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은 실패하지도 않고 질리지도 않아서 든든하게 먹곤 했다. 늘 가까이에 있어서 당연한 그런 음식이 미역국이다.


나는 좀 이상하지만 미역국은 아주 뜨겁게 먹거나, 밥을 말아먹을 때에는 국물이 거의 없이 뻑뻑하게 먹거나, 또 식어버린 또는 데우지 않은, 차가운 미역국을 후루룩 먹거나 식은 밥을 말아서 차갑게 먹는 걸 좋아한다. 나 자신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주 뜨거울 때 입천장이 홀라당 다 벗겨질 정도로 미역을 입에 가득 넣고 후후 하며 먹는 맛이 좋다. 뜨거운 미역국을 먹고 나서 입천장에 벗겨지지 않으면 어쩐지 섭섭했다. 밥을 말아먹을 때에는 국물을 조금 남겨두고 밥을 가득 말아서 뻑뻑한 채로 우걱우걱 먹는 게 좋다.


너는 왜 미역국을 그렇게 먹는데?라고 해 봤자 나도 모른다. 그렇게 먹는 게 좋단 말이다.


아무튼 미역국은 실패하지 않는다. 실패하지 않는다는 말은 맛에서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어떤 때에 먹어도 좋다는 말이다. 배가 고플 때에도, 머릿속에 라면이 막 생각났어도, 방금 어묵을 먹었어도 미역국이 있으면 먹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 미역국을 끓여 먹고서는 미역을 덜 삶았는지 아다리 걸려서 고생고생했다. 토하고 싸고 약 먹고 또 약 먹고. 그렇게 하루이틀 고생을 하다가 제대로 미역국을 끓여서 미역국으로 망친 속 미역국으로 달래줬다. 그렇게 미역국을 먹고 있으니 예전에 미역국은 문학적인 맛이라고 한 것이 생각났다. 그래, 다른 음식들은 대체로 다큐적인데 미역국은 문학적이었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1924

브런치에서 미역국을 검색해서 죽 둘러보았다. 그랬더니 미역국도 감치만큼 집집마다 먹는 방법, 들어가는 재료가 다르다는 걸 알았다. 보통 미역국이라고 하면 소고기가 들어간 미역국을 떠올리고 나 역시 소고기 미역국을 가장 좋아하지만 집집마다 다양한 미역국을 끓여 먹고 있었다. 별거 아닌데 대단히 신기했다.


어떤 집은 들깨가 잔뜩 들어간 미역국을, 참치로 만든 미역국도 끓여 먹고, 성게알로 멋들어지게 끓여낸 미역국, 가자미 미역국, 전복 미역국 등 정말 맛나고 사연이 가득한 미역국들이 많았다. 어묵을 넣은 미역국, 새우를 넣은 미역국, 담치를 넣은 미역국 또 양파를 통째로 넣은 미역국도 있었다. 가자미는 가자미가 그대로 들어가는 미역국도 있고 가자미의 살을 다 발라내서 푹 삶아서 미역국을 떠먹으면 고소한 맛이 나는 가자미 미역국도 있었다.


미역국에 담긴 이야길 읽고 있으면 큭큭 거리는 사연도 있고, 오 하는 사연도 있고, 훌쩍하는 사연도 있었다. 미역국에 관한 글들을 보면서 관통하는 단어는 생명, 엄마, 슬픔, 눈물, 생일이었다. 미역국은 생명의 연장선에 놓인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음식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사랑이 있었다.


미역국은 생일에 먹는 음식이지만 생일에 미역국은 밥상 위에 놓이지만 정작 생일을 맞이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서 슬픔의 음식이기도 하다.


어떤 미역국 사연에는 강아지를 낳은 어미 개에게 미역국을 끓여서 먹이는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 집도 강아지를 여럿, 오래 키워서 마당이 있던 집에 살 때 어머니가 미역국을 끓여서 새끼를 낳은 어미에게 고생했다며 먹였다. 나는 그 기억이 강하게 남아서 소설에 쓰기도 했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2810

개에게 미역국을 먹이는 이야기를 읽으며 괜스레 움찔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생일의 대표적인 음식이라 미역국은 자신이 먹고 싶어서 잘 끓여 먹지는 않는다. 미역국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먹이고 싶은, 그래서 미역국을 끓이는 동안 만드는 이의 사랑이 그 안에 담긴다.


