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의 우리가 주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는 정해져 있었다. 학교에서는 교실보다는 사진부 암실, 등나무 벤치, 운동장 로열박스 구석. 학교를 나오면 강원분식이나 대구분식에서 양 많은 라면을 먹으며 이야기를 했고, 다운타운의 카페가 하나 있고 바닷가에 있는, 어제 말했던 합기도 도장 근처의 카나리아 치킨 집이었다. 그 외의 시간은 대부분 음감에서 보냈다.


혼나 미나코를 닮은 그 애는 주말에 호산나에서 디제이를 하며 음악을 틀었다. 인기가 많았다. 다른 디제이들은 멘트를 하는데 그 애는 신청곡이 들어오면 휙휙 음악을 찾아서 들려주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테이블에 오밀조밀하게 앉아 있으면 그 애는 머릿속에 쌓여 있는 풍부한 록 밴드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학생들이 주로 가는 다운타운의 카페는 블랙박스였다. 창문이 없다. 그냥 온통 시커멓다. 좀 더 구석진 곳으로 가면 학교에서 노는 아이들이 앉아서 심각한 얼굴을 한 채 담배를 피웠다. 각 학교마다 일진들이 있고 각 학교를 대표한다는 이유 때문에 밖에서는 서로 앙숙이기도 했지만 블랙박스 안에서는 전부 평화를 유지했다. 이런 모습은 내가 구치소에서 근무할 때에도 비슷했다. 구치소에 근무하면 가장 골 때리는 부류가 조폭들이다. 조직폭력배들. 내보내면 어김없이 며칠 뒤에 또 들어오고, 또 들어오고.


내가 있는 바닷가에서도 밀수가 이뤄지고(나는 이 사실을 구치소에 근무를 하면서 알았다)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하고, 즉 뽕쟁이들이 많다는 말이다. 그리고 술집 관리 같은 것들이 아주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구역이 있으니 각 구역마다 파가 있다. 이 도시는 목공파가 아마 가장 유명할 것이다. 한때는 김호중이 현직 목공파 조폭이라며 가세연의 누군가가 자기 방송에서 그냥 막 제멋대로 말하기도 했는데.


여하튼 여러 파들이 있는데 파벌싸움이 일어나면 무섭다. 그런데 구치소에 모이게 되면 서로 평화협정을 맺었는지 이쪽 파의 애기들이 저쪽 파의 중간 보스에게 똑같이 형님 대우를 해준다. 밖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구치소 내에서는 서로 잘 지내는 것이다. 조폭들이라 몸에 문신도 어마어마하고 전부 깍두기 머리에 험상궂은 얼굴이지만 게 중에 친하게 지낸 형도 있었다. 나에게 잘해주었다. 영치품으로 맛있는 과일이나 소시지가 들어오면 불러서 이만큼씩 주었다.


아무튼, 그래서 블랙박스에서 혼다 미나코를 닮은 그 애는 인기가 많았다. 각 학교의 잘 나갔던 남자애들이 전부 와서 인사를 하거나 꼬셔보려고 했다. 그 애와 친해지게 된 건 록, 메탈 밴드 때문이기도 했지만 축제 때 그 애도 자신의 학교 사진부에서 사진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친해지게 되었다. 그때는 이 도시 안에 있는 고등학생 밴드들이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우리 학교는 공업탑 근처에 있었는데 거기 한 건물의 지하에 딩클럽이라는 공연할 수 있는 무대가 있었다. 클럽 같은 분위기인데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있고 구경하러 온 학생들은 일어서서 그대로 소리를 지르며 공연을 관람했다. 술은 당연하지만 판매하지 않고 음료도 판매하지 않았다. 그 애는 학교 밴드의 모습을 사진으로 멋지게 담고 싶어 했다. 게 중에 한 밴드가 스콜피온스 노래를 커버 쳤다.


야, 야, 스콜피온스 기타 이름이 왜 루돌프인 줄 알아?

몰라, 왜 그래? 뭐 크리스마스에 태어났나? 크크크

야, 야, 루돌프 쉥커가 독일 이름이라 그래.

뭐? 스콜피온스가 독일 그룹이야? 거참 미국적이네.

그래도 클라우스 마이네는 이상하지만 독일적이지 않아.

독일적인 건 뭐야?

독일적인 건 램슈타인(람슈타인) 같은 거야.


그때까지 우리는 스콜피온스가 미국 밴드라고만 생각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독일 밴드는 람슈타인밖에 없었다. 람슈타인의 강력한 노래를 들으면 독일! 독일! 독일! 이 그냥 뿜어져 나왔다. '두 하스트'는 너무나 강력한 노래인데 요즘 공연에서는 고출력 전자음과 합세하여 더욱 신나고 강력해졌더라고.


