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바닷가이니 가끔 바닷가를 조깅할 때가 있다. 평소에는 일하는 곳 주위를 조깅하는데 바다와 좀 떨어져 있고 강변이다. 그러다가 집 근처 바닷가를 조깅할 때가 있는데 바닷가에 붙어 있는 여러 군데의 편의점 중에 바다가 제일 잘 보이는 편의점 테라스에 앉아서 컵라면을 먹는다.


우리동네 풍경 https://brunch.co.kr/@drillmasteer/2437#comment


컵라면만 먹기에 뭔가 모자란다 싶어서 칼스버그 캔맥주도 사고, 무엇 때문인지 방울토마토도 구입했다. 방울토마토는 왜 구입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빨간색을 좋아해서 그랬는지 토마토가 먹고 싶었는지. 방울토마토를 대충 씻은 다음 아작아작 깨물어 먹어도 양이 많아서 한 열 개 정도 컵라면에 넣었다.


칼스버그도 4캔이나 사버렸다. 조깅 후 먹기에는 뭔가 헤비헤비하다. 홀가분하게 조깅으로 집에 들어와야 하는데 배는 배대로 무겁고, 손은 손대로 자유롭지 못하다. 남은 캔맥주와 남은 방울토마토까지 들고 와야 하니. 왜 이렇게 귀찮게 살지? 나는 왜 그랬을까 싶다가도 뭐 어쩌다가 그런 건데, 마 이까.


사실 맛만으로 따지면 토마토는 가열해서 먹는 게 훨씬 맛있다. 매운 라면을 끓여 먹을 때 큰 토마토를 왕왕 넣어서 먹다 보니 컵라면 안에도 방울토마토를 넣어 버렸다. 우리나라 토마토는 집구석에서 곱게 자란 도련님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토마토의 본고장, 토마토 축제가 열리고 상대방에게 토마토를 집어던져 핀지 토마톤지 구분도 안 되게 하는 주옥같은 상황에서도 즐거운 이태리의 토마토는 불타오르는 성욕을 주체할 수 없는 소년기를 갓 넘긴 청춘의 느낌이다.


얼마 전에 영화 ‘탐정 홍길동’을 봤다. 이 영화는 저짝 천조국의 ‘씬시티’를 옮겨 놓은 듯했지만 나름 재미있다. 그 재미 속에는 말순이가 있었다. 말순이 덕분에 영화가 재미있게 보였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말순이는 어린이 멜리사 맥카시의 모습 같았다. 멜리사 맥카시가 ‘스파이’에 나왔을 때 스파이로 분장을 해야 하는데, 풍성한 아줌마, 캐롤 젠킨스로 신분세탁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실망하는 얼굴이 말순이의 표정과 비슷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방군가.


홍길동에서 김성균의 안경이 반짝이는 건 ‘씬시티 2’에서  에바 그린을 찾아간 유부남이었던 모트의 안경이 반짝이는 것을 떠올리게 했다. 에바 그린은 정말 여러 장르, 모든 장르물에 어울리는 배우 같다. 특히 에바 그린의 목소리가 악역에도 어울렸다. 내가 뭘 안다고 큭큭큭. 아무튼 많은 배우들이 씬시티 2에 나오는데(쓰고 보니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님) 레이디 가가도 나온다. 무슨 역으로 나왔을까요.


씬시티에서 조니 역으로 나오는 조셉 고든 레빗을 보면 카세 료가 생각난다. 역시 나만 그런 것이겠지만. 카세 료는 재벌집 아들로 연기를 재미로 할 것 같은데 또 그렇지는 않다. 연예인이 아니라 배우라는 느낌이 강하다. 스님 역을 해도, 질투에 불타는 지질한 놈팡이 역을 해도, 은행원을 해도, 그저 그렇게 태어난 것 같다. 많은 성공한 배우들이 한결 같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절망 끝에 다다르면 연기가 꽃처럼 피어난다고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함에 쫓기지 않아서 어쩌면 연기를 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기는 타고나는 것도 있겠지만 동선이나 행동, 상황 모두가 과학이라 정교하게 이루어져 노력 또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타고 나는 경우가 거의 다라고 해도 무방하다, 고 생각한다. 노력으로 어느 선까지는 글을 적을 수 있겠지만 그 너머의 글은 그 사람이 타고나야 하는 것 같다. 타고났는데 어떤 식으로든 방향을 잡지 못하니까 노력을 통해서 발가락 끝 세포까지 글을 쓰는 방법을 알게 되어서 날아다닐 수 있게 된다. 또 타고났는데도 노력 또 노력을 하는 사람도 있다.


