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발칙한 상상력으로 스릴러를 이어가는 이야기가 꽤나 재미있다. 안경을 쓰면 사람의 머리 위에 붉은 띠가 보인다. 각각 머리 위 숫자가 다른 건 그 사람이 지금까지 관계를 가진 사람의 수다. 그리고 서로 관계를 이어가는 사이는 붉은 띠가 서로 연결이 되는 게 보인다.

그러나 이 안경을 쓰면 이걸 가지고 협박도 하게 되고, 점점 자신도 그동안 숨어있던 자신감 내지는 성적 욕망이 끓어 올라 파멸에 이르게 된다. 문제는 자신만 파멸이 되는 게 아니라 주위까지 파멸이 된다.

그러나 주인공 아린은 날 때부터 사람들의 에스라인을 볼 수 있었다. 에스, 즉 섹스 라인이 애초에 보이는 사람과 안경을 쓰면 보이는 사람들이 펼쳐가는 스릴러다. 요컨대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날 때부터 보이지 않는 인간과 느닷없이 앞이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의 차이 정도를 떠올리면 될까?

또 다른 주인공 형사로 나오는 이수혁은, 용의자고 경찰직원이고 여자들은 다 꼬셔 버리는 통에 아마 극에 나오는 사람들 중에 머리 위에 붉은 띠가 가장 많다.

조카와 같이 사는 이수혁은 조카가 왕따를 당하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여학생이었는데 그만 안경을 손에 넣어서 쓴 뒤 같은 반 애와 불륜을 저지르는 국어 선생님을 협박하기 시작하다가 죽임을 당하고 만다.

수사를 하던 이수혁은 같은 반 친구 아린을 만나서 안경에 대해서 듣는다. 하지만 믿을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쇄살인의 흔적을 찾아가면 그러지 말아야 했던 사람들이 살인을 하거나 죽고 만다.

그러다 그 안경을 이수혁이 쓰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엄청나고 기기괴괴한 모습을.

3화에서는 좀 충격적인 내용이 펼쳐진다. 불륜을 저지르는 매형의 불륜녀를 찾아낸다. 물론 그 안경을 쓰고. 매형은 여봐란듯이 누나와 조카와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 안에서 불륜녀와 바람을 피웠다. 매형이 출장이라며 호텔에서 불륜녀와 함께 있는데 찾아가서 난리를 피운다. 그러자 매형은 알았다, 오늘부로 끝낼게. 그다음 날 생각지도 못한 충격적인 결말이 일어난다.

흥미가 진진하다. 고등학생들도 붉은 띠가 한 두 개씩 있다. 전부 한 두 명씩은 관계를 가진, 또는 가지고 있는 상대가 있다. 물론 모솔도 있다. 에스라인이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중에 담임으로 나오는 이다희가 그렇다. 담임의 머리 위에는 에스라인이 없다. 하지만 이 극에 나오는 모든 이물이 예사롭지 않다.

요즘 한국 드라마 시리즈는 정말 재미있다. 근데 대체로 미스터리 스릴러다. 거기에 판타지가 껴 있다. 일본에서는 곧 유괴의 날도 리메이크 판이 나오고, 신하균 주연의 괴물도 리메이크가 되어 나온다. 아무튼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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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드가 없던 예전에 인스타그램 나의 팔로워들은 대부분 책이나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고 서로가 서로의 글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이 사람들 생각이나 상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현실에서 조금 동떨어져 있는 기분과 지극히 현실적이라, 그래서 비현실적이었던 기분이 동시에 들었다.


그래서 팔로워들의 글로 2년에 걸쳐 소식지와 문예지를 만들어 본 적이 있었다. 내 나름대로 엄선해서 프로필과 글을 싣고, 편집을 해서 프린트를 했다. 프린트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좋은 종이, 인화지에 해 버렸다.


그리고 참여한 작가들에게 보내주었다. 공책이나 노트에 넣어두고 펼칠 때 꺼내서 한 번씩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만드는 내 쪽에서는 귀찮고 조금 힘들었지만 죽 할 수 있었는데 코비드 시기가 닥치더니.


작가들아 요즘도 열심히 글 잘 쓰고 있지? 재미있게 인스타생활을 했던 언제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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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임의 영화음악 1994년 9월 16일 방송을 들으니 화기소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시절에는 하이텔과 나우누리로 사연을 받거나, 편지나 엽서로 사연을 받아서 정은임 아나운서가 소개를 했다.


