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감정의 소모로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며 꿈을 키우고 영화 한 편에 눈물을 펑펑 흘리며 감동을 받고 영화 속 대사에 삶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후자인 그들은 아마도 영화 한 편에게 받은 감동이 수그러 들 때쯤 다시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들어가 받은 감동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동력을 채울지도 모른다
.

영화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영화 이전의 문화에 비해 가장 나이가 어리기에 늘 다른 문화에 신세를 지고 있다. 그래서 영화라는 예술은 잘 만들어야 한다. 소설, 음악, 그림처럼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예술이 아니다. 영화라고 일컫는 하나의 예술을 성공하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 하나에 매달린다
.

그리고 이들 중에는 영화에 목숨을 건 사람도 있다. 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의 켄지도 그런 인간들 중에 한 명이다. 영화를 이루는 수많은 요소를 밑에서 차즘차즘 배워 올라가는 켄지는 분명 영화, 일상에서 동떨어진 영화를 사랑하는 인간이다
.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은 아주 기묘한 곳으로 극장의 문을 기점으로 여기와 그 안쪽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소풍을 온 기분이 들고 극장을 찾은 나 이외의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스크린 속 이야기에 빠져들어가는 것은 참 신기하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극장은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일탈이 가득한 곳이기에 우리는 그동안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추억을 쌓아왔다. 좋아하는 영화가 같으면 그 사람에게 당연하지만 호감이 간다. 영화는 이제 인간생활에서 떨어질려야 떨어질 수 없는 생활의 한 부분이 되었다
.

오늘 밤 로맨스 극장은 대 놓고 이전 영화를 오마주 했다. 그렇기에 몰래 갔다 쓴 다른 영화에 비해 더 귀엽고 예쁜 영화다. 시네마천국을 비롯해서 오즈의 마법사와 로마의 휴일 심지어는 엽기적인 그녀의 장면도 떠오른다. 오드리 헵번의 드레스를 변주한 미유키의 의상도 참 예쁘다
.

아야세 하루카는 10년 전 ‘호타루의 빛’에 나왔을 때의 모습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제멋대로 굴었던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이 다시 환생한 듯 예쁘게 나온다. 사이보그부터 혼노지 호텔을 통해 과거로 갔고 여러 캐릭터를 거쳐 이번에는 영화 속에서 현실로 튀어나와 버렸다
.

영화는 두 사람에게 모진 태도를 취한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을 수 없는 고통은 수많은 고통보다 훨씬 아픈 고통일 것이다. 그럼에도 미유키와 켄지는 같이 있기로 다짐한다. 영화는 그렇게 두 사람을 3, 40년을 그런 상태로 지내게 한다. 따뜻한 온기 한 번 만져보지 못하고 오로지 시각과 후각으로 점철된 감각으로 그 오랜 시간을 두 사람은 보낸다. 인간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

찾아줘서 고마워요.
찾아준다는 것, 찾아야 한다는 것. 비록 기적과 같은 일이라 일상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찾으려 하는 마음이 강하여 마음이 끄는 대로 몸을 움직여 찾고 또 찾으면 그것은, 그 사람은 내 앞에 나타난다는 것을 ‘오늘 밤 로맨스 극장’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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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전’은 씨발, 무섭구나.였다. 무서움은 스크린 밖으로 갑자기 빠져나오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사각거리며 나와서 발목을 살짝 잡고 눈치채지 못하게 살살 잡아당기고, 어느 순간 어딘가 발이 끌려가고 있다고 느꼈을 땐 숨이 막히고 시야가 좁아진다. 그때야 비로소 무서움은 힘을 꽉 주어 발목을 아프게 하고 칼날 같은 것으로 발목의 정당함을 없애기 위해 피를 낸다. 그리고 힘이 빠져들면 어둠 속으로 무서움은 나를 확 끌고 가는 것 같다. 영화 유전에 깔린 무서움은 서서히 뿜어져 나오지만 오컬트적 히스테릭함은 보는 이들을 오랜만에 진정한 무서움의 세계로 데리고 가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

영화 유전은 ‘글’처럼 은유가 시작부터 계속된다. 유전에서 무서운 그것은 찰리의 몸속에 이미 들어가 있었다. 찰리를 통해서 비둘기의 머리를 자르고 환영을 보게 한다. 영화 속에서 머리를 자르는 것은 오컬트적인 의식의 한 부분이라 생각되는데, 찰리의 몸속에 들어가 있는 그것, 파이몬은 강하지도 않고 아직은 힘도 덜하다. 파이몬은 남자의 몸을 숙주로 해야만 아주 강한 힘이 나오는 것이다. 파이몬은 피터의 몸으로 들어가기 위해 찰리마저 교통사고로 머리를 잘라 버린다
.

