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을 기점으로 몸보신의 날이 펼쳐졌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현대인에게는 사실 보신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 신진대사가 빠른 10대를 제외하고 대체로 신체는 더 이상의 에너지를 섭취하지 마!라고 하는데 뇌가 때가 되면 자꾸 음식을 먹는다. 이 놈의 배꼽시계가 때가 되었으니 음식을 먹으라고 뇌에서 분비물을 마꾸 뿜어낸다. 일상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이 가장 수월하게 도파민을 뿜어낸다.


그러나 이미 우리의 몸은 온갖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신체는 "주인 놈아! 이제 그만 좀 먹으라고! 너 배를 좀 봐! 등도 배처럼 불룩하단 말이야! 더 이상 에너지를 보낼 때가 없단 말이야!"라고 외치지만 우리는 신체가 하는 말을 듣지 못한다. 그래서 복날이라고 해서 따로 보신이 되는 음식을 챙겨 먹을 필요는 없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초복을 챙기게 된다. 그래야 또 불경기에 호황을 누리는 식당도 생기기 때문이다. 초복에 가장 장사가 잘 되는 집은 당연하지만 삼계탕 집이다. 복날이라도 있으니 요즘 같은 시대에 장사가 잘 된다.


복날은,


한국의 닭들이 초토화되는 날이다. 집집마다 삼계탕을 끓여 먹기도 하고 삼계탕 집에서 먹기도 하고, 백숙 집으로 가기도 한다. 삼계탕은 생각해 보면 그 집이나 그 집이나, 저 집이나 이 집이나 맛이 거의 비슷하다. 대체로 비슷하니 대체로 무난하게 맛있다. 특별한 맛이 나지 않는 것이 삼계탕이다.


그래서 가정집에서 닭을 삶아 먹으면 맛이 집집마다 좀 다른데 들어가는 재료가 가지각색이라 그렇다. 마늘을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넣는 집이 있고, 들깨나 녹두를 왕창 넣는 집도 있고, 전복을 넣어서 삶아 먹는 집도 있다. 미역국과 비슷하다. 집집마다 미역국의 맛이 전부 다르듯이 가정에서 닭을 삶아 먹으면 맛이 좀 다르다.


이렇게 평균적으로 닭을 삶았을 때 맛이 거의 비슷한 이유는 닭이 육계라서 그렇다. 마트나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닭이 대부분 육계(다 그런 건 아니지만)다. 육계는 외국에서 들어온 종인데 주로 기름에 튀기거나 구워서 먹으면 맛있는데 국물을 우려내서 먹으면 그렇게 맛이 좋지 않다.


육계는 하림이라는 대기업에서 유통시키고 있다. 흔히 5일장 같은 전통시장에서 개인이 토종닭을 키워서 잡아서 파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기업과 정부가 거래를 해서 개인이 닭을 잡아서 털을 벗겨 판매하는 행위를 위생을 걸고 불법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전통시장에서 개개인이 집에서 키운 토종닭을 파는 경우가 있는데 맛이 육계보다 훨씬 좋고, 그 닭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불법을 감안하고 판매를 하기도 한다.


그럼 육계보다 국물을 우려내서 먹을 때 맛있는 닭이 무엇이냐 하면 ‘우리 맛닭’이라는 이름의 닭이다. 이는 거의 20년 동안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개발해 낸 새로운 종이다. 원래 있는 한국 토종 재래닭과 60년대 미국에서 들어와서 토착화된 토착종을 교배하여 만들어낸 토종닭이 우리 맛닭이다.


이 닭이 맛있다. 닭이 거기서 거기지 흥.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육계를 삶아서 국물을 우려내 먹는 맛과는 천지차이다. 아주 맛있다. 국물이 일반적인 삼계탕의 육수보다 깊고 맛있고, 고기도 부드럽게 맛있다.


https://www.nias.go.kr/front/participation1.do?cmCode=M190726141152094


여기서 사람들이 왕왕 착각하는 것이 토종닭이라고 해서 삶으면 졸깃졸깃 좀 질겨야 한다는 편견이 있다. 백숙집 같은 곳에 가면 압력밥솥에서 삶아서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뚜껑을 덮는 냄비에서 삶게 되면 닭이 질기게 된다. 이를 졸깃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질기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이 맛에 먹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


폐닭도 보통 그런 맛으로 먹기 때문에 조리를 잘하지 못하면 질겨 못 먹는다. 폐닭으로 닭곰탕을 잘하는 식당에 가면 맛있다. 영화 완득이를 보면 잘 나온다. 노계, 폐닭으로 조리를 잘하면 그 맛에 빠지게 된다. 입에 넣어서 흐믈흐믈 후룩 그냥 살이 분리되는 것보다 씹는 맛이 좋다고 느끼면 그게 훨씬 좋다.


