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로망 백서
박사.이명석 지음 / 북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음... <여행자의 로망 백서>라.. 땡땡구리하게 땡기는군...그런데 로망이 뭐지? (무식의 폭탄로!!) 잽싸게 야후 검색. 로망이란 로맨스, 소설, 특히 장편소설이라 한다. 중세 기사문학 또는 연애담 등을 말하기도 한단다. 아항~(도 터지는 소리) 거두절미. 감상은 이렇다. ‘니미, 읽지 말걸 그랬다.’이다. 흔히 하는 말로 염장질 당한 느낌이다. 경상도 사투리로 부애지른다고도 한다.


본인이 처음 비행기를 탄 것이 그러니까 2002년 12월이니 과인의 보령 34세 때의 일이다.(말하다보니 본인의 나이가 뽀록났다. 헛되이 흘러간 세월이 그만큼이라니 새삼 놀랍다.)  눈치빠른 분들은 짐작하셨겠지만 신혼여행 되겠다. 생전 해외여행 한 번 못 해본 넘이 처음으로 탄 비행기가 서울발 파리행 대한항공 보잉 747기(맞나?)였던 것이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마음이 설레발을 친다. 파리에 도착한 첫날, 해는 벌써 떨어졌는데 숙소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 했던 일, 우여곡절 끝에 아담한 호텔로 숙소를 정하고 바로 나와 세느강 유람선을 탓는데 너무 피곤해 졸다가 마누라한테 혼난 일, 짧은 일정에 루브르를 포기하고 오르쎄를 선택했으나 미술관 관람에 결국 하루를 온전히 소비해 또 마누라한테 혼난 일, 식구들과 직장동료들 선물 고르느라 쇼핑몰 돌아다니며 또 다시 하루를 허비하여 마누라한테 또 다시 혼난 일, 파리 인근 샤르뜨르에 갔다가 풍경이 너무 예뻐 들어간 한 레스토랑에서 의사불통으로 주문을 못해 20여분동안 쩔쩔매던 일(그냥 맥도날드나 먹을 걸), 4박 5일동안 파리시내를 오가며 수십 번도 더 타고 내렸던 지하철, 그 지하철역에서 집시 꼬마들이 담배를 피우며 엉겨 붙어서 당황했던 일. 색색의 과일들이 싱그럽던 어느 아침 무뿌따르 거리의 노점상들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 품고 다녔던 가이드북은 김영사의 <헬로 빠리>였다


집구석에서 책이나 보고 들눕어 뒹구는 것을 만고의 최강호강으로 여기던 인사가 여행의 묘미를 조금이나마 알게되니 아뿔싸! 몰랐으면 모르되, 꿀맛을 한 번이라도 본 넘은 그 맛을 잊지 못하는 법이라. 그날 이후로 본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헛된 몽상의 시간과 오랜 인고의 세월이었으니 봉급쟁이 주제에 일년에 사오일 휴가내기 어려운 처지로 어찌 오랜 여행을 바랄것가. 하여 참고 견디어 왔으나(그사이 홍콩에 한번, 일본 큐슈에 한번 다녀왔더랬다) 목하 <여행자의 로망 백서>를 일독하고 나니 불현듯 가슴이 벌렁거린다. 혈압이 오른다. 막힌 방구가 터질라나 궁뎅이가 들썩거리고, 가라로 진단서 끊어 휴직이라도 해볼까 온갖 잡스런 생각이 한심한 부루스를 춘다.


탈것의 로망, 프티 부티크 호텔의 로망, 작은 박물관의 로망, 책의 로망, 골목길의 로망, 컬렉션의 로망, 도장꽝의 로망, 온갖 로망에 공감했고 그중 지도의 로망에 내 심금이 울었다. 지난번 특강에서 한비야는 어릴 적부터 커다란 세계지도를 거실벽에 걸어놓고 꿈을 키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나도 가끔씩은 옛날 사회과부도를 꺼내놓고 부질없는 공상에 빠지곤 한다. 책상위에는 작은 지구본도 하나 마련했다. 저자의 말대로 ‘그 모든 로망은 지도로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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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20 - 제2부 승자와 패자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4월
구판절판


이 때 시마즈 요시히로의 원군이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코니시 군은 전멸을 면치 못했을 터였다. 시마즈 군이 가세했는데도 불구하고 조류의 흐름에 어두웠던 일본군은 악전고투했고, 명나라와 조선의 피해도 막심했다.

