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를 가나 눈에 띄는 문구가 ‘탕후루 반입금지’라는 문구다. 이 문구가 아이스크림 가게, 스티커 사진 가게, 화장품 가게 앞에 떡 하니 붙어 있다. 요즘은 이 탕후루가 반갑지 않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이 탕후루가 인기다. 아이들은 탕후루에 빠져서 엄마를 조르기 일쑤다. 탕후루는 보통 사오천 원 정도 하는데 칠 천 원 하는 곳도 있다.


어떤 전문점에서는 고액의 아르바이트비를 줄 테니 탕후루 직원을 구하는 소식이 뉴스에 뜨기도 했다. 상상 그 이상의 인기를 얻는 탕후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들어가는 설탕이 과하다는 것이다. 설탕에 환장하는 한국이 걱정이라는 말이다. 공중파에서도 탕후루에 대해서 다루고 있으니 유튜브에서 잘만 다루면 영상 조회수가 대박을 친다. 그러다 보니 먹방 유튜브 들이 너도 나도 탕후루를 먹는 영상을 올렸다. 이를 본 아이들은 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에 탕후루 전문점으로 달려간다.


이와 더불에 지금 가장 핫 한 소식은 아이폰 15의 발열상태다. 또 떨어트렸더니 깨졌다거나, 티타늄이 너무 약하다는 문제점을 여기저기서 다루고 있다. 빌어먹을 테크튜브들 전부, 몽땅, 1도 빠지지 않고 아이폰 15에 대해서 영상을 만들어서 올리고 있다. 그게 그들의 일이니 뭐 어쩌겠나 싶지만 예전만큼(아이폰 초창기) 기기들에 대해서 인기가 떨어져서 요즘은 설레발들이 늘어났다.


아이폰이니 갤럭시니 새로운 제품이 출시가 되면 언제나 문제점이 영상으로 떠돌아다녔다. 출시가 되면 휘어짐, 구겨짐, 그린끼, 카메라 문제, 고스트 현상, 플레어 등 늘 문제가 생겨났고 그에 따라 유튜버 놈들이 이런 문제를 아주 큰일 난 것처럼 영상을 제작해서 올렸다. 안 그런 유튜버도 있지만 대체로 자극적으로 영상을 만들어야 조회수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안 그런 유튜버보다 그런 유튜버가 더 많았다. 큰일 난 것처럼 영상을 제작해서 올려야 자극이 되고 곧 조회수로 돈으로 연결이 된다. 관심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요만한 문제도 이만큼 큰 문제로 영상을 제작한다. 그래야 이슈가 되고 공중파 뉴스에도 나올 수 있으니까.


그런데 개인적으로 아이패드를 지금까지 총 4대를 구입해서 사용하는 동안 그런 문제점 때문에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었다. 구겨지거나 휘어지거나 스크롤올 내릴 때 무슨 문제 같은 것들이 있었냐 하면 한 번도 없었다. 지금도 서브로 아이폰4를 사용하고 있는데 아이폰 4가 나왔을 때 손가락을 어디에 갖다 대면 안테나가 뜨지 않는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현재 애플에서 아이폰의 새로운 발표를 하면 테크튜브들이 미국까지 건너가서 그놈의 팀쿡 하고 사진 한 번 같이 찍고 성덕인 양 인정하고 누가 누가 더 빨리 소식을 올리냐 내기를 하는 것 같아졌다. 그런데 이거나 그거나 저거나 다 비슷비슷한 내용뿐이다. 정말 현명한 테크튜브 몇몇은 그들처럼 우르르 유행에 딸려가지 않고 좀 시간을 뒀다가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제대로 된 영상을 올린다. 잘 보면 후자 쪽이 훨씬 인기다. 후자 테크튜브들, 즉 현명한 인간들은 이제 다 안다. 우르르 가서 비슷한 영상을 올리고 팀쿡과 사진 한 번 찍고 좋아하는 따위의 영상은 필요 없다는 것을.


아이폰 3이나 아이폰 4, 5가 나왔을 때만큼 혁신적인 변화가 없으니 그 외의 것들에서 영상을 만들 수밖에 없으니 설레발이 늘어나는 것이다.