베토벤이다. 베토벤이 그랬다. 2층에 살고 있었는데 비가 오고 난 후 계속 1층 천장으로 물이 떨어졌다. 집주인이 빡이 돌아서 올라가 보니 피아노를 치다가 손에 통증이 오면 받아놓은 빗물에 손을 담가 통증을 완화시키면서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었다. 집주인이 그대로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고 한다. 천재적으로 타고난 베토벤도 통증을 참아가며 연습에 연습, 노력에 노력을 했다. 베토벤은 임현정, 쇼팽은 조성진, 리스트는 백건우로 정리 끝. 비발디 사계 겨울은 주미강!으로 정리한다.


빌리 조얼도 그랬다. 피아노 맨이 터지기 전까지 그는 모든 게 실패였다. 실패하는 게 자신의 실력이라고 생각한 그였지만 음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한 바에서 피아노를 치며 파트타임으로 노래를 불렀다. 그 이야기를 만든 게 ‘피아노 맨’이었다. 이상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그 노래를 듣고 있으면 어떤 지점에서 코끝이 시큰거린다. 오늘의 맥락 빻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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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성이는 어머니가 새어머니였다. 그렇지만 새어머니라고 해서 동화에서처럼 버림을 받거나 사이가 나쁘거나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새어머니와 희성이는 사이가 좋았다. 새어머니와 희성이는 나이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지도 않았다.

희성이는 형과 누나가 있고 아버지는 동네에서 선망받는 철학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희성이는 새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 동생을 너무나 좋아했다. 아주 귀여운 꼬마였다. 우리도 저렇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동생이 있다면 마구마구 귀여워해주고 싶었다.

희성이는 늘 밝은 모습인데 그 안에 서늘함 같은 게 있었다. 희성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으로 놀러 오게 했다. 우리는 보통 친구들 집에 놀러 가서 라면 끓여 먹고 부모님 몰래 소주나 맥주를 홀짝거렸다. 친구들의 방은 거의 나의 방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희성이네 집은 다른 집에 비해 한문이 새겨진 액자도 많고, 가지런하고 고고한 장식품 때문에 엄숙해야만 할 분위기가 있었다.

희성이는 우리를 불러 자기 방에서 술을 마시지 않고 꼭 거실에 붙어 있는 아버지의 철학관 사무실에서 술을 마셨다. 사람들이 대기하는 공간에서 친구들이 모여 앉아서 술을 마셨지만 왜 그런지 다른 친구들 집처럼 깔깔거리며 마구 떠들며 놀 수 없는 분위기였다. 희성이는 아직 십 대였고 나름대로 아버지에게 저항을 하고 있었다.

희성이는 가끔 우리를 친 어머니에게도 데리고 갔다. 희성이 어머니는 곱창전골 집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희성이와 가면 어머니는 친구들 왔다며 맛있게 곱창전골을 끓여 주었다. 붉은 양념이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가운데 그 속의 곱이 가득한 곱창이 잘 익어 갔다.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희성이는 어머니 앞에서는 무뚝뚝했다. 되려 우리가 민망할 정도였다. 이게 진짜 곱창전골 맛이야. 라며 고개를 숙이고 자작자작 끓어오르는 곱창전골을 퍼먹었다.

곱창전골은 정말 밥도둑이다. 물론 술안주로도 좋지만 하얀 밥 위에 퍼지는 붉은 양념의 곱창전골은 그야말로 위장을 쥐어짠다. 한 입 떠서 입안에 넣었을 때 톡 터지는 곱의 맛이란. 고등학생 주제에 너무나 일찍 곱창의 맛을 알아버렸다.

요즘은 곱창전골 집에는 거의 가지 않는다. 집에서 가끔 해 먹는 정도다. 집에서 해 먹는 곱창전골은 전문점만큼 맛은 없다. 그러나 곱창이 아닌가. 곱창이 들어가면 어지간하면 전골은 막 끓여도 맛있다. 집에서 해 먹는 전골의 장점은 상상력의 산물이 된다는 것이다. 전골 속에 이것저것 막 넣어서 끓일 수 있다. 단점은 맛을 보장하지 못한다.

