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전도연과 박신양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약속'을 보면서 이런 대사들에 감동 받았었다.

男 - 박신양의 대사 ;

 "당신께서 저한테... '니 죄가 무엇이냐' 고 물으셨을때...

  이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홀로 남겨두고 떠난 게... 가장 큰 죄일 것입니다."

女 - 전도연의 대사 ;

"다른여자 만나는 것만이 배신이 아니야. 니 맘속에서 날 재껴놓는것도 나한텐 배신이야."

 

그때, 이런 저런 생각들을 했었고...

생각이 이리저리로 튀는 게 꼭 짬뽕공 같은 나답게, '남자랑 여자랑 사랑을 생각하는 방식도 참 다르구나'하는 생각도 했었다.

남자는 직접적인 만남만을 사랑이라고 생각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홀로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는 걸 가장 큰 죄라고 생각하는 반면,

여자(라고 해서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는 직접적인 만남(뿐)이 아니라,

맘속이라고 표현되는 정신적인 것- 이를테면 우선 순위에서 재껴놓음도 사랑에 포함시킨다.

 

나도 여자인지라, 남편이랑 이런 문제로 가끔 의견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곤 하는데...

남편은 내 몸이 자기 시야 사정권 안에 있으면 마음이 어느 하늘 밑의 누군가를 절절하고 진하게 찾아 다녀도 개의치 않는 반면에,

난 남편이 아침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내 남편이 아니라는 마인드로 살아서,

몸은 방치하는 대신(방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관리하기엔 내가 너무 게으르기 때문에) 마음은 한번씩 확인사살하고 단속 들어가 주신다.

유럽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고딩 때의 첫사랑과의 안부메일을 갖고 난리블루스를 췄던 기억이 있다.

 

 

 

 

 

 

 

 

 

 

 

 애도예찬
 왕은철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5월

 

난 그동안의 예찬 시리즈를 김화영님이 번역하셔서 접하게 되었고,

이 책도 그 연장선 상에서 구색맞추기로 갖추게 되었다.

손에 넣고 보니 이번엔 번역본이 아니라 왕은철님이 직접 쓰셨는데,

이 분을 난 '천개의 찬란한 태양','연을 쫒는 아이','위대한 유산'등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번역하신 분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번역 말고 당신의 필력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나를 이 책 '애도 예찬'으로 이끌었는데,

작가로서의 필력 또한 역자로서의 그것 못지 않아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을 분더러 깊이 있다.

 

말 그대로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을 '애도(哀悼)'라고 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고, 그렇다면 언젠가 때가 되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외면할 수 없다.

저자 왕은철님의 경우,

어머니가 조금씩 편찮으시게 되면서,

다른사람들은 어떻게 애도하는지 관심을 갖게 되었단다.

 

애도의 관점에서 볼때 문학은 풍요로운 창고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애도하는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문학작품에 형상화된 슬픔과 애도의 방식을 살피는 건 어쩜 당연한 수순이지 싶다.

(물론 이런 분들 덕에, 우리 같은 凡人들은 숟가락 하나만 갖고 달려 들면 되는 거겠지만 말이다.)

 

세상 모든 것이 동전의 양면성 같은 속성을 지녔지만, 애도 또한 그렇다.

떠나간 사람을 잊고 극복함으로써 새 삶을 사는 것이니까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떠나고 없는 사람을 마음이나 기억 속에서까지 말끔히 비워내는 것이니 어찌보면 '비정한' 것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저자는 은근 애도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낭만주의자가 아닌가 싶다.

 

데리다의  '애도'를 힘주어 인용하는가 하면,

데리다는 우리가 어떤 대상을 사랑하고 있을때, 그에 대한 애도도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애도는 끝없이 계속되는 것이고, 그래서 애도에 완성이나 종결은 없는 것이며 애도는 실패해야, 그것도 "잘 실패해야" 성공한 것이라고 한다.

이야기의 시작을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거기 나오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으로 장식한다.

히스클리프를 자기 몸처럼 생각하는 캐서린("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늘 내 마음속에 있어. 내 자신이 늘 나를 기쁘게 하지만은 않듯 그가 꼭 기쁨이 되지는 않아도, 그는 나 자신으로서 존재해")에게는 그와 같이 놀지 말라고 하고,ㆍㆍㆍㆍㆍㆍ'정상적인' 연인들이라면 복수심에서 비롯된 죽음으로 서로와 작별해야 하는 상황에서는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용서하는 자못 감상적인 장면이 연출되겠지만, 히스클리프와 개서린이 헤어지는 장면을 보면 마치 서로를 물어뜯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임박한 죽음을 현실로 인정하고 서로가 이승과 저승으로 갈라선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기에, 두 사람은 서로를 물어뜯어서라도 죽음에 맞서고자 하는 것이다.

데리다와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히스클리프', 모두 애도가 실패해야 성공한다고 하거나, 죽어가는 사람은 애도의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고, 살아남은 사람은 애도하기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애도를 한 부류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내가 겪은 애도 중 가장 최근의 것은, 시어머니의 그것이었는데 1년이 채 못된 일이고,

내가 애도에 실패할 뻔 하여 좀 고생을 했던 건 친할머니였는데, 벌써 10년도 넘은 일이 되었다.

 

내가 좀 감성적이란 걸 아는 사람들은...

이런 일련의 애도를 겪으면서 내가 애도에 실패할까봐 노심초사했다고 한 사람들도 있었다.

(음, 내가 어느 정도로 감성적이냐 하면...

 어떤 사람은 머리를 옵션으로 들고 다닌다고 했었고,-->그럼 '양철나무꾼'이 아니라 '허수아비'로 닉을 바꿔야 하나?--;

 너무 울어, 일이 진척 안돼...울때마다 벌금을 내기로 했었다.

 우는 걸 자제해 벌금을 줄여야 하는 데,

 더 울어대서 벌금 내려면 집이라도 팔아야 할 지경이어서 '집.파.녀'란 별명을 얻기도 했었다.)

 

근데, 의외로 난 쿨하게 애도에 성공하였다.

이쯤되면 혹자는 사랑의 농도를 의심할 수 있을텐데, 

시어머니고, 할머니고, 내겐 최상급의 수식어로 대치될 수 있는 분들이었다. 

 

사랑하던 사람을 잃은 슬픔이 끝없이 지속될 것 같았고,

영원히 못잊고 한결같이 그리워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내가 겪어보니, 애도에 성공하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성공을 할 수는 있었다.

 

끝없이 지속될 것 같았던 슬픔도,

영원하고 한결같을 것 같았던 그리움도,

어느샌가 희미해지고 잊혀지게 마련이었다.

기억력은 최고라고 자부하던 내게도 그렇게 되더라.

 

바꾸어 말하면,

끝없이 지속되는 슬픔을 간직한다는 거나,

한결같은 그리움을 간직한다는 것은,

기억력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일상적인 삶을 제대로 산다는 애기는 아니다.

