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간만에 아내와 혜림씨와 나들이를 다녀왔다.

우방랜드. 아아아 요즘은 이월드로 바뀌었다.

소생이 거주하고 있는 광역시가 자랑하는

지역 최대최고의 놀이동산이다.

랜드가 월드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월드에 도착해 보니 튤립축제 중이다.

노란튤립, 하얀튤립, 빨간튤립 튤립이 만발했다.

 

월드의 아름다운 튤립을 보자

작년에 읽은 뒤마의 <검은 튤립>이 떠오른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검은 튤립을 만들어 내는 자에게 막대한 상금이 걸리고

검은 튤립을 둘러싸고 음모와 배신 그리고 사랑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흥미가 진진한 이야기인데,

자세한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음......음....

 

30분 줄서서 기다렸다가 혜림씨 놀이기구 5분 타고,

이렇게 서너차례 반복하다 보니 문득 저녁 때가 되었다.

혜림씨 쫓아다니느라 허기가 졌는지

월드 안에 있는 프랜차이즈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굶주린 돼지처럼 꾸역꾸역 배터지게 먹어버렸다.

 

식당에서 나오니 비가 내린다.

부풀어 오른 배를 끌어안고 집에 와서는 바로 소파에 누웠다.

뭐라도 읽으려고 며칠 전에 구입한 <인문의 향연>을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아아아....향연이라....안 그래도 배불러 터질려고 하는데....

이건 아니지. 오늘은 그냥 TV나 봐야겠다.

어화둥둥 혜림씨는 어느새 골아 떨어졌고

비내리는 토요일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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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5-04-19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랜드가 월드로 업그레이드^^; 혜림씨가 무척 좋아했겠아요. 부러운, 멋진 주말풍경입니다.^^

붉은돼지 2015-04-19 11:42   좋아요 0 | URL
역시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쳐서 따라다니기가 힘들어요 ㅜㅜ
오랜만에 이월드에 갔더니 예쁜 꽃도 보고 좋았어요.. 혜림씨도 즐거워하고....
연인들끼리 가족들끼리 많이 왔더군요^^

해피북 2015-04-19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월드가 되었군요 ㅎ 저두 작년인가 제작년에 한번 다녀왔어요 예쁜 튤립을 보니 다시 다녀오고 싶네요^~^

붉은돼지 2015-04-19 11:45   좋아요 0 | URL
계절이 지금 다니기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대구에 사시나 봐요~~ 시간 나실 때 한 번 다녀오세요.^^
그냥 산책삼아 다니기에도 좋은 것 같아요..물론 사람들이 조금 적으면 더 좋겠지만...^^

stella.K 2015-04-1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글이 푸근하고 후덕하십니다.
인문학의 향연은 잡지군요. 그런 잡지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검은 튤립이라. 그런 책도 있었군요.ㅠ
서울은 아까 오전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붉은돼지 2015-04-19 12:15   좋아요 0 | URL
요즘은 왠 바람인지 자꾸 잡지를 구입하고 있습니다. <인문의 향연>도 괜찮은 잡지 같아요
대구는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컴앞에 앉아 커피 마시며 서재질을 ㅎㅎㅎㅎㅎ

cyrus 2015-04-19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군대 갔다오고 나서 이곳 근처를 버스를 타면서 지나가는 일이 있었는데 그때 우방타워랜드가 이월드로 바꾼 사실을 알았어요. ^^

붉은돼지 2015-04-19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우방타워랜드 ...
사실 저도 애기 없으면 여기 갈일이 별로 없을 것 같아요
한 세월 열심히 다녀야할 것 같어요~~

여운 2015-04-19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신청 감사합니다 대구분이시군요 ㅎ 더 반갑습니다 저도 대구토박이입니다 ^^

붉은돼지 2015-04-20 12:52   좋아요 0 | URL
네~ 대구토박이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베르메르를 좋아하시는 모양입니다. 아니면 슈발리에를 ~^^

후애(厚愛) 2015-04-21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친구신청 감사합니다.^^
너무 늦게 인사드려서 죄송합니다.^^;;;
튤립이 너무 예쁩니다!!!!!
편안한 오후되세요.^^

붉은돼지 2015-04-22 08:28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요..후애님~ 자주 뵈어요^^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본 페이퍼는 <가계부 쓰지 마라>의 책 내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혹시라도 본 도서에 대한 어떤 유익한 정보라도 얻기 위해서 소생의 서재를 방문하신 알라디너님들께옵서는 이 페이퍼는 그냥 페스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또 가만히 곰곰히 생각해보면 완전히, 100%, 전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도 할 수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책 제목과는 터럭만큼 혹은 추호만큼의 관계가 있다고 감히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소생의 그런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무슨 소린지...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가계부(家計簿) 아니 서계부(書計簿)를 한번 써 봤다.

작년 3월 대비 금년 3월의 도서구입 및 독서 내역이다.

북플을 사용하고 나서 확실히 도서구입비 지출이 늘었다.

