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 소비와 절제 인성학교 마음교과서 3
김경옥 지음, 이현주 그림 / 상상의집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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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착한 소비를 해야 하는 건가요?

 

 

요즘엔 어린이를 위한 경제 동화가 예전보다 부쩍 늘어난 것 같다. 단순히 용돈을 모으는 용도로 쓰이는 용돈기입장 정리를 벗어나서 경제 원리를 쉽게 설명하는 책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경제가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경제적인 사고방식을 길러서 나중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덜 겪기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이 나타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소비 습관을 형성해 놓는 것이 어른이 됐을 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용돈을 모으고 그것을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은 함부로 사지 않는 습관이 바로 어른이 됐을 때 신용카드를 함부로 긁지 않도록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차원에서 어린이들에게 물건을 사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돈을 모으는 것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실제로 요새 아이들이 경제 동화를 스스로 찾아 읽는 것을 보면 본인들도 경제에 대한 필요성이 형성되어 가는 것 같아서 대견하면서도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빨리 어른이 되어 버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민호 가족은 버는 것에 비해서 지출이 많은 편이다. 서점을 운영하는 엄마는 아끼려고 하지만, 아빠와 민호는 이것저것 많이 사는 편이었다. 아빠는 금요일마다 민호와 마트에 가서 먹을 것을 잔뜩 사왔고 민호도 마트에 가서 눈에 들어오는 장난감을 샀다. 그런 민호네 옆집으로 독일에서 래연이네가 이사온다. 래연이네는 물건을 아끼고 채소를 직접 키우면서 살고 있었다. 민호와 엄마는 그런 래연이네에게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

 

민호의 엄마는 어느 날, 인터넷을 하다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남편과 민호에게도 11월 마지막 날을 아무것도 사진 않는 날로 만들자고 하였다. 민호는 반대하지만 아빠는 흔쾌히 찬성하여 각서를 쓰기도 했다. 민호의 엄마는 래연이 엄마인 콜라비 여사와 얘기하다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기념하여 동네에서 물물 교환의 이벤트를 열자고 의기투합하게 된다.

 

그렇게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이 다가왔다. 그런데 하필 그날 민호가 정말 사고 싶었던 조립 장난감이 근처 문방구에서 50% 세일에 들어갔다. 점포를 정리한다면서 그날 하루만 그렇게 판다는 것이다. 민호는 돈을 적게 쓰는 것이 엄마에게 효도하는 거라는 이상한 논리를 갖다 붙이며 조립 장난감을 사려고 한다. 그런데 지갑을 들고 나가는 것을 엄마에게 들키고 만다. 민호는 자기 용돈으로 정말 사고 싶은 물건을 사지 못하자 엄청 화가 나서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빠까지 나서서 그런 민호를 혼내지만 민호는 감정이 격해져서 아빠에게도 소리를 지른다. 그렇게 민호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자, 평소에 거의 화를 내지 않던 엄마가 공중으로 영수증 더미를 던지고 말았다. 그리고 엄마는 너무 쓸데 없는 데에 돈을 쓴다며 화를 내며 통장을 내놓기까지 했다. 결국 민호네 가족은,,,

 

어느 가족이나 이런 문제로 부부 싸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누가 얼마나 슬기롭게 이겨 내느냐가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한 가족으로서 서로 서로를 생각하고 노력해야지만 가정이 화목해질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 사람만의 노력만으로는 가정이 유지되기가 힘든 것이다. 요즘처럼 가정이 쉽게 깨지는 시대라면 더욱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물물 교환 장터에서 민호는 래연이와 함께 웃었다. 래연이의 입에서는 치아 교정기가 빛을 발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래연이의 치아 교정기에 작가의 주제의식이 반영되고 있어서 특별히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았다. 삐뚫어진 치아를 교정기로 교정하는 것처럼, 삐뚫어진 소비 습관이 있다면 교정해야 한다는 작가의 의식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에 경제와 소비, 절제, 착한 소비, 지구 환경을 위한 소비 등을 교사나 부모님과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페이지가 마련되어 있어서 좋았다. 조금은 그 내용이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 같았지만 경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아이들이라면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지구를 위한 착한 소비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 인터파크 신간리뷰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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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온 마고 할미 돌개바람 3
유은실 지음, 전종문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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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무섭지만 그리운 우리네 할머니