데리다의 경우도 그렇고, 히스클리프의 경우도 그렇고 책속에서 걸어나오면 '미치광이'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애도 예찬>은 '살아있는 사람' 즉,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어찌보면 비정한 것 같지만,

살아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얼마동안이나 애도하면 되느냐 따위를 정리해 놓기 위해...

살아있는, 살아 남아 있는 사람의 안위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그리고 '죽은사람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이 이런 것들이 아닐까?

형식이 아닌 '마음의 지극함'을 다한 후에는 쿨하게 훌훌 떨어내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렇게 단정지어버리기에는 이 페이퍼의 처음에서 얘기했듯이 남자와 여자의 입장 차이가 있긴 하다.

남자와 여자라기보다는 개개인의 입장 차이라고 하는게 낫겠다.

 

그런 의미의 연장선에서,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의 주제를 '이별의 정한'이 아니라, '사별의 한'이라고 한 독특한 해석을 어디선가 봤었다.

그는 이미 이런 애도의 경지를 터득하였으니 이 책이 무용지물이겠다,ㅋ~.

그렇지 않아도 헤어지는 사이에서 소금이나 물을 끼얹는 것도 아니고 꽃을 뿌려준다는 거, 그거 참 이해가 안 됐었다.

애이불비(哀而不悲)가 '슬프지만 슬퍼하지 않는다'로 해석되어도 그렇고, '슬프기는 하나 비참하지는 아니함'으로 해석되어도 그렇고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애도와 관련하여 제일 생각에 남는 건 '유령과의 사랑(원제 truly,madly, deeply)'이란 영화이다.

내가 좋아하는 '안소니 밍겔라' 감독이 만든 작품인데,

애도와 관련하여(아니, 참된 사랑과 이별과 관련하여)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유령과의 사랑(원제 truly,madly, deeply)>영화의 예고편(한글 자막 첨부)

 

 

'Truly, madly, deeply'

 

'진짜, 미치게,깊이' - 번역하면 이쯤 될까?

하지만 영화의우리말 제목은, '유령과의 사랑'이라는 줄거리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면서도 좀 촌스러운 것이었다.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하는지'의 수식어를 대보라고 한다면,

저 'Truly, madly, deeply'에서 크게 비껴 갈 것도 없을 뿐더러 저 'Truly,madly, deeply'이면 부러울 것도 없지 않을까?

딱 하나 남아있는 표현이 있기는 하다, '죽도록, 죽을 만큼'

하지만 사랑은 살아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다.

살아있어야만 사랑도 제대로 할 수 있다.

 

내가 쓰는 안 좋은 말버릇이 하나 있는데...동사나 형용사 뒤에 '죽겠어'를 붙여 극단의 상황, 최상급을 만들어 버리는 거다.

이를테면 '보고싶어 죽겠어.' 또는 '졸리워 죽겠어.'

죽은 사람을 위한 사랑을 우리는 '애도'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으니,

결국 내가 만들어 쓰는 최상급은 안 좋은 극단의 최상급이니 사용하지 말아야 되겠다.

 

 

 

 

 

 

 

 

 

wishing you to be so near to me
finding only my loneliness
waiting for the sun to shine again
finding that it's gone to far away
to die
to sleep
may be to dream
to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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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6-11 08:04   좋아요 0 | URL
애절한 영화대사로 시작하셔서 저도 박신양 목소리가 절절히 환청으로 다가오네요
유령과의 사랑이란 영화는 못 보았는데~
요즘은 사랑 타령이 허무한 것만 같아서리
그냥 신사의 품격이란 드라마의 김하늘로 빙의되어 장동건 짝사랑을 받아보며(상상에서만)
사네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자리를 털고 보따리를 싸려고 하니 두 사람이 마음에 걸린다.
한명은 도인이라 불리우던...나를 계속 의심하고 시험하고 그리하여 나를 자극하여 깨어있게 했던 분이라면,
다른 한명은 지인이라고 얘기하던...나와 코드가 비슷하여 참 많은 대화를 나누던 분이다.

그동안,
도인에게는 이것저것 해 볼 시간적 여유, 내 기량을 발휘해 볼 여력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 반면...
지인에게는 내 기량을 십분 발휘하였고 최선을 다하여 미련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였었다.

지인의 경우, 가장 큰 문제가 되던 한숨을 해결해 드렸기에...나머지는 소홀했었나 보다.
또는 감정적으로 가깝다는 이유에서...내가 그렇기를 바라는 대로, 그가 되어가고 있다고 착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다시 시작된 한숨이 언제부터인지를 간과했고,
그리하여 氣滯하여 답답해 하는 걸 알지 못했고,
비가 와 길이 미끄럽기 때문이라는 고마운 핑계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를 넘어져 다치게 하였다.

오히려, 내가 기운이 흐트러지려 할 때면,
여지없이 어깨를 한번 가볍게 쥐어주는 느낌을 받곤 하였었던 고마운 그에게 내가 그렇게 소홀하면 죄를 받을텐데...
롤랑 바르트가 어떤 의미로 얘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암튼, 나는 그가 아프다.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를 이렇게 저렇게 들춰 보다가 이 영화가 생각났다.











 
언젠가 각 손가락의 기능과 더불어 손가락의 기능 손상시 장애등급 판정하는 기준을 외우다가,속상해서 한참을 울었었다.
눈에 보이는 손가락의 기능 손상정도에 따라서 장애등급이 판정났었는데...
이건 눈에 보이는 것이니 어떤 의미로든 치료가 될 수 있는 것이지만,
잘려나가 없어진 손가락이 아프게 느껴지는 phantom sign의 경우,
아프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실체가 없으므로 치료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었고 험난한 세상을 살다보니...무뎌져서 이젠 그딴 일로 울지 않지만,
암튼 그때나 지금이나(아직까지) 내 속상함의 여부는 치료할 수 있느냐, 치료되기 어려운가에 관한 것이지...
돈이 있어서 치료받을 수 있고, 돈이 없어서 치료받을 수 없고는 아니었었다.

솔직히 '영화는 어떤 의미로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게,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별로'였다.
특히, 극한으로 몰아가 비교를 통하여 부각시키는 방식, 블랙코미디라고 하더라도 심하다 싶을 정도의 비비꼬는 기법 등을 보고 있노라면...여간 심기가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새 정부의 '의료보험 민영화'정책에 관심있어하는 내게 지인이 꼭 보라고 권해줘서 보게 되었다.
경부운항의 경우는, 다른 건 어찌되었건 '경제를 창출'하기라도 한다지만,
이 '의료보험민영화'에 대한 해석은...'일부 보험회사의 이익창출''부자들에게 다양한 의료서비스 제공'말고 일반 국민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모르겠다.

영화의 첫 장면은,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찢어진 살을 직접 꿰매는 남자를 보여주는 걸로 시작된다.
손가락이 절단된 기타리스트가 코드를 잡는데두 손가락 다 필요하지 않다며 한 손가락을 포기한다.
둘 다 직업을 가졌던 부부가 한명은 암으로 한 명은 심장발작으로 전 재산을 의료비로 탕진하여 자식에게 얹혀살게 된다.

