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쿨女'가 별명이지만,

삐쩍 말라 날카로워 보였으며, '나는 신경질적입니다' 하고 양미간에 내천(川) 자를 그린걸로 미루어, 그렇게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말투라는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위, 아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지만, 그 외의 것들은 여느 때처럼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말투에 묻혀버렸다.

으레 하던 데로 하려는데, 그녀가 "상담 요청이요"하고 가로막는다.

자세히 보니, 입술은 부르트고 눈은 떼꾼한 것이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와 있었다.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해서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안되는 거네요...하다보니, 또 다른 그녀도 똑같은 증상으로 힘들어 하고 있었다.

원래 그녀의 체질은 외모가 드러내는 그대로...가 맞았는데,

교회 성가대에서 '솔로이스트'로 활동하면서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말투를 익혔던 거다.

한동안 허리가 심하게 아파서 성가대를 서지 못했었고, 그러면서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열이 위로 몰린거였다.

 

또 다른 그녀는 '집파녀'로 불렸었다.

수도꼭지에 버금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하나, 둘, 셋...큐~!'하면 핑그르르가 아니고 '눈물 뚝 콧물 뚝' 떨구며 울어대는 통에,

일을 할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하도 울어서 우는 걸 직장 동료에게 들키면 벌금을 만원씩 내기로 했었는데, 벌금을 내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할 정도'라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어찌어찌하여 눈물을 흘리는 횟수는 줄었는데, 대신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제대로 안 되고 있었다.

중이 제머리 못 깎고 등잔 밑이 어둡다고...제 자신은 돌아보지 못했었다.

 

ㆍㆍㆍㆍㆍㆍ따라서 우리는 될 수 있는 대로 나약해지지 않고, 남몰래 눈물 흘리는 일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고통과 대면해야 할 피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눈물 흘리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눈물은 그 사람이 엄청난 용기, 즉 시련을 받아들일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이 그것을 깨달았다. 어떤 사람들은 부끄러워하면서 자기가 운 적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번은 부종 때문에 고생하던 동료에게 어떻게 나았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실컷 울어서 내 조직 밖으로 몰아냈지."(140~141쪽)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05년 8월

 

솔직히 이 책에서 저런 의도를 읽어낸다는 무척 소극적인 독서법이다.

빅터프랭클이 누구인가 말이다.

인간존엄성의 승리이며 로고테라피의 창시자이고...이런 어려운 얘기들을 해야 겠지만,

그건 이 책을 이미 읽었거나 앞으로 읽게 될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읽고 깨달은 것은, 이 한마디로 함축할 수 있다.

Love will find a way.

사랑도 그렇고, 삶도 그렇고...길은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라는 것.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통해 나는 수용소에서도 사람이 자기 행동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ㆍㆍㆍㆍㆍㆍ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환경에서도 인간은 정신적 독립과 영적인 자유의 자취를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ㆍㆍㆍㆍㆍㆍ 수면부족과 식량부족 그리고 다양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환경이 수감자를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적으로 분석을 해보면 그 수감자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되는 가 하는 것은 그 개인의 내적인 선택의 결과이지 수용소라는 환경의 영향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근본적으로 어떤 사람이라도, 심지어는 그렇게 척박한 환경에 있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강제수용소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ㆍㆍㆍㆍㆍㆍ그들의 시련은 가치 있는 것이었고, 그들이 고통을 참고 견뎌낸 것은 순수한 내적 성취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삶을 의미 있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이다. (120~122쪽)

 

난, 빅터 프랭클의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를 먼저 읽었던 터라, 이런 자전적인 이야기가 주는 교훈적이어야 한다는데서 오는 일종의 거부감이 덜했다.

게다가 '자신의 생명 외에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 속에 일어나는 온갖 감정과 무감각의 복잡한 흐름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수용소'라는 상황과 '죽음'을 눈 앞에 둔 상황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익명을 사용한다던가 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가까이에서 자기를 지켜보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으로, 종교에 의지하거나 농담을 하는 것으로, 나무나 황혼 같이 마음을 치유해 주는 아름다운 자연을 단지 한번 바라보는 것으로, 그들은 굶주림과 수모, 공포 그리고 불의에 대한 깊은 분노의 감정들을 삭인다.

그런 것들이 자연스런 깨달음과 교훈으로 이어진다.

 

물론, 그의 '로고테라피'의 이론을 내가 얼마나 그럴 듯하게 생각하느냐, 나라면 임상에 적용시킬 수 있는가...는 별개로 하고 말이다.

  그때도 내 마음은 여전히 아내의 영상에 매달려 있었다. 한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쳤다. 나는 아내가 아직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몰랐다. 그러나 한가지만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때서야 내가 깨달은 것이었는데,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육신을 초월해서 더 먼 곳까지 간다는 것이었다. 사랑은 영적인 존재, 내적인 자아 안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갖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았든, 아직 살았든 죽었든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ㆍㆍㆍㆍㆍㆍ 나와 그녀가 나누는 정신적 대화 역시 아주 생생하고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79~80쪽)

 

그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 견뎌내는 방법으로, 그는 '아내'라는 방법을 택했다고 했는데...

그는 아내가 아직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몰랐다고 했는데...

사실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를 읽으면 알게 되는 것이지만,

그는 수용소에 들어가 얼마 안되어, 아내가 죽었다는걸 이미 알게 된다.

그러니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아내와의 대화가 아니라, 그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내는 가공의 인물이 되는 것인데..., 뭐~--;

 

난 그의 로고테라피를 임상에 적용해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지만,

위의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아내와 대화를 하는 상상으로 지옥 같은 수용소를 견뎌낸 그가 사랑에 대해서 이렇게 현실적이고 논리정연한 이론을 정립한게 잘 이해가 되진 않지만...

내가 평소 사랑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예쁜 말로 잘 정리해 놓은 것 같아서 옮겨본다.

 

 

 사랑은 다른 사람의 인간성 가장 깊은 곳까지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의 본질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사랑으로 인해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과 개성을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 사람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실현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볼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사랑의 힘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깨닫도록 함으로써 이런 잠재능력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로고테라피에서는 사랑을 소위 승화라는 의미에서의 성적 충동이나 본능의 단순한 부수현상(일차적 현상의 결과로 발생하는현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사랑은 섹스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근원적인 하나의 현상이다. 섹스는 사랑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섹스는 그 안에 사랑이 담기는 순간, 아니 사랑이 담겨 있을 때에만 정당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신성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사랑을 섹스의 부산물 정도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오히려 섹스를 사랑이라 불리는 궁극적인 합일의 경험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184~185쪽)

흔히들...

육체적인 사랑만을 가지고 사랑이라고 하면 안된다고 하고, 그건 탐닉이라고도 하곤 한다.

반대로 머릿속으로만 하는 사랑도 사랑이라고 하면 안된다, 그건 상상이라고 불러야 한다.

고로,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라고 하는 말은, 말뿐인 '공허한 위로'인 것이다.

 

적어도 보고 만지고 냄새맡고 느낄 수 있어야 상처가 잘 아무는 곪아 터지는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고로,

Love will find a way.

옆에 내가 붙여넣고 싶은 말은,

Love is physical...이다.

