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중턱에 해무처럼 안개가 군집을 만들어 걸쳐있었다. 손을 뻗으면 꼭 만져질 것처럼 보이는 그런 구름 같은 안개였다. 비가 많이 오는데 할머니는 개울 건너 밭에 갔다 온다며 나갔다.

비닐로 된 우비가 있는데 답답하다며 우산 하나를 들고 밭으로 갔다. 할머니가 나가고 천둥이 치고 비가 억세게 퍼부었다. 마루에 앉아 비가 쏟아지는 외가의 마당을 보고 있는데 또 천둥이 쳤다.

할머니는 언제 오나. 금방 온다고 했는데. 콰쾅하며 천둥이 주는 두려움에 잠시 귀를 막았다. 비가 퍼붓는데 안개가 낀 저 산은 비에 젖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비가 조금만 내렸다면 지금 개울에 가서 가재를 잡을 수 있을 텐데. 할 수 있는 건 쪼그리고 앉아서 천둥소리에 귀를 막아가며 할머니가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때 또 천둥이 쳤다. 이번 천둥은 너무 무서웠다.

나는 무릎을 감싸 쥐고 그 사이에 고개를 파 묻었다. 쿠쿵하는 소리가 세상을 부숴버릴 것처럼 들렸다. 낮인데도 날이 어둡고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심하게 들렸다. 그때 오전 일찍 나갔던 할머니가 들어오셨다. 할머니는 우산을 들고나갔지만 홀딱 젖었다. 비를 맞아서 머리가 얼굴에 다 붙었다.

나는 할머니 하며 할머니에게 달려가 안겼다. 할머니는 내 옷 젖는다며 나를 떼어놓고는 우리 똥강아지 밥 묵으야지,라고 하며 주방으로 된장국을 끓였다.

나는 네 살인가, 그때 시퍼런 가난의 서슬 때문에 집을 떠나 할머니 손에서 1, 2년 정도 지냈다. 매일 밤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고 불고 했었다고 한다.

그래도 할머니가 감자와 깍두기가 들어간 된장국을 해 주면 씩씩하게 먹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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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만큼은 아니지만 흥미롭다. 감독이 머리가 좋은 것 같다. 같은 장르를 고집해서 후속작을 만들어서 망하느니 장르번경으로 볼거리를 더 많게 만들자, 뭐 이런 의도가 있어 보인다.

1편이 호러였다면 메간 2.0은 판타지액션코믹드라마다. 호러에서 180도 장르가 변경이 되었다. 메간은 이런저런 이유로 옳은 일을 하려 하고, 그건 케이디를 지켜준다는 명목하에 착한 인공지능이 되어서 젬마와 공조까지 한다.

이 영화는 수많은 인공지능 영화 중에서 주 골자는 오래전 윌 스미스의 아이 로봇을 가져오지 않았나 싶다. 아멜리아가 중앙 컴퓨터 같은 곳에 접속해서 모든 통제를 하여 인간 사회를 어쩌구 하는 설정.

하지만 이 영화의 전체 플롯은 터미네이터 2의 설정이고, 사탄의 인형, 어벤져스 등을 오마주 했다. 아바타의 대사도 나온다.

거기에 메간은 블루투스 같은 것으로 젬마와 한 몸이 되어서 액션을 펼치는데 이는 2018년 업그레이드의 설정과 사이버 펑크 같은 스타일이 보였다.

코믹하게 그려진 부분도 있다. 젬마가 기절을 했을 때 메간이 인공지능으로 젬마를 움직여 액션을 하는데 이는 마치 죽은 시체를 움직이게 하는 모습이라 코믹호러의 부분이 엿보였다.

게다가 메간이 케이디가 잡혀가서 풀 죽어 있을 때 이런 대사를 한다. [내가 뭘 봤는지 말해줄게. 난 네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천장을 응시하며, 케이디의 미래가 어떨지 고민하는 걸 봤어. 갓 구운 사워도우로 직접 만든 점심을 싸는 걸 봤어. 젬마 넌 케이디가 숙제하는 걸 도왔어. 항상 싸움으로 끝났지만. 그리고 매일 밤 네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나는 네가 케이디가 자는 걸 지켜보는 걸 봤어. 그리고 다음 두 시간 동안 청소년 심리학, 교정용 신발, 그리고 너무 많은 설탕의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검색하는 걸 봤어. 젬마, 죄책감을 느끼거나 네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실패가 아니야. 그건 일의 일부야. 그걸 엄마가 되는 거라고 하는 거야]라고 위로하는 대사는 마치 우영우에서

[너는 나한테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주고 동기들이 날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해, 지금도 너는 내 물병을 열어주고, 다음에 구내식당에 또 김밥이 나오면 나한테 알려주겠다고 해.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라는 대사와 뭐가 달라? 우리 금쪽이 메간이 잘 자라서 젬마까지 토닥여 준다.