여기서 집고넘어가야 할 것은 보함료가 아무리 비싼 미국이라지만,이들 모두가 돈이 없어서 의료보험에 들지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극소수는 돈이 없어서 의료보험에 들지못하지만,돈이 있어도 보험회사에서 승인하지 않으면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어떤 이는 "too fat"하여,
어떤 이는 피부과 약을 탄 과거력 때문에 보험회사에서 승인을 거절당한다.
민간보험회사는 국가가 아닌고로 '최대이익을 창출'해야 하고 그목표에 맞춰 보험료를 보다 적게 지불하던지 지불하지 않을 고객만 선택한다.
당연히 이들 보험회사가 지정하지 않은 신약도 사용할 수 없다.

(나혼자만의 생각인지 모르지만), 내가 이 영화를 '의료보험 민영화'랑 관련하여 추천을 받아 그쪽에 무게를 실어 접근하려 했지만, 이 영화에서 마이클 무어가 보여주려 한 것은 이것만이 아닌 것 같다.
자본주의국가, 자우민주주의국가 미국은...
의료보험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을 사회주의국가나 공산주의국가의 전유물로 생각한다.
하지만 마이클 무어가 둘러본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은...자본주의국가인데도 의료보험제도에 국가가 개입하여 의료비가 '무료'이다.

이쯤되면 눈치빠른 사람들이라면...
비틀어 생각하기 좋아하는 마이클 무어가 이념의 경계가 없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렇다면 차라리 '사회주의'를 지향하는게 낫지않겠냐는 쪽으로 유도해 나가리라는 걸 알 수 있다.
영국을 전국민의료보험을 실천한 나라로 표현하면서,
'전쟁 중에는 실업이 없었다.독일인들 죽이는 일로 전원 취업할 수 있다는...'
하는 의회의원의 말을 시작으로하여,
자기가 취재했던 환자들을 데리고 (부시정부가 적이라고 생각하는 빈라덴의 수하 등)테러리스트가 수용되어 있다는 수용소로 '악당들과 똑같이만 해달라'며 가려하지만 좌절당한다.

그러자,무어는 이들을 데리고,
미국의 또 다른 적'반미주의 독재자<카스트로>'의 고국 쿠바로 향한다.
쿠바는 카스트로의 독재,곤산주의의 실패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는데도...'무상의료'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우리나라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국가가 아닌, 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국가이기 때문에...미국의 의료보험제도를 그냥 따라야 하는게 당연한 수순이다.
그리하여, 우리도 미국처럼 매년 18000여명이 보험이 없어서 사망하고, 가랭이가 찢어져가며 의료보험료를 내다가 파산하고 그랴야 한다는 얘긴가?

물론 '식코'는 단지 미국의 일이다.
아직 우리에게 벌어지지 않은 일을 놓고 걱정하는 난, <나니아연대기>한구절을 빌리지 않더라도 사물의 좋은 점을 볼 줄 모르는 고로...교육을 잘못 받은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현실은, 아직까지 의료보험제도에 국가가 개입하여 보조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가 병원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치료받지 못한다.
약간 다른 얘기지만, 의료보호 환자들에게 한달에 4회 또는 6000원의 의료비지원은 온몸에 백과사전급 병명을 지니고 있는 환자들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꼴이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감사하게도 국가가 개입하는 '의료보험제도'하에 있으니...
때가 되어 보험가입이 거부당하는 일이 없도록 당장 살부터 빼고,
몸속 어딘가 잠복해 있을지도 모르는 피부과 질환도 빨리 해결해야겠다.
과거력까지 역추적당하는 프로그램이라도 개발돼, 의료보험가입이 거부당하면 어떻게 하지?
face off하듯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라도 이용해 새로운 삶을 하나 명받아야겠다.

사람의 감정이나 마음, 정신상태등은 어찌되어도 좋고,컴퓨터에 상병코드를 넣으면 적당한 처방이 주루룩 뜨는 '대증처방'뿐인 세상에서라면 아이작 아시모프의 '바이 센터니얼맨'에서 해답을 찾아보는 게 쉬울 것도 같다.

머리를 빈 깡통이라도 되는 양 톡톡 두드리며,
"그래,난 SF소설이나 영화를 너무 본 게야"
중얼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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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5-29 07:28   좋아요 0 | URL
이 시 읽으니 가슴이 설레입니다. 아 좋다..... "세상에," 가 들어가니 더욱 애틋하네요. 곱기도 하지....

근데 자리를 털고, 보따리를 싼다는 것은 어떤 의미? 의료봉사 가시나요?

양철나무꾼 2011-05-30 01:34   좋아요 0 | URL
ㅎ,ㅎ...이 나이에 의료봉사는요~

조그마한 직장에 5년을 있었어요.
3년 반이 고비가 되어 그만 두겠다고 했는데...1년 반을 밍기적거렸어요.
요번엔 저 아님 문을 닫는다고 해도 진짜 그만 두려구요.
체력이 고갈되어서요~

그리고, 저시는요...
콤마 때문에 선택한 시예요~^^

프레이야 2011-05-29 09:59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조금은 흐리고 가라앉은 아침이에요.
어디로 가시나요?
김용택님의 시가 마음에 잔잔하게 다가옵니다.

양철나무꾼 2011-05-30 01:37   좋아요 0 | URL
서울은 쾌청이었어요.
낮에 빨빨거리고 돌아다녔는데...더위 먹은 거 같아요~ㅠ.ㅠ

직장을 그만 두려구요.
정말 그만 두고 싶었는데, 막상 그만 두려니까 좀 그렇기도 하네요~

하늘바람 2011-05-29 10:05   좋아요 0 | URL
김용택 시인의 시를 참 좋아하는데 정말 좋네요.

양철나무꾼 2011-05-30 01:39   좋아요 0 | URL
김용택의 시는 너무 수수해서 꼭꼭 씹어 삼키듯 읽어야 해요~^^

이 시, 그냥 지나칠뻔 했었는데...
세상에 뒤의 콤마 덕에 눈에 들어왔어요~^^

글샘 2011-05-30 23:44   좋아요 0 | URL
세상에,
콤마 덕에... ㅎㅎㅎ

글샘 2011-05-30 01:05   좋아요 0 | URL
세상에,
보따리를 싸시는군요.
그것 또한 근사한 일일지 몰라요.
지금은 그가 아프실지 몰라도...
간절함,
사무침은
문득,
신나고 근사한것만 못하지 않을까요? ^^

양철나무꾼 2011-05-30 01:43   좋아요 0 | URL
분모의 값을 최소화하면 분자에 주어지는 '문득'도 '내내'가 되지 않을까요?^^

hnine 2011-05-30 05:30   좋아요 0 | URL
직장 그만 두는 것, 그거 아무나 못하는건데...아무나 못하는건데...
체력이 고갈된 것도 아니면서 그만 둬본 경험자로서 하는 말이랍니다.

그런데 체력이 고갈됨을 자각하실 정도라면 당연히 쉬셔야지요. 1년 넘게 생각하셨다니 그동안 마음에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차곡차곡 많이 쌓였겠어요. 잘 드시고 잘 쉬시면서 회복하시길 바래요.

