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이야기 1 - 춘추의 설계자 관중 춘추전국이야기 1
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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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요일입니다. 어제 비가 내린 후에 하늘이 너무 맑고, 공기가 너무 신선합니다. 토요일 아침 광교 홍재 도서관까지 걸어서 왔는데, 시원한 바람과 상쾌한 공기에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도 이렇게 멋있는 날씨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자연을 소중히 가꾸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얼마 전에 광교에 위치한 책발전소를 방문해서 우연히 책 한 권을 구매했습니다. 책발전소에는 많은 책이 없습니다. 이 역사 책이 어떻게 경쟁을 뚫고, 그곳에 놓였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제가 그 당시 <춘추전국이야기 1>를 선택한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중국 출장을 갔다 온 지 얼마 안 된 시기였습니다. 중국의 고도 중의 하나인 난징에서 며칠을 보냈습니다. 자연히 이 도시의 역사에 궁금증을 가졌고, 기회가 된다면, 중국 역사를 체계적으로 파악해보면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이유는 책 제목을 보고 책을 집은 후에 펼쳐 보았는데, 꽤 많은 지도가 있었습니다. 저는 역사를 접할 때 지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독일 전격전>, <페르시아 전쟁>, <중일 전쟁>, <십자군 이야기> 등의 전쟁사를 읽을 때 책에 나오는 지도뿐만이 아니고, 구글 맵으로 지역을 많이 검색했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상나라, 주나라를 거쳐 춘추시대에 접어들면 수많은 제후가 세운 나라가 등장하는데, 이걸 모두 파악하기는 저에게 쉽지 않아서 뭔가 핵심적인 내용을 터치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하고 생각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보다 전체적인 구도를 파악하는 것이 역사를 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춘추전국이야기> 시리즈를 어떻게 구성했는지 저자의 의도를 알면, 이 책을 선택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자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기준으로 책을 쓰겠다는 것을 책을 읽기 전에 알면 좋습니다. 저는 책의 서문을 주의 깊게 읽어봅니다. 


첫째, 앞서 이야기했듯이 춘추전국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공룡의 뼈대가 형성된 시기이다. <중략>

둘째, 이 시리즈는 기존의 고사를 중심으로 한 책들과는 달리 역사적 사실의 기록과 더불어 지리를 특히 강조했다.<중략>

셋째, <중략> 단편적인 사건 중심의 서술보다는 좀 더 거시적인 흐름에 주목하면서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넷째, <중략> 하지만 필자는 그와 더불어 그 시대의 사회 경제적 변화를 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변화에 각 시대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펴보려 했다. <중략>

다섯째, <중략> 그들의 이야기는 비록 수천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음미하고 곱씹을수록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미래의 문을 여는 깊은 통찰을 제공하리라 믿는다.


상나라, 주나라를 거쳐 각 제후국이 중국 전역(이때는 그래봤자 황하와 장강 유역 정도였죠.)에 세워졌습니다. 그중에 첫 번째 패자가 되어서 춘추 시대를 호령한 인물이 제나라 환공이라고 합니다. 제나라를 세운 사람은 한 번쯤 들어본 강태공입니다. 강태공이 주나라 무왕을 도와서 상나라를 멸하고, 제후의 신분으로 발해만 남쪽, 지금의 지난시 부근에 제나라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제나라 환공을 패자로 만든 결정적인 인물이 있는데, 바로 관중입니다. 관포지교라고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관중과 포숙의 우정을 다룬 한자성어에 나오는 바로 그 관중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관중이 얼마나 뛰어난 인물이고, 춘추시대 초반을 논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말이죠. 귀족 출신도 아니면서 제나라의 재상이 되고,   제나라의 경제, 국방, 정치의 기틀을 다져서 강국으로 만들었습니다. 관중의 사상과 제도가 향후 중국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관중을 있게 한 사람이 바로 포숙입니다. 정말 포숙 같은 친구가 있다면, 인생이 헛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춘추시대의 전체적인 판도를 지도와 함께 설명하면서 커다란 영향을 끼친 주요 인물을 다룹니다. 아울러 정치, 경제, 문화 등을 언급하면서 각 제후국의 흥망성쇠를 설명합니다. 그 당사의 상황과 근거를 명확하게 지적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고,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지리를 알면 역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왜 삼국시대에서 위나라가 그렇게 강대할 수밖에 없는지를 지도를 봐야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지도가 반갑습니다. 

