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기간에 맞게 비가 공백과 공백 사이를 뚫고 내렸었다. 장마기간에 비가 쏟아지면 언젠가부터 폭우 수준이다. 한 삼사십 분 엄청나게 비가 쏟아진다. 쏴아 쏟아지는데 재미있지도 않지만 보게 된다.


진정 장마기간이다. 비가 내리고 있다. 장마기간에는 몸관리를(딱히 하는 건 없지만) 잘해야 한다. 자칫 축축 늘어질 수 있으니까. 장마가 오기 전에 하던 루틴을 장마가 왔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다. 비가 와도 나는 늘 강변으로 나가니 이번에도 장마라고 해서 그냥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하루는 비가 너무 왔다. 폭우였다. 사진으로는 그냥 비가 오네 정도로 보이지만 강변 조깅 코스에 그 누구도 나오지 않는,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면 마치 물 위를 달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거센 비가 내렸다. 우산을 들고 몸을 푸는 곳까지, 대략 500미터 정도 갔는데 홀딱 다 젖어 버렸다.


몇 해 전 장마기간에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비가 내내 내리거나 흐린 날의 연속이었다. 여행 중이라 오히려 비가 내려도 위화감이 덜 했다. 비가 엄청나게 내리면 더 가기를 멈추고 그 근처에서 숙소를 잡고 묵었다. 우리는 경주 근처쯤 밖이 보이는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서 비가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비가 내리는 모습은 재미라고는 1도 없을 것 같은데 보고 있으면 빠져들어 버린다.


그때 비가 너무 와서 우리는 숙소에서 하루 종일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봤다. 공포 영화를 많이 봤고, 존 카펜터의 영화들이었다. 존 카펜터의 영화는 오래될수록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물론 그래픽이나 뭐 그런 것들은 뒤쳐지지만 내용면에서 아주 흥미롭다. 86년 작품 ‘더 포그’라든가. 이 영화는 2006년에 스몰 빌의 히어로 톰 웰링을 대동해서 풍부한 그래픽으로 리메이크를 했는데 86년 작품보다 더 재미가 없었다.


존 카펜터의 영화는 원작 소설이 대부분 존재한다. 스티븐 킹의 소설도 존 카펜터에 의해 영화로 여러 편 만들어졌다. 존 카펜터의 영화를 보면 이걸 해야겠다는 집착과 집요가 좋은 쪽으로 밀고 나가는 힘을 보여준다. 공포영화의 명작에 꼭 들어가는 82년 작품 ‘더 씽’도 존 카펜터의 작품이다. 더 씽은 1938년에 나온 소설 ‘후 고우즈 데어?’가 원작이다. 더 씽은 존 카펜터의 집요가 이루어낸 쾌거가 보인다.

장마기간이지만 비가 오지 않는 날도 많다. 같은 강변의 비슷한 시간인데 비가 오나 비가 오지 않는 날도 사진으로는 왜 이렇게 비슷하게 보이냐.

한여름으로 갈수록 습도가 높고 굽굽한 더위가 사람들을 잠식한다. 그럴수록 몸을 열심히 움직이고 땀을 흘려 굽굽한 더위에 적응을 하는 몸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나는 아직 에어컨을 틀지 않고 잠을 잔다. 집에서도 아직 에어컨을 틀어 놓지 않는다.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가만있으면 시원하지는 않아도 덥지도 않아서 선풍기 바람으로도 좋은데, 에어컨 바람을 맞는 순간 에어컨 바람이 없어지면 덥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몸을 더위에 적응하는 몸으로 만드는 게 여름에 내가 보통 늘 하는 일이다. 적당히 태닝을 하고 매일 몸을 움직이는데 격렬하거나 덜 격렬하거나, 이런 수위 조절을 해가면서 몸을 더위에 노출시켜 적응을 하면 에어컨이 없어도 생활하는데 무리가 없는 몸이 되는 것 같다.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오면 그제야 에어컨을 슬슬 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고 매년 그래서 에어컨 때문에 전기세가 많이 나오는 경우는 없다. 같은 시간을 에어컨을 틀었어도 작년에 비해 올해는 전기세가 더 많이 나온다. 그래서 이래저래 몸이 에어컨 바람을 밀어내는 체질로 바꾸면 좋다.

장마기간의 맑은 날에는 눈으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그림처럼 보인다. 나는 이런 풍경을 보면서 또 쓸데없는 상상을 한다. 나의 뇌는 어떻게 생겨 처먹었기에 하루도 공상을 하지 않는 날이 없다. 조금만 빌미가 보이면 멍하게 앉거나 서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상상을 하고 있다.

어김없이 찾아온 레인시즌. 이런 시기에는 이상하지만 새들도 평소보다 눈에 띄지 않는다. 원래 강변 조깅 코스에 참새들과 비둘기 떼, 매, 그리고 강에 서식하는 왜가리 같은 날개가 큰 조류들을 매일매일 보는데 장마기간에는 잘 볼 수 없다. 어제는 평소에 잘 보이지 않는 까마귀들을 보았다.