기쁘면서 슬픈 노래 조용필의 걷고 싶다 속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국이 미역국이 아닐까 싶다. 뮤직비디오 내용이 너무나 아름답지만 너무너무 슬프다.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슬프게 다가올 것 같다. 조한선의 근래의 영화를 봤는데 이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연기가 제일 좋은 것 같다. 미역국은 그렇게 사랑은 두배로, 슬픔은 반으로 나누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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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에서 모모 녀석이 라딘과 라몽에게 자신의 이야기, 로자 아줌마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 낼 때 모모 녀석에게 빨려 들어가 버렸다. 습자지에 물이 스며들 듯 그렇게 모모 녀석 감정에 속절없이 빠져 버렸다. 모모 녀석이 집으로 돌아와 똥오줌 냄새가 진동하는 로자 아줌마를 안아 줄 때 그 장면이, 그 모습이, 그 풍경이 꿈처럼 피어오르고 모든 세상이 흐려졌다.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똥오줌을 싸긴 했지만 아줌만 아직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잖아요. 살아 있는 사람들만 똥오줌을 싸잖아요”


세상의 많은 소설 속 미문이 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이 또 있을까. 무라카미 류의 ‘69’에서 똥에는 사상이 없다고 했다. 적어도 로자 아줌마가 싼 똥을 모모는 더러워하지 않았다. 생명의 흔적이라 느꼈다. 모모는 그렇게 자연의 냄새에 익숙해져 갔다. 마치 엄마가 아기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은 소외된 자들이지만 사랑을 알아갔다.


유투는 세상에서 소외된 자들을 위해서 노래를 불렀다. 유투는 이제 슈퍼스타 그 위에 있는 록스타로 돈으로만 움직이는 밴드가 아니게 되었다. 명분, 명분이 있어야 움직였다. 기근과 전쟁이 있는 곳이면 유투는 그곳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노래의 힘이 총과 칼보다 강하다는 걸 알렸다. 소외된 자들은 그 끝이 한없이 허무하고 결락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그 누구도 기억하려 들지 않는다. 그들을 위해 보노는 노래를 불렀다.


그건 어쩌면 유투가 아일랜드 출신 밴드라 그럴지도 모른다. 아일랜드 출신 밴드로는 크렌베리스가 있고 중심에서 노래를 불렀던 돌로레스가 좀비를 부른 이유와 흡사할지도 모른다. 돌로레스는 2018년에 갑작스레 사망 소식이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


그렇게 세계에서 기근과 전쟁으로 소외된 자들을 위해 노래를 불렀던 유투가 19년에 한국에서 공연을 했다. 유투를 좋아하는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다. 유투가 왔어! 한국에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유투가 말이야! 하며 좋아했다. 유투를 움직인 건 안타깝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라는 명분 때문일지도 모른다. 벌써 10년 전? 아마도 그만큼 오래전부터 유투를 한국의 비무장지대에서 공연을 하자고 접촉이 있었다.


유투가 올해 새 앨범 Songs of surrender를 발표했다. 40곡이나 곡을 넣었고 기존에 발표된 곡을 다시 어쿠스틱버전으로 리마스터했다. 예전처럼 강력하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 보노의 보컬에 원숙미, 완숙미, 이런 노련함으로 엣지의 반주에 의해서 40곡이 다시 작업이 되었다.

유투의 노래는 학창 시절에 음악감상실에서 단골 신청 음악이었다. 많이도 들었다. 유튜의 엄청난 노래들이 많은데 왜 그런지 기억에 많이 남는 노래는 뮤비 내내 엣지가 나오는 Numb가 생각난다. 엣지의 얼굴이 나오고 여성들이 엣지의 얼굴을 핥고 훑고, 입던 러닝셔츠를 자르고, 얼굴에 줄을 묶고, 담배연기를 뱉고 하는 멤버들이 나온다. 보노는 이때 너무 잘 생겼다. https://youtu.be/N4jR1RNypG0


보노는 눈에 문제가 있어서 해가 비치는 공연장에서는 항상 색이 진한 안경을 쓰고 노래를 부른다. 모든 노래들이 좋지만 총을 들이밀고 딱 한 곡을 말하라고 하면 ‘원’이다. 이번 새 앨범 속의 ‘원’에서도 역시 보노의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돋보인다. 피아노 연주만으로 원을 부른다. https://youtu.be/b02QSIHuW0Y


