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전’은 씨발, 무섭구나.였다. 무서움은 스크린 밖으로 갑자기 빠져나오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사각거리며 나와서 발목을 살짝 잡고 눈치채지 못하게 살살 잡아당기고, 어느 순간 어딘가 발이 끌려가고 있다고 느꼈을 땐 숨이 막히고 시야가 좁아진다. 그때야 비로소 무서움은 힘을 꽉 주어 발목을 아프게 하고 칼날 같은 것으로 발목의 정당함을 없애기 위해 피를 낸다. 그리고 힘이 빠져들면 어둠 속으로 무서움은 나를 확 끌고 가는 것 같다. 영화 유전에 깔린 무서움은 서서히 뿜어져 나오지만 오컬트적 히스테릭함은 보는 이들을 오랜만에 진정한 무서움의 세계로 데리고 가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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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전은 ‘글’처럼 은유가 시작부터 계속된다. 유전에서 무서운 그것은 찰리의 몸속에 이미 들어가 있었다. 찰리를 통해서 비둘기의 머리를 자르고 환영을 보게 한다. 영화 속에서 머리를 자르는 것은 오컬트적인 의식의 한 부분이라 생각되는데, 찰리의 몸속에 들어가 있는 그것, 파이몬은 강하지도 않고 아직은 힘도 덜하다. 파이몬은 남자의 몸을 숙주로 해야만 아주 강한 힘이 나오는 것이다. 파이몬은 피터의 몸으로 들어가기 위해 찰리마저 교통사고로 머리를 잘라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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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는 영매가 있는 사람으로 본능적으로 피터의 몸에 파이몬이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고 그동안(영화 속 이전의 시간부터) 저지하려고 했다. 애니의 과한 행동과 빠른 말투, 쓸데없이 많은 말들, 미국식의 재스쳐와 대화가 거슬렸지만 애니가 자신의 아들인 피터를 죽이려 할 때 애니의 과한 행동, 말투, 이상한 모든 것이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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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진실과 거짓을 모호하게 섞어 버렸고 현실과 비현실도 구분 짓지 못하는 태도를 가졌다. 애니는 몽유병을 앓고 있다고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그것마저 거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 생각이 들 때쯤 불안함이 묵직하게 변모하여 체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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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역시 찰리처럼 헤일로 같은 빛의 움직임을 본 후 피터도 점점 파이몬으로 변해가려고 한다. 유리창에 비친 피터의 놀란 얼굴은 실제와 다르게 음흉하게 웃고 있고, 피터가 파이몬이 되는 그걸 막으려고 애니는 피터를 잡으려 하는데 남편인 스티브와 다른 사람들은 애니를 정신병자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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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오컬트적 장면들, 벽을 기어오른다거나 하는 장면들과 현실의 장면들은 하나의 시선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영화를 두 번 이상 보게 되면 영화 속에 상징이 아주 많고 단순히 영화 속을 바라보는 제3자의 시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파이몬의 시선, 피터의 시선, 애니의 시선도 뒤섞여 뭐가 진실인지 누가 거짓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확실히 영화는 우아한 공포를 보여준다. 으악 무서워! 가 아니다. 씨발, 무섭구나.였다. 연출이 밀도가 굉장하여 무서움의 농도가 아주 짙은 공포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