까마귀 떼는 2월에 강 상류 쪽에 엄청나게 나타난다. 10만 마리가 넘는 까마귀 떼가 상공에서 날아다니는데 그 소리와 형태가 신기하고 신비롭기보다 공포에 가깝다. 그러나 그 시기가 지나면 까마귀는 잘 볼 수 없다. 특히 바다와 만나는 강 하류 쪽에서는 더더욱. 그럼 까마귀들이 장마 기간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제 까마귀 떼가 하늘을 날아가는데 한 마리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다. 떨어져 나온 까마귀가 하늘에 머물러 있었다. 비행을 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마치 박혀 있는 것처럼 날갯짓도 없이 그대로 허공에 5초 정도 머물러 있다가 다시 날아갔다. 나는 그 장면을 보았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일일까. 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걸 계기로 해서 지구에 조금씩 균열이 오더니 아포칼립스가 되는 상상.


그림처럼 보이는 풍경



조깅을 하다가 들러 몸을 푸는 중간지정이 있다. 다리도 풀고 허리도 돌리고 하는 그런 장소다. 늘 깨끗한 이곳에 누군가 소주를 마시면서 더럽혀 놨다. 아니 도대체 누가 이렇게 강변에 나와서 산책하는 곳에 앉아서 소주를 마시고 뒷정리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더럽게 해 놨을까. 이렇게 보니 안주도 없이 소주 두 병을 마신 것 같았다. 안주가 담배였던 모양이다.

강변으로 조깅을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머니, 아버님 같은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할머니, 할아버지에 가까운 사람들은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뿐 이렇게 앉아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렇다고 20대나 30대 같은 젊은 사람들도 앉아서 깡소주를 마시지는 않는다.


아마 60년대 생, 부머세대이지 않을까. 7, 80년대 치열하게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 또 거기서 치열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기업체에 들어가서 퇴직할 때까지 역시 치열하게 일을 한 세대의 사람들. 오직 치열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운 사람들이 회사를 영차영차 일구었다. 덕분에 7,80년대 영화를 보면 영화 배경에 고층건물이 꼭 나온다.


우리나라의 고층건물이 7, 80년대 엄청나게 올라갔다. 그 덕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다. 자동차 산업은 백 년짜리 계획하에 모든 나라가 사업을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기간을 단축했고 기술력도 엄청났다. 이 작은 나라에 자동차를 만들어 내는 회사가 몇 개나 있다. 세상이 깜짝 놀라는 휴대폰을 만들어 내고 있고, 무엇보다 자체 검색 엔진, 포털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이게 정말 엄청난 IT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카톡을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데, 일본도 카톡 같은 메신저를 온 국민이 사용을 한다. 근데 그게 네이버 라인이다. 일본의 메신저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네이버 라인을 일본의 국민 대부분이 사용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일군 주역이 60년대생, 부머세대들이다.


이 부머세대들은 퇴직을 하면 퇴직금과 함께 국민 연금을 받으며 편하게 노후를 보내는 상상을 하며 평생 열심히 일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퇴직을 하고 나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60세에 다시 20대처럼 뛰어들어 하루를 살아남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부모세대를 봉양하며 처음으로 자식세대에게 노후를 맡기지 않는 세대. 이상하지만 끼인 세대.


아마도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소주를 마신 건 힘들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강물은 아주 느리게 흐르나 절대 멈추지 않는다. 머뭇거림 없이 착실하게 흘러간다. 시간과 비슷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흐르는 시간에 끼여 같이 흘러가는 쓰레기 같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저기 보이는 많은 아파트가 있는데 이상하지만 집은 빚으로 점철되어 있고 자식들도 취직이다 결혼문제다 인간관계다 해서 허덕이고 있다. 소주를 마신 사람은 사는 게 힘들다고 느꼈을 것이다. 소주를 한 병만 마시고 싶어도 한 병으로는 취하지도 않는다. 두 병을 마셔야 그나마 조금 술을 마셨다는 기분이 든다. 병원에 가는 횟수는 자꾸 늘어가고 의사는 운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고. 이만큼 살았는데 답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더 달려야 답이라는 게 보이는 것일까.


조깅을 하다가 몸을 푸는 곳에 홀로 등을 구부리고 앉아 강을 바라보는 아저씨들을 본다. 그들은 다른 노인들보다 젊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퇴직을 한 상태다. 경비로 취업을 하는 것 역시 치열하다. 사무실에서 평생일만 하다가 퇴직을 하면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아저씨들의 굽은 등을 본다. 그 등을 타고 흐르는 어떤 불안한 기류를 느낀다.

언제나 물수제비 같은 길 고양이


김건모는 성공했으나 지금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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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마이카’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로 세 편의 단편 영화로 이루어진 영화가 ‘우연과 상상’이다. 이 영화(들)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정말 마법 같은 영화다. 세 편 전부 등장인물도 한두 명이 전부다. 특별한 사건이나 액션 없이 그저 주인공들이 대화를 나눌 뿐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는데 영화 속 주인공들의 대사를 들으면 상상을 하게 된다. 눈으로 영화를 좇지만 상상 속에서 또 다른 영화를 만들어낸다. ‘비 포 선 셋’ 시리즈처럼 내내 대화만 하는데 뭐야? 내 마음이 왜 이러지? 하게 된다.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의 가능성을 믿고, 문을 열어둔 채 상상은 우연이 되고 다시 한번 마음을 털어놓는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개인적으로 올해 들어 본 영화 중에는 이 영화 ‘우연과 상상’이 제일 좋았다.