 

 

우리는 우리의 전통을 얼마나 가꿔 나가고 있을까? 하루하루가 너무 정신없이 지나다 보니, 옛것을 지키거나 새롭게 변형해 나간다는 일이 많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동화에서는 전통 문화나 설화, 전설 등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풍성하게 남아 있는 편이다. 그래도 설화나 전설 등의 얘기를 오늘날의 현대적인 의미로 재해석하고 되살리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 속에 남아있는 '마고 할미'를 되살려 낸 책이 있었다.

 

요즘 하도 경제가 어렵다 보니 맞벌이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다. 젊은 층에서는 그것마저도 감당하지 못해 결혼과 출산까지도 포기하고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아이들은 학원으로 내몰리거나 집에서 혼자 지내는 경우가 늘었다. 어쩔 수 없어서 돈을 벌지만 집에 혼자 있을 아이가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집에서 일하는 분을 쓰는 경우도 생겼는데, 이 책도 이런 경우를 다루고 있었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가 있다. 엄마는 웨딩플래너로 돈은 많이 벌지만 너무 너무나 바쁘다. 그동안 바깥일과 집안일을 함께 해오던 아빠는 너무나 지쳐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윤이네는 집에서 가정일을 돌봐줄 할머니를 모신다. 그 할머니는 좋고 싫은게 분명하고 괴팍하고 무섭다. 하지만 집안일은 너무나 완벽하게 해내는  슈퍼 할머니였다. 윤이는 한 시간에 열 두 반찬을 해놓는 할머니를 요정이거나 마법사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윤이는 어느 날 우연히 마고 할미 전설이 실린 책을 읽게 된다. 그런데 그날 우연히 할머니가 옛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주 먼 옛날 얘기, 그러니까 세상이 만들어졌을 때의 여러 이야기들을 할머니가 직접 보고 들은 걸로 표현하고 있었다. 윤이는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할머니가 바로 마고 할미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어린 아이다운 호기심으로 할머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녀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윤이는 모두가 잠든 밤에 할머니가 한복을 입고 나풀나풀 춤을 추는 것을 보게 된다. 근데 그것을 들켜 버리고 말았다. 그 다음으로 일어난 일은,,,

 

윤이는 처음에는 할머니가 카랑카랑하고 괴팍하고 깔끔을 떨어대서 무섭기만 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자신에게 해주는 옛이야기들이나 집을 든든하게 지켜주면서 자신을 맞아주는 것 등을 겪으면서 윤이는 그녀에게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다. 그만큼 할머니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갔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윤이는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거리 조절에 실패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윤이는 오랫동안 할머니를 기억하고 그리워 할 것이다.

 

이 책에서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마고 할미의 말투였다. "난 ~하는 게 제일 싫어."라고 단정적인 말투로 단호하게 말했는데, 그게 입버릇처럼 남아서 어쩔 때는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신 할머니가 많이 생각났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옛날에 세상을 창조해 내었던 여러 신들이나 정령, 어떤 무언가들이,,, 오늘날에도 남아 있다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잃지 않은 어린이들은 아직도 그런 존재들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어쨌든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우리 곁에서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다. 아니면 먼 옛날에 이미 사라져 버리고 지금은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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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축일기 - 어쩌다 내가 회사의 가축이 됐을까
강백수 지음 / 꼼지락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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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장인들이여, 일어나라!