닭을 삶아서 먹을 때에는 뚜껑을 열고 삶는 냄비에서 끓이게 되면 고기가 질기지 않고 맛있는 식감이 된다. 퍽퍽함이 거의 없다. 우리 맛닭은 2호까지 개발됐다. 10호의 작은 육계에 비해, 우리 맛닭은 14호 정도로 크고 고기살도 많아서 3인 가족이 한 마리만 삶아서 먹어도 된다. 초복은 일 년에 한 번 있고 중복, 말복 해서 세 번 정도 닭을 삶아 먹을 거라면 맛있고 푸짐하게 먹으면 좋다.


내 어릴 때에도 여름방학에 외가에서 물놀이를 하고 나면 외숙모와 큰 이모가 키우던 닭을 잡아서 닭을 삶아 주었다. 아주 옛날, 조선시대 같은 시기에도 닭은 귀한 가축이었다. 닭과 돼지와 소는 같은 급이었다. 닭과 돼지, 소 전부 사료를 먹는다. 그러니까 귀할 수밖에 없다. 닭이 돼지나 소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같은 양의 고기를 얻는데 가장 적은 양의 사료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시대에 집에서 키우던 닭을 잡는 날은 경사가 아니면 잡아먹지 못했다. 하지만 닭 한 마리를 여러 명의 가족이 나눠먹기는 너무나 작은 양이라서 삶아서 국물을 우려내서 온 가족이 밥을 말아서 먹었다.


영화 관상을 보면 닭 한 마리 삶아서 닭다리 두 개는 송강호와 아이유의 남자, 이종석이 먹어 버리고 그렇게 먹고 싶은 닭다리를 바라만 봐야 했던 조정석을 떠올리면 된다. 집에서 닭을 푹 고아서 우려낸 육수는 맛있다. 내 어릴 때 외가에서 키우던 닭을 외숙모가 잡아서 삶아 먹으니 먹다 보면 덜 뽑힌 털이 나오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공장사육을 하지 않고 방목으로 키워서 고기가 졸깃졸깃 부드럽다. 닭의 크기도 크다.


우리 집은 바닷가라서 매일 보는 바다보다 방학에 외가가 있는 불영계곡 속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는 게 재미있었다. 어릴 때는 그랬다. 물이 너무 맑아서 가재도, 피라미도 요래 다 보여서 잡는 재미도 좋았다. 물놀이를 하며 놀다 보면 배가 금방 허기가 진다. 이상하게도 물놀이는 하면 배가 금빵 꺼진다.


그러면 외숙모와 큰 이모가 닭을 삶아서 죽을 만들어서 닭고기를 죽죽 찢어서 넣어주었다. 그런 닭이 맛있었다. 개울가에서 그렇게 먹고 또 물놀이를 하다 보면 금방 저녁이 되었다. 저녁이 되어 해가 산 넘어서 사라지고 나면 추웠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마을은 여름이라도 밤이 되면 그렇게 덥지 않았다.


저녁에는 닭을 삶은 육수에 대파, 고사리와 고추장을 넣고 닭개장을 끓여서 다 같이 둘러앉아서 먹었다. 끼륵끼륵, 요즘 잘 들을 수 없는 귀뚜라미나 메뚜기 다리 비비는 소리를 들으며 사촌형들과 누나들과 함께 외가의 마당에 앉아서 닭개장을 후루룩 맛있게 먹었다.


요즘 치솟는 물가를 생각해 보면 병아리로 삼계탕을 만들어내는 일반적인 삼계탕 집은 너무 비싸다. 일단 만원이 넘잖아. 그럴 바에는 우리 맛닭으로 집에서 삶아서 먹는 게 낫다. 아무튼 초복에 우리 맛닭을 삶아서 먹으니 어릴 때 물놀이 후 맛있게 먹었던 추억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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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시골마을.

두 시간 넘게 버스를 기다리는 한 청년.

저 멀리서 먼지를 일으키며 버스가 한 대 온다. 청년은 버스에 올라탄다. 이 험난한 시골길의 대형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는 20대 젊은 여성이다.


청년은 버스에 오르며 두 시간을 기다렸다고 젊은 여성의 기사에게 말하지만 멋쩍게 한 번 웃고는 기사는 시큰둥하다. 버스에는 시골마을 사람들로 보이는 남자들이 가득 앉아 있다. 청년은 담배를 한 대 피운다.


그렇게 버스가 시골길을 터덜터덜 가는데 저 앞에서 다친 사람으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보인다. 버스가 멈추고 그들을 버스에 태우자마자 강도로 돌변해서 승객들의 돈을 뺏는다. 승객들은 순박해서 반항을 하거나 덤빌 생각을 하지 못한다. 승객 중 한 명이 강도에게 돈을 주지 않으려 하다가 강도에게 맞아서 피가 난다.


