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경을 내세운 아시아인들이 주인공인 미국식 코미디 액션 시리즈다. 삼합회 대장 가족을 위협하는 악랄한 빌런들에게서 미국에 있는 가족을 지키는 코믹 액션 시리즈다. 코믹이라고 해서 액션도 힘이 덜 하고 과장되고 뭐 희한하지만 머리를 자르는 장면도 있을 만큼 잔인하다.

모나크 고질라 시리즈도 그렇고, 이번 시리즈도 그렇고. 아시아가 미국의 드라마, 미드 시리즈의 중심으로 들어와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간의 흐름을 보면 한국은 겉돌고 있는 느낌이다.

모나크 고질라의 주인공들은 당연하게도 일본인들이다. 한국이 잠깐 등장한다. 포항이. 이상하게 나온다. 포항의 군부대의 지프카도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이 선브라더스는 삼합회의 이야기인 만큼 중국인들이 주인공이다. 여기에 한국이 등장한다.

그런데 불닭볶음면이 나온다. 불닭볶음면이 한국의 명물로 나온다. 여자 검사가 한국의 불닭볶음면을 생으로 계속 먹는다. 보면 알게 된다. 찜질방이나 한국인들도 나온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미국 영화판에서도 잘나가는 배두나 역시 잘 설명할 수 없지만 어쩐지 레벨 문에서 갓 쓰고 나와서 스타워즈식 검술 하는 검객으로 소비가 된다. 갓 쓴 모습이 서구인들에게는 신선하게 받아들일지 모르나 오히려 우리가 보는 그 모습이 좀 이상하다.

고질라에 나오는 포항의 모습이 좀 이상하다. 선브라더스에 나오는 불닭볶음면이 좀 이상하다. 더 마블스의 박서준 역시 좀 이상하다. 이걸 비틀어 말하면 미국 사람들이 보는 한국 수장에 부르는 아메리칸 파이는 이상하고 웃음거리다. 그렇게 흘러가는 거지.

불닭볶음면으로 빌런의 얼굴을 문질러서 쓰러트린다. 그것도 생걸로. 하하하. 마치 이 정도로 한국을 등장시켜주면 한국인들도(영화를 가장 많이 보는 나라에 속하는) 많이 보며 좋아해 주겠지. 좋아요, 라이킷 부탁해.라고 하는 것만 같다. 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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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장은? 중대장 집에 갔어?]


[잘 모르겠습니다. 주말이면 보통 집으로 가는데 중대장 차 때문에 어제는 관사에서 잤나 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집으로 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커튼도 그대로고 인기척은 없습니다. 중대장 어차피 오늘 저녁에 다시 관사에 와야 하는데 집으로 갔는지 관사에 머무르는지 여기서는 잘 알 수 없습니다]


[차는? 중대장 차는?]


[차는 없습니다. 차는 아마 어제 카센터에 급하게 들어갔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 몰고 집으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행정병에게서도 뚜렷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일단 이거 구워 먹기로 했으니까 출발하자]


[중대장한테 들키면 어떡합니까?]


[일단 짐은 애들 시켜서 청소하는 척하며 동초 뒤로 옮기고 우르르 몰려가지 말고 한 명씩 조용하게 가자]


그렇게 해서 우리는 철조망을 넘어 부대 뒤에 있는 호숫가로 갔다. 주말에 가끔 와서 고기를 구워 먹는 장소가 있다. 국방부의 일반 군인이 아니라 우리는 법무부 소속으로 군생활을 하고 있어서 육군과는 좀 달랐다. 중대장은 국방부의 중대장처럼 군인신분이 아니라 일반인 공무원이다. 그래서 관사에서 평일에 지내다가 주말에는 보통 집으로 간다. 소대장들 역시 일반 공무원으로 돌아가면서 바뀐다.


내가 완고여서 나를 꼬신 녀석이 있었다. 굴이 이만큼 있는데 일요일에 호숫가에서 글을 구워 먹자는 나보다 한 기수 밑의 녀석이 자꾸 나를 꼬셨다. 이 녀석 때문에 한 번은 대학교 앞까지 가서 맥주를 마시고 오기도 했다. 그때 여자 후배들이 거기까지 왔었다. 따지고 보면 탈영이었다. 몰래 나가서 한두 시간 맥주를 마시고 또 몰래 들어왔다. 들킨 적은 없었다. 들킬 리도 없었다.


