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과자도 편의점 자체 브랜드로 나오는데 꽤나 맛이 좋다. 근래에 빠져서 몇 번 사 먹는 과자가 어묵 칩이다. 그냥 어묵 칩이 있고 매운 어묵 칩이 있는데 그냥 어묵 칩은 신기하게도 어묵의 맛과 동일하다. 내 입에 딱 맞아서인지 자주 사 먹게 되는데 그러다가 고추 어묵 칩도 사게 되었다. 어묵 칩은 한 봉지에 천 오백 원하는데 이게 비싼 가격인지 적당한지 잘 모르겠다. 고추 어묵 칩은 정말 맵다. 먹으면 기침이 나올 정도로 나에게는 맵다.


나는 일명 맵찔이로 매운 걸 전혀 먹지 못하는 인간이다. 그런데 날 때부터 위가 좋지 못해서 음식을 잘 소화를 시키지 못한다. 소화가 되지 않으면 모든 부분에서 걸리적거린다. 딱히 아프지는 않지만 미미하게 따라다니며 무겁고 희미하고 불쾌하게 한다. 무엇보다 무거운 머리 때문에 사고가 잘 되지 않고 소화가 막히면 혈압도 오른다. 그래서 어딘가에서 매운 것을 조금씩 먹어보라는 소리를 들었다. 뭐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한 일 년 정도 전부터 밥을 먹을 때 매운 고추를 몇 개씩 먹기 시작했다.


땡초는 정말 매워서 혀가 난리 법석인데 그 땡초보다 훨씬 매운맛이 고추 어묵 칩이다. 땀이 나는 것을 물론이고 화한 그 느낌이 체감상 땡초의 몇 배나 된다. 그래서 컵라면에 넣어서 먹으면 고춧가루를 뿌릴 필요거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사진에서 보이는 만큼 넣어서 먹어봤다. 그랬더니 매운맛과 어묵 맛이 동시에 나는 요상하지만 꽤나 맛 나는 라면이 되었다. 지칠 때 느닷없이 먹게 되는 라면은 늘 위로가 된다. 음식 중에서 비싸고 있어 보이는 음식은 이상하게 위로가 되지 못한다. 아마도 그런 음식을 먹으려면 준비가 필요해서 일지도 모른다.


좋은 식당에서 파는 음식을 먹으려면 그곳에 가야 하고, 집에서 질 좋은 소고기라도 구워 먹으려면 소고기를 사서 구워야 하는데 라면은 정말 느닷없이 먹게 된다. 힘들고 이리저리 치이다 지쳐 집으로 들어와서 몸이 힘들 때 물을 부어 먹는 컵라면만큼 맛있는 건 없다. 나 오늘 저녁에 컵라면 먹어야지 하며 먹는 것이 아닌 느닷없이, 어느 날 문득, 처럼 느닷없이 물을 붓고 느닷없이 고추 어묵 칩을 넣어서 먹어보면 매워서 찔찔 짜면서도 위로를 받는다. 그러고 보면 라면은 이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매일매일 쏟아지는 와중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이 굳건하다. 지 자리를 단단하게 잘 지키고 있다. 그건 참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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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유'가 나카시마 미카의 곡으로 알고 있지만 원곡을 부른 원작자가 있다. 소년 시절에 버림받은 이야기를 쓰고 거기에 곡을 붙여 부른 노래가 ‘아이 러브 유’였다. 그 가수가 바로 오자키 유타카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왔을 것 같은 실물의 모습의 원조가 오자키 유타카가 아닌가 싶다. 떠난 사랑을 생각하며 러닝셔츠도 땀으로 젖고 얼굴로도 땀이 뚝뚝 흐르며 울부짖듯 노래를 부르는 오자키의 공연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나카시마 미카나 포지션이 부르는 애절함과는 전혀 다른, 어떤 기교도 없이 그저 혼신을 다해 자신의 이야기를 오직 가슴으로만 노래를 부른다.