 

 

 

 

 

 

 

 

 

 

 

 

 

 

 

 

 

 

Winterplay - You're in my heart

I didn't know what day it was
when you walked into the room
I said hello unnoticed
you said goodbye too soon
breezing through the clientele
spinning yarns that were so lyrical
I really must confess right here
the attraction was purely physical
you're in my heart, you're in my soul
you'll be my breath , should i grow old
you are my lover, you're my best friend
you're in my soul
my love for you is immeasurable
my respect for you immense
you're ageless ,timeless, lace and fineness
you're beauty and elegance
you're rhapsody, a comedy
you're a symphony and a play
you're every love song ever written
but honey what do you see in me
you're in my heart , you're in my soul
you'll be my breath , should i grow old
you are my lover, you're my best friend
you're in my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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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3-03-0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좋네요.^^

2013-03-03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는 말씀! 그리고 사랑에 대한 서술 좋네요. 'Love will find a way.' 도 좋구요. 어쨌거나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죠..^^

하늘바람 2013-03-03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음악들으러 양철나무꾼님 서재에 온답니다

순오기 2013-03-04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님 안녕~~~ 햇살 좋은 3월에도 즐거운 일상 누리시기를...^^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와 '칠칠 최북'을 번갈아 가면서 읽는다.

화두는 어제가 좋은 서평, 좋은 글이었다면...오늘은 그 연장선 상에서 '좋은 그림'이다.

글은 쓰레기 같이라도 내 감정을 표현해 내지만, 그림으로 감정을 표현하기란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모르면 용감하다고...

그림도 서평이나 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화단에서 얘기하는 진짜 좋은 그림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경험과 삶을 얼마간 반영한 그림이 난 좋다.

 

최북의 이 그림 '공산무인도'를 놓고 사람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무성의하다고 하고,

내가 애정하는 손철주는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는데,

최북의 대표작으로 꼽는 이가 있다는 걸 주목할만 하다.

이유는 다름아닌, 그림 속의 시 한수 때문이란다.

 

최북이 인용한 '空山無人  水流花開'는 어떻습니까? 빈산에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이 없는데 물은 흐르고 꽃은 핍니다.ㆍㆍㆍㆍㆍㆍ'공산무인 수류화개'가 가지고 있는 속뜻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자연은 원래 스스로 그러한 것이기 때문에, 인가니작위적으로 그 자연의 섭리에 가입할 수 없는 것이다.' 보십시오. 물이 흐르고 꽃이 지는 것은 자연이 원래 그렇기 때문입니다. 빈산에 사람이 하나도 없어도 물은 저절로 흐르고, 꽃은 필 때 알아서 피며, 떨어질 때 알아서 떨어진다, 이런 의미를 담고 있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화가 최북은 자연이 가지고 있는 원래 그러한 이치를 그림 속에 표현해 본 것이죠. 다른 사람들은 물이 흐로고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제 가끔의 흥에 겨워 그렇게 탄성을 지르거나 한숨을 쉬는데, 최북은 그렇지 않은 자연의 딴 마음을 그려 보고 싶었던 겁니다. 물은 저절로 흐르고, 꽃은 필 때면 저절로 피는 것이다. 인간이 피어라 한다고 피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슬프다고 떨어질 꽃잎이 안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심상을 이 그림에 드러낸 것이죠. 그래서 최북의 이 그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획득한 겁니다. 어떤가요, 결코 만만한 산수화가 아니지요.

 

실은 '서서비행'과 관련한 페이퍼의 어울리는 음악으로 내가 골랐던 음악은 '임재범'의 '비상'이었다.

 

 

 

 

 

 임재범 - 2집 비상
 임재범 노래 / 새한(km culture)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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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상

                                                            작사/채정은

 

누구나 한번쯤은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순간이 있지
그렇지만 나는 제자리로 오지 못했어.

되돌아 나오는 길을 모르니

너무 많은 생각과 너무 많은 걱정에 온통 내 자신을 가둬두었지.
이젠 이런 내모습 나조차 불안해보여.

어디부터 시작할지 몰라서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

감당할 수 없어서 버려둔 그 모든건 나를 기다리지 않고 떠났지.
그렇게 많은 걸 잃었지만 후회는 없어.

그래서 더 멀리 갈 수 있다면

상처 받는 것보단 혼자를 택한거지.고독이 꼭 나쁜것은 아니야.
외로움은 나에게 누구도 말하지 않을 소중한걸 깨닫게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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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페이퍼를 쓰는 동안 마음이 바뀌어 내가 요즘 끼고 듣는 'The one'의 '그남자'를 페이퍼에 올려 같이 듣고 싶어졌다.

이 노래로 말할 것 같으면, 예전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OST로 남자 버전 '그남자'와 여자 버전 '그여자'가 있다.

아마, 백지영이 '그여자'로 부른걸,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남자 주인공이 '그남자'로 바꿔 불렀었나 보다.

그때도 분명 같은 가사였을텐데,

미처 그렇게 아슴아슴하고 절절한 줄 모르다가,

The one이 부른 버전을 듣는데...제대로 몰입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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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남/여)자

 

 

한 (남/여)자가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 (남/여)자는 열심히 사랑합니다

매일 그림자처럼 그대를 따라다니며
그 (남/여)자는 웃으며 울고 있네요

얼마나 얼마나 더 너를
이렇게 바라만 보며 혼자

이 바람같은 사랑
이 거지같은 사랑
계속해야 네가 나를 사랑하겠니

조금만 가까이 와 조금만
한 발 다가가면 두 발 도망가는
널 사랑하는 난 지금도 옆에 있어
그 (남/여)잔 웁니다

그 (남/여)자는 성격이 (소심합니다)
그래서 웃는 법을 (배웠답니다)

친한 친구에게도
못하는 얘기가 많은 상처투성이

얼마나 얼마나 더 너를
이렇게 바라만 보며 혼자

이 바람같은 사랑 이 거지같은 사랑
계속해야 네가 나를 사랑하겠니

조금만 가까이 와 조금만
한 발 다가가면 두 발 도망가는
널 사랑하는 난 지금도 옆에 있어
그 (남/여)잔 웁니다

그 (남/여)자가 나라는 걸 아나요
알면서도 이러는 건 아니죠
모를 거야 그댄 바보니까

(조금만 가까이 와 조금만)
한 발 다가가면 두 발 도망가는
널 사랑하는 난 지금도 옆에 있어
그 (남/여)잔 웁니다

 

펼친 부분 접기 ▲

 

내가 이 노래에 제대로 몰입한 이유는,

그 (남/여)자는 성격이 (소심합니다)
그래서 웃는 법을 (배웠답니다) 

라는 구절 때문이다.

주변에서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들을 간혹 보고 듣기는 하지만,

오랜 사회생활에 닳고 닳아서 (좋게 말하면 둥글려져서) 그런지,

'성격이 아무리 소심하기로 웃는 법을 배워야 할 사람이 있을라고~'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한때 나는 사람들의 웃음을 부러워 했었다.

사람들이 흩뿌리는 웃음을,

내리쬐는 햇살이랑 동격으로 여겼고,

그들이 흩날리고 가는 웃음의 조각들만을 모아서라도 좋으니...

나도 밝고 (넉넉하지 못하면) 잔잔하게라도 웃어보고 싶었었다.

나의 웃는 모양새는 '배시시 해시시 자연스럽게'가 아니라,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억지로 마지못해 웃는 흉내를 내는 꼴이었다.