예전에 사마천의 <사기 본기> 읽기를 시도했지만, 너무 어려웠습니다. 기본 뼈대를 이해하고, 다시 시도해 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교훈을 삼을 만한 내용도 많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제나라 환공의 최후입니다. 제나라 환공이 관중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면서 나라를 발전시키지만, 자신의 욕망(사냥, 색욕, 음식)를 절제하지 못해서 관중 사후에 결국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내용을 주의 깊게 새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관중이 죽기 전에 환공에게 충언을 합니다. 하지만, 환공은 결국 자기의 욕망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이제 중국 역사 이해하기의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치열하게 생존을 위해 싸우면서 발전해 나가는 그들을 지켜봅니다. 성공과 실패가 있고, 희망과 좌절이 있고, 전진과 후퇴가 있는 엄청 큰 스토리입니다. 7월에 다시 중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춘추전국이야기> 시리즈 중 한 권을 가져가서 중국 현지에서 읽을 생각을 하니 설레네요. 


2019.06.08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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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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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읽었습니다. 해외 출장을 갈 때 한 권의 책을 가져가서 읽는 것이 목표입니다. 중국 출장 갈 때는 <인어가 잠든 집>을 읽었고, 이번에 미국 출장 갈 때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읽었습니다. 미국은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소설보다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책을 가지고 가는 것을 선호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저자 중의 한 명이 바로 유발 하라리입니다. 쉽지 않은 내용을 알기 쉽게 서술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본인이 주장하는 바를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저는 그의 생각과 주장에  많은 공감을 합니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현재 지구라는 행성에서 벌어지는 많은 현상을 살펴보고, 앞으로 발생 가능성이 있는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가에 대한 책입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인류를 위협하는 3가지 문제는 핵 전쟁, 생태계 파괴, 기술적 파괴입니다. 꼭 핵은 아니더라도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한순간 공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를 계속 파괴해 왔고, 임계점을 넘는 순간 더 이상 지구의 생태계는 유지될 수 없다고 합니다. 평균 기온이 2도만 올라가도 엄청난 재앙이 닥쳐올 것이고, 지구 어느 곳에 살아도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 생명기술, 정보기술 혁명으로 인해 AI 알고리듬이 세상을 지배하고, 많은 직업이 없어지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불안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데이터를 소유한 회사 또는 정부가 개인을 감시하고, 조작할 수도 있습니다. 22세기, 아니 21세기 후반부에 어떤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질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인간에게는 몸이 있다. 지난 세기 동안 기술은 우리를 우리 몸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우리는 우리가 냄새를 맡고 맛을 보는 것에 집중하는 능력을 잃어왔다. 대신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빠져들었다. <중략> 스위스에 사는 사촌과 이야기하기는 어느 때보다 쉬워졌는데 아침 식사를 할 때 남편과 대화하기는 더 힘들어졌다. 눈은 끊임없이 나 대신 스마트폰에 가 있다. (P.141)


외식을 하기 위해 식당에 가면, 온 가족이 대화 없이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풍경을 자주 접합니다. 저도 무의적으로 하다가 깜짝 놀라고, 얼른 스마트폰을 내려놓습니다. 저는 그나마 SNS를 많이 안 합니다. 인스타그램도 계정만 있지 호기심 때문에 이제까지 5개 정도 포스팅 했을 정도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내가 올린 포스팅을 얼마나 사람들이 읽고, 좋아요를 했는지 끊임없이 쳐다보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럽 문명이 인권과 민주주의, 평등, 자유의 가치에 의해 규정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반문합니다. 


