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과 함께 온 책 그리고 끄적거림 -

김연수 작가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고 있다.
아직 진도가 많이 나간 건 아니지만 삶의 본질을 알려주는 내용이 철학적으로 다가왔다. 부담스럽지 않고 딱딱하지 않으며 다정하다.

(P. 58) 섣불리 희망을 가질 수도,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절망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일희일비하는 동안 검게 물든 삶은 느리고 더디게 흘러갔다.


원치않는 이별로 황망함에서 빠져 나오지 못 한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영혼이 죽어버린 것 처럼 삶의 비관과 낙담으로 일말의 기대없이 어쩔 수 없이 매일 아침 눈이 떠져서 사는 사람들 분명 있을 것이다. 행복을 꿈꾸기에 불행을 느낀다.

진부한 말이지만 내 맘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책을 만났다.
이럴 때 나는 ‘안심’을 하게 된다. 내가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겪고 사는 감정을 느끼며 살고 있구나 하는 안심.
여러 감정 중 내 안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실감의 귀퉁이 하나라도 닮은 모양만 발견해도 그게 그렇게 반갑다. 그리고 내 맘에 꽂히는 단어 하나에도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나는 그렇다.

필요한 건 하나였다.
남아있는 의심이나 삶의 대한 회의감을 아직 말끔히 치우지 못 했어도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만큼의 자리는 남겨둘 수 있도록, 스스로 마음 청소를 해야 한다는 것.

비관적이고 낙담했던 내가 그리고 당신이, 이 책까지 마음에 품을 수 있다는 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삶의 본질을 알아가는 중이라는 ’신호‘ 아닐까? 후훗.


(P.70) 그 막막한 자유속에서 그녀는 끊임없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변화’가 절실했던 시기가 있었다. 내 삶의 우선순위에 일, 연애, 여행 말고 ‘가족’이 빠져있던 그때. 매일같이 휘몰아치는 업무에 눈이 빠져라 규정은 들여다봐도 ‘책’은 적당히 몇 권 책꽂이에 꽂아두고 장식처럼 방치 하면서, 놓치고 있는게 뭔지도 모르고 꽤 괜찮은 삶인 줄 착각하며 해망쩍은 생각을 하며 살았던 그때.
망아지 날뛰듯 했던 그때를 떠올리니 겪어보지 않고도 깨달을 수 있는 지혜가 인생에 딱 한번 선물로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난 숫제 후회의 길을 들어서지도 않았을텐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에 또 잠시 젖어본다.

(P. 23) 시간의 끝에,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에 이르렀을 때 이번에는 가장 좋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기를


기다리던 소식과 함께 반가운 책들이 도착했다.
괴나리봇짐 둘러메고 어디 한적한 곳에 틀어박혀서 먹을 것 잔뜩 옆에 두고 책만 읽으면 딱 좋겠다......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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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4-03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다정한 김연수 작가님입니다 ㅋ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를 잘 쓰셨네요~!! 책탑에 반가운 책들이 많이 보입니다~!!

곰돌이 2025-04-03 09:20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덕분에 <빈 자리> 잘 모셔왔습니다 :) 김연수 작가님 책 너무 잘 읽고 있어요. <일곱 해의 마지막> 도 제가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웃기웃..ㅋㅋ
 

시간의 끝에,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에 이르렀을 때 이번에는 가장 좋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기를. - P23

언제부터인가 그는 세상을 거울이라고 생각해왔다. 자신의 내면에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도 어딘가 뒤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믿음에 가까웠지만, 그는 늘 눈앞에 펼쳐진 세계의 모습을 통해 지금 자신의 내적 상태를 점검하곤 했다. 거리의 풍경을 면밀히 살펴보거나 들리는 소리에 자세히 귀를 기울이는 건 그의 오랜 습관이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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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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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마감하려는 그 순간, 수학교사 ‘이시가미’의 고독과 휘휘한 공기로 가득 한 집에 벨이 울린다. 그의 눈 앞에 나타난 예쁜 눈을 가진 두 모녀. 운명의 순간이다. 이사 왔다며 인사하는 그들의 모습만 바라봐도 다시 삶의 기쁨을 얻는 것 같다.

(P. 326) 다른 것을 일절 생각할 필요가 없고 잡다한 일에 시간을 빼앗기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난제를 푸는 데 몰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시가미는 때로 그런 망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과연 살아 있을 동안 이 연구를 완성할 수 있을까 싶어 불안이 엄습할 때면 그것과 아무 관계가 없는 일에 낭비하는 시간이 아깝기 그지 없었다.

