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팬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동질감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네. 오늘도 하루키의 이야기야. 하루키의 [카프카 온 더 쇼우] 알지? 우리나라에는 [해변의 카프카]로 나온 소설.

15세 다무라 카프카 녀석의 기묘한 초현실 자아성장기. 이 소설의 재미있는 점 몇 가지를 얘기해 줄게. 다무라 녀석이 도서관을 나와서 오시마에 의해서 한 숲에서 며칠 지내잖아. 기억나지?

거기서 다무라 녀석은 라디오헤드의 [키드 에이] 앨범을 들어. 인터뷰집 [작가란 무엇인가]에 하루키 챕터가 있어. 거기에서 하루키는 라디오헤드 키드 에이 앨범 재킷에서 톰 요크가 하루키 책을 좋아한다며 아주 자랑스럽다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어.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BTS의 노래 [버터플라이] 속에 [해변의 카프카] 세계관이 들어 있다는 것이 놀라웠지. 방탄이들의 [버터플라이]의 가사를 보면 서사가 있어. 모순의 배위를 뒤집어서 또 다른 내가 된 나는 나의 육체는 그대로 두고 나비의 몸을 빌려 내가 사랑하는 그 소녀에게 다가가는 이야기가 보이더라고. 너무 좋다는 말이야.

가사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많아. 서사를 깊이 있게 표현하기 위해서 협업들이 이루어졌지. 가사에서 남준이가 하는 랩 파트 부분에 [해변의 카프카]를 언급해.

심장은 메마른 소리를 내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네

나의 해변의 카프카여

저기 숲으로 가진 말아 줘

내 마음은 아직 너 위에 부서져

조각조각 까맣게 녹아 흘러

내 사랑은 영원한 걸

독서광 남준이는 [해변의 카프카]를 너무 좋아하고 이 소설을 염두에 두고 [버터플라이] 가사를 썼다고 해. 이 7줄의 랩 가사만 보더라도 서사가 대번에 떠오르지? 하루키스트들아. 게다가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어떤 경계선을 넘어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을 방탄이들은 안무로 이 서사를 표현했었지.

그리고 [해변의 카프카]는 사에키 상으로 미야자와 리에가 나오는 연극이 대박이었어. 우리나라에도 공연을 했었어. 그리고 우리나라 배우들의 연극 공연 버전도 있었지.

해변의 카프카 소설 속에는 베토벤의 독보적인 모습을 시작으로 베를리오즈, 바그너, 리스트, 슈만일 지나 백만 달러 트리오의 루빈스타인, 하이 패츠, 피아티고르스키, 하이든의 협주곡과 피에르 푸르니에의 음악이 잔뜩 나오며, 프랑수아 트뤼포의 구심적이면서도 집요한 정신, 장자크 루소의 울타리, 체호프의 자립적인 개념의 필연성, 헤겔의 자기의식, 앙리 베르그송의 물질과 기억(이 부분 재미있었지ㅋㅋ), 헤테로(이형접합자), 티에스 엘리엇이 말하는 공허한 인간들, 소포클레스의 훌륭한 희곡 엘렉트라, 레드 헤딩과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 괴케가 말하는 세계, 그리고 악의 평범성 아이히만까지 있어서 몇 번을 읽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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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라디오 방송 하는 거 다 알지? 무라카미 라디오로 특집으로 1회만 하려고 했다가 반응이 너무 좋아서 지금 몇 년째하고 있어. 매일 하는 건 아니고. 하루키가 좋아하는 곡으로 선곡해서 들려주고 사연도 받고 읽어주고 하는 거야. 다 알지?

2023년 9월 24일에 방송한 무라카미 라디오 54회에서 첫 곡으로 찰리 푸스를 선곡해서 좀 놀랐지. 하루키 영감님이 찰리 푸스도 좋아하고 역시 멋져, 하는 생각이 들었지.