애니는 영매가 있는 사람으로 본능적으로 피터의 몸에 파이몬이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고 그동안(영화 속 이전의 시간부터) 저지하려고 했다. 애니의 과한 행동과 빠른 말투, 쓸데없이 많은 말들, 미국식의 재스쳐와 대화가 거슬렸지만 애니가 자신의 아들인 피터를 죽이려 할 때 애니의 과한 행동, 말투, 이상한 모든 것이 받아들여졌다
.

영화는 진실과 거짓을 모호하게 섞어 버렸고 현실과 비현실도 구분 짓지 못하는 태도를 가졌다. 애니는 몽유병을 앓고 있다고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그것마저 거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 생각이 들 때쯤 불안함이 묵직하게 변모하여 체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피터 역시 찰리처럼 헤일로 같은 빛의 움직임을 본 후 피터도 점점 파이몬으로 변해가려고 한다. 유리창에 비친 피터의 놀란 얼굴은 실제와 다르게 음흉하게 웃고 있고, 피터가 파이몬이 되는 그걸 막으려고 애니는 피터를 잡으려 하는데 남편인 스티브와 다른 사람들은 애니를 정신병자로 여긴다
.

영화 속 오컬트적 장면들, 벽을 기어오른다거나 하는 장면들과 현실의 장면들은 하나의 시선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영화를 두 번 이상 보게 되면 영화 속에 상징이 아주 많고 단순히 영화 속을 바라보는 제3자의 시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파이몬의 시선, 피터의 시선, 애니의 시선도 뒤섞여 뭐가 진실인지 누가 거짓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확실히 영화는 우아한 공포를 보여준다. 으악 무서워! 가 아니다. 씨발, 무섭구나.였다. 연출이 밀도가 굉장하여 무서움의 농도가 아주 짙은 공포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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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수습직원이었던 아키코는 작가인 이시키 마사카즈의 원고를 받으러 가서는 첫눈에 반하게 되고, 마사즈키 역시 아키코를 보고 첫눈에 반해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가마쿠라의 집으로 가서 살게 된다. 가마쿠라는 여러 신들과 요괴들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아키코는 이런 마을의 모습이 그저 축제의 한 부분이고 사람들이 변장을 하거나 코스프레를 하는 것으로 안다. 마사카즈는 가마쿠라의 경찰서에서도 심령 범죄의 고문도 맡고 있어서 미스터리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마을에서 열리는 요괴 시장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송이버섯을 사 오면서 아키코와 마사카즈는 갈라지는 운명에 서게 된다
.

일본에는 성(姓)이 한국(300개 정도)보다 훨씬 많은 십만 개 정도가 있다. 마찬가지로 집집마다 섬기는 신이 많은 나라이고 신에 대한 이야기가 널려 있는 나라이다. 요괴의 모습도, 신의 형태도 아주 많아서 일본의 이런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기분 좋을 영화라 생각한다. 기분 좋다는 말은 말레피센트처럼 동화 같고, 운명적인 만남에 대해서 영화는 말하고 있어서이다
.

