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초토화는 미국식 코미디 막장 더러운 액션 시리즈다. 제목이 초토화지만 원제는 ‘술에 똥이 된’ 뭐 이런 의미니까 대충 취해서 임수를 완수하는 특수부대원들의 이야기다.

보면 알겠지만 절대 다 컸다고 해서 성인이 된 아이들과 봐서도 안 되며, 부부끼리도 보면 남편이 좀 그럴 걸. 미국식 총기 액션과 미국식 코미디를 좋아한다면 그냥 친구 하고 같이 보거나 혼자서 보기 바람.

이 시리즈는 행오버, 에이 특공대, 분노의 질주, 예전의 폴리스 아카데미를 다 섞어 놓은 듯한 조합과 전개를 보여준다.

전술핵인지 라스베이거스에 터지려는 걸 막아낸 특수부대원은 대통령의 축전도 받고 그날 밤 거기서 미친 듯이 술과 약에 취한다. 분노의 질주처럼 특수부대원들은 여자 남자 섞여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약은 다 나온다. 1, 2화만 보더라도 남녀 헐벗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깨알딱 헐벗고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난잡하기로 소문난 라스베이거스의 클럽에서 아무튼 미친 듯이 논다. 그런데 처리가 끝난 전술핵 폭탄이 그게 가짜였던 것이다. 그래서 7시간 안에 다시 핵폭탄을 멈추는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데

특수부대원들이 전부 술과 약에 취해 헬리콥터를 조종하는데 옆에 괴물이 나타나는 환각이 보여서 괴물과 싸우고, 술을 너무 마신 에이바는 물병에 소변을 보고 그 소변이 하하하

뭐 그런 미국식 코미디가 펼쳐지는 가운데 도심지에서 카 체이싱을 하며 미사일도 쏘아댄다. 이야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돈은 엄청 쏟아부었다.

이게 보면 정말 병맛이라 어라? 크크큭 하는데 7시간 임부를 8부작으로 늘려놔서 뭐야? 이건? 하는 부분이 있다. 두 시간짜리로 딱 맞는 내용인데 50분씩 8부작이라니. 하지만 나는 하하하 하며 재미있게 웃으며 봤다.

암튼 엄청 섹시한 여자 남자들이 나오는데 헐벗는 장면도 많고 더러운 장면도 많다. 뇌를 깨끗하게 비우고 보면 그냥저냥 볼만한 초토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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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동차가 자동차를 백만 대 파는 것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 쥬라기파크로 벌어들인 수익이 훨씬 더 많다. 문화가 경제적으로도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안 그래도 겨울의 분위기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전혀 없는 요즘 날까지 봄날이라 겨울의 기분은 전혀 나지 않았다. 힘을 짜내 캐럴을 틀어 보지만 역시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기간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면 그건 서글픈 일이다.

영화가 일 년에 세계적으로 쳔 편 이상 나오는 이유가 있다. 영화는 위대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하지 못하는 일, 시간이나 역사도 하지 못하는 일을 영화는 하기도 한다. 영화는 힘을 가지고 있다.

뉴스나 기사로 접하는 사실보다 영화로 각색되어서 접하면 그 사실을 몸으로 흡수할 수 있다. 사회적 운동에 동참하는 계기도 된다. 이번 서울의 봄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영화의 힘을, 영화의 역할을, 영화가 우리에게 하는 말을.

그런데 크리스마스에 관한 영화를 봐도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낄 수 없다. 이건 좀 뭔가 잘못된 일이다. 12월만 되면 보는 폴라 익스프레스를 올해도 봤다. 하지만 오늘 이전까지는 폴라 익스프레스를 보며 잔뜩 크리스마스를 느꼈는데 오늘은 별로 감흥이 없다.

나이가 든 어른이 아니라 늙은 어른이 된 것일까. 폴라 익스프레스에는 내용 이외에도 재미있는 요소요소가 많다. 미스터리하게 죽어 버린 마빈 게이의 딸 노나 게이가 여자아이의 목소리를 냈고, 에어로 스미스도 노래를 부른다.

