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맥날이나 버거킹보다 편의점 햄버거가 더 맛있다. 편의점 햄버거를 더 찾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햄버거 전문점만큼 내 입에는 맛있다는 데 있다. 굳이 들어가서 고르고 주문하는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된다. 쓱 집어서 계산하고 나오면 (내 입에는) 맛있는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

 

수제버거가 맥날이나 버거킹보다 멋이 떨어지고(물론 내 입맛에 그렇다는 것이다) 편의점 햄버거가 맥날이나 버거킹만큼 맛있다. 그러니까 편의점 햄버거 = 맥날, 버거킹, 싸이 버거 > 수제버거. 이런 순이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사실 편의점 햄버거나 전문점 햄버거가 그렇게 큰 차이는 나지 않는 것 같다. 그만큼 편의점 햄버거도 맛이 좋다.


햄버거 전문점 햄버거보다 편의점 햄버거를 더 선호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많이 씹을 수 있다는 점이다. 편의점 햄버거는 전문점 햄버거에 비해 식어 있다. 따뜻하지 않다. 그래서 오래 씹을 수 있다. 나는 날 때부터 좋지 못한 위를 달고 태어나서 인지 햄버거를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소화가 안 되면 그저 속이 더부룩하고 말면 그만이지만 나는 그렇지가 않다. 숨이 차고 머리가 아프고 소화가 될 때까지 참 힘겹다. 그래서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음식을 정리해 놓고 피하려고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가 있다.


두부를 매일 먹는데 같은 두부라도 어떻게 조리를 해 놓느냐에 따라 소화시키는 것은 천지차이다. 두부가 뜨거운 탕이나 국에 들어가 있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가끔 구워놓고 하루 지난 두부를 그대로 먹을 때가 있는데 그러면 어김없이 소화를 못 시킨다. 고생을 하는 것이다. 햄버거도 그런 맥락이다. 전문점 햄버거는 딱 먹기 좋은 온도라서 많이 씹지 않고 그대로 넘겨 버린다. 그러고 나면 소화가 안 된다. 해운대 맥날에서 햄버거를 두 개 먹고 난 후 몹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기억 속에는 아픈 건 기억이 없고 아픈 것 때문에 어딘가를 가지 못하고 걷지 못하고, 같은 고생한 기억이 있다.


나는 발전하는 기기에 지는 스타일인데(그래서 아이패드나 아이폰보다는 카세트 플레이어로 음악을 주로 듣는다) 맥날에서 주문할 때 이거 저거 주세요 하는 것보다 터치로 주문하는 건 또 훨씬 좋다. 그래서 한 동안 열심히 사 먹었던 서브웨이는 이제 가지 않는다. 며칠 전에 몇 년 만에 일행과 함께 주문했는데 예전보다 더 이것저것 넣어야 할 것들이 많아진 것 같았다. 다행히 일행이 알아서 내 것을 주문해주었다. 나는 소스를 아무것도 뿌려먹지 않기에 알아서 올리브 오일만 뿌려서 주문을 해 주었다. 그러니까 편의점 햄버거는 이 모든 귀찮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전혀 귀찮은 것이 없으면서 내 입맛에 딱 맞고 종류도 많고 맛도 좋아서 편의점 햄버거를 왕왕 사 먹는 편이다.


내가 사는 곳에는 굴지의 조선소가 있어서 외국노동자들이 많은데 외국 노동자들도 한국 편의점의 햄버거를 자주 사 먹는다. 점심에 밖으로 우르르 나와서 편의점에 와서 햄버거와 음료 하나를 사 먹는다. 가격도 엄청 저렴하고 이야기를 하며 맛있게 먹는다. 이곳에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브라질 대표팀이 훈련했던 축구장이 있었다. 그리고 집 근처, 백화점 맞은편에는 맥날이 있어서 당시만 해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점심, 저녁, 그리고 24시간 했으니 새벽이나 밤샘 작업을 하는 외국인들이 맥날에 가득 앉아서 햄버거를 먹었다. 그리고 브라질 대표팀에 훈련을 하면서 그들도 이곳의 맥날에 와서 햄버거를 사 먹었다. 그때 당시 햄버거를 주문하는 호나우두와 호베르투 까를루스를 봤다. 나는 카메라를 꺼내서 찍으려고 하는데 경호원들이 못 찍게 했다. 워터 파크 이런 법규. 티브이로 볼 때는 거대하게 보였는데 키가 너무 작더라. 아무튼 그만큼 그 맥날 지점은 엄청난 매출을 자랑하는 지점이었는데 굳건할 것만 같았던 그곳의 맥날은 일 년 전인가 없어졌다.