이 전투 중에 일본군으로서는 처음부터 두려운 공포의 대상이었던 이순신이 탄환에 맞아 전사했다. 이것은 조선 수군에게는 태양을 잃은 것 만큼이나 큰 타격이었다. -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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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06-02-04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순신이 또 등장했다. 아시다시피 노량에서 일이었다. 조선의 피해도 막심했던지는 잘모르겠다. 적으로부터 칭찬을 듣는 것이 흐믓하기도 하지만, 이 책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읽어본 사람은 알것이다. 전국시대 일본의 무장들은 뛰어난 적에게는 기꺼이 찬사를 보냈고 패배에 깨끗하게 승복했다.(그리고는 두말없이 배를 갈랐다. 여의치 않을 때는 부하 무사들이 주군의 할복시간을 벌기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기도 했던 것이니..이를 테면 이렇다. "....주군.... 시간이 없습니다... 더이상 버티기 어렵습니다...어서 서두르시길...- 빨리 배를 째라는 말이다..- 그러면 주군은 유유히 웃통을 벗고 꿇어 앉아 지세이를 읊고는 예법에 따라 가로로 한번 세로로 한번 십자로 자기 배를 쨋던 것이다. 분사憤死의 경우에는 내장을 꺼내어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한다..그러면 부하인 가신이 뒤에 대기하고 있다가 주군을 목을 한칼에 댕강 잘랐다. 가이샤쿠라는 것이다. 고통을 줄여주기 위함이라 한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일본 개항초기에 양놈들이 이를 보고 기절초풍을 했다고 하니 그럴만도 할 것이다) 이른바 그네들이 말하는 무사도라는 것이다.

도쿠가와 20권의 부제는 <분열>이다. 유아 히데요리를 후계자로 남기고 천하인 히데요시가 죽자 대대로 내려오는 가신도 없이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으로 출세했던 히데요시 가문이 분열을 맞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19 - 제2부 승자와 패자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4월
구판절판


이슬로 떨어지고 이슬로 사라질 이 몸이거늘
나니와(와사카와 그 부근)의 영광은 꿈속의 꿈-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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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06-02-01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쿠가와 이에야스 19권의 부제는 떨어진 태양이다. 불세출의 영웅이요 태양의 아들인 히데요시가 죽었다. 1598년, 향년 63세. 249페이지에 나오는 위의 말은 히데요시의 지세이(辭世)다. 지세이라는 것은 임종때에 지어서 남기는 시가(詩歌)를 말하는 것인데, 히데요시처럼 종신와석하면서 지세이를 남기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무사들이 배 째고 죽기 직전에 비장하게 혹은 쓸쓸하게 이 지세이라는 것을 읊는다. 두어줄 정도의 짧은 노래다. 무식한 넘들이 멋을 아는 것 같다.

생각의 나무에서 나온 세계의 교양 시리즈 15권 <일본의 무사도>를 보면 첫장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히데요시의 지세이다. 그런데 해석이 조금 다르다.
"몸이여, 이슬로 와서 이슬로 가니, 오사카의 영화여, 꿈속의 꿈이로다"
이 해석이 더 시적이고 감흥있게 느껴진다. 원문을 보고 싶으나 일본어를 모르니 보나마나 되겠다.
 
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 -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고지훈 지음, 고경일 그림 / 앨피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의 모두에 언급된 메트릭스의 ‘데자뷰’ 운운은 역사에 대한 비유 혹은 은유로써 나름으로는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이미 나타난 현상이 다시 또 나타나는 메트릭스에서의 데자뷰 현상은 일종의 시스템 오류현상이다. 그렇다면 잘못된 역사가 계속 순환 반복되는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시스템은 다시 시작할 수 있겠지만 역사를 다시 시작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사를 바로 세워 볼려는 시도는 전 세대, 전 세기를 걸쳐 줄기차게 이루어져 왔고 약간의 진보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큰 틀에서는 여전히 역사는 반복을 거듭하고 있다. 순환사관이 비관주의가 되고 허무주의로 흐르는 까닭일 것이다.


