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높새바람 35
오시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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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일어난 기이하고도 신기한 일

 

 

최근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을 많이 읽고 있는 편이다. 이 책은 동화책의 분량이 짧은 편이지만, 그것보다 더 짧은 6편의 단편 동화가 실린 책이다. 표지에서부터 느낄 수 있듯이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뭔가 이상하고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아이들 세계에서 제법 심각한 일들을 다루고 있다. 학교의 왕따 문제,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문제, 가정 폭력 문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보다는 심각하지 않지만, 아이들에게는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얘기들도 다루고 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가 있거나 다들 보기 싫은 시험때문에 일어난 일도 있었다. 그만큼 현재 어린 학생들이 고민하고 공감할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6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정말 초등학교 고학년이 읽기에 적합한가 싶은 내용이 있기도 했다. <낯설고도 익숙한>이라는 단편동화는 가정 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불편한 생활과 함께 나타나고 있는 아버지로부터의 폭력 상황은 학생들이 읽기에 적절한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았다.

 

<내가 너에게>라는 단편은 괴롭힘으로 자살한 혼령의 입장에서 적혀 있었는데, 과연 학생들이 읽고 이해하기 쉬울까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의 처음에 나온 단편이 너무 모호하고 애매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 않나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너에게'라는 단편이 이 동화책의 표제작이 된 이유도 궁금했다.

 

<숨바꼭질>은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민지가 담벼락에 붙어 살아 움직이는 이끼 덕분에 다른 친구들을 사귀게 된 내용이었다. 어른이든 아이든 친구는 무척 소중한 관계가 된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는 그때 친구는 자신의 모든 세계를 구성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게 마련이다. 무엇이 계기가 되었든 무서운 마음을 누르고 친구들에게 다가간다면 막상 그들과 친해지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그날의 오늘>은 매일 지각하는 동규가 선생님과 학교에 빨리 오자는 내기를 건다. 동규는 내기에서 이기려고 하다가 과거의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고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과거의 사건 자체를 바꾸기가 힘들다. 그래도 미래의 동규는 과거의 동규에게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게 되고, 그것이 미래의 동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어느 단편보다 재미있게 읽혔는데, 과거의 사건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아이의 심리가 재미있었다.

 

<문門>은 생각보다 도덕이나 교훈성이 강하게 드러났는데, 자신을 괴롭히며 힘을 과시하는 아이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는 주제가 조금은 빤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헛것>은 보통 시험을 볼 때면 다들 한번씩 상상해 본적이 있는 것을 소재로 삼았다. 시험 공부를 안 했을 때, 마음만 급한 상황에서 우리는 학교가 무너지거나, 폭우나 눈이 엄청 쏟아지길 바라지 않았는가. 그것처럼 시험을 피할 핑계가 마련된 아이들이 즐거워 보였다. 늙은 고목이 아이들의 마음을 알고 소원을 이뤄준 것 같았다.

 

다양한 단편동화를 읽어서 좋았다.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러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서 작가는 이런 글을 썼다고 했는데,,, 아이들이 고통스럽지 않고 마음의 고민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란다.

 

 

* 인터파크 평가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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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떠나버려
아녜스 르디그 지음, 장소미 옮김 / 푸른숲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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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펼쳐

 

 

