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형제들과 같은경로를 갔더라면, 나도 그들처럼 되었을까? 그러니까 나도 국민전선에 투표했을까? 나 역시 우리나라에 난입해서 "자기 나라에 있는 양" 구는 "외국인들"에 맞서서 항의했을까? 사회, 국가, ‘엘리트‘ ‘권력자‘ ‘타자‘가 그들에 반대해 벌이는 영원한 공격이라고 간주하는 것에 맞서서, 나도 그들과 같은 반응을 하고, 같은 방어 담론을 공유했을까? 나는 어떤 ‘우리‘에 속해 있었을까? 어떤 ‘그들‘과 대립했을까? 한마디로 내 정치학은 어떠했을까? 세계의 질서에 저항하는, 혹은 부응하는 방식은?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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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도안과 스케치로 가득한 모눈종이 몇 장(연습장이었을까?)을 오랫동안 간직했다. 그는 그 종이들을 자주 서류철에서 꺼내 들여다보거나 우리에게 보여주었는데, 결국에는 서랍 깊숙한 곳으로 치워 죽은 희망을 매장시켜버렸다. - P58

나는 분열되어 편치 않았다. 내가 끼어들어가 살아가는 부르주아 세계에서 내 신념은 불안정하게 돌출되어 있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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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스로 되돌아가다>

이 책의 저자인 디디에 에리봉의 대해 내가 가진 정보는 없었지만 알라딘 홈페이지 책소개를 읽고 몇 주 전에 바로 구매를 하였다. 그에게 ’랭스‘란 현실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체념하며 사는 사람들로 가득 찬 벗어나고 싶은 곳이다. 성소수자이자 노동자 계급의 집안으로써 느꼈던 수치심 등을 떠올리게 하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내 고향.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에 근원이 되는 곳은 결국 랭스다. 평생 가족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그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돌아가서 사회적 운명이라 여기며 살았어야 했던 삶 속 고통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며 깨닫고 반성하는 자기성찰도 담은 책인 것 같다.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날 끌리게 만든다. 가족과의 행복한 삶이 나의 가장 큰 삶의 목표이자 살아가는 이유인 것은 분명하지만 사실 난 늘 ’독립‘을 갈망하고 있다. 예전부터 내 친구들은 “왜 독립을 안해?”라고 당연히 해야되는 것을 안 하는 사람처럼 나를 바라보고 답답해하며 물어볼 때 무슨 대답을 해야할지 너무 난감했다. 나는 독립을 안 하는 것일까? 못 하는 것일까...후자에 가까운 상황으로 ’가족‘이란 나를 사랑과 애정으로 품어주는 존재인 동시에 날 막힌 새장 안에 가둬두는 존재이기도 하다. 물론 그럴만한 사정은 있다. 평생 와닿지 못 할 이별로 인해 부모님 가슴에 구멍이 뚫려 그 상실감을 나누고 애정으로 채워드려야 하는 의무를 (누구도 내게 그 의무를 짊어준 건 아니다) 다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스스로 만들어 낸 결과이기도 하다. 아마 부모님에게는 나의 손길이 애정으로만 다가오겠지만 그 안에는 내가 하고자 했던 것들을 손가락 한 개, 두 개 정도는 접을 만큼의 포기에서 얻은 공허함까지 포함되어 있다. 누구도 알면 안 되는 소중한 보물을 꽁꽁 묶어 놓듯이 난 그렇게 철저하게 내 보물을 감출 줄 알았고 숨기는데 성공했다. (물론 자식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는 부모님이시지 않을까?)


이 책을 읽다보니 나도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 하는, 이해하기 싫은 그 무언가들을 단순히 내가 부정적으로 단정지어 버리기에는 내가 그 분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가 없다는 걸 인정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몰입하고 따라가다보면 처한 상황이 다르고 경험하지 못 한 것들도 이해를 하게 되고 그 안에서 공감을 자아내게 하는 책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가 랭스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자기만의 ‘진짜’경험(살아온 집으로 돌아간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듯이)을 가진 이들이 더 ‘진짜’의 제대로 된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우선적으로 들었다. 1부를 다 읽어가는데 다음 장도 너무 궁금하다. 글을 너무 잘 쓰고 몰입도가 상당하다. 저자와 부모님 사이의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가로막혔던 그 막이 자신이 과거에 인식하지 못 한 것들을 깨닫는 자기성찰을 통해 서서히 열리게 하는 그 감정선이 나에게 감동으로 다가와서 그의 여정이 너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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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삶이 단지 미래에만 사로잡혀 있는것은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의 과거의 유령에게도 사로잡혀 있다. - P18

출신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모종의 계급적 반사 신경은 살아남아 있었던 셈이다. - P28

"사람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증오의 감정에 그토록 집요하게 매달리는 이유는 증오가 사라지고 나면 고통에 직면할 것임을 예감하기 때문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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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구석에 위치한 적절하고 알맞은 크기의 모스크, 오전 중반인 지금 열려 있는 모스크의 파란 문들, 그 너머의 들판, 대리석 상판 탁자가 있는 카페, 깔끔한 집들과 현관에 드리운 부풀어오른 커튼들. 이 모든 것이 마침내 눈에 들어왔을 때 그는 작은 기쁨의 소리, 음 하는 콧소리를 냈다. 그것은 인식인 동시에 인정이었다. 아름답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거지, 그는 생각했다. 이런 평온, 이런 균형. 그리고 그는 그의 앞에 놓인 그 무엇도 영국과 비슷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이 향수로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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