구입한 책 대비 읽은 책이 너무 적어서 부끄럽다.

그래도 많이 구입하니 조금 더 읽긴 읽는 모양이다.

모두 컬렉션 때문이다. 팔자라고 생각한다.

지갑만 불룩불룩하다면 더더더 사고 싶다.

언젠가는 읽을 때가 있겠지 그런 한심한 생각도 해본다.

못 읽는다 해도 도리없다.

북풍한설 속에서도 아치고절의 매화가 피어나듯이

어쨌든 저쨋든 컬렉션은 계속되어야 한다.

서계부 같은 거 다시는 쓰지 않을 작정이다.

 

20143: 지출액 168,990원 구입 23, 읽은 책 6

20153: 지출액 275,570원 구입 35, 읽은 책 8

 

<20143월 구입도서 목록>

1.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무라카미 하루키)

2. 생명연습(김승옥)

3.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조르주 베르나로스)

4. 작가란 무엇인가 1(파리리뷰)

5.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글로리아 네일러)

6. 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앨리스 워커)

7. 더 이상 평안은 없다(치누아 아체베)

8-9. 파우스트 1, 2(괴테)

10.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

11-12. 테스 1, 2(토머스 하디)

13. 하루키 일상의 여백(무라카미 하루키)

14. 건축의 르네상스(시공디스커버리총서)

15. 머리카락(시공디스커버리총서)

16. 바로크의 꿈(시공디스커버리총서)

17. 바흐(시공디스커버리총서)

18. 크노소스(시공디스커버리총서)

19. 패션(시공디스커버리총서)

20. 헤밍웨이(시공디스커버리총서)

21. 북호텔(외젠 다비)

22.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오에 겐자부로)

23. 채소의 기분, 바다 표범의 키스(무라카미 하루키)

읽은 책은 1, 2, 4, 10, 13, 23, 6권이다.

 

<20153월 구입도서 목록>

1. 끌림(이병률)

2. 바이킹(시공디스커버리총서)

3. 브래드쇼 가족변주곡(레이첼 커스크)

4. 사람풍경(김형경)

5. 성당(시공디스커버리총서)

6. 아이슈타인(시공디스커버리총서)

7. 인체(시공디스커러비총서)

8. 괴이(미야베미유키)

9. 이스탄불을 듣는다(오르한 웰리 카늑)

10. 파운데이션과 지구(아이작 아시모프)

11. 파운데이션의 끝(아이작 아시모프)

12. 그것도 괜찮겠네(이사카 고타로)

13. 사이렌의 노래(시공디스커버리총서)

14. 언어의 다양한 풍경(시공디스커버리총서)

15. 인류문명의 박물관 이스탄불 기행(진순신)

16. 말하는 검(미야베미유키)

17-18. 외딴 집 상,(미야베미유키)

19. 기이한 이야기(미야베미유키)

20. 경관의 피(사사키 조)

21 고골 단편집(니콜라이 고골)

22. 십이국기 3(오노후유미)

23. 인간의 대지(생텍떽쥐페리)

24. 제비뽑기(셜리 잭슨)

25. 그렌델(존 가드너)

26. 모차르트(시공디스커버리총서)

27. 블론드1(조이스케롤오츠)

28. 소공녀(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29. 정복자들(앙드레 말로)

30. 타임머신(허버트 조지 웰즈)

31. 폼페이(시공디스커버리총서)

32. 호텔 뒤락(애니타 브루크너)

33. 죽이는 책(존 코넬리외)

34. Chaeg 4

35. 흔들리는 바위(미야베미유키)

읽은 책은 1, 4, 12, 15, 17-18, 34, 35번 총8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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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4-16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계부..라.
이것도 좋네요.
컬랙션때문에 책값지출이 는다는것에 지극한 동감을 표하며..
읽은것외에 제겐 없는 책이 많아 신세계..^^ 특히 시공 편..과 하루키가..그렇군요.하루키 중 에세이를 주로 보시는 듯 하다..고.

붉은돼지 2015-04-17 09:06   좋아요 1 | URL
3~4월에 특히 책값 지출이 많아서 5월은 좀 참아볼려고 합니다. 가정의 달이니 책보다는 가족과 함께..ㅎㅎ
시공디스커버리총서는 순전히 컬렉션을 위해서 사모으고요...ㅜㅜ, 작년에는 특히 하루키 에세이를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소설도 재미있지만 저는 하루키 짧은 글들이 더 마음에 듭니다^^

[그장소] 2015-04-17 09:25   좋아요 0 | URL
도저 멈출 수 없죠..한번 시작 하면..컬랙션이란것...매혹적입니다..시공디스커버리...ㅎㅎㅎ
하루키 가 낯설다면 에세이를 먼저보라 권해준 이웃이 생각납니다. 가장 최고의 에세이로
꼽으시는게 있다면..?