그 이면에는 외국노동자들이 편의점 햄버거에 대거 몰린 것이 계기가 아닐까. 좀 더 파고들면 조선업의 쇠퇴와 함께 외국인들이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면서 와글와글 거리던 사람들이 점점 흩어졌겠지. 그러면서 언젠가부터 편의점에 햄버거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 종류도 많아졌도 맛도 좋아졌다. 사진의 햄버거도 온도가 따뜻하지 않고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뜯어서 차갑지만, 그래서 오래 씹을 수 있고 나에게는 더 맛있다. 그러면서 방울토마토와 함께 먹을 수 있으니 훨씬 낫다. 인간은 복잡한 사회 시스템 속에서도 단순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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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은 하루에 한두 개씩 먹었던 때가 있었다. 가난에 굶주려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저 컵라면이 많아서였다. 컵라면은 기묘하게도 밥을 먹고 나서 먹어도 맛있고, 밥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물론 컵라면만 먹어도 맛있으니 다량의 컵라면이 옆에 있으면 그렇게 먹게 된다.


라면이 언제 맛있을까 대한 논의는 사람들 간에 치열하지만 그저 지금 먹는 라면이 가장 맛있다. 컵라면에는 어떤 기운 같은 것이 있는데 오늘 집으로 가면서 머릿속에서 오늘은 봉지라면을 끓여서 이것저것 넣어서 이렇게 차려 놓고 먹으리라, 라며 집으로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몸을 바짝 말린 다음 주방으로 가면 그만 그 기세가 꺾여 그냥 컵라면을 먹게 된다. 그런데 그게 또 맛있다.


컵라면은 봉지라면처럼 부산 떨며 먹지 않게 나온 음식인데 요즘은 기묘하게도 컵라면은 집에서 간단하게 끓여 먹고, 봉지라면은 강변에 딸린 즉석 라면 집에서 부산을 떨며 끓여 먹게 된다. 어쩐지 세상이 점점 뒤바뀌어 가고 재미있어진다. 그러니 라면에 지지 말고 타협을 하면서 적당히 삶을 살아가자.


컵라면을 매일 먹었을 때가 병원에 입원을 했을 때다. 입원이라고 하지만 흔히 말하는 나이론 환자였다. 그때의 여자 친구와 함께 식당에서 밥을 먹고 건널목을 건너다 자동차가 죄회전을 하면서 여자 친구를 친 것이다. 횡단보도 위에서 픽 넘어졌다. 자동차는 아주 천천히 움직였지만 그대로 부딪히면 타격이 오고 넘어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자동차 바퀴가 여자 친구의 허벅지를 조금 밟고 지나갔다. 이렇게 말을 하면 보통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바퀴가 다리 위를 지나간 것이 아니라 다리 길이와 같은 방향으로 꼬집듯이 허벅지를 물고 지나갔다. 어떻든 차에 부딪혀 넘어진 여자 친구가 타이어에 의해서 허벅지 아래 부분이 밟혔으니 아파서 지르는 비명에 운전자는 그만 다시 후진을 하면서 또 한 번 허벅지의 살점을 물고 지나갔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서 몹시 고통스러워했다. 그때 여자 친구가 넘어지면서 나를 힘껏 잡았는데 나까지 홀라당 넘어지고 말았다.


