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은 과거로부터 나온 인용이다. 그것은 이전에 수많은 발화자에 의해 반복되었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의미를 지닌다. 장 주네의 시구가 잘 표현하고 있듯, 그것은
"시대 깊숙이에서 온, 현기증 나는 단어"이다. - P226

‘인식론적 특권‘이란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의 시선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고자 할때,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들의 정체에 관해 확보한 지식을 마음대로 갖고 노는 방식과 관련된다. - P239

우리의 과거는 여전히 우리의 현재다. 따라서 우리는 표명되고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재표명되고 재창조된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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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책을 읽는다>

기온이 어제는 꽤나 높아서 드라이브의 유혹에 슬슬 콧구멍에 바람이 들어가는 나. 이럴 땐 빠른 결정이 답이지. 반일연가를 내고 미리 모아 둔 책을 몇 권 친구한테 나눔도 하고 그 덕에 귀여운 자동차 키케이스도 받고 신나게 집에 와서 먼지와 함께 했다. 쌓인 먼지 보내기가 뭐가 그렇게 아쉽다고 여태 미뤘다가 맘 먹고 청소를 한 것이다. 그 참에 책 정리까지!!(뿌듯)
이런 나의 보기드문 바지런함을 목격한 엄마는 이 사실을 저녁 때 아빠에게 전달까지 하더라는... 이럴 때 알 수 있다. 내가 그동안의 쌓아 놓은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를 말이다. (알고싶지 않다. 격하게 알고싶지 않다...큭)


책을 읽을 때 듣는 곡들이 있다. 스토리가 나에게 오는 그 과정을 더 아름답게 채워서 단어들을 풍성하고 더 생생하게 전달시켜주는, 나의 감성을 일렁이게 만드는 소중한 시간들을 선사해주는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그리고 그 곡의 시작이 있어야 독서의 시작도 있다. 나의 독서 취향인 거겠지.


일반적인 보통의 독서를 하는 사람인(예전보다는 조금 많이 읽는 편이지만) 나는 요즘 긍정의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 어디에서? 누구에게? 바로 이 곳에서. 올라오는 글들을 통해서 말이다. 나 혼자!!! 내적 친밀도가 있는(큭큭)친구분들의 책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진심이 그 분들의 글을 통해서 너무나 향기롭게 나에게로 전달이 된다. 정말 보고 읽는 것만으로도 나의 진정한 참살이를 꾸려나가는 것에 좋은 자극이 된다.


새벽 일찍 일어나는 주말. 내가 책 읽을 때 가장 좋아하는 그 시간. 늦은 저녁만큼이나 생각이 많아지는 감성이 샘솟는 다소 위험하기도 한 이 새벽에 눈을 뜨고 이런 생각부터 들었다.
감사하다. 이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 참 감사하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참 어려운 일인데 현재의 만족을 하며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가면 그 이상 바랄게 뭐가 있을까. 고통이나 밀려오는 무력감을 예전보다는 금방 증발시켜 날려버리는 나만의 방법을 찾게 되어서 그럭저럭 다스릴 수 있음에 가까워졌긴 했다. 하지만 완성형은 아니다. 그렇지 못 한 날도 있다. 그럴 땐 나름의 수고가 따른다.
‘ 잠시 우울감이 드는 것 뿐이다. 사실 별 거 아니다. 이 정도의 삶의 대한 상실감이나 무력감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나간다.’
생각나는 말들을 내 안에 욱여넣어 본다. 그 조차도 도움이 되지 못 할 때에는 내 ‘한계‘를 ’인정‘하고 ‘자연’에 나를 맡겨본다.
‘ 저 나무는 뿌리가 어마어마하게 깊겠지? 금새 단풍이 더 들었네? 이 새소리는 어디에서 들려오는 것일까? 굽이굽이 꽤나 높아 보이는 저 산을 넘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까?‘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그렇게 말이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배반>과 디디에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다> 인데 동시대를 다룬 내용은 아니지만 식민지에서 나고자란 압둘라자크 구르나와 노동자 계층에서 나고자란 디디에 에리봉, 이 두 저자들이 들려주는 메시지 속에서 때론 같은 울림을 느끼기도 한다.
고국을 떠나 식민 모국에서 살아가는 죄의식을 느꼈던 압둘라자크 구르나와 그리고 출세에 도움이 안 되는 벗어나고 싶은 고향을 떠나 ‘그들(브르주아지)‘이 사는 곳에서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서 과거를 탐구하는 디디에 에리봉. 그들의 이야기에서 머무르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지식을 쌓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 든 당연한 것일지도...작년부터 다시 읽기 시작한 책은 나에게서 처음엔 거의 뭐랄까...생존독서 였을 것이다. 그리고 책 속에서 내 마음과 딱 들어맞는 문구를 보면 그 날 하루는 정말 소중한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그게 그렇게 힘이 되더라. 그러면서 책에 더욱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나의 치유만이 아닌 다른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여유까지 얻는, 믿지 못 할 감정에 맞닥들이게 되는 행운도 다시 얻었다. ‘배움’이란 참 중요하다는 걸 매 순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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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3-15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꽂이도 예쁘고 책들도 좋네요. 사진 확대해보니 반가운 책들이 많이 보이네요~! 책과 음악과 커피만 있으면 그것이 바로 휴가 ㅋ