탕후루도 마찬가지다. 탕후루 달겠지, 나는 먹어 보지 못했다. 그런데 탕후루 하나에 들어가는 당분이 콜라 한 잔에 들어간 당분보다 적다고 한다. 그 외 여러 감미료가 들어가겠지만 그래도 일단 과일이라도 들어가잖아. 콜라나 사이다에 과일은 들어가지 않는다. 탕후루는 비싸니까 또 자주 먹지 못할 테고. 아이들 같은 경우 부모가 좀 제재를 해야겠지. 당연한 말이지만.


오징어 게임에 나왔던 달고나. 그 달고나 열풍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달고나 해 먹는 사람이 있을까. 얼마나 열풍이었나. 생각해 보면 굉장했다. 줄 서서 달고나 해 먹고. 근데 2년 정도 지난 지금 달고나 해 먹는 풍경을 볼 수 있냐면, 볼 수 없다. 사라졌다. 거의 없어졌다.


달고나는 그냥 설탕이다. 이 달고나를 먹고 자란 어른들 같은 경우 전부 당분 때문에 지금 고생을 하지는 않는다. 설탕을 가열하여 녹인 다음 소다를 뿌려 먹는 이상한 음식이다. 그냥 설탕을 입에 넣는 수준이다. 가격도 저렴해서 어릴 때 몇 번이나 해 먹었다. 그런데 그 당분 때문에 지금 어른들이 전부 골골거리지는 않는다.


거기에 비하면 탕후루는 양반이다. 그렇게 유튜브나 뉴스에서 설레발을 칠 거리가 되나 싶다. 이는 깊게 파고들면 사회적 문제보다는 사회적 문제를 가장한 정치적인 문제에 가까울 수 있다. 설탕 왕창 들어간 코카콜라는 늘 어쩌지 못하면서 탕후루 같은 소규모에는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사회적인 문제에 있어서 지금 정부는 국민들을 위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것은 아닐까. 국감에 탕후루 업체 대표까지 불렀다고 한다. 부르려면 설탕 회사 대표를 불러야지 거기는 대기업이라 손을 댈 수 없으니 늘 만만한 사람들을 불러 조지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티브이를 보다 보면 흥이 확 깨지는 게 살인을 하고 딱 서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에서 모자이크가 된다. 이 부분 때문에 몰입이 깨진다. 담배 피우는 게 너무 나쁘고 안 좋다고 해서 티브이 영상 속에 등장하는 흡연장면은 전부 모자이크다. 담배가 인간에게 해롭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해로운 것들은 시청자들에게 보이지 않게 하겠다는 결의 같은 것이 보이는 처방이라고 지들은 생각하겠지만 설레발이다.


담배, 물론 인간에게 나쁘지만 따지고 보면 담배보다는 술이 인간에게 더 해롭다. 술을 마시고 만취한 채로 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술에 취해 칼부림을 하고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시비를 건다. 명절에 가족이 다 모인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다가 욱 한 마음에 가족을 찌르기도 한다.


담배는 광고도 없고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만 술은 이상하게 권장하는 분위기다. 이상하잖아. 맥주 - 각종 맥주, 하이볼, 소주 광고는 죄다 예쁜 연예인들이 나와서 술이 맛있으니 많이 마시라고 한다. 소주 광고는 이효리 이후 그 시기에 가장 잘 나가는 연예인이 광고를 한다. 요즘은 소주병도 예쁘게 만들어서 더 많이 구입하게 하려는 속셈이 눈에 드러난다.


또 술에 관한 드라마도 있다. 술꾼 도시의 여자들처럼 술에 관련된 드라마에서는 술을 찬양하며 미지근한 소주가 어떻다느니, 술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만취해서 꽐라가 되면 세상이 자기 것인 양 이야기가 이어진다. 드라마에서 술 마시는 장면은 너무나 맛있게 이어진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크햐. 사람들은 기분 좋아한다. 그러나 담배 한 대는 모자이크다. 아니 피우는 장면도 거의 없다.


담배와 술 중에 타인에게 피해를 더 주는 건 당연하지만 술이라고 생각한다. 담배로 패가망신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술로 가족이, 가정이, 자신이 망가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영화 속에서 라면에 소주 마시는 장면은 아무렇지 않게 내보내면서 어째서 담배 피우는 장면은 모자이크인가. 이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에 담배 냄새를 싫어한다. 그러나 이건(영상 속 모자이크 처리건) 그것과는 무관하다. 담배연기가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고는 하나 만취한 사람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만큼 표층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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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기념우표, 너무 예쁘네 ㅋㅋ


추석에 모인 가족이 전부 카페에 간다고 외출을 하고 드디어 집에 혼자 있게 되었다. 고작 몇 명 안 되는 가족인데 음식은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모두 카페에 간 김에 저녁도 먹고 올 듯하니 이 많은 음식은 전부 내가 먹어 치워야 한다.


