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엘레지 - 감탄과 애도로 쓴 종이의 문화사
이언 샌섬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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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종이에 대한 문화사

 

종이는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문화 도구이다. 우리가 자주 마시는 커피의 테이크 아웃 포장지도 두꺼운 종이이고 요새는 페이퍼 백도 많이 생겼고 경제의 핵심인 지폐도 결국 종이인 것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 삶의 동반자였던 종이가 점차 그 자리를 디지털 기기에 내주고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것은 e북이 점차 점유율이 높아지고 상용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이렇게 가다보면 종이는 이 세계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음악 CD가 생기면서 LP판이 사라진 것처럼. LP판을 모으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고대의 유물처럼 현실 생활에서는 동떨어진 물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종이의 운명을 예측하며 애도하는 마음으로 쓴 애도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종이는 멀지 않은 미래에 영영 사라지고 박물관에 전시될 유물이 될 것이다. 책은 e북이 대세를 이루고 다양한 종이는 더 값싼 화학 제품으로 대체되고 지폐도 전자머니가 상용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이에 대한 매력과 향수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아직도 LP판을 찾아다니는 매니아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책에 대한 역사보다는 '종이' 자체에 대한 다양한 문화를 총 망라한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종이를 제작하는 것에서부터 종이를 만드는 나무에 대한 단상, 지도의 탄생, 돈에 대한 문양, 건축 설계도, 종이로 만든 예술 작품, 종이로 만든 장난감, 보드게임이나 직소퍼즐에 대한 내용, 종이접기, 신분 증명서 등등 종이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었다. 특히, 작가의 지식의 폭이 지적인 유희를 느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종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작가 본인도 탐서벽이 있는 게 강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가 책과 도서관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유쾌한 문체로 썼다는 코믹 미스터리 <모바일 라이브러리>라는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유명한 작가들의 탐서벽, 또는 종이나 문구류에 대한 집착에 대한 에피소드가 드러난 부분이었다. 그래서 특정한 색깔의 종이만을 고집해서 글을 적거나 특정한 상품 포장지를 수집하는 집착이 나타나기도 했다. 키플링은 특별 제작한 원고지에 글을 썼고, 발터 벤야민은 친구에게 받은 파란 공책을 선물 받고 무척 기뻐하며 자랑하고 다녔다고 한다. 게다가 건망증이 심했던 톨킨이 <반지의 제왕>을 학부생 시험지 뒤에 썼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또 다른 예로 네 차례 영국 수상을 역임한 글래드스톤은 어느 날 한 서점에 가서 서점 안에 있는 책을 통째로 사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책 보관에 대한 글을 썼는데 넓은 방에 책꽂이를 여러 겹 두면 아마추어 책 수집가가 대략 2만 5천권 정도를 소장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서점 안의 책을 다 사버린다는 것은 대체 어떤 즐거움일까 상상해 보았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 들어가 그곳에 있는 모든 책을 사서 나만의 공간을 꽉 채울 수 있다면 무척 기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중국과 일본에 대한 종이 문화에 대한 내용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한지와 전통 공예인 줌치가 언급되고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줌치는 우리나라 전통 공예이지만 나도 잘 모르는 세계라 많이 부끄럽고 반성하게 되었다. 이것을 계기로 우라나라 전통 공예에 대해서도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종이접기라는 오리가미가 뉴욕 사교계의 명사였던 오펜하이머에 의해서 어떻게 하나의 문화가 되었는지 흥미롭게 기술되고 있었다. 그래서 종이접기가 그렇게 역사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저 어렸을 때 학이나 거북이 등을 접었던 내게는 종이를 접는 종이도 일반 종이와 다른 특수한 종이가 있다는 것과 전시회도 많이 열리고 세계적인 학회가 있을 정도로 활성화 되고 깊이 연구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종이를 접는 것 외에도 종이 오리기에 대한 역사도 오래 되었다. 우리가 알만한 사람으로 안데르센이 사람들 앞에서 동화를 얘기해 주며 동시에 종이를 오려서 자기 이야기를 형상으로 만들어 보여주었다고 한다. 종이 퍼포먼스 아트를 펼쳤던 셈인데, 사람들 앞에서 발레 무용수를 줄줄이 펼쳐 보이며 자기 작품이 잘되었다고 기뻐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종이 작품을 칭찬받는 것을 더 좋아했던 것처럼 보이기도 했단다.

