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제국
이토 게이카쿠.엔조 도 지음,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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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프랑켄슈타인의 후예들

 

이 작품은 일본 SF계의 놀라운 신예로 주목을 받았으나 2009년 3월 34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요절한 이토 게이카쿠가 남긴 미완의 원고를 문학적 맹우인 엔조 도가 이어서 완성한 작품이다. 프롤로그 부분은 이토 게이카쿠가 집필하고 그 다음은 엔조 도가 이어서 집필하였다. 특히, 이토 게이카쿠가 남긴 플롯에는 결론이 빠져 있었기 때문에 엔조 도는 이토가 생전에 쓰고자 했던 거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했다고 한다. 또한, 서로 다른 작품 또한 문제이기는 했다. 엔조 도는 이토 게이카쿠의 작풍을 존중하면서 집필하였고 그것은 총 3년 4개월이 걸렸다.

 

이처럼 <죽은 자의 제국>은 완성된 스토리 자체가 제법 흥미롭다. 이토 게이카쿠는 이 소설의 프롤로그를 적고 난 후에 안타깝게 죽었다고 한다. 그 후의 소설을 이토 게이카쿠의 문우인 엔조 도가 적었다고 하니, 젊은 나이에 요절하게 된 것이 안타까우면도 문우의 우정이 부럽게 느껴졌다. 특히, 젊은 나이에 마음의 친구를 잃고 그를 위한 책을 완성했다고 하니,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엔조 도에게는 이 책이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엔조 도가 이 책을 쓰는 데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을지 기대가 되었다.

 

책의 스토리 또한 제법 흥미로웠다. 이 책의 이야기는 19세기 말을 배경으로 붐베이나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일본 등으로 공간적 배경이 옮겨지고 있었다. 장대한 스케일이 책의 두께만큼이나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죽은 자에게 가짜 영혼을 주입해서 다시 살려낸다는 이야기는 로봇이 인류를 말살한다는 스토리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면서도 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에게서 아찔한 도발이 느껴졌다.

 

신에게 닿기 위해 높은 바벨탑을 쌓다가 신에게 서로의 말이 달라지는 벌을 받게 된 인류가 또 다시 과한 욕망에 사로잡혀 끝없는 나락으로 빠지게 되는 파멸을 겪게 될 것 같았다.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발명한 로봇이 인류를 위협하는 것처럼 죽은 자들도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인간을 멸망시키기 위해 우리에게 위협을 가하게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탐욕과 그 좌절, 그로 인한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죽은 자들이 사고하는 힘을 갖게 되어 자신들의 제국을 구축한다는 내용이 아니었다. 이 책은 모든 죽은 자들을 부활시켜서 죽은 자들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더 원의 음모를 밝혀내고 저지하는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죽은 모든 사람을 부활시키려는 시도는 하나님에 의한 심판을 피조물일 뿐인 인간이 저지르려고 했던 탐욕으로 인한 어리석은 행위였다.

 

