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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떡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는 법
안드레아 오언 지음, 김고명 옮김 / 글담출판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너무 내 글 같은 책을 만난 것 같다.

제목이 너무 격해서 사실 내용이 너무 궁금했는데, 읽는 내내 음성지원이 된다고 할까?

사이다를 마신 듯 속이 뻥 뚫리기도 했고 너무나 정확히 내 상태를 알고 있는 절친이 쓴 책 같은, 아니 내가 쓴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서 매 페이지를 넘긴 것 같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처럼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원문에는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자가 너무 속시원히 번역해준 덕택에 사실 읽으면서 많은 위로도 받았다.

어느 누구도 수박 겉핥기 식의 위로 비슷한 걸 많이 했지만 이 책처럼 와닿기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꼭 입이 걸걸하고 성격이 화끈한 언니를 만나서 수다 떠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예전에 읽었던 언니의 독설이 설핏 떠오르기도 했으니 말이다.

많은 부분들이 와닿았는데, 내면의 비판자라고 이야기하는(부정적인 말을 뱉어내는 내 마음속 소리 정도라고 보면 될 듯하다.)

그 나쁜 것의 말에 절대 현혹되지 말라는 말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쓸데없는 얘기를 쏟아낼 때 만트라(진언 (眞言: 참된 말, 진실한 말, 진리의 말)는 "말해줘서 고마운데 그냥 넘어갈게" 식으로 받아치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나 역시 내면의 비판자에게 매일 하루에도 수십 번 휘둘린다.

당시의 일뿐 아니라 수십 년 지난 해묵은 이야기까지 끌어들여서 스스로를 옭아맨다.

덕분에 자존감은(아직 남아있다면... ㅠ) 이미 바닥을 치고 더 지하로 내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마 이와 이어지는 이야기이겠지만, 5장에 자기 훼손에 대한 부분도 내게는 많이 와닿았던 부분이었다.

이 책은 개떡같은 기분을 만드는 나의 모습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그런 그런 이유들로 나는 개떡같은 기분을 느낀다.는 이야기라고 보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너는 이런 이런 이유들로 개떡같은 기분이 든다."라고만 말하지는 않는다.

물론 각 장 중간중간 용기를 북돋아주는 부분이 많지만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결론을 말한다.

결론은 사실 좀 식상했다.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마치 수능시험 만점자들이 한결같이 국영수 위주로 공부했다는 이야기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그럼에도 한 번 더 생각할 여지가 있었다. 내 맘 같은 책이었으니 말이다.

마지막까지 족집게 도사 이미지를 가지고(난 완벽주의 경향이 아주 심한 사람이다.) 내 진짜 가치관을 찾으라고 이야기한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가치관이 아닌...

그러면서 저자는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지만, 그 가치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변화 가능성을 열어두라고 조언한다.

내 문제를 훑는 내용에 비해 결론과 해결책은 좀 설렁설렁이긴 했지만 그래도 만족한다.

적어도 내면의 비판자 자식에게 휘둘렸던 과거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 스스로의 실수를 자꾸 곱씹어서 묵상하는 사람,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

셋 다 나지만, 적어도 한 가지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필독서일듯하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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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어 마마
샐리 클락 지음, 김성순 옮김 / 영림카디널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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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갈수록 <여자로> 살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이 책을 보면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5명 중 1명이 강간을 당한다는 내용에서 정말 경악했다.

나 역시 성추행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2번이나... ㅠ

둘 다 고등학교 등굣길에 대중교통에서 벌어졌다.

좁은 만원 지하철 여성전용 칸에서 내 앞에 직장인같이 보이는 수많은 언니들이 있음에도 나는 아무 말 못 하고  내 허벅지에 닿은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처음에는 좁아서 그런가 했는데... 서울역에 가까이 오자 슬그머니 손을 치우는 그x을 보고 이게 성추행이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체 울기만 했다.

아직도 그 형광 연두색 옷을 입은 그 남자를 기억한다.