그래서 그 애에게 풍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애는 롤링 스톤즈, 스웨이드, 오비츄어리, 알파타우루스, 메가데스, 판테라 같은, 온갖 메탈 밴드에 대해서 박식했다. 아무튼 그 애에게 스콜피온스의 가십에 대해서 왕왕 듣곤 했다. 스콜피온스는 좋은 노래가 많다. 너무 많다. 아주 멋진 록발라드 명곡들이 많다. 스틸 러빙 유부터, 올웨이즈 섬웨어, 홀리데이, 윈드 오브 체인지 등. 아주 많다. 록 발라드가 귀에 쏙 박히게 멋지게 들리는 건 곡 자체도 좋지만 클라우스 마이네의 목소리 때문이다. 목소리가 내가, 사람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목소리다.


너무 좋은 노래가 많지만 클라우스의 목소리가 호소력 짙게 들리는 변화의 바람, '윈드 오브 체인지'가 세계의 마음을 흔들었다. 우리는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이 독일의 장벽을 허물고, ‘워 아 더 월드’가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살리고, 스콜피온스의 ‘윈드 오브 체인지’가 변화의 바람에 불을 지폈다는 것에 일조한 것에 대해서 상당히 흥분했었다. 총과 칼보다는 노래와 글이 사람들의 마음을 더 움직이게 한다는 걸 굳게 믿고 있었을 때였다.


음감에서 ‘윈드 오브 체인지’ 뮤직비디오만 봐도 눈물이 글썽글썽했었다. 그럴 때였다. 굳건한 진실보다는 흔들림이 많은 가능성을 믿고 있는 바보였을 때였다. 우리 모두는.


이 노래는 고르비가 개혁, 개방 정책 이후 변화의 바람이 부는 러시아를 이야기한다. 영화 ‘테트리스’를 보면 소련이 붕괴되는, 자유를 찾아가는 내용이 잘 나온다. 테트리스가 소비에트 연방 시대 모스크바의 한 컴퓨터실에서 알렉세이라는 프로그래머에 의해서 개발되었다는 사실. 이 테트리스가 소련에서 나와서 전 세계인들의 오락실과 티브이용 게임기 그리고 닌텐도에 들어가기까지의 그 험난하고 첩보작전이 어떻게 이루어져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지 말하고 있다. 정말 재미있다. 테런 애저튼이 실제 인물과 싱크로 99%다. 이 영화에 고르비가 소련의 공산주의에 염증을 느낀 젊은 세대가 소련을 붕괴시킬 거라는 예견하는 장면이 잘 나온다.


그런데 요즘 스콜피온스가 투어를 하면서 ‘러시아를 낭만화하기 때문’이라는 가사를 도저히 부를 수가 없는 것이다. 가사에 ‘고리키 공원을 따라 모스크마를 거닌다. 변화의 바람 소리를 들으며’라고 되어 있는데 이런 광경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서 클라우스는 가사를 바꿔서 부르고 있다.


'내 마음을 듣는다. 우크라이나라고 말하네. 변화의 바람을 기다리며'로 체인지해서 노래를 부른다. 윈드 오브 체인지는 변화의 바람으로 냉전 종식을 알리는 노래로 알려져 전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감동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윈드 오브 체인지를 들어보자 https://youtu.be/n4RjJKxsam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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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다닐 때 인문계인데 인문계 그 이외의 일로 나는 많이 바빴다. 사진부 클럽 활동으로 바빴고, 음악 감상실에 자주 들락거려야 해서 바빴고, 합기도를 배우느라 또 바빴다. 그래서 수업시간이 거의 수면 시간이었다. 특히 한문(선생님 죄송합니다) 시간은 숙면의 시간이었다. 태아가 되어서 몸을 말고 잠이 드는 것처럼 책상에 나름대로의 위치를 선정해서 기묘한 자세를 잡고 푹 자는 것이다. 소리만 내지 않으면 한문 선생님은 몰랐다. 이렇게 말을 하면 누군가는 다 알고 있는데 선생님이 가만 두는 거라고 하는데 한문 선생님은 몰랐다.


만약 알게 되어서 누군가 들키면 한문 선생님은 그 녀석을 불러내서 씹던 껌을 크게 펼쳐서 머리에 붙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런데 아이들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던 건 한문 선생님은 나이가 엄청 많으신 분이었고, 아마 교장보다 더 많았을 것 같다. 1년 뒤면 아마도 정년퇴직 할 것 같았다. 하지만 1년 뒤에도 또 학교에 계셨는데 아무튼 나이가 많고 허리가 구부정하고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 그래서 수업을 할 때에는 학생들보다 선생님 자신이 더 수업에 집중을 했다. 아무튼 나는 고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자마자 바쁘기 시작하더니 내내 바빴던 것 같다.