그러다가 잠이 와서 잠이 들었다. 한 시간 정도 잠이 들었는데 꿈을 꾸었다. 꿈이 강렬해서 일어났을 때 더 피곤했다. 어린 시절 낮잠 자고 일어났는데 눈이 붓고 아픈 것처럼 피곤했다. 꿈에서 나무에서 떨어지는 꿈이었다. 그런데 떨어지는 건 내가 아니고 곰이었다. 곰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어딘가에서 한 번 봤을 법도 꿈에서 본 게 처음이었다. 영화나 뭐 이런 데서 봤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무에서 곰이 떨어지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그런데 꿈에서 곰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굉장히 무서웠다. 곰은 배를 하늘로 향한 채 땅으로 떨어졌다. 곰은 자신이 떨어지는 것도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곰의 배가 반으로 갈라지면서 내용물이 그대로 튀어나왔다. 그런데 그 모습이 곰이라기보다 나의 모습처럼 보였다.


일어나니 몹시 피곤했다. 아직 가족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조카는 부쩍 커서 165가 넘었다. 이제 더 이상 삼촌 무릎에 앉아서 놀던 아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조카가 그렇게 무럭무럭 자란다는 건 주위 어른들이 무럭무럭 나이를 먹고 있다는 말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지만 먹기 싫다고 안 먹을 수도 없다. 나이가 들었다는 건 명절에 더욱 느낄 수 있다. 이만큼 차려놓고 요만큼 먹었는데 배가 부르다.


요즘은 ‘힙하게’와 ‘유괴의 날’을 재미있게 본다. 극장개봉작이나 OTT 영화들이나 미드보다 한국 드라마가 훨씬 재미있다. 전부 모순적이지만 모순적이라서 좋다. 모순이란 인간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념, 이념 같은 것이다. 인간사회의 가장 모순은 정치인들이다.


침팬지 폴리틱스를 보면

침팬지, 이 침팬지들 중에서 우두머리 수컷 침팬지가 모든 암컷 침팬지를 독식하지 못한다. 아니 독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반란이 일어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침팬지 사회에서도 아침에 일어나면 서열이 낮은 침팬지가 서열이 높은 침팬지에게 인사를 한다. 인사는 침팬지들 간의 존경과 복종을 의미한다. 인사를 하는 방식은 인간과는 다르게 제각각이다. 머리를 흔드는 놈이 있고, 허리를 구부리는 놈, 손을 흔드는 놈 등. 다양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서열이 높은 침팬지에게 인사를 한다.


유인원들의 정치를 보면 그리고 인간의 정치까지 모든 정치를 통합해서 보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이상하게 우두머리, 권력을 거머쥐면 보안관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힘이 없는 자들을 위하는 정치를 한다. 이 이유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유전자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모든 사회적 행동, 심리적 요인 등 우리의 이런 생물학적 기초는 진화를 통해 만들어졌다. 인간의 정치적인 행위 즉 인간의 심리가 어떤 생물학적 기초가 있느냐 한다면 그렇게 움직이게 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 유전자가 위계와 서열, 질서를 만드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확립한다. 이게 바로 정치의 시작인 것이다.


서열을 만드는 습성, 이런 행위를 유발하는 심히, 그런 심리와 행동의 기저에 놓여있는 유전자는 침팬지와 인류가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유전자는 인류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며 변하지 않는다. 서열의 방식은 좀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이런 유전자는 변하지 않는다.


서열이 낮은 침팬지가 서열이 높은 침팬지에게 인사를 하는데 어느 날 한 수컷 침팬지가 인사를 하지 않는데 이게 바로 정권교체의 반란이 시작되는 시기다. 이때 유혈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원만하게 교체가 이뤄지지 않을 때 유혈사태가 일어나는데 죽어 나가기도 한다. 이럴 때 우두머리는 보안관 행동을 한다. 우두머리가 되면 약자 편을 든다. 약자 편을 들어서 수를 맞춘다. 그런 행동을 많이 하는 유전자를 가진 침팬지가 자손을 많이 퍼트렸다. 우두머리가 되어서 지위를 오래 누릴 수 있고 암컷을 많이 가질 수 있는데 우두머리마다 보안관행동을 하는 빈도가 다르다.