날이 좋은 주말에 와서 닭도 구워 먹고 고기도 구워 먹는다. 온통 산이라 누가 올 리도 없고, 누군가 온다고 해도 이 부근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인데 우리는 그 사람들의 배농사를 도와주고 있어서 우리에게 나무라는 일도 없고 눈도 감아 주었다.


우리가 여기 오게 된 이유는 때마침 겨울이지만 날이 좋고, 통영 출신 희철이 부모님이 먹으라고 굴을 잔뜩 보내주었다. 굴이 너무 많아서 행정실에도 한 냄비 주고, 각 내무반에도 한 냄비씩 돌렸다. 그래도 한 박스나 남았다. 우리는 라면에 넣어서 끓여 먹다가 주말에 굴이나 구워 먹자는 의견이 나왔다.


보통 중대장은 주말에 집으로 가니까 왕왕 철조망 건너 호숫가에서 우리만의 주말을 만끽하곤 했다. 사실 중대장에게 걸려도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바뀐 중대장은 규칙대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날이 맑고 청아한 겨울날이었다. 호숫가에 비친 햇살이 튕겨 나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명당자리다. 구덩이를 파고 나뭇가지를 넣어서 불을 땐 다음 고구마나 닭을 포일에 싸서 넣어 두기만 하면 맛있는 요리가 되었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 같이 마실 요량으로 운전병을 시켜서 소주를 피티병으로 사 와서 쟁여 두었다. 피티병의 소주는 독해서 물에 조금씩 타서 마셨다. 불을 지피고 불판을 올린다. 그리고 그 위에 굴을 초장에 찍어서 올렸다. 초장은 이 세상 모든 소스를 통틀어 가장 맛있는 소스다. 굴의 겉면에 바른 초장이 불에 타들어가면서 단맛과 짠맛이 익어가며 굴에 스며든다. 잘 익은 굴을 하나 집어서 차가운 소주와 함께 먹으면 겨울에는 그야말로 별미다.


나이가 엇비슷한 애들이 군대라고 와서 계급으로 나뉘어 지내다 보면 기분 상하는 일이 비일비재다. 아예 구타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특히 중대장, 소대장이 같은 군인신분이 아니라 일반 공무원인 경우 군대에서 당하는 부조리에 대해서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그럴 때 고참이 수위조절을 해줘야 한다. 가끔 이렇게 호숫가에 나와서 소풍처럼 고기를 구워 먹으며 화합의 시간을 가진다. 여름에는 돌아가면서 배 밭에 거름을 준다. 농민들이 전부 나이가 많아서 대민지원을 꾸준하게 하고 있다. 호숫가가 배 밭 옆에 있어서 숨어서 소풍을 즐기기엔 안성맞춤이었다.


굴은 겨울에 먹는 굴이 최고다. 초장에 찍어 그대로 먹어도 맛있고 초장을 묻혀 불판에 직화로 구워 먹어도 맛있다. 굽는 족족 사라졌다. 뜨거운 굴이 입 안에서 바다를 느끼게 해 주었다. 그때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소주를 한 잔씩 마셨다. 희철이는 고참들이 주는 술을 넙죽넙죽 받아 마시고 기분이 좋아졌다. 희철이에게서 아버지의 굴 자랑이 이어졌다.


그때 행정병이 산으로 우리를 찾으러 왔다. [주, 중대장이 다 집합하랍니다. 중대장이 여기로 가는 걸 보고 있었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지금 중대 전부 운동장에 모여 있습니다. 불시 인원점검입니다]


큰일이 난 것이다. 내려가니 전부 연병장에 모여 있었다. 다른 내무반 아이들이 일요일에 불시 점검한다고 불려 나와 잔뜩 화가 나 있었다. 그날 중대장은 우리 모두를 영창을 보내려고 했다.



그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튼 군대에서 몰래 나가면 탈영이다. 굴 한 번 구워 먹으려고 하다가 난리가 난 것이다. 굴은 요즘에 먹어도 맛있다. 굴 국밥도 맛있고, 라면에 굴을 넣어서 먹어도 맛있다. 김치에 들어간 굴도 맛있고, 초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굴 그대로의 맛이 좋다. 굴의 비릿한 맛과 함께 터지는 굴속의 시원한고 명쾌한 맛이 좋다.