길거리는 순식간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전부 우리를 구경했다. 분명 누군가는 폰으로 우리를 찍는 것 같았는데 경황이 없어서 그런 것까지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다행히 운전자가 우리를 빠르게 차에 실어서 병원으로 옮겼고 보험처리를 해주었고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운전자는 60대로 우리를 보지 못하고 횡단보도라서 일단 천천히 좌회전을 하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아저씨는 교육을 잘 받으며 생활한 사람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모든 비용을 다 될 테니 걱정하지 말고 병원에서 완전히 나을 때까지 입원 치료를 하라고 했다. 그런 올바른 태도 덕분에 우리도 아저씨와 인사를 웃으며 나눌 수 있었다.


그런데 아저씨가 나에게도 입원을 해서 검사를 받아 보라고 했다. 나는 손을 저었다. 다친 곳이 없고 나는 차에 부딪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넘어졌으니 지금은 모르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후유증이 올 수 있으니 입원해서 검사를 받아 보라고 했다. 주위에서도 그렇게 말을 하니 떠밀려서 입원을 하게 되었다. 아저씨는 정말 매일매일 찾아와서 안부를 물었다.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겨우겨우 말려서 더 이상 병원에는 오지 않았다. 점잖은 분이라 인사를 하고 난 후 2분이 지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맹숭맹숭했다.


병원에서 주는 병원 식은 다들 맛없다고 하던데, 그래서 병실 사람들은 집에서 싸온 반찬과 함께 먹던데 내 입에는 병원 식이 아주 맛있었다. 반찬 같은 거 남김없이 홀라당 다 먹었다. 나는 6인실이었고 여자 친구는 2인 실에 있었는데 남은 침실에 아직 입원하는 환자가 없어서 잠을 잘 때 빼고는 2인 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지루하고 재미없을 법도 한데 간호사들과 의사들의 사진을 찍어 주고 밤에 병원을 빠져나가 사진 작업을 해서 다음 날 액자에 넣어서 사진을 나눠주었다. 병실의 환자 가족들 사진도 그 자리에서 찍어서 그렇게 사진을 만들어서 나눠주었더니 이상하게 병원에서의 생활이 바빠졌다.


입원했을 때 친구들이 매일 병문안을 왔는데 올 때마다 컵라면을 들고 왔다. 그래서 컵라면이 종류별로 아주 많았다. 다른 건 들고 오지도 않았다. 꽃이라든가, 음료 같은 건 아예 생각도 없고, 컵라면, 컵라면, 컵라면, 컵라면을 들고 왔다. 들고 와서는 지들끼리 끓여서 먹고.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컵라면만 계속 사 오니까 컵라면은 산처럼 쌓이게 되었다. 그래서 병실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간호사들에게 나눠주었다. 이상하지만 어쩐지 매일 컵라면 파티처럼 사람들이 밥을 먹을 때 컵라면과 함께 먹거나, 간호사들이 잘 먹었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때가 2월이었는데 한 번은 눈이 한바탕 왔다. 컵라면은 오밤중에 야외에서 먹으면 더 맛있는 법이다. 병원은 야외 잔디밭이 있고 거기에 벤치도 있어서 친구와 여지친구와 나는 벤치에 앉아서 컵라면을 먹었다. 사실 컵라면은 안주였다. 여자 친구는 다리가 불편해서 휠체어를 탔는데 휠체어에 컵라면과 맥주를 싣고 병원을 빠져나와 야외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컵라면이 7개 있었는데 왜 그만큼 다 물을 부었냐 하면 친하게 지내는 인턴들이 있었다. 개고생 하는, 정말 씻지도 못해서 이게 무슨 몰골이야! 할 정도의 인턴들에게 연락해서 라면 먹으러 와, 하면 달려와서 같이 먹었다.