가마쿠라에서는 요괴들이 스스럼없이 다니고 있으며 그런 요괴들과 인간들이 함께 지내는 모습은 흥미 있고 기분 좋다. 가정부 킨 할머니의 나이는 130살이 넘은 것으로 추정하고(같이 살고 있는 마사키즈도 나이를 모른다) 요괴들이 여는 밤의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과 요괴의 모습도 흥미롭다.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실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고, 스타워즈에 나오는 외계 종족들의 모습도 스쳐 지나간다
.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이시키 마사카즈보다는 이시키 아키코 역으로 분한 타카하키 미츠키다. 극 중에서도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신부로 나오는 타카하키는 약간은 철없고 남편만을 바라보며 신혼 생활과 새로운 가마쿠라의 환경, 요괴와 신들과의 만남도 거부감 없이 즐긴다. 놀라거나 기쁠 때는 커다란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크게 뜨고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

집으로 숨어 들어온 빈곤의 신에게조차 잘해준다. 빈곤의 신이 집에 붙어 있으면 점점 빈곤으로 가게 되는데, 아키코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빈곤의 신에게도 식사를 대접하고 가마쿠라의 과자를 나눠먹곤 한다. 송이버섯을 준 요괴 때문에 후에 육체와 영혼이 분리가 되어서 저쪽 세계로 가야 하고 마사카즈는 기차를 타고 저쪽 세계의 아키코를 구하러 가는 내용이다
.

영화 ‘운명’에는 유명한 일본. 배우들이 대거 나온다. 혼노지 호텔의 츠츠미 신이치가 나와서 개구리 요괴로 변하기도 하고, 어느 가족의 안도 사쿠라, 타나타 민, 카세 료의 여친(아직도 사귀는지?) 이치카와 미카코, 곡성으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쿠니무라 준도 등장한다
.

깨끗하고 맑은 동화 같은 영화다. 사랑하는 사람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는 억지스러움이 있긴 하지만 동화책을 펼쳐서 읽는 기분이 들면서 그런 것 따위 넘겨버리게 된다. 영화는 슬프다거나 복잡한 이해관계도 없다. 다양한 모습의 요괴와 저쪽 세계의 배경, 그리고 그곳으로 가는 중간의 기차의 모습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먼저 죽은 자들이 떠나기 싫어서 생명을 연장하려고 하는 설정도 나쁘지 않다. 조금은 비어 보이는 빌런들의 모습도 동화스럽다. 엔딩곡도 좋아서 여러 애니메이션이 떠오르기도 한다
.

이 영화는 너무나 뻔한 플롯이다. 운명 같은 여자가 요괴에 잡혀가고 그곳으로 가서 요괴에게 잡혀 있는 그녀를 구하는 내용, 너무 뻔한 내용의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가 나는 좋다. 그건 마치 11살 때 대야에 담은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서 꿈같은 동화책을 읽었던 기억을 여지없이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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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아틀로프는 페이크 다큐 영화다. 페이크 다큐의 팬이라면 좋아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디아틀로프는 59년에 일어났던 탐사대의 실제 미스터리한 사건을(페이크 다큐는 대체로 있었던 사건을, 곤지암도 그렇고) 두고 거기에 상상력을 덧입힌 이야기라 꽤 흥미롭다. 잘 만들지 못한 B급 고어물보다 훨씬 무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 영화는 한 시간 반 정도로, 중반부까지는 루즈하고 지루하게 흘러가지만 실제 사건에 대해서 복선을 까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보다 보면 중반부를 넘어서부터 긴장감이 돌면서 질주하듯이 흘러간다
.

페이크 다큐는 파라노말엑티비티 이후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파라노말엑티비티 같은 센세이션은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파라노말엑티비티를 볼 때가 생각나는데, 마지막 상영을 보러 갔었다. 끝나니까 두 시가 좀 넘었는데 본 사람은 알겠지만 마지막의 점프 스케어는 혼이 나갈 정도였다. 몇 명 없던 극장 안의 사람들이 소리를 너무나 크게 지르고 놀랐는지 생생생생생한 기억이 있다. 그때 일행도 너무 놀라서 순간적으로 나의 팔을 얼마나 세게 잡았던지 시간이 지나서 보니 멍이, 멍이 보남파초노주빨로 들어 있었다. 아마도 공포영화사에 남을 점프 스케어가 아닌가 생각한다
.