이 책 속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 줄리에트라는 간호사가 있다. 어느 날, 아기를 구출하려다 9층에서 떨어진 로미오라는 소방관을 만나 간호하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불멸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그들의 운명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것일까? 어쨌든 그들은 첫눈에 반하여 열정적인 사랑을 하기보다는 서로에게 위안을 주고 받는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 간다. 이 책은 육체적인 사랑을 나누고 있는 관계가 아무런 의미 없는 무의미한 관계일 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줄리에트는 오랫동안 함께 동거해 와서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할 수 있는 로랑에게 어떤 위안도 받지 못한다. 로랑은 은행에서 근무하는 능력 있는 사람으로서 돈을 많이 버는 뛰어난 사람이다. 현대 사회의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면, 어디에 내놔도 꿇리지 않을 최고의 남편, 신랑감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로랑이라는 사람의 실상은 어떨까? 그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높았고 더 위로 올라가려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로랑은 줄리에트를 자신이 사랑하는 한 인간으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성적인 욕구를 필요할 때 충족할 수 있는 편리한 애완동물이나 장난감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줄리에트의 친구 관계를 끊어버리고 직장까지도 그만두게 만든다. 그리고 로랑은 줄리에트와 딱히 결혼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고, 그녀와의 사이에 아기를 낳는 것도 싫어했다. 그래서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맞추지 않는 줄리에트에게 성적인 폭력을 행사하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이러한 폭력 속에서 줄리에트는 어느 날 발생한 불행한 사고를 계기로 로랑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기 위한, 자신을 되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줄리에트를 마음으로부터 사랑한 로미오가 그 뒤를 쫓는다. 나이 차이 등의 어떤 장애도 그들에게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서로를 위하고 존중하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가치관이 바로 '존중'인 것이다.

 

이렇다 할 큰 사건이 없는 이 책에 대해 말해주고 싶은 점은 마음에 다가오는 좋은 말들이 무척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는 조금 교훈적인 얘기들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면이 있어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아래에 좋은 말들을 따로 적어 놓겠으니,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참고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성으로서 왜 자신을 얽매이는 나쁜 남자에게 벗어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줄리에트를 통해서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어느 하나에 얽매여 우리의 자유가 구속되어진 상태가 아닐지 스스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특히, 문제가 있는 상대방과 여러가지 이유로 헤어지는 게 두려운 사람들에게 말이다. 아니면, 지금 마음이 답답한 사람들에게,,,

 

삶은 나를 괄호 속에 가둬버린 채 계속되고 있다. 괄호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다. 나는 이 망할 괄호 속의 말줄임표가 되고 싶지 않다. (62쪽)

 

침묵하는 사람은 괴롭지 않다고 누가 그러는가? 사회가 강요하는 모습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고 침묵하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회 생활을 하면 울 권리도 없고, 웃을 권리도 없으며, 사랑하고, 애착을 가질 권리도 없다. 분노는 억눌리고, 웃음은 의심받는다. 하물며 친절함은 말해 무엇할까. (114쪽)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눈을 크게 떠봐요. 인생엔 우연이 없어요, 정말이에요. 운명이 우리를 위해 합당한 이유를 담아 밑그림을 그려놓죠... 늘 답이 있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더러는 즉각 알 수 있지만, 더러는 뒤늦게 알게 되기도 하거든요. 아예 모를 때도 있고요." (246쪽)

 

"...그 사람한테 혼자 있고 싶다고 편지를 쓴 이유는 내가 혼자라는 기분이 들고 그가 나를 위로하러 와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알리려는 거라고." (279쪽)

 

어쨌든 우리 모두는 고통을 겪고, 이 경험이 우리에게 앞으로 걸어야 할 길과 피해야 할 길을 알려준다. 다음 번에는 조금 덜 고통스럽도록. 우리는 때로 폭력을 피해버리면 다른 것을 죄다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폭력을 받아들이고, 남아서 견디는 편을 택한다. 다른 모든 것들이 더는 아무 의미 없어질 때까지. 현재 겪고 있는 시련이 익숙해져서 견딜 만해지는 순간부터 우리는 완전히 고립되고, 거짓 환상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견뎌나간다. (311쪽)

 

 