양철나무꾼 2011-05-30 21:49   좋아요 0 | URL
한 직장에 5년을 있다보니 모두가 패밀리처럼 느껴져서 역부족이었어요.
체력고갈은 벌써 전부터 느끼고 있었구요.

늘 여러가지로 고맙습니다.

루쉰P 2011-05-31 11:04   좋아요 0 | URL
직장을 그만두신다고 하니 격려를 해 드려 하는 건지, 아니면 걱정을 해야 하는지 여러 갈래로 고민이 되네요. 오래 일한 직장에서 그만 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실텐데 가뜩이나 요즘처럼 돈이 많이 들어가는 세상에서요. ^^ 하지만 이미 마음을 먹으셨고 실행에 옮기실려고 하는 듯해 격려를 해드려야 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5년이라...정말 오랜 기간을 일 하셨네요. 어떤 길이든 그리고 어디로 가시든 지금 같은 양철댁님이라고 하신다면 분명 또 다른 길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내실 거라 여겨져요. ^^ 그 길이 어떤 길인지는 자신만이 알겠지만요. 저는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는구나를 느낄 때 내가 나이살 먹고 있구나 라고 생각해요.
양철댁님! 정말 좋은 길을 반드시 찾으실 수 있도록 감마파를 쏘고 있을께요. 힘 내세요!

양철나무꾼 2011-06-04 18:40   좋아요 0 | URL
속 깊은 나의 루신P님,
이런 경험에서 우러난 댓글을 달아주실 수 있는 님이, 님의 댓글이 참 좋아요.
고마워요~^^

루쉰P 2011-06-10 20:12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병 간호하시고 직장 다니시느라 피곤하시겠지만 이달의 당선작 되신 것 축하드려요. ^^ 근데 매달 당선 되시는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하심 ^^ 알사탕으로 피곤을 좀 푸셨으면 합니다. ㅋ

양철나무꾼 2011-06-15 03:26   좋아요 0 | URL
앗, 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루신P님도 축하드려요~^^

다이조부 2011-06-14 13:20   좋아요 0 | URL
식코 영화 보고 무조건 미국 좋다고 엄지손가락 내세우는 사람들이게 권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양철나무꾼 2011-06-15 03:24   좋아요 0 | URL
*^^*

감은빛 2011-06-14 14:31   좋아요 0 | URL
한동안 못들어왔더니, 이 글을 이제서야 읽네요.
저는 식코를 보고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미FTA 반대 시위할 때, '의료 민영화'에 대해 얘기를 들으며,
설마 설마 했던 일들보다 더 심각한 일들이 미국땅에선 벌어지고 있더군요.

저는 마이클 무어 감독 좋던데요.
그 극단적인 비유, 덕분에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더라구요.

양철나무꾼 2011-06-15 03:30   좋아요 0 | URL
꽤 오랫동안 머무셨겠어요.
변변치 않은 글인데 송구할 따름이예요~^^

의료민영화는 제법 많이 왔을걸요.
그분들도 바짝 차리셨으면 좋을텐데...
 

한때 내가 김탁환의 '열녀문의 비밀'에 넋이 나갔었던 건 이 구절 때문이었다.  

취허(吹噓, 샘이 마를 때 물고기들이 서로 습기를 뿜어주는 일)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니까요. 나리처럼 소설을 탐독하신 분을 일찍이 뵙지 못했답니다.
 
옛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멋진 말로 수작을 부릴 수 있단 말인가?
 
손가락에 침 묻혀 책장 넘기지 말라. 손톱으로 긁지 말라. 책장 접어 표시 말라. 땀 난 손우로 서책 들지 말라. 베고 눕지도 말고 팔꿈치로 괴지도 말고 술항아리 덮지도 말고 던지지도 말고 다리 사이 끼우지도 말라. 서책 휘둘러 창이나 벽에 묻은 먼지 털지도 말라.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이덕무의 사소절도 나와주신다. 

 

 

 

 

 

 

그래서 였을까?
영화화 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원작의 수사를 어떻게 버무려 낼까 참 궁금했었다.
(김탁환표 서사야 튼튼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것이고...)
 
주인공이 김명민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책 속에서는 백탑파라고 하여 연암 박지원을 위시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서이수, 그리고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이명방이 등장하는데...
영화에선 개 도둑 '오달수'가 탐정의 조수 쯤으로 등장한다. 
내가 무리수를 뒀다 싶었던 건, '한지민'이었는데...
원작의 기생 계목향 역을 할지 열녀 김아영 역을 할지 궁금했었다. 
영화에선 전혀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한다.

나는 책을 꼼꼼히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가 산만하고 겉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랑 같이 영화를 본 남편과 아들은 전혀 내용 파악 못하고 깔깔대고만 계시더라~
조선 명탐정이라고 하는 데 '추리소설적'요소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영화 곳곳에 웃음 코드를 버무려 넣어 뻥뻥 터져주시는게...이 감독, 웃음 폭탄 제조기쯤의 별명을 얻게 되진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려고 해도, 김명민이 연기해낸 탐정 캐릭터는 겉돌기만 했다.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여 김명민이 등장하는 것부터가 예사롭지는 않았지만,
그건 탐정의 자질을 십분 발휘하여서가 아니라 실학과 천주교를 익힌 그가 널리 백성을 이롭게 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오달수가 연기한 개도둑의 캐릭터가 탐정의 그것에도, 실사구시에도 가깝다. 

풍부혈에 침을 꽂아 즉사시키는 건 시대물에 자주 등장하는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었는데, 이 영화의 부제 '각시 투구꽃'이랑 관련 꼬투리를 잡자면 얘기가 좀 복잡해 진다. 

이렇게 예쁜 이름으로 불리우는 '각시투구꽃'의 뿌리는 우리가 한방에서 흔히 쓰는 이름으로 바꾸면 '부자''초오'쯤 된다.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다루기가 까다로운 것은 맞지만 법제만 잘 하면 그리 염려할 맹독은 아니다.
근데 이것보다 이 '각시투구꽃'을 재배하는 곳으로 등장하는 '적성'에서 이 각시투구꽃이 대량 재배가 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적성이라는 곳에 감악산이 있기는 하나, 주산지는 중국 동북부와 러시아 등지로 알려져 있다.  

책에서 적성은 농사만을 지어선 살기 힘들다며 소금 무역을 언급한다.