또 다른 인공지능 아멜리아로 나오는 이반나 사호노는 얼굴 그대로 나오는데, 메간은 두 명의 메간이 연기를 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메간은 죽통이 날아가고 얼굴이 깨지고 엉망진창이 된다. 메간은 메간 같은데 아멜리아는 인간처럼 보인다.

3편이 나올 텐데 장르 번경일까? 케이디는 점점 큰다. 1년이 다르게 자란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어린이 레나 공주 할 때도 얼마 전인 거 같은데 메간 2.0에서 이미 훌쩍 다 커버린 것 같다. 3편이 나온다면 숙녀가 되어 있을 듯. 이번에 나온 기묘한 이야기 5의 일레븐이 완전 성인이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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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재미있다, 확실하게 재미를 준다. 77년 작품인데 자본이 엄청나게 들어갔다는 걸 알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오가며 사건을 파헤쳐 나간다.

시간의 시작은 도쿄 아카사카의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가슴에 칼을 맞고 죽은 흑인 조니가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니는 죽기 전에 [스토우하]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냈고, 사이조 야소라는 오래된 시인의 낡은 시집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단서로 잡고 수사가 시작된다.

조니가 칼에 찔려 죽은 비슷한 시각에 한 여성이 폭우 속에서 뺑소니 사고를 당하는데 운전자는 당황하여 여자를 차에 싣고 바다에 버리게 된다.

뺑소니 사고를 낸 당사자는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야스기 쿄코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국회의원.

쿄코는 아들 쿄헤이가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해서 은폐하고자 미국으로 보내게 되고, 형사로 분한 마츠다 유사쿠가 뉴욕 형사와 공조로 범인을 찾아가는데 죽은 사람들이 전부 얽혀 있는 묘한 사건이다. 이 중심에는 야스기 쿄코가 있고, 형사 마츠다 유사쿠의 어린 시절과도 관련이 있다.

영화는 몰입도가 대단하다. 잘 만들었다. 이 이야기는 수사극이지만 사실 일본의 내면을 피부를 벗기듯 들여다본 영화다.

전후 30년이 지났지만 아직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아프고 슬픈 이야기가 있다. 미국에 패망하여 미군들은 일본 사람들을 장난감 다루듯 다뤘다. 그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태어난 아이들이 많았다.

마츠다 유사쿠와 공조하는 미국 형사로 조지 케네디가 나온다. 조지 케네디는 총알 탄 사나이에서 넬슨 아저씨와 합을 맞춘 배우다.

마츠다 유사쿠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마츠다 유사쿠는 7, 80년대 일본의 아이콘 같은 배우였다. 특히 [탐정 이야기]에서의 스타일은 일본인들에게 각인이 되어 버려 마츠다 유사쿠를 그대로 옮긴 캐릭터가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다. 그 머리며 스타일을 그대로 옮겨 캐릭터로 탄생시킬 만든 사랑받는 배우였다.

하지만 마츠다 유사쿠는 사랑받기까지 엄청난 고역을 넘겨야 했다. 마츠다 유사쿠의 또 다른 이름이 김우작, 바로 한국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쌍꺼풀 수술을 하고 푸는 비용이 없어서 집에서 혼자 풀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마츠다 유사쿠는 블랙 레인 등 굵직하고 개성이 강한 연기를 했는데 40살에 죽고 만다. 그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 역시 일본에서 잘 나가는 배우다. 마츠다 류헤이와 마츠다 쇼타가 아들들이다. 류헤이와 쇼타는 한국인의 피가 4분의 1 정도 섞인 일본인이다.

인간의 증명 이 영화에는 수사의 재미와 함께 뉴욕 시내에서의 카체이싱까지 볼거리까지 다양하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전부 나쁜데, 또 착했다. 또는 지금은 착한데 예전에는 악마 같은 짓을 했다.