이 방송에서 하루키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덕분에 우리 생활은 꽤 편리하게 되었지만 그만큼 충전해야 하고, 비밀 번호를 외우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빼앗기는 거 같아요. 여러 기기를 부지런히 충전하고, 패스워드를 기억하고, 그러다가 인생이 마냥 스르륵 지나가는 것 같아요. 저는 기억력이 좋지 못해서 패스워드를 잊어버립니다” 같은 이야기로 시작을 해. 그러면서 집에서 들고 온 찰리 푸스 노래를 첫 곡으로 틀어줘.

하루키는 이 방송에서 [노르웨이 숲]은 400자 원고지에 만년필로 쓴 이야기를 해. 그리고 [댄스 댄스 댄스]에서부터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하여 지금까지 연필이나 만년필이 아닌 첨단기술로 된 기기들로 집필하고 있다고 해.

하루키는 다니자키 준이치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야기를 하며 그때에는 저장하는 기기도 없고 충전하는 기기도 없었기에 그저 만년필을 들고 꾸준하고 차분하게 원고를 쓴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지.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를 죽 읽어보면 찰리 푸스 같은 말랑말랑한 팝은 안 들을 것 같지만 하루키는 재즈와 클래식만 고집하지는 않아. 그리고 고전문학이 최고야 같은 분위기도 없고.

아직 하루키 육성을 않 들어본 하루키스트들 있을까? 아직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라디오 방송 하루키 육성을 들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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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모지리가 두 주먹 불끈 쥐고 병원에 한 번 가보라고 하는 자기 세계에 빠져 영혼이탈웅변을 할 때 다시 본 [길위에 김대중]은 울컥 그 자체였다.

엄혹한 시대에 몇 번이나 감옥에 갇히고 정보부에 납치되어 밧줄에 꽁꽁 묶여 가면서도 사람들을 위해 민주주의 열망이 꺼지지 않았던 사람이라는 게, 말로만 하는 소신이라는 게 이처럼 처절하고 멋있게 보일 수가 있을까.

풀려나서 오랫동안 가지 못했던 광주로 기차를 타고 가면서 창문 밖으로 자신 하나만 보러 온 어마어마한 인파에 손을 내밀었다가 아이처럼 우는 모습에서는 정말 울컥해 버렸다.

박정희, 전두환이 가장 두려워했던 사람, 사형수에서 대통령이 된 사람. 그 과정이 그야말로 험난하고 험난해서 마치 촐라체 속의 크래바스의 날카로운 끝에 찔리고 찔려도 다시 일어나야만 가능한 일을 했던 사람.

전두환이 사형선고를 내렸을 때 미국, 독일, 일본 등 다른 나라 정치인들과 수많은 국민들이 김대중의 사형은 안 된다며 전두환을 압박했다. 박수가 절로 나오는 장면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건 정말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일인데 김대중 대통령은 사람들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고 길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한 아주머니는 오늘 장사는 안 해도 된다, 오늘 김대중을 보러 나왔다, 제발 이 나라를,,, 같은 말을 했다.

모지리 정부와 사악한데 머리까지 나쁜 여자가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작금의 시대에 길위에 김대중은 끝으로 갈수록 가슴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진다.

두 시간의 러닝타임이 절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빨리 후속 편을 보고 싶다. 후속편의 제목은 [대통령 김대중]이라고 들었는데 아무튼 빨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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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구성인데 3편만 극장 개봉을 했었고, 나머지는 오티티로 풀리는 영화다.

공포영화의 형식이지만 공포영화보다는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나 미국의 환상특급, 여욱의 블랙미러 같은 분위기의 영화다.

타로가 제목이지만 타로는 내용과 연관이 없다. 주인공들이 타로카드를 주웠는데 사건이 터지고 만다.

시각적으로 공포특급을 보여준 이야기는 세 번째 덱스가 주인공으로 나온 이야기였다. 오래전에 외국의 공포 단편을 올렸을 때의 내용과 비슷하다. 뚱뚱한 여자가 자신의 살을 깎아내고 잘라서 말라깽이가 되어버리는 이야기.

이 영화에서는 더 나아가서 배달원 덱스를 끌어들여 무서운 이야기를 더 끌어올린다. 덱스가 연기를 못하는 건 아닌데 잘 하는 것도 아니다. 마치 졸업작품 연극을 보는 것 같다.