이 영화의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하마구치 류스케는 10분 미만 짜리 단편 영화를 자신은 만들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를 재미있게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인간의 관계와 감정에 대해서 너무나 깊고 깊게 집요하게 파고 들어갔다. 총 세 편으로 이루어진 ‘우연과 상상’은 처음에 두 번째 영화 ‘문은 열어둔 채로’를 먼저 만들고, 1년 뒤에 처음 시작하는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을 만들었다. 그리고 준비하고 있던 장편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를 촬영하던 도중 코로나가 터졌다. 그렇게 시간을 거쳐 세 번째 영화 ’다시 한번'을 만들었다.


마지막 영화 '다시 한번'은 두 사람의 마음이 하는 말, 내내 숨기고 있었던 말이 내내 잔상이 되어 내가 어딜 가든 따라다니는 것만 같다. 


나츠코는 20년 만에 미야기 현의 미야기 여고 동창회가 열리는 곳에 참석을 한다. 그러나 재미도 없고 기억나는 친구도 거의 없다. 나츠코는 찾고 싶은 친구가 있었지만 그 친구는 나오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다시 도쿄로 가기 위해 센다이 역으로 간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나츠코는 반대쪽에서 내려오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을 발견하고 반가운 얼굴을 한다. 상대방 여성도 에스컬레이터를 다시 타고 올라오고 나츠코는 다시 내려가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본다.


너무나 반가운 동창. 만나고 싶었던 친구를 이렇게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나츠코는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길 바랐지만 친구는 택배 때문에 집으로 가자고 한다. 두 사람은 고교의 일을 이야기하며 집으로 간다. 집을 둘러보던 나츠코는 친구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다. 친구는 생각을 하다가 나츠코에게 되묻는다. 나츠코는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때 친구가 나츠코에게 미안하지만 실은 너의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혹시 나의 이름이 기억나는지 묻는다. 황당한 나츠코는 친구의 이름을 말하지만 친구는 그 이름도 아니며, 우리는 같은 여고를 나오지도 않았다고 한다. 나츠코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두 사람은 고교 때 서로 친하게 지낸 친구가 되어 준다. 나츠코는 아야를 만나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아야가 아닌 코바야시에게 덤덤하게 말한다.


"말해야 할걸 못 한 나한테 화가 났어. 내가 하지 못한 말.

네가 마지막으로 전화했을 때 난 시부야 중심가에 있었어. 하마사키 아유미의 노래가 흘렀고 유행 차림 소녀들이 시끄럽게 떠들었어.

하지만 네 목소리는 아주 또렷이 들렸어. 아주 단호한 목소리였어. 혼자 힘든 시간을 견디다 전화했다는 게 느껴졌어. 그래서 아무 말도 못 했어.

뭔가 말하면 너를 더 힘들게 할 것만 같았어. 그래서 전화를 끊었고 다시는 걸지 않았어.

그때 내가 못 한 말은 난 너만을 사랑했다는 것.

넌 다른 사람이어도 괜찮을 수 있지만 난 네가 아니면 안 돼. 나와 함께 하면 네 인생이 복잡해질 수 있지만 그래도 날 선택해 줬으면 좋겠다고.

그 말을 못 했어. 하지만 지금 난 너에게 뭘 원해서 온 게 아니야.

단지 그때 그 말을 못 했다고 전하고 싶었어.

널 힘들게 하더라도 말했어야 했어. 그 고통이 우리 인생에 필요하단 걸 깨달았거든. 지금 네 인생에도 조금은 나와 같은 구멍이 생겼을 테니까.

그래서 왔어. 뭘 해도 채워지지 않는 구멍이 분명 있을 거야. 이젠 그걸 채울 수 없지만 나에게도 그게 있단 걸 전하려고 왔어.

그 구멍을 통해 우린 지금도 연결돼 있을지도 몰라. 그걸 말하려고 왔어"


하마구치의 이전 작품 '드라이브 마이카'에서 상처를 받으려면 제대로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세번 째 단편 ’다시 한번'은 그때 비록 네가 힘들지라도 말해야 할 건 말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살면서 그런 고통이 필요하다는 걸 지내면서 깨달았다는 것. 하지 못한 말을 그대로 둔 채 시간이 흐르면 서로에게 점점 구멍이 생기고 그 구멍은 공백이 들어차게 되어서 더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이 세 편은 기가 막히게 하루키의 소설 같다. 쉴 새 없이 주고받는 농도 있는 대화가 소설을 읽는 기분을 준다. 정말 마법 같은 언어가 밀도 있게 시간을 채워 나간다. 아아 영화를 보면서 상상하게 만드는 아주 기묘한 마법을 부리는 감독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보다 나에게는 좋았던 영화 ‘우연과 상상’이었다. 와 씨 영화를 어떻게 이렇게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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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참지 못하고 잡탕라면을 끓여 먹었다. 이토록 자극적이라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자극적인 맛은 입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자극을 잊어버리지 않게 곧바로 젓가락을 움직이게 만든다. 자극적인 맛은 급하게 먹어야 제맛이다. 뜨거울 때 해치워야 자극적인 맛이 자극적이라 못 느끼며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런 자극은 비록 혓바닥을 신나게 하는 맛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금 현재 유튜브 세상에는 매일 별에 별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일들은 자극적인 내용이다. 사건이 하나 터졌다 하면 그 사건이 하루 만에 끝나는 법이 없기 때문에 몇 날 며칠 알고리즘이 상위로 올려준다.


