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악령 공포 영화는 안 그런 척 하지만 자극적이다. 보통 사람들은 무섭다고 하겠지만 공포 영화 마니아인 나에게는 무서움 보다는, 진물이 떨어지는 징그러움이나 도끼로 얼굴을 느닷없이 찍어버리는 장면 같은 점프 스케어에 놀라게 된다.

한 마을에 들어온 악마를 쫓아내려다가 악마에 씐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얘기다. 악마는 영화 속에 등장하지 않는다. 악마가 들어간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죽이느냐 하는 장면이 무섭고, 공포스럽게 나온다.

악마의 존재는 예전의 영화, 곧 나온다는 말도 많은 콘스탄틴 2의 1편 초반에 보면 멕시코 사막 같은 곳에서 악마가 한 사람에게 쑤욱 들어가서 그 사람이 막 지나가면 잡초가 다 썩어 없어지고 차에 박아도 차가 푹 우그러지는 막 그런 식의 악마가 인간의 몸에 기어 들어간다. 그렇다고 해서 콘스탄틴의 액션은 없다.

악마가 처음 들어간 한 농장의 아들은 몸이 마치 병균 폭탄을 맞은 것처럼 엉망진창이다. 악마를 피해서 마을 떠나자는 사람들과 농장의 땅을 소유한 주인은 절대 안 된다며 그 악마가 씐 사람을 죽인다. 그 악마가 농장주의 염소에게 들어간다.

염소 무리 중에 악마가 들어간 염소는 총구를 겨누는 주인에게 다가와 머리를 총구에 댄다. 총을 쏘라고. 하지만 임신한 아내는 총을 쏘면 안 된다, 도끼로 죽여야 한다고 하지만 총을 쏴 염소를 죽인다.

그 순간 악마가 나와서 아내에게 들어가 들고 있던 도끼로 남편의 얼굴을 찍어 버린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도 도끼로 찍으면서 둘 다 죽는다. 악마는 그렇게 인간의 몸으로 옮겨 다니며 사람들을 죽인다.

특히 악마가 들어간 개가 5살 딸을 물어뜯는 장면은 굉장히 자극적이다. 그리고 막 끌고 다닌다. 나중에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못하게 된다. 무서운 장면이 나오지 않고 그저 이야기만으로도 상상하게 만들거나, 어두운 곳에서 몸에서 뭔가를 흘리며 걷는 장면도 몸에서 떨어지는 저건? 하며 상상하면서 보게 된다.

현실에서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악마가 있다고 생각한다. 악마는 간절함을 타고 인간의 몸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해서는 안 될 짓, 안 될 말을 한다. 주위에 악마가 들어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나.

이번에 재판관 지명에서 보류된 그 판새새끼의 이전 재판들을 보면 악마가 이런 악마가 있나 할 지경이다. 영화 속 악마는 보는 이들을 무섭게 하지만 현실의 악마는 일상을 무너트린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충격적이다. 결말도 허무하게 끝나지만 공포영화로서는 너무나 무섭고 좋은 영화다. 아무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애들도 무섭고, 염소도 무섭고, 어른들도 무서운 ‘악이 도사리고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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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앓는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픔을 앓고 난 후 맞이하는 이 아침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살아있음으로 아침에 뿌려지는 백색광 가루를 만나게 된다. 

살아있는 어제보다 사라지는 오늘 속에서 이렇게 아침을 맞이하는 건 기적 같은 일. 

몸은 움직이지 않는 데 마음이 먼저 다가와 안기는 아침을 사랑하고 싶다. 

우리는 그러므로 생을 지극히 살아내고 있다. 

