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는 1편이 제일 재미있었다. 거기서 벌레들이 군대 장갑차의 철판은 뜯지 못했다. 이 정도의 벌레들에게 지구인들이 망한다는 게 너무 말이 안 되는 거지. 물론 영화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외계 벌레들이 대책 없고, 작전 같은 거 없이 그저 지구를 침공하는 이야기는 너무 이상하다.


은하철도 999, 야마토, 하록선장을 만든 마츠모로 레이지가 예전에 슈퍼로봇 단가드 제작을 부탁받았을 때 이렇게 큰 로봇을 사람이 자판 같은 조종석에서 사람처럼 움직이게 한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아무리 만화지만 그런 식으로 만들면 안 된다고 거절했는데 스폰서인 장난감 회사가 막 머라고 해서 만들었는데 초반에 조종사가 되는 과정과 거대한 로봇에 올라타는 그 어려움을 만화에 녹여내서 욕만 잔뜩 들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게 맞는 거 아닌가 싶다.


꿈도 희망도 없었던 전설거인 이데온의 감독 토미노는 전쟁이 나면 아이도, 여자도 다 죽는다. 총알이나 미사일이 어린이나 여성을 피해 가지 않기 때문에 만화라도 정확하게 표현을 해야 한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벌레들이 지구침공하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고민을 해야 한다.


지구가 생겨나고 지금까지 전쟁이 끊어진 적이 없이 꾸준하게 하고 있는, 전쟁광이 인간이라는 종족이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빠르게 말살시킬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공포와 고통을 줄 수 있는지, 몇 백 년 아니 몇 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연구와 훈련을 하고 있는 종족이 인간이다.


지금 이스라엘과 하마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 외 여러 분쟁지역의 전쟁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시시때때로 한미군사훈련을 해서 북한이 바들바들한다. 팀스피리트를 처음 한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인데 그때 김정일이 난리 난리 개 난리였다. 각 나라의 군인들은 전쟁이 터지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전쟁이 나면 자국을 위해, 자국민을 위해 모두 다 쓸어버리겠다 같은 다짐 그 위의 욕망 내지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외계 벌레들이 대책 없이 지구를 침공하러 온다면 지구방위대에 전부 전멸(반이 사라지는), 궤멸(70% 이상)을 거쳐 소멸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콰이어트 플레이스 같은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벌레들은 대기권을 통과하는 순간 미사일과 고성능 전투기 편대에 의해 훈련받은 대로 소멸시킨다. 그 벌레들이 지상으로 내려오기는 것이 힘들지도 모른다.


설령 첫째 날처럼 지상으로 온다고 해도, 인간들은 개개인적으로 전쟁 내지는 결투, 싸움을 하지 못해 안달이 나았다. 요즘 권아솔 유튜브에서 보여주는 한일전 길거리 격투기를 보면 얻어터지는 한이 있어도, 맞아 죽더라도 상대방에게 달려든다. 그 기세가 무섭다. 얼굴의 만이 곤죽이 되어서 피가 낭자해도, 잘 걷지 못해도 달려든다. 그럴수록 전투력은 더 달아오른다. 인간이 나약한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시선을 돌려 유럽이나 미국 쪽으로 가면 개개인이 결투를 하고 싶어서 미쳐있다.


유튜브를 보면 치고받고 싸우지 않더라고 패미 반패미 싸우지, 레카들 싸우지, 전부 머리를 굴려 자기편을 만들어서 교묘하게 잘 도 싸운다. 하루도 빠짐없이 인간은 전쟁 중이다. 가족끼리도 싸우고, 건물주와 세입자가 싸운다. 사랑마저 전쟁 같은 사랑이다. 온통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벌레들이, 그것도 보지도 못하는 벌레들이 아무런 대책과 계획 없이 지구에 우르르 떨어진다 한들 인류가 타격은 입겠으나 그렇게 확 멸망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대 놓고 지구침공 영화를 만들 때에는 감독이 좀 더 고민을 해줬으면 한다. 고민이 힘들면 스폰을 왕창 받아서 두 시간 내내 터지고 찢고 박살 나고 날아가고 갈라지는 영상으로 채우든지. 그놈의 피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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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트란 안 홍의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린 파파야 향기, 씨클로,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상실의 시대까지 전부 재미있게 봤다.


그의 영화에는 그의 아내인 트란 누 엔케가 주인공으로 자주 나온다. 그린 파파야 향기에서 스무 살 무이는 그야말로 그림 속에서나 있을 법한 모습이어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씨클로에서는 나의 온 마음을 전부 끈적끈적 함으로 채웠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축축하고 남루한데 그게 너무 아름다웠다. 시인 양조위는 사랑하는 여자를 매춘을 시키고 여자는 시인의 순수한 사랑 때문에 매춘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게 그 당시에 너무 충격이면서 아름다웠다. 여기서도 감독의 아내 트란 누 엔케가 너무나 아름답게 나온다.