유튜브 세상에서 인기가 많았던 먹방 유튜버 웅이는 여자친구를 스토킹 하고, 그것도 모자라 열쇠공을 불러 여자친구의 집 현관문을 따고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시시티브이에 잡히면서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 그러자 웅이는 오해가 있는 거라며 변호사들을 대동하여 억울한 부분이 있으니 바로잡겠다며 해명 영상을 하나 올리게 된다. 그런데 후에 여자 친구와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웅이의 악마적인 모습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여자친구에게 집착하는, 전문가들이 피해야 하는 전형적인 스토커의 모습을 보이다가 여자친구를 폭행했다는 증거까지 녹취가 되었다.


여자 친구가 끝끝내 만나주지 않으니까 애걸복걸하다가 나중에는 입에도 담지 못할 말을 내뱉더니 쌍욕을 시전 하면서 통화를 끝내는 녹취가 공개가 되면서 해명 영상 따위 전혀 마음에도 없는 자기 방어라는 것이 드러났다. 댓글에는 사람들의 항의성 분노 섞인 글과 조롱이 가득했다. 웅이 하면 어르신들에게 너무나 잘하고 싹싹한 면모를 보이며 온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러다가 대형 유튜브 채널에 나오기 시작하더니 점점 떡상했다. 그랬는데 이중인격이 드러나는 순간 이전의 모든 모습에 속았다는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런 자극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래서 도처에 하이에나 같은 사람들, 즉 렉카들이 진을 치고 있다가 먹잇감이 보이면 달려들어 이 자극을 사람들에게 전한다.


두 번째, 연예뒤통령이라고 이진호 기자가 있다.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중의 관심의 대상이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일본, 대만을 넘어 유럽의 모든 나라들이 다 그렇다. 대중은 유명 연예인들의 가십에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는 곧 파파라치들의 돈으로 이어진다. 연예뒤통령 이진호 기자 채널은 연예인들의 사건사고를 공중파보다 자세하게 전달하는 채널이다. 요컨대 임창정의 사건부터, 이번 피프티피프티 까지. 그런데 이진호 기자와 권영찬 교수라는 사람의 대결? 유튜브로 결투? 서로 고소하겠다? 같은 상황이 현재 일어나고 있다.


권영찬은 이번 계기로 알게 된 사람인데 자신을 상담심리학박사이며 대구 커넬대의 정교수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으며 그런 자신의 지위로 인해 황영웅이나 이찬원 등 트롯 아이돌의 앨범을 수월하게 구할 수 있다거나, 그들의 활동을 자신의 지위로 좀 더 일찍 팬들에게 알려준다는 명목으로 라이브 방송으로 슈퍼쳇을 받는데 그 돈이 일억 몇천만 원이 넘는데, 이진호는 이런 행위가 권영찬의 실체를 잘 모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 황영웅 팬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짓, 사기라고 주장하고 권영찬은 그런 이진호가 사기라며 서로 자극적으로 싸우고 있다.


이진호는 기자답게 커넬 대학에 전화를 걸어 권영찬이 정교수가 맞는지 물어보는 과정을 몇 번 겪는 동안 정교수가 아니라고 했다가, 맞다고 했다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대학교 측에서 보여주었는데,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니 권영찬의 네이버 소개란에 정교수에서 교수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이진호는 도대체 커넬대학교가 무슨 학교인데 정교수라고 했다가 아니라고 했다가 말을 바꾸는지 이상해서 교육부에 전화를 했다. 이는 방송으로 다 공개가 되어 있다. 대학교의 정교수가 되려면 보통 밟는 단계가 있고 정교수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매일 4시간씩 라이브 방송으로 구독자들의 후원을 받는 게 이상한 이진호는 교육부에 전화를 걸어 커넬대에 대해서 물어본다.