보이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는 건 사실이니까. 이 세상에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소중한 것들이 참으로 많다네.(상,17쪽)   

 "...서책을 읽고 외우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라네. 더 중요한 배움은 서책을 덮은 후부터 시작되지."(상,43쪽) 

"허생 같은 방식으로 나라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해..."
"과연 그렇습니다. 문제는 그런 짓을 한다는 이유로 장사꾼들을 핍박할 게 아니라 상도를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허생이 변산 도적떼를 이끌고 섬으로 건너가 올바른 삶을 가르친 것이 그 예이겠지요. 지금 조정에서는 이재에 밝은 신하가 드뭅이다. 장사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자신이 직접 뛰어들지는 않겠다는 것이지요. 시문만 소중히 여기고 삶은 가벼이 치는 습성에서 비롯된 겁니다. 허생이 글 아는 자를 배에 싣고 섬을 빠져나온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상,46쪽)

긴 손가락은 쉬위를 당기는 데 유리했고 두꺼운 허벅지는 비바람도 능히 이겨낼 만큼 단단했다. 기가 위로 뻗어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가라앉는 것은 제법 무예를 연마했음을 뜻한다. (상,185쪽)  

영화는 산만하기 그지 없어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진정한 해결사는 누구인지, 주인공은 누구인지 마냥 헷갈리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건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정조가 킹왕짱 멋지다는 것이다.  
정조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 우리가 상상하고 만들어낸 정조는 아닐까? 
 

 

 

 

 

 

 

정조에 관한 책을 찾아봐야겠다.

책과 영화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고 해야 겠지만,
김명민이 쫌 멋지지만, 난 책의 손을 들어 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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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2-20 03:19   좋아요 0 | URL
그쵸, 이 표현 참 그럴 듯 하네요~
힘 빼고 넣는 티가 많이 난다...

전 최근엔 '생텀'이랑 '언노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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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가 가고 있다.
아까워서 곱게 모셔 놓았던 시간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간 기분이다.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이렇게 곱게 모셔 두기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올해는 뭔가 시간들을 알차게 보내고 싶어 이것저것 궁리했던 한해였는데 말이다. 


 

 

 

 헬로우 고스트
감독 : 김영탁
주연 : 차태현, 강예원 
제작/배급사 : 워터 앤 트리




한해를 마감하며 이 영화를 보았다.
개연성의 잣대를 들이대면 한없이 찌질해져 버리지만,
가족에 코드를 맞추면 얼마든지 따뜻해질 수 있는 영화이다. 

"몸에 힘을 빼. 그러면 자연히 떠오르게 돼 있어." 

힘들고 지칠 때, 또는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겠을 때...차라리 힘을 빼고 내려 놓으면 삶이 한결 가벼워 질 것 같다. 

난 좀 찌질한 게 맞나 보다.
이상한데 필이 꽂혀 연연했었는데, 뽑기 트럭에서 왕 큰 물고기를 뽑은 것과 관련해서 이다.
"내가 뽑기 장사 40년 하면서 이건 처음 꺼내 보네."
라고 하며 물고기를 내어 주는 데 말이다.
그럼 그 물고기는 40년 전에 만든 거란 얘기다.
그걸 어쩜 천연덕스럽게 맛있게 먹어댈 수 있을까? 

 

 

 


 어느 철학자의 행복한 고생학
 신정근 지음 
 21세기북스(북이십일) 
 



 
책은 <어느 철학자의 행복한 고생학>을 마침내 다 읽었다. 
음,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 도덕 교과서를 읽는 기분이었다. 

얘기의 주제는 고생 왜 하나? 가족이 있으니까.
가족이 있으니까 고생도 행복하다. 이 정도... 

공자, 맹자가 자주 등장하는 걸로 미루어 입신양명의 색채를 지울 수 없지만,
저자 또한 이 땅의 남자인 걸 어쩌랴.  

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커다란 임무를 맡기려고 하면 반드시 먼저 그들의 심지를 괴롭게 하고 근육과 뼈를 힘들게 하고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몸을 헐벗게 하여, 그들이 하는 것이 해야 하는 것과 어긋나도록 한다. 왜냐하면 그들로 하여금 마음을 움직이고 성질을 참고 견뎌서 그들이 '할 수 없다' 또는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제로 잘 해낼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맹자,고자 하편>에 나오는 말, 170쪽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개고'는 단순히 삶이 괴롭다는 뜻에 한정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내'가 없는데도 더 많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하면 만족할 수도 없고 충분하지도 않고 괴롭기만 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물건을 놓지 않으려고 손에 힘을 모아서 세게 움켜쥔다. 움켜려고 하는 만큼 힘도 든다. 하지만 손바닥을 올려 놓아보라. 쥐지 않아도 손바닥 위에 그대로 놓여 있다. 이처럼 되지 않는 것을 하려고 하면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이런 점에서 불교는 사람이 근원적으로 괴로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조건에 놓여있다는 것을 일체개고라고 말하는 것이다. 괴로우니까 사람이라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보면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은 괴로움의 저편에 넘어서려는 바람이 그만큼 강렬하다는 것이리라. 즉, 영원히 괴로움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우울하게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괴로우니까 한시바삐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는 것이다.(186쪽) 움켜지려고->움켜쥐려고 

부자를 목표로 삼을 수 있다면 차를 모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부자가 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르려고 한다. '술이'중에서(262쪽) 

이 쯤의 예문으로 알 수 있듯이, 원전을 우리말로 해석해 놓는 품이 훌륭하다.
그리고 어려운 불교 용어도 쉽게 설명해 놓는다. 

저자의 해석은 우리에게 지친 서로를 부퉁켜안을 힘을 줄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라스트 코요테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년 12월



끝으로 영혼이 외로운 남자, 해리보슈 아저씨가 올해를 마감하며 등장하셨다.
사실 콘크리트 블론드 이후, 해리보슈 시리즈는 잠깐 쉬어가려 했었다.
그런데, 역자 이창식 님의 평이 너무 멋지구리 하여...장바구니에 홀라당~
1월4일 배송 예정이다.
해리보슈로 한해를 마감하고, 해리보슈로 한해를 시작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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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2-31 09:24   좋아요 0 | URL
순전히 늑대를 보고 싶은 마음에 친구를 불러서 서울대공원에 갔던 적이 있어요. 저는 맹수가 좋거든요. 사자, 호랑이, 늑대. 그런데 마지막, 마이클 코넬리 책의 표지를 보니 가슴이 두근두근해요. 저 표지속 맹수는 코요테겠죠?

양철나무꾼님.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유로 찌질한것 같아요. 우리는 찌질하고, 그 찌질함을 알고 있죠. 그런데 그 찌질함을 보이는것이 싫어서, 누군가 내가 찌질한 걸 알게 되는게 싫어서 감추려고 하는거죠. 찌질하지 않은척. 그러나 타인에게 아무리 감춰도 본인은 알고 있잖아요.
저 역시 어제 나는 왜이렇게 찌질한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침대에 누웠어요. 그러나 내가 왜 찌질한지 오랜 시간 고민해봐도 답이 안나와요. 생각해봤자 찌질이 안찌질이 되지는 않더라구요.

해리보슈로 한해를 시작하게 될 양철나무꾼님,
저도 오늘은 누구의 책으로 한해를 시작하게 될지 조금 고민해봐야 겠어요.

양철나무꾼 2011-01-05 03:06   좋아요 0 | URL
너무 늦게 댓글을 달려니, 거시기 한걸요~

저는 찌질한 제 삶 또한 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 삶의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이 맘에 들 때도 있지만,
찌질한 제 삶이 엄원태의 '아픈 무릎'인 듯 하여 어루만져 줄 때도 있어요.