우리가 살아낸다면 왈도 에머슨의 말처럼 한 시대의 종교는 다음 세대의 문학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글을 쓸 때가 마음이 행복한데, 마냥 이렇게 앉아서 글만 쓰고 싶지만 그럴 수만은 없다. 현실은 무서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벼랑 끝으로 꼭 몰고 가기 때문에 마냥 나 좋은 대로 앉아서 글이나 쓰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어젯밤에는 상한 음식을 먹고 밤새도록 토사를 했다. 새벽 5시까지 토했으니까 대략 10번은 토사를 한 것 같다. 이렇게 심하게 토해본 건 오래전,  20년 전에 만취해서 토해보고는 처음이었다. 제정신으로 토하는 게 이처럼 고통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매일 조깅을 하면서 근력운동을 했는데 토하면서 안 쓰던 몸의 근육을 끌어다 쓴 덕분에 여기저기 근육통을 앓는 기분이다. 구토 때문에 고통스러웠지만, 구토 덕분에 몸속의 모든 찌꺼기까지 전부 입으로 나와 버린 기분이다. 다행히도 아침이 되니 토사가 멈췄다. 


고통의 여운이 미미하게 잔존하지만 아침을 맞이했을 때, 매일 보는 아침이지만 오늘은 좀 더 특별해 보인다. 그렇다고 크게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그런다고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은 기적 같은 것이다. 우리는 매일 기적 같은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오늘 저녁은 뜨거운 인스턴트 국수를 먹고 싶다.




오전 일찍 들은 후 계속 듣는 오랜만의 윤종신의 노래 https://youtu.be/YT-EG5cTtKk?si=6bsTztacROk8i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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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봄의 기적을 말하는 노래다. 

벌어진 틈으로 미약한 숨을 쉬며 다시 찾은 봄의 기적을 믿는다고 노래는 말한다. 

마음은 겨우내 찬 공기가 머물렀던 그곳에 앉아서 나올 생각이 없는데, 

봄의 기적은 마음을 위로한다. 

마음은 천천히 녹으며 봄을 공들여 느낀다. 

생명이 태동하는 봄인데 봄이 되면 죽음을 먼저 떠올리게 되어서 미칠 것 같은 감정에 휘말린다. 

봄이 되면 슬픔도 아스라이 겨울의 차가운 그늘에 두고 오면 될 텐데, 

솟아나는 새싹과 함께 슬픔도 동반한다. 

봄은 가을보다 확실하게 잔인하다. 

티에스 엘리엇이 황무지에서 어째서 그런 시구를 적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우니 얼마나 잔인한 계절인가. 

티에스 엘리엇의 눈에 사월은 몹시 잔인했기에 오히려 겨울이 따뜻했다.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는데 온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물들어가니 이를 어쩌란 말인가. 

시장통의 길고양이도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잔인한 사월이지만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이 잔인한 사월에, 

이 잔인했던 사월 사일에 봄의 기적을 이뤄냈다.



이지형 - 봄의 기적 https://youtu.be/3j83Cge2LKE?si=Kj2Z3M7bzE7im8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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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이 되면 이 깊고 깊은 무력감은 규칙적으로 겪게 된다. 그리고 불규칙적으로 사라진다. 사월은 내게 잔인하다. 사월이 되면 이 무기력이라는 게 온몸을 휘어 감는다. 사월에 하는 조깅은 삼월에 하는 조깅에 비해 몸이 무겁다. 사월에는 다른 달에는 하지 않던 생각을 하게 되고, 이런 생각에 빠지면 이 무력감은 무기력을 부른다.

그래서 무겁지만, 사월에는 땀이 날 정도로 더 열심히 조깅을 한다. 조깅의 장점은 들어오는 풍경이 항상 평온하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이 혼란하고 혼돈스럽다. 마치 카오스의 세계 같다. 온 세상이 봄눈으로 뒤덮였다.

거리도, 도로도 모든 곳에 봄눈이 내려 그래픽 처리를 해 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너무 아름답고 매우 고혹적이라 어쩐지 슬프다. 사월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왔다가 금방 가버리기 때문이다. 젊음이 아름다운 이유와 비슷하다.

순간으로 스쳐 간 그 사람이 손으로 만져질 것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리움은 사월이면 보름달처럼 커진다.

내 곁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은 무심히 떨어지는 봄눈이 되어서 하얗게 변해갔다. 누가 옆에서 툭 건드리면 그리움이 그대로 눈물이 되어 터질 것 같은,

그리하여 그 모습을 숨기기 위해 샤워하기 좋은, 눈에 들어간 샴푸를 핑계 삼아 눈물을 흘려도 좋은 사월이다. 사월이 지나간다.


