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멜론과 배가 올라온 이유는. 이 로컬 카페의 입구 맞은편에는 이렇게 아주
작은 해변이 있다. 정말 사진으로 보이는 딱 요만큼의 해변으로 여름에는 마을 사람들만 알고 있는 성지 같은 곳이다. 해변에서 올라오면 카페를
비롯해서 식당가와 술집이 죽 붙어 있는데 지난번에 죠의 가족이 기거하는 곳이기도 하다
.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셨는데, 어제는 인디안 서머 같은 날이어서 이 바닷가의 모두가, 전부 겉옷을
입지 않고 다녔다. 카페에 오기 전에 지난번의 그 막창 집에서 막창을 먹었는데 반팔을 입지 않았으면 땀이 날 정도로 겨울 속의 이른 여름 같은
날이었다. 막창도 맛있지만 어쩐지 딸려 나오거나 다른 것에 손이 더 가는 나는 싸구려 입맛이다. 짜파게티라든가 시원한 콩나물국이 나오는데 거기에
공깃밥을 말아서 먹었다. 그래서 정작 막창은 일행이 다 주워 먹어야해서 투덜거림을 받았다
.
소주를 한 병쯤 마셨는데도 너무나 멀쩡하여 길에서 음주측정을 하는 경찰에게 나도 한 번 불어봐도
되냐고 하니까 불어 보라는 것이다. 후, 하고 불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네요,라고 하는 것이다. 맙소사. 저 소주를 한 병 마셨는데요?라고 하니
경찰관이 일순 당황했다. 옆에 일행도 믿기지 않는다는 어색한 표정. 결론은 음주측정기의 밧데리가 거의 다 되어서 그런 것이니 소주 한 병을
마셨으면 절대 운전을 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카페로 들어왔다
.
요 며칠은 정말 인스타그램이나 오프라인이나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와 퀸의 음악이 대단히 강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행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두 번이나 보고 그것에 대해서 질문을 엄청 했다. 쓸데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또 대답을 잘 하니까 주절주절
이야기를 널어 놓다가 11시가 되어서 이제 집으로 가려고 했다
.
그런데 사장님이 멜론을 들고 오셔서 테이블에 놓더니 이야기하는데 죄송한데 저도 좀 들어도 되겠냐고
했다. 저도 이번 보헤미안 랩소디를 세 번이나 봤어요. 사장님은 40대 후반 정도로 보였고 손님이 다 빠져나가고 우리만 있기를 기다린
모양이었다. 캐럴을 끊고 퀸의 음악을 틀더니,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정말 재미있는데 좀 더 듣고 싶다는
거였다
.
술기운도 오르고 11시도 되었고 무엇보다 많이 걸어서 피곤한데, 멜론을 다 먹을 동안만 이야기를 또
주절주절했다. 퀸의 바이시클 뮤직비디오를 보면요, 여자들이 전부 발가벗고 나옵니다. 주절주절. 오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음악이라는 게
주변으로 계속 퍼져가기 마련이다. 보브 딜런까지 갔다가 오아시스까지 가버렸다. 자정이 다 되었는데 사장님 아내분이 배를 깎아서 또 내 왔다. 뭐
그랬던 거였다. 그나저나 나는 소주를 한 병이나 마셨는데 음주측정기에 왜 이상이 없게 나왔을까.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서 였을까. 짜파게티
때문일까
.
요즘은 다니다 보면 옷 가게에서도 캐럴이 반, 퀸의 노래가 반 정도 흘러나오는 것 같다. 어제의 로컬
카페 주인은 퀸의 음악을 상당히 좋아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행복에 빠져 있다는 게 얼굴에 드러났다. 로컬 카페는 몹시 작았고 테이블도
4개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 주인에게서 위기의식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카페에 있으면 음악을 종일 들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말을 하는데
그것이 마치 자신의 행복의 척도 중 가장 높은 것처럼 들렸다. 인간은 참 제각각이다
.
음악이란 인간에게 과연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