강도들은 버스에서 내리려다가 운전기사가 젊은 여성이라는 걸 알고 끌고 내려가서 겁탈하려고 한다. 기사는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버스에 탄 남자들은 그저 멀뚱멀뚱 보기만 한다. 순박한 얼굴 표정에서 나만 다치지 않으면 기사가 당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얼굴이다.


강도들은 여성 기사를 끌고 내려가서 겁탈을 한다. 승객들은 그저 그 모습을 멀뚱히 보기만 할 뿐이다. 가장 늦게 올라탔던 청년이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느냐며 버스에서 내려 강도들에게 달려들다가 칼에 찔려 다리에 피가 나서 쓰러지고 만다.


성폭행을 하고 강도들은 가버리고 여성 운전자가 만신창이 되어 버스에 오른다. 오르면서 버스에 탄 사람들을 경멸의 눈으로 바라본다. 승객들은 여성 운전자의 시선을 피하기만 할 뿐 더 큰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안도하는 얼굴이다. 여성 기사는 한참을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운전석에 앉는다.


그때 청년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버스에 타려고 한다. 그런데 여성 운전자가 타지 말라고 화를 낸다. 청년은 도와주려고 했던 사람은 나뿐인데 왜 나만 버스에 태워주지 않느냐고 한다. 여성 운전자는 화가 나서 버스의 문을 그대로 닫아 버린다. 청년은 태워달라고 하지만 여성 운전자는 창문으로 청년을 가방을 던져준 후 버스를 몰고 그 자리를 떠난다.


황당한 청년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시골길을 가다가 어떤 차에 히치하이킹을 해서 간다. 얼마쯤 갔을까 경찰들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청년은 내려서 본다. 거기 가서 보니 아까 그 버스가 절벽으로 떨어져 모두가 사망하고 말았다.




이 단편 영화는 1998년 8월 중국의 지방 신문에 보도된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11분짜리 단편 영화를 보면 잘 알겠지만 이 세상에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다. 전 세계에서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이는 생물 1위가 모기, 2위가 인간이라고.


요즘 공포영화가 많이 나오는데 귀신? 좀비? 뱀파이어? 괴물? 유령은 장난 수준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장 잔인하다. 요즘 아기들 버리고 파묻고 냉장고에 넣고 봤지. 영화 풀버전은 유튜브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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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한 날이 지속되고 굽굽하고 더울 때 식은 밥으로 볶음밥을 해 먹는다. 볶음밥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도 없다. 그저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다 넣어서 볶으면 된다. 나는 모든 음식에 방울토마토를 넣어서 먹기 때문에 역시 볶음밥에도 방우리(방울토마토)를 왕창 넣었다. 숟가락으로 속을 파보면 안에 방우리가 가득하다. 뜨거운 방우리를 터트리면 토마토의 즙이 나오는데 모든 음식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김치를 넣을까 하다가 김치자체로 맛있어서 김치는 넣지 않았다. 김치를 넣어서 볶으면 말 그대로 김치볶음밥이 된다. 집에서는 거의 뭘 잘해 먹지 않지만 이렇게 찬밥이 있고 공기가 눅눅하고 그러면 밥을 볶아 먹으면 맛이 좋다. 거기에 김치를 넣어서 김치볶음밥으로 먹으면 더 맛있기도 하다.


김치볶음밥 하면 대학교 때 학교 근처 분식집 생각이 난다. 거기 분식집 김치볶음밥이 내 스타일이었다. 김치가 들어가서 벌겋게 볶였지만 맵지 않은, 버터맛이 살짝 나면서 뜨거운 김치가 아삭아삭 씹히는 그런 맛.


분식집에서 김치볶음밥을 주문하면 친구들은 집에서도 늘 해 먹을 수 있는 김치볶음밥은 왜 주문하느냐, 우리처럼 분식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쫄면이나 칼국수를 먹으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김치볶음밥은 분식집에서 먹는 게 제일 맛있다. 집에서 엄마가 아무리 김치볶음밥을 해줘도 분식집에서 만든 김치볶음밥 같은 맛은 나지 않았다.


내 생각에 김치볶음밥이야말로 분식집에서 먹어야 하는 메뉴다.

바보들.

아무리 맛있는 거 먹어봐라 나중에 김치볶음밥 먹었던 것만 기억이 날 걸. 흥.