아테네 민주주의는 발칸반도의 작은 구석에서 마지못해 일어난 실험이었고, 겨우 200년을 살아남았다. 지난 25세기 동안 유럽 문명을 규정한 것이 민주주의와 인권이었다면, 스파르타와 율리우스 카이사르, 십자군과 신대륙 정복자, 종교 재판과 노예무역, 루이 14세와 나폴레옹, 히틀러와 스탈린은 다 뭐란 말인가? 이들은 모두 외래 문명에서 온 침입자들인가? (P.151)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제국 주의, 공산주의를 무너뜨린 자유민주주의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을까요? 끊임없이 갈등을 조장하는 종교나 민족주의가 답일까요? 전 세계 글로벌 시장경제가 핵 전쟁을 막고,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제 한 개인이, 한 집단이,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설 만큼 세상은 복잡해졌습니다. 한국에서 아무리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서 재활용을 해도 미국에서 모든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한 태평양에 있는 쓰레기 섬을 없앨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각자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합니다. 모든 호모 사피엔스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야기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실체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고민을 해야 합니다. 

저자는 명상을 통한 하나의 방안을 제시합니다. 자신의 욕망이 단지 뉴런을 통한 생화학적인 과정일 뿐일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우리 밖의 세계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단계는 쉽다. 그런 다음에는 우리 자신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우리가 통제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과정은 더 어렵다. 궁극에는 우리의 욕망, 심지어 이런 욕망에 대한 반응까지 우리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중략) 인간은 보통 자신의 욕망에 너무 큰 중요성을 부여한 나머지 이 욕망에 따라 온 세상을 지배하고 조성하려 애쓴다. 자신의 열망을 추구하느라 달에도 날아가고,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전 생태계까지 불안정하게 만든다. (P.454)


이 책에는 한국 독자를 위한 7문 7답이 실려 있습니다. 꼭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이번 책을 포함해서 내가 쓴 모든 책의 주된 목표는 사람들이 허구와 실체의 차이를 분간해서 결코 허구의 이야기를 실체로 오인하지 않고, 허구적인 것을 위해 실재하는 것들을 해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것입니다. 실체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것이 고통을 느끼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P.484)


민족이나 종교, 기업, 돈은 인간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허구적인 것입니다. 1931년 일본이 중국을 침략했다는 것은 허구입니다. 일본도 허구이고, 중국도 허구입니다. 실체는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고 고통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일본이라는 허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입니다. 


"공짜로 무언가를 얻는 경우 당신이 상품이다" 이것은 뉴스 시장에서 너무나 분명한 진실입니다. (중략) 공짜라는 이유로 자신의 주의를 포기하는 대신 낮은 품질의 정보를 얻는 것은 정신 나간 짓입니다. 고품질의 음식과 옷과 자동차에 기꺼이 제값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면, 왜 고품질의 정보에는 돈을 내지 않으려는 걸까요? (P.493)


왜 조중동을 비롯한 각종 신문이나 잡지가 기득권 세력에 매달릴까요? 그들을 위해 광고를 해서 그들에게 돈을 받기 때문입니다. 거짓말을 해도 돈 버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고품질의 정보에 돈을 내고 싶지 않다면, 적어도 공짜로 얻는 정보를 의심할 수 있는 의식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허구에 함몰되지 않을 수 있겠죠. 


2019.06.01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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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드라마를 잘 시청하지 않습니다. 

주말 오후에 넷플릭스를 뒤적거리면서 뭘 보면서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우연히 <빙의>라는 드라마를 발견했습니다. 영매와 형사의 만남을 다룬 줄거리가 마치 <멘탈리스트>와 유사한 느낌이 들어서 1편이나 봐볼까 시청하다가 주말 이틀 동안 16편을 모두 보았네요. 평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공감은 가는데, 8편까지는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는 갑자기 절대 악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고, 어찌할 수가 없는 막막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뭔가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서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면서 끝까지 보았지만, 마지막 편을 본 후에 결국 실망감이 들더군요. 배우 송새벽, 고준희에게 빠져서 보낸 시간이었기 때문에 더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문득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보통 사람들처럼 살 수 없는 상황에서 정말 사랑하는 여자와 멀리 떠나서 서로 바라보며 평생을 살 수 있을까요? 자신이 했던 일, 주변 사람들을 모두 버리고, 단 한 명의 연인을 지키기 위해 남은 삷을 살 수 있을까요?  


<빙의>에서는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외딴섬으로 떠납니다. 얼마 안 되는 섬주민들과 살 수 있는 준비는 하나도 안된 상태입니다. 남자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이 섬이 나의 세상의 전부이고, 당신이 이 세상에서 내가 아는 유일한 사람이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이렇게 섬에서 살 수 있을까요? 격정에 휩쓸려 말할 수 있지만, 그걸 얼마나 지킬 수 있을까요? 만약, 끌까지 지킬 수 없다면, 떠나기 전에 포기를 해야 할까요? 다른 사람들 생각은 굳이 하지 말고, 오로지 한 사람만 바라보며 살 수 있을까요? 

