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
웬디 웰치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혹시 아무 생각 없이 도서관을 거닐다가 우연히 선택한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는가?


주말 오전 도서관을 거닐면서 무슨 책이 있을까 둘러보다가 전혀 무슨 책인지 들어보지도 못한 책을 골랐다. 책방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 책은 2013년에 출간되었으니 모르는 법도 하다. 하지만, 우연히 고른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도서관에서 책 헌팅의 재미라고나 할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인데, 저자가 아무 연고도 없는 버지니아 주 빅스톤갭에 헌책방을 열고,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헌책방을 성장시킨다는 줄거리이다. 빅스톤갭은 조그만 도시인데,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로 토박이들의 텃새가 심한 곳이고, 예전에 비해 경제 규모가 작아지면서 활력을 잃어가는 도시이다. 


은퇴 후 한적한 동네로 가서 북 카페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돈을 많이 벌 생각은 없고, 현상 유지나 하면서 책과 커피, 잔잔한 음악과 함께 은퇴 후 생활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노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말을 누군가에게 할 때마다 언제나 망할 거라는 말만 들었다. 나는 아니라고 강한 부정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자신이 없다. 우리나라는 한 명이 한 달에 겨우 책 1 권을 읽고, 책에 쓰는 돈도 적다. 인터넷으로 책 구매하기는 너무 편하고, 대형 서점의 헌책방 체인점도 있다. 그런데, 조그만 동네에서는 더 심각할 것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가게에 혼자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끔찍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책방을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았다. 뭐, 예상했다. 대형 서점과의 가격 대결, 재고 관리, 책의 가치 판별 및 가격 책정, 짓궂은 손님들과의 갈등 등을 생각하면, 좋아하는 책이 쳐다보기도 싫을 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에 잘 진열된 서가를 거닐 때 기쁨을 주었던 책들이 돈과 골칫거리로 보이면서 어쩌면 더 멀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도시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인구수, 책을 별로 읽지 않는 사람들,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책방의 위치 등을 생각하면, 현상 유지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헌책방을 성장시키고, 안정된 수익을 창출한다. 이 헌책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이 책은 지역 사회와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많은 이벤트를 개최해서 마을 공동 회관 같은 역할을 하여 친구와 단골을 만들어 해당 지역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알려준다. 사교성이 뛰어나고,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며, 인정을 받기까지 버틸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헌책방이 주인이어야 한다. 이 점에서 나는 불합격이다. 책만 좋아할 뿐 사람 사귀기를 잘 못하는데 지역 사회 공동체에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니, 책방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얼굴에 가면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웬디, 이건 당신이 해고당해서가 아니라 당신들이 계속 머물지 말지 사람들이 확신을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야. 웬디와 잭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나도 알지만, 솔직히 두 사람은 그동안 거쳐간 '시골의 파라다이스를 발견한 도시 깍쟁이'들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다들 와서는 우후죽순 가게를 내는데, 가게가 잘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지만, 그거랑 상관없이 여차하면 사업을 접고 세금 감면이나 받고, 아니면 여기서 긁어모은 돈을 가지고 다시 도시로 뜬다고. 지금 여기에는 댁들이 오래 머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P.136)


그러나 헌책방을 돈의 끝없이 나오는 화수분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 몇몇 소수의 손님들은 돈 한 푼 안쓰겠다는 의지를 고수했고, 마을에 책방이 생긴 걸 좋아하면서도 자기들이 그렇게 행동할수록 책방의 존속에 해가 된다는 것을 끝까지 깨닫지 못했다. 이는 새로 생긴 서점에 놀러가 실컷 구경만 하고 집에 돌아와 아마존에서 주문하는 것과 똑깥은 행위다. 그들은 무조건 최저가만을 원할 뿐, 자신의 구매 습관이 중소 서점에 미칠 영향은, 그리고 그 문제가 자기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전혀 이해 못한다. (P.215)


"중고책이 저자에게 수익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이유가 전혀 없어요. 그런데,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중고책도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할 때와 똑같이 저자에게 어떤 식으로 이득을 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말을 퍼뜨리거든요. 글자 그대로의 뜻에서요!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새로운 작가를 얼마나 많이 발견하는지 아세요?" (P.342)


현실적인 책방 운영의 문제들과 책을 사고파는 것에 얽힌 각종 생각과 에피소드를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심각한 문제도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 쓰는 스타일은 덤이다. 