각자 다른 삶들을 살아가고,
그 각자의 삶도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기도 할 거예요.

예전엔 나의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만을 내보이고 싶어 했는데,
이젠 찌질한 제 삶도 내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내어놓아야 뽀송뽀송 반짝반짝하게 만들 수 있을 텐까요~

다락방님은 한해를 어떤 책으로 시작하셨을까요?^^

마녀고양이 2010-12-31 09:41   좋아요 0 | URL
좋은 말이네.. 몸에 힘을 빼.
마지막 날이당.. 그져. 신기하다. 2010년 마지막 날이라는 곳에 도달했다니. 그져.

양철나무꾼 2011-01-05 03:07   좋아요 0 | URL
마지막 날 댓글에, 새해를 닷새나 지나서 댓글을 다네요~
새해를 멋지게 시작하셨겠죠, 마고님?^^

마노아 2010-12-31 10:42   좋아요 0 | URL
저도 40년된 잉어 생각했는데...ㅎㅎㅎ 실제로 저거 파사니는 분이 그렇게 큰 잉어가 있나 막 궁금하고요. 영화를 위해서 특별제작했나 싶은 사이즈였어요.
한 해를 마감하는 담담한 얼굴이 보여요. 왠지 찐하게 포옹을 하고 싶어지는 걸요.
양철나무꾼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

양철나무꾼 2011-01-05 03:11   좋아요 0 | URL
저는 그 큰 잉어 아니고도...
길거리 초등학교 앞 가끔 지나다가 그 트럭 볼 때 있었거든요.
그럼 거기 커다란 용이나 칼, 이딴 것들 만들어진지 얼마나 됐을까 궁금했었어요.(울 아들 초등학교 때)
저 근데,뽑기 엄청 좋아해서...한창 유행할때 세트로 구매했었어요.

우리 함 찐하게 포옹해 보지구요.
한 해를 담담하게 마감하고 또 한 해를 담담하게 맞이하는 사람들 끼리~^^

stella.K 2010-12-31 10:57   좋아요 0 | URL
요즘 저 영화가 재밌는가 본데 날씨도 춥고,
길도 미끄러울 것 같아 모든 게 스톱된 상태입니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먼 것을 생각하면 좌절입니다.
저 고생학은 책이 잘 나왔다는 느낌인데 생각보다 별로인가 봅니다.
저는 요즘 <식품주식회사>를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아마도 새해 첫 완독책이 될듯 싶어요.
그리고 올해 마지막 완독책은 <독고존>이고.
마무리 잘하라는 말보다 새해를 잘 맞이하란 말씀을 드리는 게
지금으로선 나을 것 같군요.
새해 복 많아 받아요.^^

양철나무꾼 2011-01-05 03:14   좋아요 0 | URL
눈도 좀 녹고...이젠 보셨으려나?^^

저 고생학 책은 잘 나왔는데...도덕 교과서 같아요.
옷으로 치자면,목 위까지 단추 꼭꼭 채워 입은 단정한 윗도리 같은 느낌이요.

님도 새해를 멋지게 시작하셨겠죠?^^

프레이야 2010-12-31 12:20   좋아요 0 | URL
몸에도 감정에도 힘을 좀 빼고 느슨하게 살고 싶어요.
완충지대도 스스로 만들어서요.
양철나무꾼님 한 해 동안 좋은 글 참 좋았어요.
고마워요.^^

양철나무꾼 2011-01-05 03:15   좋아요 0 | URL
완충지대를 스스로 만들라는 말, 교훈처럼 새겨 가질려구요.
제가 오히려 감사드려야죠~^^

저절로 2010-12-31 14:10   좋아요 0 | URL
저는 몸에 힘도 빼고 살도 빼야해요!

양철나무꾼 2011-01-05 03:17   좋아요 0 | URL
저는 전부 다 빼고 줄여야 해요!
좀 가뿐하고 간소하고 좀 부족하게 살고 싶어요.
그런데, 왜 움켜쥐고 놓지를 못하는 것인지, 원~ㅠ.ㅠ

cyrus 2010-12-31 18:51   좋아요 0 | URL
다른 알라디너분들 서재에 들리고 있는데 다들 마무리 글들
다 멋있게 쓰시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고 건강한 새해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1-01-05 03:19   좋아요 0 | URL
바지런 하신 cyrus님~
새해를 벌써 멋지게 시작하셨겠죠~^^

새해 원하는 모든 일들 이루시는 한해 되세요~

2010-12-31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5 0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1-05 03:24   좋아요 0 | URL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죠~!!!

비로그인 2011-01-01 14:59   좋아요 0 | URL
지난해는 그야말로 양철나무꾼님의 해였네요.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 좋은 글도 많이 올리시고 이렇듯 친구분들도 많이 사귀셨으니 말예요 ㅎㅎ
새해에도 늘 건강한 하루하루 보내시고 이곳 서재에서도 여전히 맹활약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1-05 03:29   좋아요 0 | URL
저의 해라니...좀 쑥스럽기도 하지만,
이렇게 많은 좋은 친구분들을 사귀었다니...신나는 일이기도 해요.

후와님도 늘 건강한 하루하루 보내시고요.
후와님도 저도...한밤중에 이렇게 불침번 노릇 하지 말아야 할텐데 말예요~^^

비로그인 2011-01-01 21:00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첫날인데 벌써 스트레스 받을 일들이 생기는군요.저도 [시코쿠를 걷다]를 읽고파요. 마음이라도 걷기 여행을 떠나고 싶은.. ㅜㅜ

2011-01-01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5 0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1-01-01 23:4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 님...
새해에도 좋은 글 많이 남겨 주시고, 마음이 따뜻해 지는 글을 많이 읽게 해 주시길...
그리고... 아프지 마세요.
이제 나이가 슬슬 여기저기 아프고, 몸살 날 연배가 되어가시니까 말이죠. ^^

새해 복 많이 지으십시오.

양철나무꾼 2011-01-05 03:3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님도 새해 건필하시고, 멜랑꼬리한 글도 가끔 읽게 해 주시고요.
그리고 건강하시구요.
시특강을 하시는 막중한 사명을 갖고 계시는 분이잖아요.
뜸하면 걱정 돼요~^^

감은빛 2011-01-04 20:58   좋아요 0 | URL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시간들
한웅큼 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손은 비어있네요.
몸은 분주하나 마음은 텅 비어있는 것 같은 요즘입니다.
그래도 남들 다하는 새해 인사는 한번 할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양철나무꾼 2011-01-05 03:39   좋아요 0 | URL
전 나이 한살 더 먹기 싫어서 떡국도 아직 안 먹은 사람이예요.
새해 인사는 다 반사해 버리고,ㅋ~.

텅 비어서...샛털처럼 가벼워서...함 날아봤으면 좋겠어요.
님도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또 받으세요~!!!
 