 

종이에 대한 다양한 문화사를 작가와 함께 향유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하지만 그만큼 그러한 지적 유희에 대한 배경 지식이 많지 않으면 여기저기 통통 튀어 다니는 이야기의 맥락을 잡아내어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가끔 있었다. 나로서는 탐서벽에 대한 얘기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기는 했다. 어쨌든 종이는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되어 우리 곁에 언제까지나 어떤 형태로든 머물 것이라 확신한다.

 

 

* 알라딘 반비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우리는 종이로 된 세상에 산다. 종이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 적어도 상상하기가 매우 어려운 건 분명하다. 물론 상상해 볼 수야 있다. 우리는 뭐든 상상할 수 있으니까. 위대한 작가, 화가, 음악가 들이 책, 그림, 음악을 통해 우리에게 상상하는 법을 가르친 덕이다. 우리는 종이로, 종이를 통해, 종이를 이용해서 상상하는 법을 배우고 훈련받았다. 그 덕분에 종이 없는 세상도 상상해볼 수 있다. 그건 죽은 상태나, 태어나지 않은 상태를 상상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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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세기
캐런 톰슨 워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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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구의 재난 속에서의 성장기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구의 자전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환경 오염인 건지 아니면 태양계의 어떤 영향인 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하루가 24시간의 틀이 깨어지게 되었다. 하루가 24시간이 아닌 지구의 환경을 인간은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이러한 물음에서부터 시작되는 책이었다. 책에서는 이렇게 지구의 자전이 느려지는 현상을 어느 순간부터 '슬로잉'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지구에 찾아온 변화를 살펴보자. 그 변화는 제일 먼저 우리의 일상 생활에 시간의 어긋남이 찾아왔다. 하루의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아침이 조금씩 늦어지게 되었다. 아침인데도 여전히 세상은 어두웠다. 밤에 자야할 시간인데도 해가 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지낼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먼저 해가 뜨고 지는 것과 상관없이, 즉,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는 것과 상관없이 전에 생활했던 24시간 체제인 '클락타임'을 유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도 지구 환경의 일부 체계일 뿐이기 때문에 지구 자전 속도에 맞게 생활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리얼타임'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이렇게 지구에서는 두 개의 시간 타임이 공존하게 되었다. 현실 세계와 공상 세계 처럼 두 세계는 공존하기가 어려웠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계속 느려져서 24시간 체제를 유지하는 클락타임과 리얼타임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리얼타임은 은행이나 관공서, 마트 등을 잘 이용할 수 없어서 생활의 불편을 느끼면서 무정부주의자처럼 되어갔다. 클락타임의 사람들도 리얼타임의 사람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결국 리얼타임으로 생활하는 사람들끼리 도시를 벗어난 곳에서 하나의 집단을 이뤄서 살아나가게 되었다. 결국,,, 나중에는 리얼타임의 하루가 너무나 길어져서 인간이 그에 맞춰 생활할 수 없는 지경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지구의 자전 속도는 하루 24시간에서 점차 느려져서 하루 48시간으로 2배나 늘어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에 닥친 재난은 태양의 일조량이 더 많은 시간 지구에 비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간의 생채리듬은 낮에는 활동을 하고 해가 진 밤에는 잠을 자며 원기를 회복하는 시간이 깨지게 되었다. 해가 쨍쨍 내려쬐는 데도 한밤중이라며 잠을 자야 했고 해가 없는 추운 한밤중에도 정오라며 사회 활동을 해야 했다. 이러다가 더 큰일이 일어나게 되었다. 너무 많은 시간 동안 해가 내려쬐느라 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인공적으로 햇빛의 양을 조절하느라 전지구적으로 식량이 점차 부족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흔히 먹는 야채와 과일들을 먹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지구의 재난으로 인해서 재난을 대비한 식품이 동이 나고 여러 물품들이 부족하게 되었다. 더 가난한 나라에 구조의 손길을 보내는 건 더욱 어려워졌다.

 

슬로잉 현상이 일어나면서 지구의 자장에 영향을 주었고 엄청난 새들과 고래 등의 동물들이 갑자기 죽기 시작했다. 지구에 종말이 닥칠 징조로 여긴 사람들은 자살을 하거나 두려움에 떨면서 식품들을 사재기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햇빛으로 나무가 말라죽기 시작하면서 지구의 모습은 변해 나가고 있었다. 슬로잉 현상은 점차 지구의 자기장에 영향을 줘서 결국 하늘에서 셀로판이 구겨지는 것 같은 소리를 들린 이후에 지구의 자장에 변화가 일어났다. 이것은 태양의 방사선으로부터 오랫동안 지구를 지켜주던 보호막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이다.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키는 방사선으로 인해 인간은 더 이상 햇빛 아래에서 생활해 나갈 수 없게 되었다. 동식물 또한 마찬가지였다. 인간이 먹을 음식도 오로지 인공적인 햇빛에만 의지할 수박에 없었다.