유투의 원을 재해석하게 만든 버전은 메리 제이 블라이즈와 함께 부른 ‘원’이다. 메리는 그동안 보노가 불렀던 원에 새로운 생명을 입혔다. 메리는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부른다. 보노도 질세라 침을 튀겨가며 부른다. 메리는 단 하나의 사랑만이 소외된 자들, 그들이 우리 모두가 되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노래를 부른다. 메리 제이 블라이즈는 그저 인기 많은 여가수가 아닌 것이다. https://youtu.be/ZpDQJnI4OhU


현재 유투는 하나의 현상이다. 유투가 움직이면 빛처럼 굴절된 공기를 만날 수 있고 그저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뭔지 알 수 없는 계시 같은 것을 받는 기분도 든다. 이런 기분은 지금은 좀 덜하지만 그래도 학창 시절에 들었던 그런 기묘한 기분을 가지게 만든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괜찮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게 한다. 다리가 아픈 내 아이가 발을 디디면 어디든 달려갈 거라는 희망 같은 것들. 지금은 희망금지 시대가 되어서 투기나 투자가 아니면 돈을 벌 수 없는 이상한 세상에 와 있어서 유투의 메시지가 담긴 노래들이 세상의 구석진 곳으로 퍼졌으면, 그러면 뷰티풀 데이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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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의 사진기록

사진기록이라고 해도 조깅을 하면서 담은 사진들이다. 주로 야간에 조깅을 하고, 야간에 사진을 담으니 폰으로 찍은 사진들이라 사진 품질은 별로다. 신형 폰이면 카메라만큼 쨍하고 잘 나올 것 같은데 나는 아이폰 8이라 야간에는 썩 좋은 사진을 담아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불만이냐 하면 불만은 없다. 아이폰 8이 딱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의 폰의 크기다. 만약 아이폰 8에서 바꿔야 한다면 단종수순을 밟은 아이폰미니를 중고로 구입하지 않을까 싶다. 야간이라지만 아직 태양광원의 빛의 소자가 남아있는 야외에서는 그런대로 잘 나오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오면서 고양이 두 마리가 사랑을 하고 있는 장면이라고 담았는데 잘 보면 사랑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전 단계로 애무를 하는 건지, 한 마리의 등에 올라타서 밑의 고양이의 이를 잡아주나. 등에 올라타는 게 집사의 등에 올라타는 뭐 그런 건가. 아무튼 고양이들의 세계는 인간 주제에 범접할 수 없는 어떤 무엇이 있다.

 녀석은 우리 아파트단지의 귀염둥이다사람을 너무  따르고 말도  들어서 아파트 주민 모두가 좋아하는 녀석이다이름은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같다초등생들이 부를  나비야 하는  같고어르신들은 녀석아,라고 하는  같고아주머니들은 도매?? 라고 하는  같다원래는 너무 귀엽고 예쁜 얼굴인데 어째 이렇게 얼굴이 찍혔냐 녀석은 아파트  노인정 안에서 추위와 더위를 피하게 해주고 있다돌아가면서 사료를 주고 녀석이 밖으로도  다닐  있게 노인정에서 녀석을 위해 출입구 문을 만들어 주었다노인정 밖의 평상인데   자리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기다린다어르신들은 뭐랄까  녀석을 애기 다루듯 그렇게 보살핀다그래서 지가 마치 아기가  것처럼 느끼는  아닐까 싶다 녀석아 나도 고양이들과 인연이 남다르다고.

며 칠 동안 비가 온 후의 하늘이다. 한껏 갠 하늘을 보며 신나게 달려야 했지만 마요네즈를 많이 먹어서 몸이 무겁다. 이 죽일 놈의 마요네즈를 먹고 붙은 살은 잘 빠지지도 않는다. 근래에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여기 대나무 숲에도 왔던데 이 코스는 반대방향이다. 나중에 대나무 숲으로 달리면 그쪽의 경치를 사진으로 담아보자.

노을은 늘 입을 벌리고 보게 된다. 특히 요즘 같은 날의 맑은 하늘이면 노을이 예쁘다. 밤꽃냄새가 퍼지고 나면 한 여름의 노을은 이글이글 타오르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는 그림에 가까운 색채를 표현한다. 이런 풍경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늘 이런 생각을 한다.