야! 곱창전골에 왜 만두야!

그럼 만두는 내가 먹을게.

그렇지만 바닥에 깔린 곱창을 먹기 전 눈에 보이는 두부와 만두를 먼저 건져 먹어도 먹을 만하다. 전골의 진짜 단점은 천천히 먹게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뜨거울 때 후후 불어 빨리 먹게 된다. 그래야 좀 더 맛있고, 좀 더 전골답게 먹을 수 있다. 그 단점이 장점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희성이는 잘 지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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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는 희미하고 모호할 뿐이다. 삶과 종점과 죽름의 출발점을 누가 장담할 수 있나? - 에드가 알렌 포

영화는 베른이라는 형사가 사관생도의 죽음을 에드가 알렌 포의 도움을 받아 미스터리를 푸는 이야기다.

육사생도들이 한 명씩 실종이 되더니 어딘가에서 심장이 없어진 채로 목매달려 시체로 발견된다. 베른(크리스찬 베일) 형사는 육사생 중에 괴짜로 생도들에게 생각이 달라, 외모가 떨어져 따돌림당하고 수다쟁이에 시를 좋아하는 포의 도움을 받아서 수사를 이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범인이 밝혀졌음에도 영화 시간이 20분 넘게 남아 있어서 아 뒤의 이야기가 또 있구나 하게 된다.

이 영화는 적어도 바로 앞전에 본 더 메뉴보다는 훨씬 재미있다. 헤리 멜링이 포를 연기했는데 실제 포와 싱크로 도대체 무엇? 해서 놀랐다. 엑스파일의 스컬리, 질리언 앤더슨도 나오니 잘 봐야 함.

포는 태어나자마자 부모가 도망가고 죽고 해서 담배 상인에게 자랐다. 공상에 잠기는 학생이었고 친구의 어머니는 사랑했지만 그녀도 일찍 죽어 버리고 그 상심에 시에 몰두했다.

포는 17세에 부유한 양아버지 덕분에 버지니아 대학에 들어가지만 매일 만취하고 도박에 중독되어 퇴학 당한다. 그럼에도 성적은 상위권.

포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양부 이름과 나이를 속여 미합중국 육군에 들어가고 거기서 임무를 잘 처리하여 특무상사까지 올라간다. 포는 이왕 이렇게 육군에서 잘나가는 거 장교가 되는 게 낫겠다며 뉴욕 주에 위치한 웨스트포인트의 미국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는데 영화의 배경이 되는 사관학교다.

하지만 친형 같은 윌리엄 형의 죽음, 독서조차 금지하던 강압적인 사관 분위기, 예민한 성격으로 상관과 동료와의 마찰이 심해진다. 이런 모습은 영화에서 포의 대사로 드러낸다. 그러면서 포는 다시 술독에 빠진다.

그리고 불명예 제대를 하는 바람에 물심양면 지원해 주던 양아버지는 포와 인연을 끊으며 호적에서 파 버린다. 이후 포는 육사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시집을 출판하면서 전업 작가로 활동한다. 유명한 어셔가의 몰락이 있고, 검은 고양이나 셜록 홈즈보다 더 뛰어난 탐정 오귀스트 뒤팽을 탄생시켰다.

뒤팽이 사건 현장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뭐더라, 누가 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인가? 에이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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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은의 서늘한 표정이 좋다. 심지어 웃을 때에도 웃음 밖으로 그 서늘함이 흘러나와 주위가 싸늘한 영하권이 될 것만 같은데 그게 좋아도 너무 좋다.

가해자의 공모와 피해자의 공모 중에 더 나은 쪽은, 더 위험한 쪽은 정말 어디일까. 여기서 말하는 위험은 같은 편 끼리의 배신을 말하지 않을까 싶다.

글로리를 본지 며칠 되어서 봤을 때의 그 짜릿함은 없어졌지만 재미있게 봤다. 기캐 박연진의 모습을 두고 실제 기상 캐스터들이 글을 올렸다는데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지 너무 몰입하면 좀 그래.

최혜정은 그럼 승무원들이 들고일어나야 하고, 갑부집 자식들은 이렇게 내내 눈 희번덕 뜨고 강압적으로 매일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대사들도 함축이 가득한 소설 속에서 할 법한 대사들이라 온통 상징적이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자.