‘이시가미’는 건조한 가을 바스라지는 낙엽만큼이나 메마르고 허우룩한 마음으로 매일 수학 이론과 함께 죽음를 생각했다. 그의 삶에 있어 낙원이란 그저 종이와 펜 없이도 수학문제와 싸울 수 있는 그의 두뇌 뿐.
그런 그에게 운명처럼 나타난 두 모녀에게 뭐든지 해 주고 싶다. 당연하다. 자신을 다시 살게 해줬으니까......

(P. 438) 사람은 때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구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시가미’의 헌신적인 사랑을 들여다보는 동안에 내 머릿속에는 양귀자 작가님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의 주인공 ‘강민주’에게 헌신하는 그녀의 심복 ‘황남기’가 자꾸 떠오른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과 그 과정들에서 오는 혼란과 ‘집착’하는 심리 때문일까?
어둑발이 내려앉은 듯한 사랑의 결말이 예상되어서 인가보다. 그 허망함.


이 책에서 다루는 살인사건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인물이자 수사에 난항을 겪는 경찰들이 자문을 구하는 물리학자인 ‘유가와’(이시가미와 동창)는 예리한 직감을 통해 이미 사건의 용의자를 알아낸다. 수학교사 이시가미와 물리학자 유가와, 이 두 천재의 대화 그리고 그들의 치밀함과 이론적으로 파고드는 과정속에서 전달되는 에너지가 굉장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유가와는 이시가미의 모녀를 향한 이성 잃은 희생을 알아보고 안쓰러워한다. 그런 마음이 참 고마웠다. 곁에 아무도 없는 이시가미를 착잡한 마음으로 걱정하고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그 안에는 잃고 싶지 않은 수학자이자 친구를 향한 연민이 담겨 있다.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유가와로 인해 이시가미가 설계한 철저한 알리바이는 선입견을 지우니 그 속에 모녀를 향한 배려를 더욱 드러나게 한다. 그러나 신체를 구속 당하는 일쯤이야 애초에 상관 없었던 이시가미다. 이미 다 각오한 일. 정작 그를 포효하게 만드는 일은 그런게 아니니까.

무모한 사랑에 의구심이 생길 법도 하다. 그래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면, 이 책 마지막을 읽고 ‘그래...그럴수도 있겠다’라고 납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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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5-04-01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히가시노 게이고의 많은 작품들 중 최고라고 생각했던 작품입니다
그만큼 그 반전이 소름이었거든요!

곰돌이 2025-04-01 14:04   좋아요 1 | URL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읽었는데 매번 그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멈춰야 할 때가 아주 아쉽더라고요. 추리 내용만 담은 소설이 아니라서 더 좋았어요!!
 

선입견은 적이야. 보이는 것도 안 보이게 만드니까 말이지.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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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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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소녀 ‘빅토리아’는 자신의 집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아름다운 공간인 과수원을 거닐며 그리움과 갈망, 아픔을 생각한다. 그녀의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해 주는 공간이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오빠를 사고로 떠나 보내고 남아있는 가족인 아버지, 이모부와 남동생 세스와 살아가는 삶은 그녀를 단숨에 어른여자로 만들어 놓는다.

‘이것 보세요. 제가 얼마나 살림을 잘하는지 보이시죠?’ 라고 말하듯 코를 납작하게 만들면서 안심 시키는양 어머니가 하던 일들을 ‘척척’ 해내버린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단골 관중들인 아빠, 이모부, 세스는 놀라운 기색도 없이 그저 그 어린소녀가 껑충껑충 넘는 재주를 바라볼 뿐이다. 그녀가 내어 준 음식을 ’쩝쩝‘ ’우걱우걱‘ 먹어 치우며 그렇게 빈 접시만 내 놓고 사라지는 사람들.
너무 일찍이 아이의 천진난만함을 벗어버리고 가정부의 역할을 주워담은 아이.

그런 그녀의 메마른 가슴에 달콤한 시럽 한 방울을 떨어트리는 소년을 우연히 만난다. 돌아갈 곳이 없는 이방인, 인디언 소년 ’윌‘의 등장으로 그녀는 ‘사랑의 감정‘을 알아간다. 모험적이지만 애틋한 사랑의 달보드레.
주어지는 행복에 값을 치루게 하듯 사람들은, 이 세상은 더께를 치워 버리듯 인디언 소년을 그녀에게서 빼앗아 간다. 그것도 처참하게...