2019.11.8 Ex. Libris. HJK


새벽 세 시. 잠이 싹 달아났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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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쳐 : 1 엘프의 피 위쳐
안제이 사프콥스키 지음, 이지원 옮김 / 제우미디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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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을 모두 소장하고 있는데 아직 이 책은 못 샀네요. 보관함에 있으니 조만간 살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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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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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미친 듯이 이 책을 읽고 싶어서 집 근처의 교보 문고로 뛰어가서 구매했었다. 이제 다 읽었다. 도서관에서 계속 책을 대여하다 보니 잠시 늦어졌다. 항상 구매한 책과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 중에 무엇을 읽을지 고민을 한다. 누군가 이렇게 물어볼 수 있겠다.


"집에 읽을 책이 있다면, 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나? 집에서 편하게 사놓은 책을 읽으면 되지?"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난 주말마다 운동 삼아서 도서관에 간다. 운동이 핑계일지 모른다. 그냥 주말 오전에 도서관까지 걸어가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도서관 내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다. 암튼 도서관을 간다. 도서관에서 서고를 구경하다 보면 대여를 안 할 수가 없다. 안 읽은 책이 무수하게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몇 권을 안 가져올 수 있겠는가? 일단,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반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도서관을 또 가야 한다. 결국,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은 집에 항상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이 4 권이 있지만, 모두 제쳐두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었다. 4 권 중에 2 권은 읽을 수 있고, 나머지는 연장할 생각이다. 


이 책은 정치가로서 인생을 마무리하고, 다시 자유인, 작가로 돌아온 유시민이 쓴 책이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 그의 지식, 명석한 사고력, 토론할 때의 모습, 그가 쓴 글을 좋아한다. 정치가로서 그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왔을 때 그를 지지했다. 어처구니없는 토목 공사 계획으로 사람들의 표를 얻은 김문수에게 졌을 때 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얼마 동안 지속이 되었던 거 같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지나온 길과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글의 내용이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핵심을 이해하기 쉽게 잘 전달하면서 글이 가볍지 않다. 그의 글 쓰는 스타일과 전개 방식을 배우고 싶다. 


'닥치는 대로' 산 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다른 사람이나 세상을 원망할 수 없다. 세상은 제 갈 길을 가고, 사람들은 또 저마다 자기 삶을 살 뿐이다. 세상이, 다른 사람이 내 생각과 소망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배려해준다면 고맙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세상을 비난하고 남을 원망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소극적 선택도 선택인 만큼, 성공이든 실패든 내 인생은 내 책임이다. 그 책임을 타인과 세상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삶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P.37)



내 책임을 타인과 세상에 떠넘겨서는 안된다고 말하면서 저자는 불합리와 부조리에 도전해서 젊은 시절부터 싸워왔다. 민주화 운동, 국회의원, 진보 정당 가입 등의 약력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이 모든 것을 좋아해서 아니면 불타는 정의감에 한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주는 제도와 관습, 문화는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은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고치지 않으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도와 관습, 문화를 바꾸려면 '투쟁'해야 한다. '투쟁'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투쟁'하면서 즐거울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그 '투쟁'이 성공하면 혜택은 모두가 함께 누리지만, 드는 비용과 스트레스는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P.87)



그는 왜 투쟁을 했을까? 

바로 그는 자신이 이야기하는 생물학적 접근법으로 정의한 진보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진보주의와 보수 주의를 구분하는 여러 가지 접근법이 있다고 한다. 자본주의를 타파 또는 극복하는 것이 진보라는 체제론적 접근법이 있고, 진보를 불합리한 제도와 물질의 결핍, 낡은 사고방식에서 해방시켜 자유로운 존재로서 행복을 추구하게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철학적 접근법이 있다.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생물학적 접근법으로 진보주의를 바라보면 진보주의는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사적 자원이 꼭 경제적인, 물질적인 것만은 아니다. 


갑자기 내가 진보주의자 인가 의문이 생겼다. 나는 복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투표 참여나 정치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내국인의 이익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이다. 전쟁에 반대하지만, 부국강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과 장애인 등 소수자의 권익 보호에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과도한 주장에 반감도 있다. 국가와 사회의 책임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책임도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 사형 제도는 필요하다. 통일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나는 대체 뭔가라는 생각이 든다. 진보에 조금 더 가깝다고 나름대로 생각은 한다. 그런데, 내가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진보와 보수가 아니고, 정의, 상식 그리고 양심이다. 미국산 쇠고기, 4대강 운하, 세월호, 국정 농단, 검찰 개혁 등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사안들에 대해서 이 기준에 맞추어 생각했다. 