5월이 아직 이주가량 남아서...
그안에 더 발생하는 지출없도록
정신줄 놓지말고 우리 꼭 이겨보아요~♥

붉은돼지 2015-04-17 09:36   좋아요 1 | URL
하루키 에세이는 역시 무라카미라디오 3부작이 최고라고....물론 제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ㅎㅎ
여행기로는 <먼 북소리>가 으뜸. 이것도 제 개인적인 소견이고요....북소리는 분량이 좀 되니 짧은 거로는 <위스키 성지여행>도 좋았던 것 같아요..^^

[그장소] 2015-04-17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 북소리는 그나마 읽은..책내용보다 역자와 표지가아직까지 생생..역자이름이 친구이름과 같아서 기억하기 쉬운.위스키성지여행은 언제고 닿겠네요.
오늘의 인터뷰를 마칩니다.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보내십시오~~^^

라로 2015-04-17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한국에 있을 때 모습을 보는 듯한 데자뷰!!!ㅎㅎㅎ

붉은돼지 2015-04-18 22:40   좋아요 1 | URL
혹시 미국에서도 계속 여전히 같은 모습은 아니시겠지요 ㅎㅎㅎㅎ

cyrus 2015-04-17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계부, 용어가 아주 참신해요. 앞으로도 붉은돼지님만 자주 쓰도록 하세요. 저는 북플 이용 후에는 도서지출을 줄이려고 읽고 싶은 책, 사고 싶은 책은 따로 목록을 만들어요. 웬만하면 도서관에 빌려서 읽으려고 합니다.

붉은돼지 2015-04-18 22:42   좋아요 0 | URL
저는 이상하게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게 잘 안되더라구요...
집 바로 앞에 도서관도 있는데 말이죠. 앞으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습관을 조금씩 들여야 할듯합니다. ^^

yamoo 2015-04-17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컬렉션은 계속되어야 합니다...넵~ 쮹~~~~~ㅎㅎ
저보다 읽은 책이 훨씬 많으신데욤~^^
전 3-4월 100권이 넘었는데, 읽은 책은 10권에서 몇 권 넘습니다...ㅠㅠ

석계부...참신한 용어입니다!!!

붉은돼지 2015-04-18 22:45   좋아요 0 | URL
네에~ 컬렉션은 계속되어야 합니다....반드시
독서도 더 분발해야겠습니다.....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ICE-9 2015-04-18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지름은 늘 응원하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컬렉션이 멋지네요. 저랑 겹치는 것이 많아 무조건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는^^ (특히 그렌델은 제가 알라딘에서 처음으로 리뷰썼던 책이라서 읽는 순간 살짝 옛 생각도 나고 그랬습니다.^^)

붉은돼지 2015-04-18 23:05   좋아요 1 | URL
˝책지름은 늘 응원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은 참 바람직한 가르침이라는 생각입니다. 반도의 출판시장 활성화 및 조국의 독서문화 창달을 위해서도 말입니다. ㅎㅎㅎ

저는 민음사, 펭귄, 문학동네, 열린책들의 세계문학전집을 모으고 있습니다. 중복되는 책들이 많습니다.
참 쓸데없는 짓 같기도 하고요..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AgalmA 2015-04-19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 돼지님과 저는 책 관심사가 제법 다르네요. 남의 서재 목록보는 건 언제나 재밌는 듯ㅎ 매달 이렇게 정리하시는 거 저도 추천합니다b 아예 서계부 카테고리를 만드심이 ㅎㅎ

붉은돼지 2015-04-19 11:41   좋아요 1 | URL
관심사에 따라 읽기위해 구입하기도 하지만 주로 장서 목적으로 구입하다 보니 두서없이 맥락없이 막 구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맞아요 역시 다른 사람의 서재나 구입도서 목록을 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있어요..^^

kalliope 2015-04-2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구입도서 목록ᆢ

저도 한동안 읽으면서 관련되는 책들을 쉴새없이 구입하던 때가이 있었거든요.

일을 쉬고 있는데 어찌 더 줄어든 독서량에 구입도 독서목록 매월 작성하고 있는 것두 빈약하다보니 이 구입 도서목록 인상적으로 보고갑니다.


붉은돼지 2015-04-20 14:54   좋아요 0 | URL
맥락도 없고 중구난방의 두서없는 목록입니다. ㅜㅜ
원래는 목록같은 거 작성 안하고 막 구입하는데 북플 사용하고 전년대비 도서구입비 지출이 많이 는 것 같아요 한번 작성해 봤습니다. ^^
 

금일 우리 공장에서 주관하는 연수에 다녀왔다. 교육 프로그램중 하나가 이동순 교수의 <노래로 배우는 한국현대사>다. “황성옛터”, “비내리는 고모령”, “굿세어라 금순아” 등 옛 가요의 역사와 노래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을 한국 현대사와 더불어 살펴보는 내용이다. 여기서는 지면관계상 황성옛터 하나만 소개한다. <황성옛터>는 한국 사람이 작사와 작곡을 한 최초의 대중가요다. 가요사적 의미가 실로 중차대하다.