 

친한 친구에게도 못하는 얘기가 많은 상처투성이가 아니라,

친구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마음을 열고 다가가 얘기를 한 친구가 없었다.

 

그러면서 내게 다가오는 이를 향하여 난 도리어,

이를 드러내 놓고 얼굴을 터트려가면서 웃지 못한다고 툴툴거렸었다.

 

그대도 나도 성격이 소심한가 보다.

그래서, 그대도 나도 웃는 법을 배워야 하나 보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대도 나도 성격이 소심하다는 걸 수긍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배우기만 하면 제대로 웃을 수 있게 될테니 다행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행인건,

친한 친구에게도 못하는 상처로 얼룩진 그 얘기들을,

그대에게는 버선목 뒤집어 보이듯 털어놓을 수 있다는 거다.

 

암튼,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이 책은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의 강의록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 강의실에 가서 그의 구수한 입담에 빠져보고 싶다.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랑 달리 추가된 내용은, 초승달과 그믐달의 구별법 정도인것 같다.

손철주가 공개한 특별 구분법을 살짝 공개하면 이렇다, ㅋ~.

"초승달을 모르는 사람은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초승달은 'ㄱ'자 형태거든요. 그믐달은 'ㄴ'자 쪽입니다. ㆍㆍㆍㆍㆍㆍ초승달은 해가 지고 난 뒤에 저 서쪽 하늘에 뜬 것을 잠시 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해가 지고 나면 얼마 안 있어서 지게 됩니다. 그리고 아침에 해가 뜰 무렵에 뜨는 것이 초승달입니다.

 

 

어제 저녁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하늘에 떠 있던 조각달.

손철주의 초승달ㆍ그믐달 구별법 특강을 참조하여 달의 이름과 시간대를 가늠해 보시기 바란다.

퀴즈로 내볼까?^^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 (체험판) : 팸플릿 1
 손철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6월

 

 

 

 

 

 

 

 

 

 칠칠 최북
 민병삼 지음 /

 도서출판 선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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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는 쓴 적 없다.

직업과 관련된 업무 일지는 간간히, 케이스 스터디 노트는 맘 내킬때...

하지만, 낙서 식의 그림일기는 자주, 거의 매일 쓰다시피 한다.

 

배우 유준상의 유쾌하고 엉뚱한 일상 모험.

유쾌하고 엉뚱하면서도 일상을 벗어나지 않은 모험이라는 구절,

이게 유준상이 쓴 '행복의 발명'이란 책을 보게 된 이유이다.

그렇다면 유준상은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되었을까?

 

 

 

 

 

 

 

 

 행복의 발명
 유준상 지음 / 열림원 /

 2012년 5월

 

 

'배우는 일지를 써야 돼.'

유준상이 '아버님'이라고 부르며 존경하는 안민수 동국대 석좌 교수의 이 한마디를 가슴에 새기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만의 '배우 일지'를 써왔단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행복의 발명'이라니...ㅎ,ㅎ~.

 

발명- 아직까지 없던 기술이나 물건을 새로 생각하여 만들어 냄

발견-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냄

 

한때, 발명과 발견의 단어 차이를 놓고 고민을 했었으니, 이들 단어를 놓고 착각했을리는 없고...

내가 행복의 정의를 잘못 알고 있나 싶어서 되짚어 보았다.

 

행복:1.복된 좋은 운수

       2.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우리는 해가 바뀌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건네게 되는데, 이때 '복 많이 지으라'는 말이 생략 됐다.

새해 복많이 지으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복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것과 마찬가지로 잉과응보의 개념이다.

 

다시말해, 유준상은 행복을 길 가다가 어느날 그냥 우연히 얻어지는 소극적 개념의 것, 발견으로 보지않고,

아직까지 없던 기술이나 물건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처럼, 능동적이고 적극적 개념의 것으로 보았다.

거창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결국 행복은 노력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정리해 보자면,

새벽은 새벽에 눈 뜨는 자만이 볼 수 있듯이, 행복은 발견이 아닌 발명하는 것이다.

 

<이 책의 판매에 따른 인세 수입은 지은이의 뜻에 따라 전액 소외된 어린이를 돕는 일에 기부됩니다>

 

솔직히 책에서 위의 저런 구절을 보지 않았다면, 너나 할 것 없이 책을 내는 세상이라며 툴툴거리고 읽으려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유준상의 '배우 일지'가 아무리 멋지다고 해도 아마추어적인 신변잡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생각이란 것이 하나로 고착되지 않고 이리저리로 넘나드는 것이, 유쾌하고 엉뚱하고 대책없어보여 좀 멋있어 보였지만...

그걸 배우의 그것이라고 놓고 봤을땐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하다 못해 소박하다 싶었고,

그의 글과 그림은 심지어 초라하고 불쌍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가 책을 낸게, 어떤 개인적인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란게 보라색 문장으로 밝혀지는 순간...

(뭐, 너나 할 것 없이 책을 낼 수 있다...이런 교훈을 얻자는게 아니라,)

'일기 또는 일지'라는 건 어느 누구나 쓸 수 있는거고,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사는 배우라고 하여 꼭 '배우 일지'라는 삶의 기록조차 휘황찬란하지는 않다는 거다.

다만, '일기나 일지'를 통하여 그날 그날 삶을 반성하고 내일을 계획할 수 있을 정도로 삶을 개척하는 사람이라면,

(그걸 유준상은 '발명'이라고 본 듯 하다~^^)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니, 이 책의 키워드를 무엇으로 보느냐는 사람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일기나 일지를 쓰는 삶'으로 보고싶은거다.

그가 그린 뼈다귀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림은 너무 단순하여 누구든 따라 그릴 수 있겠지만,

사물을 몇 개의 선이나 단어로 요약해 내는걸 보고 있노라면, 신선이나 禪의 대가를 보는 듯 하다.

산다는 건 가끔 너무 어렵고 철학적이다가도 또 어떨 땐 너무 단순하고 쉽게 풀린다.

아마 그 가운데에서 저울질하다가 나 스스로 그 무게를 잘라내는 일의 연속이 아닐까 싶다.

그 삶 속에서 나는 자연을 보게 되었고,

삶은 자연 속에서 아주 커다란 진리를 보여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14쪽)

너무나 놀라웠던건 '초긍정자아'라고 생각했던 그도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거다.

생일이 얼마 전에 지났다.

생일은 꼭 우울하거나 아프거나 쓸쓸하거나 아쉽다.(28쪽)

 

생일이 얼마전에 지났다.

생일은 꼭 바빠 정신 없어서 미역국도 못먹고 지나간다.

처음 일기나 일지를 쓰기 힘든 사람들은 이런 놀이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밑줄 친 부분에 적당한 단어들을 넣는 걸 연습하다 보면, 자연 일기나 일지 쓰기나 수월해 지지 않을까?

 

이렇게 바꿔 보는 또 어떨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사람이다.(46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있어야 할게 제 자리에 있는 거다.

 

불꽃이 디즈니(Disney) 하늘 위를 새하얗게 수놓고 있었다. 나는열심히 촬영을 했고 아내는 분수대 앞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 모양의 불꽃이 퍼졌다 사라지고 하늘에는 온통 불꽃의 수가 놓였고 쿵쿵쾅 소리는 모든 이의 숨소리를 멈추게 했다. 불꽃놀이가 끝난 뒤 아내가 내게 다정스레 한마디를 했다.