무지무지 큰 화면으로 보면 기차 타고 슝 갈 때 마치 청룡열차를 타는 기분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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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을 굽는데 토마토를 같이 넣어서 구웠다. 토마토는 기름에 튀겨지듯 구워졌다. 토마토를 한 입 먹으니 주욱 하고 토마토의 즙과 기름이 동시에 폭죽이 터지듯 터져 나온다. 쓰읍 할 만큼 즙이 나왔다. 그렇게 무슨 맛으로 먹냐? 같은 말을 하면 내 맘이야,라고 말하겠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내 맘이야 가사가 떠오른다. 한숨을 크게 쉬면 날이 밝아와 치마를 둘러 입고 나가볼 거야, 난 신문을 보며 눈이 뒤로 돌아가 내가 이루려던 꿈에 네가 깔리진 마, 날 행복하게 만든 거라면 난 마당에 나가 잡초나 뽑아야지 말 시키지 마. 정말 멋진 가사라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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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들만 들끓고 있으니 물이 깨끗할 리 없고 물이 더러우니 물을 마시고 배탈이 멈추는 날 역시 없다. 세상은 아름다운 곳인데 아름답게 볼 수 없는 내가 잘못된 것인지 세상이 잘못된 것인지 슬픈 걸 슬프다고 느끼지 못하는 내가 잘못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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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정작 한국인인데 한국어를 못한다는 게, 그게 문제다. 문제는 늘 가까이 있다. 문제가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 그것이 문제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에게 있지 우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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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말을 하루에 몇 번이나 할까. 아니 한 달에 몇 번, 일 년에 몇 번이나 할까. 평생 몇 번이나 할까. 사랑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건 사랑이라는 게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건 모른다. 사랑인 척할 뿐이다. 사랑이라는 건 본능 같은 것으로 강아지가 주인을 향한 맹목적인 그 설명할 수 없는 그것이 사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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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날을 벌리고 봄이 들어왔다. 12월인데 마치 4월의 봄날 같다. 아지랑이의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고 부옇고 봄눈이 내릴 것 같은 날이다. 사람들의 옷들도 얇아졌다. 패딩을 입고 다니면 더울 날이다. 겨울이 이렇게 따뜻한 건 필시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요컨대 오래전에 지구에 들어온 외계인들이 더 이상 지구의 온도에 적응하기 힘들어서 자전공전 해수 같은 것들을 변화시킨다거나. 이건 피시 초자연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세상에 없는 빛의 굴절이라든가 말이다. 초자연적인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나 역시 초자연적인 현상을 한 번 겪었다. 학창 시절이었다. 다락방이었다. 작은 불빛에 의지한 채 앉아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파리가 불빛의 밑, 다락방 벽에 붙었다. 나와 파리의 거리는 1미터도 채 되지 않았다. 나는 멍하게 파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파리를 보는데 뭐랄까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었다. 마치 나의 존재가 나의 몸에서 분리되어 우주로 떠 내려가는 듯한 기분. 나는 한 동안 꿈쩍도 하지 않고 파리를 쳐다보았다. 가만히, 전혀 미동 없이, 나는 내가 돌이 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심장만 미약하게 뛰었고 나머지 모든 세포는 멈추었다. 사실은 그 정도로 꼼짝 않고 파리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 20분쯤이었을까. 파리가 느닷없이 밑으로 뚝 떨어졌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일일까. 나는 그때 초자연적인 현상이 있다는 걸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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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없어서 인형과 친구가 되기로 했다. 인형의 주머니에는 쪽지가 있었다. 그 쪽지에는 이상한 글들이 있었다. 나는 그 글들을 읽었다. 그 뒤로 나는 슬래피와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슬래피는 나 이외에 친구를 많이 만들고 싶어 했다. 슬래피는 까끔 무서운 얼굴을 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다른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 슬래피는 질투를 하고 화를 냈다. 슬래피는 친구를 많이 가지려고 하면서 나는 친구가 슬래피 이외에 더 있으면 안 된다. 나와 친해지는 친구들은 전부 슬래피가 인형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쪽지에 적힌 주문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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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의 탕에 몸을 담그고 얼굴에 땀이 흐를 때까지 참고 있는 것이 너무나 싫었을 어린 시절, 겨울이 되면 일주일에 한 번은 아버지와 동네 목욕탕에 갔다. 평일의 남탕은 한산하지만 토요일 저녁의 목욕탕은 분주했다. 계산을 하고 남탕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쏟아지는 목욕탕의 수증기 냄새가 먼저 반긴다.