어제 집안에서 떼굴거리다가 EBS에서 하는 '페인티드 베일'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는 옛날에도 한번 봤었는데, 
그때는 줄거리를 따라 가느라 몰랐는데,
다시 보니, 풍광이 끝내준다.
언제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장가계'를 한번 가보고 싶다.

영화는 책 보다 많이 순화시키고 둥글린 느낌이다.
인상깊었던 대사가 몇 있었는데,
"여자는 남자의 장점을 보고 사랑에 빠지지는 않죠."
가 기억에 남는다. 

날 돌아보면,
사랑을 하는 데,장점이나 단점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라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위는 없다.
그냥 마음이 겉잡을 수 없이 그렇게 그렇게 흘러간다.  

영화에서는 남자가 죽으며 여자에게,
"용서해 줘."
"당신은 잘못한게 없어요."
이런 대화가 오가는 데,
서머싯 모옴의 원작에선
"죽은 것은 개다."
이랬던 걸로 기억된다.

나는 당신에 대해 환상이 없어. 나는 당신이 어리석고 경박한 데다 머리가 텅 비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사랑했어.
당신이 목적과 이상이 쓸데 없고 진부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이 이류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이 기뻐하는 것에 나도 기뻐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내가 무지하지 않다는 걸, 천박하지 않다는 걸, 남의 험담을 일삼지 않다는 걸, 그리고 멍청하지 않다는 걸 당신에게 숨기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생각하면 한 편의 코미디야.
당신이 지성에 얼마나 겁먹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당신이 아는 다른 남자들처럼 당신에게 바보처럼 보이려고 별짓을 다했어.
당신이 나와 결혼한건 편해지기 위해서라는 걸 아니까.
그래도 나는 당신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어. ...........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때때로 당신이 나로 인해 행복해하거나
당신에게서 유쾌한 애정의 눈빛을 느꼈을 때 황홀했어.
나는 내 사랑으로 당신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어.
나는 그걸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당신이 내 애정에 참을성을 잃기 시작하는 징조가 보이는지 언제나 조심했어.
대부분의 남자들이 권리로 여기는 걸 나는 호의로 받아들였어.
                                                          서머싯 모옴의 <인생의 베일>중에서, 

이쯤되면 남자의 절절함에 가슴이 메어진다.

















 
그래서 올리버 골드 스미스의 시를 찾아 보다 만난 책 한권. 

 

 

 

 

 

가끔 '칼데콧 상 수상작'이라는 그림책을 보곤 하지만,정작 '칼데콧'의 그림책을 본 기억이 없었던 내게 이 책은 여러가지 느낌으로 다가왔다.

특히 어렸을 때 아껴가며 야금야금 읽었던 <세계문학전집>의 그림들이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칼데콧'풍의 그림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운 충격이었다.

책은 그림책이어서 몇장 되지 않아,쉽게 읽혀지지만 '생각하는 동화'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는 그림이 글의 부속물 정도로 여겨지던 틀을 벗어나 그림이 책의 주인이 되어 이야기를 설명하도록 하는 독특한 방식을 만들어 냈습니다.따라서 그의 그림책은 글을 모르더라도 그림만 보고도 이야기를 이해하고 웃을 수 있습니다.'
라는 '작가소개'를 빌리지 않더라도,
그간의 내 습관대로 글로 내용을 파악하며 읽었을 때랑,천천히 그림을 음미하듯 따라가며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다르다.

우선,그림에 두개의 다른 시선이 존재한다.
화가가,사람들을 보는 시선과 개를 보는 시선이 달랐음을 알 수 있다.
화가가 자기가 사람이라고 해서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느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림이 터무니 없이 상상에 의해 그려지지도 않았다.

그림 속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과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이 일치한다.
한 남자가 있고,그 뒤를 따라 나오는 사람들의 복장이나 시선 등에도 일관성이 있다.
놀라서 도망치는 사람들의 움직임에서 바람의방향, 뒷 남자의 쭈뼛한 머리까지 그려내는 것도 재밌고, 창문 안과 밖의 경계를 빗금 선으로만 표현해 내는 것도 놀랍다.
미친개 말고도 많은 개가 나오는 데,개의 종류나 표정이 다 다르지만,어느 하나 즐거워 하거나 꼬리를 흔들지 않는다.

마을에 나타난 개 한마리가,착한 남자에게 간택되어 졌다,관심 밖으로 밀려나고,질투심에 발광을 하고,버려지고 죽는...일련의 과정들이 그림들 안에 잘 녹아 들어 있다.
개는 그렇게 죽고 나서도,한 남자는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는 전 과정을 따라 읽어가다보면 처연해지기까지 하다.
작품해설에선,
"...어쩌면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말썽을 피우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하고 얘기해서,
미친개에게 일말의 책임을 지우려 하고 있지만 말이다.

개와 사람의 대비를 통해서 보여주려 한 것이 소통 부재-不通의 문제인것은 맞겠지만,
그 전에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자신의 평판이나 명성을 위해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적절한 관심을 나눠줄 수도 없으면서 자신이 단지 외롭다고...개를 거둬 키우는 사람들에 관해서이다.

사랑이라는 허울 아래 자기 만의 방식으로 상대방과 소통하려 하는 것은,
사랑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불통이 되는 것이다.

결국,시대를 막론하고 벽이나 베일,굴레를 떨쳐내고 소통하는 것만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자신의 그릇을 과대평가하여 모두를 다 사랑한다는 사람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얘기이니까 말이다.

덧,
'로버트 F.영'의 단편선 <민들레소녀>를 읽고 있다.
서문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내가 편집장이었던 시절에 난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는 사랑으로 글을 쓴다네." 누군가는 지체없이 이렇게 톡 쏘아붙였다. "잉크로 쓰는 게 나을 텐데."
로버트 F.영은 그 둘을 다 쓰곤 했다.

이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사물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단다.  
'난 마흔네 살이야! 저 소녀는 스무 살도 안 된 것 같은데,도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12쪽)
이런 구절이 나온다고 해서 심난해 할 필요가 없다.
정말 제목 같은 풋풋한 결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살짝 가볍다.
화씨451의 그 소녀가 생각나는 건, 왠일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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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3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12-13 23:50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긴 글을 꼼꼼히 읽어줬다는 얘기잖아.
내가 이리저리 널뛰기를 잘한다는 걸 암시롱~~~^^

'민들레소녀'의 결말까지 얘기해야 '어떤 사랑법'을 깔끔하게 매듭지을 수 있는데,
'민들레소녀'가 최신간이라서 내가 뭐라뭐라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될까봐 생략해 버렸어요.
(그러니까,솔직히 나도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 잘 모르겠어~ㅠ.ㅠ'속닥')

반딧불이 2010-12-13 23:48   좋아요 0 | URL
나오미 왓츠와 에드워드 노튼을 좋아해서 영화를 보고 장가계도 다녀왔어요. 영화속 풍경이 훨씬 더 아름다운건 엇갈린 사랑이지만 거기 두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양철나무꾼 2010-12-13 23:54   좋아요 0 | URL
전 나오미 왓츠보다 에드워드 노튼이 좋아요.
장가계도 다녀오셨다구요, 부러워라~