집에서 온갖 재료를 다 넣고 김치볶음밥을 해도 분식집 김치볶음밥 보다 못하다. 분식집 김치볶음밥은 김치만으로 볶음밥 해서 그 위에 계란 프라이 하나 올린 것뿐인데 이상하지만 맛있다. 김치볶음밥은 하얀 플라스틱 접시 위에 담겨 있고 참기름 냄새가 솔솔 올라오고, 숟가락으로 계란 프라이를 잘라 김치볶음밥과 함께 한 숟가락 가득 먹는 맛. 그리고 딸려 나온 계란국을 한 모금 떠먹는 맛까지 더 하면 김치볶음밥의 완성이다. 반찬으로는 단무지가 어울린다.


김치볶음밥은 분식집에서만 판다. 동네 분식집에 가면 김치볶음밥이 다 있다. 좀 있어 보이는 식당에는 김치볶음밥은 없다. 김치볶음밥은 너무나 가까이 있는 음식, 흔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 하찮은 음식이라 요리로 취급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학생 때 종종 학교 앞 분식집에서 사 먹었던 김치볶음밥은 어른이 되어서는 먹지 않는다. 가끔 생각이 나지만 주위에 먹을 게 널려 있으니 김치볶음밥 따위는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치볶음밥은 오늘도 어떤 분식집에서는 학생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있을 것이다.


볶음밥은 아이들에게 인기 좋은 음식이다. 친구들과 집에 가면 엄마가 만들어 주었던 볶음밥을 다 같이 앉아 먹으며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음식이라는 건 혼자서 먹으면 끼니를 때운다는 의미가 강하지만 여럿이서 먹으면 식사시간을 즐긴다는 의미가 된다. 볶음밥은 당당하게 중식당에도 테이블에 오르고, 뷔페식당에서도 있지만 김치볶음밥은 동네 분식집에 가야 먹을 수 있다.


가끔 조깅을 하며 오다가 동네 분식집에 앉아서 김치볶음밥을 먹는 아저씨의 등을 볼 때가 있다. 김치볶음밥을 정말 좋아하거나 추억을 맛보고 싶어서 왔을지도 모른다. 전자의 경우는 잘 없다. 어른이 되면 김치볶음밥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분명 학창 시절에 김치볶음밥을 먹으며 즐거워했던 기억 때문에 동네 분식집에 앉아서 먹고 있을 것이다.


조깅을 매일 하다 보니, 반환점을 돌아오면서 여러 동네를 지나쳐 오는데 코로나 전에는 많았던 동네분식집들이 대체로 사라졌다. 그 말은 김치볶음밥을 먹을 수 있는 곳도 줄어들어간다는 말이다. 오늘도 열심히 달리면서 땀을 듬뿍 흘렸으니 김치를 왕창 넣은 김치볶음밥을 해 먹어야지.


어제는 김치볶음밥 해먹을 생각에 조깅하러 나왔다가 폭우에 천둥에 번개까지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날이었다. 비가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20분을 쏟아지더니 살면서 처음 듣고 보는 천둥과 번개가 쳤다. 번개가 칠 때 휴대폰 셔터를 눌렀는데 와 대단한 번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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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최예나가 질투해 마지않는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뱀파이어는,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지만, 개인적으로 올해 쏟아진 지구상의 노래들 중 - 한국, 일본, 중국, 미국, 영국에서 새롭게 나온 노래 중에 최고의 노래라고 생각한다. 나는 6, 70년대에 이미 지구에서 나올 좋은 노래는 다 나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도대체, 아니 어떻게 이렇게 노래가 좋지?  하게 된다.

Olivia Rodrigo - vampire https://youtu.be/RlPNh_PBZb4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코로나 시기에 나왔는데, 노래 '드라이버 라이선스'는 나오자마자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라 버렸다. 그 뒤로 노래마다 우와우와 하게 된다. 노래를 너무 잘 부르는 것도 있지만 그 노래를 소화를 잘 해낸다. 어떤 부분에서는 한창때의 라나 델 레이의 음색도 보이기도 하는데(몹시 꿈을 꾸는 듯하게 부른다, 몽환적으로), 아무튼 노래 부를 때 목소리가 너무 좋음이다.


외국에는 그저 술렁술렁 노래를 내놓는 것 같은데 나올 때마다 너무 좋아서 빵 터지게 하는 아티스트들이 있다. 아주 친근하게 생겨버려 연예인인가? 할 정도에 고교 때 만난 첫사랑과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지금은 모르겠다, 이 소식은 작년에 들었으니까), 또 방탄소년단의 정국이 앨범에도 참여했고 이번 시월에 내한공연을 5년 만에 오는 찰리푸스가 거기에 속한다. 해외 팝스타들이 내한공연하면 한 번 하고 가는 것에 비해 찰리푸스는 3일 동안 공연을 한다.

