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가 내 귀에 대고 말했다.
“좋은 걸 생각해라. 뭔가 행복한 걸 생각해라.”
좋은 것이라. 뭔가 행복한 것이라. 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자 좋았던 기억이 떠올았다.
파그만에서의 어느 금요일 오후. 꽃이 활짝 핀 뽕나무들이 넓은 들판 여기저기에 서 있고, 하산과 내가 발목까지 올라오는 풀 속에 서 있다. 나는 연줄을 당기고, 못이 박힌 하산의 손에서는 얼레가 돌아가고, 우리의 눈은 하늘에 떠 있는 연을 향하고 있다. p.187

그게 어느 달이었는지, 아니 어느 해였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그 기억이 내 안에 살고 있다는 걸 알 뿐이었다. 좋았던 과거의 일부가 완벽하게 보존된 형태로 말이다. 무기력한 회색 캔버스가 되어버린 우리의 삶에 색채를 부여하는 붓놀림으로 말이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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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말이 내 이름이었던 사람을 태운 차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는 우리가 수없이 구슬치기를 했던거리 모퉁이에서 차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기 전, 뒷좌석에을 웅크리고 있는 하산의 흐릿한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았다.
나는 뒤로 물러났다. 내 눈에 들어오는 건 유리창으로 흘러내리는 비뿐이었다. 은이 녹아내리는 것 같은 비뿐이었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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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내가 한 짓을 잊었다. 그러자 기분이 좋아졌다. p.123

내가 마음의 결정을 내릴 마지막 기회였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결정할 마지막 기회였다. 하산이 과거에 나를위해 그랬던 것처럼, 골목으로 들어가 하산의 편을 들어주고 싸우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결과를 감수하거나, 혹은 달아날 수 있었다.
결국, 나는 달아났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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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내 친구가 아니라 내 하인이야!‘ 나는 불쑥 이렇게 말할 뻔했다. 정말로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가. 물론 그렇지 않았다. 그런 적이 없었다. 나는 하산에게 정말 친구처럼 대했다. 때로는 형제처럼 대했다. 하지만 어째서 나는 바바의 친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왔을 때, 하산을 놀이에 끼워주지도 않았을까? 어째서 나는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만 하산과 놀았을까?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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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과 폭발음은 한 시간도 이어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몹시 겁을 먹었다. 우리 중 아무도 거리에서 총 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소리는 당시, 우리에게는 낯선 소리였다. 귀에 들리는 것이라고는 폭탄 소리와 총성 외에는 없는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의 세대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시절이었다. 식당에 웅크리고 앉아 해가 뜨기를 기다리던 우리는 삶의 한 방식이 종말을 고했다는 생각을 아직 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의 삶의 방식 말이다. 종말이 아니라면 적어도 그것은 종말의 시작이었다. ‘공식적인‘ 종말은 1978년 4월, 공산주의자들이 일으킨 쿠데타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리고 1979년 12월, 러시아 탱크들이 하산과 내가 놀던 거리로 진군해 들어와 내가 알던 아프가니스탄을 죽이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유혈극의 서막을 열었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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