합기도 도장을 다닐 때의 일인데, 평일에는 수업을 다 끝나고 10시에 합기도를 배웠다. 끝나면 자정이었다.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성룡 발차기를 연습하다가 새벽에 집에 들어가기 일쑤였다. 그래도 부모님들이 나무라지 않았던 건 동네마다 있던 동네 깡패들에게 나 자신을 보호해야지!라고 부모들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좀 일찍 합기도 도장에 가고 싶어도 인문계니까 자율학습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진짜로 집으로 오다가 불량배들에게 가방에 들어 있던 아버지의 카메라를 빼앗길 뻔했다. 목숨을 걸고 그걸 지키느라 엄청 두드려 맞았다. 얼굴이 존 카펜터의 영화에 나오는 좀비처럼 얼룩덜룩한 채로 집에 들어오니 엄마가 놀랐다. 오예, 이 기회로 합기도를 배우는 거야. 그래서 합기도 도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합기도 도장은 토요일에도 훈련을 했는데, 오후 3시인가? 4시인가? 한 시간 정도 수업을 받는데 평일과는 달랐다. 도장도 학교처럼 토요일은 술렁술렁하는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토요일은 대련을 하는데 하다 보면 격해져서 격투가 되고, 싸움이 되기도 했다. 사범은 교묘하게 그것을 부추기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실전에 써먹게 하려는 뭐 그런 사람이었다.


사진부라 학교 축제 때문에 여학교와도 교류가 있었는데 우리와 친하게 지내던 여자애가 합기도를 배우겠다며 토요일에 따라온 것이다. 남자애들만 발차기를 하고 낙법 치는 도장에 여학생이 한 명 오니 난리 아닌 난리가 났다. 그렇게 어영부영 그 애는 몇 개월을 도장에 꼬박꼬박 나오게 되었다.


토요일에는 대련을 하는데 그 애와 대련하는 녀석은 멱살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난감해했고 전부 나를 쳐다봤지만 나 역시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 애가 특별히 나와 친해진 건 그 여자애가 엄청난 록 마니아였다. 모르는 록 밴드가 없고, 모르는 노래가 없었다. 당연하지만 그쪽으로는 얘기가 잘 통하는 친구였다. 음악에 대한 덕질이 심한 학생들이 디제이를 하는 호산나 같은 음감에서 디제이를 할 정도로 그 애는 음악과 밴드에 대해서 훤히 잘 알고 있는 친구였다.


토요일에 합기도를 하고 나면 녹초가 된다. 땀에 절어서 기진맥진한데 사범이 우리를 데리고 시장 안의 카나리아 치킨집에서 후라이드를 사주었다. 물론 맥주도 함께. 도장이 시장 안에 있었는데 근처의 치킨집이라 자주 가서 주인아주머니와도 잘 알고 지냈다.  


그 애는 양념치킨은 잘 먹지 않고 후라이드만 한두 조각 먹을 뿐이었다. 하지만 술은 굉장히 세서 우리 중에 누구도 그 애에게 이길 수 있는 친구가 없었다. 얼굴표정이나 혈색이나 말투가 전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술이 취했는지 모르는데 음악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지면, 아 취했구만, 하고 생각했다.


그 애가 합기도 도장에 나타났을 때 관장님을 비롯해서 사범들이 전부 놀랐고 대련을 할 때 난처해했던 이유는 그 애가 혼다 미나코처럼 생겼기 때문이었다. 몸은 너무나 가녀리고 얼굴은 귀여운, 그래서 발차기나 대련을 하다가 잘못하면 다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혼다 미나코를 잠깐 설명하자면 80년대 일본에서 인기 있는 아이돌이었다. 원래 소녀대 멤버로 활동하기로 했는데 워낙 노래도 파워풀하게 부르는 가창력, 무대 장악력이 뛰어나 솔로로 활동을 했다. 당시 소녀대가 한국으로 와서 코리아를 부르며 대대적인 친한 활동을 할 때 혼다 미나코도 한국으로 와서 솔로 활동을 했다. 하지만 홍보 프로덕션이 없어서 한국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혼다 미나코가 한국으로 와서 이름도 알리지 못해서 그저 그런 아이돌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녀는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 게리 무어, 퀸의 프레디 머큐리, 잭슨 패밀리와도 음악적 교류가 활발하게 있었다. 퀸의 브라이언 메이에게는 곡을 받기도 했다.


좀 벗어난 얘기지만 서문탁도 퀸을 너무나 좋아하고 존경해서 ‘디어 퀸’이라는 곡을 만들어 퀸의 공연 때 이 곡을 부르고 헌사해서 브라이언 메이가 너무 좋아했다고 한다.


혼다 미나코는 서울음반을 통해 한국에서 ‘OVERSEA’라는 앨범을 발매했다. 혼다 미나코는 말랑한 당시의 일본 아이돌의 노래를 버리고 록으로 전향을 했다. 그녀는 와일드 캣츠와 함께 '혼다 미나코 위드 와일드 캣츠'라는 그룹을 만들어서 활동을 했다. OVERSEA 앨범의 모든 곡이 외국 작곡가의 곡이라 전부 팝의 느낌이 강하다.


