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은 바닷가이고 6월이 되면 바닷가의 태양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해가 쨍하게 떠오른 날이면 오전에 바닷가에서 책을 좀 읽다가 일을 하러 온다. 이틀 정도 바닷가에서 책을 좀 읽었는데 벌써 피부색이 변했다.



이렇게 태양 밑에서 살을 태우면 살갗에서 태양의 냄새가 난다. 그게 어떤 냄새냐고 물어도 잘 대답할 수는 없지만 태양의 냄새가 있다. 그 냄새가 좋아서 매년 여름이면 해변에서 바짝 몸을 태운다. 태울 때는 그 냄새가 나지 않지만 옷을 주섬주섬 입고 어딘가 시원한 곳에 들어가면 비로소 태양의 냄새가 피부에서 난다. 매년 여름마다 바짝 몸을 태워서 사람들은 내 피부가 원래 까무잡잡한 줄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태양이 닿지 않는 곳은 허연 피부가 수줍게 옷 속에 숨어 있다. 여름 내내 태운 피부가 조금 희석될만하면 다음 해 여름이 오고, 그 반복을 지금까지 죽 이어가고 있다.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아직까지는 여름이면 피부를 태운다. 그리고 피부에서 나는 태양의 냄새를 맡는다.




바닷가에는 당연하지만 갈매기가 있다. 거의 매일 바닷가에 나가니 갈매기들을 자주 본다. 갈매기들을 하릴없이 바라보기도 하는데 지겹지 않다. 그건 참 기묘한 일이다. 대형마트 어항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질리지 않는다. 바닷가에는 갈매기들이 날아다닌다. 갈매기는 오를 때 날갯짓을 하는데 다리를 몸통에 바짝 붙여서 활동을 하기 때문에 다른 새들에 비해 굉장히 날렵해 보이고 멋진 모습이다.


시간이 된다면 바닷가에서 갈매기들을 바라보는 것도 꽤 흥미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활공을 할 때는 날개를 쭉 펴서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데 체공시간이 비둘기에 비해서 길다. 갈매기는 물과 인접해서 서식하는 다른 새들과 조금은 다르다. 황량한 바다를 제외하고 그들은 대부분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경우가 잘 없다. 언제나 정박해있는 어선이나 부표 위에서 숨을 고르게 쉬며 시간을 죽여가고 있다.


항상 내려앉는 자신의 자리에 다른 갈매기가 앉아있으면 가서 쫓아내는데, 자신보다 서열이 높으면 쫓아내지 못하고 그 자리를 피해서 비행을 하면서 울부짖기도 한다. 어떻든 갈매기를 바라보는 것이 깔깔깔 거릴 정도는 아니지만 지겹지는 않다. 갈매기가 바닷가에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기 바닷가에는 당연하게도 비둘기도 갈매기화되어 있다.


골목이나 도시의 건물 사이에서는 비둘기가 오랜 시간 활공하는 모습이 보기 드물다. 하지만 바닷가에서는 어쩐지 갈매기에게 지기 싫은지 비둘기들도 날개를 활짝 펴고 해변 위를 길게 날아다니는데 멋있다기보다는 뭔가 재미있는 모습이다. 바닷가의 비둘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웃음이 나온다. 갈매기들은 해변에 무리로 내려앉아 눈을 감고 있기도 하는데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갈매기가 있으면 어김없이 그 근처에 비둘기가 고개를 앞뒤로 까닥거리며 어슬렁어슬렁 간다. 바짝 가까이는 가지 않고 일정 거리를 두고 그 거리를 유지한 채 갈매기와 대치를 이룬다.