시즌 2에서도 서늘한 동은의 잔인하고 호쾌한 복수로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는데 어쩐지 왕자가 나타났으니 동은의 복수극에 로맨스가 들어가지나 않을지 염려스럽다.

문동은이 복수를 한다고 했을 때 그러면 안 된다거나, 그러다가 다친다거나, 복수는 쉽게 되는 게 아니니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보다 그 양호선생님처럼 18세의 문동은도, 36세의 문동은도 응원한다, 긴긴 시간이 될 테니 복수해서 꼭 이겨,라는 말이 더 낫다.

이모님의 레미안 구운 계란 이마 깨트리기에서 웃음을 참는 동은의 모습에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지만 이 선을 넘어가지 말았으면 좋겠다. 시즌 2에서는 더 서늘하고 더 냉정하고 더 하얀 악마가 되어주기 바란다 문동은. 바짝바짝 타들어가게 해줘 문동은.

동은의 이야기가 시즌 2까지 쭈욱 늘어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시즌 1로 동은의 서늘하고 태양빛이 바짝 타들어가는 복수로 끝냈어도 되지 싶지만 시즌 2까지 가게 되었다. 그러므로 해서 시즌 1에 떡밥을 많이 뿌려 놨다.

다른 쓰레기 친구들에 비해 기캐 박연진의 집안은 뭘 해 먹고 돈이 많은지,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돈과 권력을 쥐고 있는지 애매하게 나온다. 박연진은 아버지가 안 나온다. 박연진의 엄마는 돈이 많다. 박연진의 엄마는 점집을 젊은 시절부터 들락거렸다. 박연진이 고등학교 때 사고를 치면 빼내주던 경찰이 있었다.

박연진의 엄마는 경찰이 마련한 모텔에서 모종의 거래를 하거나 알선한다. 경찰은 박연진이 부탁한 것을 말해주려 굳이 식사 자리를 마련한다. 전화 통화로도 될 것을 박연진을 불러내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한다. 이 드라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처럼 대조, 대치, 대비로 이루어졌다. 가해자와 피해자, 흑과 백, 미신과 기독교, 진실과 사실, 친부와 생부.

박연진의 딸은 색맹으로 아이의 아버지가 하도영이 아니라 재준이다. 박연진 또한 엄마와 헤어진 아빠의 딸이 아니라 엄마와 어떤 남자의 딸일지도 모른다. “난 또 울 엄마와 잤는 줄” 박연진은 경찰과 자주 만난다. 경찰은 굳이 박연진의 얼굴을 보려 불러낸다.

다음, 손명오는 죽었다. 재준의 명품 샵에서 죽었다. 죽음을 당했다. 누군가에 의해. 아주 짧은 순간 손명오를 죽인 여자가 녹색 힐을 신고 나가는 장면이 나왔다. 박연진이 녹색 힐을 신는 장면이 나온다. 녹색 힐을 신고 발등의 상처에 밴드를 붙인 장면도 나온다. 그러면 손명오를 죽인 범인이 박연진이겠거니 하게 된다.

재준의 명품샵에서 피떡칠을 하며 손명오가 죽었는데 깔끔하게 뒤처리를 했다. 그럴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누구일까.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자는 누굴까. 그 첫 번째는 경란이다. 경란은 학교 때 동은의 대체제로 피해자가 되어 시에스타에서 여전히 재준과 박연진의 따까리를 하고 있다. 시즌 1에서 존재감이 덜 하지만 경란의 시선이나 불안한 표정 그리고 동은만큼의 피해를 입은 경란이 뭔가를 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냈다. 경란은 시에스타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동은처럼 마음을 먹고 있었다면 손명오를 죽이고 난 후 뒤처리를 깔끔하게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손명오를 죽여야만 하는 이유를 시즌 1에서 찾기는 애매하다. 동은과 경란은 학생 때 친한 사이였다. 재준이가 자신을 색맹이라고 놀린 반 친구를 떡실신 시킬 때 문밖에서 동은의 팔짱을 끼고 같이 보던 친구가 경란이었다. 동은이가 구두를 신으러 와서 손명오가 시에스타 편집실에 따라오라고 할 때 경란은 동은을 아는 체하지 않는다.