 

이런 지구의 재난 속에서도 사람들은 어떻게서든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지구의 중력이 더 강력해져서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데도 전보다 더 많은 힘이 필요하게 되었다. 운동선수가 차야하는 축구공이나 야구공 등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지하 시설에 재난 식품을 마련해 두고 창문에 두꺼운 철문을 대며 일상생활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지구에 속하는 생명체로서 그러한 지구적 변화에 영향을 받게 되었다. 그것을 '슬로잉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병으로서, 두통이나 어지럼증, 무기력증, 실신 등 몸이 허약해지는 것으로 딱히 치료 방법이 없었다.

 

특히, 이 책의 서술자이자 주인공인 줄리아는 이제 막 청소년기에 접어든 열한 살 소녀였다. 줄리아는 지구적인 변화 속에서도 몸의 늦은 2차 성장에 몰래 속옷을 사기도 하고 학교에서 잘생긴 세스라는 소년을 짝사랑하며 신경을 쓰기도 하고 여자 친구가 없어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움을 겪는 사춘기 소녀다. 친한 친구가 갑자기 멀어진 것에 대해 서운하면서도 자존심때문에 별 말을 못하기도 하고 인기있는 여자애들을 부러워 하기도 하는 평범한 아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에서 점차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도기에 접어든 줄리아와 같은 시기의 아이들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기적의 세기'에 해당하는 건지도 몰랐다.

 

이 소설은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인간은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까? 라는 재미있는 발상을 가지고 쓰인 책이다. 그래서 그러한 지구의 재난에 대처하는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흥미로웠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지구의 재난이 언젠가는 현실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지구의 환경 변화가 여러 재난 영화나 책에서 묘사되고 있는 것처럼 지구의 종말을 언젠가는 일으킬지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이러한 지구의 재난 속에서도 어쨌든 인간은 어떤 환경에서든 어떻게든 적응해 나갈지 모른다는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지기도 했다. 결국 슬로잉 현상은 멈추지 않고 몇 년 후에도 계속 하루의 시간이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지구의 재난 속에서도 사춘기를 겪어내는 줄리아, 즉, 다음 세대의 모습이 그만큼 눈부신 기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알라딘 민음사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슬로잉이 시작되고 일 년이 지났을 즈음 어두컴컴한 여름날 오후에 두 아이가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윽고 두 아이는 젖은 시멘트에 손가락을 찔러 넣고 지극히 단순한 진실, 그러니까 이름과 날짜 그리고 이 글을 새겼다. 우리는 이곳에 있었다. (3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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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A학생은 C학생 밑에서 일하게 되는가 그리고 왜 B학생은 공무원이 되는가 - 부자 아빠가 들려주는 자녀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법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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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교육이 필요한 시대

 