 

 

이 책을 읽고 왠지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떠올랐다. 얼마 전에 '사축'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사축? 이게 뭐지? 했는데,,, 참 씁쓸하게도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장인들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길들이려고 하는 가축으로 대한다는 회사 오너들의 오만한 생각을 한 마디로 보여주는 말일 것이다. 이런 말이 만들어지고 책의 제목으로까지 등장하는 우리의 현실이 참 씁쓸하고 슬프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회사를 소재로 하는 '웃픈' 이야기는 넘치도록 많다. 모든 힘든 일은 떠맡아 하지만 결국 재계약이 되지 않아 직장을 떠나야 하는 불안정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미생>, 최근에 화제를 모으고 있는 <송곳> 외에도, 웃기지만 그 속에서 회사 생활의 약육강식을 꼬집는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편 등이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왜 회사와 직원들은 함께 공존하며 성장하는 관계가 되지 못하고 있는 걸까? 80년 대부터 경제가 급속도록 발전할 때는 회사와 직원들이 맨땅에 헤딩을 하는 것처럼 달라 붙어서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추억팔이가 넘쳐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당시와 오늘 날의 회사가 많이 다를까? 그 때나 지금이나 박봉에 야근도 많이 하고 윗사람 눈치도 보고 일을 못해서 많이 깨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를까??

 

그 때는 그래도 회사를 키워 나간다는 '보람'은 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성과를 내면 그만큼 좋게 평가를 받아 승진을 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금보다는 회사에 오래 재직하고 있을 확률도 높았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낙타가 바늘 구멍을 뚫는 것보다 더 힘든 구직 활동 후에 겨우 들어간 직장,,, 그곳에는 그곳만의 법칙이 확고한 틀로 만들어져 있다. 그 틀에 겨우 적응하려는 찰나에 정규직이 아닌 인턴이나 계약직인 사람은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불안에 떤다. 그러다 정규직으로 일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언제 잘릴지, 회사가 망하게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한 미래 때문에 삶을 즐길 여유 따위는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노후 생활이나 제2의 인생을 위해서 일 외에도 계속 무언가를 배워야 하고,,, 그 이후 직장에서 40~50대에 잘려서 창업을 해도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일에 대한 성취감도 보람도 없다. 회사 일에 대해서 내 열정을 불태울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저 윗사람에게 "네네~"하며 비위를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감내하며 살아갈 뿐이다. 대체 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 한 명의 사람이 아니라,,, 그저 쓰다 버리고, 금방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생각, 직장인이 사람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하다고 인식하면서, 무조건 회사의 단기적인 이익에만 목을 매달고 있는 회사 경영자들의 무모한 사고방식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사축일기>에서 직장인들은 동물들 중에서 가장 약한 존재인 '토끼'로 표현된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토끼는 어째 밟아도 밟아도 그저 당하고만 있는 존재같다. 눈은 벌게지지만 말이다. 마음은 있는데 그걸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히고만 있는 우리 모두의 모습일 것이다.

 

이 책은 회사 생활의 다양한 모습들을 짧은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었다. 앞 부분은 시처럼 짧은 이야기에 직장인들의 애환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걸 읽으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 얘기에 공감하며 애잔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누군가의 다정한 위로, 프리 허그가 필요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이 특히 인상 깊었다. 마지막에는 이제 막 신입사원이 된 직장인의 회사 생활에 적응하는 분투기가 그려지고 있었다. 신입사원은 타임리프를 하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자신의 회사 생활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타임리프를 이용한다. 그런데 그런 타임리프 능력을 이용해도 완벽한 회사 생활을 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해도 혼나고, 저렇게 해도 혼나고,,,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더 혼날 걸 알지만, 신입사원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결근을 선택하고 만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결과를 알 수 있다면 인간은 완벽한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그때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어쨌든,,, 열심히 살려고 해도 맘처럼 쉽지 않은 게 우리의 인생이고,,, 특히, 직장 생활일 것이다. 그래도 열심히 살려고 애쓰는 모든 직장인들을 위해 파이팅을 외치고 싶다~!!!