애초에 동은은 경란을 찾아가서 내가 복수를 할 텐데 동참하지 않을래?라고 했을 수도 있다. 만약 피해자의 공모에 경란이 참가했다손 치면 동은의 계획에 쓰레기들을 한 번에 죽이는 계획은 없다. 동은은 피가 바짝바짝 마르게 복수를 하기 때문이다. 손명오가 박연진의 자백을 받아서 방송과 인터넷에 그걸 뿌려 매일이 지옥 같은 생활을 할 수 있게. 경란이 손명오를 죽였을까.

사라는 약에 취해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손명오를 죽이는 장면은 옷장에서 봤다. 기억을 못 할 뿐이지 그 구두는 무의식이 기억하고 있어서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 녹색 힐을 신을 수 있는 사람. 그 힐이 맞는 사람. 박연진이 그렇고 또 한 사람이 더 있을 수 있다. 그 힐이 맞는 사람은 어쩌면 박연진의 엄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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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 박정호 교수의 말을 들어보면 요즘 대학들은 고사위기에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 발표된 지방 대학의 현황을 보면 14개 대학의 26개 학과에 지원자가 0명, 단 한 명도 지원자가 없었다고 합니다.


학령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물리적으로 지방대 살리기 정책은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학령인구는 2014년에 918.1만 명이었는데 2023년이 되면 725.9만 명이 됩니다. 거의 200만 명이 줄어들어 버립니다. 대단한 감소세입니다.


줄어드는 숫자가 너무 급격하다 보니까 3, 4년 뒤가 전문가들은 데드 크로스가 지나간다고 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3, 4년이 지나면 대한민국에 있는 대학의 절반 가까이가 정원을 채우기가 힘들어진다는 말이죠. 그러면 대학 몇 개는 구조조정을 해야지,라고 하는 말을 하지만 단순하지가 않다고 합니다.


지역의 시 단위, 군 단위에 대학교가 있는 곳들 중에는 사실 대학 때문에 먹고사는 동네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상권이 대학교를 중심이 형성이 되어 있어서 대학교를 폐교한다는 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대학이라는 건 지역마다 중견기업 하나씩 있는 거와 비슷한 경제력 수요가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이 거리로 내몰린다는 말이죠.


대학이 하나 생기면 대학에서 근무하는 일자리 창출, 대학의 시설을 유지 보수해야 하는 관리 과정에서 대학 인근 지역 업체 사람들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또 무엇보다 학생들이 지방에 체류하면서 학교를 다녀야 하니까 기숙사나 하숙, 먹고 마시고 노는 장소와 문화 그리고 공부하는 공간이 늘어나 대학교를 중심으로 수혜를 보는 업종이 있는 절반 가까이 대학이 어려워지면 지역 경제에도 타격이 온다고 합니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줄어들어서 이 같은 문제가 일어나는 것을 어쩝니까. 그래서 현재의 대학들도 이 같은 문제를 예견하고 대학에서 다른 사회적 기능을 부여하거나 규제를 풀어 볼까 하는 노력을 한다고 합니다. 지금의 대학교들은 이제 외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 대학을 유지하는 건 어려울 정도라고 합니다. 예전에 비해 지금은 미얀마, 베트남 등 동남아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유학을 아주 많이 오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들어와서 공부를 하고 있기에 정원 외로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거나 평생교육이 화두이기 때문에 나이 들어 노년에도 학위나 대학졸업장을 따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죠.


야간대학의 붐이 다시 일어나는 대학교도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있는 지방의 대학교에서는 다니던 학생이 공부를 하다가 대기업에 취업이 되면 학교를 그만두려고 교수를 찾아오는데 그럴 때 학생을 놓치면 안 되기에 낮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공부를 하여 졸업을 하는 게 낫지 않겠냐라고 해서 야간대학이 다시 활기를 펴는 대학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대학교가 엄청나게 많아진 건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을 나와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 가정의 학구열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바로 취업을 해서 일을 하면 먹고사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데, 대학을 가고 군대를 가고 복학을 해서 다시 취업의 길로 접어드는 그 기간이 길어도 너무 길다는 겁니다.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전부 좋은 직장을 가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대학 열풍이 대한민국을 덮쳤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고등교육 이수율아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시점에서 좀 애매한 게 예전에는 몸을 움직이는 노동집약적인 일들이 꽤 있어서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좀 달라졌습니다. 그런 일들은 대부분이 기계나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더 그렇겠지요. 그래서 이런 기계나 인공지능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필요한데 이 같은 일은 대학을 나와야 합니다. 이제 은행도 점심시간에는 문을 잠시 닫을 정도로 사람이 몸을 움직여하는 일들이 점점 줄어듭니다. 저 역시 앞으로는 생계에 타격이 크게 올 것이라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방에 있는 대학 중에서 많은 대학들이 정문에서 건물까지의 거리가 1킬로미터 이상 되는 곳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정문에서 인근 부대시절, 당구장, 카페, 술집, 여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거리 또한 아주 먼 대학이 많습니다. 학생들은 거리를 오고 가고 하다가 수업 중에 비는 시간을 다 날려 버릴 수 있습니다.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대학이라는 게 대학교를 지으면 그 안에 들어가는 건물을 짓는데 드는 비용을 과기부나 환경부 같은 정부부처에서 지원을 받아서 지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건물을 다 짓고 나면 유지 보수 비용은 대학교 자체에서 알아서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재정이 어려워지는 대학교가 많아집니다.