굴을 좋아한다고 숟가락으로 막 퍼먹지는 않는다. 굴은 하나씩 집어서 입 안에서 그 맛을 느끼면서 먹는 게 좋다. 굴은 아무튼 그런 매력이 가득하다. 굴을 저렴하게 자주 먹을 수 있는 삶은 행복한 삶이자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굴을 생산하는 사람들도 영차영차 열심히 일을 할 것이다.

중대장은 안 그래도 법무부 소속으로 군 생활을 하는 우리가 아주 마음에 안 들었는데 제대로 걸린 것이다. 그때 중대장에게 내가 다 벌린 일이니까 나 혼자 처벌을 받겠다고 했다. 애들은 야간 근무도 해야 하니 이 많은 인원이 전부 영창을 가면 중대에 지장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전부 뒤집어쓰겠다,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

이렇게 말을 하면 나를 꼬신 그 녀석(도 바로 내 밑의 투고이기 때문에 영창을 가도 된다)도 같이 무릎을 꿇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녀석은 아이들을 배경삼이 뒤로 슬쩍 물러갔다. 저 새끼, 저거 내가 죽이고 만다.


중대장은 나의 말을 듣고 더 노발대발했다. 예전에 잠시 행정업무를 맡아서 보게 되었는데 하필 그때 중요한 서류를 청에 보내야 하는데 그만 법무부장관에게 보낸 적이 있어서 중대장이 펄떡 띈 사건이 있었다. 중대장이 하루종일 어딘가에 전화를 해서 연신 굽신굽신거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샘통이던지. 중대장은 안 그래도 나에 대한 미움이 컸다.


[그래, 좋아. 너 혼자 영창 가!]


아, 나는 망했다.


굴 한 번 맛있게 구워 먹으려고 하다가 이게 무슨 난리인가. 나를 궁지에 몰아넣고 뒤로 숨어버린 그 녀석은 내가 죽이고 만다. 그 녀석 때문에 부글부글했는데 소대장들이 중대장을 말렸다. 일요일에 잠깐 호숫가에 가서 고기를 구워 먹으려 한 것뿐인데 영창은 너무했다는 식으로 중대장을 달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막내들이 근무하는 동초근무 일주일로 끝낼 수 있었다. 동초 근무를 할 때 또 하필 사고가 터지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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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4-01-07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비슷한 일로 군기교육대 일주일 가서 돌군장에 폐타이어 끌다 왔지 말입니다.

교관 2024-01-08 11:23   좋아요 0 | URL
지옥도를 경험하셨군요 ㅎㅎ 고생하셨어요
 


캥거루 날씨


우리는 한 달 전에 한 지방지에 실린 기사를 보고, 새끼 캥거루가 태어났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새끼 캥거루를 구경하기에 알맞은 날의 아침이 오기를 참을성 있게 가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날의 아침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어떤 날 아침에는 비가 내렸고 다음날 아침에도 역시 비가 내렸다. 그다음 날 아침에는 땅이 질퍽거렸고, 그 후 이틀 동안은 역겨운 바람이 불었다. 또, 어떤 날 아침에는 그녀가 충치를 앓았고, 다른 어떤 날 아침에는 내가 구청에 볼일이 있었다. 나는 별로 대단한 말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굳이 말한다면, 그것이 인생인 것이다.


그런 식으로 한 달이 지나갔다. 한 달 정도는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이 한 달 동안 대체 무엇을 했는지, 나는 통 기억이 나질 않았다. 여러 가지 일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월말이 되어 신문사의 수금원이 구독료를 받으러 올 때까지, 한 달이 지나가 버린 것조차 나는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다. 그게 인생인 것이다.


- 캥거루 날씨 [하루키]



인생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습니다. 그저 흘러가는 인생에 몸을 싣게 되면 마음은 좀 더 편할지도 모르겠네요. 이 단편을 읽고 있으면 마치 새끼 캥거루를 구경하게 되는 착각마저 듭니다.


건조하고 단조롭지만 기묘하게도 따뜻함이 비처럼 오소소 떨어지는 단편입니다. 그래도 맛있게 먹었는데 끝 맛은 씁쓸한 맛이 미미하게 남습니다. 하루키의 오래된 단편을 읽으면 그런 기분입니다.


