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는 한 없이 좋게 말하려면 할 수 있는 영화다. 일본 튝유다 뭐다, 조용하고, 굴곡 없이 흘러가는 영화. 영상의 빛도 좋아서 내내 따뜻한 노란색감이 감돌고 무엇보다 카라타 에리카의 속마음 같은 대사를 들을 수 있다는 점, 독립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린 한 시간짜리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 매우 독특한데(나만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감독이 하마구치 류스케의 ‘우연과 상상’이나 ‘해피 아워’ 같은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따라 하려고 만든 것 같은 느낌이 가득 드는 영화다.
주인공은 두 명이 나오고, 엑스트라로 한 명 정도가 나오는 독립영화라 주인공 남녀가 주고받는 대사가 전부다.
그러다가 중반부터 카라타 에리카가 쏟아내는 대사는 마치 자신의 이야기, 미성년 시절에 만난 유부남인 일본 최고의 배우였던 히가시데 마사히로를 만나서 사랑이라 믿었지만 남자는 자신을 그저 우연이라 여기는 듯함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 같은 말을 한다.
쏟아내는데 들어보면 자신의 이야기를 주인공 남자에게 하는 것 같다. 남자를 조롱하며, 비꼬며, 화내며, 평소에 하지 못하던 말들을 처음 본 남자에게는 막 하는 것이다.
이 영화 다음 해에 찍은 영화, 지난번에 올린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도 마치 자전적 이야기 같은 영화였는데 이 영화는 속마음을 꺼내보기로 해보자, 같은 느낌의 영화다.
처음 만난 남자와 걸으며 대화를 하는 에리카의 모습에서 이 영화의 감독은 하마구치처럼 우연과 운명에 대해서 대사를 통해 말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의 만남이지만 그 사이에서 사랑과 배신 그리고 만남과 이별이 일어난다. 이게 삶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