저자는 나이가 들면서 현실적으로 무엇을 준비할지, 어떻게 노후를 마주할지, 죽음을 앞두고 무엇을 할지에 대해 비교적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죽는 그날까지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는 그의 말에 깊은 공감을 한다. 나 혼자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취미가 있고, 어느 정도 경제적 어려움이 없도록 일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고, 사회를 외면하지 말고, 사회 공동체 속에 있음을 인식하고 살아야 한다는 점은 인생 후반부로 접어들고 있는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듣고 나면, 너무 당연한 내용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미처 정리를 못한 내 생각에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가 원하는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이 어찌 보면 그의 모든 생각의 집대성이 아닐까 싶다. 


오늘날 흔히 보는 조문과 장례식은 떠난 이의 명복을 비는 행사인 동시에 상실감에 빠진 유족을 위로하는 자리이다. 그러나 내가 알지 못하는 내 아이들의 친구나 거래처 직원들이 내 장례식에 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삶의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과도 그렇게 작별하고 싶지는 않다. 웃는 얼굴로 말을 건네며 함께 삶의 구비를 걸어왔던 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다. 흥겨운 파티를 열어 즐겁게 작별하고 싶다. 내 삶과 죽음을 애통함이 아니라 유쾌한 기억으로 남게 하고 싶다. (P. 333)



그의 글 중에 인용하고 싶은 많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못한 분들이 직접 읽으면서 찾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이것 하나만을 기억하면 좋겠다.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2019.11.7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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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렸을 때 나무 위에 집에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뒤뜰에 있는 나무 위에 조그만 공간을 만들고, 그곳을 비밀 아지트로 꾸미고, 재미있고 놀던 아이들이 출연했었다. 그 광경을 볼 때마다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서울에 태어나서 조그만 터가 하나도 허락되지 않았던 집에서 살던 나로서는 완전 딴 세상이었다. 


이제는 나무가 나의 몸무게를 지탱할 수 없을 만큼 나이가 들었고, 그저 마음속에 막연하게 품었던 동경이었는데, 어느 날 나무 위의 집이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다. 레고에서 나무 위의 집이라는 컨셉으로 Tree House라는 제품을 출시했는데, 이 제품을 디자인한 것은 레고 팬인 한 미용사였다고 한다. 어렸을 때 동경을 품었던 나무 위의 집을 정말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느낌이 들었고, 기쁜 마음을 가지고 며칠에 걸쳐 조립을 했다. 

나무 밑동 주변, 나무 위의 공간, 깨알 같은 디테일이 정말 멋있다. 이런 곳이 있다면, 정말 며칠을 보내고 싶을 정도이다. 






나무 위에는 3개의 룸(?)이 있다. 





먼저 부모들의 방이다. 간단하게 취침할 수 있는 준비물은 다 있다. 






다음은 아이들 방이다. 아이들이 2명이라서 이층 침대이다. 그리고, 아이들 방에서 나오면 바로 망원경이 있다. 이런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대체 어떤 기분일까?








여행 왔으니 화장실 가는 것과 씻는 것이 걱정이지만, 이곳에서는 아무 문제가 안된다. 






3개의 룸 내부의 디테일이 놀랍지만, 외부 정경도 디테일을 멋있게 묘사했다.






나무 위의 집은 불가능할 거 같고, 가족과 함께 자연 속 캠핑장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조립하는 동안, 조립 후 쳐다볼 때마다 마음이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느낌이다. 


2019.11.3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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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 무엇이 당신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검색하게 만드는가
애덤 알터 지음, 홍지수 옮김 / 부키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사람의 특정 행동이나 정신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 쓴 책은 재미있다.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로 인해 일종의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접할 때 미처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테크놀로지 시대의 새로운 재앙이라고 표현한 행위 중독에 대해 많은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우리가 미처 중독이라고 깨닫지 못하는 것들이 사실 중독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행위 중독에 관여하는 요소를 통해 행위 중독이 뭔지 파악해 보자.


행위 중독에 관여하는 요소는 모두 여섯 가지다.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목표, 뿌리치기 어렵고 예측 불가능한 긍정적인 피드백,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더 어려워지는 과제, 해소하고 싶지만 풀리지 않는 미결 상태, 그리고 강한 인간관계다. (P.23)


여기까지 읽으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여섯 가지를 보면, 왠지 자기계발을 해야 할 때 필요한 요소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독은 어떤 행위가 주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클 때만 그 행위는 중독성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중독은 해롭고 떨쳐 버리기 힘든 경험에 대한 깊은 애착이고, 행위 중독은 단기적으로는 심리적 욕구를 채워 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심각한 해를 끼치는 어떤 행위를 거부할 수 없을 때 발생하다는 것이다. 즉, 개인마다 자기계발로 자신에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이 큰 것인지, 아니면 순간의 심리적 욕구만 채우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손해인 것인지 판단하고, 자기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구분을 해서 행위 중독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는 행동들이 무엇인지 알아보면 자기가 행위 중독인지를 판단할 때 도움을 준다. 