 

1920년대 말 순회극단의 바이올린 연주자인 전수린이 어느 달밝은 밤, 개성에서 고려의 옛 궁궐터 만월대를 둘러보다 역사와 인생의 무상함을 느껴 즉흥적으로 곡을 만들었다. 이 곡조를 듣고 같은 극단의 배우이자 극작가였던 왕평이 가사를 붙인 것이 바로 “황성옛터”이다. 음반 출판당시의 제목은 <황성(荒城)의 적(跡)>이다. 돌보지 않아 거칠고 낡은 성의 자취라는 뜻이다.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주노나

아 외로운 저 나그네 홀로 잠 못 이뤄

구슬픈 벌레소리에 말없이 눈물져요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

세상이 허무한 것을 말하여 주노나

아 가엾다 이 내 몸은 그 무엇 찾으러

덧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어 있노라

 

같은 극단의 배우였던 당시 18세의 이애리수가 연극무대 막간에 이 노래를 불렀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황성의 적>이 크게 유행하면서 1932년 빅타레코드사에서 정식 음반으로 취입하게 된다. 전국의 가요팬들이 이 음반을 구입하기 위해 레코드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섰고 이 음반은 5만장이 판매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가요시장이란 것이 개념조치 없었던 당시로서는 엄청난 성공이었다. 노래에는 나라 잃은 백성들의 설움이 감정이입 되어 있었다.  

 

이애리수가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을 무렵 한 청년을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배동필. 부자집 외아들이자 연희전문에 다니는 잘생긴 엘리트 대학생으로 두사람은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배동필은 양반가 출신이고 이애리수는 말하자면 천한 딴따라였으니 배동필의 집안에서 이를 허락할리 없다. 더구나 배동필은 이미 부모가 맺어준 아내도 있었다. 두사람은 죽어서라도 사랑을 이루겠다는 비장한 의지로 정사(情死)를 계획하게 되고 실제로 동맥을 끊고 극약을 먹고 동반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당시 신문기사의 제목 부분이다.

 

死後天國(사후천국)의 佳緣期約(가연기약)코

悲戀靑春(비련청춘)의 情死騷動(정사소동)

- 歌姬 李愛利秀(가희 이애리수), 學生 裵東必(학생 배동필) 동맥을 끈코서 “칼모친”까지 마시었다.

- 鮮血(선혈)로 물드린 사랑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부모 허락을 받아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된다. 단 조건이 있었다. 첫째는 결혼식은 올리지 않는다. 둘째는 가수 출신임을 절대로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후 이애리수는 가요계를 완전히 떠나 모습을 감추었다. 이애리수가 대중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은 근 80년만인 2008년 신문 지면을 통해서이다.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형 요양원에서 자녀과 손자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생존해 있다는 보도였다. 2009년에 돌아가셨다. 향년 99세.

 

영남대 교수인 이동순 시인이 한국가요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지 몰랐다. 옛가요사랑모임인 <유정천리> 전국회장이다. 1천여장의 가요 SP음반을 소장하고 있다. 1932년 나온 황성옛터는 가격이 1천만원선이라고 한다. 가요관련 책도 여러 권 출간했다. 대구MBC에서 “이동순의 재미있는 가요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오늘 강의에서는 이동순 시인의 수준급 아코디언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시인이 직접 아코디언을 연주하면서 들려주는 우리 옛 가요 이야기는 예상외로 무척 재미있고 또 그 가요에 얽힌 사연들을 알게되니 노래가 더욱 새롭고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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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5-04-16 0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런 책도 있군요. 바로 담아갑니다. 저는 큰 회사생활을 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단체로 연수가거나 놀이가는게 부럽네요. 물론 여러 사람들이 섞이는만큼 문제도 많고 피곤하기도 하겠지만요.ㅎ

붉은돼지 2015-04-16 11:13   좋아요 0 | URL
우리 옛가요에 얽힌 이야기들도 재미있더라구요...
<굳세어라 금순아>의 금순이가 부산 국제시장에 있다가 나중에 대구의 양키시장(지금의 교동시장)에 와서 장사를 했는데 당시 대구 송죽극장 위에 있던 오리엔트 레코드사 관계자가 금순이의 파란많은 이야기를 듣고 깊이 공감하여 <굳세어라 금순아> 곡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굳세어라 금순아>의 노래 배경은 부산이지만 만들어지기는 대구에서 만들어졌다는 등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아요~~

문단야사도 재미있지만 가요계 야사도 재미가 솔솔....