그랬더니 교육부 관계자가 커넬 대라는 곳은 교육부에서 인가를 내준 학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교라기보다 그냥 단체 내지는 사이비 같은 대학교라는 답변을 한다. 이 학교는 교수, 학생을 합쳐 총 60여 명이 전부다. 그 학교에서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한 학생들이 법정 소송을 하고 현재까지 몇 건은 이어지고 있다고 말을 한다. 그래서 인가를 내준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정교수, 교수 같은 직책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진호는 이 모든 것이 권영찬의 사기행각인데 본인이 그걸 모르고 구독자들 즉 나이가 많은 할머니들을 꼬드겨 좋아하는 황영웅이나 트롯맨들의 소식을 전하는 라이브로 후원을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권영찬은 그에 대해서 바로 반박 영상을 찍는데, 이진호가 사기라는 말을 방송을 켜서 하는데 사실 들어보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것 같다. 그저 구독자들을 믿고 그들에게 자신이 옳다는 식으로 이 말 저 말을 하면 댓글에는 전부 권영찬을 찬양하는 댓글들이 엄청나게 달린다. 정말 종교 같은 기분이다. 어쨌거나 서로 고소하겠다고 하니, 고소를 하는 순간 형사가 개입이 되어 조사가 이루어질 것이고, 그러면 뭔가 잘못이 있는 사람은 드러나겠지. 물론 이 과정에서 돈이 많은 사람은 변호사를 여럿 두면 또 결론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 외에 이진호는 권영찬의 여러 문제를 말하고 있다. 들어보면 하아 하며 한숨이 나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싸움구경이 제일 재미있다고 이런 자극적인 대결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세 번째로 사람들의 미움을 무한정으로 받고 있는 뷰티유튜버 김기수다. 김기수도 대단하고 반대편에 있는 대중도 대단하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진데 밉상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짭을 짭이 아닌 것처럼 사용하다 사람들에게 걸린다든가 – 이는 예전 짭을 사용 하다가 나락으로 간 프리지아를 방송에서 풍자하면서 김기수는 자신의 샤넬가방을 문손잡이에 걸어둬, 방송에서 은근슬쩍 보이게 한다. 그런데 방송을 보던 사람들이 정품이라고 말하는 김기수에게 정품이 아니라며 사건이 일어난다. 네티즌들이 가방 해명 요구를 하자 김기수는 자신을 이용해서 수익창출한 그 유튜버에게 가서 해명해 달라고 하라며 목걸이를 뜯어서 던지며 욕을 하면서 급부상하게 된다.


한창 JMS가 방송을 할 때 정명석을 따라 하면서 피해당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걸 사람들이 지적하는 문제, 또 한 제품을 공구하기 위해 사용후기를 말하는데 너무 허위광고로 말을 해버려서 그 제품의 제조사가, 해명 자료를 배포하기에 이르렀다. 그 회사는 김기수와 어떤 광고 및 리뷰 요청이 없었고 협찬을 부탁한 적도 없다고 하며 김기수도 사과문을 발표한다. 이 같은 사건이 ‘김기수 급발진 영상’ 같은 제목으로 퍼지게 되고 뉴스기사에도 올라오면서 김기수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동시에 자신을 더욱 알리는 계기가 된다.


이런 밉상의 모습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 2018년 배성재가 하는 라디오에 출연을 하여 시종일관 배성재에게 꼽을 주는 모습에 사람들이 싫어하게 된다. 여자친구가 없어서 배성재의 얼굴 피부가 그 모양이라고 계속 발언한다. 김기수는 재미로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하지만 보는 이들은 그게 밉상으로 보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배성재가 프로라서 김기수의 모든 발언을 다 받아준다. 현재 김기수가 동영상을 하나 만들어내면 안티팬들이 여러 동영상으로 분할해서 김기수를 자세하게 갈구는 영상을 만드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게 보통의 노력으로 안 되는 영상들인데 김기수도, 또 안티팬들도 아무튼 대단하다. 서로가 자극으로 자극을 주며 자극적이 되어 간다.


네 번째, 유튜브로는 프랑스에서 현재 일어나는 폭동에 대해서 자세하게 볼 수 있다. 사림들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애플 매장을 털어 사람들에게 아이폰을 나눠주고, 창문을 깨고, 가게를 털고 무장 경찰들이 나타나서 폭도들을 사정없이 내려쳐 연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한 시민들이 버스를 공격하고 돌을 던지고 과격한 행동을 하고 경찰들이 사정 봐주지 않고 폭도들을 잡아서 끌고 가는데 지금까지 잡아들인 사람들만 삼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프랑스는 벌써 오래전에 아이를 낳지 않아서 국가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을 쉽게 자국민으로 인정해 주었다. 그래서 파리에 가면 인종이 다른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를 고국으로 여기고 귀화해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나라던지 이민자들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있다. 그런 분위기가 죽 이어지다가 이번에 알제리 출신 17세 학생이 경찰의 검문에도 차를 몰고 가려다 총에 맞아 사망하면서 현재 프랑스는 걷잡을 수 없는 폭동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유튜브로는 자세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자극적이다.


그다음 마지막으로, 마지막을 말하기 전에 천만영화에 다시 이름을 올린 범죄도시 3을 다 봤을까. 영화를 보면 마석도가 더욱 강력한 펀치와 한껏 풀어진 유머를 장착했다. 거기서 마석도는 경찰은 민중의 몽둥이라는 명언을 한다. 방망이라고 했나. 본지 오래되어서 잘 기억이 안 난다. 현재 유튜브에서 가장 핫 한 일은 격투기 유튜버 엄태웅과 조폭들과의 전쟁이다. 엄태웅은 부산 돌려차기 가해자와 구치소에서 한 방을 같이 쓰면서 가해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출소 후 하기도 했다.


