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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성이 간다 - 신주쿠 구호센터의 슈퍼히어로
사사 료코 지음, 장은선 옮김 / 다반 / 2011년 5월
평점 :
장난이 아니다.
믿기 힘든일을 경험하거나 볼 때 우린 종종 "장난 아니다."라고 내뱉는데 그의 인생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논픽션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은 소설보다 더 기구하다지만 현수성의 삶은 나의 현실과 달라서인지 소설로 착각하게 된다.
그의 언행은 결코 일반인의 것이 아니다.
일본인이 저술했으니 당연하겠지만 말투조차도 일본 블랙코미디의 소설에나 나올법한 괴짜 카운슬러의 느낌을 풍긴다.
인생의 끝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위기의 사람들을 접하는 그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대하고 답해준다.
'그런 것, 아무것도 아니야.'란 듯이 대수롭잖게 말하는 그에게 이미 1차 위안을 얻는게 아닐까?
남들은 이런 실수없이 잘 살고있는데 나만 이런 상황에 닥쳤다는 패배감과 문제를 안고 죽을만큼 힘들게 고민하고 찾아갔지만 남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내가 저지른 실수는 있을 수 있으니 '바로잡으면 된다'는 인식을 환기시켜준다.
한가지 문제로 오래 놓고 고민하는 나에겐 그의 신속한 판단력과 대응방법은 신기로 보일 정도다.
리더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통찰력에 대한 선망이있는 나로서는 어떻게 사람이 순간에 대처방법을 찾을 수 있는건지 정말 알고싶다.
그를 만나고싶은 이유는 <현수성이 간다>를 통해 보여지는 기구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봉사정신만으로 거대한 세력도 두려워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그 리더쉽에 대한 선망에서다.
남들은 당장의 위기를 안고 찾는 곳이라 1주일체험이니하는 그런 한가한 소리가 받아들여질리 없는만큼 그의 옆에서 투명인간으로 그 일상을 관찰해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부담없이 기대거나 호감을 느끼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개인적으론 그에게는 어설픈 동정이나 위로같은 거북한 행동이 없다는데 매력을 느꼈다.
스스로 '의뢰인을 돕는다'라는 개념없이 상대에게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보조역할만 해 줄 뿐이다.
물론 그의 역량을 발휘해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수 밖엔 없지만 그에 대해서도 선의를 배푼다는 느낌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직접 판단하에 이뤄지게끔 유도한다.
상황을 이해하고 최선의 판단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다.
실제로 통찰력이 좋은 사람은 적지않지만 그것이 문제해결까지 이끌어갈 수 있는 실행력까지 갖춘 사람은 많지 않다.
게다가 의욕을 상실한 상태인 타인의 판단으로 이끌어내게 하는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법인데 그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자연스럽게 상황을 진행시킨다.
"본인이 겪어 온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최적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적재적소에 존재한다."
말이 쉽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량 발휘에 어려움을 겪거나 본인의 성에 차지않는 직장환경에 얼마나 많이 방황하는지 모른다.
<현수성이 간다>는 언제나 '지금'이 가장 힘든 우리에게 정말 힘든게 뭔지 아는거냐며, 지금 우리의 고민은 당신의 코딱지만도 못하다고 대놓고 비웃어준다.
이상한건 인신공격이랄 수도 있을 정도의 말투에서 위안과 안정을 느끼고있는 자신일꺼다.
어느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살아온 그가 이제는 방황하는 사람들을 품어주는 해결사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런 그가 유명해졌다는 것은 말 못할, 감당하기 벅찬 고민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넘친다는 것이지.
나에게 우리에게 한번 물어본다.
지금 대체 뭘 고민하고 있는거냐고, 그 문제가 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느냐고.
그 고민으로 까먹는 내 행복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