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임의 영화음악 1994년 9월 16일 방송을 들으니 화기소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시절에는 하이텔과 나우누리로 사연을 받거나, 편지나 엽서로 사연을 받아서 정은임 아나운서가 소개를 했다.
화기소림은 마지막 홍콩의 자존심 같은 SF판타지 영화일지도 모른다. 고작 원숭이 재천대성의 이야기로 남자들의 마음을 후벼 파서 눈물샘을 터트려버린 선리기연과 월광보합에서 사랑의 기한을 만년으로 해버린 유진위 감독의 재능이 발휘된 마지막 영화가 [화기소림]이 아닌가 싶다.
홍콩은 몇 해 뒤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뒤숭숭했다. 미국의 특수요원인 주윤발이 개화기의 소림사에 들어가서 초능력을 지닌 오천련을 만나고 사랑을 느끼게 되는 판타지 로맨틱 액션 코미디 영화다. 영화에서 할 수 장르는 다 했다. 그런데 영화는 내내 기분이 좋고 흐뭇하다. https://youtu.be/30QhHkym5TA?si
그건 아마도 오천련은 예쁘고, 주윤발은 밝고 특유의 웃음으로 영화 속 어떤 어려움도 유머로 넘기기 때문이다.
미국인 3세인 주윤발은 오천련의 초능력에 처음에는 놀라지만 오천련의 초능력은 어떤 누군가(주윤발)를 통해서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두 사람은 집중을 한다. 그런 영화다.
주윤발은 자신의 오른손을 크게 만들고 싶다고 하고 오천련에게 집중을 하라고 한다. 그런데 잘못 집중해서 주윤발의 배가 볼록하게 나온다. 그런 영화다.
그리고 집중을 했을 때 정말 주먹이 커진다. 두 사람도, 두 사람을 지켜보던 소림사 꼬마 승 청량도 신기해한다. 그런 영화다.
한 겨울의 삭막한 소림사에 꽃을 피워달라고 해서 두 사람을 또 집중을 하고 꽃은 주윤발의 머리에, 청량의 온몸에 피어난다. 그런 영화다.
오천련은 초능력 때문에 소림사의 한 방에 갇혀있었는데 주윤발이 몰래 빼냈기 때문에 스님들에게 들켜 도망을 가다가 두 사람은 이티의 그 장면처럼 달리다가 하늘을 날아간다. 그런 영화다.


몹시 허황되고 당황스러울 것 같지만 이해되고 그래서 아주 사랑스럽고 기분 좋은 영화다. 주윤발은 오천련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게 되고 책 상해탄의 찢어진 부분처럼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약속했지만 정부에 의해 두 사람을 헤어지게 된다.
기차는 떠나고 이때부터 주윤발이 눈물을 흘린다. 주윤발이 운다. 주윤발이 울음을 터트릴 때 잘 참았던 사람들도 울게 된다.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영화다. 주윤발 오천련식 로맨스 영화다. 액션이나 코미디는 사랑을 위해 존재하는 영화적 허용의 한 부분일 뿐이다.
지켜주는 사랑, 옆에 같이 있어 주는 사랑, 약속을 지키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말도 안 되는 영화. 그래서 행복한 영화.
90년대를 이를 악 물고 열심히 살아 낸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줬던 영화. 촌스러워서 사랑스러운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