수원의 남문파인가, 아무튼 사건의 발단은 엄태웅이 어느 날 밤 수원의 어느 도로를 지나가려는데 누군가 도로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모든 차들이 못 지나가게 한 것이다. 내려서 차주에게 차를 빼라 누군데 사람들에게 이렇게 피해를 주느냐, 나는 못 뺀다, 왜 못 빼냐, 나 화났다. 이러면서 격하게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서로 욕을 하며 화를 내다가 그 차를 빼지 않던 사람이 몸에 문신을 한 남문파인 것을 알게 되었다. 경찰이 오면서 차주인이 차를 몰고 가면서 일단락이 되었는데, 엄태웅이 유튜브로 남문파에게 저격 영상을 보낸다.


조폭 양아치들이 하는 일이 왜 그러냐, 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느냐, 사과를 해라, 그러지 않으면 전쟁을 선포한다며 같이 전쟁을 할 사람을 모집했고 그 장소에서 조폭들과 만나서 전쟁을 하는 장면까지 영상으로 담았다. 그런데 엄태웅에게 조폭 여러 명이 달려들었다. 그때 경찰들이 우르르 등장한다. 범죄도시 3처럼 말이다. 하지만 영화와 다른 점은, 영화는 경찰들이 봉을 촤르르 꺼내서 조폭들을 때려 잡지만 실제로는 조폭들을 달랜다고 해야 할까. 어르고 달래는 것처럼 행동을 하여 제압?을 한다.


엄태웅은 격투기 선수출신이지만 민간인이고, 민간인 한 명에게 조폭 여러 명이 달려들었는데 민중의 몽둥이가 되어야 하는 경찰들이 순둥이들이 되어서 싸움을 말린다. 영화에서처럼 광수대가 아니라서 그럴까. 이래서 경찰들을 순수하게 믿고 일반인들이 위험이 많은 곳에서 지낼 수 있을까. 이러면서 경찰 간부들이 정말 할 말이 있나. 정보를 알고 대기 타고 있었다고 하던데, 그러면 광역수사대를 보내던지, 전투경찰들을 투입하던지. 간부들은 도대체 앉아서 뭘 하는 것일까.


위의 모든 사건들은 유튜브에 들어가면 영상들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자극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마어마하게 그 영상에 몰려든다. 사람들은 모순덩어리라 연예인들이 도덕적으로 착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도적적이며 유교적이고 붕우유신을 잘 지키는 연예인들에게는 큰 관심이 없다. 욕을 해도 사고 치고 자극적인 연예인들에게 대중은 더 관심이 많다. 티브이의 연애프로, 나는 솔로 같은 방송에서도 자극적인 사람이 나와야 사람들은 욕을 하면서도 달려들어 시청을 한다. 음식도 자극이 없으면 맛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인간은 정말 모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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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소름 돋는다고 적어놨지만 정말 소름 돋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사람들 한 번 끌어 보려고 소름 돋는다고 적어봤다. 헤헤.


백석의 시 ‘통영’에서도 유월이 되면 달과 지구가 가까워져 바닷물이 밤에 화악 빠져나가는 장면을 조개가 울을 저녁으로 너무나 아름답게 표현을 했다. 백석의 시를 읽으면 한 줄인데 그 안에 담긴 여러 의미나 환경을 찾아보고 생각하느라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다. 백석은 시인으로 알려졌지만, 러시아어도 잘하고, 영어 선생님이었을 만큼 영어, 그리고 일본어는 물론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을 했으니 박학다식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의 시 속에는 백석의 박학다식보다 인간이 가진 오감, 특히 미각에 대해서 너무나 눈앞에 아른 거릴 정도로 시를 써놔서 그의 지식이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를 읽으면 뭐 재철에 나오는 식재료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거나, 그래서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김영하 소설가의 단편소설 중에 기묘한 소설 ‘피뢰침’이 있는데 그 속에는 낙뢰와 적란운 같은 자연 현상에 대해서도 잘 나온다. 번개라든가 천둥이라던가, 한 번은 검색해서 보거나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 들어가서 태풍이나 번개에 관해서 유심히 보게 된다. 그러면 김영하의 소설을 읽으며 오 하며 감탄하게 된다.  김영하의 장편 소설 '검은 꽃'을 읽은 지 꽤 오래전인데 아직까지 그 배밑에서 몇 달 동안 갇혀 항해를 하면서 구토와 배설과 식사해결 같은 처절함이 선하다. 대단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김영하는 정말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배에 갇혀 경험을 통해서 그런 글을 썼나 싶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아주 과학적이었다.


앞전에 소개한 아베 코보의 소설을 영화화 한 ‘모래의 여자’ 속에도 이런 장면이 나온다. 쥰페이가 모래 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모래 구덩이 속에 나무통을 넣어두고 까마귀를 잡으려고 얼마 뒤 뚜껑을 열어 보니 그 안에 마실 수 있는 물이 가득 들어 있는 장면이 나온다.


가끔 해안가를 거닐면 해수욕장의 백사장 말고, 좀 분위기가 다른 백사장으로(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 가면 모래 구덩이 안에 맑은 물이 고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물은 바닷물과 달리 그냥 맑은 맹물이다. 그래서 마실 수 있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모래가 물을 생성시키고 산소를 만든다. 자세한 작용을 설명을 하기는 힘들지만 모래 알갱이 사이에는 구멍이 있는데 그런 작용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해안가에 아파트 단지나 인공 구조물을 엄청 만드는 바람에 해안가에 있던 모래가 사라지고 있다. 이는 대체로 몹시 심각한 상황인데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모든 것이 묵살되고 있다.