* 네이버 책좋사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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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 유독 마음을 잘 다치는 나에게 필요한 심리 처방
최명기 지음 / 알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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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상처에 지친 마음을 달래기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라고 하는 '트라우마'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작은 마음의 상처는 무심하게 지나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런 작은 상처가 쌓이고 쌓이면 더 많이 아프고 내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칠 때가 있다. 작은 상처는 평소에 치료할 생각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송곳 같은 말, 서늘한 표정, 무심한 태도 등에 우리는 기분이 울적하거나 우울해지는 걸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서운한 마음은 다른 누군가에게 속시원히 말하기 힘들다. 어쩌면 속좁은 사람이 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해 오히려 담배나 술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평소에 운동 등으로 건전하게 풀지 않는다면 서운한 감정이 쌓이고 쌓여 더 큰 분노를 불러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요새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이럴 경우에 작은 상처는 권총의 방아쇠와도 같은 작용을 한다. 그리고 이런 작은 상처로 받은 감정들에 사로잡히면, 하루 이틀 잠이 안 오는 것은 기본이고,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 일이나, 농담, 잔소리에도 벌컥 화를 내다가 치가 떨리고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어느 누군가에게 들은 상처되는 말, 누군가에게 받은 무시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해져서 내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작은 상처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상처를 주는 사람과는 상종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게 중요한 사람일 경우에는 미움을 받을 각오를 하고 더 이상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관계를 차단한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 면을 보여주게 되고 상대방도 조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 상처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마음을 단단하게 단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자신의 마음을 단련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자존감이 높고 주관이 확실해야 한다.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인 것 같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없고 남의 말에 휩쓸려서 쉽게 상처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뭐라고 해도 '나의 길'을 갈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이 나를 나로서 지키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마음의 단련을 위해서는 먼저 몸이 건강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열등감을 줄이기 위해 약점을 강화하거나 장점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인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남에게 기대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뭔가를 안해줬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상처를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위험에 맞서 달아나는 것은 비겁한 것이 아닌 현명한 행동이라고 한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안 되는 걸 억지로 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인정하고 쿨하게 내려놓는 자세도 멋지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전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 억지로 힘들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화두 같았다.

 

실제로 나를 상처주는 사람을 대하는 실질적인 내용도 있었다. 먼저 그 사람에 대해서 모르는 척하며 무시하기 전략을 사용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절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꼭 상대방에게 미안하거나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걸려 거절을 어려워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회 생활을 하면서는 반드시 거절해야 할 일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거절하더라도 생각보다 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어떻게든 세상은 굴러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리고 내가 거절한 것 때문이든, 아니면 상대방이 듣기 싫은 말을 해서든, 어쨌든 사이가 멀어지는 걸 무서워하지 말자.

 

우리의 일상에서 상처를 받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해 놓은 책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가끔 읽는 것만으로도 속상할 때가 있다. 무엇보다도 작은 상처에 휘둘리지 않도록 우리의 마음을 단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 네이버 책좋사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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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던 사이언스 - 무엇이 왜 과학의 무대에서 배제되는가
현재환 지음 / 뜨인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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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제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과학 지식

 

 

이 책을 처음 읽고 난 후에 느낀 것은 일반 대중을 위한 과학 서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사회 문제를 다루는 수준이 높았고 참고 서적의 내용들도 어느 정도의 전문적인 논문을 바탕으로 한 것 같았다. 그래서 과학 지식을 대중적으로 접근하려는 입장을 지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조금은 버거운 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책 목차를 보면, 분명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어서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었다. 성차별주의자들의 여성호르몬에 대한 인식, 인종주의자들의 열등한 인종과 우월한 민족에 대한 인식, 최근의 구제역이라는 문제, 신자유주의 시대의 건강 불평등, 미국의 광우병과 삼성백혈병 문제, 그리고 후쿠시마의 방사선 음식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 문제 등을 다루고 있었다. 이 정도면 우리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회 문제이기 때문에 필자의 생각을 쉽게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을 쉽게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전체적으로 문제를 다루는 자료 인용과 생각을 전달하는 데에 있어서 조금 딱딱하고 학술적인 문체라는 것은 제쳐 놓고 생각해 보면,,, 솔직히 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용의자 X의 과학'과 '언던 사이언스'에 대한 개념 정의가 확실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러한 개념 정의가 확실히 되어야지 그 다음에 다루고 있는 사례들도 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을 텐데,,, 읽다 보니 내가 처음에 받아들인 개념 정의와 필자의 주장이 핀트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읽다 보면 필자의 관점이 이해되겠지,,, 하고 계속 읽었는데, 더 난해한 세계 속으로 빠져든 기분이 들었다.