암컷 침팬지들도 리더가 있다. 나이가 많고 친한 암컷이 많은 암컷이 우두머리 역할을 한다. 암컷 우두머리도 싸움에 개입을 한다. 그런데 수컷과 방식이 다르다. 수컷은 보안관 행동으로 자신의 지지 침팬지들을 모으지만, 암컷은 공감의 바탕을 둔 개입을 한다. 자기가 친한 침팬지의 편을 든다. 암컷 우두머리와 수컷 우두머리의 싸움 방식은 다르다.


암컷 우두머리는 수컷 우두머리의 음식을 손에서 들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수컷 우두머리가 가만히 있는 경우도 있다. 암컷은 사적이다. 친한 암컷의 편을 드는 정치를 펼친다. 그러나 수컷은 약자의 편을 든다. 80%가 그렇다고 한다. 만약 100% 그러면 내부의 반발이 일어난다는 것을 침팬지가 안다고 한다.


침팬지들도 연합을 잘하는 수컷이 인정을 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젊은 수컷이 도전해 와서 우두머리 자리를 잃게 된다. 사자처럼 1대 1로 우두머리 싸움을 하지 않는다. 1이 2에게 우두머리 자리를 내줄 때에는 2는 3과 연합을 해서 1을 몰아내는 것이다. 권력이라는 건 살얼음 판이다. 적절한 보안관 행동과 20% 정도로 공감에 둔 정치를 해야 우두머리 자리를 이어갈 수 있다.


우두머리 자리를 수탈하는 과정에서 연합을 해서 우두머리의 고환을 잘라 죽이는 경우도 있고, 강이나 물에 빠트려 죽이기도 한다. 연합을 잃어버리면 권력자의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공감의 정치를 하지 않으면 고립되어서 쫓겨 날 수 있다. 집단동조심리에서 공동체에서, 집단에서 소외되는 공포는 죽음의 공포에 맞먹는다.


정치인 혼자 일 때는 학벌도 좋고, 사람들에게 지지도 많이 받고, 인물도 좋지만 자신이 속한 공동체 속에 들어갔을 때에는 실력차이가 드러남에 따라 하지 않아도 되는 말, 이상한 말, 개소리 같은 말을 내뱉게 된다.

 2005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해리 G 프랭크퍼트 교수는 ‘개소리에 대하여’라는 책을 펴냈다. 영어 제목으로는 ‘On Bullshit(온 불싯)’이다.


개소리가 넘쳐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광고주는 매출을 올리려고 개소리를 하고, 정치인은 표를 얻기 위해 개소리를 한다. 그들은 어떠한 타당성 있는 말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거라 생각되는 아무 말이나 혀라 한다. 일단 잘 알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 다음 개소리들이 나오는 것이다.


개소리를 하는 인간들에게는 어떤 것이 진짜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거짓말쟁이들은 진실이 아닌 무엇인가를 진실로 대체하여 그것을 숨기려 하지만 개소리꾼 들은 진실을 숨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듣는 이를 조작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관건이다. 진실이 무엇이든 그들에게는 상관이 없다.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


개소리가 좀 더 음흉하다 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라면 식별이 힘들다는 것이다. 거짓말은 구체적인 움직임을 갖는다. 알려지거나 드러날 수 있다. 그러나 개소리는 그렇지 않다. 모호하기만 하다. 뭐가 잘못됐고 어떻게 된 거고 왜 불쾌한 거에 대해서 손가락질하기가 힘들다.


요컨대 마음을 열고 하늘을 한 번 보라는 말에는 옳고 그름의 식별이 불가능하다. 정치인들은 개소리와 거짓말을 거듭한다. 개소리를 하는 이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 권력자의 눈 밖에 나서는 안 되는 것, 공천을 받는 것이지 국민을 위하는 말은 하지 않는다. 정상으로 간주되고 받아들여지는 수많은 개소리들이 있다. 프랭크퍼트 교수는 그것들이 진실에 대한 존중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했다.

