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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외삼촌 - 한국전쟁 속 재일교포 가족의 감동과 기적의 이야기
이주인 시즈카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한국전쟁을 소재로 다룬 대부분의 많은 연극과 소설, 드라마들은 가족끼리도 이념의 대립으로 총부리를 겨누는 안타까움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해낸다. 그 덕에 한국전쟁을 다룬 작품들은 웅장하고 스케일이 커서 작품이 가지는 시대적 비극이 가장 크게 와닿기 때문에 그 시대의 생활에 대한 이해가 없어 공감하는데 이질감을 느끼곤 했었다.
왠지 우리의 역사임에도 나와는 다른 이야기, 이념의 대립으로 어떻게 가족간에 그토록 잔인할 정도로 대치할 수 있는가 싶은 정도의 몰이해가 있었던 적도 있을 정도였다.
그나마 충격요법이 아닌 마음을 울려주던 영화가 '웰컴 투 동막골'이었는데 전시 중이지만 그와 상관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과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변화가 결말을 더 가슴아프게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전쟁과 이념의 뚜렷한 목적을 가진 당시의 주체들을 벗어난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겪은 상황에 더 목말랐었는데, 띠지에 표현이 되어있 듯 <아버지와 외삼촌>은 이념대립이 아닌 일반인으로선 예상하기 힘든 사회변화에 적응하며 위기를 넘기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우리들의 아버지, 엄마, 형제들, 그리고 나를 보여주고있어 자연스런 공감형성에 읽는 내내 가슴이 시렸다.
크게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를 그리고 있지만 그 아버지를 묘사하는 인물들의 행동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의 시대적인 아픔과 입장차이가 섬세하게 묘사되고 있다.
작가는 넘치지않게 우리에게 그 시대를 문을 살며시 열어주어 엿보여주 듯 그들의 생활을 보여주었다.
혼란과 충격이 가득한 시대이기에 개개인이 모두 드라마틱한 요소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그를 평범한 시각으로 묘사하여 시대에 저항하지 못하고 적응하느라 급급한 모습들에 지금의 혼잡한 경제,문화적 사회가 오버랩 된다.
성격은 다르지만 급물살을 타는 사회변화에 중심을 잡기 힘들어하는 가장들과 사회초년생, 주부, 학생들이 떠오르더라.
마치 작가는 대한민국의 한이 서린 한국전쟁역시 역사의 한 부분으로써 우리가 살았었고 살아내고 있는 생활고의 요소라고 말하듯 자연스럽게 시대의 아픔을 이해시키고 있다.
주체가 되는 사람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당시의 아픔을 제대로 녹여내어 현실까지 끌어내는 작가의 역량에 놀랐다.
위화감없이 한국전쟁을 공부해야 할 청소년들이 읽어야할 추천도서로 손색이 없다.
60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두께의 소설이지만 매 장마다 다음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을 인물묘사를 통해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있어 언제 펼쳤는지도 모르게 마지막장을 덮을 정도로 흡인력이 대단하다.
그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건 위기를 맞은 사회가 요구하는 영웅주의가 아니라 스스로가 가야할 방향을 잡기 힘든 상황에서 가족을 지켜내고 견뎌야 하는 우리들의 가장을 그리고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아버지는 가족들을 지켜내기 위해 초월적인 용기를 자아낸다.
묵묵하고 성실하여 융통성은 없을지라도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직시하는 그 모습은 지금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다.
우리가 지금을 살아갈 수 있도록 애써왔던 선세대들의 유년시절을 통해 시대착오적 마찰을 이해할 수 있고, 가족을 위한 그들의 노력들에 감사하게 된다.
방학을 맞아 휴가 중에 3대가 함께 읽고 도란도란 얘기하기 딱 좋은 서적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