디아틀로프의 탐사대의 죽음은 미스터리한 부분이 실제로 많다. 그 추운 곳에서 속옷만 입고 맨발로 두 명의 시체로 발견되었다거나 시체에서 방사능이 계속 나온다거나, 탐사대의 텐트는 다 찢겨있고 눈으로 덮여있거나 신발, 카메라와 신분증이나 일기나 음식 같은 것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던 부분도 미스터리하고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탐사대원들은 5월에 눈이 녹으면서 발견되었는데 4명의 시신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

네 명의 시신에서 발견된 미스터리한 점은, 두 명은 두개골에 골절이 발견되었고, 다른 두 명은 늑골과 갈비뼈에 골절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이 인간이 할 수 없는 굉장한 힘으로 가격 당한 것이라는 것이다. 여성대원의 시신에는 혀가 잘려 나가있고 또 다른 한 명의 대원은 눈이 사라져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방사능이 검출되었다는 것
.

그러니까 59년부터 현재까지 ‘어떤 알 수 없는 무엇’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아직도 디아틀로프 사건을 파헤치려고 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런 사실에 의거하여 영화를 만들었고 ‘어떤 알 수 없는 무엇’에 영화적 상상력을, 방사능이라는 부분에 중점을 두어 영화적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

영화 속 주인공 5명은 실제 디아틀로프의 행적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실제의 이야기를 다큐 형식을 빌려 영화적으로 드러냈다. ‘어떤 알 수 없는 무엇’에 대해서 영화적 상상력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야라 마음에 들었다. 엄습해오는 두려움, 상대가 무엇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을 때 그는 공포심은 몸을 힘들게 한다
.

마지막에 ‘세상 일엔 틀린 것이 없다’라는 커트 보네거트의 제5도살장의 문구를 대사로 치면서 ‘어떤 알 수 없는 무엇’을 감당하기로 하지만 결국 세상 일이란 내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내 생각처럼 되지 않은 것이 세상 일에는 틀린 것이 아닐 수 있을지도 모른다
.

하지만 박평식 평론가의 말처럼 미스터리도 호러도 엉거주춤하다. 페이크 다큐의 고질적인 부분이라 생각된다
.
.
#영화#이야기#영화리뷰#리뷰실습생
#리뷰꿈돌이#이구역리뷰방사능
#디아틀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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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야마 타카는 전철에서 처음 본 후쿠쥬 에미를 보고 반하고 만다. 소심한 성격의 타카는 어떡하면 에미에게 말을 걸까 고민고민하고, 그러는 동안 에미가 전철에서 내린 걸 알고 무작정 따라서 내려서 에미를 찾는다. 그리고 저 앞의 에미를 불러 마음을 말한다. 이렇게 말을 하는 자신도 놀란 타카는 휴대전화 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한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없다는 에미. 아, 거절이라 생각한 타카는 인사를 하고 가려는데 에미는 정말 휴대전화가 없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역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타카는 타카라가이케- 자신의 고향 이야기를 하려는데 에미를 시간을 보고 가야 한다고 일어난다. 타카는 내일 다시 만날 수 있냐고 묻는다. 그때 고개를 돌리는 에미는 눈물을 흘린다. 처음 만나서 눈물을 흘리는 에미는 타카에게도 관객에게도 의아하게 다가온다
.

두 사람은 다음 날부터 만나서 서로를 알아가고 수줍은 데이트를 한다. 타카는 에미를 만나기 몇 시간 전부터 행복하다. 데이트할 장소를 미리 답사하고 에미가 어떤 음식을 좋아할지 먼저 먹어보기도 한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기에 이런 장면은 참 행복하게 보인다. 두 사람은 서서히 알아가고, 타카는 반짝이는 트리의 전구 앞에서 에미에게 마음을 고백을 한다. 그리고 에미는 자신은 엄청 잘 우는데 괜찮냐고 묻는다. 이후 타카의 이사를 에미는 돕고, 타카의 친구들과 알아가고 타카의 집에서 에미는 맛있는 소고기 스튜를 만들어준다. 타카는 자신의 집에서 엄마가 해주던 스타일과 비슷하다고 하고 에미는 초콜릿을 넣어서 만들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타카는 그건 우리 집에서만 하는 방법인데 에미가 어째서 알고 있는지 묻고 지난번에 말해줬잖아, 같은 말을 듣는다. 타카는 전혀 기억이 없지만 그렇게 넘어가고, 그날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눈다. 에미는 이때에도 눈물을 흘린다. 전철이 끊어지기 전에 에미는 집으로 가고, 두고 간 에미의 수첩을 보면서 타카는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첩에는 앞으로 일어날, 앞으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적혀 있고,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선율, 리듬, 화성이 변형되기 시작한다
.
.