그러면 대학교에서 인근 부대시설까지 나가는 건 거리가 멀어서 힘드고 학교 내 건물의 유지 보수 비용이 든다면 이 건물에 상업공간을 만들면 좀 나아질지도 모릅니다. 뭐 우리가 알고 있는 서점이나 안경점 같은 업종들 말이죠.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 이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대책을 내놓았는데 그 대책이 너무나 혁신적이라서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학교 내에 술집과 스크린 골프장을 만들자는 대책이 나왔다고 합니다. 혁신입니다. 혁신! 그야말로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발상입니다. 일어나서 박수 세 번 치고 싶습니다. 대학교에 술집이 들어오고 스크린 골프장이 생긴다고 가정해 봅시다. 지방대 학생들은 교내에 마련된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스크린 골프장에서 내기 골프를 칩니다.


이런 상상은 꽤나 대학교 생활과 거리가 멀지만 앞으로의 일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학생들은 교내에서 즐길 것을 즐길 수 있습니다. 술집은 인기가 좋아서 건물 내에 또 다른 술집이 생깁니다. 소주카페가 생기더니 생맥주 집, 와인바도 생깁니다. 그러다가 스크린 골프장에서 술이 취한 채 내기 골프를 즐겁게 치다가 급 눈이 맞아서 급 젝스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시시티브이가 달려 있고 마뜩잖습니다.


학생들은 학교에 민원을 넣어서 남는 건물에 숙박시설을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인근의 모텔이 교내에 들어오게 됩니다. 모텔을 연일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모텔은 방마다 이름을 붙이고 개성이 있게 다 다른 방으로 꾸며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고급 방에는 호텔처럼 기념일 파티를 할 수 있게 파티 룸으로 개조를 합니다. 건물의 남는 공간에는 당구장과 볼링장이 들어오면서 학생들은 교내를 벗어나지 않고도 충분히 대학교 생활을 만끽합니다.


술을 마시고 내기 골프를 치다가 커플들은 젝스가 하고 싶어서 모텔에 갑니다. 초반에는 만취한 가운데에서도 콘돔을 잘 착용하고 젝스를 했지만 어느 순간 다 귀찮아졌습니다. 콘돔의 부재는 그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어 버립니다. 맙소사. 우리나라에서 그간 몇 년 동안 이어지던 저출산 문제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해결되기 시작합니다. 예전의 국가에서 밀어붙였던, 아만 낳아도 국가가 다 키워줄게, 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정부는 대학교의,,,,, 같은 현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봤습니다.


지금 정부의 모습을 보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후보시절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홍진경이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시급한 교육 문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지금 당장 필요한 건 고등학교를 나눠야 한다며 기술고, 예술고와 과학고를 만들어야 된다고 했습니다. 지금 당장 시급하다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gefbl_Bwnw <= 그 장면


미래를 그린 영화들 대부분이 디스토피아적 암울한데 실제로도 미래가 그렇게 밝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미래에는 빨리 기술고, 과학고, 예술고가 나누어졌으면 좋겠고요. 구직앱도 빨리 만들었으면 좋겠고요. 3, 4년 후의 지방대학들도 어떻게든 살아남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진정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큰 뜻이 있는 것이라면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한 국민 한 사람의 오만으로 알아주시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선곡은 핑크 플로이드의 더 펄스 공연에서 타임 https://youtu.be/9XIuBCFNB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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