갈매기도 기가 막힌 지 휙 가서 비둘기를 쫓아내면 날아가지 않고 머리를 앞뒤로 까닥거리며 저만치 도망을 가지만 멀리 가지는 않는다. 늘 여지를 두고, 어이 갈매기 네가 이 바닥에서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구역의 미친 비둘기는 나라구! 두고 보자고!라고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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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6-12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매기와 비둘기의 경쟁을 보며 웃게 되네요. 바다를 바라보며 햇빛 냄새를 듬뿍 만끽하는 독서라니 멋있네요. ^^

교관 2021-06-13 13:45   좋아요 0 | URL
갈매기처럼 보이는 비둘기와 그 비둘기를 기가 막히게 보는 갈매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 합니다 ㅋㅋㅋ
 

아마도 딱 이 맘 때였다. 바닷가에 본격적인 무더위가 덮치기 전, 여름이라는 말이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할 무렵 조카는 처음으로 바다라는 것에 눈을 떴다. 더 어렸을 때에는 여름의 바다에서 노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어느 날 문득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바다에 발을 담그고 물을 뿌리며 바다에서 노는 것이 즐겁다고 느끼게 된다. 인생의 완성은 대체로 어느 날 문득 이루어진다.


조카가 삼촌에게 놀러 와서 바다에 나오면 전망이 괜찮은 카페테라스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거나 그림책을 본다. 밑그림을 조카가 그리면 나는 문어라든가, 물고기 라든가, 색종이로 그런 것들을 만들어서 물고기 머리에 조카의 얼굴이나 조카 엄마, 아빠의 얼굴을 붙여서 그걸 조카가 그린 바다의 밑그림에 붙인다. 어린이가 으레 그렇듯이 상상력이 풍부해서 조카가 그린 바다의 모습은 온 우주의 모습이다. 온통 밝을 것만 같지만 우울한 모습도 있다. 그래서 이건?라고 물어보면 그 작은 물고기는 버려진 물고기라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창 인형을 좋아할 때 베랭구어 실리콘 인형을 비싸게 주고 사서 선물로 줬다. 배랭구어 인형은 꼭 사람 같아서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데 조카는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때 전통시장의 완구점에서 사준 인형을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옆구리에 끼고 다녔다. 이후에 더 예쁘고, 더 비싸고, 더 좋은 인형이 있어도 조카의 친구는 시장통에서 산 그 인형이었다. 조카는 한 때 집에서 할 수 있는 볼링 완구를 좋아해서 그걸 사준적이 있었다. 그냥 볼링은 재미없을 것 같아서 볼링핀이 동물로 이루어진 볼링 세트를 사주었다. 기린도 있고, 하마도 있고, 사자도 있고. 하지만 몇 번 세우고 던지더니 울면서 안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세워 놓은 동물을 자기 손으로 넘어트려 아프게 하니 이젠 이런 거 하기 싫다는 것이다. 정말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 같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에 삼촌이 있는 바닷가에 놀러 오면 꼬꼬마 때 하던 것에서 벗어나서 주로 책을 읽었다. 나는 나대로 조카는 조카대로 책을 읽었다. 그리고 2학년이 되었을 때 조카는 자신이 직접 적은 소설이라며 나에게 보여주었다. 제목은 ‘안녕’이다. 주인공 여자아이는 행복마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안녕, 또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인사를 받는 사람들의 풍경을 묘사해 놓은 이야기다.


 여자아이가 인사를 하고 빵 파는 아저씨가 손님이 많아서 들은 건지 안 들은 건지 잘 몰라도 여자아이는 만족한다. 그런 식으로 ‘안녕’이라는 인사 한 마디를 통해 여자아이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 다 다르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다가 여자아이는 동굴에게도 안녕하고 인사를 한다. 동굴은 여자아이의 목소리로 안녕, 하며 다시 인사를 한다. 메아리를 이런 식으로 표현을 했다. 인사하기를 너무 좋아하는 여자아이는 괴물을 만나도 안녕, 하고 인사를 한 후 괴물에게 잡혀간 남자아이를 구하러 간다.

 

그해 여름, 조카는 삼촌에게 이렇게 해맑은 모습으로 뛰어왔다. 세상의 어린것들은 온통 예쁘기만 하다. 나에게 이런 시기가 있었을까 할 정도로 예쁨으로만 무장했던 그해 여름.