혼다 미나코의 가장 유명한 한국 일화는 88 서울 올림픽 한강 고수부지 기념 공연이었다. 그날 비가 폭우였다. 엄청나게 내렸다. 앞 공연의 이상은이 담다디를 부를 때만 해도 그렇게 비가 거세게 내리지 않았지만 혼다 미나코가 부를 때 비가 엄청 왔다. 하지만 혼다 미나코는 전혀 굴하지 않고 무대를 장악하며 '스낵 어웨이'를 불렀다.  https://youtu.be/OPUv4LDMxhM 1988. 한강 고수부지 공연


이런 혼다 미나코를 그 애가 쏙 빼닮았다. 마른 것도, 귀여운 얼굴도. 한강 무대에서 비를 맞으며 부른 다음 노래가 퀸의 브라이언 메이에게 받은 곡 '크레이지 나잇'이다. 신나는 팝록이다. 혼다 마니코는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보이며 뮤지컬 등 여러 방면으로 활동을 했다. 그런데 혼다 미나코의 근래의 사진은 전혀 볼 수 없다. 그녀는 30대 후반에 백혈병으로 투병하다가 끝내 사망하고 만다.


너 혼다 미나코 닮은 거 알지?라고 우리가 말하면 멋쩍어서 흥, 하는 뉘앙스를 보였다. 합기도 도복을 입고 하얀 띠를 매고 찍은 사진이 있는데 올리고 싶다. 요즘은 연락이 되지 않아 도통 뭘 하면서 지내는지 모르겠다. 대학을 서울로 가면서 연락이 끊어졌다. 그 애는 밴드 음악에 대해서 박식했다. 바쏘리 같은 데쓰메탈도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그 애에게 후라이드 한두 조각만 사주면 그 애를 우리를 앞에 앉혀 놓고 온갖 밴드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래서 그 애와 치킨을 먹으러 갈 때에는 우리는 늘 후라이드를 주문했다. 후라이드를 오랜만에 뜯어먹으니 그때가 생각나네. 그립네. 추억의 90%는 맛이네 맛. 그나저나 이 글은 음악 이야기에 집어넣어야 하나.


퀸의 브라이언 메이에게 받은 곡 CRAZY NIGHTS https://youtu.be/_HNu-k4H98c


오버씨 앨범


표지모델


브라이언 메이, 프레디 머큐리와 함께


잭슨일가와 함께


투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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쥰페이는 새로운 곤충을 채집하여 곤충도감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일이 목표가 되었다. 생물이 전혀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모래사막 속에서 끝까지 살아서 생존하는 곤충은 적응력,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말이다. 매일 반복되는 학교 업무에 지쳐가던 쥰페이는 척박한 곳에서도 살아가는 곤충을 채집하러 사구가 많은 바닷가로 간다. 모래 때문에 벌레가 전혀 살 것 같지 않은데 모래 속에서 살아가는 곤충을 찾아낸다.


모래는 생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쉴틈도 없이 흘러 다닌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말이다. 매일 반복된 생활 속에서 어딘가에 매달려 있기만 할 뿐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현실의 답답함에 비한다면 이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혼자서는 절대 움직일 수 없는 모래가 움직이는 모습은 쥰페이를 점점 흥분 속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때, 누군가 와서 말을 건다. 무슨 조사를 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저는 곤충채집을 합니다. 아? 그래요? 정부에서 나온 사람이 아니군요. 정부요? 아닙니다, 저는 학교 선생입니다. 아, 그렇군요, 선생님이시군요.


마을 사람은 쥰페이에게 막차가 끊겼으니 원한다면 묵을 곳을 안내해주겠다고 한다. 마을 사람의 안내를 받고 간 곳은 기묘한 집이었다. 넓은 모래 구덩이 안에 붙어 있는 집은 곧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데 잘 도 버티고 있었다. 마을 사람의 말을 듣고 하룻밤만 마을에서 묵기로 한다. 묵을 집은 거대한 모래 구덩이를 줄로 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면 있는 민박 집이었다. 그곳에는 한 여인이 살고 있고 전등도 하나뿐이다. 여자는 30대로 보이는 여자였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다.


그날 저녁 쥰페이는 여자에게 식사를 제공받는데 여자는 큰 우산을 쥰페이 머리 위에 대어 준다. 모래가 떨어져요. 모래는 온 집에 떨어졌고 지내는 게 만만찮았다. 쥰페이는 날이 밝는 대로 마을을 나가기로 한다. 그런데 여자는 기묘한 말을 한다. 첫날에는 누구나 적응을 하지 못해요. 쥰페이는 내일 나갈 텐데 왜 그런 말을 하죠? 묻지만 여자는 밤에 일을 한다.


여자는 밤새 모래를 퍼 내는 일을 했다. 모래를 퍼내고 또 퍼내고 계속 퍼낸다. 오로지 모래를 퍼내는 일만 한다. 모래는 마치 여자를 속박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밤이 되면 모래가 계속 쌓이기 때문에 밤새도록 모래를 퍼내는 것만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여자를 이런 곳에 붙잡아 놓고 이런 일을 매일 시킨다는 것에 쥰페이는 화가 났고 아무렇지 않게 그 사실을 받아들인 여자에게도 화가 났다.


