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대가 아프가니스탄에 밀려오기 훨씬 전에, 마을들이 불타고 학교들이 파괴되기 훨씬 전에, 지뢰들이 죽음의 씨앗처럼 심어지고 아이들이 돌 속에 파묻히기 훨씬 전에, 카를은 내게 유령들이 사는 도시가 되었다. 언청이 유령들이 사는도시.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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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가 내 귀에 대고 말했다.
“좋은 걸 생각해라. 뭔가 행복한 걸 생각해라.”
좋은 것이라. 뭔가 행복한 것이라. 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자 좋았던 기억이 떠올았다.
파그만에서의 어느 금요일 오후. 꽃이 활짝 핀 뽕나무들이 넓은 들판 여기저기에 서 있고, 하산과 내가 발목까지 올라오는 풀 속에 서 있다. 나는 연줄을 당기고, 못이 박힌 하산의 손에서는 얼레가 돌아가고, 우리의 눈은 하늘에 떠 있는 연을 향하고 있다. p.187

그게 어느 달이었는지, 아니 어느 해였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그 기억이 내 안에 살고 있다는 걸 알 뿐이었다. 좋았던 과거의 일부가 완벽하게 보존된 형태로 말이다. 무기력한 회색 캔버스가 되어버린 우리의 삶에 색채를 부여하는 붓놀림으로 말이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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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말이 내 이름이었던 사람을 태운 차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는 우리가 수없이 구슬치기를 했던거리 모퉁이에서 차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기 전, 뒷좌석에을 웅크리고 있는 하산의 흐릿한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았다.
나는 뒤로 물러났다. 내 눈에 들어오는 건 유리창으로 흘러내리는 비뿐이었다. 은이 녹아내리는 것 같은 비뿐이었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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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내가 한 짓을 잊었다. 그러자 기분이 좋아졌다. p.123

내가 마음의 결정을 내릴 마지막 기회였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결정할 마지막 기회였다. 하산이 과거에 나를위해 그랬던 것처럼, 골목으로 들어가 하산의 편을 들어주고 싸우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결과를 감수하거나, 혹은 달아날 수 있었다.
결국, 나는 달아났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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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내 친구가 아니라 내 하인이야!‘ 나는 불쑥 이렇게 말할 뻔했다. 정말로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가. 물론 그렇지 않았다. 그런 적이 없었다. 나는 하산에게 정말 친구처럼 대했다. 때로는 형제처럼 대했다. 하지만 어째서 나는 바바의 친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왔을 때, 하산을 놀이에 끼워주지도 않았을까? 어째서 나는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만 하산과 놀았을까?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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