로버트 기요사키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의 책으로 너무나 유명한 사람으로서 신작을 빨리 읽어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그 사람의 논리에 대해서는 수긍하고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었고 반감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이 책은 부자, 즉 최상급 부자가 왜 돈을 많이 벌면서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었다. 그래서 부자들이 어떻게 수입과 자산을 생각하고 있는지 인식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금융 교육이 집에서부터 행해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나도 절실하게 공감했다. 학교에서 실질적인 금융 교육이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필자가 얘기한 것처럼 학교 교육은 너무나 보수적인 체계에 사로잡혀 있어서 이러한 금융 교육에 대한 이론이 있어도 30년 이후에나 교육 과정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을 정도로 사회의 변화와는 동떨어져 있는 게 학교 교육일 것이다. 어쨌든 학교 교육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집에서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금융 지능을 높여주기 위한 경제 용어를 활용한 현금 흐름의 체계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미국의 사회 보장 제도와 메디케어 등의 사회 복지 프로그램이 미래에 바닥이 나서 국가 부도를 초래할 거대한 폭탄이 될 것이라는 필자의 생각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금 개혁안이 나오고 그에 대한 공무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힌 현실이 절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이러한 복지 제도가 국가 재정을 파탄 나게 하는 공무원들의 탐욕이라고 여겼지만 나는 거기에는 동의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는 교사나 경찰, 소방관 등의 국가 공무원들이 엄청나게 대우를 받고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나 고위 공무원이 아닌 이상 이러한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스펙에 연연하지 않고 공평하게 시험 결과로 판가름이 나고 퇴직 시기까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일 뿐이다. 거기다 우리나라 소방관은 화재 진압에 필요한 물품을 사비로 마련해야 할 정도로 열악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강제로 행해지는 국민연금 등이 나중에 일을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크나큰 부담을 안겨줄 것이란 사실은 근심해야 할 상황일 것이다. 필자의 말처럼 이러한 국민연금 등이 폰지 사기처럼 나중에 피라미드 끝으로 들어오는 사람에겐 손해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복지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재정 적자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수명이 연장된 다음 세대에게 발생할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빚'에 대한 관점을 좋은 빚과 나쁜 빚으로 나눈 점이었다. 나쁜 빚은 나의 부채를 높여주고 결국 내 주머니에서 돈을 빼가는 것이다. 신용카드 빚과 함께 여러 대출금 등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출금으로 산 내 집도 자산이 아니라 부담스러운 부채일 뿐이다. 집값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나의 손해일 뿐이다. 하지만 좋은 빚은 내게 새로운 자산을 만들어주고 세금 혜택까지 줄 수 있다. 여기서 세금 혜택은 우리나라 세금 제도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지는 더 살펴봐야겠지만 자기 돈은 하나도 안 들고 빚으로 자산을 만들어 한달에 돈이 얼마씩 내 주머니로 들어오는 현금 흐름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흥미로워 보였다. 나도 빚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좋게 사용할 방법을 연구해 보고 싶어졌다.

 

필자의 말처럼 이러한 빚을 이용해 자산을 늘리고 또 늘리면 돈을 예금하거나 국가나 민간의 연금에 돈을 넣을 필요가 없어진다. 필자에게는 돈을 예금하거나 연금에 돈을 넣는 것도 지금 현재로서 보면 부채나 지출과 같은 것이다. 왜냐면 돈에 대한 가치는 앞으로도 점점 더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부자가 탐욕스럽지 않다고 몇 번이나 항변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국가가 뭔가를 해주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며 더 탐욕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필자가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행하는 그나마 좋은 부자들과만 교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자기들이 가진 얼마간의 돈과 능력, 지능을 나눠주고 베풀어 주었을 것이다. 거기서 더 달라며 보채기만 하는 우리가 탐욕스럽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18세기 산업혁명 당시의 아동의 노동 착취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1970년대의 방직공장에서의 노동력 착취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전태일이 노동법을 가슴에 품고 분신자살을 해야 했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전태일의 분신 이후에 40년이 넘었어도 여전히 노동 현장에서는 노동력 착취가 비일비재로 일어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자라고 하는 대기업이나 빌딩을 몇 채나 소유한 자산가들의 대부분은 갑질을 하며 을을 핍박한다. 그것이 일자리를 창출하며 임대 주택을 제공한 것 등으로 부자들이 사회에 공헌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최상층에 위치한 부자들만의 입장인 것 같았다. 그들의 그러한 부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거나 편법을 활용해 세금을 탈루하거나 비자금을 만들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어 채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행하는 도덕적인 자산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 사회 구조가 정의롭든 정의롭지 않든 우리의 자식이 고생하지 않고 힘들지 않고 잘 살기 바란다면 법이나 금융 체계를 잘 알고 이용할 줄 알아야 하고 그러한 금융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필자의 견해는 우리에게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가르침을 준다.

 

학교 공부를 잘한다고 사회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고위 공무원이나 높은 자리에 오를 수는 있어도 여전히 연금 자산에 연연하는 인물은 현금 가치가 떨어지고 연금이 대폭 깎이는 노후 상황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미리 피하기 위해 봉급 생활에서 벗어나서 새롭게 돈을 창출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방법을 알려주어 우리의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는 책이다.