 

"바보, 계속 찍기만 하면 뭐해. 이런 건 같이 봐야지."

순간 얼굴이 빨개지려 했지만 꾹 참고 모른 척했다.

다음엔 꼭 같이 봐야지.(59쪽)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감명 깊었던 구절이다.

가끔 너무 아름답거나 장엄한 광경을 보면, 누군가와 같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카메라나 동영상에 담느라고 정작 그 순간을 놓치는 우를 범할 때가 있다.

 

어쩜 가장 아름답거나 장엄한 광경은 카메라나 동영상에는 담을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가장 아름답거나 장엄하거나 멋진 광경이 따로 정해져 있는게 아니라,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과 같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순간 마법의 금가루를 뿌린 듯 가장 아름답고 장엄하면서 멋지기도 한 광경이 되기도 하는 걸 여러번 보아 왔기 때문이다.

 

허름하고 소박한 일상이라도, 나에게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순간을 허락해 주신 그 분,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모두에게 감사하게 된다.

 

그 연장선 상에서, 일상의 매 순간순간에 감사하자는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유준상이 '아버님'이라고 부르며 존경하는 안민수 동국대 석좌교수님이, 당신의 병환이 일조하였다.

"앉아서 돌아가신 스님이 누구시지" 물으시고 "OO스님 맞지! 그래, 대단하신 거야! 아픈 몸으로 앉아만 있어도 몸이 부서질 듯할 텐데 그걸 견디시니 말이야. 그래, 수련을 해야 해. 내 생명을 더 주셨으니 이제 병원에서 나가면 수련을 해야지. 인생은 극복하는 수련의 과정이야. 야, 괜찮다, 적어둬야지. 극복하는 수련의 과정!" 다시 눈을 감으신다. 똑바로 앉으신 모습 속에서, 우리는 스승님이자 어른이신 선생님의 모습 속에서 나는 흔들리는 눈동자의 퍼짐을 막느라 입술을 꼭 깨물었다.

 

PS."숨을 쉬는 게 이렇게 힘든데......."

"숨을 쉴 수 잇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모두들 모르고 있어. 우린 바보들이야."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게 행복해. 모두 다 기쁜 일만 있으면 재미없잖아. 이렇게 아프기도 하고 그걸 또 이겨내기도 하고. 아프지만 이렇게 또 가족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말이야."(64쪽)

 

끝없이 달려가다 멈춰본 사람은

멈춘 만큼의 깊이를,상처를,

껴안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걸

뒤늦게야 깨닫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꿈의 동반'중에서(119쪽)

'꿈의 동반'이 뭔가 했는데, 유준상이 시나리오도 쓰고 아들을 위한 동화도 쓰고 했는데...그 중 하나의 제목인가 보다.

이 구절은 내가 이해를 못해서 그런가,

표면적인 것만큼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지도 않았고, 멋진 얘기도 아닌 것 같았다.

 

끝없이 달려가는 것은 달려가는 것이고,

달려가다가 멈추는 순간, 더 이상 끝없이 달리는 게 아닌게 된다.

멈추는 순간, 땅과 수직으로 중력의 영향을 받게 될테고,

그걸 깊이와 상처라고 표현했나 보다.

깊이와 상처를 껴안는게 감수해야 하는 '수고로움'인지의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이 말 속에는 멈추어선 이후의

땅이 보여주는 기다림과 인내라는 치유의 힘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은 것 같아 못내 아쉬웠다.

누구의 말마따나,

상처라는 건 함몰되지만 않는다면 때론 살아있다는 명징한 증거이니까 말이다.

 

다시 곱씹어 읽어보니,

어쩜 이말은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 류의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장애물도 없이 계속 달리기만 하던 사람들은 내달릴것이다.

달리다가 넘어져 본 사람만이 비로소 깨져 피가 날수도 있고,

상처 입을 수도 있고,

흔적도 없이 아물기도 하지만,

때론 옹이를 남기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도 있고,

또 넘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는 말이지 싶기도 하다.

 

사람과 나무의 닮은 점은,

어디든 땅과 수직인 곳에 잠시라도 멈추게 되면 그곳에 뿌리를 내리려 든다는 것이고,

우리는 사람들의 그것을 '깊이'와 '상처'라고도 부르지만...대부분의 경우'삶'이란 이름으로 부르게 된다.

 

내가 만드는 영화가

내 나이가 늙어가는 거지

영화가 늙어가는 건 아니야.

-강우석 감독님

 

 

내가 나이를 늘려가는 거지

그 감성마저 늙는건 아니다.

배우의 삶이라고 하기엔 다소 소박한 일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놓고 책의 값어치를 매겼을땐 아까운 생각마저 드는 이 책이 아깝지 않을 수 있는 것은,

'행복의 발명'이라는 책의 제목을 이해하고,

보라색으로 썼던 인세수입 전액 기부 부분,

안민수 교수님에 대한 간접 가르침,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나이를 늘려가는 거'라고 담담히 말하는 저 부분,

내 한번 뿐인 삶이라는 무대의 주인공은 바로 '나자신'이니까,

잘사는 것(be rich)이기 전에 잘 살아야겠다(be good) 마음먹게 해주는 저 구절 때문이 아닐까 싶다.

happily ever after~.

 

 

 

 

 

데이브레이크 - 3집 SPACEenSUM
데이브레이크 (Daybreak) 노래 /

해피로봇레코드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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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 브레이크(Daybreak) - sunny sunny

 

sunny sunny 눈이 부셔 볼 수가 없어
바보처럼 웃음만 나고
사랑 이런 기분일까
햇님도 날 보고 웃네

baby 한번만 만나줄래 두 두 두루두
baby 대책없이 너의 집앞에서 매일 기다려
baby 운명이 장난치나 두 두 두루두
baby 보고또보고 또 봐도 보고싶은걸

한발 두발 세발 니가 가까워질 때면
두근 두근 두근 촌스럽게 왜이래 no no no

sunny sunny 눈이 부셔 볼 수가 없어
바보처럼 웃음만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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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2-06-13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제가 1등이에요(으쓱으쓱) 이런 거라도 1등 해야죠. (인생에 1등이 없어요 없어 ㅜㅜ)
배우가 좋을 때는 자기가 재밌게 본 작품 얘기해줄 때인데요, 그것도 속이 꽉 차야 나오는 것 같아요.
밤도 밤에 깨어있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데(ㅋㅋㅋ) 제목을 보면서 뜨끔한 게 새벽을 본 지가 언젠지 모르겠어요.

-근데 왜 댓글이 없지?!

저도 눈팅 좋아하는데 안쓸 수가 없었어요ㅎㅎㅎ

숲노래 2012-06-13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면,
풀도 먹어 본 놈이 먹겠지요... ㅋㅋㅋ

참말 그런 듯해요.

글샘 2012-06-1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을 내는 일도, 행복을 발명하는 일이 될 수도 있겠네요. ^^

내가 나이를 늘려가는... 그런 거도 좋겠지만... ㅋ
바보처럼 웃음만 나고... 이런 거도 좋지 않겠나요?