Sam Most-House of Bread Blues https://youtu.be/FbE9VsgEHrw?si=1HhSTadzYDBQZeup


음악은 11월 26일에 송출한 무라카미 라디오 56화에서 소개한 샘 모스트의 [House of Bread Blues]입니다. 56화의 무라카미 라디오는 몽땅 재즈를 하루키가 소개하는데 아주 좋습니다. 정말 하루키의 재즈 에세이를 듣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하루키는 재즈 곡을 틀어주면서 토니 스콧, 스탠 겟츠 같은 연주가들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아무튼 재미있죠. 이 곡의 첫 음을 베이스로 시작을 하는데, 하루키는 이 베이스 연주가에 대해서도 언급을 합니다.


[정말 블루지한 베이스의 인트로로 시작합니다. 연주하는 사람은 빌 크로우. 스탠 게츠의 밴드에 있던 분입니다. 저는 이번 봄 뉴욕에 갔을 때 베이스 연주가인 크로우 씨와 만나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벌써 90세가 넘었는데 너무 건강하셔서 지금도 밴드를 이끌고 재즈 클럽에 나가신다고 하셨습니다. 일본에도 또 가고 싶다고 하셨는데 오시면 좋겠네요] - 하루키


하루키의 단편은 오래된 재즈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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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나온대서 본 거지 뭐 특별히 잭 스나이더 감독이래서 보거나 그런 건 없다. 액션에 몰빵한다는 잭 스나이더답게 거미 인간의 다리가 배두나 머리 가까이 갔을 때 확 슬로우로 바뀌는 건 플래시가 주먹을 휘두를 때 슬로우로 슈퍼맨이 천천히 피하면서 그런 장면이 많이 보인다.

배두나는 인터뷰 때 남자들만이 휘두르는 칼을 휘둘러서 좋았고 문인들만의 갓을 쓰고 나와서 괜찮았다는 말을 했다. 네메시스는 최고의 무사 내지는 엄청난 킬러? 같은 존재인데 사실 거미인간과 싸울 때 그 전투력은 - 이 영화 세계관 파트 1에서 최고들만 모이는- 그다지 멋지지 않았다. 광선검은 스타워즈의 오마주 같기도 하고 그 모습은 꽤나 멋있는데 그 후의 네메시스의 액션을 보면 좀 그래.

파트 1을 본 결과 질소 과자 같은 느낌이다. 굉장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서사가 너무 없네. 불러 모으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너무 없으니까 이 사람의 상태나 장점 같은 걸 알 수가 없다. 마치 저스티스 리그처럼 그저 대사로 이 사람은 이러쿵저러쿵해서 이렇게 되었네? 같다.

이 이야기, 이 광대한 서사는 분명 스페이스 오페라다. 듄이나 스타워즈처럼 인기를 가지려면 이야기를 마구 구멍 안으로 욱여넣어서는 안 될 텐데. 암튼 배두나 나온대서 봤다. 코라 역의 부텔라는 운동 많이 한 모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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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구석에서 자매가 노래를 불렀다. 월슨 자매 중 언니 앤은 동생 낸시에 비해서 통통한 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말을 할 때 더듬거리거나 잘하지 못했는데 글쎄 노래를 부를 때에는 전혀 떨지 않았다. 동생 낸시는 언니와 다르게 날씬했고 기타를 잘 쳤다. 자매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 인기를 끈다. 우리 밴드를 하자. 그래서 윌슨 자매는 자신들이 노래를 부를 밴드를 찾아다닌다.


[노래의 시대별 순서라든가 윌슨 자매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는 전문 리뷰어들의 영상 보기를 권합니다. 이 이야기는 학창 시절 음악 감상실에서 디제이가 하는 이야기를 입을 벌리고 들었던 기억을 되살려 내 마음대로 적는 이야기입니다]