오자키 유타카는 일본 전성기를 굳건하게 지탱하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다. 지탱한다는 건, 당시 버블경제로 너도나도 공중에 붕 떠 있을 때에도 청춘들은 힘들고 괴로웠다. 어디에도 마음을 둘 곳이 없고 기성세대들은 가정보다는 회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기고만장했다. 괴리가 심했고 경제가 부흥하지만 젊은 층들의 자살은 또 많았다. 그 청춘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하루키와 오자키 유타카였다. 하루키 이야기는 많이 했으니 접고, 만화책을 찢고 나온 것 같은 외모의 오자키는 반항을 하다가 고등학교도 중퇴했지만 부르는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한 것이 알려지며 사람들이 오자키의 노래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오자키는 목소리에 어떤 기교도 넣지 않고 그저 담백하게 노래를 불렀다. 기타를 들고 록을 하며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인기를 끌었고 결혼도 하여 아들도 얻었다. 하지만 오자키는 어느 날 길거리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고 이후 죽고 말았다. 그때 나이가 27살이었다. 여러 소문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아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아내가 그의 유서를 공개했다.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유서를 공개했는데 거기에는 매일 죽고 싶었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오자키 유타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만화 같은 모습이다. 너무 잘 생긴 얼굴과 멋진 몸으로 방황하는 청춘의 대변인이 된 오자키가 무대에서 땀을 쏟으며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 17살에 데뷔한 오자키는 자작곡을 한 노래들이 대중과 평론까지 사로잡았다. 오 갈 곳이 없던 10대 청춘들의 우상이었던 오자키 유타카는 술과 약과 함께 27살에 요절한 천재로 마치 커트 코베인이 그 뒤를 따라간 것 같은 느낌이다. 오자키는 그야말로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같다. 피융하며 끓어오르는 찰나 만개와 함께 그대로 소멸하는 삶, 활짝 피자마자 무화되는 벚꽃의 미학을 보여주고 궤도 밖으로 이탈해 버렸다. 그러므로해서 진정 자유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김중식 시인의 시에서처럼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 오자키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모든 걸 다 버리고 사랑에만 몸을 던지고 싶다.  


오자키 유타카의 노래도 한 번 들어보자. 마치 고 김현식이 부르는 것 같기도 하다.


https://youtu.be/SQZg9Av56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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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스튜어트의 노래를 하나 소개하려고 하는데 로드 스튜어트는 조니 미첼처럼 목소리에 신기한 마법이 가득하다. 오래전 영화 ‘삼총사’의 주제곡인 ‘올 포 원’을 부를 때 세기의 팝 스타가 모였다. 로드 스튜어트, 스팅, 브라이언 아담스가 자신들의 스케줄을 맞추어서 한 곳에 집결했다. 이들이 스케줄을 한 번 맞추려면 그들과 함께 움직이는 밴드와 음장 기기 같은 것들이 비행기 수준이라 아주 힘들지만 영화 주제가를 위해 뭉쳤다. 이 세명은 목소리도 비슷하면서 다른데 노래 시작 전에 걸걸한 로드 스튜어트를 따라 하는 브라이언 아담스의 흉내까지 전부 뮤직비디오에 나온다.


세기의 팝스타들이 하던 일을 미루고 영화 주제가를 위해 속속 모여드는 장면까지 담은 뮤직비디오가 영화보다 더 재미있다. 이들이 모여서 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영화의 주제를 옮기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팝스타들은 이미 돈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돈을 뛰어넘은 어떤 신념 같은 것이 있어야 그 나라에 가서 공연을 하고 마이크를 잡는다. 예로 유투가 움직이려면 자본을 아무리 많이 줘도 신념이 빠지면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왔을 때에도 분단이라는 처한 현실 때문에 와서 공연을 했을 정도로 전쟁, 기근으로 인한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마이크를 잡을 뿐이다.


로드 스튜어트는 여성편력이 강한 팝 스타로 유명하다. 원래는 축구선수였다. 그런데 프로로 가느냐의 기로에서 로드 스튜어트는 축구를 계속하려면 술도 잘 마시지 못하고 여자도 많이 못 만나고 매일 정해진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노래도 잘 부르는 로드 스튜어트는 가수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인간은 공평하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


여성편력이 강한 팝 스타들은 많다. 로드 스튜어트도 뒤에서 백 보컬을 하거나 연주를 하는 사람들이 여성 연주자가 많다. 몇 해 전에 죽은 최고의 팝스타 프린스 역시 그랬다. 공연에서 자신을 빼고는 전부 여자다. 춤을 추는 사람도, 연주를 하는 사람도, 같이 노래를 뒷받침해주는 사람들 모두가 여자다. 프린스는 키가 160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키가 작은데 여자들에게 인기는 아주 좋았다. 무대에서 사람들을 휘어잡는 모습을 보고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냐마는, 좀 벗어난 얘기지만 피카소 역시 키가 몹시 작았는데 마지막 여자는 40살 정도 차이가 난 걸로 알고 있다. 피카소도 여성 편력이 심해서 자신은 그림만 그릴 줄 알지 옷도 옆에서 다 갈아 입혀주고 붓이나 물감 같은 거 막 던져 놓으면 그걸 뒤에서 다 치워줘야만 했다.라고 알고 있다.