새까만 밤에 하얀 눈이 떨어지는 잔디밭에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과 환자복을 입은 우리와 또 평상복을 입은 친구가 한데 어우러져 컵라면을 호로록호로록하며 먹었다. 속이 뜨거우면 맥주로 달랬고 맥주로 위장이 차가워지면 컵라면의 짭조름한 국물을 프르르륵 삼켰다. 병원에서 지내게 되면 친하게 되는 의사와 간호사가 생겨난다. 보통은 한 병실에 있는 환자나 환자 가족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는데 나는 나이론 환자라 아침에 왕진을 다녀가면 병실을 나와서 지냈기에 의사나 간호사들과 좀 더 친하게 되었다. 나는 10일 정도 있다가 퇴원을 했다. 아마 더 있으면 살이 너무 찔 것 같았다. 아픈 곳도 없고 물리치료실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도 우습고 무엇보다 병원에 오래 있으면 무기력해지는 것 같다. 퇴원한다고 했을 때 담당 의사와 간호사의 서운한 인사가 생각난다. 그때 컵라면을 아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고 왔는데 짜장라면에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어서 먹게 했더니 진짜 맛있게 먹는 것이다. 시럽 통 같은 데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어서 컵라면을 먹을 때, 특히 짜장라면에는 딱이다. 아마 한국인에게 라면에 대한 추억은 정말 끝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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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없어서, 같은 말을 들으면 속으로 도대체 입맛이 없을 수가 있나? 같은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나는 그랬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계절을 타는 사람들은 그런 계절이 돌아오면 그 시기에 입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나도 봄을 엄청나게 탄다. 봄이 오면 몸이 산산이 부서지고 흩어져 먼지가 되어 버릴 것만 같다. 그런데 입맛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봄이면 특히 봄에만 나는 나물이 있어서 더 입맛이 좋다.


유튜브에서 꼰대희와 같이 밥을 먹던 김민경이, "입맛이 없을 때"라는 말을 꼰대희가 하니 "그기 뭔데 예?"라고 하데. 그러니까 입맛이 없을 때가 뭔지 나도 모른다. 몸이 아파서 입맛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고개를 옆으로 살짝만 돌려도 맛있음 음식 투성이다. 굳이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도 나는 다 맛있다. 못 먹는 것 빼고는 다 맛있다. 못 먹는 건 아주 매운 음식이나 너무 뜨거운 음식 정도다. 사람들은 또 지금처럼 봄이 끝나고 여름이 도래한, 이렇게나 더운 날 입맛이 떨어졌다고 한다. 하하하 웃음만 나오는 소리다.

그래서 입맛이 떨어진 오늘 같은 날 준비한 게 달래무침이다. 아주 간단하다. 양념장을 그럴싸하게 만들어 달래와 같이 무치면 된다. 달래무침은 메인 반찬의 옵서버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오롯이 밥과 함께 먹기에도 너무 좋은 음식이다. 그저 밥에 슥삭슥삭 비벼서 책이나 읽으며 먹으면 된다. 단지 이렇게 먹으면 단점이 있다. 책에 신경을 빼앗겨서 그런지 몰라도, 아니면 달래무침이 아주 맛있어서인지 몰라도 너무 많이 먹게 된다. 배가 부른지도 모른다. 먹을 때 배부른지 모르는 음식은 조심해야 한다. 일어나면 배가 엄청 부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달래의 향이 온 입 안에 퍼져서 내내 기분이 좋다. 달래의 대가리를 씹을 때는 시원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간장 양념과 밥알이 달래와 어우러져 온 입안에서 팡팡 터진다. 중학교 때 울진 불영계곡에 있는 외가에 가면 어른들이 달래무침을 잔뜩 무쳐서 거기에 밥을 왕창 비벼서 같이 먹곤 했다. 어릴 때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는데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고 나와 사촌동생과 함께 마당에 펴 놓은 돗자리에 앉아서 같이 퍼 먹다가 너무 맛있어서 한 양푼이 다 먹은 기억이 있다.