제목이 왜 인간의 증명인가 하는 의미를 영화를 보고 나면 한 번 곱씹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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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배우나 잘 생긴 배우가 나오지 않는다.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실수로 뭉친 인간이 실수를 가리기 위해서 점점 더 구렁텅이로 들어가다가 결국 파국을 맞이하는 아주 무서운 영화다.

그렇다고 해서 귀신이 나오거나, 괴물이 나오는 건 아니다. 인간이다. 인간이 판단을 잘 못하고 흐려졌을 때, 그때 선택을 잘못하게 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보여준다.

헤수스와 마리아 부부는 나이가 많지만 아기를 갖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늘 실패했는데 마지막 아기를 갖게 되고 노산이지만 건강한 아이를 낳는다.

마리아는 너무나 기쁘다. 헤수스는 이 기쁨을 키페 테이블을 구입해서 집에 놓으려고 한다. 하지만 마리아의 눈에는 전혀 예쁘지도 않고 튼튼하지도 않을 테이블을 왜 구하려는지 모른다.

헤수스는 우기고 우겨 그 테이블을 구입한다. 주인도 애물단지 같았던 테이블을 팔아 치워서 아주 기분이 좋다. 헤수스가 이렇게 고집을 피우는 이유는 마리아가 혼자서 출산 과정의 모든 것을 의논 없이 결정하고 아기를 낳은 것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

무시받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마리아는 장을 봐 올 테니 아기를 돌보고 있으라고 한다. 헤수스는 아기와 둘만 남게 된다. 울어서 아기를 안아 본다.

달래면서 걸음을 옮기는데 커피 테이블에 걸려 넘어지는데, 점원이 절대 깨질 리 없다는 유리 테이블이 와장창 깨지면서 헤수스의 손이 찢어진다.

그러나 비극은 그게 아니었다. 찢어진 건 헤수스의 손만이 아니었다. 아기의 머리가 유리에 잘려 나가 버린 것이다. 이때부터 헤수스는 절망에 가까운 온갖 생각을 하게 된다.

마리아가 들어오기 전에 피를 닦고 아기의 몸은 아기 방 침대에 눕히고, 옆 집으로 가서 청소용품을 빌린다. 아직 모르는 마리아가 들어오고 절대 깨질 리 없다던 테이블이 깨졌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유리의 안전도 확인하지 않는 자신의 잘못도 점점 이상한 쪽으로 몰고 간다. 그러면서 헤수스의 동생 커플이 집으로 오면서 일은 상상 그 이상으로 치닫는다.

이 영화는 인간의 더럽고 비참한 본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기 덕분에 겨우 실낱같이 붙어있던 사랑이 깨지면서 서로에 대한 비하와 조롱, 그리고 싸움은 점점 더 거세게 치닫는다.

헤수스의 내면이 드러나면서 금이 가 버린 가족이 파괴되면서 결국 파국을 맞이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옆집에 사는 여자 꼬마의 망상과 강아지의 연기까지 이 영화는 뭐야? 하면서 보다가 끝까지 몰입해서 보게 된다.

그러나 성선설을 부인한 듯한 인간 내면에 대해서 보는 내내 고통스럽고 기괴하다. 스페인 특유의 블랙코미디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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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을 하는데 꽃잎이 이렇게 떨어져 있기에 사진을 찍어 머리카락을 그려봤다. 매일 행복할 수는 없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일어난다고,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곰이 한 말이다. 어제오늘은 25도에 바람이 많이 불어 덥지가 않았다. 낮에도 에어컨 틀지 않고 보냈다. 그래도 조깅을 하니 땀이 비처럼 흘렀다. 겨울에는 조깅하는 사람이 드문데 더운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조깅을 한다. 모두가 심장에 적당한 무리를 줘야 한다는 걸 아는 모양이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핫도그야ㅋㅋ.

핫도그를 먹으며 난 알아요를 들으니 옛날 생각이 나네

난 알아요 잉그리 버전이 여름에 잘 어울리는 너낌 https://youtu.be/JKK0UEu4Q5g?si=-EpL6z3LJto4bjyR



덥죠? 에이스 크래커와 함께 시원한 일요일 보내세요.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이불 뒤집어쓰고 보세요.

https://youtu.be/suOkkWWQQHA?si=Pjan4TsFkYMIov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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