프린스 얘기 하나 하자면, 낫 띵 컨페어스 투 유를 부른 시네이드 오코너와 일이 있었다. 시네이드 오코너는 이 노래 하나로 세계의 인기를 전부 끌었다. 빡빡머리에 맨발의 디바로 알려졌는데 무엇보다 너무 예쁜 얼굴로 전사의 이미지 같은 모습이어서 사람들이 더 좋아했다. 이 노래 낫 띵 컨페어스 투 유를 프린스가 만든 곡인데 이 곡을 주면서 시네이드 오코너를 자기 집으로 불러 건드렸던 모양이다. 그 뒤로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 하는데. 자세한 일화는 유튜브나 검색을 하면 세세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로드 스튜어트의 소개할 노래는 ‘아이 돈 원트 투 토크 어바웃 잇‘이라는 노래다. 원래는 솔로곡인데 이 영상에서 여성 가수와 함께 부른다. 여성 가수는 에이미 벨이라는 가수로 로드 스튜어트의 무대로 초대를 받았다. 스튜어트는 베테랑답게 무대를 이끈다. 에이미 벨은 대가수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도 몹시 긴장되는데, 거기에다가 대형 무대에 올라와서 노래를 부르는 건 처음이다. 스튜어트는 그런 에이미 벨이 떨지 않게 리드를 한다.


당신의 눈에 대해 말할 수 있어요.

저 하늘의 별들은 당신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게 아니죠. 그것들은 거울이에요.


라며 로드 스튜어트는 특유의 목소리와 무대매너로 노래를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을 이어받은 에이미 벨은 침착하게 노래를 부른다.


난 거기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어떻게 나와 마음을 산산조각 냈는지 말이에요.


에이미 벨이 긴장하지 않고 노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장의 스튜어트는 팔짱을 끼고 밴드를 호령하며 관중도 휘어잡는다. 에이미 벨은 무명이라 이 큰 무대에 서는 게 너무 떨리고 긴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로드 스튜어트는 여자를 리드할 줄 안다. 특히 자신의 무대 아닌가.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관객에게도 에이미 벨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도록 해달라는 무언의 신호를 보낸다.


그 덕분일까. 에이미 벨은 거장의 로드 스튜어트와 나란히 무대에 서서, 비록 풍성한 표정은 아니지만 수줍어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1절이 끝나고 여자 색소폰 연주자가 터질 듯한 폭발력으로 색소폰을 연주한다. 그리고 관객들은 모두가 하나가 되어 에이미 벨이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아 돈 원어 톡 어바웃 잇’을 부른다. 마지막까지 노래를 무사히 미친 에이미 벨에게 로드 스튜어트는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관객에게 박수를 부탁한다.


에이미 벨은 거리의 악사였다. 집시처럼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다 로드 스튜어트의 눈에 띄었다. 로드 스튜어트에게 선택된 에이미 벨은 얼마나 기뻤을까. 큰 무대에 선다는 것도, 로드 스튜어트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는 것도 꿈같은 일이었다. 로드 스튜어트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가수다. 무대에 노래를 부를 때 뒤의 브라스밴드도 여자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에이미 벨은 자신의 가수 인생에 저 무대가 끝이었다. 그 뒤에 가수의 길로 이어졌다는 그 어떤 소식도 없다. 로드 스튜어트는 자신의 무대에 올린 신인 가수들을 좀 이끌어 주는 뭐 그런 것이 있었을 것 같은데 에이미 벨은 그렇게 이어지지 않았다. 로드 스튜어트는 에이미 벨을 그저 한 번 무대에 초대했을까. 로드 스튜어트는 40년대 생이고 아내는 70년대에 태어났으니 한 서른 살쯤 차이가 난다. 거의 피카소 수준이다. 스튜어트는 노래만 잘 부르는 것이 아니라 작곡이나 프로듀싱 능력도 뛰어나다. 아무튼 스튜어트 혼자 부른 버전보다 에이미 벨과 함께 부른 이 노래가 좋다. 듀엣 가수를 리드하며 밴드를 호령하고 관객을 휘어잡는 스튜어트의 무대에서의 포스가 대단하다. 그래서 오늘은 이 노래를 한 번 들어보자.