아침에 쥰페이가 눈을 뜨니 밤새 모래를 퍼내는 일을 하고 발가벗고 잠들어 있는 여자. 쥰페이는 옷을 입고 집을 나가려는데 사다리가 없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곳에 갇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다리를 치운 마을 사람들은 쥰페이를 모래사막 한가운데 여자와 함께 가둬둔 것이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모래 속에서 발버둥 치는 곤충이 된 셈이다.


쥰페이는 한낮에 모래 구덩이 위를 올라가려다 일사병에 걸리기도 하고, 여자를 미끼로 마을 사람들을 협박하기도 했으며, 탈출을 위해 여자에게 협조를 하기도 했다. 쥰페이는 여자와 함께 매일 비슷하고 반복된 일을 하며 지낸다.


왜 이곳을 나갈 생각을 안 하나요? 쥰페이가 묻는다. 이곳에서 나가면 내가 할 일이 아무것도 없어요. 여자는 그렇게 말을 한다. 두 사람은 모래 때문에 옷을 벗고 잠들어야 했고 같이 잠을 자는 관계가 된다.


그러다가 쥰페이는 탈출에 성공을 한다. 마을 사람들을 들개를 대동하여 쥰페이를 잡으러 오고 쥰페이는 마을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달려 보지만 푹푹 빠지는 모래 때문에 제대로 달릴 수가 없다. 그러다가 결국 모래 늪에 빠져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히고 만다. 결국 다시 여자 곁으로 돌아온 쥰페이.


여자를 보며 실패했다고 말한다. 여자는 쥰페이를 보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여기서 순조롭게 성공한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마을 사람들은 하루에 한 번 배급받던 물을 내려주지 않는다. 쥰페이는 목이 말라 미치려고 한다. 결국 물을 담아 두었던 통에 깔린 물에 젖은 모래를 먹다가 구토를 한다.


쥰페이는 절망에 빠진다. 하루만 있고자 했던 곳에서 일주일, 몇 달이 흘렀다. 여자와는 살을 맞대며 이 반복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에서 작은 희망고문을 한다. 쥰페이는 탈출을 하기 위해 모래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나무통을 넣고 까마귀 미끼를 넣는다. 까마귀가 걸려들면 구해 달라는 편지를 써  다리에 묶어 날려 보낼 셈이다. 그런데 확인해 본 통에는 까마귀는 잡혀 있지 않고 맑은 물이 가득 들어 있었다. 모래가 물을 만들었다. 이 방법을 좀 더 연구하면 마을에도 물을 많이 마실 수 있고 이렇게 고립되어 노예가 되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유수장치에 관한 일지를 매일 기록한다. 탈출은 더 후에 해도 된다. 굳이 오늘 바로 탈출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이 유수 장치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줄 사람들이 이 마을 사람들이다. 그리고 여자와 함께 부업을 하여 여자가 원하는 라디오를 구입하는 것이다. 비로소 작은 희망을 찾은 쥰페이.


여자는 잠들어 눈을 뜨기가 무섭다. 옆에 쥰페이가 없을까 봐. 그러다가 여자가 아이를 갖게 되고 배가 아파 마을 사람들이 여자를 병원으로 옮기면서 사다리를 걷어 가지 않았다. 쥰페이는 탈출할 기회가 와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때 쥰페이는 생각한다. 자유가 뭔지, 순응하고 복종하는 게 뭔지.


복종은 누가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의해서 처절하게 매달리는 게 복종이다. 우리는 반복되는 삶에 복종당하는 게 아니라 복종하는 것이다. 하루가 일 년이 될 줄 몰랐던 쥰페이는 7년이나 모래 속에 가둔 곤충처럼 지낸다. 하지만 자유로워 모든 것이 반복의 불확실한 7년 전의 진실보다, 흔들림이 많아도 가능성이 있는 희미한 그림자 쪽을 택한 쥰페이는 모래 속의 여자와 함께 살아간다. 미끼이자 인질이자 동반자인 여자는 모래와 같다.


정부는 7년이나 나타나지 않은 쥰페이를 실종자에서 사망자로 이름을 올린다. 쥰페이는 곤충도감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려 했지만 실종자로 이름이 올라가는 아이러니가 된다. 인간의 삶이란 어떻게 될지 그 누구도 모른다.


아베 코보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너무나 재미있게 볼 영화다. 소설 속에서 쥰페이의 바깥세상은 '지금,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왕복표는 목적지도 돌아갈 곳도, 본인이 마음대로 써넣을 수 있는 공백이다'라고 했다. 기묘하게 불편하고 기묘하게 설득되다가 기묘하게 공감을 원한다면, 최고의 소설을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봐도 좋을 ‘모래의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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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6-24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상황에 처한 인간의 행동패턴을 살펴볼 수 있네요. 그럼에도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는 빠삐옹, 모래사막이라는 현실에 빠져 적절히 그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쥰페이. 어떤 삶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몫이란 생각이 드네요.