오늘은 18돈데 바람이 심해 좀 추운데 햇빛에 나가니 더워서 반팔인데 햇빛이 구름에 가려져 서늘하다가 좀 걸으니 후덥지근하다가 그늘에 들어가니 냉랭해서 해가 나타났을 때 나가니 옷이 검어서 등이 뜨거워 건물 안으로 들어오니 오히려 추워서 계단으로 오르면서 소고기장조림 먹고 싶네

뜨거운 밥에 소고기장조림을 올려 야무지게 먹고 싶은 밤이었으나, 민주당 경선 100분 토론 본다고 식빵 좀 굽고, 계란에 당근 썰어 풀고 휘휘 저어서 프라이팬에 굽고 양배추 좀 얇게 썰어서 넣고 스크램블에 치즈 올려 간단하게 토스트 해 먹었습니다.

국민학교 딱 이맘때 봄소풍을 갔는데 집에 오면 남은 김밥에 소고기장조림을 맛있게 먹었거든요. 날이 좋아 친구들과 실컷 놀고 집에 와서 씻고 나면 노곤한 게, 잠이 올 듯 말 듯 한데 분홍 소시지가 비어져 나오는 맘은 김밥에 소고기장조림 먹는 맛이 좋았거든요. 시가렛 애프터 섹스의 아포칼립스가 듣고 싶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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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로 시리즈를 보는데 뭔가 이상했다. 아니 4화인데 왜 6화에서 본 내용이 나오지? 했는데 티빙은 30분씩 해놔서 마치 티브이 버전은 좀 자극적인 장면을 빼고 줄여서 압축해 놓은 것 같다. 군대에서는 욕이 난무한데 티브이에서는 그게 또 안 되니까.

초반을 지나면서 좀 더 재미있어진다. 군대 이야기는 무조건 재미있다. 이전의 푸른 거탑 때에도 너무 재미있었는데 오히려 코미디 프로그램에 가까운 푸른 거탑이 더 현실적이고, 신병 시즌 3은 중반으로 가면서 박민석 일병의 누나, 이수지가 등장하면서 초현실에 가까운 판타지 장면도 꽤 나오고

젓가락 같은 소대장의 목소리는 더 모기화 되었고 페인트 통에 얼굴이 빠지는 장면은 비현실적이다.

동준이가 아저씨의 원빈 흉내를 낼 때는 정말 원빈 같아서 놀랐고, 누나 사진 꺼내는데 한가인 사진이 나와서 또 한 번 놀랐다. 너무 닮아서. 성윤모는 점점 개과천선하는 과정이 나오는데 계속 빌런이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런 변화도 좋다.

왜냐하면 시즌마다 빌런은 더 악독하고 다른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 나으니까. 이번 시즌에서의 빌런들은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악독한 것 같다. 후임들에게 겁을 주고 괴롭히는 방식이 이전 시리즈에서는 못 보던 수준이다.

그러고 보면 시즌 1, 2의 빌런에 가까운 최일구 병장이나 강찬석 상병 역시 이등병 때 괴롭힘을 받았었다. 괴롭히는 수준이 학교에서 일진이 괴롭히는 수준이다.

이수지는 여군이지만 미친 피지컬로 지아이조 같은 전투력을 보이다가 러브러브 라인까지. 전세계의 팬티가 사라졌는데 그걸 도둑질한 놈이 그 놈이었다니.

신병 시리즈를 보다 보면 디테일한 부분에서 재미있는 장면들이 있다. 공벌레 드립이나, 군복의 세대교체 같은 것들.

후반부로 갈수록 더 재미있어질 것 같은데 최일구 병장은 동헌 훈련에서 만난 트라우마 유발 선임들과 어떻게 될 것이며, 제대를 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성윤모는 달라질 것인가. 문빛나리는 사고를 치지 않을까. 기대되는 신병 시즌 3이었다.

도대체 예비군 아저씨들 연기들은 왜 그렇게 진짜처럼 잘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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