저의 답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떠날 수 있고, 절대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입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지킬 수 있다면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저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래전에 <아이엠 샘>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학교 선생님과 조직폭력배의 보스 딸 사이의 관계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도 조직폭력배의 추적을 피해 두 명은 멀리 떠나갑니다. 하지만, 며칠간의 행복을 마무리합니다.  


곤경에 처한 사랑하는 연인끼리 멀리 떠나서 행복하게 잘 사는 해피엔딩 드라마는 나올 수 없을까요? 현실과 큰 차이가 있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못하니 이렇게 드라마라도 행복하게 끝나면 안 될까요? 너무 드라마가 밋밋한 결말이라서 흥행에 성공을 못할 수도 있겠죠. 


그동안 구매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자꾸 미루었던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을> 블루레이를 알라딘에서 주문했습니다. 영화관에서 봤던 마지막 엔딩 화면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네요.


2019.05.19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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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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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d>는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d의 연인인 dd는 어렸을 때 우산을 빌려준 사이입니다. 나중에 만났을 때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그런데, 이들이 연인인지에 대한 명확한 단서는 없습니다. 사랑과 연인에 대한 설명이 별로 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d가 dd와 이별한 후 삶의 의욕을 잃고, 방황하다가 세운상가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세운상가의 모습을 <d> 소설의 주제이면서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부분으로 인식했습니다. 왜냐하면, 오래전에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버티는 힘이었던 사람과의 이별로 발생한 상실속에서 살아가는 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하나의 사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간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저의 생각이 작가가 생각한 주제일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소설을 독자의 눈으로 해석하는 권리도 있으니깐요.


세운상가를 드나들기 시작했던 시기가 고등학교 때였는지 대학교 때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당시에 어렸을 때부터 주로 읽었던 과학자 위인전의 영향으로 위대한 과학자의 꿈을 꾸었던 시기였습니다. 구체적인 꿈은 아니고, 그냥 막연한 환상이었죠. 며칠 고민하면, 뉴턴, 아인슈타인, 에디슨 정도는 금방 될 수 있을까라 생각하던 시기였습니다. 

볼트와 나사를 이용해서 조립하던 과학상자를 벗어나서 트랜지스터, 저항 등을 이용한 라디오를 비롯한 간단한 전자제품 제작을 해보겠다고 생각하면서 세운상가를 방문했습니다. 부품 수급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운상가는 다른 걸로도 유명했는데, 당시에 인터넷이 주로 채팅만 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이었기 때문에 여러 물리적 매체를 통한 불법 성인 동영상을 유통하는 시장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지나가다가 몇 번 유혹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세운상가 방문 목적은 순수했기 때문에 기겁을 하고 지나쳤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세운상가는 많은 소규모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엄청 긴 골목을 형성했습니다. 그곳을 돌아다니면서 마치 롤플레잉 게임하면서 던전을 탐험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리 조사한 가게에서 부품을 구입하기 위해 그곳을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세운상가의 발전은 어쩌면 세운상가를 구성한 수많은 소규모 가게들의 몫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외부에서 세운상가를 발전시킨다고 컨소시엄 등을 만들어서 멋진 청사진을 내민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세운상가과 인생을 함께 한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떠나야 한다면, 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마치 우리집을 발전시키기 위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계획을 짜고, 어느날 갑자기 우리집 거실에 들어와서 멋진 표어와 각종 광고를 도배한 후에 의사를 물어보는 거죠. 동참하려면 너가 훨씬 많은 돈을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난 싫다라고 하면, 안돼. 대의적으로 무조건 바꾸어야 돼. 그러면, 너의 집을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말하는 거죠.

물론, 세상을 평정한 자본주의 입장에서 더 많은 자본을 긁어모으기 위한 방법을 사회적으로 모두 묵인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방향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며칠전에 보았던 케이블 TV 드라마 <빙의>에서 세상이 점차 망해가고 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주인공의 무력감과 비슷한 감정입니다. 뭔가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그런 방법을 실제로 적용할 수 없을까 많은 고민을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좌절감을 느낍니다.