빅토리아가 윌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동안 책을 읽는내내 그녀에게서 윌을 빼앗아 가지마...제발 모른척 해줘... 라고 얼마나 간절히 바랬는지 모른다. 그땐 그녀의 뱃속에서 그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줄지 모를 손도끼와 밧줄, 엄마의 뜨개바늘과 실, 어둠으로부터 빛을 내어 줄 성냥과 양초... 기대하는 마음을 죽이고 살아왔기에 무엇이 필요할지도 모른 채, 물건들을 주섬주섬 쓸어 담으며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 할 집에서 나오기로 마음 먹는다. 사랑하는 엄마와 오빠 캘 그리고 이모를 집에서 떠나보낸 적은 있어도 자신은 떠나본 적 없는 이 집을 그녀는 뱃속의 아이 아빠인 ‘윌’도 빼앗긴 채, 그렇게 자신도 떠나야만 했다.


낯선 산 속에서도 윌의 영혼을 불러내 함께 걸었을 법한 길을 따라가는 동안 그와 함께 행복했던 기억과 그리고 더 함께하지 못하는 슬픔을 디딤발 삼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윌의 영혼이 불어준 용기를 들이마시며......

(P.224) 끔찍하든 아름답든 절망적이든 어떤 결과를 닥치든간에 그저 최선을 다해 마주하면 된다고, 윌이 내게 가르쳐주었다.

짧은시간동안 윌은 그녀에게 많은 것을 주고 갔다.
세상을 바꿔버리는 슬픔을 겪으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게 해 주었을만큼 그녀의 삶에 너무나도 큰 변화를 준 존재였다. 애쓰는 빅토리아의 삶이 두 볼을 뻐근하게 하고 눈물이 차오르게 하지만 말이다.


(P.265) 크리스마스 아침이면 어머니는 해마다 아빠가 선물한 새 십자가의 포장을 뜯으면서도 매번 깜짝 놀라며 기뻐했다. 나는 우리 부모님의 전통에 담긴 애정을 느끼며 십자가 하나하나를 닦아 포장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돌아간 집에서 옛 기억들을 떠올려 본다.
자신에게는 없었던 것 같았던 그들이 내게 보여준 사랑, 그리고 그들에게 없었던 것 같았던 서로를 향한 사랑을 자신들만의 소박하면서도 투박한 방식으로 전하며 키웠을 애정.
그들이 떠난 빈 집에서 하나씩 꺼내보는 추억.
추억이 될지 몰랐을 그 추억......


어릴적에는 소설을 읽으면 새로운 것에 놀라서 혼자 상상해보고 감정이입하며 즐거워도 했고, 등장인물들의 상처나 슬픔에는 ‘허구의 이야기’라는 좋은 장치가 내게 구세주가 되어 어린 마음에 안심을 시켜주곤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경험이라는 것이 조금씩 쌓이고 한 발자국 더 옮겨보고 시선도 조금 더 넓혀보니 어릴 적 허무맹랑하게 느꼈을 법한 이야기들도 이제는 상상속에서만 그치는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빅토리아의 삶은 애석하게도 너무나도 극단적인 일들이 그녀를 빗겨나가지 않았다. 연약한 소녀가 이미 12세부터 짊어진 무게가 그녀의 모자른 무게를 바윗덩어리처럼 채워주고 있었다.

이제 사랑하는 것과의 원치않는 이별은 그만하고 싶었을 것이다. 땅이 믿음직하게 보여주는 영원함, 나무가 알려주는 솔직함, 그리고 나의 애정과 보살핌으로 매달려주는 열매들. 새로운 터전을 일구며 사는 삶과 함께 앞으로의 낯선 앞날의 여정도 ’용기‘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을거라 느끼지 않았을까? (제발 이 믿음이 무너지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P.281) 그동안 나는 지난날의 선택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의심했다. 그러나 우리 삶은 지금을 지나야만 그다음이 펼쳐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도가 없고 초대장이 없더라도 눈앞에 펼쳐진 공간으로 걸어나가야만 한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내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가 내 앞에 펼쳐져 있었고, 나는 그걸 믿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살아오면서 받은 상처와 원치않는 이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내지 못한 스스로를 향한 원망으로 삶의 대한 분노가 만들어 낸 불신. 그녀에게는 분명 ’회복‘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정말 많은 시간이......
그녀는 어린나이에 어머니가 하던 모습 그대로 부엌으로 내려가 제 할 일을 당연한 운명을 받아먹듯이 그렇게 단숨에 먹어치우더니 앞으로의 삶을 향한 마음가짐도 어느 새 긍정의 빛을 받아먹듯 ’신뢰‘하는 마음으로 성장해 있었다.