만약 식당을 한다면 이런 달래무침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팔면 어떨까 싶다. 대체로 집 밖에 나와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입 안에서 잘 녹는 음식들이다. 몇 번 씹지 않고 넘길 수 있는 음식들, 정크푸드나 파스타나 국수처럼 소스나 국물이 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콩나물무침 밥, 달래무침 밥 같은 음식을 파는 곳은 잘 없다. 달래는 제철 음식이니까 철이 지나면 나오지 않는다. 그때는 그 철에 맞는 재료로 무침을 해서 비빔밥으로 판다. 양념장은 다 똑같은데 그 양념장만 잘 만들면 된다. 양념장의 비밀은 간장에 매실액을 넣으면 된다. 그렇게 하니 참 맛있는 양념장이 된다.


어떤 집에서도 낼 수 없는, 간단하지만 맛있는 양념장으로 달래무침을 해서 밥과 함께 비벼서 먹을 수 있게 내놓는다. 그리고 식당의 이름은 ‘한 번 먹어보면 반하게 되는’으로 한다. 누군가 약속을 정할 때 우리 어느 식당에 갈까 라고 하면 상대방이 한 번 먹어보면 반하게 되는 식당에 가자 라고 한다. 그러니까 그 식당이 어디냐고. 같은 대화를 하면서 우리 식당을 찾는다. 이런 상상을 하고 있으면 정말 식당을 하고 있는 착각이 든다. 그리고 식당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로 소설을 적는다. 재미있는 소설이 나올 것 같은데, 어떻든 간단하지만 먹고 나면 반하게 되는 음식 중에 달래무침이 들어간다. 엄청 맛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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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전시

소설을 영상으로 전시회를 가졌다. 전시회라는 건 규정이 없으니까 비규정적 초현실 공간을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 전시회장이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1890




소설을 영화처럼 관람한다. 활자가 한 자, 한 자 쓰일 때마다 관람자는 조금씩 상상하게 된다. 영상 속의 소설이 조금씩 앞으로 나갈 때마다 화면을 보는 사람들은 상상 속에서 영상을 만들어 영화화시킨다. 전시회에 가담되는 순간 그 사람도 하나의 오브제가 된다.


전시회가 끝났다. 코로나 시대에 작은 갤러리에서 홍보 없이 전시회를 시작했지만 꽤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이런 작업들을 꾸준하게 해서 전시회 공간이지만 스쳐가지 않고 잠시라도 머물러 쉬어 가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활자를 따라가다 보면 상상속으로 들어간다



설치미술 작가님이 스케치를 하고 있다


문화원의 분들이 전시를 찾았다

이렇게 해서 일주일간의 길고도 짧은 시간이 흘렀다. 일주일을 위해 어떻든 25일은 매달렸다. 그 사이에 한시적 생계지원비를 받느라 동사무소를 오고 가고 동구청에서 원하는 서류를 준비하고, 엄마 2G 폰을 교체하느라 움직이고, 백신을 맞은 엄마가 다른 나이 든 사람들과 달리 근육통으로 고생이 심해서 전시회 준비를 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렇지만 어떻든 시간은 흘러가고 또 흘러가는 시간에 맞게 우리는 주어진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 그 과정이 어렵고 즐겁고 재미있고 안타깝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든 과정이 오롯이 가슴에 남아 있어서 기분 좋은 표정으로 오늘 밤은 잠을 이룰 수 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추억을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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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이다. 날은 어둡고 커튼을 걷지 않고, 강아지가 짖지 않고, 시계를 보지 않는다면 시간을 알 수 없는 날이다. 비가 내리면 빗소리를 듣는다. 세계가 변하건 변하지 않건 머리를 감고 이를 닦는 것처럼 비가 내리면 그 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집중해서 들을 필요는 없지만 시간을 들여 빗소리에 집중을 해보면 상당하다. 그러니까 리듬이 있다. 언젠가 집중해서 들어봄직한 리듬이다.


예전에도 지금처럼, 영화에서처럼 이렇게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아니, 여행을 갔는데 이렇게 비가 세차게 내린 적이 있었다. 일행과 함께 남이섬으로 가는 중이었는데 비가 굉장히 와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이른 오전으로, 남이섬으로 가기 위해 산을 넘어가는 와중에 엄청난 비를 맞았다. 산속으로 2차선 도로가 있었는데 폭우 때문에 도로가 물에 잠겨 다시 차를 낑낑 돌려 되돌아 나와야 했다. 이미 한 시간 이상 산속을 달렸기 때문에 다시 한 시간을 들여 돌아 나와야 했는데 비가 상상 이상으로 오니 너무 겁이 났다.


