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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 오심과 권력, 그리고 인간을 심판한 법의 역사
김웅 지음 / 지베르니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의 검사 내전을 참 재미있게 읽었고, 그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검사 내전도 참 재미있게 보았다. 실제 검사가 쓴 작품이기에, 실제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그래서 더 기대가 되었던 것도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물론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고, 검사에서 국회의원으로 그리고 변호사로 저자 역시 많은 변화를 겪긴 했다.)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에세이도 아니고, 소설은 더더욱 아니다. 지극히 법에 관한 이야기다. 다행이라면, 저자 특유의 문체의 재미는 여전하다는 것.
책의 공통된 주제는 바로 형사소송 제도다. 형사소송 제도의 시작을 어디서부터로 봐야 할까? 저자는 형사소송 제도의 시작을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인 기원전 2,000년으로 본다. 바로 가장 오래된 성문법으로 알려진 우루카키나 법전에는 자유와 평등, 정의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었다니 참 놀랍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이 바로 함무라비 법전의 이야기였는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해석한 부분이었다. 당연히 사유재산에 대한 강화가 이런 법을 만들어냈다고 배웠기에, 가진 사람들의 것들을 지키기 위한 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해석은 다르다. 이는 약자들이 강자에게서 상해를 입지 않도록 그들을 지키기 위한 법이었다는 것이다.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것을 지키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약자들은 그렇지 않다. 또한 약자에게 얻은 피해 이상을 얻어내려는 강자들이 존재할 것을 예상했기에 이런 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의 형사소송 제도로 발전하기까지는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 문제는 그 희생들이 너무 과했고, 불필요한 것들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생각보다 형사소송 제도는 참 많은 비효율성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이 책은 그 비효율적인 형사소송 제도의 역사를 담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라는 제목의 답은 생각보다 초반에 등장한다. 물론 잘 알려졌다시피 무신론자이자 젊은이들을 타락시켰고, 세대 간 갈등을 부추겼다는 사유였다. 사실 그 안을 깊이 파보면 정치범으로 몰렸기도 했지만, 소크라테스 자체가 밉상인 행동들을 하기도 했었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소크라테스의 판결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그 밖에도 중세의 가장 문제가 된 마녀사냥에 대한 부분도 등장하는데, 정말 답답하고 끔찍했다. 자기가 살기 위해 마녀가 아닌 걸 알면서도 신고를 해 마녀로 모는 현실이 참 씁쓸했다. 그렇게 몰린 마녀 중에는 가정주부도 있었고, 전혀 상관없는 상황 속에서 마녀로 몰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재산을 빼앗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마녀인 것이 확인되면 과거 신체절단의 벌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것도 마녀사냥이 많아진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책 안에는 검사 출신인 저자가 바라보는 검사 사회의 이야기뿐 아니라 법을 모르는 국회의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법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들이 있다. 덕분에 속이 시원한 감도 있었다. 또한 미란다원칙에 대한 부분은 알고 있었지만, 좀 더 배경지식을 알게 되어서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