이병헌이 나온 영화 중에 이병헌이 악역으로 가장 무섭게 보였던 영화가 트란 안 홍의 ‘나는 비와 함께 간다’였다. 이병헌이 정말 무시무시하게 나왔다. 사람들은 똥망이라지만 나는 몇 번이나 볼 정도로 좋았다. 여기에서도 트란 누 엔케는 너무나 신비하게 나왔다. 상실의 시대도 좋았지.


그리고 이번 영화 ‘프렌치 수프’ 너무나 좋았다. 영화의 모든 대사가 소설 같아서 좋았고, 20년 넘게 한 여인과 요리를 대하는 그 태도가 좋았고, 우리 인생에 나처럼 모든 순간이 뜨거운 여름을 좋아하는 외제니가 좋았고, 악역이 없어서 좋았고, 사랑을 표현함에 서투르지만 잘하는 요리에 녹아내서 좋았고, 모든 요리에 설탕을 사용하지 않아 좋았고, 특별함이 아닌 무심하게 요리하는 모습이 나의 어머니의 모습 같아서 좋았고, 신은 물을 만들었고 인간은 술을 만들었다는 대사가 좋았다.


나는 여름이 좋아요, 아직도 한여름 같은데. 난 떠날 때도 여름일 거예요.


줄리엣 비노쉬가 이렇게 아름답고 예쁘게 보였던 영화가 있었을까. 그건 아마도 폭염의 여름을 내가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행복이란 가지고 있는 것을 열망하는 것을 보여 준, 요리 그 속을 벌리면 그 안에 사랑이 요렇게 몸을 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프렌치 수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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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io99 2024-08-11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어요. 영화 커뮤니티에 올리셔도 되겠어요.

교관 2024-08-12 17:03   좋아요 0 | URL
과찬이세요 ㅎㅎ 감사합니다
 

보이 킬스 월드

샘 레이미의 냄새가 많이 난다 했더니 제작에 샘 레이미가 참여를 했다. 그간 주조연급으로 영화에 등장했던 빌 스카스가드가 엄청난 근육질이 되어 주연으로 나와서 피의 복수극을 펼친다.

마블 영화 최초의 진 그레이였던 팜케 얀센이 복수극의 원흉으로 나오는데, 팜케 얀센도 얼굴에 의학적인 칼질로 인해 그렇게 수술을 한 비슷한 얼굴이 되었다. 맥 라이언도, 우리나라 신은경도 대체로 비슷한 얼굴처럼 보이는데 그런 수술.

주인공 보이의 어린 역은 무차별에 무지막지한 홈랜드의 아들, 커서 빌 스카스가드가 자신의 가족을 죽인 팜케 얀센을 찾아가면서 걸리적거리는 것들은 전부 자르고, 날리고, 박살 내는 피의 복수극이 펼쳐진다.

보이를 도와주는 또 다른 근육질 여성 준 27은 새로운 공포를 우리에게 안겨준 해피데스데이의 제시가 로테. 이 영화는 아주 고어하고 잔인한 장면이 끝없이 펼쳐지는데 이상하지만 B급.

기존의 세계관이 무너지고 존윅 같은 새로운 세계관이 생성되고, 그 안에서 인간사냥이 이루어지는데 이상하지만 B급. 액션이 굉장하고 꺾이고 잘리고 피가 낭자한데 이상하지만 B급이다.

마지막에 가면 죽이려고 했던 팜케 얀센이 자신의 어머니이고 기억이 조작되었다는 걸 알게 되는 보이. 그러나 어머니 역시 천하에 아주 나쁜 인간이어서 자신의 딸, 그리고 보이의 동생인 준 27에 의해 머리통에 구멍이 나면서 복수 아닌 복수가 끝나는 줄 알았는데

보이에게 생존 격투기를 가르쳐 준 스승이 실제 원수였던 것. 그러나 스승인 샤먼의 가족이 보이의 엄마인 팜케 얀센에게 가족을 전부 잃었던 것. 그래서 보이를 잡아와 기억을 조작하고 팜케 얀센을 죽이도록 훈련을 시켰지만 기억이 살아나 스승인 샤먼과 결투를 한다.

그 사이에서 준 27과 보이는 이 정도면 네 번 죽고도 남을 것 같은데 좀비처럼 일어나서 열심히 싸운다. 나는 준 27 역에 사마라 위빙이 캐스팅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제시카 로테가 되었네. 사마라 위빙의 미친년 연기가 빌 스카스가스와 합쳐지면 시너지 대박이었을 텐데 아깝다.

이 영화의 특징은 잔인하고 잔인하고 고어하고 고어한 자면이 가득 나오지만 B급이라는 것, 그래서 나쁘지 않다는 것, 액션도 화려하고 멋진데 역시 B급이라는 것, 그래서 좋다는 것. 무엇보다 이 영화에 남녀의 사랑이 전혀 없기 때문에 그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서사로만 본다면 보이는 너무나 딱하다. 사랑하는 동생 미나가 어릴 때 죽은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복수를 위해 매일 훈련만 하고, 언어를 잃어버려서 말을 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피 튀기며 싸운 준 27이 자신의 동생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빌 스카스가드의 그 큰 눈이 그 커질 때 몰입 되었다.