19세기 말은 실제 역사로는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고 난 후이고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 전으로서 혼란한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크리처를 창조하고 난 후 100여 년이 지난 후였다. 그 기술은 결국 전 세계에 확산되어 시체에서 되살려 낸 '죽은 자'들을 노동용에서 군사용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이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러한 허구적인 요소를 SF 소설이라는 것을 염두해 두면서도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있었다. 죽은 자에 가짜 영혼을 주입한다고 하였는데, 그것이 어떤 화학적인 요법과 전기 요법만으로도 가능하냐는 점이었다. 그리고 어떤 화학적인 요법이라고 해도 몸이 썩어 들어가는 죽은 자만의 냄새를 어떻게 지울 수 있고 막을 수 있냐는 거였다. '가짜 영혼'이 주입되어 몸에 피가 흐르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것을 죽은 상태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죽은 자의 시체를 함부로 이용하는 것을 인간의 존엄성 차원에서 인류가 막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을 읽어도 이런한 의문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운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단지, 산 자에게 이러한 시술을 사용하여 가짜 영혼을 덮어쓰기 할 수 있다는 점을 불법으로 규정하거나 시체 폭발이 일어나도록 하는 점만을 문제로 삼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도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또한, 이 책에서 가짜 영혼이 주입된 '죽은 자'공포물의 대명사인 좀비, 그리고 로봇과의 연관성을 생각해 보았다. 본인의 의지가 없다는 점은 공통적인 성격이었다. 단지 '죽은 자'는 좀비와는 다르게 인간 다수에 대한 공격성은 없었다. '죽은 자'는 로봇처럼 인간에게 필요한 쓰임새를 가진 편리한 존재였다. '죽은 자'는 로봇보다는 인간적이었고 필요할 때는 전쟁터에서 전쟁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관점에서 본다면 '죽은 자'는 로봇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아직까지도 미래의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만능의 로봇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에서 '죽은 자'에 가짜 영혼을 인스톨하는 것은 조금 더 쉬운 방법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로봇이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 미래 모습은 쉽게 상상이 가지만 '죽은 자'에 가짜 영혼을 주입시킨다는 설정은 아무리 해도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비현실적인 내용이라서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산 자에게 죽은 자의 가짜 영혼을 주입시키게 되면 영혼끼리 충돌을 겪으며 혼란을 느낄 것 같은데, 책 속에서는 생명을 연장 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술처럼 받아들여 지고 있었다. 로봇에 가짜 영혼을 주입한다고 하면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질 것 같은 걸 보면, 내가 이 책의 SF적인 요소를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 상상력 부족인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은 19세기 말, 아주 먼 옛날에 프랑켄슈타인의 후손들이 인간의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허구적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죽은 자의 제국을 만들려고 하는 더 원의 발자취를 쫓는 왓슨이라는 주인공 무리들은 사건의 핵심에 다가서기 위해 사건의 단서들을 기반으로 진실을 추적한다는 기본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죽은 자의 신체에 가짜 영혼을 주입시켜서 죽은 자를 일으켜 세운다는 상상력이었다. 단지, 인간의 과도한 탐욕과 욕망의 좌절,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고민의 흔적을 많이 접할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 알라딘 민음사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나의 얼굴을 쓰다듬는 고향의 바람, 이 바람의 감각을 누구에게 어떻게 전할 수 있겠는가. 그저 그것은 내 안의 누군가가, 미세한 존재의 집단이, 혹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말의 작용이 나로 하여금 느끼게 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5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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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7첩 반상 - 인류 최고 스승 7명이 말하는 삶의 맛
성소은 지음 / 판미동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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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으로 맛보는 인생의 참맛

 

책의 서문에 적힌 추천사의 말처럼 정갈한 경전 한 상을 받은 느낌이었다. 그 상에는 다양한 종교의 핵심을 이루는 경전들이 푸짐하게 놓여 있었다. 그 경전들은 <도마복음>, <중용>, <수타니파타>, <도덕경>, <금강경>, <바가바드 기타>, <동경대전>이다. 이러한 경전들은 기독교, 도교, 힌두교, 불교, 천도교 등 종교의 핵심 사상을 다루고 있는 책들이었다.

 

특히, 작가의 이력이 특이했다. 일본 릿쿄 대학교 법학과에서 합리적인 사고를, 도쿄 대학교 대학원에서 화엄세계처럼 얽혀 있는 국제관계를 공부했단다. 이것보다 더 특이한 것은 저자 성소은의 다양한 종교 이력이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하리라."는 예수의 말씀을 찾아 순복음교회를 나왔고, 성공회를 지나, "붓다를 만나면 붓다를 죽이라."고 하는 선불교의 칼끝 같은 가르침에 이끌려 3년간 출가수행을 했다고 한다. 현재는 성공회 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서 인간사회와 종교 관계를 관찰하고 있단다. 다양한 학문을 섭렵한 것과 더 다양한 종교를 공부하면서 이제는 인간세계와 종교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니, 저자의 지식에 대한 무한한 욕구가 조금이나마 느껴졌다.

 

책의 목차에는 각각의 경전들의 핵심을 이루는 내용들을 멋진 글자로 적어 놓고 있어서 그 경전들을 이해하는 걸 돕고 있었다.

 

<도마복음>은 "나그네가 되십시오",

<중용>은 "간절함으로 스스로를 이루다",

<숫타니파타>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도덕경>은 "머물지 말고 흘러라",

<금강경>은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마음으로",

<바가바드 기타>는 "나는 누구인가",

<동경대전>은 "사람이 곧 하늘이다"

 