목욕탕이 아니면 맡을 수 없는 수증기만의 냄새가 있다. 남탕에도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어색하고 초라하지만 작은 장식이 들어서곤 했다. 목욕탕에서 아버지의 등을 밀고 있노라면 신이 나서 더욱 손에 힘을 줬다. 아버지는 잘 민다며, 이제 다 컸네 같은 소리가 듣기 좋아서 양손으로 아버지의 등을 있는 힘껏 밀었다. 뜨거운 탕에는 정말 들어가기 싫었다.


발가락 하나만 넣어도 꼭 누가 때리는 것 같아서 탕 안에 몸을 담그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뜨거운 탕에 몸을 담그는 것이 좋아졌다. 그때는 이미 아버지는 곁에 없고 떠나고 난 후였다. 아버지는 나를 먼저 씻긴 다음 내 보냈다. 팬티를 입고 내복을 입고 있으면 그때부터 후끈후끈 몸이 덥다.


아버지는 수건을 돌돌 말아서 머리를 털어 주었다. 탁탁 털어주면 머리통이 얼얼할 정도였는데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아버지가 머리를 터는 동안 머리는 말라갔다. 아버지가 내내 머리를 털어 주다가 언젠가 동네 이발소에서 아버지를 따라 이발을 하고 이발소 아저씨가 수건을 머리를 털어 줬는데 머리가 몸에서 분리될 것만 같았다.


목욕탕에서 밖으로 나오는 그 순간이 아주 상쾌하고 좋았다. 맑고 쨍하고 날카로운 한기가 얼굴에 닿는 그 순간의 느낌이 괜찮다. 집에서 동네 목욕탕까지 걸어서 한 20분 정도 걸린다. 걸어서 오는 동안 나는 아버지에게 뭐라 뭐라 떠들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뭐가 신났는지 팔을 앞으로 뒤로 흔들며 20분 동안 걸어오는 그 길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도로와 학교의 담벼락, 전봇대, 작은 슈퍼. 이런 풍경을 생각하다 보면 가끔 꿈에 그 정경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게 집으로 오면 어머니가 저녁밥을 차리고 있다. 동생과 나는 저녁밥상 앞에 나란히 앉아서 밥을 먹었다. 겨울에는 마른 김에 밥을 싸 먹었다. 김이 혀에 딱 달라붙을 때 아버지는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떠 넣어 주었다. 네 가족이 조촐한 저녁밥을 먹으며 깊어가는 겨울밤을 따뜻하게 보냈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 몰라도 하하 호호 즐거웠다. 그때의 추억을 연료로 조금씩 연소시키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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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싶을 때 시끄러움 속으로 들어간다 소음 속에서 나만의 하나의 소리를 찾는다. 소음공해는 시끄럽지만 소리는 마음을 고요하게 해 준다.

그것이 흐름이라는 거야. 그 흐름이라는 건 어느 지점을 통하고 나면 다시 되돌아올 수 없는 거야. 손을 쓸 수 없는 거야. 음악이 울리는 동안에는 어떻든 춤을 추는 거야. 의미 같은 건 애당초 없는 거야. 양사나이는 말했다.

거스턴의 그림, 커플인 배드가 세상에서 제일 로맨틱한 거 같애. 피곤에 찌들어 침대로 들어 사랑하는 이를 껴안고 잠이 들어.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더 사랑스러운 거 같아. 이불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잠이 들거나, 입술을 보며 피곤에 겨워 깜빡 잠들어 가면서 사랑한다고 속삭일 수 있잖아.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여러 이야기를 상상하게 돼. 로맨틱하면서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저 그림 속에 있어. 그래서 안타까워, 그래서 사랑스러워, 그래서 덜 불행해 보여.

약이 떨어졌다. 약을 먹어야 하는데, 약을 먹어야 할 텐데. 아픈 게 싫어서 아프기 전에 미리미리 약을 먹어야 하는데 약이 떨어졌다. 아파서 누워있는 것도 싫고, 아파서 모호한 정신으로 부옇게 보이는 세상도 싫어서 약을 먹어야 한다. 아무리 찾아도 약통에 약이 없다. 약이 떨어질 리가 없는데 약이 없다니. 이럴 때 무력감을 느낀다. 아픈 것과 다르게 무력감은 무럭무럭 자라서 생각을 갉아먹고 뇌를 씹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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