일주일 전의 사진으로 이쪽이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코스인데, 저기 대나무 숲의 입구가 보인다. 이 활짝 핀 꽃들이 있는 앞을 지나는데 꽃향기가 확 났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서 검색을 해봐도 잘 나오지 않았다. 나름대로 검색 왕인데 구글에 사진을 드래그하면 꽃을 찾아 주는데 할 때마다 이상한 꽃 이름만 알려주었다.

일교차가 심한 날이다. 저녁에는 쌀쌀하다. 그래서 사람들도 별로 나오지 않았다. 달이 반대쪽에 떠 있지 않고 저기 보이는 하늘에 떠 있다는 말은 지구와 달이 조금 가까워졌다는 말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6월이 되면 지구와 달이 제일 가까워지는데 그때 방귀를 뀌면 방귀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들린다. 그게 바로 지구와 달이 가까워져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바람이 많고 그늘에서는 춥다. 움직이면 좀 덥다고 느끼는 그런 날의 연속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지만 바람이 있는 그런 저녁이다. 바람이 나무를 훑고 지나간다. 은행잎들이 파르르 떨리는 게 마치 암석에 붙은 조개들이 아가리를 전부 벌리는 모습처럼 보였다. 조개들이 노래를 하는 것이다. 달빛으로 물든 바다에 조개들이 교향시를 만들어 낸다. 쩍 하고 벌어질 때 나는 소리가 수 백, 수 천, 수 십만이 모여 운율을 만들어 낸다. 조개들이 노래를 부르면 달이 빛으로 눈물을 흘린다. 달은 저 멀리서 조개들의 노래를 듣는 계절이다.

양귀비 꽃인 거 같은데 노란색의 양귀비 꽃도 있는데 사진에는 담기지 않았다. 자연이 보라색을 표현하면 정말 신기한 것 같다고 생각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주머니 두 분이서 양귀비 꽃을 보며 예쁘다고 말하기에, 어머님들이 더 예쁜데요,라고 했고, 그때 호호호 하며 좋아하는 어머님들의 표정을 사진으로 담았다는 말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나는야 거짓말쟁이.

날이 확 풀리면서 사람들이 우르르 나와서 걷거나 달리고 있다. 반대방향에서 복장을 갖춘 러너들은 달려오면서 나에게 주먹을 쥐고 한 손을 들어 보이며 꼭 파이팅! 하며 지나간다. 그럼 나는 수고하십니다,라고 하며 지나친다. 나의 복장은 전문 러너 같은 복장은 아니지만 또 술렁술렁 산책을 하는 복장에서도 벗어났다. 조깅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사진도 많이 올려서 저 앞 어딘가에 나의 복장이 사진으로는 많을 것이다.

이제 곧 초파일이다. 저렇게 서 있는 불상의 모습을 보면 꼭 저 손으로 딱밤을 때릴 것만 같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굳이 선택을 하라면 불교를 선택하지 싶다. 절에서 나는 향냄새가 너무 좋고 이 근처에서 조금 나가면 있는 통도사의 사찰을 둘러보는 것이 아주 좋다. 그런 분위기가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절은 불영사로 거기는 비구니들만 있다. 통도사도 그렇다. 외할머니를 따라 어린 시절에 불영사를 가곤 했다. 계곡도 좋고 뭐 그런 분위기가 좋다. 그리고 절밥도 맛있다. 요즘 어떤 사찰에서는 전문적으로 절밥을 내오면서 콩으로 고기맛이 나게 하는 식단을 주는데 그냥 고기를 먹자. 고기맛이 나는 콩요리를 먹어야 한다니. 너무 이상하다. 닭볶음탕도 이상한 이름이다. 닭볶음이면 볶음이고, 탕이면 탕이지, 닭볶음탕이라니. 그냥 닭도리탕 해라. 닭도리탕 하면 머릿속에 요리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 닭볶음탕은 보이지가 않아. 부처님 앞에서 고기 이야기나 하고 있다니 죄송합니다.

길거리 도로에도 꽃다발이 많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이 감독이 다케우치 유코를 데리고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만든 감독이다. 런치의 여왕에서 정말 여왕 같은 미소를 보여줬던 다케우치 유코는 영영 하늘의 별이 되었다. 꽃다발 같은, 에서 아리무라 카스미는 정말 반짝반짝 예쁘게 나온다. 그러다가 최근의 영화 ‘치히로 상’에서는 깊은 아픔을 가지고 마을을 밝게 만드는 세상 다 산 여인의 모습으로 나온다.