목차만 훑어봐도 마음이 충실하게 채워지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특히, 캘리그래피 글씨체로 적힌 말들이 너무나 멋져서 더 좋게 느껴졌다. 이러한 캘리그래피도 저자가 직접 적었다고 하니 더욱 신비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책 중간 중간에 적힌 경전의 좋은 말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저 많은 경전을 하나 하나 찾아서 읽는다는 것은 경전 공부를 따로 하는 게 아니라면 바쁜 현대인에게는 아주 먼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고 경전을 멀리하고 있기에는 최근 복잡해진 사회 구조 때문에 정신적으로 척박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경전 구절로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경전 구절들은 하나 하나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정말 우리 삶의 정수를 모아 놓았기 때문에 수 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살아 남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전의 구절들은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우주의 신비를 이루는 진리요, 지혜라고 할 수 있었다. '나무아미타불'만 외우면 득도하여 해탈할 수 있다고 하는 것처럼 경전 구절을 계속 읽으면 세상을 바라보는 내가 바뀔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수님의 말씀만으로 이루어진 <도마복음> 속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나를 추종하지 말고 나처럼 되라.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의 씨앗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고통을 겪는 것은 죄 때문이 아니라 무지 때문이다. 진정한 자아를 아는 것이 곧 하느님을 아는 것이며, 자아와 신성은 동일하다."

어디서 많이 보던 말이 아니던가? 누구나 하느님의 씨앗을 품고 있단다. 불교에서 누구나 도를 닦으면 도를 깨달아 해탈한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한 말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세상의 모든 종교들이 표현하는 말만 다를 뿐이지 결국은 하나의 진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종교관이 다르다고 서로 죽고 죽이는 종교 전쟁이 인간의 가장 어리석은 짓이며 신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때문에 일어난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몇 명의 지도자, 부를 가진 권력자에 의해 얼마나 많은 민중들은 힘없이 죽어 나가게 되는 건지,,, 전쟁은 이 세상에서 결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비극이라 할 수 있다. <도덕경>에서는 "둘 다 근원은 같은 것, 이름이 다를 뿐 둘 다 신비스러운 것, 신비 중의 신비요, 모든 신비의 문입니다"라고 한다.

 

책 속에서 물었다. "너는 누구인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댔지만 그런 분류 방식을 묻고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다시 너는 누구냐고 묻는다. 난 누구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어머니이다고 말하지만 그걸 묻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어떤 직업을 가졌고 어디에 소속되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업이나 소속을 묻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멍한 눈으로 묻는다. 내가 누구인지... 나 또한 저런 질문을 받으면 위에 열거한 내용들을 말하며 나를 표현할 것 같다. 그것 외에 내가 누구냐고 물어 본다면 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걸까? 쉬우면서도 어려운 질문이었다.

 

 

* 알라딘 판미동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불교에서는 `문자를 세워 말하지 말고,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키라`고 한다. 경전은 도구일 따름이다. 손가락을 달로 집착해, 읽는 정성스러움을 헛된 노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부디 경전의 보고에서 한 층, 두 층 깊어지고 넓어지는 삶을 체험하기를. 그맇여 오랫동안 내 속에 갇혀 있던 `위대한 사람`과 조우할 수 있기를.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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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
이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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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의 미학

 

이 책의 핵심은 '단순함'이다. 그리고 그 단순함을 위해서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를 해야만 한다. 그 단순함은 이 책의 에필로그에 나오는 선시에 대한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단순함은 고요함을, 고요함은 평안함을, 평안함은 무엇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을 가져온다. 모든 것을 다 비워버린 깊은 기쁨을 한 선시는 이렇게 표현했다. (352쪽)

 

대나무 그림자가 섬돌을 쓸어도

먼지 하나 일지 않고

달빛이 연못 바닥까지 꿰뚫어도

물에는 아무 자국이 없네

물에 아무리 자국을 남겨도 아무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우리가 최근에 자주 말하는 '힐링'이 바로 선가에서 말하는 그 고요함이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단순함'을 설명하기 위해서 버리고 세우고 지키는 수많은 사례를 제시하고 있었다. 그 참고 자료와 인용된 내용에 놀라면서 저자가 이 책을 적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부분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창업 문화에 대한 비교였다. '실패'를 하는 것이 도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당연한 부산물로 여기고 그것을 훈장과도 같이 여기는 미국의 창업 문화 배워야 할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창업을 한다는 것은 수 십 억의 빚을 생산할지도 모르고 그것을 떠안게 될 다른 가족에 대한 위험부담이라는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패해도 그것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미국의 가치관이 정말 부러웠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높은 편인데, 이러한 미국의 가치관을 우리도 넓은 마음으로 인정하게 된다면 성적이나 다른 이유로 삶을 비관하는 슬픈 소식이 줄어들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보고 싶었다.