교관 2023-06-25 12:19   좋아요 0 | URL
너무 좋은 댓글입니다. 선택 앞에서는 늘 불안하고 겁이나고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ㅎㅎ
 



이 죽일 놈의 모기를 결국 잡았다


인간사회에, 인간이 있는 곳이면, 그곳이 도시든 시골이든 어디에나 따라다니는 모기.

오월인데 모기가 벌써 나타났다.

어디에서, 누군가의 피를 얼마나 쪽쪽 빨아먹었던지 몸뚱이가 무거워서 잘 날지도 못하는 모기였다.

윙윙 거리는 소리는 정말 듣기 싫다.

모기는 인간이면 가리지 않는다.

노인이건, 여자, 아기 할 것 없이 달라붙어 인간의 피를 쪽쪽 빨아먹었다.

얼마 전에 한 어린이가 모기에게 물려 열이 났지만 소아과를 찾지 못해 열이 40도를 넘어가 결국 죽고 말았다.

모기가 피를 어찌나 잘 빨아먹었던지 날아다니는 본새가 느릿느릿 꿈 뜬다.

모기 놈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눈앞에서 윙윙 알짱알짱 거린다.

주위가 고요하니 모기 놈이 날아다니는 소리가 아주 거슬렸다.

지금 현재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소리였다.

모기는 바퀴벌레보다 파리보다 더 싫다.

바퀴벌레와 파리는 균을 옮긴다지만 모기는 바이러스를 옮긴다.

바이러스는 추운 날에만 창궐했는데 요즘의 모기 놈은 계절에 관계없이 바이러스를 옮긴다.

바이러스를 잔뜩 지닌 원숭이의 피도 쪽쪽 빨아먹는다.

욕심이 아주 많다.

그 주둥이로 인간의 피도 빨아먹는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터질 것 같아도 배부른지 모른다.

욕심이 가득해서 그 무거운 몸뚱이를  끌고 또 피를 빨아먹으려고 내 앞에서 윙윙 거리고 있다.

팔을 휘저었더니 저만치 날아가서 빨래건조대에 가서 붙었다.

요놈 딱 걸렸다.

배가 불러 한 눈을 팔았는지 손바닥으로 슬쩍 툭 쳤더니 탁 잡혔다.

많은 사람들을 눈물 나게 했으니 모기 너는 피눈물을 좀 흘려야지.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매일 다니는 길이 지겨워 어제는 다른 곳으로 돌아왔다. 대략 90년대에 지어진 집들이 있는, 그래서 높지 않은 주택들이 모여 있는 동네였다. 요즘은 동네 곳곳마다 작은 공원과 어린이 놀이터를 잘 만들어 놓아서 몸을 풀 수 있고 담소도 나눌 수 있고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다. 몸도 풀 겸 벤치에 앉아서 팔 굽혀 펴기를 하려는 찰나 바로 옆에서 타닥타닥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전기모기채로 모기를 사정없이 잡는 소리였다. 고개를 죽 빼서 보니 젊은 아빠가 어린 아들과 딸을 데리고 공원에 나왔는데 세 명의 손에 전부 전기 모기채가 들려 있었다. 가족은 모기를 잡으며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신종 놀이인가 보다. 재미있어 보였다. 아이들이 팔을 휘저으며 즐겁다 그냥.


타닥타닥. 타 다다다닥. 하는 소리가 아주 시원하게 들렸다. 팔 굽혀 펴기를 하려는데 모기떼가 그새 나의 주위로 와서 우글우글 비행을 했다. 아이들에 내쪽으로 오려고 했으나 나를 보더니 우물쭈물거렸다. 나는 바로 자리를 피해 주었더니 아이들이 와서 모기를 사정없이 잡았다.


저 위에 모기를 잡았다고 쓴 글이 5월 초에 쓴 글이다. 5월 초에 한 며칠 아주 더웠던 날이 있었는데 모기가, 그것도 아주 크고 굵은 모기가 나타났다. 날이 더워져서 강변에 모기가 우글우글 거린다. 모기떼가 얼굴에 탁 부딪힌다. 그 느낌이 뭔가 괴이하고 괴랄하다. 모기 하면 어릴 때 놀다가 어느새 다리에 물려 부풀어 올라 물파스 같은 발랐는데, 요즘 모기는 정말 큰 벌레 같아서 너무 눈에 띈다.


봄에는 강변에 날벌레들, 하루살이들 – 날파리 떼들이 우글우글거렸지만 여름이 되면 날파리 떼들은 사라지고 모기떼가 나타난다.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작년에 비해 올해, 지금 모기들은 덩치로 보나 강력함으로 보나 중무장을 한 것 같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모기의 수는 대략 백 10조 마리라고 한다. 하하하. 정말 상상도 안 되며 100십조 마리라는 게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개체수인지 가늠이 안 된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조사한 거야? 하하하. 그나마 다행인 건 뿔뿔이 흩어져 있다는 말이다. 이 모기 한 마리 당 흡혈 횟수는 대략 50회에서 60회 정도 된다고 한다.