화기소림은 마지막 홍콩의 자존심 같은 SF판타지 영화일지도 모른다. 고작 원숭이 재천대성의 이야기로 남자들의 마음을 후벼 파서 눈물샘을 터트려버린 선리기연과 월광보합에서 사랑의 기한을 만년으로 해버린 유진위 감독의 재능이 발휘된 마지막 영화가 [화기소림]이 아닌가 싶다.


홍콩은 몇 해 뒤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뒤숭숭했다. 미국의 특수요원인 주윤발이 개화기의 소림사에 들어가서 초능력을 지닌 오천련을 만나고 사랑을 느끼게 되는 판타지 로맨틱 액션 코미디 영화다. 영화에서 할 수 장르는 다 했다. 그런데 영화는 내내 기분이 좋고 흐뭇하다. https://youtu.be/30QhHkym5TA?si


그건 아마도 오천련은 예쁘고, 주윤발은 밝고 특유의 웃음으로 영화 속 어떤 어려움도 유머로 넘기기 때문이다.


미국인 3세인 주윤발은 오천련의 초능력에 처음에는 놀라지만 오천련의 초능력은 어떤 누군가(주윤발)를 통해서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두 사람은 집중을 한다. 그런 영화다.


주윤발은 자신의 오른손을 크게 만들고 싶다고 하고 오천련에게 집중을 하라고 한다. 그런데 잘못 집중해서 주윤발의 배가 볼록하게 나온다. 그런 영화다.


그리고 집중을 했을 때 정말 주먹이 커진다. 두 사람도, 두 사람을 지켜보던 소림사 꼬마 승 청량도 신기해한다. 그런 영화다.


한 겨울의 삭막한 소림사에 꽃을 피워달라고 해서 두 사람을 또 집중을 하고 꽃은 주윤발의 머리에, 청량의 온몸에 피어난다. 그런 영화다.


오천련은 초능력 때문에 소림사의 한 방에 갇혀있었는데 주윤발이 몰래 빼냈기 때문에 스님들에게 들켜 도망을 가다가 두 사람은 이티의 그 장면처럼 달리다가 하늘을 날아간다. 그런 영화다.

몹시 허황되고 당황스러울 것 같지만 이해되고 그래서 아주 사랑스럽고 기분 좋은 영화다. 주윤발은 오천련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게 되고 책 상해탄의 찢어진 부분처럼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약속했지만 정부에 의해 두 사람을 헤어지게 된다.


기차는 떠나고 이때부터 주윤발이 눈물을 흘린다. 주윤발이 운다. 주윤발이 울음을 터트릴 때 잘 참았던 사람들도 울게 된다.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영화다. 주윤발 오천련식 로맨스 영화다. 액션이나 코미디는 사랑을 위해 존재하는 영화적 허용의 한 부분일 뿐이다.


지켜주는 사랑, 옆에 같이 있어 주는 사랑, 약속을 지키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말도 안 되는 영화. 그래서 행복한 영화.


90년대를 이를 악 물고 열심히 살아 낸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줬던 영화. 촌스러워서 사랑스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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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터가 부활했다. 안 볼 수가 없다. 덱스터 이제 그만 우려 먹지 했는데, 재미있다. 1화가 공개되었는데 다른 미드들처럼 전개가 느리게 가지 않는다.

1화에 덱스터가 깨어나고, 뉴욕의 호텔에서 직원으로 일을 하던 아들 헤리슨이 성범죄를 들키지 않고 저지르는 놈을 9조각을 내버린다. 시간이 촉박해서 토막 낸 시체조각들을 그만 호텔 쓰레기를 버리는 곳에 버리고 쓰레기차가 수거해 가서 경찰들이 알게 된다.

덱스터는 이전 시리즈에서 총을 맞고 죽었으나 다시 깨어난다. 그리고 덱스터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인 죽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20년이 흘러 덱스터는 늙었으나 환영으로 나타나는 예전의 주역들인 그 당시 죽은 그 상태의 나이로 나온다. 그게 별거 아닌데 고증이 잘 되었네, 하는 생각이 든다.

1화에 우마서먼이 나오면서 극의 흐름을 긴장시키며 끝난다. 예고편을 보니 출연진이 꽤나 화려하다.

