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씨, 내가 샤드바그를 떠나온 정황은 자랑스러워할 만한 게 아니랍니다. 이것을 나의 첫 고백이라 여기셔도 되겠습니다. 나는 내 여동생들과 같이 마을에서 사는 것에 질식할 것 같았습니다. 여동생 하나는 병자였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아무리미미하고 모호하긴 해도 꿈을 갖고 세상에 나아가려고 하는 팔팔한젊은이였습니다. 나는 내 젊음이 쇠퇴하고 미래의 전망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떠났던 겁니다. 물론 여동생들을 뒷바라지하려는 이유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탈출하기 위해서였기도 합니다 - P111
압둘라는 아버지가 그네를 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자기처럼 한때 아이였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과 같이 들판으로 달려가고 마음대로 뛰놀던 태평한 시절이 있었다는 것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손은 상처투성이였고,얼굴은 깊은 주름으로 덮여 있었다. 아버지는 손에 삽을 들고 손톱밑에 때가 덕지덕지 낀 채 태어났을 것만 같았다. - P49
모든 것에 값을 지불해야 했다. 가는한 사람에게는 고통이 화폐였다. 압둘라는 딱지 앉은 여동생의 가르마와 수레 옆으로 흔들리는 작은 팔목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들의 어머니가 죽으면서 그녀가 갖고 있던 것이 파리에게 옮아갔다는 걸 알았다. 즐거운 헌신, 순진함, 태연한 낙천성 등이 그랬다. 파리는 이 세상에서 그를 결코 해치지도 않고 해칠 수도 없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파리야말로 그가 가진 유일한 진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 P42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먼저 읽고 아프가니스탄의 아픔과 현실을 더 알고 싶어서 그 다음으로 <연을 쫓는 아이>를 읽어내려갔다. 사실 또 다른 분명한 이유가 내게 있었다. 그것은 글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었던 내 마음 때문이였다. 할레드 호세이니 작가님이 들려주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참담한 현실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고 고통도 운명인듯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에는 눈물이 흘렀다. 이 참혹한 현실이 끝난게 아니기에......편안하게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읽는 것 조차가 너무나도 죄스러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아플거라 예상했다. 내가 어떤 도움도 주지 못 하면서 마음만 아파하는게 다시 또 내 가슴을 고통스럽게 할 거라는 것도 말이다. 그런데 작가님은 그런 마음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 아픔들을 정성을 다하여 더 다치지 않도록 어루만져가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책을 다 읽고 나면 따뜻한 위로를 받는 감정이 든다. “우리 모두 그들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갖고 사랑으로 구원해주자. 그러니 너무 미안해만 하지 말아라.”라고 오히려 감싸주는 것 같다. 물론 내 자신이 얻고 싶었던 위로만 받고 사라지는 것 같아서 미안함에 내 맘 편하자고 그리 생각하는걸지도......
용서는 화려한 깨달음이 아니라 고통이 자기 물건들을 챙기고 짐을 꾸려 한밤중에 예고 없이 빠져나가는 것과 함께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P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