이 책에서 행위 중독이라고 부를만한 범주를 5개 정도로 설명한다. 


첫 번째는 목표 중독이다. 

목표가 있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슨 중독이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적절한 선을 지키며 세운 목표는 직관적 판단이 가능하다. 한정된 시간과 열정을 어떻게 써야 할 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목표가 우격다짐으로 우리 삶을 파고든다. 소셜 미디어에 계정을 만들고 나면 곧 팔로어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좋아요'를 몇 개나 받았는지 확인하게 된다. 이메일 계정을 만들면 수신함에 읽지 않은 메일을 절대 남겨 놓으면 안 된다. 피트니스 스마트워치를 착용하면 날마다 특정한 수만큼 발걸음을 떼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비디오 게임을 하면 지금까지 달성한 최고 점수를 갱신해야 직성이 풀린다. (P.149)


장기적인 관점에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목표를 본인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정해야 한다. 그리고, 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지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


나는 요즘 하루에 만보 걷기를 실천하고 있다. 주 중에 평균적으로 8천 보 정도 걷는데, 퇴근 후 집에 오면서 나머지 2천 보를 어떻게 채울까 고민한다. 어느 날 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와이프에게 전화가 왔다. 식사 준비해 놓았으니 빨리 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듣는 순간 2천 보 더 걸어야 하는데, 전화한 와이프에게 짜증이 났다. 

주말에 하루 만보 걷기를 실천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 2만 보를 걸어볼까 하다가 만 7 천보 정도에서 멈추었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는 이유는 건강에 도움을 주기 위함인데, 너무 목표에 집중하니 목적을 잊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피드백 중독이다.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을 가지고 어떻게 게이머의 돈을 착취할까?


대개 알고리듬은 수수방관하면서 기계가 무작위로 결과를 뱉어 내게 내버려 두지만, 게이머가 고통스러운 지점에 다다르면 그때는 개입한다. "결과가 형편없다고 감지하면 Bar, 버찌, Bar가 나오는 대신 '땡그랑' 소리가 나면서 세 개 모두 Bar가 나오게 됩니다. Bar 세 개면 잭팟이죠." 이때 따는 돈은 이 게이머가 지금까지 계속 잃은 돈에서 조금씩 모아 둔 '마케팅 보너스 자금'이다. (P.169)


결국, 게이머는 자신의 돈을 받으면서 잭팟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도전을 한다. 또, 다시 잭팟이 터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출장으로 라스베이거스를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약 100달러 정도를 가지고 슬롯머신을 했는데, 중간중간 잭팟이 터지기는 했지만, 결국 시간이 흘러 모두 탕진하고, 빈손으로 나왔다. 중간에 본전보다 많이 벌기도 했지만, 100달러 더 벌었다고 그만 두기가 절대 쉽지 않았다.


레고, 플레이 모빌, 책 읽기를 좋아하다 보니 레고 카페, 플레이 모빌 카페, 인스타그램, 알라딘 서재 등 여기저기 글을 올린다. 누군가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르거나 조회 수가 올라가는 것을 매일 확인하는 나 자신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제까지의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면, 이건 분명 중독이다. 


세 번째는 향상 중독이다.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기는 것은 분명 좋은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어떤 능력이냐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까운 실패는 조금만 더 하면 성공하리라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중략> 안타까운 실패는 성공에 가까이 다가갔으므로 시간과 노력을 들일 만하다는 신호기 때문이다. 이를 악물고 열심히 연습하면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그런 신호가 무의미할 때가 있다. 특히 게임이 순전히 운에 좌우될 때 그렇다. <중략> 잭팟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지지만 안타까운 실패와 분명한 실패는 사실 아무 차이도 없다. 둘 다 앞으로 잭팟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거나 낮다고 해석할 수 있는 신호가 아니다. (P.225)


네 번째는 미결 중독이다. 

예전에 <빙의>라는 한국 드라마를 우연히 접한 적이 있다. 주말에 우연히 이 드라마를 접하고, 주말에 전편을 모두 봤다. 넷플릭스는 한 에피소드가 끝난 후 5초 후에 자동으로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기 때문에 한 에피소드에서 끊긴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계속 볼 수밖에 없었다. 하루 10시간 넘게 드라마만 본 기억이 난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결말이 너무 거지 같아서 끝까지 본 것을 후회했다. 눈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다섯 번째는 관계 중독이다.


