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 값을 지불해야 했다. 가는한 사람에게는 고통이 화폐였다. 압둘라는 딱지 앉은 여동생의 가르마와 수레 옆으로 흔들리는 작은 팔목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들의 어머니가 죽으면서 그녀가 갖고 있던 것이 파리에게 옮아갔다는 걸 알았다. 즐거운 헌신, 순진함, 태연한 낙천성 등이 그랬다. 파리는 이 세상에서 그를 결코 해치지도 않고 해칠 수도 없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파리야말로 그가 가진 유일한 진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 P42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먼저 읽고 아프가니스탄의 아픔과 현실을 더 알고 싶어서 그 다음으로 <연을 쫓는 아이>를 읽어내려갔다. 사실 또 다른 분명한 이유가 내게 있었다. 그것은 글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었던 내 마음 때문이였다. 할레드 호세이니가 들려주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참담한 현실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고 고통도 운명인듯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에는 눈물이 흘렀다. 이 참혹한 현실이 끝난게 아니기에......편안하게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읽는 것 조차가 너무나도 죄스러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아플거라 예상했다. 내가 어떤 도움도 주지 못 하면서 마음만 아파하는게 다시 또 내 가슴을 고통스럽게 할 거라는 것도 말이다. 그런데 작가님은 그런 마음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 아픔들을 정성을 다하여 더 다치지 않도록 어루만져가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책을 다 읽고 나면 따뜻한 위로를 받는 감정이 든다. “우리 모두 그들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갖고 사랑으로 구원해주자. 그러니 너무 미안해만 하지 말아라.”라고 오히려 감싸주는 것 같다. 물론 내 자신이 얻고 싶었던 위로만 받고 사라지는 것 같아서 미안함에 내 맘 편하자고 그리 생각하는걸지도.
용서는 화려한 깨달음이 아니라 고통이 자기 물건들을 챙기고 짐을 꾸려 한밤중에 예고 없이 빠져나가는 것과 함께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P552
"저는 괜찮아요. 기다릴 수 있어요. 신 사과처럼요.""신 사과라고?""제가 아주 어렸을 때, 나무에 올라가 아직 덜 익은 신사과를 따 먹은 적이 있어요. 배가 불러오더니 북처럼 딱딱해졌어요 너무 아팠어요. 엄마는 내가 사과가 익기를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렇게 아프지 않았을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뭔가를 진짜로 원할 때마다 엄마가 사과에 대해 하신 말씀을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 P522
라울라꽃들이 카불 거리에 만발하고 루바브 음악이 찾집에서 흘러나오고 연들이 하늘을 나는 날이 다시 오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도련님이 카불로 돌아와서 우리가 어렸을 때 놀던 땅을 다시 둘러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사이 저는 도련님을 충실하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알라가 언제나 도련님과 함께하시기를 빌며 . -하산 올림- - P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