곰돌이 2025-03-15 13:02   좋아요 1 | URL
총균쇠 읽고 바로 주문한 사피엔스는 지금 독서탑 가장 밑에 깔려서 도대체 언제 읽게 될지 모르겠어요. 벽돌책을 정말 벽돌로 두는 것 같아요 ㅋ 오늘은 날씨도 좋아 덩달아 더 좋은 주말이네요. 책과 음악과 커피와 함께 하기 딱입니다 :)

transient-guest 2025-03-15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주님의 방 같아요 ㅎㅎ 음악과 독서 참 좋은데 주말 이른 새벽이라면 더더욱!

곰돌이 2025-03-15 15:33   좋아요 1 | URL
정리의 보람이 있네요. 희희 :) 새벽이 주는 고요함은 나만의 사색 시간으로 참 좋은 것 같아요. 그 날 하루의 시작을 차분하게 열 수 있게 하는데 도움 많이 받고 있어요.

transient-guest 2025-03-16 00:51   좋아요 0 | URL
저도 주말엔 무조건 일찍 일어나서 책보고 운동가요 ㅎ
 

저항은 나를 잃는 길이었고, 복종은 나를 구하는 길이었다. - P190

시몬 드 보부아르의 책들과 동성애자로서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욕망이 내가 파리에 정착하게 만든 두 가지 큰 이유였던 것 같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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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노력과 집안일로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파리다는 과거의 행복 혹은 그 비슷한 것을 떠올리며 웃고 있었다. 그녀의 미소에는 다 안다는 듯한 미묘한 일그러짐, 숨겨진 농담을 혼자 알아들었을 때와 같은 입꼬리의 떨림이 있었다. - P204

1950년대 지도 살짝 보기에 이렇게 탐닉하는 이유는 당시의 세계가 얼마나 다른 모습이었는지를 기억해내기 위해서다. 어떤 공황이 지척에 와 있었는지, 몇 년 뒤에 유럽 정부들 대부분이 지켜야 할 의무를 전혀 느끼지 않는, 종잇조각에 불과한 일련의 조약들과 계약들을 남긴 채 보따리 싸서 고국으로 도망가리라는 걸 정말로 알았던 사람은 아무도없었다. 그래서 아민과 라시드 같은 젊은이들의 자아상과 미래는 식민지인들이 지금까지 기대해온 바와의 분리를 시작조차 못한 상태였다. - P213

(그녀는 어디가 아팠는지 아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주먹으로 가슴을 꼭 눌렀다). 마치 자신의 일부가 잘려나간 것만 같았다. 너는 그런 걸 느껴본 적 있어? 없으면 진짜 상심이 뭔지 아직 모르는거야. 꿈을 꾸면 몸바사의 이미지와 냄새가 느껴졌고 잠에서 깼을 때 잔지바르 집임을 깨닫고 나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 P228

그들이 자기가 지배하는 자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다. 그는 상상했다, 그들에게 우리는 단순한 불안과 성마름의 왁자지껄처럼 보이고 우리의 외침과 헉 소리는 언제든 피지배자의 단순한 칭얼거림처럼 들릴 거라고. - P240

더 먼 옛날의 무심은 활기가 넘치고 통제가 안 되는 시간이었다. 바람과 함께 온 활기찬 모험가들의 피가 때때로 거리에 흐를 정도로. 그래서 사람들은 아이들이 유괴당할까봐 외출을 금지했다. 그것이 그들이 보게 될 마지막 무심이었음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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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이야기 안에는 여러 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것, 그 이야기들은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무질서한 흐름의 일부라는 것, 그리고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를 사로잡고 영원히 얽매는가에 관한 것이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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