2015년 50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거닌 열여덟 살의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SNS 스타 에세나 오닐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신의 화려한 사진 뒤에 숨은 진실을 폭로했다. <중략>

"진짜 인생이 아니다. 복부가 멋있게 보이게 하려고 비슷한 자세로 100장 넘게 찍었다. 그날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계속 찍으라고 동생에게 소리를 질렀다. 목표 달성" <중략>

오닐은 마지막 포스팅에서 이렇게 말했다. "10대 시절 대부분을 소셜 미디어, 다른 사람들의 인정, 사회적 지위, 외모에 중독된 채 보냈다. 소셜 미디어는 억지로 꾸며 낸 이미지와 편집한 영상을 평가해 서로 등급을 매긴다. 사회적 인정, 좋아요, 검증, 많은 팔로어가 판단 근거가 된다. 자기도취적인 완벽하게 조작된 평가다." (P.270)


어떤 사람들은 5가지 유형의 중독을 읽고, 나하고 상관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뭐 이 정도를 중독이라고 부르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행위 중독을 판단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본인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고,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누가 뭐라 할 자격이 있겠는가? 하지만, 만약 본인이 뭔가 개선하고 바꾸고 싶다면, 이제 어떻게 해독할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딸아이가 있기 때문에 유아 매체 소비에 대한 다음의 내용이 별로 도움이 안 되지만, 아직 어린 자녀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이 책에 나와 있는 3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부모는 자녀가 화면 세계에서 보는 것과 실제 세계에서 하는 체험을 연관 짓게끔 도와야 한다.

2.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수동적으로 지켜보는 것보다 훨씬 낫다. 즉, 아이들이 행위하고 기억하고 판단하고 부모와 소통하게끔 도와주는 컨텐츠가 훨씬 낫다.

3. 시청 시간은 언제나 기기 자체보다 콘텐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식사를 하기 위해 무작정 아이에게 콘텐츠를 보여주고 관심을 끊는 것보다 콘텐츠에 나오는 내용을 직접 해보거나 서로 의견을 나누어 보는 소통이 중요하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의 행위 중독 몇 가지를 고쳐보기로 했다.

자기 전에 잭 코크 한 잔씩 마셨다. 뭔가 하루를 마감했고, 수고했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알려주고 싶고, 왠지 잠이 더 잘 올 거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침에 뭔가 개운하지 않고, 내 몸에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찰스 두히그는 <습관의 힘>에서 습관은 신호, 루틴, 보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나쁜 습관이나 행동을 촉발하는 신호가 있을 때 그 행동을 하고, 결과로 어떤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당 습관이나 행동을 계속한다는 뜻이다. 

하루를 마감하고, 수고했다고 내 자신에게 말하고 싶을 때(신호) 잭 코크 한 잔을 마시는 것(나쁜 루틴)이 아니고, 팔굽혀 펴기나 일기 쓰기 또는 명상(좋은 루틴) 등을 한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보상) 생각한다. 

이렇게 하는 것을 '주의 전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침대 옆에 두지 않고, 알람 시계를 이용하기로 한 것과 넷플릭스를 볼 때 한 에피소드를 다 보지 않고, 궁금증을 유발하기 전까지만 보기로 한 것들은 '환경 설계'라는 방법을 활용한 것이다. 

미드 <브레이크 베드>에서 주인공이 사막에서 마약을 제조하다가 차의 배터리가 방전되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결국 주인공이 온갖 고초를 겪고 온 후에 무사히 돌아온다. 그런데, 암 치료 결과가 호전되었다는 병원 결과를 듣게 되는데.. 이제 다음 에피소드가 궁금해진다. 주인공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암으로 죽을 것이라 생각해서 마약을 제조했는데 이제 어떻게 할까? 만약, 사막에서 무사히 돌아온다는 부분까지만 보고, 넷플릭스를 껐다면, 그 다음 에피소드는 궁금하지 않을 것이다. '환경 설계'를 통해 넷플릭스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부분을 회피할 수 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은 우리 모두의 나아갈 방향이다. 


중독 체험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대개 문화적 요인에 좌우된다. 우리 문화가 일과 게임과 기기 화면에서 자유로운 시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시간을 누리는 환경을 조정한다면 우리와 우리 자녀들도 행위 중독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라면 우리는 기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서로 마주보며 직접 소통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유대감의 불빛은 기기 화면의 불빛이 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보장해 줄 것이다. (P. 385)


본인이 중독인지 한 번 판단한 후 중독이라고 생각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모든 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2019.11.2 Ex. Libris HJK


2010년 1월 애플의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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