올해는 벚꽃도 일찍 피고 졌고 날이 한 여름처럼 34도씩 되는 날이 앞당겨져서 모기들도 때 이르게 나타났다고 한다. 모기는 겨울에는 없고 여름에만 나타난다고 하는데, 겨울에도 실내에서 앵앵 거리며 사람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모기는 꼭 있다.


모기는 공룡들이 살았던 시대에도 있었다. 영화에서처럼 모기는 정말 오래전부터 존재했는데 날이 더워지고 습도가 많아지면 슈퍼히어로처럼 강력해진다. 그래서 폭염이 지속되면 인간은 힘들어하고 일사병이나 열사병에 죽기도 하는데 모기는 그 반대다. 무더운 날을 아주 좋아한다. 모기는 수컷보다 암컷이 더 크고 힘도 세다. 수컷과 암컷의 차이는 수컷의 대가리 앞에는 파리채 같은 더듬이가 있는데 이 더듬이의 감각으로 암컷을 찾아서 암컷의 몸을 더듬더듬.  


모기는 기본적으로 암수가 다 과일의 당분이나 즙을 먹는데 흡혈하는 건 암컷이다. 알을 산란하기 위해서 흡혈을 하는데, 알을 산란하기 위해서는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흡혈을 한다. 그리하여 인간의 피를 쪽쪽 빨아먹는 모기는 100% 암컷이다.


수컷의 주둥이는 피부를 뚫지 못한다. 암컷의 주둥이가 피부를 뚫을 때 거기서 타액이 나온다. 그 타액이 피부를 뚫을 때 인간의 피부를 연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그 타액의 주 기능은 혈액을 쭈욱 빨아 당길 때 응고되지 않게 한다.


암컷 모기는 평생 딱 한 번의 교미를 한다. 암컷의 난소 옆에 수정란이 있는데,라고 들어가면 생물시간이 되니까 넘어가자. 어떻든 한 번만 교미를 해서 수정란에 수컷의 정자를 가지고 있다가 두 번 다시 수컷과 교미를 하지 않아도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수정을 시킨다. 그래서 대부분의 벌레의 암컷은 살아생전 한 번만 교미를 해도 된다. 무정란이 되기도 하는데 그건 5% 이하다.


고층아파트에도 모기가 올라오는데, 날아서 고층으로 올라오는 건 아니고 바람이나 엘리베이터, 나무 같은 것에 붙었다가 또 오르고. 그래서 고층으로 오른다. 또 벽에 붙어서 자면 더 많이 물린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모기는 한 번 흡혈을 하면 5일이나 6일 동안은 흡혈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쉬어야 한다고 하네. 주로 습한 곳, 아파트 단지에서는 화단의 나무 밑이나 숲이 있는 곳에서 소화를 다 시키는데 그때 알이 성숙이 된다고 한다. 알은 한 200개에서 300개 정도. 그러면 산란을 하기 위해 물을 찾아간다. 그렇게 알을 낳고 나면 다시 처음으로 몸을 추스르고 흡혈을 하기 때문에 한 번 흡혈을 한 모기는 바로 흡혈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모기는 10일에서 3개월 정도 사는데 모기가 좋아하는 혈액형이 특별히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 일단 모기가 좋아하는 혈액은 혈중에 지방이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게 땀으로 나올 때 나는 냄새가 채취인데 모기는 귀신같이 잘 감지한다. 그래서 모기가 혈중 지방이 많은 피를 빨아먹으면 모기에게는 에너지가 많아져서 좋다. 그래서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기가 좋아한다. 술도 에너지원이니까 모기가 좋아하는 혈액이다. 대사가 활발한 사람들, 즉 아이들을 많이 문다. 아이들에게서도 채취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모기 물린데 침을 바르는 사람이 있는데 타액 속에는 세균이 있을 수 있어서 이차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침을 바르거나 하는 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한다. 얼음찜질이나 냉찜질이 괜찮고 개인적으로는 그냥 물파스 바르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모기는 그 듣기 싫은 날갯짓소리를 다 내는데 딱 한 종류의 모기는 그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중국얼룩날개 모기가 소리가 나지 않는데, 얼룩날개 모기 종류는 주로 농촌지역에 많이 서식하고 도시에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 모기가 말라리아를 옮긴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도시에는 호수도 많고 크고 해서 있을 수 있지만 많지는 않다고 한다. 말리리아를 옮기는 모기는 앵 하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자다가 모기 소리가 나서 불을 켜서 모기를 찾는데, 모기는 방의 중간에는 없다. 우리는 모기 소리가 앵 들리면 불을 켜고 방의 중간을 찾아보지만 모기는 절대 방 중앙의 공간에 잘 없다고 한다.