 

어제 조깅을 하다가 동네 공원에서 마스크를 쓰고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놀고 있는 아이들을 봤다. 아이들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언제나 적극적이고 진지하다. 하지만 그 옆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인상을 쓰며 담배를 피우는 어른이 있다. 영감님이다. 영감님도 아이들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이 사진은 역광이라 원본에는 조카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급작스럽게 하하하 웃으며 달려오는 바람에 그때 아이폰3GS로 얼른 찍은 사진이다. 나중에 후보정으로 얼굴의 어둡기를 좀 거둬냈다. 그랬더니 저렇게도 환하고 밝은 모습으로 달려왔다. 이 사진은 크게 출력을 해서 액자에 집어넣어서 조카의 할머니에게, 조카의 엄마에게, 또 크고 작게 인화를 해서 여기저기 붙여놨다. 집에 들어갔을 때 눈에 바로 들어오는 모습이 이런 모습이면 꽤 힘이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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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도 우리의 소울푸드다. 뭘 어떻게 해도 김치찌개는 맛있다. 술안주로도 좋고 밥 위에 올려 비벼 먹기에도 좋고 말아서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 김치찌개다. 김치찌개 잘하는 집의 점심시간에는 그 전날 알코올로 위를 괴롭힌 영혼들이 줄을 서서 먹는다. 김치찌개야 말로 한국만의 음식이 아닐까 싶다. 김치가 한국의 고유 음식이니까 김치를 넣어서 끓인 김치찌개 역시 한국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자취할 때 많이 해 먹었을 것 같은데 해 먹지 않았다.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내가 대학교 때 자취를 할 때에는 끓이고 굽고 볶는 음식은 거의 해 먹지 않았다. 처음 읽는 사람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비린맛을 좋아했을 때라 꽁치통조림을 많이 사 먹었는데 뚜껑을 따서 그대로 먹거나 통조림을 가스레인지에 올려 데워가면서 그 안에 김치를 넣어서 먹곤 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꽁치통조림의 꽁치는 그대로 먹어도 맛있다.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제대를 하고 그해 겨울 군고구마를 팔고 그 돈으로 친구들과 겨울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7번 국도를 따라 강원도를 갔다 왔다. 첫날에 강릉까지 올라가서 사진으로 풍경을 좀 담고 저녁에 낯선 곳이 주는 자유에 젖어 마음껏 취했다. 강릉의 사람들이 주는 편안함과 한 친구의 친화력으로 술집과 식당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취해 갔다.


그렇게 인사불성이 되어 잠이 들었고 아침이 되었다. 보통은 술을 많이 마시고 난 다음 날에는 정오까지 잠을 자야 하는데 기묘하게도 여행지에 가면 일찍 일어나게 된다. 우리는 8시가 되기도 전에 일어나서 추운 겨울의 오전에 숙소에서 기어 나왔다.


그리고 시장통으로 가서 허름한 김치찌개 집에 들어가서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푹 익은 김치가 우려내는 국물이 참 맛있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겨울의 아침에 난로가 홀에 있는 작은 시장의 식당에서 먹은 김치찌개의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친구는 해장술을 또 먹었다. 크게 썰어 들어간 돼지고기도 맛있었다. 자박자박한 국물을 밥 위에 올려 밥을 슥삭슥삭 비벼 먹으니 전날 먹은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김치찌개를 집에서는 잘해 먹지 않는다. 집에서는 국물이 있는 음식을 잘해 먹지 않는다. 국물이 당길 때는 라면을 끓여 먹는다. 김치찌개처럼 맛있는 국물음식은 적은 양을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일단 해 놓고 나면 다 먹어야 한다. 김치찌개는 몇 번에 걸쳐 먹으며, 다시 끓여 먹을수록 더 맛있다. 그래서 다시 끓일수록 그 안에 고기나 두부나 다시 또 넣어서 끓여먹게 된다.


여기 근처에도 유명한 김치찌개 집이 있는데 점심시간에는 회사원들이 바글바글하고 새벽에는 화류계에 일하는 여자들이 일을 마치고 곧 뜨는 해를 기다리며 김치찌개를 먹었다. 그것도 코로나 이전의 일이다. 김치찌개는 매일 먹어도 맛있지만 가끔 먹으면 더 맛있는 것 같다. 가끔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서 운전해서 다섯 시간 가서 사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김치찌개가 한국인에게는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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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와 그림이 마지막까지 곁에 남아서 위로가 되어 준다


내용:

작업노트라고 할 것 까지는 없습니다.