하늘바람 2012-06-14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라쟁이인 저는 저런 책을 보면 예쁜 노트나 수첩을 먼저 준비하고 하루 이틀 만지작거리며 쓸거리 고민하다 막상 일주일 쓰면 잘 쓴 거라는~
그걸 알면서도 꼭 따라하고 싶어지네요
아들을 위한 동화도 쓴다니 멋지네요
하긴 노력하고 열정이 가득한 사람은 다 멋져요
 

               늙은 산벚나무

                                    - 송 찬 호 -      

앞으로 늙은 곰은 동면에서 깨어나도 동굴 밖으로

나가지 않으리라 결심했는 기라

동굴에서 발톱이나 깎으며 뒹굴다가

여생을 마치기로 했는 기라

 

그런데 또 몸이 근질거리는 기라

등이며 어깨며 발긋발긋해 지는 기라

문득, 등 비비며 놀던 산벚나무가 생각나는 기라

 

그때 그게 우리 눈에 딱, 걸렸는 기라

서로 가려운 곳 긁어주고 등 비비며 놀다 들킨 것이 부끄러운지

곰은 산벚나무 뒤로 숨고 산벚나무는 곰 뒤로 숨어

그 풍경이 산벚나무인지 곰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

 

우리는 한동안 산행을 멈추고 바라보았는 기라

중동이 썩어 꺾인 늙은 산벚나무가

곰 발바닥처럼 뭉툭하게 남아 있는 가지에 꽃을 피워

우리 앞에 슬며시 내미는 기라

 

친구가 저 시를 보내줄 무렵의 난, 이러저러한 일들로 꿀꿀함의 연속이었다.

외부는 차치하고라도 알라딘 이 동네에서도 그러하였는데,

명쾌하게 금을 그을 수는 없지만,

이 동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일들에 대하여...

난 피해 의식과 가해 의식- 일종의 '양가 감정'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그런 날 눈치챘는지, 고맙게도 친구가 재밌는 시라면서 저 시를 보내주었는데,

문제는 저 시가 좀 난해해서였는지, 내 마음이 폭폭해 시를 이해할 마음의 여력이 없었는지,

도무지 어느 대목에서 재밌어 해줘야 하는지를 모르겠어서 난감했었다.

 

속깊은 친구는 내 마음을 헤아렸는지, 저 시를 멋들어지게 해석해 줬는데...

 

 

화자가 산을 가는데 말이야.

틀어지고 휘어진 산벚나무 고목이 늘어져 있었겠지,

특이하게 산벚나무 둥치에서 툭 튀어나온 부분이 꼭 곰 발바닥처럼 뭉툭하게 생긴 거야.

그래서 그 고목의 둥치에서도 톡톡 피어나오는 산벚나무 꽃을 바라보면서,

눈부신 상상을 하는 거지.

 

살다 보면, 그런 일을 겪을 때가 있는 법인 모양이야.

이제 다시 사랑따윈 찾아오지 않으리라는 나이에도 말이지.

그게 늙은 산벚나무와 늙은 곰의 그것이지만, 얼마나 풋풋하게 꽃피우는 장면이 아름답냐구~ ㅋ

그들의 사랑은 우정이라고 말해도 좋고, 소통이라고 불러도 좋을 거잖아.

 

이 시를 읽는데, 이런 생각이 났어.

벚나무는 가로로 숨구멍이 나 있어서

똑 살이 튼 것 같은 무늬가 있거든.

그리고 나무 껍질이 짙은 고동이어서 검정에 가깝잖아. ^^

그게 늙었으니 얼마나 굵고, 얼마나 숨구멍이 많이 터져 있겠냐구.

 

그 나무에 등허리를 문지르며 비비고 놀던 늙은 곰과 벚나무의 우정.

남들은 바라보지 못할 그 우정이 재미있더라고... ^^

 

그리하여 '송찬호'의 '늙은 산벚나무'는 내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한편의 시가 되었다.

 

 

 

 

 

 

 

 

 

 

 

 북항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5월

 

 

그런 심사였을때 또 다른 시집 '안도현'의 <북항>을 펼쳐 들었다.

그랬다.

안도현은 잘 알려진 시인이지만, '황현산'이 쓴 발문 격인 '해설'의 한 구절을 빌리지 않더라도,

내겐 너무 평범하다 못해 밍밍한 시를 쓰는 시인이었다.

 

안도현은 문단 안팎으로 가장 잘 알려진 시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적잖은 성공을 거둬온 그의 시가 진지하고 적절한 비평의 대상이 된 적은 드물다. 시인의 명성이 평가를 대신하고 시의 호소력이 설명을 대신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스스로 자족하는 한 세계가 말을 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항상 그 밑바닥을 뒤집어 제 말을 덧붙이려는 것처럼 보이는 비평의 인위적 체계를 암암리에 거부하였다고 말할 수도 있고, 비평이 먼저 거기에는 더 말할 것이 없다고 물러섰을 수도 있다. 결국은 같은 말이다.

 

단정하고 군더더기 없는것이 모범생의 그것을 보는 듯 했지만,

인생의 밑바닥을 쳐본 자만이 얘기할 수 있는 어떤 치열함, 삶의 호소력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말해, 그가 구사하는 '은유'라는 것이 내게는 '뜬구름 잡는 것'처럼 느껴졌던 지라,

황현산이 쓴 시집의 발문 격인 '해설'을 읽다가...나도 모르게 '꺼이 꺼이~' 울고 말았었다.

어떻게보면 '안도현'에게 무서우리 만치 매정했지만, 진짜 매정한 사람은 무관심한 사람이 아닐까?

글의 마디 마디, 구비 구비 마다에서 숨은 애정이 느껴져 그게 내 일인듯 느껴져 고맙고 눈물 났다.

 

같은 의미로, 알라딘 이 동네에서 진짜 매정했던 사람은,

나처럼 입 다물고 함구했던, 함구했었어야만 했던 비겁한 사람인데...

그 비겁함이 때론 그들에게 무관심으로 보이기도 했을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다가 떠나갔거나 떠나갈' 누군가와 의견이 같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다만, 그들의 알라딘 이 동네에 대한 애정이, 삶에 대한 정열이 눈물나게 부러울 따름이다.

 

그런 '황현산'이 발문을 쓴 '안도현'의 시집 '북항'은 당근 설렁설렁 넘길 수밖에 없는 기라.

설렁설렁 넘기는데, '송찬호 형네 풀밭에서'란 시가 딱, 걸렸는 기라.

설렁설렁 넘기던 걸 멈추고, 정색을 하고 앉아서 바라보았는 기라.

그러자 '송찬호'의 저 시 '늙은 산벚나무'가 생각나고,

'늙은 산벚나무'는 '늙은 산벚나무'의 해석을 불러오고,

그러자, '안도현'의 시집 '북항'도 다시 읽히는 기라.

 

결국 시는 거기 그렇게 그대로 있는데, 시를 읽는 나의 마음이 바뀐거다.

황현산이 발문 마지막에 쓴 한구절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시인이여, 늘 잘 쓰지 말라. 저 빛의 손상을 두려워하지 말라.

 

간절한 것은 통증이 있어서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 하고 나면

이 쟁반 위 사과 한 알에 세 들어 사는 곪은 자국이

당신하고 눈 맞추려는 내 눈동자인 것 같아서

 

혀 자르고 입술 봉하고 멀리 돌아왔네

 

나 여기 있고, 당신 거기 있으므로

                                  

                                                                                  ( '그 집 뒤뜰의 사과나무' 부분)

 

화자의 은유가 어떠했던지 간에,

독자가 감정이입을 하기 나름이라면, 이 시는 간절한 것이 내 마음 같다.