동명의 소설’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영화로 만든 판타지다. 그동안 일본은 수많은 시간의 어긋남, 시간의 후퇴, 타임리프, 시간의 격차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 영화 역시 다른 영화처럼 시간의 뻔한 클리셰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그만 빠져들게 되는, 보고 나면 영화가 주는 매력과 감동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는, 그런 기묘한 이야기다
.

주인공 후쿠시 소우타는 정말 멋진 외모를 지니고 있고, 고마츠 나나는 이렇게 예쁠 수 없을 정도로 예쁘게 나온다. 두 사람은 극 중에 서른 살로도 나오지만 멋진 외모가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데, 그 아름다움이 너무 깊어서 실은 슬프게 보인다
.

에미는 타카와 만날 때마다 매 순간, 희한한 타이밍에 울고 만다. 타카는 눈물이 많았던 에미가 왜 그랬는지 알게 되었을 때, 그 순간, 그때는 보는 나도 그만 영화에 이입이 너무 되어 버렸다. 타카는 앞으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 살고, 에미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 속에 살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스무 살, 그리고 한 달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에미가 울었던 매 순간은 그 시간이 마지막이기 때문에 에미는 눈물을 그렇게 흘렸었다. 타카가 에미를 처음 만난 그날이 에미에게는 마지막 날이었던 것이다
.

에미는 세상의 시선도, 사회적 인식도, 직업도, 돈도 전혀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두 사람을 위해 사랑을, 그 짧은 순간일지라도 그때의 사랑을 택한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사랑이 에미에게는 무엇보다 제일 소중한 것이다. 에미에게 화를 낸 타카가 자정이 지나서 에미에게 전화를 하여 이렇게 말한다. “내일의 나는 너에게 못되게 굴 거야, 괴롭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극복했어”
.

시간이 지나면서 에미는 울지 않게 되고 타카가 눈물이 많아진다. 행복하기만 해야 할 두 사람의 사랑은 슬프기만 하다. 흔한 우연을 운명이라 여기는 두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일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억지스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고 슬프고 감동적인 영화다
.

우리는 사랑을 하고 싶어 하고 사랑을 한다. 우리는 하나의 선으로 그 선은 일직선이다. 서로 교차하고 싶어 하지만 선은 서로 일직선으로 죽 이어진다. 누군가 노력으로 선을 조금 기울인다면 우리는 언젠가 서로 만나는 날이 온다. 그 순간은 비록 짧고 찰나지만 그 순간을 우리는 영원으로 기억을 한다. 사랑은, 사랑이라는 건 시공을 초월하고 모든 것을 무너지게 만드는, 인간이 가지는 아주 기이하고 묘한 감정이다. 이 영화는 그것을 너무 콕 집에서 보여주어서 내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은, 눈물샘을 그대로 뚫어 놓은 것 같은 영화였다. 20대가 본다면 참 좋을 영화, 20대라면 보라고 하고 싶은 영화. 누군가 나를 욕해도 어쩔 수 없다. 이 영화는 환상적이고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

이 사람이라는 직감이 들면 다가가야 한다고 마음에게 말하라고 하는 영화.
영화를 보면 끝에 눈물이 나지만 다시 한 번 영화를 보면 처음부터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영화.
그 사람이 보고 싶어, 그 사람을 위해서 몇 년을, 그 한 사람을 위하여 무언가를 준비하고 다가가려고 했던 사람에게는 눈물로 몸을 촉촉하게 선사하는 영화.
사랑에 대해서, 깊은 사랑에 대해서 말을 하는 영화.
사랑을 이어가는 것은 사람의 의지와 노력과 용기라고 말하는 영화.
누구에게나 가장 아름다웠던 사랑의 순간이 있다고 말하는 영화
.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두 사람을 향해 응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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