단군 기원으로 말하자면 올해가 4339년이니, 본인이 아주 어릴 적부터, 그러니까 귀가 뚫리고 글을 깨칠 때부터 우리 배달민족의 유구한 반만년 역사라는 말을 숱하게 듣고 또 보아왔던 것이다. 4300년만으로도 충분히 유구할진대 굳이 700여년을 더해 반만년을 채우는 것은 조금 과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992년을 연명한 신라를 천년왕국이라 하고, 519년을 버틴 조선을 가리켜 흔히 조선왕조 5백년이라 한다. 이정도의 가감은 양해가 되는 것이지만 에누리가 심하면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유구한 반만년 역사와 더불어 소싯적부터 줄기차게 들어왔던 찬란한 문화유산이라는 것들이 차차 나이가 들고 견문이 넓어지면서 점점 초라하게 느껴지게 되는데, 말인즉슨, 석굴암 건축에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숨겨져 있는 듯이 말하지만 수많은 천재 장인들이 혼신의 힘을 쏟아 부은 그 어느 건축물이나 예술작품엔들 그 정도의 신비함이나 정교함이 없겠는가 이 말이다. 최고인줄로만 알았고 믿었던 빛나는 우리의 문화유산이, 좋게 말하자면 여러 최고들 중의 하나였거나 아니면 그 버금이었거나 그도 아니면 그냥 우수한 숱한 것들 중에 하나였다는 것이다.  


외적의 침략과 집안 싸움으로 점철된 유구한 그 반만년 역사중에 어느 때인들 함포고복하며 강구연월을 구가한 때가 있었겠나만은 해방전후의 현대사를 생각해보면 실로 답답한 마음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우리 현대사의 모모한 인사들의 인생유전을 보면서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것이 아니라 안타까움과 서글픔, 열불남, 성질남 같은 감정들만 들끓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사흘이 짧다하고 터지는 이라크나 팔레스타인에서의 미군 등에 대한 자살 폭탄테러, 그들의 물불 가리지 않는 과격한 저항운동을 보면서 우리의 항일무장투쟁이라는 것이 너무 초라했던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해보는 것이다. 한일합방 초기의 근왕주의적 의병운동이 끝나고 국내에서는 일제에 대한 이렇다할 테러나 습격사건 별로 없었고 해외에서의 임시정부의 활동이나 외교적인 독립 노력들은 파벌싸움으로 얼룩덜룩 지지부진 했으니, 일제 침략군과의 변변한 전투 한번 없이 얼떨결에 맞이한 해방조국은 이념분쟁과 권력투쟁으로 또갈라지고.....안타깝다는 생각뿐이다.


어릴 때는 최고이고 대단한 줄로만 알았던 우리의 역사와 문화라는 것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자긍심과 자존심이 상처입고, 어떨 때는 우리나라가 견딜 수 없이 작게 느껴지는 그런 아픔을 겪게도 되는데, 그러한 아픔을 겪는 과정에서 조국에 대한 애뜻한 감정이 생겨나고 그 애뜻함에서 뜨거운 애정이 솟아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굳이 비유하자면 못난 자식 더 생각하는 부모 마음 같은 것이리라. 



추신 : 참고로 이 책을 읽으면서 현대사의 모모한 인물들의 호를 알게 되었다. 가외의 소득이라 할 만하다. 백범은 말할 것도 없고, 우남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박정희의 호가 중수(中樹), 김종필의 호가 운정(雲庭, 기생이름 같기도 하다), 박헌영의 호가 이정(而丁) 이란다. 독설도 없지는 않았으나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었다. 반면 한국컨텐츠 진흥원의 우수만화 기획부문 선정작이라는 설명과는 달리 만화는 별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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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18 - 제2부 승자와 패자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3월
구판절판


"이 소식은 틀림없는 것입니다. 오월 사일이었다고 합니다. 적의 수군 총대장은 이순신인가 하는 아주 뛰어난 해전의 명장인 모양입니다. 아군의 배가 거의 모두 침몰 했다고...... 전하도 나고야에서 몹시 당황하시고 즉시 다음 배 준비를 재촉하고 계시다고."-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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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06-01-30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쿠가와 이에야스 전32권을 통틀어 이순신에 대한 언급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인것 같다. 이 소설이 오다씨 ,풍신씨, 덕천씨 3인을 중심으로한 일본 전국시대 100년간의 기록이라고 한다면 그중 임진년에 시작되었던 10여년간의 조선전쟁도 그 비중이 적지 않을 것인데, 그 전쟁(우리입장에서는 왜란이겠고 그들의 입장에서는 대륙진출 전쟁이었겠지만)에 대한 언급이 너무 소략이라서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