윌슨 자매가 그렇게 찾아간 그룹이 ‘하트’였다. 하트는 형제 밴드가 하고 있었는데 자매 밴드가 합세를 하게 되었다. 이 멤버들의 조합이 희한한 게, 동생 낸시와 하트의 동생이 사귀게 되고, 언니 앤이 하트의 형과 사귀게 되면서 잘 설명할 수 없는 애매한 조합이 된다. 형제와 자매가 사귀게 된 꼴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들이 붙어서 만들어내는 곡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하트 하면 ‘얼론(언론 아니다)’이 가장 우리에게는 많이 알려졌지만 70년대에 만들어진 ‘크레이지 온 유’는 정말 최고다. 특히 낸시의 기타 실력이 엄청나다. 끝장내버릴 어쿠스틱의 연주를 낸시는 과감하게 보여준다. 3분 가까이 전주를 어쿠스틱 하나로 연주해버리고 난 뒤 등장하는 앤의 보컬은 말해 뭐 해였다.  


Heart - Crazy On You - Ann & Nancy Wilson Live 1976  최고다!!

https://youtu.be/9kRf0DpWUP0?si=12rucJI0GCWtRCLi



꿀 떨어지는 커플이 두 팀이나 되니까 곡들이 마구 분출한다. 낸시의 기타는 남자들만의 세계였던 록 세계에 경종을 울렸고 앤의 보컬은 우주까지 뻗어나갔다. 좋은 곡들이 너무 많은데 설명하려니 힘들고, 시간이 죽 흘러 낸시의 남자 친구가 약을 하고 뭐 그러면서 불화가 터진다. 결국 한 팀에서 사랑을 하게 되면 나락으로 가게 되는 수순을 밟는다. 언니 앤도 헤어지면서 하트에는 원래 형제 멤버가 나가고 앤과 낸시만 남는다.


이상하지만 두 사람이 활동하며 만들어내는 노래는 좋은데 4명이었을 때만큼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 그렇게 죽 활동하다가 결국 11집인가? 아무튼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을 중단한다. 그러나 밴드 크루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어떤 레코드사도 윌슨 자매와 계약을 하지 않는다. 먹고사는 것 때문에 당시에 무슨 광고에도 출연하게 된다.


그 당시에도 언론은 앤과 낸시가 사귄다는 식의 사진과 글을 게재한다. 아무튼 어느 나라나, 어느 시대나 쓰레기 언론은 늘 있기 마련이다. 윌슨 자매는 여러 레코드사를 찾아가지만 다 퇴짜를 맞다가 한 군데에서 계약을 하자고 한다. 단 조건은 레코사 회사에서 원하는 대로 활동을 하는 것이다.


기본의 선 머슴아 같은 모습에서 벗어나 낸시를 섹시하게 홍보한다. 낸시의 트레이드 마크인 어쿠스틱을 버리고 전기기타로 바꾸고 앤 역시 자꾸 통통 해지는 몸을 커버할 수 있는 화장과 헤어스타일로 무장을 하고 활동을 한다. 그때 나온 노래가 ‘얼론’이었다. 대박인 것이다.


완전 대박이었다. 앤은 당시 악마와의 계약이지만 어쩌구 같은 이야기를 얼마 전에 한 것으로 안다. 이때가 한창 엠티비가 세계의 인기를 독차지할 때라 듣는 것 못지않게 보는 것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때다. 얼론과 함께 나온 노래들의 뮤직비디오는 하트를 알리는데 최고였다. 앤은 토르 같은 의상을 입었지만 헤어와 화장 덕분에 정말 화려하고 예뻤고 낸시는 미국미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섹시하면서 멋졌다. 낸시가 기타를 들고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면 그 모습이 마치 바브 와이어의 파멜라 앤더슨 같았다. 그렇게 하트를 홍보했다.


Heart - Never https://youtu.be/zWzy5q_M5Ho?si=6iNdHdxOyU7vZG5r


Heart - What About Love? https://youtu.be/KE5GGMhmo-M?si=Sqdv_A-24QCLwchl


역시 얼론을 들어봐야겠지

Heart - Alone https://youtu.be/1Cw1ng75KP0?si=eOD1TEyTpuNRQWL1


최근에 원년멤버들이 다 같이 모여서 공연을 했다. 크레이지 온 유를 부르는데 소름 돋았다. 정말 너무 멋졌다. 가장 최근에는 앤의 남편이 낸시의 아이들을 폭행해서 자매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는데 가정사는 참 어렵고 힘들다.


2016년 Crazy On You https://youtu.be/e282K74eTLY?si=VDCWkTLfI-Cal6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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