시각적으로 볼 거리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두 번째 고규필이 나오는 이야기 ‘고잉홈’이다. 한 가정의 아버지인 고규필은 바람을 피우다가 아내가 의심을 하는 바람에 일찍 나와서 집으로 가려 한다.

전화가 오는 아내에게 회사 회식과 함께 부장님과 있다고 하는데 아내는 믿지 않는다. 바람을 피우다가 나오려는데 애인이 너의 부인에게 전화를 해서 다 일러바칠 거라며 전화를 걸어서 다 불어 버린다. 순간 화가 난 고규필은 손에 가지고 있던 볼펜을 애인의 목에 꽂아서 죽인다.

나와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는 욕을 잘 하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택시도 자기 차가 아니고, 전화를 하는데 피를 빼고 넘기라느니 같은 말을 한다. 그리고 산속으로 들어가서 택시를 세운다.

밖에서 통화를 하는 기사의 내용을 듣고 고규필은 볼펜으로 또다시 기사의 목을 찔러 죽여 버린다. 이건 정당방위야 이 잭잭이야. 그리고 고규필은 시체를 가지러 온 두 사람도 죽이고 만다.

얼굴과 옷에 피를 묻히고 산을 내려와 도로를 걷다가 경찰에게 붙잡힌다. 모텔에서 투숙한 애인을 죽인 용의자로 체포된다. 그러다가 경찰차 안에서 볼펜으로 경찰 두 명도 죽이고 만다.

그러나 고규필은 자신의 망상이 결국 살인을 하게 만들었다. 애인은 아내에게 전화를 했지만 실은 폰만 들고 전화하는 척만 했는데 고규필은 순간 올라오는 화를 누를 수 없어서 죽이고 만다.

이런 일은 요즘 뉴스를 채우는 미친놈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순간 욱해서 수영장에서 30대 남자가 7살 남자아이 얼굴을 잡고 물어 집어넣는 사건처럼 말이다. 순간 욱해서 사람을 죽여도 우리나라는 법이 사람들의 눈높이와 달라서 아주 짧은 형량이거나 아니면 집유가 될 수도 있다.

요즘 국회 청문회를 보면 이런 미친놈들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놀랐다. 청문회 아니었으면 이런 놈들이 정부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강유정 의원한테 막 대드는 재순이 봤지? 이야 신박해도 이렇게나 신박한 인간들을 어떻게 그렇게나 잘도 뽑을까 용산 모지리야.


일곱 가지의 이야기를 마저 봤다. 극장에서 공개한 세 편을 제외한 나머지는 야스 장면이 있는 편도 있고, 욕설이 심한 편도 있다.

지난번에 말했지만 이 옴니버스 영화들은 귀신의 공포보다는 환상특급의 분위기다. 인간이 더 무섭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장 흉포한 괴물이 되고 가장 무서운 공포를 선물하고 가장 악독한 존재가 인간이다. 브이제이 썬자 편의 썬자는 정말 욕을 아즈그냥 맛깔나고 십창 나게도 한다. 그리고 아주 충격적이다. 고어가 쩔어.

박하선 주연의 임대맘 편이 몹시 흥미로웠다. 임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을 무시하는 잘 사는 아파트 엄마들. 자신의 아이가 아파트 놀이터에서 유기견에게 물려서 위험한 순간에 같은 반 아이가 살려주고, 그 아이의 엄마(박하선)를 심부름도 하고 운전기사로 고용한다.

박하선은 그러나 계속 1동 엄마들에게 개무시를 당한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임대 사는 사람은 화장실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경비가 막고. 그러다가 화장실 앞에서 서서 오줌을 싸고 만다. 당할 수 있는 갖은 모욕을 당하며 딸을 위해 견디던 박하선은 딸이 도둑으로 몰리는 것에 참지 못하고 결국.

내가 일하는 건물의 화장실 청소 해주는 이모님이 있는데 나와 친하다. 매일 10분 정도는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모님이 나이도 많으신데 책도 좋아하셔서 그런 이야기도 꽤나 잘 통한다.