모기가 싫어하는 냄새가 계피 냄샌데, 계피 오일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희석해서(만드는 방법이 복잡해서 패스) 옷 위에 뿌리면 모기가 붙지 않는다고 한다. 또 유칼립투스 오일을 만들어서 피부에 뿌리면 모기가 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도 곁에 오지 않을 수 있으니 모기 같은 놈이 있다면 뿌리고 있으면 그놈이 절대 옆에 오지 않을 수 있다.


모기예보제를 한 10년 전부터 하고 있는데 이건 서울 시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모기예보제를 보면 오늘 모기를 몇 마리 잡았고 어디 지역에 모기가 많고 이런 걸 알려준다. 서울만 된다. 미세먼지 예보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박멸이 가능하냐 하면 불가능하다. 만약 박멸 한다고 하면 모기 유충을 먹는 이로운 벌레들 역시 멸종하기 때문에 인간에게도 좋을 리 없다. 모기는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 중 1위다. 바이러스를 옮기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 3위가 인간이다.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동물이라는 말이다. 인간이 그렇다는 말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이산화탄소가 싹 없어지려면 만년이 걸리는데 이런 걸 생각하면 먼지보다 작은 존재로 태어나 왜 아등바등 거리며 살아야 하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은 온 마음과 몸을 다 바쳐 보내야 한다. 내일은 모르겠지만 오늘은 열심히 보내는 거다. 이 무슨 해괴한 모순이냐고 하겠지만 인간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에 모순에 모순을 거듭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해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불안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곳곳에 있고 우리는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 물론 자본이 든다. 그래서 하루를 열심히 보내야 한다. 모순에 모순이 입히며 안 모순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무서운 바이러스가 말라리안데 우리나라에도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가 많은데 열대나라 같은 말라리아처럼 죽음에 이르게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물리면 열이 40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하니 걸리면 말리리아 치료를 해야 한다.


이렇게 모기가 여름에 많아진 것은 모기 성충의 천적이 바로 집박쥐인데 요즘 전부 아파트라 박쥐가 동네에서 사라진 것도 이유가 된다. 박쥐는 시력이 없고 초음파로 먹이를 찾는데 모기의 날갯짓으로 나오는 음파로 모기를 잡아먹는데 박쥐 배를 갈라보니 모기 눈알이 3천 개나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집들이 예전 집보다 좋아져서 예전처럼 집 안에 모기들이 우글거리지는 않는다.


나는 매일 모기떼를 만난다. 매일 강변으로 조깅을 하기 때문에 놀랄 정도로 많은 수를 본다. 그런데 아직 모기에게 한 번도 물린 적은 없다. 5월에 위의 글을 적을 때에는, 잡은 사진 속의 모기 머리에 인간의 얼굴을 작게 합성을 했다. 아무튼 요즘처럼 야외에 모기가 많아지는 날에는 벤치 같은 곳에 오래 앉아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모기가 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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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겁쟁이라서 그런지 눈을 감기가 무섭다. 어둡기 때문에 눈을 감으면 깜깜한 어둠이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컴컴한 어둠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어둠이 자꾸 보인다. 눈을 감으면 칼 날 같은, 빛처럼 밝은 어둠이 선명하게 살아있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내 주위의 어둠은 추워서, 너무나 추워서 내 몸을 자꾸 찌른다. 이렇게 추운 건 처음이다. 나는 하지 말라고, 그러지 말라고 말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잠이 와서 잠을 정말 자고 싶은데 눈을 감아도 어둠이 계속 보여서 잠이 들 수가 없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시간을 알 수 있다면 지금이 몇 시인지 알겠지만 어떤 것도 알 수 없다. 그저 느낌으로 낮이 지나고 밤이 오는 것 같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그 감각마저 무의미하다. 그래서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혼자라서 정말 무섭다. 친구들을 아무리 불러 봐도 대답이 없다. 눈을 뜨고 있어도 어둠이 보이고 눈을 감아도 어둠이라는 게 보여서 나는 너무 겁이 나고 무서워서 계속 울었다. 눈물을 닦고 싶은데 어둠이 짙어서 바로 앞의 내 손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 보지만 닦인다는 느낌이 없다. 눈물이 났을 때 눈물을 닦았던 그 행동을 하고 있는지 분간이 없다. 그저 허공에 내 손이 왔다 갔다 하는 느낌, 그것뿐이다. 잠이 오는데 어둠이 눈앞에 잘 보이니까 잠이 들 수도 없고 무서워서, 너무 겁이 난다. 어둠에 갇히기 전에 나는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떠올렸다. 잊는다는 것은 어떤 일을 당했을 때 아무렇지 않은 것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잊고 싶지만, 아무렇지 않고 싶은데, 아무렇지 않아야 하는데 처음 어둠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그 공포가 매일 계속되고 있어서 아무렇지 않게 되는 게 안 된다. 눈을 감으면 더 똑똑하게 보이는 이 어둠. 이제 더 이상 살려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죽고 싶은 것이다. 제대로 죽고 싶다. 살려주세요,라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죽여 달라고 말한다. 제대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이제 이 무서움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어둠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게 해 달라고, 그러니 이제는 정말 죽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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