"영화속 풍경이 훨씬 더 아름다운건 엇갈린 사랑이지만 거기 두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 구절 엄청 좋아요, 님의 해석의 깊이도요~^^

지나가다 2010-12-14 00:4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인용하신 부분은 인간의 굴레가 아니라 인생의 베일에서 나옵니다.
잠깐 착각하신 듯해서요. ^^;;

양철나무꾼 2010-12-14 01: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잠깐 착각이 아니고,완전 착각하고 있었어요.
전 왜 페인티드 베일을 <인간의 굴레>라고 제 맘대로 해석했었는지요~ㅠ.ㅠ

웽스북스 2010-12-14 00:49   좋아요 0 | URL
페인티드베일 영화로도 나왔구나... 생각하면서 보고 있는데,
아뿔싸! 본 영화였군요. 그러고보니 영화속 장면이 참 아름다웠던 걸로 기억해요

영화보다는 책을 더 재밌게 봤었어요. 하필 딱 그런 시기에 그 책을 만났었네요.

그나저나, 저는 이놈의 정신머리로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려고 이러는지 ㅜㅜ

양철나무꾼 2010-12-14 01:39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이놈의 정신머리로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려고 이러는지...예요.
저도 영화는 너무 둥글렸지 싶었어요.

음~저는 중국에 목마라 있을 때,이 영화를 만났었네요~

웽스북스 2010-12-14 09:53   좋아요 0 | URL
아 ㅋ 저는 인간의 굴레랑도 같은 지점이니까 통하는 면이 있는 작품이구나, 라며 멋대로 해석해버렸는데, (그건 못봤거든요) 착각하셨던 거로군요 ㅎㅎㅎ 그럴 수도 있죠. ㅎㅎㅎ

새해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어요 우리 ㅋㅋ

양철나무꾼 2010-12-14 17:30   좋아요 0 | URL
새해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사는 것도 중요한데,
전 선입견이나 매너리즘 속에 절 가두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또 하나 누군가 충고해주면...
감사하게 쿨하게 받아들이기...새해 목표예요~^^

Arch 2010-12-14 10:00   좋아요 0 | URL
분명히 페인티드 베일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잘 기억 나지 않아 서지 검색으로 책 내용을 다시 보고 왔어요. 그래도 역시 기억이 안 나요. 보다가 말았던 것 같기도 하고. 서지 검색한김에 남들 페이퍼까지 다 읽고 와서야 다시 양철 나무꾼님 페이퍼로 와서 댓글 달 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요. 서지 검색은 좀 위험한 듯 ㅡ,.ㅜ;;

저는 저를 끌어올려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싶을 정도로 사랑에 빠져든적이 없어요. 맘을 읽는 것도, '느낌으로 아는 것'도 부족해요. 그게 좋지 않다는걸 아는데 바뀌지도 않는 것 같아요. 어쩌면 이런 자기 인식이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아, 저는 왜 아침부터 이렇게 오지게 긴 댓글을 달고 있을까요.

양철나무꾼 2010-12-14 17:33   좋아요 0 | URL
제가 Arch님의 오지게 긴 댓글을 사랑한다는 걸 안 선견지명을 가지고 계신거겠죠~

제가 페이퍼 중간에서도 밝혔지만, 전 마음이 겉잡을 수 없이 그렇게 그렇게 흘러갔던 것 같아요.

날 돌아보면,
사랑을 하는 데,장점이나 단점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라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위는 없다.
그냥 마음이 겉잡을 수 없이 그렇게 그렇게 흘러간다.

그리고 감사드려요.
다시 되돌아와, 이렇게 긴 코멘트를 남겨주셔서~~~^^

2010-12-14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4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10-12-14 11:58   좋아요 0 | URL
저 인용구문 안의 구절...
누군가를 사랑하면 다 저리 되는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0-12-14 17:45   좋아요 0 | URL
아,잉크냄새 님~
저 요즘도 가끔 마실은 가는데...흔적을 남기진 못했어요.
제가 누군가는 이제 저렇게 사랑할 수 없는데,
님의 글들은 저런 마음을 담아 읽고 있지요~^^

그곳은 겨울도 덜 추운 건가요?
건강하세요~!!!

cyrus 2010-12-14 22:16   좋아요 0 | URL
민음사에서 나온 서머싯 몸의 작품들을 가지고 있는데, 읽어봐야겠네요.
영화도 보면 참 좋은데,, 못 본 것도 아쉽기만 하네요. ^^;;

양철나무꾼 2010-12-16 01:01   좋아요 0 | URL
왠지 cyrus님은 이 책 읽으셨을 것 같았는데...가지고 계시기만 하시군여.
나중에 한번 보세요.
찐한 사랑도 해보시고 책도 읽어보고 하세요.
영화도 참 좋은데...영화 보면 중국이 가고 싶어져요~^^

순오기 2010-12-14 23:45   좋아요 0 | URL
예전엔-알라딘놀이에 빠지기 전- EBS영화 꼭 챙겨봤는데...이젠 잊고 살아요.ㅜㅜ
버림받은 개의 이야기는 찜해둡니다.

양철나무꾼 2010-12-16 01:03   좋아요 0 | URL
전 평일엔 텔레비젼 잘 안보고,주말에 가끔 봐요.
EBS공감,영화...좋아해요.
'버림받은 개'는 '칼데콧'그림이니 한번쯤 봐 줘도 괜찮아요~^^

2010-12-15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6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0-12-17 00:10   좋아요 0 | URL
영화도 책도 아직 못 봤지만, 써머싯 모옴이라면, 관심이 갑니다.
아직 어렸을 때, 그의 단편들을 읽으며 문학에 대한 꿈을 키웠던 시절이 있었죠.

어쩜 양철나무꾼님은 이렇게 제가 솔깃할만한 책만 소개하시는지 몰라요!

여러모로 늘 고맙습니다!
책 빌려주신단 말씀 무척 고마웠습니다!
그 말씀 한마디로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0-12-17 01:58   좋아요 0 | URL
저랑 취향이 겹치는 부분이 있으셔서 솔깃하신가 봐여~
(바꾸어 말하면,님이 올리시는 글들도 제겐 '심히' 지름신 이십니다,ㅋ~.)

책은 제가 가진 책을 읽은 후 드리겠다는 거였는데,
벌써 공수를 받으셨다니...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죠~

2010-12-17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8 0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12-23 18:14   좋아요 0 | URL
전 영화도 책도 모두 아이들 위주로 가고 있는지라...
이젠 아이들이 방학이니 저의 세상으 끝입니다.ㅜㅜ

양철나무꾼 2011-01-11 06:03   좋아요 0 | URL
아~ 님의 댓글을 이제 봤네요~ㅠ.ㅠ
저도 방학하고 싶어요.^^
지금 아이들과 더불어 많이 즐기세요.
저희 아들보면 방학이어도 하나 좋을 것 없더라구요.
어찌보면 더 바쁜 듯~

2011-01-10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1 0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