그러다가 며칠 동안 보이지 않았다 얼마 전에 갑자기 관뒀다면서 인사를 하러 오셨다. 아주머니는 원래 건물 번영회 소속으로 일을 하시다가, 용역업체로 넘어갔다. 그런데 번영회 소속일 때 회장이 8월부터 월급이 오를 거라고 했는데 월급이 오르지 않아서 업체 사무실에 가서

경리 보는 여자에게 이런이런 이유로 오게 되었습니다.라고 했는데 느닷없이 여자는 이모님에게 소리를 지르고 다짜고짜 욕을 하면서 왜 우리가 그 돈 떼어먹었을까 봐! 하면서 하대했던 것이다. 이모님은 과호흡이 오고 너무 당황스럽고 해서

그때는 그 자리에서 나왔는데, 이모님이 일을 잘 못해서 혼이 나고 욕을 듣는다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월급 오른 건에 대해서 물어봤을 뿐인데 부리는 사람이라고 쌍욕을 박는 것에 너무 기분이 나쁘고 억울하다면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가셨다.

그때 많은 이야기를 했다. 노동부에 고발할 수도 있고, 억울한 것에 대해서 풀어버릴 수 있는 것들에 관한 것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이모님은 평생 건물의 화장실 청소를 해오셨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을 봤다고 했다.

모든 사람들이 무시를 하는 건 아니지만 무시를 하는 사람들을 봤는데 그들이 벌을 받고 잘 살지 못하면 좋겠는데 이상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라는 것이다. 그런 짓을 하고 천벌을 받을 거야, 같은 말은 그저 희망고문일 뿐이다. 전두환을 봐라 그렇게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도 천수를 누리다 갔으니.

아무튼 영화는 재미있게 봤다, 이주빈이 대역죄인꽃거지 모습으로 나오는 백 룸 같은 편까지. 7편 중 4편은 강도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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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에세이는 하루키가 언급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야. 하루키스트들은 다 알지? 2019년 6월 일본 문예춘추에 특집으로 실린 하루키의 글이야. 이 문예지는 코로나가 덮치기 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일본으로 달려가서 이 책 한 권 달랑 사들고 왔어. 아침에 가서 저녁에 왔지 ㅋㅋ. 비록 읽을 수는 없지만 손에 가지고 싶은 마음이 컸었어. 


 제목은 ‘고양이를 버리다- 부재: 아버지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며 아직 한국어로는 나와 있지 않았을때야. 하지만 인터넷에는 많은 번역본이 있었어. 여러 번역본을 읽어 본 결과 개인적으로 심야 북카페에서 번역해서 낭독하는 것이 가장 좋아서 입을 다물고 그걸 그대로 받아 적은 적이 있었어. 사실 번역본이 나왔을 때 읽어보니 심야북카페에서 번역한 게 훨씬 좋더라고. 


그간 하루키는 2008년 아버지가 죽기 전부터, 또 죽어서도 아버지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2009년 예루살렘 문학상 시상식에서 아버지에 대해서 길게 언급을 했다)고 아버지 역시 살아생전 자신의 아들 하루키의 소설을 거의 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 


하루키는 어느 날 문득(이라고 해야 할지) 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했어. 그 이야기를 들으면 하루키가 고양이를 좋아하게 된 환경부터, 그리고 해변의 카프카에서 다무라 녀석과 아버지와의 관계, 토니 타키타니의 아버지가 오버랩되며 태엽 감는 새에서 러시아 군인을 처형하는 장면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하나레이 베이에서 사치의 모습도 나타나. 


그리고 하루키가 자신이 가장 무섭게 쓰려고 했다는 ‘헛간을 태우다’가 어째서 그렇게 쓰였는지에 대해서도 간파가 돼. 일본 우파에 비난을 받을 걸 알면서도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난징사건에 대해서 쓴 계기를 떠올리게 되며, 그것을 생각하면 살아있는 현존 작가에 대한 무한 경의를 표하게 되거든. 앞으로 몇 편 볼 수 없는 장편소설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도 깊게 들기도 했지. 하루키를 좋아한다면 읽어보고 머리를 끄덕거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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