된 게 아닌가 싶다. 괜히 말 한번 잘못 했다가 서로의 관계가 한순간에 깨질 위험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현명한 것 같았다. 철저하게 상담자의 입장과 이익 측면에서 상담을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상담자에게 양다리를 걸치거나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을 하라는 조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렇다. 연애 문제에 있어서는 괜히 양쪽 다 공정하게 편들어 주다가는 칼맞기 십상인 것이다. 그리고 상담자에게는 아무리 조언을 해줘도 연애에 빠져있을 때는 절대 우리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연애 상담을 해주는 책이라고 하기에는 분량이 너무 적은 점이었다. 연애 문제에 대해서 엑기스만 뽑아 놓은 것이라고 하기에는 그 문제들은 일반적이고 평범한 것들이었다. 여기서 일반적이고 평범한 것들이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다른 연애 책에서도 많이 다뤄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문제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과 주장이 엇비슷하여 대답이 뻔한 측면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뭔가 다른 대답을 하는가? 상담자의 측면에서 나쁜 행동도 하라고 하지만 그것도 개인의 선택에 맡기고 있는 걸 보면,,, 색다르고 특별한 대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바로 네이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웹소설 <마성의 카운슬러>의 실전편'이라는 측면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웹소설인 <마성의 카운슬러>를 본적이 전혀 없었다. 이 책에 상담 사례로 나온 사람들은 모두 <마성의 카운슬러>의 팬들이고 그 소설들을 읽으며 위안을 받고 있는 독자들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 부분에서 많은 공감을 하지 못했다. 웹소설을 읽었다면 그에 대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이 책을 조금 더 재미있게 읽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웹소설인 <마성의 카운슬러>를 읽은 분들에게 실전편으로서 추천하고 싶었다.

 

책 전체적으로 글자 간 여백이 여유있고 중간에 중요한 부분은 노랑색으로 강조해 놓았고 중간 중간에는 재미있는 그림들이나 캐리커쳐가 들어가 있어서 쉽고 재미있게 읽을만 했다. 이 책에는 좋은 남자를 고르는 법에서부터 짝사랑이나 풋사랑의 애송이들의 사랑과 썸에서 연애의 줄다리기, 남자의 연애 스타일, 바람이나 나쁜 연애 등에 대한 조언, 그리고 결혼을 결정하는 순간과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 등이 소개되고 있었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나쁜 연애에 대해서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점이었다. 상대방이 상담자를 이용해 먹고 버리는 가벼운 상대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과 상대방이 자신에게 마음이 없을 때의 행동 등에 대한 냉철한 분석은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도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 외에도 중간에 이별하는 남자의 말이 인상깊게 다가오기도 했다.

 

어쨌든 연애 문제에 대한 상담 사례를 더 많이 모아서 책으로 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더 특이한 케이스도... 개인의 사생활이 걸려 있으니 구체적으로 적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마성의 카운슬러>라는 웹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는 용기 있는 도전이다. 요새 사람 간의 인연과 만남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책을 읽게 되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도 사람에게 다가서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 알 수 있는 걸까? 생각만 하는 것은 상처받지는 않을지라도 어떤 관계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실제로 용기를 내는 것이 진짜 인연을 엮어나가는 행위라는 사실을 말이다.

 

 

* 네이버 책콩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새 이벤트로 받은 것들이 몇 가지 된다. 흔적을 남겨 놓지 않으면 어느새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ㅠㅠ

이벤트 선물을 받았을 때의 기쁨과 즐거움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으로 남겨놓아야 겠다^^

 

네이버 '블랙 로맨스 클럽'이라는 카페에서 실시한 이노우에 유메히토의 <마법사의 제자들>이라는 책을 읽고 쓴 서평이 우수 리뷰어로 선정되어 받은 이벤트 선물이다^^

 

 

 

 

알라딘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진행한 이벤트로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를 읽고 쓴 리뷰로 받은 선물이다~ 클래식 북다트북엔드를 받았는데,,, 북다트는 찍지 못하고ㅠㅠ 북엔드만 올려 놓는다. 근데 북엔드는 대체 어떤 모양이 될지...ㅋ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애(厚愛) 2015-08-2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벤트 선물 모두 좋아요~
축하드립니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바람향 2015-08-22 12:14   좋아요 0 | URL
네~~ 소소한 즐거움이죠^^ㅋㅋㅋ
후애님도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ㅎㅎㅎ

해피북 2015-08-22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ㅎ 보기만해도 기분 좋아지는 선물꾸러미 입니다^~^

바람향 2015-08-22 16:56   좋아요 0 | URL
어떤 선물이든 받으면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선물`이라는 말 자체에 담긴 즐거운 이미지가 좋네요^^ㅎㅎ 해피북님~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ㅎㅎㅎ
 

 

창닫기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서평단 당첨자를 공지해드립니다.


 


 


이벤트 당첨자

 

바람향

이상 열 분입니다.

도서는 8월 19일(수요일) 발송 예정입니다.