 

'용의자 X'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로 유명한 <용의자 X의 헌신>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그 책을 읽었기 때문에 용의자 X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과학적 지식을 마음대로 이용하는 사람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책에서도 '용의자 X'가 '기업, 정부, 언론 등 권력기관이나 정치적 음모를 꾸미는 배후세력 같은 용의자 X들이 진실을 은폐하거나 오도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필자는 이러한 '그들의 음모를 폭로하여 과학이라는 진리를 왜곡하는 정치적 술수로부터 해방시키려 노력하고자 한다.'

 

그런데 읽다가 보면, 필자는 이러한 용의자 X에게 이용당한 과학은 '과학 자체를 순수하고 가치중립적이며 확실한 답을 제공해 주는 진리의 집합체'라고 믿게 만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 필자는 과학에 대한 이러한 지위를 밑으로 끌어내리고, 과학 또한 사회적·정치적·문화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어떠한 종류의 지식들이 주로 생산되었고, 그 결과 어떠한 지식들이 무시되고 배제되었다고 보았다. 이러한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언던 사이언스'라는 용어를 빌려 사용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과학'이 누군가에 의해서 이용되고 가치중립적인 지식 체계가 아니라, 과학의 지식 자체도 어느 이익 집단의 입장이 반영되어 있는 체계라는 입장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과학 논쟁과 과학기술의 논의에서 무엇이 과학적으로 옳고 그른지에 대한 내용보다는, 왜 어떤 것이 과학적으로 옳다고 판단되고 다른 것은 틀렸다고 간주되는 것인지 검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어떤 사례에 대한 필자의 주장을 내세우기 보다는,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과학적 접근과 판단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과학적인 분석과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사례에 대한 필자의 판단이나 평가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어떤 확실한 결론을 원하는 나같은 일반 독자의 경우에는,,, 아무리 내용이 많아도 정작 필요한 내용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과학적인 방법론에 대한 문제제기에 이르는 과정이 전문 용어의 사용과 너무 많은 인용들로 인해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은 필자의 생각에 접근하기가 상당히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고 과학 자체의 분석 방법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한 필자의 생각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인터파크 신간리뷰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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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시간의 한국사 여행 1 - 도전과 응전, 새 길을 열다, 선사 시대에서 고려까지 36시간의 한국사 여행 1
김정남 지음 / 노느매기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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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최근 역사책을 몇 권 읽었다. 원래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많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역사와 관련된 책들을 관심을 갖고 찾아 읽어보게 되었다. 어떤 시험을 대비하여 단답식의 지식을 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역사 전체를 아우르는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기를 원했다. 이 책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쓰여진 책일까?

 

이 책은 먼저 현직에 있는 역사 교사가 집필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고등학교나 대학교 수준의 역사 교과서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원래 역사책에는 필자의 평소 생각이나 관점들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느 하나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한 시각을 유지한 채 작성이 되었다. 역사가도 사람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필자는 그런 문제들을 토론거리로 남겨두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책의 내용은 깔끔한 편이다. 고대의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부터 군장국가와 고조선 국가를 지나, 삼국시대와 고려시대까지 서술하고 있다. 각 시기마다 유물과 사회적 배경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고, 삼국시대의 패권을 다투는 과정을 시대 순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실제로 역사 교과서로 사용해도 될 정도로 편집이나 구성이 깔끔하게 정리된 편이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어떤 문제제기를 하면서 다양한 질문들을 던졌다. 그 질문들을 중심으로 역사의 다양한 면을 살펴보고 있었다. 사진, 그림, 지도 등을 통해 읽는 사람의 이해를 돕고 있으므로, 역사에 대한 기본 교재, 입문 교재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필자는 역사 교과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거의 빠진 채로 다루고 있지 않았다. 또한 일본의 역사왜곡이나 중국의 동북아공정 등에 대한 문제도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역사토론에 대한 관심을 채우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리고 위에서 여러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고 했는데, 가끔 그 질문들의 답이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있어서 조금 의아했다. 그럴 때는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여 답을 찾아내야 하는데,,, 역사 교과서를 지향하는 책이라고 하기에는 아쉽다고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역사책의 기본 교재로서 무난했다. 깔끔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나로서는 필자의 관점이 더 드러났으면 하는 점이 아쉬웠지만,,, 어느 누구의 관점이 거의 배제된 채 역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입문서를 찾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 네이버 책콩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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