 

우리가 실패나 남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 그래서 나, 즉 정체성을 세우지 못하는 이유, 다시 말해 단순해지지 못하는 또 하나의 큰 이유는, 남과 비교하는 마음 때문이다. 아무래도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내가 부족해 보인다. 지지 않으려는 마음에 이것저것 내세우니 절제는 더욱 어렵다. 자신감이 없어지고 '따라쟁이'가 된다. (203쪽)

이 책에서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말들이 많았다. 나 또한 남과 전혀 비교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확실하게 아니라고 답할 수 없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도 모르게 남을 의식하는 나 자신을 나로서도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 어리석은 자신을 나무라 보지만 소용이 없기도 하다. 이런 게 바로 자신을 수양하고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바로 자기 자신에게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말이다. 이에 대해 '토크쇼의 여왕'인 오프라 윈프리의 말을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용기를 끌어모아 자신의 길을 갈 때 그 결과가 항상 산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난관에 부닥치고 넘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포기한다면 나중에 너무나 많은 날을 후회에 몸부림치며 살 수 있다고 윈프리는 강조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쓰지 않고 살았더라면 과연 내 삶은 어땠을까?'라고 말이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192쪽)

이 책에서 대전에 있는 '선병원'의 사례가 눈길을 끌었다. 대전에서 900병상이 있는 정도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실력은 서울 일류 병원에 뒤지지 않는 병원이라고 한다. 이 병원의 응급의료센터는 보건복지부의 평가에서 430개 기관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암수술 잘하는 병원 1등급, 뇌졸중 치료 1등급으로 꼽히기도 했다. 특히, 이 병원의 실력은 외국인 환자가 많이 찾는 곳이라는 점에서도 증명된다. 이 병원의 원장인 선원장은 환자 각자마다의 취향을 반영하고 환자들을 따라 다니며 불편함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병원이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이 책의 지적 유희가 즐겁게 느껴졌다. 하나 하나 곱씹고 다시 생각해 볼 말이 많았다. 경영인들이 자신의 실패를 통해서 전해주고 싶은 말들과 다양한 분야의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좋은 문구들이 많이 있어서 그런 부분들을 한꺼번에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단순함'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 우리가 뼈를 깎는 고통과 수행을 통해 겨우 도달할 수 있는 인생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단순함의 미학을 이해하고 내 삶에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 즉, 문을 발견한 느낌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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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3 02: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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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신 - 토크계의 전설 래리 킹에게 배우는 말하기의 모든 것
래리 킹 지음, 강서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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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하기 위한 99% 열정

 

래리 킹은 최근 한 광고를 통해 더욱 친숙해진 인물이었다. 우리나라의 손석희 같은 인물이라면 조금은 비슷할 것 같다. 손석희는 토크쇼를 진행하기보다는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이지만 말이다. 손석희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대담을 하면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에 있는 인물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서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전하는 핵심적인 내용는 바로 '누구라도 대화의 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화의 신'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말을 잘하든 못하든 무조건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말하는 능력도 늘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MC로 군림하고 있는 유재석도 처음에는 방송 울렁증 때문에 실수도 많이 하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긴장을 많이 해서 말을 버벅거리거나 밑에 있는 종이를 계속 보고 읽는 등의 실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유재석의 수상 소감이나 어록 등이 따로 있을 정도로 진행을 깔끔하게 하고 속사포처럼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되었다. 유재석은 어떻게 이런 변화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

 

유재석이 어느 방송에 나와서 했던 말이 있다. 10년 넘도록 무명의 시절을 겪으며 자신에게 한 번 만이라도 기회가 오기를 소원하면서 그게 이뤄진다면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부으며 방송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그 소원을 이룬 유재석은 언제나 방송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유재석이 무명 시절이었을 때 자신이 말이나 애드리브가 약하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다른 사람의 방송을 모니터 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고 한다.

 

이처럼 말을 잘하는 것타고난 재능 조금에 아주 많은 노력이 가미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말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그건 연습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희망이 있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연습 이후에는 '열정''간절함'이 있어야 한다. 래리 킹은 처음에 라디오 방송을 하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아무 것도 없이 3주간 일자리도 없이 방송국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일을 찾았다고 한다. 래리 킹은 방송 책임자를 만나서 라디오 방송에 대한 열정을 털어놓고 기회를 잡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며 다음에 빈자리가 나오면 자신을 쓰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정도로 한 가지에 몰입하고 그 일에 열정적이었다. 그 당시 래리 킹은 브루클린을 떠나 마이애미로 갈 때 무일푼이었고 겨우 잠잘 곳만 마련하고 일을 찾았다고 한다.