★ 서평단 분들은 꼭 지켜주세요

1. 당첨되신 분들은 해당 글에 비밀댓글로 책을 수령하시는 분의 성함/연락처/주소를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8월 20일까지 댓글이 달리지 않으면 서평단 당첨을 취소합니다.)

2. 도서 수령 후, 9월 6일까지 알라딘에 도서 리뷰를 반드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3. 업로드한 서평 URL을 해당 당첨자 발표 게시글에 댓글로 달아주셔야 완료됩니다.


(URL을 달아주지 않으면 서평 미완료로 기록되어

추후 진행되는 서평단 모집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서평단 모집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음에도 더욱 좋은 신간 서평단 모집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버드 박스
조시 맬러먼 지음, 이경아 옮김 / 검은숲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알 수 없는 공포 속을 더듬거리다

 

 

눈을 감고 길을 걸어보자. 얼마만큼 걸어 갈 수 있을까? 한 정거장도 가기 힘들 것이다. 아무리 지팡이로 땅을 두들기더라도 내 앞에 무엇이 있는 건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주기 마련이다. 내가 무엇을 만지고 있는지, 내가 만지는 거 외에 어떤 게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소재의 문학과 영화 등이 많이 만들어져 왔다. 대표적으로는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일 것이다.

 

최근 지구가 종말한다는 내용의 작품이 많아진 것 같다. 전염병이든 좀비든 어떤 사건을 계기고 우리의 세계가 종말을 맞이했다. 그러한 종말 속에서 힘들 게 생존한 인간들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현재의 불안한 여러 현실들이 이러한 묵시록적인 미래를 만들어 내게 하는 건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구가 종말을 맞이한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고 씁쓸하게 만든다. 이 책의 번역자도 번역을 하다가 무수히 작업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잔인하고 엽기적인 장면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이 종말을 고하고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오랫동안 갇혀 지내야 한다는 사실은 가만 있는 사람도 미치게 만들 것이다. 집에만 있으면 얼마 못 견디고 답답해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책속의 인물들은 뭔가를 봐서도 안되기 때문에 창을 모두 막아 놓은 상태다. 그런 곳에서 인간은 얼마를 버틸 수 있을까? 우리가 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 존재도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걸 본 인간은 모두 미쳐서 죽었기 때문이다. 죽지 않은 인간도 반쯤은 미친 인간이 되기 마련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어느 날, 러시아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한다. 원한 관계가 없는 일반인이 갑자기 누군가를 죽이고 자살을 한다. 처음에는 별 일이 아니라고 치부하지만 점차 세계 곳곳에서 그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왜 갑자기 사람들이 미치게 된 것일까? 점차 그 사람들이 '뭔가'를 봤다는 걸 알게 된다. 나중에는 그 뭔가를 결국 '크리처'라고 부른다. 어느 누구도 그 뭔가의 확실한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크리처라고만 부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간에게 금기는 그것을 깨고자 하는 욕구를 심어준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슬픈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오르페우스가 하데스로부터 아내를 데리고 나오면서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듣는다. 하지만 아내가 뒤따라 오는지 너무나 궁금했던 오르페우스는 결국 금기를 깨고 만다. 이게 인간이 어리석기 때문인 걸까? 아니면 금기는 깨라고 있는 것이기 때문일까? 이브가 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먹지 말아야 할 선악과를 따 먹은 것처럼, '금기'라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무수한 유혹에 시달린다.

 

이 책에서도 자꾸 "눈을 감아. 눈을 뜨지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눈을 뜨고 싶은 감정이 소용돌이 쳤다. 내가 만약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까? 내 옆에서 나를 만지는 뭔지 모를 손길과 숨결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내 앞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게 무슨 일인지 궁금한데도 눈을 뜨지 않고 버텨낼 수 있을까? 나는 못 견딜 것 같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실눈이라도 뜨고 볼 것 같다. 그게 어떤 끔찍한 광경이라도 말이다.

 

더듬더듬 손을 내민다. 내가 만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도 전에 마음 속에서 비명을 지른다. 마음의 눈이 그게 무엇인지 먼저 확인이라도 한 듯이 말이다. 세기말적인 묵시록이 가슴을 답답하게 뒤흔든다. 모두 닫혀진 문들, 뭔가로 덮여 창 밖의 빛조차 들어오지 않은 밀폐된 방, 얼마 남지 않은 식량, 눈을 감은 상황에서 들려오는 무수히 많은 소리들로 우리의 공포심은 극에 달한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이 고개를 쳐든다. 우리가 있는 공간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이곳을 버리고 어딘가로 떠나기에는 두렵다. 그 길에서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떠나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이렇지 않을까? 두려움과 공포가 우리의 발목을 집어 삼키고 있는 것이다. 그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내고 떨쳐 일어나야지만 더 나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맬러리가 조금 더 나은 은신처를 찾아내 자신과 아이들을 의탁한 것처럼 말이다. 그곳에서 인간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조금씩 문명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었다. 밖의 세상은 뭔지 모를 크리처들이나 미치광이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인간은 살아남을 것이란 희망이 있는 것이다...

 

 

* 인터파크 검은숲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