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라는 아버지가 그네를 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자기처럼 한때 아이였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과 같이 들판으로 달려가고 마음대로 뛰놀던 태평한 시절이 있었다는 것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손은 상처투성이였고,얼굴은 깊은 주름으로 덮여 있었다. 아버지는 손에 삽을 들고 손톱밑에 때가 덕지덕지 낀 채 태어났을 것만 같았다. - P49
모든 것에 값을 지불해야 했다. 가는한 사람에게는 고통이 화폐였다. 압둘라는 딱지 앉은 여동생의 가르마와 수레 옆으로 흔들리는 작은 팔목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들의 어머니가 죽으면서 그녀가 갖고 있던 것이 파리에게 옮아갔다는 걸 알았다. 즐거운 헌신, 순진함, 태연한 낙천성 등이 그랬다. 파리는 이 세상에서 그를 결코 해치지도 않고 해칠 수도 없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파리야말로 그가 가진 유일한 진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 P42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먼저 읽고 아프가니스탄의 아픔과 현실을 더 알고 싶어서 그 다음으로 <연을 쫓는 아이>를 읽어내려갔다. 사실 또 다른 분명한 이유가 내게 있었다. 그것은 글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었던 내 마음 때문이였다. 할레드 호세이니가 들려주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참담한 현실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고 고통도 운명인듯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에는 눈물이 흘렀다. 이 참혹한 현실이 끝난게 아니기에......편안하게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읽는 것 조차가 너무나도 죄스러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아플거라 예상했다. 내가 어떤 도움도 주지 못 하면서 마음만 아파하는게 다시 또 내 가슴을 고통스럽게 할 거라는 것도 말이다. 그런데 작가님은 그런 마음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 아픔들을 정성을 다하여 더 다치지 않도록 어루만져가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책을 다 읽고 나면 따뜻한 위로를 받는 감정이 든다. “우리 모두 그들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갖고 사랑으로 구원해주자. 그러니 너무 미안해만 하지 말아라.”라고 오히려 감싸주는 것 같다. 물론 내 자신이 얻고 싶었던 위로만 받고 사라지는 것 같아서 미안함에 내 맘 편하자고 그리 생각하는걸지도.
용서는 화려한 깨달음이 아니라 고통이 자기 물건들을 챙기고 짐을 꾸려 한밤중에 예고 없이 빠져나가는 것과 함께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P552
"저는 괜찮아요. 기다릴 수 있어요. 신 사과처럼요.""신 사과라고?""제가 아주 어렸을 때, 나무에 올라가 아직 덜 익은 신사과를 따 먹은 적이 있어요. 배가 불러오더니 북처럼 딱딱해졌어요 너무 아팠어요. 엄마는 내가 사과가 익기를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렇게 아프지 않았을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뭔가를 진짜로 원할 때마다 엄마가 사과에 대해 하신 말씀을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 P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