https://youtu.be/w46bWxS9I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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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버스는 참 재미없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저 그런 상태로 두 시간이 넘어 흘러간다. 재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데, 그래서 재미있는 영화다. 재미없는 게 재미있는 영화, 곧 우리 인생을 말하는지도 모른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자신이 처한 상태, 잔잔하게 흘러가는 일상을 지키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게 끈을 힘 있게 부여잡으려 치열하다. 자칫 끈을 느슨하게 놓쳤다가는 그대로 궤도에서 벗어나고 만다. 그러지 않기 위해 모두가 겉으로는 웃으며 온갖 애를 쓰고 있다.


주인공은 이혼 후 새로 만난 여자 친구와 15년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어쩐지 다정하고 활달한 시호는 주인공과 재혼을 하기를 바라는 것 같지만 주인공은 지금의 상황이 나쁘지 않다. 나카타와 도쿄를 오가는 고속버스를 운전하는 주인공은 도쿄에서 식당을 하는 시호를 나카타의 자신의 집에 초대를 한다. 하지만 그날 도쿄에서 회사를 다니던 아들이 다 때려치우고 집에 와 있고, 아들과 시호를 제대로 인사도 시켜 주지 못한 채 그렇게 하루가 흘러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심야버스를 운전하는데 이혼했던 미유키가 버스에 올라 타면서 주인공은 주인공을 둘러싼 사람들, 즉 지금의 가족과 헤어진 가족, 진짜 가족 같은 가짜 가족과 헤어진 가족의 가족과 더불어 그런 관계 속에서 평범해 보이지만 살얼음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흔히 일어나는 일을 영화로 담았다. 그래서 너무 현실적이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너무 비현실적이다. 너무 잔잔하고 고요하고 재미없게 흘러가는데 보다 보면 두 시간이 넘는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참 기이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도대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반복을 거부하지 않지만 반복 속에서 변화를 찾던 지금 이전의 생활에서 벗어나 그저 똑같은 행동과 생각으로 매일을 반복만 하고 있다. 누군갈 만나지도 않고 술을 마시지도 않고 책도 술렁술렁 읽을 뿐이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그저 배가 고프면 배만 채운다. 도대체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무기력할 때가 있지만 또 무기력하게 있을 수만은 없다.


가끔 현실이 힘들다고 종교를 맹신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죽어서 지옥에 가는 것이 두렵다 해서 현실에서 맹신한다면 현실을 지옥으로 만든다. 무기력하게만 있다가는 그렇게 된다. 영화 속에서 그 대사가 생각난다. 주인공과 헤어진 아내 미유키는 서로 왜 재혼을 했는지, 왜 아직 재혼을 하지 않았는지 묻는다. 미유키는 외로우니까, 외로워서 재혼을 했다고 한다. 미유키가 주인공에게 왜 아직 재혼을 하지 않았냐고 묻는다. 그러자 주인공은 안 외로우니까,라고 한다. 그게 인간이다. 인간이란 그렇다. 전부 제각각이고 강하지만 장난감 같아서 쉽게 망가지기도 한다.


https://youtu.be/YXcLTuMB8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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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볼 수 있는 풍경 그래서 늘 아름답다

요즘은 모든 풍경이 사진으로 담으면 예쁘다. 미운 4살처럼 딱 이맘때가 가장 예쁠 시기다. 이 시기는 금방 지나가 버릴 텐데, 지나가 버리고 나면 5월부터는 부예진 탁한 공기층과 더위가 점령해서 지금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그런 과정을 매년 보고 스치고 있다.


한사랑 산악회에서 택조가 그러던데, 어제가 제일 힘들었는데 오늘이 되니 오늘이 더 힘들더라고, 그래서 내일이 오는 게 겁이 난다고. 거 C8. 한사랑 산악회는 그저 큭큭거리며 웃으며 보게 될 줄 알았는데 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준다. 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것이 코미디라는 걸 여실히 보여줘서 놀랍고 슬프고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4월 25일이 되었다. 4월 25일이라고 해서 딱히 특별한 날은 아니고 매년 오는 4월 25일이지만 오늘은 딱 한 번 뿐이니까 그저 한 번 써보는 것이다. 매일 비슷하게 스치는 평범한 것들이 사실 딱 한 번 세상에 태어났다가 무화하는 것들이 가득하니까 그저 한 번 써본다.

