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현재 스코어로 328권까지 나와 있다. 영광의 넘버원이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1>로 1998년 8월에 초판이 나왔다. 근 15년 동안에 300권 정도가 출간되었다. 이러한 추세로 나간다면 2050년이면 1000권을 넘을 전망이다. 설레인다. 마음이. 그런데 2050년이면 내 나이가 80을 넘는다. 나 자신의 생존 여부는 물론이거니와 민음사라는 기업의 존폐여부도 가늠하기 어렵다. 우울하다. 하지만 희망을 버리진 않는다.
영광의 넘버원으로부터 넘버 250인 이광수의 <무정>까지 단 한권도 빠뜨리지 않고 다 사 모았다. 완비라고 해야하나 구비라고 해야하나. 1권~250권까지는 완비되었고 251~328권까지 중에서도 여러 권을 소장하고 있다. 훗날 300권이 완비되면 또 한편의 페이퍼를 올리겠다. 인증샷도 더불어.
소생은 그 옛날 한때는 독서가였지만 지금은 수집가 내지는 장서가로 변모했다. 장서가로서의 내 꿈을 밝히자면(부끄럽지만) 민음사, 열린책들, 문학동네, 펭귄클래식 이 4개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을 모두 완비하는 것이다. (세계문학전집은 창비도 있고, 을유도 있고, 대산도 있고 또 뭐가 있더라 어쨌든 여러 출판사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소생은 소생 나름의 기준으로 상기 4개 출판사를 세계문학 4대천왕으로 선정했다. 내꿈이 물론 이게 다는 아니다. 인간의 욕망에는 한계가 없다. 알랙산드리아 도서관을 다시 짓는다고 해도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내가 죽어 없어져야 끝나는 것이다.)
서재에 각 출판사 별로 세계문학전집을 쭐루레기 꽂아 놓고 안락의자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며 느긋하게 바라볼 수만 있다면 곧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조문도(朝聞道)면 석사가의(夕死可矣)라. 맞는 비유는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소생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충은 짐작했으리라 짐작해본다.
내 아름답고 원대한 꿈에 대해 아내는 “쓸데없는 짓도 되우 하네, 흥흥흥...” 콧방귀를 뀌며 몹시 한심스럽게 생각한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내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앞으로 아내에게 잘해야겠다. 알랑방귀라도 뿡뿡뀌고 강아지 마냥 꼬리를 살살 흔들며 낑낑거려 봐야겠다. 체질상 알랑적 방귀는 잘 못뀌지만 생리적 방귀는 나름 한 방귀한다. 내가 밥을 먹다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큰 소리로 한 방귀해주면 우리 어린딸 혜림씨는 몹시 좋아한다. ‘아빠! 최고!“ 이건 다 쓸데없는 이야기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희생이 따르는 법. 무릇 뛰어난 장수란 힘든 전쟁을 이기기 위해서 자기 손목 하나 정도는 내어 줄줄도 알아야 한다. 역시 비유가 안맞는 것 같다. 알아서 짐작하시길.
세계문학 사대천왕 완비의 꿈을 꾸면서 또 한편으로 생각해 봤다. 책을 꽂아만 놓아서는 역시 무엇인가 허전하다. 그 완비된 세계문학전집을 영광의 제1권부터 차례로 한권씩 읽고 서평 아니, 짧은 감상이라도 몇줄 끄적여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1권부터 시작해서 차례대로 연속해서 빠뜨리지 않고 읽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에 읽은 책이 있어도 또 읽는다. 그래야만 한다. 이건 꿈은 아니다. 그냥 한 번 생각해 본 것일 뿐이다. 안해도 그만. 물론 하면 좋고말고.
여담인데, 북플에 내 마니아 순위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70번째 마니아로 나와있다. 세계문학 사대천왕 완비가 일생의 꿈인 소생으로서는 깊이 반성하고 또 더욱 분발해야할 이유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115/pimg_733305113113656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