두번째 이야기,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는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동성애자, 시력장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다루다가 어느덧 세월호 사고로 비롯된 촛불 시위를 시작으로 탄핵 발표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한 개인의 입장으로 담대하게 이야기합니다. 

탄핵 발표를 지켜보았습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고, 말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초반부에는 어이가 없어서 후반부에는 너무나 당연했기 때문에 마치 숨쉬는 것과 같으니 더 이상 뭐라 말할 것이 없었습니다. 저는 촛불 시위를 응원했지만, 참여한 적은 없습니다. 역사의 현장을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딸아이는 참여를 했고, 촛불 시위 때 딸아이가 찍힌 사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를 대신해서 딸아이가 역사의 현장을 있었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치사한 변명일 수 있지만, 촛불 시위에 힘들게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을 지지하고, 응원한 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저도 그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한국 소설만 할 수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여러 생각과 인식을 접할 때 불편한 점도 있지만, 피하지 않고, 직접 대면하고 싶기도 합니다. 한국 소설을 찾는 이유중의 하나입니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는 없다>의 주인공은 약 3천권의 책을 가지고 있고, 매년 이정도 분량을 유지하기 위해 버릴 책들을 주기적으로 골랐습니다. 저는 5백권이 안되는 책조차 주기적으로 버릴 책들을 골라야 하는데,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니멀리즘에 많은 책들은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입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한 말입니다. 


2019.5.19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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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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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엄청나게 많은 책을 쓰는 작가입니다. <마력의 태동>을 읽은 지 얼마 안 되어서 이 책을 접했습니다. <마력의 태동>은 인생의 상처와 그로 인한 상실감을 극복하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어가 잠든 집>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편하지 않은 내용입니다. 


어느 한 여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딸이 뇌사 상태에 빠졌을 때 어디까지 사랑하는 딸을 돌볼 수 있을까요? 그녀를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행동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현대의 과학으로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없다고 판정이 난 상황입니다.


뇌사 상태에 빠진지 며칠 만에 정말 뇌사 상태인지 몇 개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사망 처리를 하고, 장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기부하는데 동의할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데, 보기에 멀쩡한 딸아이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요?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말합니다. 놓아 주어야 한다고 말이죠. 만약, 내가 그녀라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인공호흡 장치를 제거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뇌사 상태에 빠진 딸에게 기계적인 장치를 신경과 연결해 신체 일부분을 조금이라도 동작시킬 수 있다면, 해야 할까요? 어떤 이가 보기에 프랑켄슈타인과 뭐가 다르냐고 한다면, 결국 뇌사 상태와 시체는 같은 걸로 봐야 할까요? 그러면, 뇌사 상태에 빠진 사람을 칼로 찔러서 살해한다면, 이건 살인죄로 법정에서 처벌을 받아야 할까요? 


좀비 영화나 드라마는 항상 인기가 있습니다. 지겨울 만도 하지만, 계속 나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좀비로 변할 때 쉽게 죽이지 못하는 가족 이야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좀비를 가두고, 먹을 것을 제공합니다. 쉽게 쳐다보지 못할 만큼 흉악하게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보면서 안타까워합니다. 이성적,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주제이기 때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저는 외칩니다. 빨리 죽이라고, 대체 뭐 하는 거냐고,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빨리 죽이는 것이 도와주는 거라고 외칩니다.


이 책은 뇌사, 장기 기부 등과 관련된 일본 내 사회 시스템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만약, 뇌사 상태라도 계속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어떤 사람을 빨리 사망 선고를 한 후에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기부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동조를 해야 할까요? 합리적, 논리적인 판단이 옳은 것일까요? 그런데, 만약 그 어떤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라면 어떨까요? 뇌사 상태라도 계속 생명을 유지하고 싶어서 갖은 노력을 하는 딸아이의 엄마와 건강하지 않은 장기로 인해 죽어가고 있는 아이의 부모를 어떻게 서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책에서도 나름대로 결론을 짓습니다.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 과정을 지켜보면서 몰입감 있게 책을 읽었습니다. 

사실 정답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무거운 주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어떤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19.5.5.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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