미국도 벌써 몇십 년 전에 이런 심각한 문제를 인지하여 해안의 인공구조물 때문에 모래가 빠져나가지 않게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안가에 살고 있는 사람만, 그것도 몇 명 정도만 그 심각함을 알고 있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사는 곳도 바닷가이기 때문에 그런 점을 좀 알고 있다. 동해만 해도 해수욕장이 굉장히 많다. 그런데 그 모든 해수욕장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 어떤 기준인지는 모르지만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수욕장이 있는데, 6월이 되면 해수욕장이 개장을 위해 단장을 하는데 가장 큰 변화는 곱고 새로운 모래가 트럭으로 실려 와서 깔린다는 것이다.


집 앞의 해수욕장도 매 년 유월이 되면 대대적인 단장에 들어간다. 백사장을 갈아엎고 그 위에 고운 모래를 다시 깐다. 그리고 주위의 소나무와 야자수를 다듬는다.


문제는 동해의 해안도로를 따라 있는 해안가의 모래들이 자꾸 줄어들어 간다는 것이다. 해안도로를 타고 도로를 짓고, 인공 구조물을 짓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어서 바다에서 오는 바람이 구조물에 부딪혀 밑으로 내려가서 모래를 파고 깎아서 바다로 가버린다. 그래서 모래를 다시 까는데 굉장히 많은 자본을 투자한다. 그런데 모래를 까는 건 일 년에 한 번 까는데 그 모래들이 사라지는 속도는 3, 4개월이면 다시 사라진다. 미국은 위에서 말했지만 해안의 모래를 살리고 지키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문제를 잘 담은 다큐멘터리가 있다. 이 방송을 본 게 벌써 10년 전인데 지금은 해안가의 모래가 어떻게 되었을까.


‘모래의 여자 속’에 등장하는 모래 안의 맑은 물은 몹시 과학적이다. 모래의 기능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모래는 물을 저장하는 능력이 있다. 바닷가에 모래 구덩이가 있고 그 속에 맑은 물이 생성되면 계속 물이 솟아난다. 아주 물이 좋다. 그리고 생명체를 살게 한다.


바닷가에 있는 모래 구덩이 속 맑은 물에는 민물에서만 살 수 있는 생명체들도 살아간다. 모래가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맑은 물에 산소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백사장이 망가진 모습이 10년 전 다큐멘터리에 가득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큐를 보면 1960년대 우리나라 백사장을 모습을 보여주는데 딱 ‘모래의 여자’ 속에 나오는 백사장 같은 모습이다. 그런데 해안을 따라 도로가 들어서고 인공 구조물이 들어서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언젠가부터 해안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이런 걸 보면 인간이 인간을 망가뜨리는 존재 3위에 당당하게 이름이 올라오는 것도 크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라고 이 글을 2주 전에 적어놨는데, 지금은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존재 2위라고 한다. 하하.


백사장이 사라지는 해수욕장, 해변의 위기 [환경스페셜-살아 숨 쉬는 땅, 모래] https://youtu.be/t3KN40VXEU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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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시로 간 처녀’는 81년 작품으로 김수용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수용 감독은 우리나라 문예 영화의 거장이라 불렸다. 이 영화의 각본을 김승옥이 썼다. ‘도시로 간 처녀’ 이전에 김승옥과 김수용 감독이 만나서 작품을 만들었던 건 64년에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소설 ‘무진기행’을 영화로 만든 ‘안개’였다.


영화 ‘안개’가 소설만큼 재미있는 건 김승옥이 직접 각본을 썼기 때문이다. 이때 재미있는 일화가 김수용 감독이 김승옥에게 제발 쉽게 써달라고 요청했다고.

김승옥이 한국문단에 등장하자 그야말로 일대 파란을 일으킨다. 그 이전까지 대한민국의 대중 소설은 무협소설과 민담 설화에 가까운 소설이었는데 김승옥이 문단에 등장하자마자 모국어의 폭발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야말로 피츠제럴드 같은 직유와 은유, 그리고 구조가 너무나 완벽하게 이루어진 문장이 사람들의 염통을 후려쳤던 것이다.


김승옥이 등장했을 때의 일화 중 하나는, 지금 한국의 대문호 격인 소설가 김훈, 김훈의 아버지 김광주 소설가도 우리나라 거의 1대 문인이었다. 김훈이 꼬꼬마 16살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아버지 김광주의 방에 아버지 후배들, 즉 문인들이 모여서 심각한 얼굴들을 한 채 이야기 중이었다. 이야기 즉슨 읽어봤냐? 괴물이 등단을 했어! 였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훈에게 막걸리를 받아오게 해서 김광주와 문인들이 마시면서 이제 우리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같은 이야기를 밤새 했다고 한다.


김훈은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였다. 당시 최고의 소설이 황석영의 장길산이었다. 장길산은 한국일보에 74년부터 84년까지 매일 연재된 소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황석영이 매일 소설을 연재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다 도망을 쳤다. 도망을 쳐도 어느 지역에서 그날그날 쓴 소설을 우편으로 동봉해서 신문사에 보냈는데 그날은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이다. 신문사는 발칵 뒤집어졌다. 사람들이 연재가 끊어져 난리가 났다. 그래서 도망간 황석영을 잡으러 간 사람이 담당 편집기자인 김훈이었다.