벌레 먹은 사과는 맛있다고 설레발이라도 칠 수 있지만,

멍들어 곪은 사과는 아파도 아프다 하지 못한다.

아프다고 하는 순간 제 살 무수히 잘리워 나가는 건 물론이거니와,

다시는 못 볼 이별일 수도 있다.

 

삶은 그리하여 기나긴 비명이 되는 것이오 저물 무렵 말발굽 소리가 서해에 닿을 것이니 나는 비명을 한 올 한 올 풀어 늘어뜨린 뒤에 뜨거운 노을의 숯불 다리미로 다려 주름을 지우고 수평선 위에 걸쳐놓을 것이오 그때 천지간에 북소리가 들리는지 들리지 않는지 내기를 해도 좋소 나는 기꺼이 하늘에 걸어둔 하현달을 걸겠소

                                                                                                        ('직소폭포' 부분)

난 '직소'를 형상화 저 부분에서 아이러니컬하게도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생각났다.

'하늘의 하현달'을 내기에 건 배포를 부러워 하기엔,

직소폭포의 주름한점 없는 완전 무결은 노을의 숯불 다리미로 다린 때문이라는 것도 알기 때문이다.

'하늘의 하현달'을 내기에 건 배포로 봤을땐,달도 차면기울고...같은 의미에서 삶은 영원한 도돌이표다.

 

   폭

 

바다의 폭이 얼마나 되나 재보려고 수평선은 귀등에 등대 같은 연필을 꽂고 수십억 년 전부터 팽팽하다

 

사랑이여

나하고 너 사이 허공의 폭을

자로 재기만 할 것인가

 

'직소폭포'도 그렇지만, '폭'도 이미지의 형상화에 성공한 시 같다.

내가 보기엔,

자로 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잔잔할 때의 바다는 잔잔한 채로,

격정적일 때는 격정적인 입맞춤이 가능한 것이 바다의 폭, 다른 말로 수평선이 아닌가 싶다.

 

 

노숙(露宿)

 

양말 한 켤레를 빨아

빨랫줄에 널었다 양명한 날이다

발랫줄은 두말없이 양말을 반으로 접었다

쪽쪽 빨아 먹어도 좋을 것을

허기진 바람이 아, 하고 입을 벌려

양말 끝으로 똑똑 듣는 젖을 받아먹었다

양말 속 젖은 허공 한 켤레가

발름발름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바지랑대 끝에 앉아 있던 구름이

양말 속에 발목을 집어넣어보겠다고 했다

구름이 무슨 발목이 있느냐고 꾸짖었더니

원래 양말은 구름이 신던 것이라 했다

아아, 그동안 구름의 양말이나 빌려 신고 다니던 나는

차마 허공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시를 읽는데, 왜 차마고도가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차마고도'가 '차와 말의 길'이라면,

'허공'은 '허기지 바람의 길' 또는 '허기진 영혼의 길'이라고 하면 되겠다.

 

쪽쪽 빨아 먹어도 좋은 날이거나,

발름거리며 호흡을 하고 싶은 날에는,

구름을 신고 허공으로 마중을 나가봐야 겠다.

누구를?

그 누군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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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6-0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이라는 시를 읽으니
<소금인형>이라는 시가 떠오르네요.
그리고, 이 시에 가락을 붙인 안치환 님 노래도 생각나고요.

요사이는 이 노래를 부르지 않지만,
그동안 <소금인형>을 몇 천, 몇 만 번쯤 불렀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반딧불이 2012-06-0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와 삶이 함께하시는 것 같아 보는 이의 마음은 따듯합니다. 땡스투

하늘바람 2012-06-0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겁한 사람 중 하나예요
다 말리고 싶어요 제발 이제 그만하라고 자기 생각이 있을 수 있으니 서로 다 그냥 인정해주고 넘어가자고
타인의 생각이 나와 다르다고 그 사람을 바꾸고 메도하고 깨우쳐 주려하는 건 아니라고
것도 인터넷 세상에선 더더욱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가서 정말 뜯어말리고 파요
사람들이 떠나가서 너무 속상하고 슬픈데 오늘 또 논쟁의 씨앗들이 벌어졌더군요
제발 그만헀으면 하는데 그만하질 않네요.
마고님 떠난 거 넘 슬픈데 말이에요.
이러다 다 진저리치며 다 떠날까 넘 겁나는데 말이에요
 

이 땅의 5월은 노동절과 함께 시작된다.

때문에 나같은 평범한 사람은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라도 읽으며,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따위를 꿈꾸어야 하겠지만,

1년 열두달 연예계의 소식이나 소문 따위엔 별무관심인 나도,

노총각의 대명사인 김제동은 '이 봄 과연 결혼을 할 수는 있을까?' 따위가 궁금해도 좋을 만큼,

청춘남녀의 핑크빛 얘기가 만발한 계절이기도 하다.

 

지난 번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의 인세는 기부를 했다는데,

요번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의 인세는 결혼자금으로 쓰겠단다.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4월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그래서 책 한권을 읽고 제대로 속물 노릇을 하기로 했다.

'어깨동무'라든가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따위를 김제동이 얘기하려는 방향으로가 아니라,

내 맘대로 해석해 버리는 우를 범하기로 했다.

뭐, 아무렴 어떤가?

똑같은 물을 먹고도 뱀은 독을, 소는 우유를 만든다는데...

책 한권을 인문학서로 읽든, 연애지침서로 읽든...

김제동을 어떻게 올 봄 노총각 신세를 면하게 하는데 심정적으로 일조를 하는데 의의를 두고 읽으면 되는 거 아닌가? 아님, 말고~--;

 

보통 이런 인터뷰집을 읽게 되면 인터뷰이의 이야기에 주목을 하게 되지,

김제동 같이 인터뷰어의 목소리에 주목을 하게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차근차근 되짚어 읽고 천천히 곱씹어가며 읽느라고 자꾸 속도가 늦어졌는데,

그렇게 그렇게 한박자 쉬어가며 읽다보면 어느새 그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 들어,

왜 우리가 그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는지,

그의 한마디 말이나 행보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지, 를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그래서 우리 같은 사이를 축복이라고 하는 거야. 서로 땡기는 것도 축복이지만 서로 전혀 안 땡기는 것도 축복이야.(136쪽)

김제동이 상대를 향하여 농담처럼 눙치는 이는 이효리이다.

그냥 농담처럼 뱉어내지만, 이 부분에 아주 심오하고 중요한 철학이 담겨 있다.

아무리 절절하고 좋은 감정이라도 상대와 같아야 축복일 수 있는 것이지, 서로 어긋날땐 그렇지 않다는 거다.

전혀 안 땡겨서 서로 밀어내는 감정이어도 상대의 것과 내 것이 같다면 오히려 축복일수도 있겠다.

 

*ㆍㆍㆍㆍㆍㆍ봉사하러 모인 사람들끼리의 만남은 정말 행복하더라.