사진을 업으로 두고 있다 보니 사진은 그림과 글과 영화와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든 사진과 그림에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는 서로에게 이어져 있고 우리는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가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큰 소리로 웃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없는 세상이 지옥이지 않을까.

우리는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담고 글을 씀으로 해서 지옥을 지옥 같지 않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행복은 느끼는 자의 것입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도 우리는 압니다.

지금 이 글을 보는 그대가 행복해져야만 세상이 행복해집니다.

행복해지세요.


소소하지만 소중한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하게 되었다. 글을, 그러니까 시보다는 소설을 전시하기 위해서 고심을 했고, 소설을 적느라 그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전시회는 몇 년 전까지는 꽤나 줄기차게 했었다. 그때는 오롯이 사진을 전시를 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되어서 소설과 문학을 그림과 함께 전시를 하게 되었다.


전시회를 하면 여기 지방의 사진학회나 사람들을 초대하고 하는데 이번에는 아무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코로나 확진자가 그간 초유의 사태로 많이 나왔기 때문에 혹시라는 생각 때문에 연락을 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생각이 드는 건 이쪽 관련, 공연이나 전시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겠구나 하는 것이다. 뭐 어떤 노력으로도 감염병 시대에는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


회사 다니는 후배가 회사 때려치우고 사진을 하고 싶다는데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다. 꾸준하게 노동을 하고 꾸준하게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지 알아야 할 것 같다. 근래에 유준상 감독, 주연의 ‘스프링 송’이라는 영화를 한 편 봤다.


음악감독인 유준상이 배우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가 뮤직비디오를 찍는 내용이다. 하지만 가사도 없고 그저 흐밍으로 ‘음’만 유준상 머릿속에 있어서 배우들은 당최 뭐가 뭔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유준상 감독은 주문을 하는데 전혀 그런 장면이 아니라 감정은 잡히지 않고, 춥고 힘들고.


배우 소진은 결국 터지고 만다.

영화를 보는 우리도 이거 뭐야? 이게 뭔 뮤직비디오 촬영이야? 하는 생각이 든다.

점점 엉망진창이다.

한국어로 대사 치면 소진은 중국어로 감정 잡아 대사 치고,

서로 각자 하고 싶은 말을 막 한다.

오케이를 외치는 건 유준상뿐.


카메라를 보며 말을 하고 배우 이름을 그대로 영화 속에서 이름이 되어서 불리기 때문에 다큐처럼 보인다.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

70 넘어까지 감독이 하고 싶다는 유준상의 작품으로, 이 영화를 보면 유준상은 머리가 참 좋다. 아니 머리도 좋은데 노력을 굉장히 하는 것 같다.


영화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


너무 다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잖아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때가 되면 어느 순간

아 그 의미가 뭔지 알겠다

싶을 때가 있잖아


영화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이렇게 해서 무슨 뮤직비디오가 될까 싶은데,

마지막 이 엉성하고 난잡하고 엉망진창으로 찍은 영상으로

기가 막힌, 멋지고 아름다운 한 편의 뮤직비디오가 된다.

보고 있으면 울컥한다. 진짜.

 

세상은 그럴 때가 있고, 그럴 때가 온다.


불안한 인생에 대해서 불편하지 않게 소진은 말한다.


한때야

시련, 정말 한때야

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듯이

이 어둠의 긴 터널

얼마 남지 않았어


요즘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영화가 아닐까.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던,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던, 모두가 힘들어서 겨우 버티고 있으니까.

내 자식이 아프다고 해서 대신 아파줄 수 없는 것처럼 견디고 버티는 것도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저 이 힘든 시기에 내가 버텨야 한다.

비티고 견디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빛이 봄이 되어 찾아와서 내 옆을 따뜻하게 해 준다.

그런 영화다.

내가 하는 전시도 그런 영화 같아지고 싶다.




작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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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8Oz7DG76ibY





며칠 전에 악뮤의 다이너소어를 들었다. 듣자마자 든 생각은 왜 아직도 그림자처럼 저스틴 비버의 음악을 질질 끌고 가냐는 것이다. 정말 저스틴 비버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일까. 제일 잘 나가는 천재 뮤지션들이 지금까지 계속 그러고 있다.


