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는 날씨가 제법 쌀쌀하고 끄느름하더니 오후가 되자 블라인드 사이로 햇빛이 들어왔다. 일상의 평범함은 결코 당연한게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는 소식들로 모두가 평온함을 기원하는 마음을 한 켠에 두고 오늘도 이 하루를 살아나가고 있다.

요즘은 셸리 리드의 <흐르는 강물처럼>을 읽고 있다.
내 마음에 와닿는 문구들이 그야말로 제목처럼 흐른다.
자신만의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시나브로 시나브로 앞으로 내딛는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P. 209) 세상에는 슬픔을 넘어서는 슬픔, 펄펄 끓는 시럽처럼 아주 미세한 틈으로도 스며들어 버리는 그런 슬픔이 있다. 그런 슬픔이 한번 덮치고 가면 모든게 달라진다. 땅도, 하늘도, 심지어 자기 손바닥마저도 이전과 같은 눈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된다. 그야말로 세상을 바꿔버리는 슬픔이다.


3월 구매의 마지막이 될 책들이 도착했다.
미약한 존재인 나에게 좋은 영향과 삶의 확신을 불어넣어주는 고마운 책들을 받고 나니 데꾼하던 눈에서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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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3-29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탑에 좋은 책들이 많네요~!! 책을 구매하고 싶어지는 사진입니다~!!

곰돌이 2025-03-29 09:59   좋아요 1 | URL
책을 가까이 한지 오래되지 않아서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네요^^ 이따금씩 좋은 책 추천해 주시면 버선발로 뛰어가겠습니다!!
 

나는 하루하루 내가 선택한 삶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고 그건 좋은 삶이었다. 내게 없는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내 앞에 놓인 것들에 감사했다. - P309

"우리가 지금 여기 앉아 있는 것도 사실 원주민들을 다 쫓아내고 우리 땅이라고 부르고 있으니 가능한 일 아니겠어요? 아무리 모른 척, 아닌 척 한다고 해도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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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린 베개와 자수 액자 속 정교한 바느질 한 땀 한 땀에, 저 높이 달린 흰 선반 위 도자기 십자가에, 참나무 탁자 위 하얀 도일리 한가운데 놓인 어머니의 애장품 담청색 꽃병에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빠가 들여왔던 번쩍번쩍한 밤색 라디오에는 아빠가, 손수 만든 체커판에는 캘 오빠가, 비비언 이모가 가장 좋아했던 의자에는 이모가 있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남자에게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을 거라고 호언했다. - P255

긴 진입로를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폐를 찢을 것처럼 날카로웠던 겨울바람이 어느덧 햇볕에 데워져 포근하게 느껴졌다. 바닥에 쌓인 눈은 경이롭게 반짝였다. 앙상한 미루나무 사이사이를 찌르레기들이 재잘거리며 날아다녔다. 봄이 오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였다. 루비앨리스 집을 지나자 솔밭에 둘러싸인 그 작은 집이 내게 주었던 위안이 떠올랐다. 내가 처음으로 월의 품에 안긴 곳이었고, 빅 블루에서 내려온 나를 루비 앨리스가 돌봐준 곳이었다.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모든 것에 대한 아쉬움이, 평생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이제 곧 물속에 잠겨버릴 풍경에 대한 아쉬움이 내 발목을 잡았다. - P258

새로운 삶이 내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지난날의 선택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의심했다. 그러나 우리 삶은 지금을 지나야만 그다음이 펼쳐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도가 없고 초대장이 없더라도 눈앞에 펼쳐진 공간으로 걸어 나가야만 한다. 그건 월이 가르쳐주고, 거니슨강이 가르쳐주고, 내가 생사의 갈림길을 수없이 마주했던 곳인 빅 블루가 끊임없이 가르쳐준 진리였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내가 나아가야할 다음 단계가 내 앞에 펼쳐져 있었고, 나는 그걸 믿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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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배낭을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짙게 깔려 있던 구름이 때마침 걷히면서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정오의 태양이 내 뺨 위의 눈물을 짭조름하게 말렸다. - P165

삶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아니라 살아야 할 이유에 집중해야 했다. - P173

나는 포기하고 한숨을 내쉬며 나무 그루터기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주변의 숲을, 차가운 적막과 어스름 속에 매달린 삶과 죽음의 층을 쭉 둘러보았다.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숲속의 모두가 침묵하고 있었다.
숲 바닥에는 큼직한 바위, 잔가지와 솔방울들 사이로 큼직한 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거대한 황갈색 나무들도 있었다. 그 아래로 수십 그루의 묘목이 생명을 좇아 자라나고있었다. 그중에는 잡초와 쌓인 눈 위로 힘차게 머리를 삐쭉 내민것들도, 아직 내 배 속에 있는 아기처럼 썩어가는 통나무들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은 것들도 있었다. 혼란함 속에 아름다움이 있었다. - P176

세상에는 슬픔을 넘어서는 슬픔, 펄펄 끓는 시럽처럼 아주 미세한 틈으로도 스며들어 버리는 그런 슬픔이 있다. 그런 슬픔은 심장에서 시작되어 모든 세포로, 모든 혈관으로 스며들기 때문에 그런 슬픔이 한번 덮치고 가면 모든 게 달라진다. 땅도, 하늘도, 심지어 자기 손바닥마저도 이전과 같은 눈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된다.
그야말로 세상을 바꿔버리는 슬픔이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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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둘러싼 세상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을 느끼며, 내가 평생 걸었던 이 길을,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방식으로 우리는 함께 걸었다. - P39

우리 농장처럼 아빠도 매일매일 조금씩 시들어가고 있었다. 한때는 강인했지만 이제는 시들어버린 아빠의 팔에 안겨 있으니 마치 허약한 노새를 타고 있는 것 같았다. - P46

어제 그의 눈동자에서 내가 본 것은 생각지도 못한 부류의 남자 한 명만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새로운 내 모습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의 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 P100

인간이 담아낼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어마어마한 슬픔과 죄책감, 사랑, 두려움, 혼란이 이미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P149

도무지 견딜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든 견뎌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진실을 외면할 순 없었다. 무고한 소년을 포용하지 못할 만큼 이 세상이 잔인하다는 진실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르지 못할 만큼 이 세상이 잔인하다는 진실을. 블랙 캐니언이 월의 깊고 끔찍한 무덤이 되어버린 것은 그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이 마을에 머물렀기 때문이라는 진실을.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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