달과 나무와 태화강

매일 달리는 조깅코스인데 매일, 조금씩 바람이 다르고 색채가 다르다. 풍경은 시기에 맞게 변화하지만 변함없다. 변화하되 변함없는 사람이 된다면 자연과 같아질지도 모르겠다. 자연과 같아진다면 쓰고 있는 장편소설의 주인공처럼 자기장을 인간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오랜 시간 쓴 장편소설을 올리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했는데 이제 거의 끝나간다. 워드 한 페이지 분량으로 매일 올렸는데 일 년이 훌쩍 넘어 버렸다. 433장까지 올렸는데 이제 한 달 정도 이 속도로 올리고 나면 끝이 난다.


매일 조금씩 수정하고 수정해서 올리려면 아프면 안 되고, 주위에 크게 신경 쓸 일이 일어나서도 곤란하고 다쳐도 난처하다. 그저 미국의 한 성직자가 쓴 글처럼, 바뀔 수 없는 것들은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을 주시고, 바뀔 수 있는 것들은 변화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시고, 이 둘을 가릴 줄 아는 지혜를 달라고 하며 매일 늘 비슷하고 같은 루틴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긴 이야기라 이어 붙이면 200자 원고지 5000매 정도가 된다. 처음 써 놓은 글은 거의 7000매가 넘어서 자르고 자르고 잘랐다. 지금 올리는 글은 3인칭으로 쓴 글이지만 처음에 쓴 글은 '나'로 시작하는 1인칭이었다.


1인칭과 3인칭으로 시작하는 차이가 뭐냐고 한다면 이것저것 세세하게 많이 다른데, 글쎄 뭐 잘 모르겠다. 잘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잘 모르지만 하다 보면 또 알게 된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장편소설을 꾸준하게 쓰려니까 포기하는 게 많아졌다. 약속이라든가, 매일 그 시간에 소설을 써야 하는데 그 시간을 지키기 위해 다른 것을 접어버린다든가. 장편소설을 썼다고 해서 누군가 알아주는 건 아니지만 긴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이야기를 만들어서 쓰는 동안에 정말 푹 빠져서 행복하다는 것이다. 전문지식을 요할 때, 막혔을 때,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따고, 튕기고, 문전박대당하고, 전문서적을 읽느라 끙끙하기도 했고, 그렇게 작성했던 원고지 70매 정도를 그냥 다 버린 경우도 있었다. 아무튼 지나고 나니 그런 기억들이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요즘은 카 더 가든의 노래를 많이 듣는다. ‘그대 나를 일으켜주면’라는 노래는 참 많은 위로가 된다. 리메이크한 ‘명동 콜링'을 듣고 있으면 정말 가슴 저 안쪽 공백의 텅 빈 부분이 촉촉하게 된다. 아아 노래를 들으며 이렇게나 빠져들어간 적이 얼마만이었을까. 언제나 우리 둘이는 영화였지, 라는 노랫말을 카 더 가든의 통주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들으니 장면 장면이 눈에 확 떠오른다.


긴 글의 호흡이 끊어지지 않게 쓰기 위해서 매일 조깅을 하지만 재작년에 달리는 거리에 비해 올해는 그만큼 달리지 못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억지로 달렸지만 1월에서 4월의 25일이 되는 과정에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일단 받아들이고 나면 편안해진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 옷을 입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지금 하면 된다. 5월이 되면 전시회를 한다. 요즘 시기에 전시회는 자살행위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준비를 했지만 지금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식이 아닌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 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어차피 코로나 사정이 더 안 좋아져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이러는 이유는 여러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아닌, 그저 단 한 사람에게라도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소심한 사람이 나이기 때문에.


한 주를 내가 아닌 가족 또는 나의 주위 사람들을 위해 생활했다면 2021년 4월 25일 일요일 오늘 하루는 나를 위해 음악을 듣고 잠을 자고 맛있는 것을 먹자. 그렇게 변함없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삶을 살아가자.


땀을 쏟으며 조깅 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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