찰리푸스 2015년인가, 메간 트레이너와 함께 ‘마빈게이’를 냈을 때 우와 이런 노래를 어떻게 만들지 했었다. 마빈게이는 나 학창 시절에 음감에서 너무나 신청을 해서 들었던 노래가 아닌가.  https://youtu.be/igNVdlXhKcI Charlie Puth - Marvin Gaye ft. Meghan Trainor

마빈게이는 노래를 너무 잘하고 잘 만들어서 모타운에 있었다. 모타운이라 함은 가장 유명하게 퀸시존스와 엠제이(마이클 잭슨)가 있었던 회사로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근데 마빈게이가 보기에 모타운은 백인들이 좋아할 만한 흑인노래를 만들었다. 흑인들을 위한 진정한 소울을 뿜어내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서 모타운을 나와서 자신만의 노래를 부른다. 그때 가수는 아니지만 세계적인 복서 알리와 함께 인권운동을 하기도 했다.

마빈게이의 노래는 시대를 논하지 않는다. 마빈게이의 노래를 들으면 몸이 막 저절로 이렇게, 막 이렇게 움직인다. 영화에서 몸을 흔드는 브루스 윌리스처럼, 춤은 잘 못 추지만 몸은 저절로 막 흔들리게 만드는 음악을 마빈게이는 한다. 마빈게이의 이야기는 정말 장황한데 역시 나보다는 전문 음악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낫다. 마빈게이의 죽음은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아버지의 장총에 맞아 죽었는데 자살이네, 타살이네, 의도가 있네 같은 말들이 아직도 많다.


Marvin Gaye - Let's Get It On https://youtu.be/_cHSyGpfLlI


찰리푸스와 함께 등장한 메간 트레이너의 자신감 넘치는 통통한 모습도 아주 좋았다. 요즘은 메간 트레이너가 살을 많이 뺐다. 살을 빼니 얼굴이 허윤진(르세라핌)을 쏙 빼닮았다. 벌써 아들도 낳고, 아무튼 미쿡 아티스트들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지낸다.


살 뺀 거 하니까 아델도 무려 45킬로그램이나 빼서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에밀리 블런트와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사라 폴슨 얼굴 중간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

아델 하면 최근에 재미있는 뉴스는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가수들이 공연을 하면 일부 팬들이 얼굴에 물총으로 물을 쏘고, 물건을 얼굴에 집어던지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비비 렉사는 공연 도중에 팬이 집어던진 휴대폰에 눈을 그대로 맞아서 병원으로 가서 눈썹 부위가 찢어져 꿰매기도 했다. 다행인 건 눈이 다치지 않았다는 것.

우리나라도 얼마 전에 워터밤 공연 무대에 오른 가수들의 얼굴, 특히 눈에 사람들이 강도가 센 물총으로 물을 쏘아대서 가수들이 아파하다가 고글을 착용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심리전문가들은 근래에 들어 사람들이 sns와 현실의 경계가 조금 무너져서 자신이 던진 어떤 물건에 아티스트들이 맞아서 아파하거나 고통스러워하는 그 순간의 장면이 밈이나 짤로 돌아다니면서 바이럴이 되는 걸 원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점점 사람들이 무서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은 왜 그런지 항상 화가 나 있다. 가수들에게, 연예인들에게 늘 화가 나 있어서 공개된 장소, 즉 공연장에서는 가수들에게 무엇을 집어던지며 쾌락을 느낀다. 이에 대해 아델이 이번에 공연을 하다가 큰 장난감 총을 들고 나와서 “요즘 아티스트 얼굴에 뭘 집어던지는 사람이 있더라, ㅅㅂ 감히 내 얼굴에 뭘 집어던지면 죽여버릴 거야”라고 해서 사람들이 환호하고 아델이 장난감 총을 퐁 쏘기도 했다. 아델은 정말 화끈하고 그래.


2015년인가 아델이 ‘헬로’를 들고 나와서 세계를 씹어 삼켰을 때 그 노래 내용이 전 남친이 어쩌고 하는 거였다. 그랬는데 전 남친이 느닷없이 연락이 와서 나의 이야기가 실려 있으니 그 노래 저작권을 좀 줘, 해서 아델이 그래? 그러지 뭐. 하며 쿨하게 줘버렸다. 전 남친은 순식간에 부자가 되었고. 아델 라이브 한 번 들어볼까.


Adele - Hello https://youtu.be/DfG6VKnjrVw


그리고 노래를 내는 족족 인기를 얻는 가수가 에드 시런이다. 이 녀석은 그냥 입을 벌리고 노래를 내기만 하면 노래가 뜬다. 역시 내는 노래 족족 노래가 좋다. 에드시런은 항상 그 더벅머리 스타일에 그런 표정의 얼굴을 하고 있는데 노래를 부를 때에는 당연하지만 늘 그런 모습인데, 늘 그런 모습으로 영화에도 많이 등장했다.