 

겨우 몇 마디 핀잔을 듣는 것이 무엇이 대수냐고, 그걸 참아내는 것도 다 사회생활이라고 스스로 이야기해보지만, 지금 당장 괜찮아도 이런 생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이 없어집니다. 매번 옳은 선택을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선택한 것이 오답이라면 무엇이 정답이었는지는 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오늘처럼 정답은 '답 없음'. 언제까지 이렇게 답 없는 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까요? 나는 직장생활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까요? 아니,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192쪽)

 

 

* 네이버 책콩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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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관 1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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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승리자를 위한 풀잎관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중 2부가 나왔다. 전에 교유서가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1부의 <로마의 일인자>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이후에 출판사인 교유서가의 서평단 참여 제안 메일을 받고 이렇게 <풀잎관>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로마의 일인자>를 읽으면서도 느낀 거지만, 콜린 매컬로는 인간의 다양한 군상들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았다. 특히나 권력과 명예에 대한 욕심과 그것을 채우기 위한 돈에 대한 욕심은 로마시대나 지금이나 전혀 변한 게 없었다. 그렇다면 옛날 로마시대가 행복할까, 아니면 지금이 더 행복할까? 로마시대의 정치가들도 지금에 못지않게 돈에 대한 욕심은 많았다. 하지만 지금과 다른 점은 '로마'라는 나라에 대한 애국심은 투철했다는 점이었다.

 

로마시대의 정치인들은 '로마의 시민'이라는 사실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며 살았다. 로마의 시민으로서 정치적인 선거에서 1표를 행사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며 재산을 불리고 용기를 내어 전쟁에 나갔다. '로마의 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리기 위해 그들은 먼저 자신들의 나라를 위해 행해야 할 의무는 철저하게 지켜야만 했다. 전쟁에 나갈 갑옷을 사비로 마련해야 했고 선거에 나가기 위해 개인의 재산을 국가에 내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날의 정치판은 어떨까? 어떤 장관이나 국회의원 등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청문회를 보면 본인들이 먼저 위장전입이나 군대 면제, 세금 탈루 등의 문제가 발견되고는 한다. 그에 대한 변명으로 지금 세금을 내면 된다, 죄송하다, 잘 하겠다는 사과 한 마디로 면죄부를 받는다. 그리고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이 남는다. 그러면서 우리는 범죄 행위에 대해 점차 가볍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우리들의 생각은 어느새 청소년들에게도 전염된 것 같다. 범죄 행위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을 때, 돈만 많이 받을 수 있으면 범죄도 상관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어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을 때,,, 우리 사회는 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어쨌든 이번 <풀잎관>에서도 루키우스 모르넬리우스 술라는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은 권력욕과 함께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자 하는 욕구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로마의 일인자>에서부터 그런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그래도 술라보다 더 강렬한 캐릭터가 등장하였는데, 그게 바로 카이피오의 큰 딸인 세르빌리아였다. 세르빌리아는 '어린 악마'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내가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세르빌리아는 자신만의 굳건한 세계를 구축하면서 아빠를 배신하는 엄마에게 죽어버리라고 저주를 하며 상처를 준다. 엄마가 아빠에게 매를 맞는 상황에서도 잘했다며 죽이라고 소리치는 아이를 보며 대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저럴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정작 아빠는 세르빌리아를 친자식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세르빌리아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당연하다며 기쁘게 받아들였다. 어떻게 이런 아이가 있을 수 있을까? 이 아이는 대체 어떤 어른이 되어갈까,,, 궁금하면서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콜린 매컬로는 복잡한 로마사를 생동하는 캐릭터로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상당히 재미있게 읽혔다. 권력과 명예욕에 사로잡힌 로마인들의 모습을 보며 그 시대나 지금이나 전혀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인생무상이 느껴지기도 했다. 왜 우리는 그런 물욕에 사로잡혀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의 고단한 인생살이를 돌아보며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를 다시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어쨌든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아픈 몸을 이겨내고 7번째 집정관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술라가 풀잎관을 받고 권력의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을지,,, 천재적인 면모를 보이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2세가 어떤 활약을 벌이게 될지 다음 책이 무척 기대가 되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가 7부까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그 머나먼 여정에 대한 작가의 열정과 집중력, 필력에 대해서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 문학동네 교유서가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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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봉 로망
로랑스 코세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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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좋은 문학이란 무엇일까?