여운 2015-04-1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동순 교수님과 사석에서 커피 한 잔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멋진 교수님이시죠 ^^

붉은돼지 2015-04-20 14:48   좋아요 0 | URL
연세가 환갑을 훨 넘으셨는데도 청바지에 중절모에 은발에 아코디언까지 멋지시던데요^^

여운 2015-04-20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가요사 책 저도 구해서 읽어봐야겠습니다 ^^
 

그러니까 그게 거의 30여년 전의 일이다. 당시 소생은 꿈없고 철없는 고등학생이었다. 아침 등교시간이 아마 8시까지였나 그랬다. 학생부장 선생님과 선도가 무슨 통행세 뜯어내는 강도마냥 교문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8시가 넘으면 아예 바로 학교 인근 만화방으로 출근했다. 요즘 교육청에서 한창 떠들고 있는 아침독서운동을 소생은 이미 그때부터 선도적으로 생활화하고 있었다. 만화방에는 이런 선도적 학생들이 항상 소복하게 앉아 있었다. 어쨌든 만화방에서 30~40분쯤 독서를 하고 학교 뒤편 담장을 월장하여 아침 조례전에 교실로 들어가면 선생님이나 선도한테 걸릴 일도 거의 없이 깜쪽같았다.

 

 

당시 즐겨보던 만화로는 물론 이현세, 허영만은 말할 것도 없고, 무협만화로는 이재학, 하승남이 단연 독보적이었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무협만화가 쏟아져 나왔다. 기업만화로는 박봉성이 기억난다. 박봉성의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라는 만화는 대단한 인기였다. 코믹만화로는 꺼벙한 눈의 구영탄이 등장하는 고행석의 불청객 시리즈가 재미있었다.

 

 

이런 만화를 주로 보던 소생의 만화 경력에 어느날 갑자기 운명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 대포석(교실 맨 뒷자리에 앉은 5~6명의 인사는 스스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그들이 앉은 좌석을 대포석이라 명명하였다.) 멤버 중의 누군가가 순정만화를 빌려온 것이다. 아마도 황미나였지 싶으다. 순정만화라고 하면 눈알이 곧 굴러 떨어지기라도 할듯이 비정상적으로 크고 내용도 얼토당토 않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전부인 저급한 만화로 치부하고 있던(사실 무협만화도 얼토당토 않기는 매일반 이지만....) 우리들은 “허..참 이게 뭐야... 내 오래 살다보니 별 꼴을 다보네, 흥흥흥” 모두 콧방귀를 뀌며 미친놈이라고 만화를 빌려온 친구를 놀렸다.

 

 

하지만 자도 자도 끝이 없는 그 기나긴 야간자습시간을 버틸려면 역시 뭐라도 해야한다. <수학의 정석>이나 <성문종합영어>보다는 그래도 이게 낫지 하며 몇장을 읽었는데 아아아!!! 이건 그냥 만화가 아니고 예술인 것이었다. 우리는 완전 매혹되어 만화를 보면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몇몇 친구는 눈물을 주루룩 흘리기도 했다. 우리는 개안했고 놀라운 신천지가 안전에 도래했던 것이다.

 

 

그때부터 대포석 인사들은 이재학이나 하승남의 얼토당토않은 무협만화는 저급한 만화로 치부하고 순정만화를 보기 시작했고 최종적으로 황미나, 김혜린, 신일숙을 순정만화 3대가로 지정하고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우리는 길 잃은 작은새를 보았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 <북해의 별>, <비천무>, <불의 검>, <아르미안의 네 딸들> 등등 그야 말로 편편이 주옥같은 작품들을 보았다. 그런데 순정만화는 다 좋은데 다음 편이 너무 늦게 나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기다리다 눈알이 빠진 친구가 몇 있었고 또 몇은 목이 늘어나서 고생을 좀 했다. 아르미안의 경우에는 소생이 고딩 때부터 봐서 대학가서도 보다가 군대가기 전까지 종결이 안되어서 휴가나와서도 봤던 기억이 난다. 아 유장한 역사여~

 

 

어제 북플을 보다가 황미나의 <불새의 늪> 이 재발간된 사실을 알았다. 찾아보니 <굿바이 미스터 블랙>도 이미 재발간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황미나의 작품 중에 베르히만의 <제7의 봉인>과 제목이 비슷한 <일곱 번째 봉인> 인가 하는 작품은 SF 판타지물로 어딘가에 연재했던 작품인데 정말 눈알빠지게 기다려가며 봤던 기억이 난다. 이것도 꼭 좀 재발간 되었으면 하는 간절하고 애절한 바램이다.

 

 

 

<추신>

 

만화이야기를 하면 역시 고우영을 빼 놓을 수 없다. 고우영은 우리나라 성인만화의 신기원을 이루었다. 특히 삼국지는 놀랍고도 놀랍다. 경이로운 작품이다. 보시면 안다. 사건에 대한 독특한 해석과 촌철살인의 위트가 곳곳에서 번쩍번쩍한다. 고우영 삼국지를 두 번 정도 보고(아무래도 한번은 아쉽다.) 이문열이나 장정일이나 황석영 삼국지를 읽으면 머릿속에 영화가 상영된다. 글이 눈에 쏙쏙 들어오면서 머릿속에서 바로 영상으로 재생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것이다.