 

 

* 알라딘 민음인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나는 선생님들께 묻곧 했다. "직업을 갖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닌가요? 그렇다면 차라리 바로 요점으로 들어가서 돈에 대해 가르치는 게 낫지 않은가요?" 이 질문에 시원하게 답해 주는 선생님은 없었다.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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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멸치와 일기장의 비밀 - 남해 죽방렴 이야기 한국의 재발견 2
최은영 지음, 양상용 그림 / 개암나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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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 어업 방식, 죽방렴

 

 

은수가 멸치가 미운 이유는 멸치때문에 정들었던 대전을 떠나 남해군 삼동명 지족리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고향으로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지족리라는 곳은 할머니의 고향으로서 은수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일을 알아보던 은수 아버지가 할머니의 고향으로 내려가 멸치를 잡겠다고 한 것이다. 은수로서는 친한 친구들과 헤어져 갑자기 작은 어촌 마을로 가야해서 더 화가 나고 슬펐다.

 

 

그래서 지족리라는 어촌 마을이 따뜻한 햇살이 비추고 갈매기가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풍경 좋은 곳이어도 은수로서는 정을 붙일 수 없었다. 그런 은수가 전학 간 학교에서 친절하게 다가온 반 아이들을 차갑게 대하며 멀리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은수로서는 깨닫고 있었다. 이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바로 이곳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제 이곳에 할머니와 은수의 아빠처럼 적응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은수의 자존심으로는 쉽게 그것을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삐뚫어지게 나가고 짜증을 내고 화를 내며 모든 사람들을 밀어냈다. 오히려 상대방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면서 서운해지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던 차에 은수는 할머니가 어렸을 때도 지금의 자신처럼 새로운 곳에서 친구를 사귀지 못해 힘들어 하는 미야코라는 일본인 아이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고 그 아이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할머니에게서 미야코와의 추억담을 들으며 은수는 친구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대전에 있던 친한 친구들이 자신을 잊어가고 있다는 슬픈 사실을 실감하면서 말이다.

 

 

은수는 어른들이 힘을 합쳐 만든 죽방렴을 보게 된다. 은수는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 터전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반 아이들과도 달리기에서 친구를 일부러 넘어뜨린 걸 계기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아이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은수는 아빠에게도 서운했던 점을 솔직하게 말함으로써 마음을 열게 되었다. 아빠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주기를 바랐으니까 말이다. 은수는 결국 이곳에 친구들을 만들게 되고 대전의 친구들을 초대하는 것으로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게 되었다. 은수의 삶의 세계가 더 넓게 확장되고 풍부해진 것이다.

 

 

실제의 죽방렴 모습이 신기했다. 죽방렴에서 잡은 멸치가 비린내가 안 나고 더 신선해서 값을 최고로 받을 수 있다니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거기다 자연의 원리를 이용한 원시적인 고기잡이로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남해안에서만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을 보면 이러한 죽방렴을 보존시키는 게 중요할 것 같았다. 이러한 죽방렴이 조선시대 문헌에 등장할 정도이니 적어도 500년 이상된 고기잡이법이라는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전통 문화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 알라딘 도토리 통신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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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와 소음 - 미래는 어떻게 당신 손에 잡히는가
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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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치 있는 정보의 판별과 분석

 

 

이 책에서 전문가의 예측은 고슴도치보다는 여우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 핵심 포인트였다. ‘고슴도치와 여우’이사야 벌린이 러시아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 소설 <전쟁과 평화>에 대해 쓴 에세이 <고슴도치와 여우>에서 따온 표현이다. 벌린은 이 제목을 그리스 시인 아르킬로코스가 쓴 ‘여우는 사소한 것을 많이 알지만 고슴도치는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안다’라는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을 하나 알고 있는 것보다는 사소한 것들을 많이 알고서 그것에서 자료를 분석해 내는 것이 더 신뢰롭고 가치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고슴도치거창한 생각 즉 세상에 대한 지배적 원칙, 물리학 법칙이자 사회의 모든 상호작용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처럼 작동하는 거대한 원칙을 믿으며, 긴장하고 성급하며 경쟁적인 ‘A형 행동양식’ 유형에 속한다. 칼 마르크스와 계급투쟁,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무의식, 말콤 글래드웰과 티핑 포인트를 생각하면 된다.

 

여우는 이에 비해 수없이 사소한 생각들을 믿으며 또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관심이 사방팔방으로 뻗치는 산만하기 짝이 없는 유형이다. 여우는 뉘앙스의 차이, 불확실성, 복잡성, 대치되는 의견 등에 좀 더 관대한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고슴도치가 언제나 큰 녀석을 노리는 사냥꾼이라고 한다면, 여우는 무언가를 부지런히 줍고 다니는 채집자다.