릴리 제임스가 너무나 예쁘게 나왔던 영화, 이 세상의 비틀스의 노래가 사라졌는데 누군가 비틀스의 노래를 부르는 영화 ‘예스터데이’에서는 꽤나 비중 있게 등장한다. 너무나 놀랐던 영화는 ‘왕좌의 게임’에 병사로 등장했을 때다. 이런 제길, 그런 더벅머리에 그런 표정으로 왕좌의 게임에 나오다니. 이건 무도 멤버들이 사극에 나왔을 때보다 더 충격이었다.

에드 시런이 ’thinking out loud’로 세계를 씹어 삼키고 투어를 끝내고 나서 여행을 다녔을 때의 일화가 있다. 캐나다 어디 시골 마을에 혼자 어슬렁어슬렁 여행을 하다가 마트에 들러서 그로서리 쇼핑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그 마을의 학생들이 작은 공연을 마트에서 하고 있었다. 그때 한 여고생이 에드 시런의 띤킨 아웃 라우더를 자신 없게 부르고 있었다. 그때 에드 시런이 살며시 무대 뒤를 돌아서 여학생에게 다가가서 같이 노래를 불러 줬다. 오오 이 감동. 사람들이 에드 시런을 좋아할 만하다. 한때 마룬 파이브의 에덤 리바인보다 문신이 많니 적니 하던 때가 있었다. 얼굴과 손바닥 발바닥 빼고 이 녀석들 전부 문신이 와글와글 우글우글하니까 팬들 사이에서 화재가 되었다.  


라이브가 정말 미친 것 같은 에드 시런의 딘킨 아웃 라우드 https://youtu.be/f6Cswdm601A


아, 적고 보니 정말 하찮은 음악이야기네, 아직 하와이 촌놈 출신으로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홀라랑 집어삼킨 브루노 마스도, 역시 내는 노래마다 좋아 죽을 것 같은 저스틴 비버도 이야기해야 하는데 너무 길다. 한때 잘 나가는 우리나라 보이그룹 노래는 대부분 뭐야? 또 저스틴 비버 풍이야? 할 때가 있었다. 편곡하는 애들이 그게 인기가 좋으니까 죄다 저스틴 비버를 따라 했다.


로드리고를 이야기하면서 최예나가 질투한다고 했는데, 최예나 신곡의 제목이 ‘헤이트 로드리고’다. 로드리고는 노래도 잘 부르고 연기도 잘하고 뭐 그래서 질투 난다, 나도 로드리고처럼 되고 싶다, 이런 내용인데 ‘hate’가 여러 의미가 내포된 단어라 문제가 터지면서 뮤직비디오로 내렸고 비판을 넘어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최예나는 서바이버 아이돌 프로그램에서 살아남은 아이돌로 노래를 아주 잘 부른다. 목소리가 발라드, 트로트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노래를 잘 부른다. 거기에 로드리고는 하지 못하는 춤을 춘다. 춤꾼이다. 또 라이브로도 노래를 잘한다. 그 험난한 아이돌 서바이버 프로그램에서 경쟁하며, 도움주며 도움받고 부딪히고 올라와서 실력은 인정을 받았다. 무엇보다 어릴 때 앓았던 병을 이겨내고 올라온 것에 대해서도 팬들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뮤직비디오로 로드리고의 뮤비를 따라한 장면과 제목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https://youtu.be/1XIi9ofX2kE YENA (최예나) - Hate Rodrigo (Feat. 우기 ((여자) 아이들)) MV


말하는 김에 피프티피프티 사태를 아는 사람은 대충 알 텐데, 현재 이 사태를 두고 방시혁도, 음악 평론가들, 음악 전문기자 그리고 연예 기자 또 전홍준 대표 밑에서 가수 활동을 했던 예전 멤버들이 하나 같이 이번 사태에 대해서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 특히 방시혁의 말이 아주 뼈 깊은 말이었다.


20년 전 샵 해체 문제에서 이지혜와 서지영이 피 튀기는 싸움이 벌어지고 서지영 엄마가 등장해서 이지혜의 뺨을 때리며 모든 게 이지혜의 잘못으로 인정하기로 하고 기자회견을 할 때 이지혜 편에 서서 양심선언을 한 사람이 전홍준 대표이사, 당시 홍보이사였다.

진정 하찮음 음악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뱀파이어는 노래가 좋으니 들어보기 바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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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기간에 맞게 비가 공백과 공백 사이를 뚫고 내렸었다. 장마기간에 비가 쏟아지면 언젠가부터 폭우 수준이다. 한 삼사십 분 엄청나게 비가 쏟아진다. 쏴아 쏟아지는데 재미있지도 않지만 보게 된다.