또 한 번은 자신의 성기를 보여줬던 너무나 곰돌이같이 생긴 중년의 아저씨.

그때도 나는 울기만 했다. 결국 한 달 동안 아빠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등하교를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화가 난다.

왜 나는 그 상황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해주거나 하지 못하고 울기만 했을까?

한편, 내 친구는 지하철에서 성추행 하던 남자(잡고 보니 고등학교 교사였다.)를 신고하고 경찰서까지 갔다.

발뺌하는 그x은 결국 동영상과 옆에 있던 많은 증언자들 덕분에 처벌을 받았다.

내가 겪었던 일과 내 친구가 겪었던 일은 비슷할 수 있지만, 대했던 방향은 달랐다.

나는 그저 당하기만 했고, 내 친구는 그럼에도 그 상황을 당당하게 이겨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옛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리고 적어도 내 아이에게는 확실한 교육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십여 년 후 내 아이가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나처럼 그냥 울고, 스스로 상처받고 피해 다니게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굿걸(good girl)을 위한 교육을 넘어서 no라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딸과 여성이 필요한 시대다.

싫고 괴롭고 고통스러우면서도 움츠러드는 여성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도 의사 표현을 하고, 해야 한다는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 꼬꼬마인 아이에게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너의 몸을 만지고, 네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안돼요"라고 이야기하라고...

이 책을 많은 엄마들이 접했으면 좋겠다.

딸들뿐 아니라 아들들에게 이런 교육은 정말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책이 필요 없을 정도의 사회 분위기가 되면 참 좋겠지만 말이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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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들
김옥림 지음 / 미래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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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너무 사랑하는 한 남자의 바보 같은 인생 이야기라고 할까?

읽는 내내 눈물도 많이 났고, 한편으로는 민우가 너무 불쌍하기도 했다.

자신이 가족을 사랑한 것에 비해, 그들의 사랑이나 인정은 너무 소소했다.

벤처기업을 경영하면서 승승장구하던 민우.

그리고 예쁜 와이프 인서와 똑똑하고 재능 많고 예의 바른 아들 유빈과 딸 유리.

누가 봐도 부러울 수밖에 없는 민우의 가정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사업이 원활하지 않던 차의 친구 종민의 부탁으로 민우는 2억을 빌려주고, 종민은 의도적으로

갚지 않고 미국으로 잠적한다.

그 일이 문제가 되어서 결국 민우는 부도를 맞게 되고, 민우의 가정도 깨지고 만다.

물론 돈을 빌릴 수 있음에도 인서에 대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재벌 2세인 친구 혜빈의 호의를 거절했다는 대목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코너까지 몰렸다면 누구의 돈이라도 빌려서 부도를 막는 것이 맞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득 들었다.

그리고 인서와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그들이 보여줬던 사랑은 결국 돈 앞에서의 사랑이 아니었나 싶다.

아빠나 남편으로가 아니라 그가 벌어다 주는 돈이 주는 편안함을 사랑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혼 후 학원 강사로 재개한 민우.

그리고 위암 3기임에도 아내에게 신장을 이식해주는 민우.

민우의 병을 알고, 자신에게 신장을 기증한 사람이 민우라는 사실을 알고, 병간호를 해준 남편을 다시 받아들이는 인서.

그리고 그렇게 죽어간 민우.

역시 소설 속 이야기라고 밖에는... ㅠ

이렇게 처절하게 사랑만 주고 자신의 인생은 결국 사라지고 마는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감동보다 불쌍함을 느낀 건 내가 너무 떼가 묻어서 그런 것일까?

이혼을 그렇게 요구했던 인서가 자신의 병 앞에서 자신을 간호하는 민우에게 다시 살갑게 대하며 자기라고 부르는 장면을 보고 진짜 어이가 없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고...

민우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상대가 어떤 모습을, 어떤 반응을 보이던 끝없는 사랑을 주는 아버지의 사랑?