 

여기서 여우와 고슴도치의 태도를 비교해 보면, 고슴도치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대범하게 생각하고, 고집스럽게 생각하고, 질서정연한 것을 생각하고, 자신만만하게 생각하고, 이론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고슴도치는 더 못한 예측자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여우는 여러 분야에 걸쳐서 생각하고, 자기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복잡성을 관대하게 받아들여서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경험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여우는 더 나은 예측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훌륭한 혁신가는 전형적으로 매우 크게 생각하고 매우 작게 생각한다. 새로운 발상은 때로 문제의 가장 미세하고 구체적인 데서, 즉 보통 사람들은 귀찮아서 피하려 드는 데서 비롯한다. 또 ‘왜 세상은 지금 이 모양으로 되어 있을까? 현재의 지배적 패러다임을 대체할 대안은 없을까?’ 같은 가장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생각을 할 때 새로운 발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람들이 대부분 안주하려 드는 편안하고 따뜻한 곳에서 새로운 발상이 나타나는 일은 지극히 드물다. 적절한 공간에서 새로운 발상과 정보를 좀 더 자주 찾을 수 있도록 여러 도구와 습관을 개발하는 게 관건이다. 그 발상과 정보를 일단 포착하고 나면 이를 ‘승리 또는 패배’로 이끌어줄 기량을 연마하는 일이 핵심이라는 말이다. (170쪽)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 즉 야구 선수 연봉과 시합 결과, 허리케인, 지진, 전염병(신종플루부터 에이즈까지), 체스, 포커, 주식, 지구온난화, 테러 등 다양한 사례에서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고 있었다. 특히, 그 많은 정보를 어떻게 분석하고 해석해 내는지, 그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중요성을 제시해 주려고 애쓰고 있었다. 특히, 허리케인이나 지진, 전염병, 지구온난화, 테러 등의 재앙은 우리의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재앙이 발생할 때, 우리는 그 ‘소음’ 속에서 ‘신호’를 찾는다. 주변에서 목격하는 혼돈을 설명하고 세상을 다시 정연한 질서 아래 묶을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복잡한 과정들은 충분히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질서와 아름다움을 낳는다. 필자는 이 책에서 전자공학에서 나온 신호와 소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공학자들이 인식하는 소음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백색소음은 종 모양의 곡선을 따르는 무작위 분포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넓은 주파수 범위에서 거의 일정한 주파수 스펙트럼을 갖는 특정한 청각 패턴을 보이지 않는 소음이다. 적색소음은 복잡한 체계와 연관된 것으로 브라운의 소음으로 계곡의 물소리처럼 한결 부드럽게 들리는 소음이다. 이러한 소음 속에서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적절한 '신호'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자료가 엄청난 소음으로 물들어 있는 경제 분야에서는 통계적 추론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 중에서도 주식 시장은 사소한 소문으로도 주가가 변동할 가능서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소문을 이용해 주가를 조작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더욱 많기 때문에 그러한 소음 공해에 더욱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경제 예측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유명한 경제 전문가의 예측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평균적 예측이나 총합적 예측에 눈을 돌려야 한다. 평범한 많은 사람들의 평균적인 예측은 전문가보다 더 정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예전에 소의 무게를 맞추는 실험에서의 결과에서도 나타난 사실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체스의 최고라고 할 수 있었던 카스파로프와 슈퍼 컴퓨터인 딥 불루의 대결이었다. 그들의 대결을 예전에 얼핏 신문 기사로 본적은 있었지만 그것이 그렇게 몇 년 동안 몇 십 번에 걸쳐서 일어난 일이었다는 사실은 몰랐기 때문에 그들의 대결이 재미있었다. 이러한 슈퍼 컴퓨터의 버그가 결국 카스파로프의 판단 착오를 일으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는 사실이 더욱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이것이 얼마나 정보 분석과 해석이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예측의 좀 더 폭넓은 문맥에서 볼 때 내가 해줄 수 있는 충고는, 어떤 모델이 예상하지 못했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를 내놓을 경우는 버그로 판단하는 게 대체로 옳다는 것이다. 소음을 신호로 착각하기는 너무도 쉽다. 버그는 뛰어난 예측가들이 힘들여 구축한 성과도 손쉽게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 책 속의 주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듯 했다.

 

우리의 사회는 너무 많은 자료가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자료 속에서 내게 가치 있는 정보를 선별하고 그 정보를 올바르게 분석하고 해석해 내는 것이 현대 사회의 험난한 생존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능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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