치히로는 시 같은 사람이 아닐까.

시가 없어도 생활은 가능하나 삶은 불가능한,

치히로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아 그저 고즈넉한 풍경이다. 이런 고즈넉함이 좋은 저녁이고, 저녁에는 이런 고즈넉함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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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이 지나도 앞부분에 최진실이 아련 아련하게 내레이션을 한다.


[미안해 너도 금방 좋은 사람 만날 거야 괜찮지?]


그렇게 한 마디 남기고 떠난 그녀를 잊지 못한다. 너를 잊고 다른 사람을 만나서 쉽게 살아갈 수가 없다. 두고 봐 십 년이 지난 후에도 나는 너만을 사랑하고 있으니 남편하고 사이가 좋지 않으면, 이혼하면 나를 찾아서 와, 십 년 정도는 금방이다. 십 년이면 아무리 핥고 훑은 사랑하는 사이라도 사이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때 나를 찾아와, 나는 변함없이 너를 사랑할 테니.라고  하는 아주 어른어른 현실주의자 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박진영 특유의 목소리 매력이 잔뜩 들어가 있는 곡이다. 박진영은 후에 프로듀스로 가수들을 양성할 때 보컬의 박진영 화를 이루었다. 그리고 여성 보컬은 임정희 화를 이루었다. 박진영 화의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그룹이 지오디이며 곰태우인 김태우의 보컬이 박진영 화의 최종 완성형이다. 제왑피 소속 여성 그룹들은 각 보컬이 임정희 화의 보컬이 있었다. 모든 게 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언젠가 박진영 화의 목소리에서 벗어난 음색을 가진 가수가 나타났다. 그게 바로 정지훈, 비와 하늘색 꿈의 박지윤이었다. 정지훈의 음색은 너무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박진영 화에서 벗어났고 박지윤의 음색 역시 임정희 화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두 사람은 제왑피에서 활동을 하다가 계약이 끝나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비는 당시에 세계적인 슈퍼스타여서 영화촬영 등 엄청난 스케줄이 있어서 박진영이, 이제 비는 우리 회사가 관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더 큰 회사로 가는 게 맞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 앨범에서 최진실의 목소리가 들어간 ‘십 년이 지나도’가 제일 좋다. 최진실은 국민적인 배우였다. 예쁘게 출발하여 가족사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배우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모든 국민이 응원을 했다. 동생인 최진영 역시 청춘스타로 사람들이 좋아했다. 예쁜 누나 배우에 잘생긴 동생 배우로 활동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경우는 아마도 처음이었을 것이다.


최진실의 죽음에는 졸피뎀이라는 수면제가 깊게 관여되었다는 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이 수면제를 과다 복용을 하면 살아있되 영혼과 육체를 분리할 정도로 사람을 구렁텅이로 몰아간다. 졸피뎀은 자꾸 자살을 강요하고 아무렇지 않다고 타이른다. 졸피뎀은 의사가 처방을 잘해주었다. 최진실의 졸피뎀을 타서 가져다준 매니저가 있었다. 매니저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는 졸피뎀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다. 약을 먹으면 바로 잠이 드는 게 아니라 점점 이상한 망상과 고통으로 시달린다. 그런데 후에 그 인터뷰를 했던 매니저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매니저도 졸피뎀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진영 역시 졸피뎀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최진영이 죽고 나서 최진영 친구가 최진영이 괴로워하며 졸피뎀을 복용한 것에 대해서 인터뷰를 했다. 최진영은 하루에 열 알 이상 먹었다고 했다. 최진영이 교통사고를 낸 적이 있는데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다. 졸피뎀은, 그 약은 죽어도 괜찮다고 부추기는 부작용이 심했다. 그런데 이 인터뷰를 한 최진영 친구 역시 졸피뎀의 복용으로 4중 추돌사고를 일으켰는데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다. 졸피뎀이란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복용하는 사람도, 그래서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 또 다른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는 옆의 사람도 결국 졸피뎀에 손을 대게 만든다. 그리고는 zilch 상태가 된다.


최진실의 모습이 가끔 티브에 나오면 멈춰서 보게 된다. 친구들과 최진실 영화 어디까지 봤니, 라며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에서 나는 '꼭지딴'까지 봤다. 최진실의 액션을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유튜브에 영화가 다 올라와 있다.