비는 그야말로 억수같이 퍼부었고 차 천장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굉장했다. 옆으로 보이는 개울물이 불어서 굉장히 무서웠다. 집 안에 있어도 폭우가 쏟아지면 두려운데 산속에서 작은 차 안에 있으니 그 공포가 배가 되었다. 음악도 끄고 와이퍼의 동작을 3단으로 하고 오는데 일련의 모든 행동이 아무 소용이 없게 만들 정도로 비가 내렸다. 그저 감각으로 핸들을 돌려야 했고 감각으로 시야를 확보해야 했다. 비가 그만큼 세차게, 많이 내렸다.


산속에 난 작은 도로 위에 있어서 더 두렵고 무서웠다. 어쩐지 마음이 불안하고 찝찝했는데 도로에 물이 고인 곳에서 차 시동이 꺼진 것이다. 완전 영화에서의 상황이었다. 일행이 무서워했는데 나도 무서웠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산속의 도로에서 시동이 꺼진 차에 갇혀 있는 건 꽤나 큰 공포였다.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내려서 영화처럼 보닛을 열었는데 저 앞쪽에서 자동차 한 대가 앞이 보이지 않는 빗속에 빠르게 오고 있었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하지만 비가 억수같이 오는 도로를 조심조심 운전을 해서 산속에서 겨우 나오게 되었다. 아무튼 한 시간은 훨씬 더 걸렸다. 갔던 길을 돌아서 오다 보니 식당이 한 군데 문을 열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었고 오전 10시쯤이었다. 주차를 하고 우리는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비가 너무 쏟아져 여행객들이 없어서 손님이 우리 둘 뿐이었다. 주인 내외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로 지금은 반계탕 밖에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반계탕을 주문했는데 만두까지 주었다.


반계탕의 국물이 체내에 퍼지니 퍼붓는 비와는 상관없이 몸이 나른해졌다. 닭고기의 살을 뜯어먹고 일행은 호기롭게 소주까지 한 잔 마셨다. 식당은 안에서 밖의 개울이 다 보였는데(구조를 간단하게 말하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홀이 있고, 문 맞은편에는 개울로 나가는 문이 있고 그 문으로 나가면 개울가에 평상을 쳐 놓고 거기서도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어쩌다가 주인 내외와 함께 어울리게 되었다. 비 때문에 손님들은 없고 네 명이 나란히 앉아서 개울에 비가 쏟아지는 풍경을 보게 되었다.


주인 내외의 자식들은 다 장성해서 출가를 했다. 건강한 집안의 기분 좋은 노부부였다. 이야기를 실컷 하다가 한 십분 정도는 누구도 말을 하지 않고 비가 개울에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건 정말로 목가적인 풍경으로 타닥타닥 하는 빗소리와 두두둑 하는 빗소리 그리고 쏴아 하는 개울의 소리가 마치 콰르텟을 연주하는 것 같았다.


반계탕은 조미료가 많이 들어갔지만 세차게 내리는 비에 식은 우리의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었고 만두는 만들어 놓은지 시간이 좀 되어서 집어 들었을 때 허물어졌지만 맛이 좋아서 다 먹어 버렸다. 주인 내외는 마음씨가 좋아서 머물렀다가 비가 그치면 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출입구 쪽이 아닌 개울 쪽 처마 밑의 평상에 우리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거기에 앉아서 우리는 시간을 들여 비가 내리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때 다시 들러 반계탕을 먹으려 했지만 그 집을 찾을 수 없었다. 분명 이 길이 확실해서 이 길로 죽 들어왔는데 그 식당은 보이지 않았다. 여름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면 조미료가 잔뜩 들어간 반계탕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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