우리 주위에 개소리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개소리를 매일 듣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아무튼 명절 연휴가 지나가고 있다. 역시 화살의 속도만큼 빠르게 지나간다.



며칠 전에 한 남자를 만났는데 그와 함께 조금만 걸으니 좀 쉬었다가 가자고 했다. 그리고 좀 걷다가 쉬었다가 걷고. 그러기를 반복해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 우물쭈물하더니 발톱이 몇 개 없다고 했다. 선뜻 그게 와닿지 않았는데 그는 발톱이 조금이라도 자라면 깎아야 한다고 했다. 발톱은 손톱보다 자라는 속도가 느리고 양말 속에 있어서 자주 깎게 되지 않는다. 티브이 예능 라디오스타에서 김국진은 발톱은 6개월에 한 번 깎는다고 했을 정도로 발톱은 자주 깎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발톱이 조금이라도 자라면 바짝 깎아 버렸다고 했다. 왜 그런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그저 그렇게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러다가 어딘가 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발톱이 신경 쓰였다. 한 번은 발톱이 조그만 자랐을 때 바짝, 아주 바짝 깎으면 좀 덜 신경이 쓰일 거라며 바짝 깎았다.


그렇게 발톱을 바짝 깎고 또 깎았다. 그러다 보니 발톱 몇 개가 사라져 버렸다. 발톱 따위 붙어 있으나 마나 한 줄 알았는데 없어지니 걷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발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발톱은 인체에서 양말과 신발 속에 숨어서 잘 보이지 않는 가장 하찮은 존재일지 모르지만 그래서 더욱 잘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발톱이 못 생기면 사람들은 입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그 못생긴 발톱으로 그 사람을 판단해 버리기도 한다. 또 이상하지만 나이가 들면 발톱의 색이 변하고 모양도 틀어지며 괴상하게 변한다. 어떤 사람은 상대방의 발이 예쁘면, 발톱이 예쁘면 그 사람을 맹목적으로 좋아해 버리기도 한다.


그는 출장이 잦은 통신회사에서 일을 했는데 잘 걸을 수 없어서 결국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참고 걸었으며, 발톱 부분에 붕대도 감고 걸었고, 병원에도 갔는데 날이 갈수록 걷는 행동에 제약이 많았다고 했다.


우리가 가는 곳은 교정전문센터였다. 나는 그를 그곳까지 가는데 같이 가주는 것이었다. 걸음걸이에 문제가 생기고 나서는 다리의 모양까지 변형이 왔다고 했다. 그래서 교정 센터를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매일 밤마다 귀 안에서 벌레가 속삭입니다. 벌레가 말을 해요. 발톱을 깎아야 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발가락이 썩는다고 했어요. 벌레는 그렇게 매일 밤 나타나더니 요즘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어요. 덕분에 잠을 잘 잡니다.


얘기를 듣는 동안 목적지까지 다 왔다. 그는 나에게 인사를 하고 약간 이상한 걸음걸이로 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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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기담집에 실린 단편 중에 ‘우연한 여행자’가 있다. 제일 먼저 나오는 단편 소설이다. 도쿄기담집은 하루키가 소설에 직접 등장하는 사소설 형식이다. 하루키가 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단편집에 실린 소설은 주로 인간의 우연과 운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미 정해진 것처럼.


우연한 여행자의 주인공은 40살의 피아노 조율사로 게이다. 그런 연유로 여성과의 사랑은 실패다. 후에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주위에게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리며 지금은 3살 어린 남자와 10년째 평온하게 지내고 있다.


그는 매주 화요일에 쇼핑센터 카페에서 책을 두어 시간 읽다가 온다. 베스트셀러도 아닌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을 읽는다. 주인공은 찰스 디킨스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렇게 집중해서 읽고 있는데 한 여성이 다가와 책에 대해서 묻는다. 그리고 실은 자신도 그 책을 지금 읽고 있는데 신기해서 왔다고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내친김에 식사도 하게 된다.


여성은 아이가 둘 있는 유부녀였다. 여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으며 그와 그녀는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일주일 후 다시 만나게 된다. 따로 떨어져 책을 읽고 후에는 같이 식사를 하며 지난번 보다 친밀하게 시간을 보낸다.