박진영처럼 머리가 똑똑하고 앞을 내다보는 눈을 가진 사람은 일반인이 할 수 없는 것들을 한다. 박진영은 어떻든 아직도 가수로 활동을 하고 있다. 거의 비슷한 인기와 실력을 가지고 지금까지 죽 끌고 가고 있다. 대단한 일이다. 연예인이라는 건 한 번 뜬 인기를 계속 이어가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연예인이 꼭지를 찍은 그 인기를 계속 유지하는 그런 일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박진영과 같이 활동했던 가수들은 다 사라졌거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똑똑하고 음악을 잘 만드는 박진영도 언젠가부터 솔로 앨범을 내는 걸 하지 않고 있다. 박진영 하면 따라다니는 말이 표절이다. 박진영의 많은 노래가 스티비 원더나 티엘씨를 비롯한 팝 가수들의 노래들을 많이 베꼈다는 것이다. 이게 들어보면 하아 할 정도로 한숨이 나오는 노래도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터넷이 없을 시대에는 똑똑하고 앞을 내다볼 줄 아는 가수들이 외국의 좋은 곡들을 가져와서 한국 곡으로 많이 불렀다며 실망을 한다. 이제는 막 그럴 수 없어졌다.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들이, 네테즌들이 다 찾아낸다. 그래서 박진영이 언젠가부터는 앨범을 내지 않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박진영뿐만이 아니었다. 유 앤 미 블루는 유투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그러나 이승열 홀로 낸 앨범부터는 이승열이라는 아이덴티티가 돋보이는 음악을 하고 있다. 유투의 망령 같은 거대한 힘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래서 이승열의 노래들은 좋다. 예전의 이브의 노래들은 비틀스였다. 윤건은 오아시스를 빼다 박은 곡들이 있었다.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는 이게 가능했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 그러나 그럴 수 없음에도 이번에 그간 물 밑에서 말 많았던 아이유도 터지게 되었다. 지금 인기 탑을 달리고 있는 르세라핌 역시 로살리아의 레퍼런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지경으로 노래, 춤, 몸짓이나 의상까지 하아 하는 한숨이 나오게 해서 핌둥이들을 좋아하는 네티즌들이 실망하고 있다. 뮤비는 왜 비슷하게 만들었는지. 팬들은 실드를 치고, 리더는 기자들의 질문에 창작물이라고 봐달라고 말하고, 정작 독창적 케이팝 창작 기획 회사라고 자부하는 하이브는 입 닫고 있고.


가수들은, 특히 가수가 속해 있는 회사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유희열 표절 사태가 터졌을 때 임진모와 김태원이 하는 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자칫 소속 가수뿐만 아니라 국뽕 가득한 케이팝이라는 거대 산업에 강력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따라 했다고, 오마주 했다고, 콘셉트를 가져왔다고 한들 그걸 나쁘게 보는 사람들은 없을 텐데 여기저기 거짓말을 하다 보면 구멍은 자꾸 커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음악이라는 게 6,70년대에 이미 좋은 음악은 다 쏟아졌다. 6, 70년대 음악을 들어보면 록이든, 발라드 같은 곡들이든 마음이 편안해진다. 음악이 마치 손을 내밀어 나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더 이상 새로운 스타일의 곡이, 음악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대중은 받아들이고 있다. 감탄은 흘러넘치지만 감동은 줄었다. 이미 나온 좋은 곡에서 따왔다, 레퍼런스 했다고 하면 모두가 행복하게 음악을 즐기지 않을까.



십 년이 지나도 https://youtu.be/S8hZZh6S6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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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5-14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서 유희열이 요즘 TV에 안 나오나 보죠?
정말 그러네요. K팝이 무너질 수도 있겠어요.
그렇죠.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레퍼런스로 가야겠죠.
그런데 최진실의 죽음에 대해서는
여기서 비로소 자세히 알게 되네요.
오늘 영화 <엘비스>를 봤는데 사람은 너무 사랑 받고 인정 받으려고
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안 그러면 꼭 탈이나더군요.
잘 보고 갑니다.