 

 

'문학'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조선 시대에 많은 양반들은 '소설'을 인간의 정신을 흐트러뜨리는 안좋은 것이라고 여겼다. 김만중의 <구운몽>이나 <사씨남정기> 같은 경우에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정조는 소설 문체까지 쓰지 말라고 벌을 줄 정도로 패관잡기를 우리 사회에서 몰아내려고 애썼다. 그렇게 애썼어도 결국 조선 후기에는 소설의 인기가 하늘 높이 치솟게 되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설이 뿌리를 내리게 되면서 소설에 대한 정체성을 고민하고 연구한 흔적들이 많이 보이게 되었다. 일제강점기 시대나 1970~80년 대에는 사회에 참여해야 하느냐, 문학의 순수성을 지켜야 하느냐,,, 많은 논쟁이 일기도 했다. 어쨌든 많은 책들이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소설들이 있다. 그것은 지금의 베스트셀러와는 다른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일 것이다.

 

이처럼 문학의 고전을 다시 일깨우면서 상업화에 물들지 않는 진정한 소설을 읽는 기쁨을 주려는 곳이 바로 '오 봉 로망'이라는 서점이었다. 나도 청소년기에는 책만 쌓여 있는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하루 종일 읽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었다. 그래서 '오 봉 로망'이라는 서점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었다. 정말 우리 주변에 이런 서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만들어진 '도서정가제'라는 법이 있다. 이게 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법의 취지는 영세한 서점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너무 싸게 팔아서 영세 서점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거의 사라져 버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현실은 영세 서점에 도움이 되는 것도 거의 없이,,, 책의 판매량만 더 낮아지고 사람들이 책을 사서 읽는 수치도 더 낮아졌다고 한다. 책을 더 읽으라고 응원하지는 못할 망정 책을 사려는 욕구마저 뚝 떨어지게 만드는 저 법이 폐지되려면 얼마를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기만 하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도 영세 서점들이 어떻게든 경제적인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도 떠돌았던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서 기획한 이벤트도 재미있었다. 네 가지 정도의 주제를 정하고 그 중의 하나를 주문하면 그에 맞는 책들을 서점 주인들이 골라서 보내준다는 것이었다. 책을 받는 사람이 어떤 책이 올지 모른다는 사실이 호기심과 기대감을 주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영세 서점들의 다양한 이벤트나 온라인 책 판매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이 책에도 나와 있어서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오 봉 로망'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뿌리게 되면서 점차 책을 선정하는 데에 있어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책이 선정되지 못한 반대편 사람들에게 소위 말해 '안티'가 생기기도 했는데, 좋은 책들을 선정하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든 책을 팔려고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사람들과의 대립이 실감나게 그려지고 있었다. 책 문학 시장이 돈이 되는 세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사재기를 통해 일부러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걸 보면,,, 문학 시장도 총성 없는 전쟁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저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좋은 소설을 추구하려는 '오 봉 로망'의 취지는 조금씩 세계 여러 곳으로 뻗어 나갔다. 이러한 주요 줄기 외에도 서점을 차린 이방과 프란체스카, 그리고 이방이 사랑한 아니스의 이야기가 조금씩 곁가지를 치고 있었다. 여기서 이상한 점은 마지막에 나오는 '나'라는 존재였다. 이 책의 처음과 중간 부분은 3인칭 주인공 시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마지막 부분에 1인칭 주인공 시점인 '나'가 등장하는 것이다. 결국 그 존재는 '아니스'였는데,,, 앞에는 아니스가 3인칭으로 표현되고 있어서 갑자기 마지막에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게 무척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책 자체로는 돈이 되지 않는다. 그 책을 사게 만드는 이벤트나 마케팅이 그만큼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다. 그래도 책 자체를 좋아하고 좋은 소설을 서로 읽고 추천해 주는 무리들은 소수이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을 수놓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사람의 취향은 다양하듯이, 즐거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런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프랑스 소설이나 유명한 고전, 작가들의 이름들을 배경지식으로 많이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읽는 재미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그만큼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즐겁게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 예스24 예담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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