진정 장마기간이다. 비가 내리고 있다. 장마기간에는 몸관리를(딱히 하는 건 없지만) 잘해야 한다. 자칫 축축 늘어질 수 있으니까. 장마가 오기 전에 하던 루틴을 장마가 왔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다. 비가 와도 나는 늘 강변으로 나가니 이번에도 장마라고 해서 그냥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하루는 비가 너무 왔다. 폭우였다. 사진으로는 그냥 비가 오네 정도로 보이지만 강변 조깅 코스에 그 누구도 나오지 않는,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면 마치 물 위를 달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거센 비가 내렸다. 우산을 들고 몸을 푸는 곳까지, 대략 500미터 정도 갔는데 홀딱 다 젖어 버렸다.


몇 해 전 장마기간에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비가 내내 내리거나 흐린 날의 연속이었다. 여행 중이라 오히려 비가 내려도 위화감이 덜 했다. 비가 엄청나게 내리면 더 가기를 멈추고 그 근처에서 숙소를 잡고 묵었다. 우리는 경주 근처쯤 밖이 보이는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서 비가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비가 내리는 모습은 재미라고는 1도 없을 것 같은데 보고 있으면 빠져들어 버린다.


그때 비가 너무 와서 우리는 숙소에서 하루 종일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봤다. 공포 영화를 많이 봤고, 존 카펜터의 영화들이었다. 존 카펜터의 영화는 오래될수록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물론 그래픽이나 뭐 그런 것들은 뒤쳐지지만 내용면에서 아주 흥미롭다. 86년 작품 ‘더 포그’라든가. 이 영화는 2006년에 스몰 빌의 히어로 톰 웰링을 대동해서 풍부한 그래픽으로 리메이크를 했는데 86년 작품보다 더 재미가 없었다.


존 카펜터의 영화는 원작 소설이 대부분 존재한다. 스티븐 킹의 소설도 존 카펜터에 의해 영화로 여러 편 만들어졌다. 존 카펜터의 영화를 보면 이걸 해야겠다는 집착과 집요가 좋은 쪽으로 밀고 나가는 힘을 보여준다. 공포영화의 명작에 꼭 들어가는 82년 작품 ‘더 씽’도 존 카펜터의 작품이다. 더 씽은 1938년에 나온 소설 ‘후 고우즈 데어?’가 원작이다. 더 씽은 존 카펜터의 집요가 이루어낸 쾌거가 보인다.

장마기간이지만 비가 오지 않는 날도 많다. 같은 강변의 비슷한 시간인데 비가 오나 비가 오지 않는 날도 사진으로는 왜 이렇게 비슷하게 보이냐.

한여름으로 갈수록 습도가 높고 굽굽한 더위가 사람들을 잠식한다. 그럴수록 몸을 열심히 움직이고 땀을 흘려 굽굽한 더위에 적응을 하는 몸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나는 아직 에어컨을 틀지 않고 잠을 잔다. 집에서도 아직 에어컨을 틀어 놓지 않는다.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가만있으면 시원하지는 않아도 덥지도 않아서 선풍기 바람으로도 좋은데, 에어컨 바람을 맞는 순간 에어컨 바람이 없어지면 덥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몸을 더위에 적응하는 몸으로 만드는 게 여름에 내가 보통 늘 하는 일이다. 적당히 태닝을 하고 매일 몸을 움직이는데 격렬하거나 덜 격렬하거나, 이런 수위 조절을 해가면서 몸을 더위에 노출시켜 적응을 하면 에어컨이 없어도 생활하는데 무리가 없는 몸이 되는 것 같다.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오면 그제야 에어컨을 슬슬 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고 매년 그래서 에어컨 때문에 전기세가 많이 나오는 경우는 없다. 같은 시간을 에어컨을 틀었어도 작년에 비해 올해는 전기세가 더 많이 나온다. 그래서 이래저래 몸이 에어컨 바람을 밀어내는 체질로 바꾸면 좋다.

장마기간의 맑은 날에는 눈으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그림처럼 보인다. 나는 이런 풍경을 보면서 또 쓸데없는 상상을 한다. 나의 뇌는 어떻게 생겨 처먹었기에 하루도 공상을 하지 않는 날이 없다. 조금만 빌미가 보이면 멍하게 앉거나 서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상상을 하고 있다.

어김없이 찾아온 레인시즌. 이런 시기에는 이상하지만 새들도 평소보다 눈에 띄지 않는다. 원래 강변 조깅 코스에 참새들과 비둘기 떼, 매, 그리고 강에 서식하는 왜가리 같은 날개가 큰 조류들을 매일매일 보는데 장마기간에는 잘 볼 수 없다. 어제는 평소에 잘 보이지 않는 까마귀들을 보았다.


