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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자비의 시간 1~2 세트 - 전2권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추리소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법정 드라마다. 전공과 연관이 되기도 하지만,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토리와 도무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 극적인 증거 등과 마주치며 속시원히 해결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 속 법정과 소설 속 법정은 엄연히 다르긴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소설에 더 매력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1990년 3월 25일 새벽. 911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경찰관 스튜어트 코퍼가 자신의 어머니인 조시 갬블을 무자비하게 폭행했고, 어머니가 죽은 것 같으니 빨리 구급차를 보내달라는 전화였다. 그리고 얼마 후, 도착한 구급차는 부엌에서 쓰러져 있는 조시 갬블을 안고 있는 딸 키이라 게일 갬블을 발견하고, 안방 침대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경찰관 스튜어트 코퍼를 발견한다. 키이라는 경찰에 자신의 오빠인 16살의 드루 앨런 갬블이 총으로 의붓
아버지(어머니의 애인)인 스튜어트 코퍼를 살해했다고 진술한다. 사실 스튜어트 코퍼는 알코올중독에 가정폭력을 일삼는 문제 경찰이었지만, 어디까지나 그를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사실이었다. 유능한 경찰로 지역 사회에서는 꽤 이름이 났던 인물이었던지라, 이 사건은 얼마 되지 않아 마을의 주목할 만한 사건이 된다. 졸지에 성실한 후임을 잃은 오지 월스 보안관은 상심하지만, 이 사건의 범인이 16살의 아이였다는 것과 과거 스튜어트 코퍼의 가정폭력과 알코올 중독 등에 대해 이제서야 알게 되었기에 머리가 복잡하기만 하다. 사실 전에도 조시와 드루 남매는 스튜어트에게 수시로 폭행을 당했고, 사건이 일어나던 날도 조시를 폭행한 후 남매가 숨어있는 방의 문을 열려고 했다. 어머니는 이미 사망했고, 자신들 또한 스튜어트의 손에 죽을 거라는 두려움을 가진 드루는 자신과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또한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스튜어트를 죽인 것일까? 다행히 남매의 어머니 조시 갬블은 사망하지 않았고 병원으로 옮겨진다. 어머니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드루는 입을 닫고, 오지 보안관은 키이라와 드루를 경찰서로 데려간다.
한편, 해당 사건을 검토한 지역 판사 오마르 누스는 제이크 브리건스 변호사에게 전화를 건다. 이미 5년 전, 인종 차별 등의 사건을 성공적으로 변호했던 제이크에게 바로 드루의 사건을 맡긴 것이다. 이미 같이 일하는 헤리 렉스 변호사로부터 누스 판사가 제이크에게 전화해서 해당 사건을 맡길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누스의 전화가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이미 5년 전 사건으로 꽤 오랜 기간 브리건스 가족은 협박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거기다 현재 제이크의 자금 사정 또한 썩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특히 미국 사회에서 경찰 살인은 1급 살인죄로 처벌을 받는 중대한 범죄기에, 이 사건의 피의자인 드루와 그의 변호사를 향한 눈초리가 결코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16세의 소년이지만, 스튜어트에 대한 지역의 여론이 좋았던 터라 드루는 궁지에 몰린다. 어느 것도 드루에게 유리하지 않다. 함께 있던 여동생의 진술이 드루의 범행을 증명해 주고 있는 터라, 드루에게는 사형선고가 내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드루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제이크의 노력과 달리, 사건을 갈수록 꼬여가기만 한다. 그런 와중에 여동생인 키이라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드러나게 되고, 그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데... 과연 이 일은 드루의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우리와 다른 미국의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좀 더 작품을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보안관제와 배심원제도에 대한 지식이 더해지면 확실히 흥미가 더해질 것 같다. 나 또한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책에 어느 정도의 내용이 등장한 것처럼, 보안관은 미국의 경찰인데 선거제로 임명된 군의 집행관이다. 사건이 벌어진 지역의 배경이 백인에 대한 우월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동네라는 설정 속에서, 보안관 오지는 흑인이지만 70%의 지지율로 당선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알게 모르게 편견 속에 살고 있다. 물론 드루가 흑인은 아니었지만, 백인 경찰을 살해했기에 그를 향한 냉혹한 잣대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도 존 그리샴은 법정 스릴러의 대가답게 사건을 속시원히 해결해 주면서, 그 안에 깊은 여운까지 한 스푼 담았다. 살인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쉽게 판단을 하기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