십센치의 아메리카노를 들었을 때에도 이건 뭐 지미 페이지의 기타 연주를 그대로 들고 와 버렸잖아. 심지어는 기타 연주로 강약을 조절하는 그 호흡을 통째로 들고 와서 아메 아메 아메 하는데, 아이 진짜. 그냥 가수들은 오마주를 했다고 하거나 지미 페이지의 곡이 너무 좋아 따라 했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일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한국 사람들이 (너무 유명하지만) 지미 페이지를 잘 몰라서 그냥저냥 넘어가려는 걸까.


음악평론가들이 말하길 이미 좋은 음악적인 음역은 6, 70년대에 다 나왔다고 한다. 그 이후는 세상에 나와있는 음악을 가지고 변형하는 곡들일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람들은, 제 노래는 선배 가수 누구의 음악을 카피를 했다던지, 들고 왔다던지. 그렇게 인정을 한다고 해서 누구 하나 나무랄 사람이 없는데 어째서 몰래몰래 훔쳐오듯 가져와서 그 분위기를 내려는 걸까. 내가 만든 곡에 흠집이 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것일까.


영국의 버브는 롤링스톤즈의 음을 샘플링해서 만든 비럴 스윗 심포니가 그렇게 인정하고 말하면서 더더욱 세계적인 노래가 되었다. 20년이 넘었는데도 현재도 비럴 스윗 심포니는 여기저기 나온다. 노래가 너무 좋다. 물론 저작권의 많은 부분이 롤링스톤즈에게로 돌아가지만 말이다.

https://youtu.be/1lyu1KKwC74 


역시 명곡, 질리지 않아



요즘 유튜브로 한예슬이 난리다. 우리 사랑하게 내버려 두세요, 좀.라고 한다. 사랑만 하기도 벅찬 세상에서 한예슬은 답답한 모양이다. 사람들에게 제1선으로 보이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사는 연예인에게는 이런 관심과 간섭을 피할 수 없다. 사람들이 나무라는 것은 불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래방에는 호스트가 접대를 할 수 없는데 손님과 호스트로 만났으니 사람들의 방점은 거기에 있고, 한예슬은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니 우리 좀 내버려 두어라는 것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는 건 천만번 맞는 말이나 역시 불법은 안 된다는 게 사람들의 입장이다.


한예슬과 남자 친구처럼 호스트와 손님으로 만나 결혼까지 골인해서 부자가 되고 유명인이 되면서 딸을 낳았는데 그 딸이 나라의 자랑이 된 경우도 있다. 누구일까. 바로 일본의 자랑 아사다 마오다. 마오의 아버지가 호스트 출신의 아주 잘생긴 사람인데 손님으로 온 여자와 결혼까지 해서 마오를 낳았다. 이런 사실은 일본 사람은 대체로 다 알고 있다. 남 얘기하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그 사실을 떠벌이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마오의 아버지가 재일교포기 때문이다. 일본은 일본의 자랑인 마오의 아버지가 재일교포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힘든 것이다. 호스트 출신으로 거기서 벗어나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하여 성공하여 부자가 된 마오의 아버지 정도에서 끝나면 오히려 일본은 계속 언론을 통해서 내보냈겠지만 재일교포가 그 모든 걸 가로막고 있었다. 일본은 마오에게 전용 링크장까지 만들어주며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었다.


우리나라 김연아와 너무나 대조되는 상황이다. 김연아는 아이들이 노는 아이스링크장에서 연습을 했다. 그런 걸 보면 김연아는 은퇴 후에도 정말 자기 관리가 대단하다. 마오는 은퇴 후 두 달이 지난 후 언론에 공개된 모습은 살이 쪄서 뚱뚱해진 상태였다. 어찌 보면 그게 정상일지도 모른다. 평생 운동만 한다고 내내 격한 연습 덕분에 살찔 여유가 없었는데 처음으로 맞이한 자유로운 생활에서 살이 찌는 건 당연하다. 축구의 최용수 감독을 봐도 그렇고, 농구의 문경은이나 박세리도 그렇고. 그런데 김연아는 똑같다. 정말 관리가 철저하다. 예전 홍콩 여배우 종초홍이 그렇다. 지금 60대인데도 모델을 하고 있으며(확실하지 않음) 무슨 회사더라? 거기 CEO를 하고 있는데 여태껏 달고 맵고 짠 음식과 술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고 한다. 전지현의 생활이 그렇다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어떻게 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보이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의 경우 뭔가 방향을 잘 잡아야 할 것 같다.