차 안에서 그녀가 그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는 게이였다. 결국 그는 여성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으며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 사과를 한다. 여성은 일상에서 이렇게 대화를 하고 풀어지는 건 오랜만이라며 누군과와, 누군가에게 그저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유방암 검사에서 뭔가가 나와서 재검사를 앞두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린다. 그는 그녀를 안아준다. 그때 그녀의 귀에 난 점을 보게 된다.


그와 가장 친했던 친누나도 귀에 똑같은 점이 있었다. 친누나와 연락을 끊은 지 10년이 흘렀다. 게이라는 사실이 들통나고 당시 누나가 결혼하는데 자신이 게이라는 문제가 친누나와 매형 될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던 것이다.


그는 그녀를 보내고 난 후 그녀의 상황을 떠올린다. 그저 평범하게 보내고 싶었으나 남편의 무관심, 커가는 아이들, 그녀는 그를 만나면서 10대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녀의 잔상이 점점 희미해지며 멀어지는데 귀의 점은 뚜렷하게 남아있다.


그는 10년 만에 어렵게 누나에게 전화를 건다. 누나는 처음에는 퉁명스럽게 받지만 전화를 받기 전에 울었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리고 누나는 그에게 온다. 누나와 오랜만에 만나 지난 일들을 이야기하는 동안 그와 누나의 유대가 조금씩 완만해진다. 그리고 누나에게 듣는 말이 충격적이었다.


나 내일 유방암 때문에 한쪽 가슴 절제 수술을 받으러 가.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이 소설을 유튜브에서 안소연 성우가 낭독을 한다. 전문 성우라서 낭독할 때, 각주를 말할 때, 주인공이 말할 때, 그녀가 말할 때, 누나가 울먹일 때 전부 다르게 낭독을 한다. 마치 한 편의 영화가 머릿속에서 필름처럼 테이크 원, 투, 쓰리 하며 흘러가는 게 보일 정도다.


책을 읽으면서 들어도 좋다. 특히 누나가 눈물을 흘리며 대사를 할 때에는 정말 우는 것처럼 들린다.



https://youtu.be/m-IAPGPTw04?si=obW-Xcx_X7K3BbQ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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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니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이 들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마음 한 구석에서부터 따뜻함도 물려 왔다. 마치 예전의 스필버그의 영화 A.I를 보고 난 뒤 따라다니는 이상하지만 찝찝한 행복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른이 되고 난 후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가슴 저 밑바닥에는 아직 아이로 남아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을 소중하게 간직하게 된다. 그러다가 힘들 때마다 그 부분에 꽃을 심고 연못을 가꾸고 통나무집을 짓는다. 어른 속의 아이의 정원을 만들어 놓는다.


비밀의 정원. 나만의 정원.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뎌야 할 때, 버텨야 할 때 그 정원으로 들어가 안정을 한다. 그러나 완벽한 정원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어른이 되면서 여기저기 부딪히고 닳아서 인지 아이의 정원은 늘 흐리다. 나무가 있고 꽃밭이 있지만 나비는 없다. 조금은 삭막이 정원에 도사리고 있지만 아이의 정원을 찾게 되는 건 그녀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와 나만의 정원.


그러나 그녀는 내 옆에 있지만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행복했지만 그럴수록 행복 뒤에서 손을 잡고 따라오는 쓸쓸함이 내내 들었다. 행복함은 편안함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밴드가 새롭게 앨범을 낼 때 큰 변화 없이 이전의 기저를 이어가면서 이야기를 연결 짓는 편안함이 나는 좋다. 그 편안함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 편안함의 한 손을 잡은 건 쓸쓸함 이기도 했다.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 옆에 있지만 더 이상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곁에 있어서 나를 알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이 모든 것이 유전자처럼 이미 정해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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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하루키 사마의 이 일러스트를 보자마자 와 하하, 이야, 이건 뭐, 아, 큭큭큭, 뭐지? 아아ㅡ 흐흐흑 했다. 마치 우물 밑바닥에 붙어사는 히루 같은 생물체가 마법으로 하루키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려 놓은 것 같다.