->나도 그래. 봉사하면서 만난 친구와 예전에 술자리에서 만난 친구와는 유대감이 완전히 달라. 의지하는 마음도 생기고, 동지 같다는 느낌도 있어.ㆍㆍㆍㆍㆍㆍ그냥 나와서 웃겨주고 즐거움을 주던 연예인이 안 보여서 서운하다가 아니라, 나와 뭔가를 함께 하던 동지를 잃은 안타까움을 주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신념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만나서 느끼는 희열은 달라. 게다가 그 목표나 신념이 내 자신이 아니라 타자를 위한 것일 때 내 마음속에 채워지는 보람, 그 느낌이 너무 좋아.(139~140쪽)

*ㆍㆍㆍㆍㆍㆍ그래. 원망이나 미움이 고마움으로 바뀌는 순간 네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낀 거네? 사랑받을 때가 행복하니, 사랑할 때가 행복하니?

->당연히 줄 때가 행복하고 좋지. 내가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뭔가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피해를 감수하면서 희생했던 기억이 없었거든. 그래서 지금 행복해.(141쪽)

 

이부분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김제동과 이효리의 유대관계만은 아니었다.

김제동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재주를 가졌다.

이런 저런 인터뷰이들이 다수 등장해서 산만해질 우려가 있음을 인식해서 였는지 모르겠지만,

인터뷰어로써 인터뷰이들에게 얻고자하는 대답의 포인트를 제대로 집어서 묻는다.

이미 질문이 많은 것들을 함축하고 있고, 질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떤 대답들이 등장할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고,

인터뷰집을 읽게 될 다른사람들에게 적어도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삶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자 역할을 자처한다.

봉사에서 함께하는 동지라는 개념을 끄집어내고,

그런 것들을 함께 할 수 있게 해주는 신념을 끄집어내고,

신념의 밑바닥에는 '공유'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까지 이끌어낸다.

 

내자신이 아니라 타자를 위한 것일때 내 마음 속에 채워지는 보람을 '봉사'라고 한다는 것과,

원망이나 미움이 고마움으로 바뀌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

사랑을 받을때보다 사랑을 할때가 행복하다는 것 따위를 강요가 아닌,대화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끄집어 낸다.

 

'밑줄 쫙, 별표 다섯개, 돼지꼬리 꽁약' 해서 김제동 앞에 놔주고 싶었던 부분도 있었다.

김제동이 아직까지 결혼을 못한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인터뷰이가 하정우라서 더 그럴듯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전 저쪽에서 아니다 하면 '찌질'해지기 싫고, 한편으론 저쪽의 확신이 없는데 내가 표현하는 건 이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고,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면 편하게 해줘야 한다 싶고 ㆍㆍㆍㆍㆍㆍ.

->그러면 안 되는데ㆍㆍㆍㆍㆍㆍ. 생각을 바꿔야 해요. 일단 결실을 맺고 편하게 해 줘야지, 그 전에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요.(206쪽)

 

또 하나 깨달았다.

일단 결실을 맺고 편하게 해줘야 한단다.

그전에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단다.

이건 언젠가 도인이라 불리우는 이와 나누었던 깊은 속과 넓은 맘, 이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싶다.

속이 깊다는 것은 한가지 사안에 대해서 깊이 생각한다는 것이고,

마음이 넓다는 것은 넉넉하게 둘러 감싸안아 그 안에서 맘껏 펼치고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모두는 기준이 있어야 하고,

기준을 갖고 경계를 나누었을 때 의미가 있겠다.

경계를 나누기 전에, 결실을 맺기 전에 편하게 해주는 건 무관심이지 배려가 아니다.

어쩜 너무 편안해서 아무것도 아닌 관계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해주는 분도 흔치 않죠. 어쨌든 그걸 받아들이는 것은 정우 씨가 가진 그릇의 크기이자 복이죠.(210쪽)

하정우를 향하여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김제동이 멋져보이는 순간이다.

김제동이라는 그릇의 크기도, 그가 가진 복의 크기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이런 건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가 빚어낸 그릇의 크기이고, 그가 지은 복의 크기만큼 되돌려 받고 있는 것임을 알겠기에 더더욱 그렇다.

하정우는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식물이 되는 느낌이란다. 자신을 달구고 위로하고 치유하는 존재, 모든 것이 휩쓸리듯 속도감 있게 들고 나는 현실에서 자신의 빈 부분을 채워주는 존재가 그림이란다. 처음엔 자신이 그린 그림을 남들이 볼까 창피해 하기도 했으나 어느 순간 그 자체의 가치와 매력을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고 나니 단점에 연연하지 않고 장점을 통해 자신감을 찾는 에너지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212쪽)

 

이 구절은 하정우와의 대화후 느낌을 다시 옮겨적은 부분인가 보다.

하정우의 말을 그대로 옮겨적은건지, 김제동이 약간 가감하여 적은건지 모르겠지만...

내겐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멋진 부분이었다.

 

살면서 누구나...바쁘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결여를 느끼게 마련이고...

그런 현실에서 자신의 빈 부분을 채워주는,

그리하여 자신을 달구고 위로하고 치유하는 매개로써의 무엇인가를 갈구하게 되는데,

그게 하정우의 경우 그림이었단다.

사람에 따라서는 음악이나 책이, 또는 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시선을 타자에게서 자기 자신에게로 옮아가는 순간,

다시말해 자기 자신이나 남의 단점을 찾기보다는,

가치와 매력과 장점을 찾고 계발하는데 에너지를 집중하는게, 긍정적이고 발전적이고 건설적이라는 얘기인 것 같다.

아닌가? 아님 말고~--;

 

그중에 가장 큰 위로가 되는 사람은 도현이 형이죠. 그리고 이승엽의 홈런 한 방이고요. 제 목표가 도현이 형이나 승엽이 같은 사람을 자꾸 확대해 나가는 것이죠. 친해지는 것을 확대해 나간다기보다 저 사람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이 되는 것입니다. 저 사람도 아마 나만큼 기쁘지 않을 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승엽이가 홈런 치면 잘은 모르겠지만 나만큼 기쁘지 않을 걸, 도현이 형('나는 가수다'에서) 1등 했을 때 그 속에 안 들어가 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나처럼 기쁘지 않았을 걸, 이런 범위가 확대돼 나가는게 바로 제 행복이 확대돼 나가는 거니까요. 자아가 느끼는 기쁨을 자꾸 확대해 나가고 싶은 거죠.(249쪽)

김제동의 이 말은 은연 중에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내가 기쁘면 그 (또는 그녀도) 기쁘고,

내가 행복하면 그 (또는 그녀도) 행복하다는...

아기가 잘 먹는 걸 보면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엄마마냥 포만감을 느낀다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요 며칠 아빠와 같이 움직일 일이 있었다.

아빠가 너무 행복해 하시니까, 나로선 별로 흥미롭지 않은 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행복이 내게까지 배어 물드는 느낌이었다.

행복이 배어 물들 수 있으려면 매질이라는 조건이나 환경이 같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었는데,

뭐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슬프고 안타까웠던 건, 이땅의 많은 대학생들이 학자금대출에 신경을 쓰느라고 대학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수업, 아르바이트, 과외, 집...을 되풀이 하는 것으로도 빡빡한 그들에게 동아리 생활이나 연애는 요원하다 싶었다.

*그럼 이번 학기 마치면?

호산) 또 휴학해야겠죠. 그렇게 휴학해도 학자금은 대출로 해결해요.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하니까. 한 달 하숙비가 40만 원이고 학자금 대출이자 10만 원에 휴대폰 요금 내고 용돈 쓰면 한 달에 100만 원 가까이 들거든요. 등록금은 졸업하고 어떻게 되겠지 생각해요.

