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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로그인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천신한은 가족들과 학교에서 우등생으로, 장래가 촉망받는 학생이었다. 전교 1등을 도맡아서 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에 엄친아였던 그는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교통사고 후, 천신한의 눈에는 검은 안개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 검은 안개는 시도 때도 없이 보인다. 처음에는 사고로 인해 몸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황위샹의 퇴근길, 그에게도 검은 안개가 보였다. 잡아야 할 것 같았지만, 황위샹은 장 볼 가게 문이 닫힌다는 이유로 서둘러 나섰고, 그날 이후로 황위샹을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얼마 후, 뉴스에서 그녀가 남편의 내연녀의 칼에 찔려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충격을 받은 천신한은 직장도 그만두고, 집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가지 않는 히키코모리가 된다.
유일하게 천신한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친구인 허칭옌이었다. 의사도, 가족들도 검은 안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던 때, 유일하게 천신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바로 허칭옌이었다. 그랬기에 천신한은 늘 허칭옌에게 속내를 드러냈다.
도저히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께 마지막까지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천신한은 별점 테러 수준의 숙소에서 혼자 자살을 결심한다. 혹시나 의심받을까 봐 숯불용 목탄을 사면서 탄산음료와 고기 등도 같이 산다. 숙소로 가는 길, 부딪친 남학생에게서 또 검은 안개를 마주하는 천신한.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올랐기에 근처 공원의 정자에 잠시 앉아서 마음을 다스린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노숙자와의 대화를 통해 천신한은 마음을 고쳐먹는다.
하루 종일 방 안에 갇혀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게임이 전부다. 둥촨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천신한과 게임 길드인 펜리르, 다아시는 함께 게임에서 큰 활약을 한다. 특히 최고 난이도의 게임을 마스터한 둥촨은 게임 안에서 일약 스타가 된다. 타인의 게임을 도와주는 역할로 나름의 용돈벌이도 하고 있다. 그날도 게임을 하던 중 시리라는 닉네임의 소녀를 만나게 된다. 친절하게 대하는 그녀는 천신한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달라는 이야기를 한다.
히키코모리로 바깥출입이 두려운 천신한은 친구인 허칭옌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도저히 혼자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리를 만난 천신한. 반가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시리에게 검은 안개를 발견하게 된 천신한. 그렇게 그는 시리를 돕기 위해 단서를 찾아나가기 시작한다. 시리는 그동안 게임을 했기 때문에 분명히 그 안에서 그녀를 노리는 죽음의 그림자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찾아 나서기 시작하는데...

사실 책을 읽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난 특정 사건이 떠오른다.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 책의 저자 우샤오러의 나라 타이완에서도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와 이 성범죄의 이야기는 논픽션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과거의 비해 성인지감수성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다른 이름으로 일어나는 가상공간에서의 범죄들은 교묘할 정도로 지능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그런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두려움에 갇혀서 밖으로 한걸음 나가는 것도 무서웠던 천신한이 어떻게 바뀌어가는지를 마주하는 것도 놀라운데, 처음부터 등장했던 친구 허칭옌의 정체도 궁금했다. 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