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자보다 가난한 자가 되도록 해라. 배부른 자는 바다를 보고 어떻게 더럽힐까 생각하지만 가난한 자는 그 속에서 생명을 발견한다 - 알멕 에드워드 팔론소

 

아빠를 따라 나온 바다

세상은 바다와 같단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자신의 힘으로 자신이 있을 곳을 찾는다는 것

어려우면서 꽤 멋진 일인 거 같아

어딘가에 있는 나의 행복을 바라는 일은

또 다른 누군가의 불행을 바라는 일과 마주하고 있는 일일지도 몰라

혼자서 세상에 발을 내밀기 전까지는 아빠가 곁에 있어 줄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의자에 앉아서 고요하게 죽음으로 간 의사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무엇이 그토록 그를 끝까지 내몰았을까

무엇이 그를 일주일에 한 번 귀가하도록 했을까

무엇이 그의 등에 책임과 존경을 계속 쌓이게 만들었을까

그건 아마도 신념이라는 기이한 무형태의 수용이 그를 한없이 메시아의 모습으로 끌고 갔을 것이다

가족도, 무엇보다 자기 자신도 버릴 정도로 신념이 그의 모든 가치관, 그 위에 있었다

국정감사로 국회에서 한 여성의원의 한심하다는 질책에 답을 하던 그가 생각난다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을 주위에서는 사실 잘 볼 수는 없다

인구 몇 명당 몇 사람이 신념을 가지고 있고 신념을 위해 움직이는 것일까

천 명당 한 명? 만 명당 한 명? 십만 명당 한 명? 아무래도 그는 소수의 편에서 다수의 사회 부적응자들을 살리려고 했었다

신념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그는 늙어 죽는 기쁨을 맛보지 못하게 됐다

신념은 그에게 나이 들어간다는 희귀한 순간을 느낄 새도 없게 만들었다

신념은 그의 삶을 싹둑 잘라 버리고 말았다

화도 질책도 없이 하루에 스무 건 이상의 업무를 봤던 그는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일찍 메시아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무엇을 위해 태어났을까

 

죽음 직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는 자신의 생명을 조금씩 떼서 다 나눠줘 버리고 그는 조용하고 고요하게 따뜻한 날에 생명을 다 하고 말았다

그는 자신의 생명이 조금씩 뜯겨 나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명을 받은 이들이 살아난 것에 행복해했을 것이다

그것이 그의 모든 자산인 것처럼

 

축 늘어진 그림자를 질질 끌며 질기게 사는 사람도 있지만 사는 동안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죽음도 의미 없을 것이다

그는 비록 일찍 생명이 다 했지만 짧은 그의 생은 많은 이들의 행복으로 비축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나와는 아무 상관은 없지만 그의 죽음은 영웅이나 신화적 존재가 아닌 한 인간의 고귀하고 순수한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게 했다

 

헤밍웨이가 간파한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어떻게 이기느냐 하는 이기는 방식보다, 어떻게 지느냐 하는 패배하는 방식에 따라 최종적인 가치가 정해진다. 그러니까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 죽느냐에 따라 인생의 가치가 결정된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방우리 토마토와 딸기는 말이야

니나가와 미카의 컬러를 먹는 기분이 들어

무척 퇴폐적인데 산뜻하면서 아름답지

니나가와 미카의 컬러가 입으로 들어오는 순간

밋밋함이 오종종한 세계에 마법이 펼쳐지는 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흙빛 감동

짧은 만남

경쾌한 칼칼함

그리고

긴 여운

 

청국장을 모르는 것은

세상을 모르는 것과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소설책만 꼼지락거리는데 근래에는 소설책 이외의 책을 많이 펼쳐보는 것 같다. ‘인체 재활용’이라는 인문학? 책을 보고 난 후에는 살아있는 사람보다 시체가 살아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리차드 도킨슨인가 그 사람의 ‘지상 최대의 쇼’를 보고 난 후에는 다윈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올리버 색스는 이 책을 마지막으로 의식의 강으로 갔다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가버린 곤충학자 마에노의 메뚜기 연구기?는 퐁당 빠져들기에 충분하다. 그의 글에 가득한 유머는 요네하라 마리의 유쾌한 지식을 읽는 것 같다. 메뚜기의 세계가 이리도 넓고 크고 묘하고 요상하고 기괴하고 신묘하다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