 

래리 킹은 '솔직함'을 최고의 무기로 삼고 속이거나 꾸미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그의 말에 더 귀를 기울였던 것 같다. 그러한 솔직함은 진실된 태도로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래리 킹은 말을 잘하는 대화법을 여러 가지 제시하고 있었다. 색다른 관점을 드러내거나 다양한 경험이 있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소재를 가지고 있거나 공감을 하거나 유행어를 하지 않거나 군더더기 말을 없애도록 하는 등의 이야기 방법들이었다. 이러한 방법 외에도 낯선 사람과도 두렵지 않은 대화법이나 여럿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대화법, 막힌 일도 쉽게 풀리는 공적인 대화법, 청중을 매료시키는 연설법 등을 제시하고 있어서 말을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이러한 대화법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방법은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더 많이 듣는 '경청''공감'하는 자세였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경쟁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과시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소통 상황에서는 자신의 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 더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래리 킹을 보면서 말을 잘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연습''자신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래리 킹은 말하는 것을 연습하기 위해서 말할 수 있는 자리를 피하지 않고 불러주는 곳은 모두 가려고 노력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말을 실수해도 그 실수를 생각하지 않는 대범함도 보였다. 말실수를 계속 끌어안고 있으면 또 다른 말실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래리 킹은 마지막에 자신이 잊지 못할 정도의 최악의 실수담을 얘기해 주고 있는데, 정말 방송에서 잘리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큰 실수였다. 하지만 그 실수를 극복하고 언제 어디서나 어느 순간에서나 말을 해야 하는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는 래리 킹의 열정이 대단해 보였다.

 

솔직히 의사소통 방법이나 대화법 등의 자기계발서 종류는 별로 찾아보지 않는 편이었다. 나도 뻔히 알고 있는 말을 똑같이 하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도 새로운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래리 킹의 실제 사례가 풍부하게 실려 있어서 그걸 읽는 재미는 쏠쏠하게 있었다. 그러한 사례들은 의사소통 방법에 대한 조언을 조금 더 현실감 있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회사 생활의 의사소통 방법이나 연설 방법, 방송인이 토크쇼 진행을 위한 방법 등을 배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말을 아무리 잘하는 사람, 협상을 아무리 잘하는 사람, 자기 분야에서 최고봉에 오른 사람이라도 실수는 다 한다. 야구 통계를 낼 때에는 처음부터 한 칸을 따로 떼어 실책의 횟수를 기록하기까지 한다. 그러니 실수를 했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는 없다. 옛날부터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실수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한다.` (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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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3 01: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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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nics Cue 4 Set : Blends (Student Book + Workbook + CD) Phonics Cue 4
언어세상 편집부 지음 / 언어세상(외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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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영어 학습 <Phonics Cue4>

 

 

 

 처음에 나오는 목차이다. 어린이 수준에 적절한 단어를 가지고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알파벳을 학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 알파벳에서 공통된 성격을 파악하고 다른 단어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영어를 배우는 어린이들은 '접두사나 접미사'라는 어려운 말보다는 직접 단어들 상이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접두사나 접미사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학습 과정을 구성해 놓은 점이 좋았다. 그러면서 비슷한 글자들에서 어린이 스스로 차이점을 발견하여 알파벳을 구별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학습한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었다. 특히, CD로 프로그램을 돌려보면 재미있는 게임으로 구성하여 어린이가 흥미롭게 단어를 익힐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 조카도 게임을 하느라 몰입하여 단어를 익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다시 단어들을 학습할 수 있는 학습지가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었다. 학원이나 공부방, 집 같은 곳에서 활용하기에 좋게 접두사와 접미사를 이용해 단어들을 직접 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학습지 구성은 각각의 장마다 모두 달라서 어린이 학습자들이 재미있어 할 것 같았다. 우리 조카도 재미있는 그림들을 보며 즐겁게 문제를 풀려고 노력했다. 아직은 어린 아이라서 물고기 등에 색칠을 칠하는 데에 치중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문제 풀이 형태로 자신의 실력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CD의 프로그램으로 확인해 본다면, 시간과 청각을 자극하는 놀이 방식이 어린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맨 마지막 장에는 어린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하나 하나 떼서 필요한 곳에 붙이는 재미를 느끼며 조카는 정말 즐거워 했다. 가끔은 스티커를 다른 곳에 붙여서 놀라게도 했지만 어린이가 책 자체를 친숙하게 느낀다는 점에서 영어를 하나의 놀이처럼 다가가는 경험이 될 것 같았다. <Phonics Cue>를 시리즈 별로 꾸준히 한다면 어린이의 영어 실력이 쑥쑥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 알라딘 언어세상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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