 

 

소생은 <삼국지>와 더불어 <일지매>를 적극 추천한다. <삼국지>는 중국 고전을 만화화한 것이지만 <일지매>는 고우영 개인의 창작물이다. 탐관오리들을 벌하고 불쌍한 서민들을 도와주는 로빈후드 같은 일지매의 활약은 흥미진진하고 일지매와 월희와의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는 너무 애절하다. 이건 만화가 아니라 소설이다. 이런 작품이 왜 영화화가 안되었는지 모르겠다. 진심으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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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4-12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악 여기에서 이 나이에 황미나를 마주할 줄이야! 저는 강경옥 언니 팬이었어요, 다시 읽고싶은 명작들_

붉은돼지 2015-04-12 21:16   좋아요 0 | URL
저는 황미나 팬이었습니다. 황미나 작품은 빠짐없이 다 봤다고 생각합니다. 강경옥은 당시에도 유명하긴 했었는데 왠지 저하고는 인연이 닿지 않았어요...

cyan 2015-04-1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3 일요일 오후 만화방에서 친구와 영접했던 명작들이 떠올라요. 신일숙 작가, 강경옥 작가, 황미나 작가... 조만간 그 분(책지름신)이 오실거 같네요 ㅎㅎㅎ

붉은돼지 2015-04-12 21:18   좋아요 0 | URL
저도 고민입니다. 그 분이 오셔서요 ㅋㅋㅋ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곧 사야할 것 같구요.. <불새의 늪>은 완간되면 사야할 것 같습니다. 북플 생기고 도서구입비 지출이 더 늘어난 것 같아요...ㅎㅎㅎㅎ

AgalmA 2015-04-12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경옥을 빼다니! 했더니 야나님이 언급해주셔서 고자누룩...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케다 리요코 <올훼스의 창>이 만화방에서의 제 인생의 폭풍이었죠. 방학마다 그 만화책을 빌려다 베껴 그린 게 노트 한 가득;

붉은돼지 2015-04-12 21:40   좋아요 0 | URL
당시에는 이상하게 강경옥은 손이 안가더라구요..옛날에는 순정만화는 정말 황미나 김혜린 신일숙 세 사람 만화만 봤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강경옥의 <별 빛 속에>는 재미있어 보이더군요... 지금이라도 한 번 봐야겠어요. 이케다 리요코는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기억납니다.

무스탕 2015-04-12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북별을 정확히 김혜린님을 사랑해주시는 남성분 그다지 많이 않은데 이렇게 만나뵙게되니 무지 반갑습니다.
제 닉네임 `무스탕`이 김혜린님의 작품 <아라크노아>에 등장하는 오토바이 이름이에요 ^^;;
제 경우는 김혜린님 작품 모두 소장하기(비천무의 경우 세가지, 불의검은 두가지, 북해의 별도 두가지, 테르미도르도 세가지 종류를 전 권 세트로 가지고 있지요;;), 팬클럽 가입부터 혜린님 모시고 정모하기, 단체 티셔츠, 점퍼 맞추기 등등.. 거의 이성을 잃고 지내죠.
아.. 김혜린님 이야기 시작하면 저 밤 새는데.. ㅎㅎ
하여간 반갑다는 말씀입니다~~

붉은돼지 2015-04-12 21:42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무스탕님~ 공자님 앞에서 불초한 것이 문자를 쓴 격이 되었네요 ㅎㅎ <아라크노아>는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요. 검색해보니 역시 절판이군요.. <북해의 별>은 정말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지금보면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정말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제목도 너무 멋지잖아요 ㅋㅋㅋ 빨리 재재출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보물선 2015-04-12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운 제목들이예요!

붉은돼지 2015-04-12 21:35   좋아요 1 | URL
그립다 말을 하니 더 그리워지는 것 같아요~~

stella.K 2015-04-12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그럼 님의 연배가...ㅋ

붉은돼지 2015-04-12 21:39   좋아요 0 | URL
언제나 마음은 태양.....이 아니고...마음은 언제나 청춘이죠 ㅋㅋ
저도 한번씩 깜짝깜짝 놀래요...나이가 벌써 이렇게 되었나. 믿기지도 않고요. 마음속에는 어릴 적 제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하고 그대로 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ㅎㅎㅎㅎ

돌궐 2015-04-1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일숙의 <1999년생>은 3권짜리 SF만화인데, 여동생이 재밌다고 해서 시큰둥하면서 봤어요.
읽다가 보니 핡, 처음부터 흡입력이 장난이 아니었고, 스토리의 탄탄함이나 긴장감, 막판 반전이 어우.. 이건 뭐 제가 본 거의 모든 만화들을 발라버리는 수준이더군요.