아무튼 김승옥의 무진기행이 세상에 나온 이후 한국 문단은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상상의 도시, 무진의 명산물 안개를 여귀가 뿜어낸 입김 같다고 표현을 했는데 그 이후 지금까지 안개를 이만큼 표현한 소설 속 미문이 없다. 소설 속의 여귀는 영화 ‘안개’ 속에서 마녀로 대신 나온다.


김승옥의 문장 속 세계관을 나타내는 언어는 지금도 유효하다. [햇볕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 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지상에 있는 모든 약방의 진열장 안에 있는 어떠한 약보다도 가장 상쾌한 약이 될 것이고 그리고 나는 이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제약 회사의 전무님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조용히 잠들고 싶어 하고 조용히 잠든다는 것은 상쾌한 일이기 때문이다 – 무진기행]


소설 속 ‘조’가 영화에는 조한수로 나온다. 두 사람은 세무서장이 된 조의 집으로 가서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숙, 하인숙을 만나게 된다. 영화에서 하인숙을 연기한 배우는 윤정희다. 아주 어린 모습의 윤정희는 그 당시로는 보기 드문 예쁜 얼굴의 배우다.


이 무진기행은 세 번 영화가 되었다. 67년에 한 번, 76년, 87년에도 만들어졌다. 윤정희는 두 번 하인숙으로 열연했다.


안개가 재미있는 이유 중 또 하는 배우들의 열연이다. 이제 고인이 된 신성일과 윤정희가 주인공으로 나오며 소설 속의 문체를 영화적 문채로 절묘하게 녹아냈다. 김승옥의 각본과 김수용 감독의 연출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그런 김승옥과 김수용이 다시 한번 영화를 만든 것이 ‘도시로 간 처녀’였다. 이 영화는 재미있기도 하지만 사회고발 영화의 시초였다. 이 영화는 그 당시 버스 안내양의 부당함을 말하고 있다. 돈을 삥땅 하는 일 때문에 알몸수색을 하는 문제가 당시에 있었는데 김승옥은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며 버스 안내양들을 취재하여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영화에서 부당한 대우와 모욕감 때문에 유지인이 투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당시에는 난리가 났다. 김수용 이전의 영화에서는 누가 봐도 마네킹이 절벽 같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연출을 했는데, 김수용은 실제로 유지인이 투신하는 것처럼 보이게 연출을 한 것이다.


이 영화는 33일 밖에 상영하지 못했다. 실제 일어나는 사회고발 영화이기에 기득권이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영화는 몇 번이나 삭제를 하고 또 당해서 나오게 되었지만 군사정권 시대라 마음껏 상영할 수 없었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가장 잘 드러낸 영화였다.


그럼에도 재미있는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바보들의 행진의 히로인 영자의 이영옥의 모습과 금보라의 풋풋한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다른 의미의 재미다) 건 이 영화가 상영되고 지금까지 시간이 몇십 년이 흘렀는데 조직이나, 단체,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여전하고 그들을 지금 이 더운 태양 아래서 농성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가사의할 정도로 이상한 일이다.


그렇게 핍박당하고 죽음을 각오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순수함을 지키려 하고 진실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는 것 역시 예나 지금이나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다.


이 영화에서 마지막 유지인, 극 중 문희는 투신을 하지만 살아난다. 희망을 주며 끝이 나지만 해피엔딩이 말할 수는 없다. 김수용 감독은 2005년 씨네 21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에 무슨 사회성이냐, 폭로 항변 메시지는 접어두고 좋은 세상 만날 때까지 사랑하고 정사하고 눈물 짜는 영화나 찍자”라고 했다.


김승옥 소설가가 광주민주화항쟁의 충격으로 절필을 선언했을 때 이어령 박사가 붙잡아서 호텔에 던져 놓고 장편 소설을 계속 쓰게 했는데 그 소설이 ‘서울의 달빛’이었다. 그런데 김승옥은 끝끝내 소설을 다 쓰지 못하고 절필을 하고 만다.


그래서 ‘서울의 달빛 0장’으로 단편 소설이 되었다. 만약 장편으로 이어졌다면 1장, 2장 주욱 이어졌을 것이다. 김승옥의 단편 소설들은 읽고 또 읽었지만 너무 재미있다. 김승옥의 소설 속에는 위트와 유머가 살아있다. 이후 김승옥의 몸에 풍이 와서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2014년인가 순천에서는 무진기행 50주년 행사를 하기도 했다. 김승옥 소설가도 41년 생이시니까,,,


김승옥의 무진기행이 얼마나 무진, 즉 순천의 자랑이었냐 하면 응사, 응답하라 1994에서 순천의 해태와 여수의 학생이 술집에서 서로 더 대단한 도시라고 싸운다. 비행장이 있니 없니, 백화점이 있니 없니. 그러다가 밀리게 된 해태가 그런다. 김승옥! 무진기행! 우린 무진기행이 있는디. 정말 멋진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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