소현) 학교에 종종 선배들이나 유명한 분들이 특강을 오세요. 그분들 말씀이 열심히 공부하면서 열심히 놀라고 해요. 여행도 많이 다니고, 취미생활도 하고, 많은 경험을 쌓으라고. 그런데 진짜 말도 안 되죠. 전 동아리 생활도 못해요. 수업, 아르바이트, 과외, 집. 이게 끝이거든요. 다른 건 상상도 할 수 없어요. 곧 방학인데, 방학 때도 잠자는 것 빼고는 빡빡하게 계획 다 세워놓고 살아야 해요.

 

 웃음의 기본적인 구조를 살펴보면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웃고 새로운 발상을 해냈을 때 웃습니다. 혁명이라는 게 그런 겁니다. 누구도 봄을 예상하지 못했을 때 이렇게 꽃을 땅 위로 밀어 올립니다. 꽃이 땅을 뚫고 나온 게 아니라 땅의 깊숙한 기운이 꽃을 밀어 올려주는 것이죠. 그래 아이고 내 새끼들 세상에 나올 때가 됐다, 이게 혁명 아닙니까. 꽃잎이 떨어지는 것도 혁명이고 낙엽이 지는 것도 혁명이죠. 그렇게 보면 웃음은 늘 혁명과 맞닿아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습니까. 고정돼 있는 것은 절대로 웃음을 줄 수 없습니다. 끝없이 변해야 되는 것입니다.

                                                                                                  <김제동 심층 인터뷰 중에서>

 

끝부분에 김제동이 인터뷰이가 된 <심층 인터뷰>도 읽을만 하다.

암튼,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 땅의 결혼 적령기의 모든 여자들은 김제동 같은 남자를 놔두고 뭐하나 모르겠다는 것이고...

반대로 김제동은 눈이 너무 높은 것은 아닌가,

또는 결혼이나 여자에 대해서 직접 부딪혀 보지 않고,

책에서만 읽은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요번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도 대박이 나서, 결혼자금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을 듯 하니,

빨리 결혼상대자나 찾았으면 좋겠다.

 

또 하나, 내가 참 좋아하는 정인이 조정치와 연인사이라는 것을...

그래서 결혼 날짜를 잡았다는 걸 얼마전 알게 됐다.

아, 좋다~^^

 

 조정치 - 미성년 연애사
 조정치 / Beatball(비트볼뮤직) /

 2010년 7월

 

 신치림 - episode 01 旅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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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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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5-08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김제동곤련 책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글로 보건데 그 역시 '우환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우환의식을 가진 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의 영역을 넘어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바른 우환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존경받을 만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양철나무꾼 2012-05-09 14:07   좋아요 0 | URL
아, 우환의식 도올에게서 들어본 적이 있어요.
암튼, 편안할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는 거 평범한 사람으로선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의미로 본다면,
차트랑공님도 충분히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시고 꾸준히 노력, 발전을 꾀한다는 의미에서
거안사위(居安思危-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한다)의 자세가 엿보이시고,
그런 의미에서 우환의식을 가지고 계신듯 사료되며,
그런 의미에서 존경 받을 만한~^^

김제동, 읽어보세요~^^

차트랑 2012-05-10 01:33   좋아요 0 | URL
어구구....
이야기가 그렇게 진행이 되다니요 ㅠ.ㅠ

김제동에 대해서 저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중입니다. 고맙습니다 양철나무꾼님~

하늘바람 2012-05-08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물보고 사람 판단하던 철없는 시기.
그래서 김제동처럼 멋진 사람을 당연히 놓쳤을 시기
지금 와서 보니 김제동 참 멋지네요
소통이 되는 그리고 마음이 울리는 대화를 할 줄 아니까요

양철나무꾼 2012-05-09 14:16   좋아요 0 | URL
전 인물 보고 사람 판단하던 그 시기에도 김제동 마시마로 그 눈이 참 좋았다는~^^

지금은 김제동 보단 양동근이 더 멋지지만,
그래도 김제동도 그럭저럭이요~^^

어느 책에서 그러는데, 소통이 되는 대화보다 중요한 것은 끊이지 않는 관심과 애정, 그리고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래요~^^

순오기 2012-05-08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지난 중에 김제동과 꼭 닮은 -목소리는 진짜 한 목소리 같은- 분의 강의 들었어요.
바로 김제동의 스승이라는 방우정씨~ 말을 빌면 김제동 엄청 고생했더라고요.
빨리 장가가서 김제동을 키운 어머니께 손주 안겨드렸으면 좋겠어요~~~~ ^^

양철나무꾼 2012-05-09 14:26   좋아요 0 | URL
잘 지내시죠?^^
제가 먼저 찾아뵙고 인사 드려야 되는데...ㅎ,ㅎ.

저도 방우정 이 분 뵌 적 있어요.
전 지역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 지역 사투리 쓰면 다 목소리가 비슷비슷하게 들린다는~--;

암튼, 저도 김제동이 빨리 장가 갔음 좋겠어요, ㅋ~.

북극곰 2012-05-08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요!!!! ^------^
인터뷰이의 제각각의 색깔을 잘 살렸더라구요. 내용에서도, 어투에서도.
김제동만의 '듣는 재주'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읽는데, 이효리가 너무 이뿌더라구요.
더불어 김제동이하고 친구 먹고 싶어졌어요. 힛! ^^

양철나무꾼 2012-05-09 14:31   좋아요 0 | URL
아하~
북극곰님은 그러니까, 김제동이하고 이효리 하고 동갑~?^^

그쵸~?
김제동의 소신이야 뭐, 여기저기서 주워 들었었고,
이효리의 베지테리언 발언도 참 예쁘고 소신있게 들렸었어요~!

북극곰 2012-05-10 10:03   좋아요 0 | URL
에이~~ 제동이한텐 누나고 효리한텐 언니죠.
그래도 친구할래요. ㅋㅋ

제가 페이퍼 기타 등등 정황을 참고해서
나무꾼님 나이를 추측해봤는데요
저보다 한 살 정도 많으실걸요?? ㅋㅋ
(아니믄 어카지.막.. 동생이면.... ㅠ.ㅠ)

글샘 2012-05-08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김제동을 이제서야 알아 주시다니...
제가 2004년에 김제동 페이퍼를 만든 걸 링크해 드릴게요.
한번 읽어 보세요.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걸요?

http://blog.aladin.co.kr/silkroad/529458

http://blog.aladin.co.kr/silkroad/529457

http://blog.aladin.co.kr/silkroad/529456

양철나무꾼 2012-05-09 14:37   좋아요 0 | URL
샘, 이건 링크라고 하지않고 나열 또는 열거라고 해야하거든요.
암튼 땡큐요~^^

이 곡도 참 예쁘거든요.
왈츠 포 글샘~?
쿵짝짝 쿵 짜~ㄱ



세실 2012-05-09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제동은 참 겸손한 사람이죠. 그의 강연 듣고나니 더 좋아지더라구요. 하정우도 참 멋지군요^*^

양철나무꾼 2012-05-09 14:40   좋아요 0 | URL
우와,세실님이다~^^
잘 지내시죠?
엄청 바쁘시죠?

김제동 강연을 가까이서 들으셨나 봐요, 왕 부럽--;
하정우는 책으로도 읽었는데, 쫌 멋지더라구요~^^

2012-05-16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