소설 가시고기의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졌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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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 심윤경 장편소설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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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이 책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초반의 줄거리였는데 궁금증을 자아내는 내용이었다.

설날 새벽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여아.

그 아이가 바로 설이였다.

설이는 똑똑한 아이다. 그래서 자신이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되었을 당시도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런 설이지만 입양을 갔다가 파양을 3번이나 당하고 결국 위탁이모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나마 설이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은 이모와 곽은태소아청소년과의 원장인 곽은태쌤이다.

결국 파양 사실 때문에 학교생활이 힘들어질 걸 걱정한 보육원 원장과 이모에 의해 학교를 옮기게 되는데, 꽤 유명한 사람들의 자녀들이 다니는 사립 초등학교였다.

한 학기만 죽은 듯이 다니려는 설이에게 많은 일이 벌어진다.

설이를 괴롭히고 때려서 큰 상처를 준 짝꿍 시현. 학교폭력이라는 큰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결국 설이는 시현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고...

시현의 아버지인 곽은태원장과 마주하게 된다.

소설이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이 과하게 많다.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가 학비가 엄청 비싼 사립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는 것도, 월등하게 공부를 잘해서 입학 자격을 운운하는

학부모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다는 것도...

그럼에도 설이는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었다.

사실 그렇게 설이를 아껴주는 곽은태샘이 이중인격자가 아닐까 의심의 눈초리로 책을 읽어나갔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또한 시현의 엄마 역시 치맛바람만 일으키고 돈으로 갑질하는 사모님은 아닐까 싶었는데, 설이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부분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좋은 환경도 좋지만, 정말 아이가 기뻐하고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게 된 소설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곽은태샘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가면서, 잠깐이지만 설이가 엇나가는 모습을 보고 그들 역시 느낀 바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많은 부분이 거짓으로 드러나게 되고, 부모도 가정 형편도 안 좋은 설이지만 그럼에도 누구보다 아끼고 보듬어주는 이모가 있기에

설이는 많은 것을 갖지 못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갖은 행복한 아이가 아니었나 싶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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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 공화국 -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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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었던 책이 있다.

노숙자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의 글이었다.

그 내용 중에 기억나는 것이 돈을 모으면 고시원에서 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몇 년 동안 공시족으로 살았었기에, 주변에서 고시원을 많이 봤었다.

다행히 우리 집은 노량진에서 가까웠기에 고시원에 살지는 않았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많은 수의 공시족들은 고시원 생활을 했다.

왜 고시원 이야기를 늘어놓을까?

이 책의 첫 장면이 바로 고시원이기 때문이다.

그리 비싼 타워팰리스보다도 고시원이 더 비싸다니??

단위 면적당으로 계산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내용을 보고 사실 좀 놀랐다.

바벨탑 공화국은 성경의 바벨탑에서 제목을 차용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탐욕 속에 갇힌 현대의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점들을 비판한 책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저자는 특히 서울에 몰려있는 인구와 그로 인한 집값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냉철하게 쏟아내었다.

거기에는 가로수길같이 소위 뜬 길에 건물주 들의 갑질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고, 서울에 몰려있는 대학들과 그 대학을 보내기 위해 혈안이 된 대한민국의 모습에 대해 쓴소리를 퍼붓는다.

제일 쇼킹했던 것은...

정약용 선생이 자녀들에게 이야기한 서울을 떠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선각자라고 할 수 있는 다산조차도 자녀들에게 서울에 머물러 있으라는 예언 아닌 예언을 했다는 것이다.

읽는 내내 뭔가 답답함을 느꼈다.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많은 문제를 품고 있지만 해결하기에는 너무 상해 있기도 하고, 해결 방법이 쉽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서울의 대학을 보내고 싶어 하고, 모든 편의시설이 몰려있는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싶어 한다.

전체적인 의식의 개선 말고는 이 바벨탑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아마 우리 다음 세대의 삶은 우리보다 더 치열하고 더 치졸하고 더 힘들어질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해답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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