제목이 보이 킬스 월드인데, 여기서 보이는 보이의 이름이다. 이름이 보이다. 그래서 보이가 세상을 작살낸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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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하지? 책 어디서 어디까지 읽어봤어? 조깅을 하다가 몸을 푸는 곳이 있거든. 이 더운 날에도 꼭 그 자리에서 책을 보시는 어르신이 계셔.


자세가 딱 잡혔지? 책 읽기에 진심이셔. 이 더위도 책 읽는 건 막지 못한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계시지. 폭염이라고 해도 에어컨이 없는 건물 안이 덥지 야외의 그늘은 그렇게 막 미칠 정도로 덥지 않아.


에어컨 바람맞다가 나오면 모든 바람이 덥게 느껴지지만 조깅하면서 체온이 올라가면 자연 바람이 시원하거든. 어르신은 그 사실을 아시는 거 같아.


에어컨 바람맞으며 책 읽다가 이동을 하면 더 덥다는 걸 말이야. 그래서 매일 비슷한 시간에 저 자리에 앉아서 책을 보시는 거 같아. 이상하지만 어르신 책 읽는 모습을 보면 마음의 안정까지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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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을 굽는데 토마토를 같이 구웠다. 토마토가 기름에 튀겨지듯 구워졌다. 촤르르 하는 기름에 타들어가는 소리가 듣기 좋다. 토마토를 한 입 먹으니 주욱 하고 토마토의 즙과 기름이 동시에 폭죽이 터지듯 터져 나왔다. 쓰읍 할 만큼 즙이 흘러나와서 만족했다. 만족하는 얼굴을 셀카로 담아 놓을 걸 안타깝다. 꼭 지나고 나면 후회를 한다.


누군가 그걸 무슨 맛으로 먹냐?라고 하면 내 맘이야,라고 말하겠다. 내가 먹을 건데 이렇게 먹든, 저렇게 먹든 무슨 상관이야, 내 맘이야.


서태지와 아이들의 [내 맘이야] 가사가 떠 오른다. [한숨을 크게 쉬면 날이 밝아와 치마를 둘러 입고 나가볼 거야, 난 신문을 보며 눈이 뒤로 돌아가 내가 이루려던 꿈에 네가 깔리진 마, 날 행복하게 만든 거라면 난 마당에 나가 잡초나 뽑아야지 말 시키지 마] 또 누군가 이 가사가 무슨 뜻이야?라고 말한다면 나도 몰라, 그냥 정말 멋진 가사야,라고 말하겠다.


구운 생선과 구운 토마토는 잘 어울리는 맛있는 조합이다. 이 맛있는 것들을 먹으며 요즘을 생각한다. 똥파리들만 들끓고 있으니 물이 깨끗할 리 없고 물이 더러우니 물을 마시고 배탈이 멈추는 날 역시 없다. 세상은 아름다운 곳인데 아름답게 볼 수 없는 내가 잘못된 것인지 세상이 잘못된 것인지, 슬픈 걸 슬프다고 느끼지 못하는 내가 잘못된 것이겠지.


영어를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정작 한국인인데 한국어를 못한다는 게, 그게 문제다. 문제는 늘 가까이 있다. 문제가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 그게 문제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에게 있지 우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글을 읽으랬더니 글자를 읽고 있다.


김민기 시인이 얼마 전에 작고하셨다. 김민기 하면 나는 [봉우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꽤 많이 들었다. 학창 시절 바쏘리, 오비츄어리, 메탈리카, 머틀리 크루 등 박살 나는 음악을 듣다가도 외로움이 폐 깊숙이 파고 들어올 때면 어김없이 봉우리를 들었다.


김민기의 그 울림이 가득한 저음이 폐를 가득 매운 외로움으로 밀고 들어왔다. 주로 암실에서 들었다. 나는 사진부여서 선배들에게 맞기도 많이 맞았는데 그럴 때 암실에서 청소를 하며 김민기의 봉우리를 들었다.


봉우리는 아주 묘했다. 친구들과 소리 지르고 달리고 놀다가도 봉우리를 들으면 나는 이 세상에 혼자라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게 썩 나쁘지 않았다. 그러니까 너는 하찮은 인간일지라도 봉우리처럼 빛나는 거야, 뭐 그러는 것 같았다.


우리는 늘 봉우리를 찾아다니는 그런 존재인 거 같다. 지금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 주겠지 뭐. 그러나 언젠가 알게 돼, 지금 내가 오르는 이곳이 바로 봉우리라는 걸.




김민기의 봉우리 https://youtu.be/3DMQc76GfzQ?si=Fzs5N4st_Ka7BZK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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