마음을 다잡기에는 자신이 살아 온 세월의 깊이가 결코 얕지가 않다. 극복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파도가 어린 그녀를 집어 삼켜버려서, 나였다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었을텐데, 내가 아직 겪어보지 않은 ’모성의 힘‘이 그녀를 흐트러짐없이 삶의 터전을 가꿔나갈 수 있게 해주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일궈 낸 복숭아 농장을, 그 안에서 달콤하게 익어가는 복숭아를 자신의 새로운 터전에서도 만들어 내려는 그녀에게 경외심을 느꼈다.
차분하게 순리대로 나무 줄기를 시작으로 통통하게 피어나는 꽃봉우리가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자라는 열매를 맺기까지의 기다림과 고된 노동의 짜디 짠 땀의 맛을 아는 그녀가 지키고 싶었던 행복을 앗아가게 만든 모든 것의 대한 원망스러움에 보란듯이 맞서 굴복하지 않고 ‘용기’로 배신하였다. 살천스러운 바람에도 두 발 단단하게 일어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이며 당당하게 말이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내 마음을 울리는 책이었다.
감성을 자극하는 좋은 책을 만나면, 그 소중함이 어디 새어나갈까 책을 가슴팍으로 ’꽈악‘ 한번 끌어 안는다. 언젠가부터...

자극적인 상황들이 많이 나온다. 아프다.
하지만 내 마음의 흠집이 남아있지가 않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 ‘셸리 리드’가 얼마나 보듬어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써내려 갔을지 짐작이 된다. 거창한 이야기로 압도시키려는 불편함 하나없이 배려 받는 기분이 계속 들었다. 다정하고, 따뜻하게.

지금은 사는게 고단하여 위로의 마음조차도 사치라며 손사레를 치는 사람들에게 뿌리친 그 손을 다시 잡아주며 ’해 보라고‘ 한다. 너를 있게 한 모든 것들, 더운 날 맺힌 땀 식혀주는 바람에도, 지나치듯 무심하게 바라봤던 아무런 요구없이 피어나는 꽃 한 송이에도 너의 뜨거운 심장에서 나온, 아님 담고만 있던 그 무언가들을 있게 만든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라는걸.


살아온 길이 방해와 좌절의 힘을 빗겨나가 늘 언제나 행복하고 빛나기만 한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읽힐지 모르겠지만 내겐 이 책이 두 손에 따뜻한 손길로 내어 준 달콤한 복숭아 하나, 혹은 정성스럽게 구운 따뜻한 빵 한덩이 건내받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강인함‘이 감동적으로 다가오고, 힘을 준다.
포기하지 말라고, 물 흐르듯이 살라고 용기를 준다.

어느하나 희미하지 않은 현실의 ’확실한 고통‘도 분명 흘러간다.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게 될 날이 온다라는 그 ‘믿음’을 심어주는 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 셸리 리드의 다음 작품을 빨리 만나고 싶다.


(P.309) 나는 하루하루 내가 선택한 삶을 만들어나가고 있었고 그건 좋은 삶이었다. 내게 없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내 앞에 놓인 것들에 감사했다.

(P.416) 우리는 넘어지고, 밀려나고,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최선을 희망하며 예측할 수 없는 조각들을 모아가며 성장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방식으로 성장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함께였다.

(P.430) 얇은 구름이 흩어지고 윤슬이 반짝이는걸 보며 생각했다. 내가 삶이라고 불러온 이 여정도 잠겨버린 이 강물과 비슷하지 않은가. 저수지로 만들어 놓았는데도 온갖 걸림돌과 댐을 거슬러 앞으로 나아가고 흐르는 이 강물,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해 그저 그동안 쌓아온 모든 걸 가지고 계속 흘러가는 이 강물이 내 삶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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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3-30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데뷔작이군요~! 이야기는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네요 ㅜㅜ 전 소설을 읽으면서 ‘허구의 이야기‘ 라기 보다는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 라고 생각하면서 읽습니다 ㅋ

곰돌이 2025-03-30 17:58   좋아요 1 | URL
‘끙끙’ 거리면서 심장 부여잡으며 읽었네요. 필사하며 읽는 편인데 펜을 놓지 못 할만큼 적을게 많았어요 ㅠ 주인공 빅토리아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여성이 등장하는데 이분 너무 가슴 뻥 뚫리게 해줘요. 빅토리아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해야할까. 말이 넘 길었네요 ㅋ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