교관 2023-05-15 11:52   좋아요 1 | URL
네 ㅋㅋㅋ 음악에서 희열을 느끼는 유희열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들을 무의식으로 가져왔다고 자신이 말해 버려서 지금은 숨어 버렸지만 언젠가는 나오게 되겠죠. 표절사태는 해외 팝스타도 마찬가지죠. 무의식 표절이 처음으로 세상에 터져 법정으로 간 노래가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이 만든 노래고, 최근에는 에드 시런이 법정에서 표절 승소 해서 길거리에서 신나서 노래부르고 ㅋㅋㅋ 새미(샘 스미스)는 받아들이고 시상식장에서 또 신나게 부르고요 ㅋㅋ 언제 강의 한 번 해야긋네 ㅋㅋㅋㅋ
 

근래에 들어 큰 이유 없이 화가 나고 분노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왜 화를 이유 없이 자주 낼까?라고 해봤자 내가 인문학자도 아니고 인간에 대해서 공부를 한 것도 아니라서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왜 그런지도 모르게 분노를 배설하는 모습이 늘어났다.


오늘 아침에도 도로에서 벤츠와 트럭이 경적을 울리다가 도로에 정차를 하고 서로 마구 욕설을 쏟아내며 화를 참지 못하는 모습을 봤다. 이 모습을 보니 마치 스티븐 연 주연의 ‘성난 사람들’의 첫 장면이 떠올랐다.

이 시리즈의 이야기는 작은 것에서 쌓인 불평이 분노가 되어서 결국 곪을 대로 곪아 있다가 곯아서 터져 버리는 이야기다. 무척 재미있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이 주인공이다. 감독과 각본가도 한국인 일본인이며 시리즈가 뒤로 가면서 바뀌기도 한다. A24에서 제작했다. 이 제작사에서 나온 영화들이 대체로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거의 다 봤는데 재미있었다. 미나리는 그렇게 재미있게 보지는 않았다.


이 이야기는 말 그대로 현대를 살아가면서 쌓이는 작은 불평이 나중에는 커다란 분노가 되어 어이없는 곳에서 터지면서 사고와 사건을 만들고 건들지 말아야 할 감정을 건들면서 상상 이상으로 일이 치닫는 이야기다.


요컨대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하는 가운데 문자를 잘 못 보냈거나, 자신에게 보내지 말아야 할 사진이 왔다던가. 그런 사소한 것들이 점점 불만으로 쌓인다. 부부는 잘 나가지만 부부관계의 불만이 쌓인다. 그 속을 벌리면 시어머니와 섹스리스 같은 것들이 있다.


일본 배우 나오가 나오는 일본의 한 드라마에도 섹스리스를 다루면서 불만이 쌓이고 쌓여 다른 쪽으로 풀어 버리는 이야기가 있다.


스티븐 연이 연기한 대니는 어릴 때부터 동생이 자신보다 운동도, 공부도, 몸도 좋아서 이상하지만 질투를 느낀다. 자신과 같기를 바라면서도 입으로는 자신에게서 떨어져 살아라고 소리를 지른다. 같이 일을 해도 자신은 뭐 빠지게 일을 하는데 동생은 주인 여자와 희희낙락이다.


생활의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사람들이 마트에서 운전을 하며 나오다가 부딪힐 뻔한다. 거기서 서로 터지고 만다. 마치 오늘 아침에 벤츠와 트럭의 분노처럼. 영화 속 자동차도 벤츠와 트럭이었다. 대니와 에이미는 자신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화를 낸다. 하나를 끝내면 하나가 터지고 그 하나를 막으면 두 개가 터지면서 사건이 이상하게 점점 불어난다. A24답게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스릴러 분위기가 깔리면서 사건은 상상이상으로 치닫다가 하하하 하고 웃음이 터지는 부분도 나온다.


코미디와 스릴러를 아주 처절한 평온함으로 잘 버무려놨다. 미국 내 동양인들이 주인공이라 인종차별을 당하는 장면이나 이야기가 있을 것 같지만 없다. 무엇보다 한 회가 끝날 때마다 흐르는 음악이 아주 좋다.