덱스터 시리즈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법망을 피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아주 더러운 죄를 짓지만 법꾸라지들처럼 요리조리 피해서 잘 먹고 잘 사는 놈들을 아주 치밀한 계획하게 잡아서 토막을 내서 죽여 버리기 때문이다.

법의학을 전공한 덱스터이기 때문에 사람을 토막 낼 때 피가 어디로 어떻게 튀는 방향까지 계산을 해서 피를 쪽 뽑아낸 다음 죽여서 더 이상 죄를 짓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 모습에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덱스터 시리즈에 유명한 배우들도 와장창 나왔다. 톰 행크스 아들도 나오고, 슈퍼맨이었던 브랜든 루스의 아내 커트니 포드도 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예쁜 여성으로 뽑히기도 했는데 미모가 빛을 발할 때 덱스터 시리즈에 나왔다. 그리고 옷을 훌러덩 벗고 야스 신도 찍었다.

덱스터 시리즈에는 고어스러운 장면과 청불 장면도 많다. 바로 이전 시리즈에서는 연쇄살인마가 여성들만 잡아 죽이고 상반신을 박제를 해서 자신의 지하에 컬렉션까지 만들었다. 그러다가 덱스터와 아들에게 잡혀 9조각으로 토막이 났다.

아무튼 덱스터 시리즈는 나오면 봐야지. 오겜은 좀 실망했지만 덱스터는 시작부터 아주 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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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7-24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력덩어리 덱스터 욕쟁이 동생은 안 나오죠?
덱스터 외에도 조연급들이 전부 매력적이었죠. fuck을 입에 달고 사는 욕쟁이 동생, 데드캠프1 에 나온 말라깽이 형사, 섹드립 동양계 대머리, 남미계 형사와 반장....
다시 정주행 한번 해야 할까 봐요.

교관 2025-07-25 14:30   좋아요 0 | URL
1화에는 데브라는 안 나오더라구요.
두 사람은 실제로 결혼까지 했었는데 이혼 후에 어찌될지 ㅋㅋㅋ 덱스터는 네레이션 부분도 아주 좋은 거 같아요.
덱스터 시리즈 정주행 두 번 했는데 ㅋㅋㅋ 재미있었어요.
덱스터 청년기 시절 시리즈도 재미있었고 ㅋ 이번 시리즈도 꽤나 기대가 됩니다.
 


산 중턱에 해무처럼 안개가 군집을 만들어 걸쳐있었다. 손을 뻗으면 꼭 만져질 것처럼 보이는 그런 구름 같은 안개였다. 비가 많이 오는데 할머니는 개울 건너 밭에 갔다 온다며 나갔다.

비닐로 된 우비가 있는데 답답하다며 우산 하나를 들고 밭으로 갔다. 할머니가 나가고 천둥이 치고 비가 억세게 퍼부었다. 마루에 앉아 비가 쏟아지는 외가의 마당을 보고 있는데 또 천둥이 쳤다.

할머니는 언제 오나. 금방 온다고 했는데. 콰쾅하며 천둥이 주는 두려움에 잠시 귀를 막았다. 비가 퍼붓는데 안개가 낀 저 산은 비에 젖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비가 조금만 내렸다면 지금 개울에 가서 가재를 잡을 수 있을 텐데. 할 수 있는 건 쪼그리고 앉아서 천둥소리에 귀를 막아가며 할머니가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때 또 천둥이 쳤다. 이번 천둥은 너무 무서웠다.

나는 무릎을 감싸 쥐고 그 사이에 고개를 파 묻었다. 쿠쿵하는 소리가 세상을 부숴버릴 것처럼 들렸다. 낮인데도 날이 어둡고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심하게 들렸다. 그때 오전 일찍 나갔던 할머니가 들어오셨다. 할머니는 우산을 들고나갔지만 홀딱 젖었다. 비를 맞아서 머리가 얼굴에 다 붙었다.

나는 할머니 하며 할머니에게 달려가 안겼다. 할머니는 내 옷 젖는다며 나를 떼어놓고는 우리 똥강아지 밥 묵으야지,라고 하며 주방으로 된장국을 끓였다.

나는 네 살인가, 그때 시퍼런 가난의 서슬 때문에 집을 떠나 할머니 손에서 1, 2년 정도 지냈다. 매일 밤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고 불고 했었다고 한다.

그래도 할머니가 감자와 깍두기가 들어간 된장국을 해 주면 씩씩하게 먹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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