나처럼 일개 하찮은 개인도 매일 조금씩 조깅을 하고 먹는 것을 조절해서 지금까지 비슷한 체형을 유지하고 있어서 십 년 전의 옷도 아직 입고 있다. 무엇보다 내 친구들은 다 몸이 비대해지고 커졌다. 회사생활과 스트레스 때문에 많이 먹고 마시고 적게 움직여서 그렇다. 그래서 지금 같이 만나면 차이가 많이 난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의 몸은 오래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론데 먹는 음식은 다양해지고 많아지고 더 맛있어졌다. 그러니 유명인들은 오죽할까. 뭐든 습관이 되어 버리면 남들이 뭐라 하든 간에 그 생활이 편해지고 만족하게 되는 것 같다.


지난번 방탄의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이번 버터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또’ 해보자.이번 영상은 유튜브 Burmseon Lee 채널의 영상이다. 버터에 관한 영상을 유튜브로 검색하면 정말 어! 마! 어! 마! 하다. 지난번 다이너마이트에서 제이 홉의 깜짝 마이클 잭슨의 오마주 댄스의 반응만큼 뜨겁다. 전 세계의 아미들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 역시 개 난리다.


https://youtu.be/heBwG4vHP04




특히 일본은 방탄에 대해서 연일 보도를 하며 방탄의 행보에 일각을 세우며 초를 다투며 방탄의 소식을 전하는 느낌이다. 유튜브의 여러 채널 중에 Burmseon Lee의 영상을 보면 일본인들의 반응을 잘 볼 수 있다. 풀 영상으로 보면 일본의 예능인들이 방탄에 보이는 반응이 어떤지 볼 수 있다.


소식도 자세하게, 세세하게 전하고 있다. 지난번에도 말한 것처럼 아주 이상하고 기묘한 건 한국의 어떤 방송에서도 방탄에 대해서 이렇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방탄 소식을 전하는 온도가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이라면 한국의 방송은 누구도 들어가지 않은 호텔 풀 사이드의 고요한 수면처럼 그야말로 조용하다. 온도도 미지근하다.


어째서 그럴까. 정말 신기하고 이상하다. 공중파에서 방탄에 대해서 다루지 않으면 케이블에서라도 방탄의 소식에 대해서 다룰 법도 한데 고작 2016년도의 방탄 콘서트 정도를 보여줄 뿐이다. 그러니까 그 어디에서도 일본에서만큼 다루지 않는다. 방송뿐 아니라 그 어떤 언론에서도 방탄의 버터에 대한 소식을 이만큼 전하지 않는다.


그 이면을 벌려보면 아주 길고 긴 이야기가 숨어 있다. 70년대 이후 방송가와 언론의 유착 같은 것들. 자본이 먼저 오고 간 다음 대대적인 홍보가 이루어지고 팬들이 뒤를 따르는 폐습이 있었지만 유튜브가 도래한 이후 중간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팬들이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어서 우리나라 꼰대 언론과 방송국 놈들은 아마도 흥!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얼른 물갈이가 되어야.


니들은 그러라 그래, 그러기나 말기나 방탄의 버터는 연일 도장 깨기 하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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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6-10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사다 마오 잘 모르지만, 아버지가 재일교포였군요 그런 일도 있다니... 텔레비전은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라디오 방송에서는 방탄소년단 이야기 해요 음악캠프에서는 빌보드 1위 한 거 알려주기도 하고... 지금도 하는지 모르겠는데 EBS에서는 방탄소년단 이야기 하는 것도 했어요 라디오 방송이니... 그래도 아는 사람은 다 알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잘 모르면서 이런 말을 했네요


희선

교관 2021-06-10 13:15   좋아요 0 | URL
ㅎㅎㅎ 네 여기저기에서 방탄의 소식은 나오고 있는데, 쫌, 뭐랄까. 위에서 말 한 것처럼 호텔 풀 사이드의 수면 같은 분위기라서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