까마귀 떼는 2월에 강 상류 쪽에 엄청나게 나타난다. 10만 마리가 넘는 까마귀 떼가 상공에서 날아다니는데 그 소리와 형태가 신기하고 신비롭기보다 공포에 가깝다. 그러나 그 시기가 지나면 까마귀는 잘 볼 수 없다. 특히 바다와 만나는 강 하류 쪽에서는 더더욱. 그럼 까마귀들이 장마 기간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제 까마귀 떼가 하늘을 날아가는데 한 마리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다. 떨어져 나온 까마귀가 하늘에 머물러 있었다. 비행을 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마치 박혀 있는 것처럼 날갯짓도 없이 그대로 허공에 5초 정도 머물러 있다가 다시 날아갔다. 나는 그 장면을 보았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일일까. 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걸 계기로 해서 지구에 조금씩 균열이 오더니 아포칼립스가 되는 상상.


그림처럼 보이는 풍경



조깅을 하다가 들러 몸을 푸는 중간지정이 있다. 다리도 풀고 허리도 돌리고 하는 그런 장소다. 늘 깨끗한 이곳에 누군가 소주를 마시면서 더럽혀 놨다. 아니 도대체 누가 이렇게 강변에 나와서 산책하는 곳에 앉아서 소주를 마시고 뒷정리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더럽게 해 놨을까. 이렇게 보니 안주도 없이 소주 두 병을 마신 것 같았다. 안주가 담배였던 모양이다.

강변으로 조깅을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머니, 아버님 같은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할머니, 할아버지에 가까운 사람들은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뿐 이렇게 앉아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렇다고 20대나 30대 같은 젊은 사람들도 앉아서 깡소주를 마시지는 않는다.


아마 60년대 생, 부머세대이지 않을까. 7, 80년대 치열하게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 또 거기서 치열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기업체에 들어가서 퇴직할 때까지 역시 치열하게 일을 한 세대의 사람들. 오직 치열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운 사람들이 회사를 영차영차 일구었다. 덕분에 7,80년대 영화를 보면 영화 배경에 고층건물이 꼭 나온다.


우리나라의 고층건물이 7, 80년대 엄청나게 올라갔다. 그 덕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다. 자동차 산업은 백 년짜리 계획하에 모든 나라가 사업을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기간을 단축했고 기술력도 엄청났다. 이 작은 나라에 자동차를 만들어 내는 회사가 몇 개나 있다. 세상이 깜짝 놀라는 휴대폰을 만들어 내고 있고, 무엇보다 자체 검색 엔진, 포털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이게 정말 엄청난 IT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카톡을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데, 일본도 카톡 같은 메신저를 온 국민이 사용을 한다. 근데 그게 네이버 라인이다. 일본의 메신저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네이버 라인을 일본의 국민 대부분이 사용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일군 주역이 60년대생, 부머세대들이다.


이 부머세대들은 퇴직을 하면 퇴직금과 함께 국민 연금을 받으며 편하게 노후를 보내는 상상을 하며 평생 열심히 일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퇴직을 하고 나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60세에 다시 20대처럼 뛰어들어 하루를 살아남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부모세대를 봉양하며 처음으로 자식세대에게 노후를 맡기지 않는 세대. 이상하지만 끼인 세대.


아마도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소주를 마신 건 힘들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강물은 아주 느리게 흐르나 절대 멈추지 않는다. 머뭇거림 없이 착실하게 흘러간다. 시간과 비슷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흐르는 시간에 끼여 같이 흘러가는 쓰레기 같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저기 보이는 많은 아파트가 있는데 이상하지만 집은 빚으로 점철되어 있고 자식들도 취직이다 결혼문제다 인간관계다 해서 허덕이고 있다. 소주를 마신 사람은 사는 게 힘들다고 느꼈을 것이다. 소주를 한 병만 마시고 싶어도 한 병으로는 취하지도 않는다. 두 병을 마셔야 그나마 조금 술을 마셨다는 기분이 든다. 병원에 가는 횟수는 자꾸 늘어가고 의사는 운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고. 이만큼 살았는데 답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더 달려야 답이라는 게 보이는 것일까.


조깅을 하다가 몸을 푸는 곳에 홀로 등을 구부리고 앉아 강을 바라보는 아저씨들을 본다. 그들은 다른 노인들보다 젊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퇴직을 한 상태다. 경비로 취업을 하는 것 역시 치열하다. 사무실에서 평생일만 하다가 퇴직을 하면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아저씨들의 굽은 등을 본다. 그 등을 타고 흐르는 어떤 불안한 기류를 느낀다.

언제나 물수제비 같은 길 고양이


김건모는 성공했으나 지금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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