붉은돼지 2015-04-15 12:57   좋아요 0 | URL
신일숙은 특히 sf 판타지에 더 뛰어난 것 같아요..<1999년생>도 옛날에 본 것 같은데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요 ㅜㅜ 아마도 소장본을 사야할 것 같아요..돈 좀 생기면 ㅋㅋㅋ

transient-guest 2015-04-16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재학 프로의 작품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의 대본소 무협만화와는 그 내용이나 구성의 깊이가 다르죠. 그러면서도 적절히 대본소용이라능..ㅎㅎ 황미나를 비롯한 순정만화는 누님덕분에 좀 봤는데, 여자만화잡지 몇 권이 창간되던게 90-92년 사이거든요. 그때 참신한 작품들이 꽤 있었죠.ㅎㅎ 나이가 들어서 좋은것들 중 한 가지가 만화나 게임같은거 눈치안보고 살 수 있게된거라고 하면 이상할까요?ㅎㅎㅎㅎ

붉은돼지 2015-04-1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어른이 되어 직접 돈을 벌고 하니 만화책이나 프라모델이나 이런 것들도 마음대로 살 수 있어 좋긴합니다. 어릴때 처럼 뭐 하나 살려면 징징울고 때를 쓰거나 몇날 몇달을 모아서 겨우 하나 장만하거나... 참 용을 써야 했는데 말입니다.
뭐, 물론 요즘도 마누라 눈치는 보기는 봅니다만...ㅎㅎㅎㅎㅎ

나와같다면 2015-04-2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리는 길 잃은 작은새를 보았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 제목 읽는 순간 저도 모르게 헉! 소리가...
순식간에 저를 중학교 시절로 데리고 가네요...

붉은돼지 2015-04-22 08:31   좋아요 0 | URL
저도 <우리는 길 잃은....> 인줄 알았는데 <나는 길 잃은...>이더군요.
황미나 만화 보면서 그 옛날로 그 시절로 한 번 돌아가 보아요 ㅎㅎㅎ

나와같다면 2015-04-22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 미스터 블랙. 아뉴스데이 주문했어요 설렘 설렘♡
 

1위. 파블로 피카소, 1조 572억원(15점)

2위. 앤디 워홀, 7021억원(10점)

3위. 프랜시스 베이컨, 6432억원(9점)

4위. 빈센트 반 고흐 4311억원(7점)

5위. 마크 로스코 4171억원(6점)

6위. 폴 세잔 3693억원(3점)

7위. 구스타프 클림트, 3205억원(4점)

8위. 티치아노, 2316억원(3점)

9위. 재스퍼 존스, 1993억원(2점)

10위. 리히텐슈타인, 1960억원(4점)

 

 

이 명단은 포보스 선정 세계 10대 부호 뭐 이런건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에 나오는 최고가 그림을 그린 10대 화가의 면면이다. 엄청난 액수이다. 입이 딱 벌어진다. 언젠가 어디선가 읽으니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물감 값을 좀 보내달라고 편지를 써서 부치려고 보니 우표 살 돈이 없더라는 그런 이야기도 있는데, 비싼 그림 100 중에 7점이 고흐 작품이고 합계금액은 4311억원이다. 현대화가가 많고 옛날 화가가 적은 것은 아마 옛날 유명 화가의 작품들은 거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어서 경매시장에 나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100위안에 이름을 올린 작가는 35명이다. 피카소가 15점, 워홀이 10점, 베이컨이 9점이다. 요즘 알라딘에서 뜨고 있는 마크 로스코가 5위다. 저리 잘 나가는 줄은 몰랐다. 큰 붓으로 붓질 한 두번 한 것 같은 로스코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참 뭐라 할 말이 없다. 말문이 막힌다.

 

 

오늘 토요일이고 아내는 혜림이와 조리원 모임에 놀러 나가셨다. 소생 뭐 별로 할 일도 없고 심심해서 아내의 지시사항인 청소기 한번 돌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세상에서 제일 비싼 그림 100점>을 엑셀로 쭈물럭 쭈물럭 정리해서 최고가 10대 작가를 추려봤다. 아내가 나가면서 한 말씀 하신다. “할 일도 되우 없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가격의 순위가 작품 가치의 순위는 아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예술사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선구자적 화가들의 작품, 이 위대한 화가들의 대표적 스타일을 보여주는 그림, 해당 작품을 소장했던 사람이나 기관의 신뢰도, 유통과정의 투명성, 전시기록 등 여러 가지를 들수 있겠지만 역시 가격이 이쯤되면 투기적 성격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개개 작품별로 순위를 살펴 보면,

1위. 폴 세잔, 카드놀이하는 사람, 2622억원

2위. 파블로 피카소, 꿈, 1626억원

3위. 프랜시스 베이컨, 루치안 프로이트 초상 습작 삼부작, 1494억원

4위. 잭슨 폴록, 넘버5, 1468억원

5위. 윌램 드 쿠닝, 여인3, 1442억원

 

 

정말 억소리 난다. 영광(?)의 1위인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은 그리스의 선박왕 게오르게 엠비리코스가 소장하고 있었는데 죽기 직전인 2011년 말에 이 그림을 팔았다. 이 그림을 산 사람은 카타르의 왕족이라고 한다. 거래가격은 최소 2억5천말달러에서 3억달러(2622억원에서 3147억원) 사이로 알려졌다. 정확한 거래가격은 비공개란다. 세잔이 인물을 넣어 그린 작품은 별로 없는데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은 두사람이 들어간 버전과 세사람이 들어간 버전으로 5점이 있다. 뉴욕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파리 오르세미술관, 런던코톨드 미술관, 필라델피아 반스재단 미술관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말했듯이 카타르 왕족이 소유하고 있다.