이 일러스트를 보면 딱 떠오르겠지만 색채가 없는~~ 쓰쿠루가 나왔을 때의 그림이다. 중앙일보 ‘색깔 없는 남자 색 찾아 떠나’라는 제목의 칼럼에 삽입된 그림이다. 떠올려 보면 색채가 없는~~ 쓰쿠루가 한국 출간이 되었을 때 신드롬에 가까웠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11947975#home


칼럼은 당시 하루키 열풍이 서점가에 일어났고, 조용필의 19번째 앨범 ‘헬로’가 발매되면서 앨범의 열풍이 일어나고 있어서 두 사람의 공통점을 짚어보고 있다. 두 사람은 환갑을 넘긴 나이에 자국에서 문화계를 강타하며 트렌트 최전선에 서 있다고 했다. 이번 조용필 55주년 공연에 실로 어마어마한 인구가 관람을 했다. 임영웅, 방탄이들보다 더 많은 인기를 지니고 있다.


색채가 없는~ 쓰쿠루가 나온 지도 어언 10년이 지났으니 노익장을 갖다 붙여도 신작이나 노래는 갓 잡아 올린 숭어처럼 신선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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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일러스트 하루키는 산도둑놈 같다. 심란하고 심오하고 고뇌에 빠져있는데 그 고뇌가 밥을 먹고 똥을 쌀까, 똥을 싸고 밥을 먹을까 하는 것 같은 그림이다. 이 일러스트는 2017년 ‘기사단장 죽이기’가 나왔을 때 조선일보에서 다룬 칼럼에 삽입되었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13/2017071302049.html

이 칼럼은 하루키 단골 골수팬 임경선 작사가 작성했다. 임경선 작가를 미워하지는 않지만 이 칼럼에서 작가는 기사단장은 기존의 소설에서 이것저것 당겨 왔다는 식의 이야기를 초반에 줄줄 한다. 주인공은 어디서, 아내의 사랑을 잃은 이야기는 어디서, 또 이건 어디서, 어디서, 어디서 등등.


늘 느끼는 거지만 하루키 팬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니 굳이 이렇게 길게 주절주절 어디에서 따왔고 같은 이야기는 별로다. 또 하루키의 소설을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뭐야? 이 소설가는 유명하다더니 신작을 낼 때마다 앞의 소설에서 이것저것 따 와서 적는 거야? 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자기 복제, 동의반복, 유사성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에 대한 비관적인 말을 임경선 작가도 하지만 애초에 이런 말 자체를 하지 않고 출간된 소설의 이야기에 퐁당 빠져 말을 하면 좋겠다.


왜냐하면 하루키의 소설은 전부 연결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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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nate.com/view/20210511n36044


이 세 번째 닥터슬럼프 박사처럼 보이는 일러스트는  2021년 네이트 뉴스에 [비바 100]이라는 잡지? 신문사? 의 이희승 기자의 하루키에 관한 이야기다. 기사치고는 조금 긴 이야긴데 가장 재미있다. 기자가 외로운 10대에 처음으로 하루키를 접하면서 대학시절을 거쳐 결혼까지 하면서 자신의 일상과 함께 같이 해온 하루키의 소설을 소개하고 있는데 아주 재미있다.


이 칼럼의 제목이 ‘나의 하루키... 가상 인터뷰로 위안을!’이다. 한창 재미있게 읽다 보면 기자와 하루키의 인터뷰 내용이 있는데 이 역시 재미있다. 그 이유는 가상 인터뷰이기 때문이다.


인터뷰에는 소설과 재즈 그리고 야쿠르트 스왈로즈 야구부터 하루키 요리와 음식, 한국에 왜 한 번도 오지 않냐는 인터뷰가 있는데 가상이다. 그런데 실제 하루키가 답을 한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건 이 칼럼을 쓴 기자가 하루키에 대해서 정말 많이 알고 있구나. 공부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키의 답변을 읽어 보면 에세이, 가장 최근에 다시 읽은 비밀의 숲에서 하루키가 한 말을 정말 하루키가 대답했을 법하게 적었기 때문에 읽으면서 입꼬리가 위로 쓰윽 올라간다.


일러스트는 같은 회사? 비바 100 소속 기자 김병철 기자가 그렸다고 나와 있다. 재미있는 하루키 일러스트와 이야기가 더 있지만 길어서 그만. 하루키에 대한 이야기는 까만 깔수록 재미있는 것이 와르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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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9-27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벨문학상 시즌만 되면 하루키가 부상하는 듯합니다.

교관 2023-09-28 11:52   좋아요 0 | URL
뿐만 아니라 소설을 출간해도 떠들썩하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