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괜찮아요. 기다릴 수 있어요. 신 사과처럼요."
"신 사과라고?"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나무에 올라가 아직 덜 익은 신사과를 따 먹은 적이 있어요. 배가 불러오더니 북처럼 딱딱해졌어요 너무 아팠어요. 엄마는 내가 사과가 익기를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렇게 아프지 않았을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뭔가를 진짜로 원할 때마다 엄마가 사과에 대해 하신 말씀을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 P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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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라꽃들이 카불 거리에 만발하고 루바브 음악이 찾집에서 흘러나오고 연들이 하늘을 나는 날이 다시 오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도련님이 카불로 돌아와서 우리가 어렸을 때 놀던 땅을 다시 둘러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사이 저는 도련님을 충실하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알라가 언제나 도련님과 함께하시기를 빌며 .
-하산 올림-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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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명의 사람들을 불러 생일파티를 열어주었던 바바. 눈물 흘리는 걸 본 적도 없는 거대한 산 같던 그가 자신의 하인인 알리와의 이별에는 눈물을 흘렸으며, 총으로 위협하는 러시아 군인에게 조롱받는 한 남성의 어린 부인을 위해 “ 전쟁은 품위를 부정하는게 아니라, 평화로울 때보다 더 그것을 필요로 한다고 전하시오.” 라며 당당히 맞섰던 바바. 이제는 암환자가 되어버린 바바를 바라보는 그의 아들 아미르. 그가 떠난 뒤의 빈 공간을 떠올리며 더 깊숙히 그 공간속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너무 말라버린 바바를 바라보며 여러 감정이 들었을테지만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날이 될 오늘을 위해 잠시 슬픔이나 두려움이나 먹먹함들은 보류하는 아미르에게 나는 조금 섭섭함을 느낀다. 하지만 누구도 다 헤아리지 못할 만큼의 큰 슬픔과 믿겨지지 않는 예정된 이별을 앞두었던 나의 경험이 떠올려졌다. 나 역시도 아미르처럼 냉정함을 찾고 현실을 핑계삼아 ‘아픔’을 잠시 보류 했었다. 상대를 향한 미안함과 나 자신을 향한 거북함에 마주할 순간이 분명 올 것이라는 걸 감당하면서 말이다.

그 감당 안에는 스스로가 행복에 있어 ’감히 누려도 될 만큼까지를 그어놓고 지켜야 하는 것’도 포함이다. 행복 마지노선 이라고 해야할까......

바바는 머리에 물을 묻혀 뒤로 빗어 넘겼다. 나는 그가 깨끗한 흰 셔츠로 갈아입고 넥타이를 매는 걸 도와주다가, 목깃 단추와 바바의 목 사이의 빈 공간이 2인치쯤 되는 걸 보았다. 나는 바바가 세상을 떠나면 뒤에 남게 될 빈 공간을 생각했다.
나는 다른 것에 대해 생각하려 애썼다. 그는 떠난 게 아니었다.
아직은 아니었다. 오늘은 좋은 생각을 해야 하는 날이었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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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대가 아프가니스탄에 밀려오기 훨씬 전에, 마을들이 불타고 학교들이 파괴되기 훨씬 전에, 지뢰들이 죽음의 씨앗처럼 심어지고 아이들이 돌 속에 파묻히기 훨씬 전에, 카를은 내게 유령들이 사는 도시가 되었다. 언청이 유령들이 사는도시.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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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가 내 귀에 대고 말했다.
“좋은 걸 생각해라. 뭔가 행복한 걸 생각해라.”
좋은 것이라. 뭔가 행복한 것이라. 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자 좋았던 기억이 떠올았다.
파그만에서의 어느 금요일 오후. 꽃이 활짝 핀 뽕나무들이 넓은 들판 여기저기에 서 있고, 하산과 내가 발목까지 올라오는 풀 속에 서 있다. 나는 연줄을 당기고, 못이 박힌 하산의 손에서는 얼레가 돌아가고, 우리의 눈은 하늘에 떠 있는 연을 향하고 있다. p.187

그게 어느 달이었는지, 아니 어느 해였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그 기억이 내 안에 살고 있다는 걸 알 뿐이었다. 좋았던 과거의 일부가 완벽하게 보존된 형태로 말이다. 무기력한 회색 캔버스가 되어버린 우리의 삶에 색채를 부여하는 붓놀림으로 말이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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