 

 

최고가 2위는 피카소의 <꿈>이다. 피카소의 연인 중 일인인 마리 테레즈 월터가 잠들어 있는 모습이다. 피카소는 마흔 다섯 살이던 1927년 당시 17살의 소녀 마리 테레즈 월트를 만나 9년간 비밀스러우면서도 정신없는 사랑에 빠졌다. 마리는 피카소의 딸도 낳았지만 피카소 생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피카소의 또 다른 연인인 프랑수아즈 질로는 <피카소와의 나날들>에서 마리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월터의 외모는 놀라웠다. 그년가 파블로에게 조형적인 영감을 준 여자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고대 그리스 스타일로 아주 매력적이었다.” <꿈>의 소유자인 카지노 업계의 거물 스티브 윈이 2006년 이 그림을 헤지펀드 사업가인 스티브 코언에게 1458억원에 팔게 되었는데 윈이 지인들을 불러놓고 이 사실을 공개하다가 흥분한 나머지 팔꿈치로 이 그림을 쳐서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고 한다. 흐미.... 거래는 취소되었다. 그런데 2013년에 이 그림은 결국 코언에게 팔렸다. 1626억원에.

 

 

 

<추신>

 

혹시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몰라서 참고로 알려드린다. 조리원 모임의 유래는 이렇다. 우리 어화둥둥 혜림씨가 2008년 9월에 태어났는데 아내는 인근 조리원에서 2주일간 조리를 했다. 조리원에서 나오기 전날 그 조리원에 있던 10팀의 부부와 거실에 둘러앉아 최후의 만찬을 벌였는데, 이게 차츰 술자리로 변질되어 술을 엄청 퍼마셨다. (물론 아내들은 조리중이어서 음주를 하시지 않았다.) 조리원이란 곳이 뭐 자주 드나드는 곳이 아니라서 이런 사례가 간혹 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조리원에서 술판은 좀 거시기 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어찌된 심판인지 오판인지 당시 조리원 관계자들이 “에...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어쩌고 하며 자제를 당부했던 기억도 없다..

 

 

어쨌든 술을 먹다 보니 또 모임 좋아하는 누군가가 ‘계’를 하자고 제안을 했고 술김에 모두 혼미한 상태에서 아무생각없이 오케이 했는데 여차저차하여 지금 이때까지 모임을 하고 있다. 이것이 조리원 모임의 유래다. 처음 두해 정도는 신랑들도 같이 나왔었는데, 점차 신랑들은 하나 둘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내들과 애기들만의 모임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10명이던 회원도 지금은 7명으로 정리되었다. 두달에 한 번 모인다. 아이들 생일이 모두 3~4일 상간이어서 생일도 단체로 같이 한다. 가끔씩 끼리끼리 번개도 때린다. 조리원 입실 당시 엄마들의 나이도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까지 다양했다. 안타깝게도 소생과 소생의 아내가 안팎으로 최고령이었다.

 

 

한번씩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이 점차 차차로 자라는 것이 정말 신통하고 방통하여 놀랍다. 소생도 어릴 때 우리 엄마 아버지에게 저리 신통방통한 아이였는지 궁금하다. 소생은 역시 불초해서 그러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폴세잔 <카드놀이 하는 사람>

 

 

피카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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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4-1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싼 그림 순위표를 보면 재미있는 점이 오래된 그림보다는 거의 근래에 나온 그림이 비싸더군요. 그중에 난해하기 짝이 없는 추상 표현주의 화가의 그림 가격이 엄청나요. 잭슨 폴록의 그림이 순위권 안에 없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아요. ^^;;

붉은돼지 2015-04-11 18:17   좋아요 0 | URL
역시 예리하신 cyrus님~~ 폴록이 100위 안에 작품 3점, 금액합계 2505억원으로 종합 8위에 랭크되었습니다. ㅎㅎㅎ 쿠닝이라는 작가도 작품2점 금액합계 2108억원으로 종합 10위에 랭크되었습니다. 심판의 오심으로 탈락되었던 두 선수가 메달권에 새로이 진입하게 됨에 따라 기존 8위였던 티치아노 선수는 9위로 한계단 내려왔고, 9위,10위였던 재스퍼 존스선수와 리히텐슈타인 선수는 각각 11위, 12위로 밀려났습니다. 이상으로 금일 올림픽 중계를 마치겠습니다. ㅋㅋㅋㅋ

폴록의 작품은 보고 있으면 정신 사납지만, 100위안에 포함된 작품 3점의 제목은 정말 깔끔합니다. <넘버5>, <넘버19>, <넘버4>입니다. 제가 보기엔 세작품 모두 똑 같은 작품 같습니다..