이 드라마를 보며 주인공들이 생활의 분노가 차곡차곡 쌓여서 화를 참지 못하고 배설하듯이 뱉어내는 것이 무엇 때문일까. 생각해 봤다. 그 바닥에는 불안이 있어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 참지 못하는 화를, 이 분노가 상대방의 의해서 나오는 건지, 아니면 내 속에서 나오는 건지 판단을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질 정도로 화를 배설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아마도 생활의 분노가 쌓이듯이 불안이 강하게 자리 잡았을 것이다. 생활의 분노는 불안이 늘 막고 있었다. 불안은 너무나 무겁고 커서 나를 압박하고 생활의 분노에 대해서 참으라고만 했다. 그러나 어느 지점에서 꼭지가 풀려버리면 전혀 그래서는 안 되는 장소에서, 그러면 안 되는 사람에게 화를 배설하게 된다.


https://v.daum.net/v/20230511060116692이 기사에서 난동을 피운 피의자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분노를 식당이라는 장소에서 그러지 말아야 할 대상에게 배설을 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폭주를 했다. 재판부에서도 피의자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1심에서 200만 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배설을 해버린 결과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831500204일상에서 쌓인 분노가 이렇게 배설이 되기도 한다. 말 그대로 그저 화가 나기 때문에 분노를 배설하는 것이다.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하고 태극기를 불태우는 것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불안 때문에 생활 속에서 쌓이고 쌓인 분노를 어쩌지를 못하고 터져버린 것이다.


인천에서는 3월에 아파트에서 이웃집 3곳을 향해 쇠구슬을 발사해 유리창을 깨트린 60대 남성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를 받았고, 아내와 두 아들을 살해한 40대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되기도 했다. 올리브영 같은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화장품 전문점에서 진상 부리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떡진 머리에 파우더를 바르는 여자, 보자마자 반말하는 여자, 만진 물품을 다른 자리에 막 넣어두는 여자 등.


언젠가부터 이렇게 사람들이 쌓인 분노를 많이 배설하게 되는 계기를 찾아보면 댓글이 나타나고부터일지도 모른다. 누군지 모르기 때문이다. 상대가 누군지 모르고 상대도 내가 누군지 모른다. 이런 모습도 ‘성난 사람들’을 보면 잘 나타난다. 대니는 에이미에게 전화를 해서 마구 욕을 한다. 내가 누군지 알아? 라면서. 에이미는 내가 누군지 모르니까 마구 화를 낸다. 에이미 역시 상대가 나를 모르니까 계정을 통해서 자신이 아닌 척을 한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댓글로 욕을 하면 나도 하게 된다. 분노가 끓어오른다. 그리고 이 분노는 수위를 넘어서 부글부글 거리다 터지고 만다. 상대방이 누군지, 어디에 사는지 모르니까 지금 내가 있는 곳,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분노를 터트리게 된다.


불안에서 나오는 것이다. 나 역시 불안증 때문에 생활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어머니 역시 불안증 때문에 병원을 오래 다녔다. 분명 나도 생활 속에서 쌓인 분노가 있을 것이다.


가끔씩 꿈을 꾼다. 누군가를 때리는 꿈. 누군가는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이다. 군대에서 많이도 맞아서 안경까지 깨졌었는데 나는 제대할 때까지 한 대도 때리지 못하고 제대를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화가 나고 안 좋은 일을 당했어도 누군가를 때리지 못했다. 이게 억울해서인지 가끔 꿈에서 누군가를 때린다. 나는 이 모든 게 불안이 밑바닥에 진하고 두껍게 깔려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오은영의 말로 불안이란 인간의 감정 중 하나이며 불안 때문에 인간은 더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가끔 이런 말을 보는데,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절망하지 마라 진짜 절망은 꿈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이다. 나는 나의 꿈이 뭔지 이제는 모른다. 어쩌면 꿈이 없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분노 때문에 정신과 상담을 4년 동안 받은 66세의 아저씨를 만났다. 그는 자신의 말이 항상 옳은데 타인이 아니라고 하면 그 시점에서 분노가 올라오고 쌓여 화를 냈다고 했다. 처음 상담을 받으면서 굉장한 모순된 벽에 부딪혔다고 했다. 자신은 잘못이 없는데 내가 왜 이런 곳에 와서 상담을 받아야 하나, 하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4년 동안 상담을 받으면서 알게 된 것은, 자신이 자신의 문제를 고치려고 상담을 받으러 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를 받아들이려고 상담을 받으러 간 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부터는 마음의 안정이 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아마 8월 이후에는 분노를 배설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기름 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차로 놀러 가는 사람을 제외하고 배달업, 운송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생계에 타격을 입을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타인에게는 한 없이 친절한데 내가 가장 사랑해야 할,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분노하고 화를 낸다. 내가 팔로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분노보다 친절을 베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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